정민아는 밤새 말없이 이튿날 아침까지 자료를 찾아보았다.이튿날 저녁까지 정민아는 김예훈한테 한마디 원망도 하지 않았고 싫은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파티 시간이 점점 가까워졌다.정민아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예훈씨, 난 당신을 믿어. 내 모든 것을 당신한테 걸었어.”“근데 이제 어떻게 당신을 믿으라는 거야?”“초대장은?”“파티에 가기 전 난 당신이 어떻게든 초대장을 구할 줄 알았어.”“근데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잠만 자고 있잖아!”“밖에 나가기는커녕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어!”“초대장이 무슨 하늘에서 뚝 떨어져? 어디서 구할 건데?”이때, 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도 참지 못하고 문을 두드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김예훈,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어젯밤 민아는 이미 큰소리를 쳤어. 네가 만약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정씨 일가에 발을 못 붙이게 될 거야!”김예훈은 손목에 있는 롤렉스 시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시간이 다 됐네요. 바로 출발하죠.”말을 마치고 김예훈은 정민아의 가족들과 함께 집을 나와 택시를 타고 파티 장소로 향했다.백운가든!백운가든, 김씨 가문이 자리 잡고 있는 백운별원이 아닌 백운산 앞에 위치한 하나의 프라이빗 산장이다. 이 역시도 김씨 가문의 소유다.이곳은 평소에 김씨 가문이 귀빈을 접대하는 곳이었다.평소라면 경기도의 일류 가문조차도 이곳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근데 오늘 파티가 여기서 열리다니,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택시 기사는 백운가든으로 차를 몰고 오면서 다리에 힘이 빠졌다.그는 엄청난 공포에 질려있다.이곳은 일반인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만약 김예훈의 일행이 이곳에 온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틀림없이 승차를 거부했을 것이다.김예훈은 익숙하게 정민아의 손을 잡고 백운가든의 대문으로 향했다.“재밌네. 정말 여기에 오다니?”비아냥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지용의 일행도 이곳에 도착했다.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각종
정동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네가 성남시에서 십여 년 동안 있으면서 철이 든 줄 알았어!”“근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리석은 건 똑같구나. 너 같은 아들이 있다는 게 정말 창피하다!”“이전에는 네 사위만 쓸모없는 놈이고 넌 그래도 쓸모가 있다고 생각했었어!”“근데 너도 네 사위와 똑같이 찌질한 놈이구나!”“온 가족이 모두 찌질한 인간들이야!”“푸하하하...”이때 현장에 있던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다들 조롱하는 눈빛으로 정군을 쳐다보았다.정군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김예훈이 죽도록 원망스러웠다.이번에, 정씨 일가 사람들 앞에서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겼다.한편, 정민아도 실망이 가득 찬 얼굴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앞으로 그들은 정씨 일가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되었다.그리고 그녀와 김예훈의 사이도 이젠 끝이 날 것 같다.“초대장도 없이 파티에 참석하러 왔다고요?”“장난해요?”“똑똑히 말하는데 잘 들어요!”“정민아, 남해시에서 작은 성과를 보여줬다고 해서 우리 가문에서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성남시에 온 이후 누나도 똑똑히 봤을 거예요. 누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이런 수준의 파티에 참석하려고 했다니? 평생 꿈도 꾸지 말아요!”정지용은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또박또박 말했다.정가을은 친절하게 정동철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우리 들어가요. 남들이 보면 우리 가문 사람들이 모두 저런 벌레 같은 인간들인 줄만 알겠어요!”“정씨 일가에 이렇게 창피한 인간이 있을 줄이야!”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김예훈의 일행을 쳐다보고 거들먹거리며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정군은 매섭게 김예훈을 노려보았다. 정말 단번에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김예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장인어른, 지켜보세요. 저들은 들어가지 못할 겁니다.”백운가든 입구에는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건장하고 양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그러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김예훈의 일행을 보고 정지용은 찌질하게 물러설 수가 없었다. 그가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날 건드리기만 해봐요?”“우리 정씨 일가는 김세자의 초대로 파티에 참석하러 왔어요. 그분도 참석하겠다고 우리와 약속했고요!”“경호원 주제에 감히 우리 정씨 일가를 건드리겠다는 거예요?”“철썩-”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정지용의 뺨을 후려쳤고 정지용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안 꺼지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경호팀 팀장은 차갑게 말했다.깜짝 놀란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정지용을 끌고 도망가려고 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정군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김예훈, 자네 말이 맞았어. 저들은 들어갈 수 없게 되었어.”김예훈은 웃으면서 정민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 “장인어른, 장모님, 우리도 들어가죠.”“아니! 죽고 싶어 환장했어? 복씨 가문에서 준 초대장으로도 들어갈 수 없는데 우리가 어떻게 들어가?평소에 무서운 게 없이 날뛰던 정군 부부도 지금 이 순간은 놀라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정소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형부, 장난 그만해요...”정민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예훈씨, 체면을 위해서라면 그럴 필요 없어...”“우리한테는 초대장도 없잖아...”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들어가지 못하면 우리 두 사람 이혼해야 한다며? 그러니까 시도해봐야지 않겠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예훈을 보면서 정민아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그래, 당신 믿을게. 한번 해보자.”말을 하면서 정민아가 김예훈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나 그녀는 손을 약간 떨고 있었다.마음속으로 두려워하고 있지만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지금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이었다.정민아의 가족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입구 앞까지 걸어갔을 때 정가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여러분, 이 사람들은 비록 우리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기는 하나 우리 가문을 대표할 수 없습니다!”“맞아
정군, 임은숙, 정민아, 정소현...그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경호원들은 그들의 초대장을 확인하기는커녕 공손하게 그들을 백운가든으로 들여보냈다?한편 밖에서 웃음거리를 보려했던 정지용의 일행들은 지금 하나같이 얼굴이 굳어졌다.“저들이... 저들이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이게... 그럴 리가?”정동철은 멍하니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본 상황을 믿지 않았다.한편, 정군과 임은숙은 환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봤다.짜릿하다. 어찌 됐든 그들은 들어오게 되었다.성남시에서 오랜 시간 지낸 정군은 이곳이 얼마나 들어오기 어려운 곳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냥 이렇게 들어온다고? 우리 사위,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지금 이 순간, 그는 김예훈에 대한 호칭도 바뀌었다.예전에는 폐물 같은 놈, 찌질한 놈,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불렀다.근데 지금 그가 김예훈한테 우리 사위라고 불렀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위가 꽤 쓸모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최소한 그들의 체면을 만회했다.임은숙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김예훈, 예전에 대학 동창이 성남시에서 사업한다고 하지 않았어?”“이번에도 그 사람의 도움을 받은 거야?”김예훈의 동창은 20억이라는 돈도 선뜻 빌려주고 포르쉐도 빌려준 걸 보면 분명히 신분이 높은 인물인 게 틀림없다.김예훈은 웃으며 대답했다. “장모님, 돗자리를 까셔도 되겠어요. 어떻게 그걸 단번에 알아차리셨어요?”“그래?” 정군은 웃으며 말했다. “그 동창이라는 사람은 어느 가문의 사람이야? 내가 알 수도 있는데.”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세울 만한 인물은 아닙니다. 돈이 좀 있을 뿐 유명한 가문의 자제는 아닙니다.”정군은 탄식하며 말했다. “그래, 성남시는 돈보다 인맥이 훨씬 중요한 곳이긴 하지...”김예훈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일은 이렇게 넘길 속셈이었다.하지만 정민아는
정군과 그의 가족들은 안색이 많이 어두워졌다.복현은 말한 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다.복씨 가문의 사람에게 그 정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심지어, 복현의 말 한마디에 그들 가족은 이곳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정민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복현을 쳐다보았다. “복현 씨, 우리는 그쪽과 원한이 없어요.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런 거예요?”복현은 웃으면서 정민아의 귓가로 다가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저 찌질한 놈과 이혼을 거부할 수 있는 거죠?”“내 체면을 너무 짓밞는군요!”“그러나, 오늘 밤 두 자매가 나랑 같이 밤을 보낸다면 난처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어때요?”“앞으로 당신한테 프로젝트라도 하나 줄지? 어떤가요?”“당신... 비겁하군요!” 정민아는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 자존심이 강한 정민아는 그녀를 때려죽인다고 해도 이런 조건을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요. 그럼 어디 두고 보죠.”복현은 소리 없이 웃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얼굴이 창백해진 정민아를 보고 김예훈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민아야, 왜 그래? 복현이 뭐라고 했어?”정민아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복현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그는 분명 다음 일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김예훈이 그의 상대가 될까?오늘 밤만이라도 그냥 조용히 넘어가길 바랄 뿐이다.가는 내내 정민아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그러나 가는 도중에 갑자기 십여 명의 양복 차림을 한 김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김예훈의 일행을 에워쌌다.이 사람들은 김씨 가문에서 경호를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김예훈을 모르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하나같이 전기 막대기를 김예훈의 일행에게 겨누었다.정민아는 창백한 얼굴로 김예훈의 손
“빨리 초대장을 보여줘요!”복현은 거세게 몰아붙였다. “우리는 초대장이 필요 없는데요.”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팀장님, 들었습니까? 저들은 초대장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근데 초대장이 필요 없다고 말하다니?”복현은 박장대소했다.“이 데릴사위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어쩌면 담을 넘어 기어 들어왔을지도 모릅니다!”경호팀 팀장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바로 직책에 따라 명을 내렸다. “이 사람들을 보안실로 데리고 가서 정확히 조사한 후 다시 얘기합시다!”정군의 가족들은 갑자기 멍해졌다.심문하러 끌려가면 그들은 분명 백운가든에서 쫓겨날 것이다.지금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아직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이대로 나가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그때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잠깐만요! 언니, 우리는 정문에서 경호팀의 검색을 받고 들어왔어요!”“아무리 초대장이 없어도 이들이 무슨 근거로 우리를 보안실로 끌고 가요? 우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정소현은 긴장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 말을 들은 복현은 웃으며 말했다. “꼬마 아가씨, 거짓말을 해도 그럴듯하게 해야지! 뒷문으로 들어온 후 초대장을 버렸다고 해도 이 거짓말보다는 낫겠어!”“잘 들어요! 당신들이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 알려주죠!”“이곳은 백운가든입니다!”“당신들은 말할 것도 없고 김씨 가문의 사람 그리고 김세자 조차도 이곳에 들어오려면 초대장이 있어야 합니다!”“초대장이 없는 사람은 문제가 있는 겁니다!”“네,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서 초대장을 확인하는 건 필수입니다.” 경호팀 팀장도 옆에서 거들었다.그도 그럴 것이 이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신분이 너무 높은 사람들이었다.신분을 증명할 초대장이 없으면 어떻게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다 데리고 가.”이내, 경호팀 팀장은 단호하게 명을 내렸다.의심스러운 점이 있긴 해도 지금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
경호팀 팀장도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김씨 가문에서 경호팀 팀장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니만큼 그는 신중한 편이었다.그가 김예훈을 위아래로 잠시 훑어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좋아요, 우리 총관님께서 당신 같은 데릴사위를 아는지 어디 한번 확인해보죠!”이 말을 들은 복현은 더욱 기뻐했다.보아하니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것 같다.주위에 많은 사람이 둘러싸여 있었다.정군 부부와 정민아 자매는 지금 모두 머리를 숙이고 있다. 창피하다!정말로 창피한 일이었다!경호팀 팀장은 김 총관한테 문자를 보냈고 이내 상대방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은 경호팀 팀장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그가 두려움이 가득 찬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심지어,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자신이 말로만 듣던 전설의 그분을 건드리다니? “네... 김 총관님...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습니다...”지금 이 순간, 경호팀 팀장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다.한편, 복현은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팀장님, 총관님께서 뭐라 하셨습니까? 저 데릴사위의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했습니까?”“철썩-”그의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우렁한 따귀였다.복씨 가문의 사람이면 뭐 어때서?따귀를 맞은 복현은 그대로 튕겨 나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얼굴은 퉁퉁 부어올랐다.“왜... 왜... 날 때린 겁니까?...”“난 복씨 가문... 복현...”복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복씨 가문의 사람이다!아무리 김씨 가문이 경기도의 최고 가문이라고 해도 경호팀 팀장 따위가 감히 나한테 손을 대다니?경호팀 팀장은 아무 말도 없이 앞으로 걸어가 복현의 얼굴을 세게 밟았다.“왜일 것 같아요?”“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까?”“김예훈 씨와 정민아 씨의 일행은 저희 귀빈이십니다!”“감히 사적인 원한을 갚으려고 우리 김씨 가문을 이용하다니?”“김씨 가문의 사람들을 그쪽이 이용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이 자의 다리를 부러뜨려 복씨 가문에 가져다
“별일 아니야!”“초대장은 없지만 우리는 경호팀 심사를 거치고 들어왔어!”“우리가 들어올 수 있었다는 건 신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뜻이야.”“하지만 복현은 소란을 피우고 파티의 질서에 영향을 줬어.”“보다시피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둘러싸여 있어!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잖아!”“김세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도 누군가가 자신을 환영하는 파티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을 거야!”“복현은 말할 것도 없고 복률이 와도 소란을 피우면 내쫓았을 거라고!”김예훈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정군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백운가든에 규칙이 많다는 걸 예전부터 들은 적이 있어.”“이곳은 합법적으로 들어올 수만 있다면 아무도 너의 신분을 신경 쓰지 않아.”“감히 이런 곳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신분을 막론하고 쫓겨날 것이야!”“그렇구나. 그러니까 초대장 한 장이 그렇게 비싸지!” 임은숙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말했다.정소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도 신분 있는 사람들이네요.”정민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이 일이 분명히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김예훈의 설명은 흠잡을 데가 없었고 합리적이었다!...주위에 둘러싸여 있던 사람들이 흩어지고 파티는 계속되었다.비록 소규모의 파티이기는 하지만 참석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큰 인물들이었다.다른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했지만 정군은 지금 눈빛이 반짝거렸다.그가 두리번두리번하더니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성남시에서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다 왔어!”“평소에 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오늘 이곳에서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장인어른, 장인어른도 성남시에서 십여 년을 사셨으니 아시는 분이 있으시죠? 가서 인사라도 나누시죠!”정군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상대방을 알고 있어도 상대방은 정군을 모를 것이다!지금 이 순간, 그는 감히 이 거물들을 방해하지 못했다.그렇지 않으면, 일단 그 사람들의 미움을
“아까 김 회장님께서 아빠를 섬라 3대 마승의 손에서 구해주셨어. 그러고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유주야, 담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 허씨 가문을 배은망덕하다고 수군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금 당장 김 회장님께 사과해! 사과 안 하면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 우리 허씨 가문에는 막무가내이자 상황 파악마저 못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허순재는 허유주가 김예훈한테 무례해서 많이 화난 모양이다.김예훈과 허순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허준서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왜 김예훈을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허순재의 아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문에 빠지고 말았다.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허순재가 가장 예뻐하는 허유주가 욕을 먹자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차만 마실 뿐이다.허유주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까지 허순재가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도포를 입은 여자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허유주를 뒤에 숨기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유주도 흥분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어제 한마디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교체시킨 김 세자님이자 김 회장님이시겠네요? 배포가 넓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진 않겠죠?”여자 스님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유주야, 얼른 김 세자님께 사과해야지.”허유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내심 속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김 세자님, 죄송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순재가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든, 허씨 가문이 이 기회를 빌어 허순재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든,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앞에서 거들먹거려서 불쾌할 뿐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짝 시간을 확인한 김예훈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도박왕님께서 초대하셨는데 말 나온 김에 오늘 바로 가서 확인하시죠.”“여기서 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허순재는 차를 부르지 않고 고즈넉한 길로 안내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이순간 허순재의 몸에서 왠지 모르게 검은 기운이 뿜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혹은 살기라고 할까......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도 안 지나 바로 허씨 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앞장서는 허순재를 본 순간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공손하게 길을 비켜드렸다.“김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허씨 가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김 회장님께 달렸습니다.”...거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김예훈과 일면식이 있는 허성빈, 허도겸, 허준서 등 외에 기껏해 18살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본 허씨 가문 3형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18살짜리 소녀 역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바로 우리 둘째 오빠의 손을 부러뜨리고, 셋째 오빠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넷째 오빠 뺨까지 때린 김예훈이야?”이 사람은 딱 봐도 허씨 가문의 다섯째, 허유주로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허준서의 약혼녀인 허영미도 서 있었다.아까 허유주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허씨 가문 자녀들 외에 도포를 입고있어도 몸매가 좋아보이는, 얼굴까지 예쁜, 속세를 벗어난 것만 같은 여자 스님이 앉아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신처럼 모시듯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김예훈은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제 이름은 김예훈이 맞습니다.”“이런 젠장!”김예훈이 신분을 인정하자 허유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허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구역을 침범해? 저 자식을 그냥 총으로 쏴서 죽여버려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