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은 자신의 왼손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 위에 운명선과 사업선이 교차되어 바둑판처럼 빽빽하였다.마치 위에서 자신의 운명을 본 듯 김병욱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적지 않은 사람이 그 사람의 힘을 빌어 성공한 것을 알고 있어요. 지난 3년 동안 제 문하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신만이 알고 있겠죠.”“제가 여러분을 어떻게 대했는지 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가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제가 더 많이 줄 수 있습니다…”“만약 누군가가 아직도 그를 위해 생각하려 한다면, 기회를 한 번 주죠. 그를 따르겠다면 저도 따지지 않고 떠나도록 내버려둘 것입니다.”“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3년 전에 그를 쫓아낸 것은 여러분에게도 다 책임이 있습니다.”말이 떨어지자 망설이던 사람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누군가가 털썩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전 도련님에게 일편단심 충성할 것입니다!” “일편단심 충성할 것입니다!”평소에 안하무인하던 상업계의 대가들이 마치 봉건 사회의 신하와 같다.그들에게 김병욱은 마치 황제와 같다.김병욱은 가볍게 웃었다. 그는 남해시의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모든 것을 되찾고 싶어? 아쉽지만 넌 그럴 자격이 없어!”...옆 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김청미는 연못에서 꽃구경을 하고 있다.가녀린 손가락 사이에 고기밥이 떨어져 붉은 잉어와 녹색 잉어가 끊임없이 모여든다.“미끼는 이미 준비했는데, 물고기를 몇 명이나 나눠 먹을 수 있지? ...3일 후 정씨 가문 별장에서.오늘은 좋은 날이다, 장씨 가문은 장씨 가문의 자산을 사려는 사람을 찾았다.어르신의 부름에 정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그들은 정씨 가문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할아버지, 전 가장 먼저 팔아야 할 곳은 쇼핑 센터 그 땅이라고 생각해요. 그 땅을 손에 넣을 때는 400억도 안 들었지만 지금은 800억에 달합니다.”“우리가 지금 급히 돈이 필요하지 않다면 훗날 이곳이 우리 정씨 가문의 근거지가 되었을 텐데!”“하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언니는 단지 쇼핑 센터의 부지가 팔리면 정씨 가문에서 빈털털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정씨 가문이 곧 성남에 가서 발전할 거라는 걸 생각해 봤어요?" “나중에 우리 시댁 복씨 가문이 챙겨주면 정씨 가문은 반드시 승승장구할 거예요!” "언니가 말만 잘 들으면 우리가 고기 먹을 때 국물 한 모금을 줄 테니 걱정 말아요." 정가을은 두 팔을 감싸 안고 거만하고 우쭐대는 모습이었다. "맞아! 성남으로 간다는 건 네 아빠가 말씀한 건데 설마 네 아빠와 맞서려는 건 아니지? 우리 정씨 가문이 성남으로 가서 발전하는 계획에 폐를 끼치려는 거야?" "네 아빠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자산을 패키지로 매각하는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겠지!" "맞아. 이 모든 일이 다 너네 가족 때문이야. 지금 이득을 봤다고 또 잘난 체하고 있어!" "내가 봤을 때 다른 프로젝트는 매각하지 않아도 되지만, 정민아의 쇼핑 센터 프로젝트는 무조건 제일 먼저 팔아야 해!" “......” 이 순간 많은 정씨 가문의 사람들이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분명 하나같이 지금 당장이라도 성남으로 가서 전설 중의 지위 높은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정민아 앞에서는 그리 원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정군이 들고 온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해치는 것 같았다. 이건 확실히 정군이 가지고 온 큰 프로젝트였으며 정민아는 잠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정씨 가문이 성남에 가서 발전하는 일도 모두 정군이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왠지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렇게 하는 것이 꼭 옳은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러나 정씨 가족들의 감정이 몰아치는 가운데 정민아는 지금 말문이 막혔다. 정군은 오히려 지금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냉담한 모습이었다. 이번에 그는 정씨 가문으로 돌아와서 후계자 자리를 되찾으려고 했지만, 정씨 어르신의 태도에 완전히 실망해서 지금 이 순간
"할아버지." 정민아는 정지용을 보지 않고 정씨 어르신을 바라보며 애걸했다. "할아버지, 우리가 쇼핑 센터 프로젝트에 정말 많은 심혈을 기울였어요. 이렇게 그만 둔다면 정말 아까워요!" "그럼 제가 한번 시도해볼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만약 대출을 받지 못한다면, 그때 다시 매각을 고려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정민아의 표정을 보면서 정씨 어르신은 약간 흔들렸다. 하지만 이때 정지용은 “팍” 테이블을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 "정민아, 자신의 신분을 정확히 알고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너는 우리 정씨 가문 회사의 재무 매니저, 그리고 쇼핑 센터 프로젝트 책임자일뿐이예요!" "회사의 전반적인 운영은 나와 할아버지가 컨트롤하는데 너 같은 하인이 참견할 차례가 아니에요!" "더군다나 셋째 삼촌이 말했잖아요. 빨리, 모든 것을 빨리!" "우리는 지금 이미 프로젝트 매각에 대해 대충 얘기가 끝났는데, 이 시점에서 네가 끼어들어 만약 고객이 될 사람들이 놀라서 다들 도망치면 어떡해요?" "프로젝트를 우리 예상 가격에 매각하지 못하면 어떡해요?" "2,000억을 제때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 정씨 가문의 손실이 얼마나 큰지 알아요?" 정지용은 지나치게 몰아붙이면서 기관총 쏘는 것처럼 질문을 퍼부었다. 성남의 프로젝트는 정군이 들고 온 것인데 본인은 의견을 발표하지 않고, 정민아는 정씨 가족들에게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으며 이 순간 정말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많은 정씨 가족들은 원래 정민아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최근 한 달 간 정민아가 재정권을 쥐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편법을 써서 돈을 벌 기회를 잃게 되어 모두 돈이 없어 난리였다. 이제 정민아를 끌어내릴 기회가 생겼는데 이 기회를 놓칠 사람이 있겠는가? 정가을은 더욱 의기양양해서 정민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 "민아 언니, 다들 네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탓하지 말아요. 누가 언니 남편이 쓸모없는 사람이래요?” "만약 그 사람이 내 미래의 남편인
이때 정지용이 제일 먼저 일어나 냉소하면서 김예훈을 가리켰다. "바보 새끼, 우리 정씨 가문이 지금 가문과 관련된 큰일을 의논하고 있는데, 너 일개의 데릴 사위가 무슨 자격으로 들어와? 만약 네가 실수로 우리 가족의 비밀을 누설한다면, 그땐 누구의 책임이야?” 정민아는 정지용을 노려보았다.”정지용, 너무 지나치게 굴지마. 김예훈도 우리 정씨 가문의 사람이야.” 정지용은 피식 웃었다. "정민아, 아직도 순진한 척해. 할아버지가 너희들 이혼을 시키지 않는다고 쟤가 정씨 가족인 줄 알아요?" "그가 선우 가문의 개가 되어 프로젝트 하나를 가지고 왔다고 우리 정씨 가문에서 지위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말해 줄 건데 우리 정씨 가문은 지금 예전과 달라요. 지금도 우리가 선우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씨 가문도 그 프로젝트를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자 정지용은 정씨 어르신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봤을 때 정민아를 그냥 면직시켜요. 앞으로 정씨 가문의 일에 관여하지 못하게 해요!" "물론 우리 정씨 가문도 양심이 없는 가문은 아니에요. 이 두 폐인에게 앞으로 매달 55만 원씩 주면 먹는 데는 충분하겠죠?" 이 말이 나오자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지용의 너그러움에 칭찬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매달 55만 원이나 받을 수 있다니 정말 괜찮네. 정씨 어르신은 정군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그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웃는 듯 말 듯 정민아를 보면서 말했다. "좋아. 다른 사람들이 의견이 없으면 이렇게 해." "쇼핑 센터 프로젝트를 패키지로 매각하고 오늘부터 정민아를 회사에서의 모든 직책에서 면직한다." 정민아는 이 순간 자신의 아버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마음이 극도로 아팠다. 이러면 지난 몇 달 동안 그녀의 모든 노력을 무너뜨린 것이 된다. 지금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끝내 이 순간 대문 앞에 서 있던 김예
김예훈이 계속 말하려던 참이었다. 이때 정지용은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치고 김예훈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너는 네가 뭐라고 생각해? 할아버지가 이미 결정한 일을 데릴 사위가 무슨 자격으로 의문을 제기해?" 김예훈은 그를 차갑게 한번 쳐다보았다. "정지용, 너 도대체 멍청한 거야 어리석은 거야? 결정하기 전에 애초에 체결한 계약서부터 살펴보라고 미리 말해주는 거야.” “YE 투자 회사가 길거리 고양이도 강아지도 아닌데 당신들이 투자를 받고 싶으면 받고? 프로젝트를 팔고 싶으면 팔고? 정말 복씨 가문에게 빌붙는다고 김씨 가문 앞에서 우쭐거릴 수 있다고 생각해?" "이런 것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으면서 여기서 결론을 내리고 당장 실행할 것처럼! 너 같은 멍청한 놈이 무슨 자격으로 정씨 가문의 부대표를 하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어." "씨발!" 정지용은 순간 분노하여 폭력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예전에 정말 김예훈에게 많이 당해서 겁을 먹었다. 지금 그는 달려들려고 했지만 무서워서 그저 눈을 부릅뜨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그를 통째로 잡아먹으려는 흉내만 냈다. 김예훈은 현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마침내 정군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말했다. "아버지, 제가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복씨 가문이 우리 정씨 가문에게 지나치게 잘해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어요? 우리 정씨 가문과 협력할 뿐만 아니라, 51%의 지분을 가지게 한다는 게 바로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떡인데, 이 떡이 우리 정씨 가문의 입맛에 맞지 않아 먹을 수 없을까 봐 두렵지 않으세요?" 이 뜻은 분명했다. 이것은 복씨 가문과 정씨 가문의 협력이 문제가 있으며 성남에 가서 발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씨 가문에게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김예훈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정군은 이 순간 차갑게 말했다. "김예훈, 비록 지금 프로젝트가 내 손에 있지 않고, 또 내가 물어볼 권리도 없지만, 내 인품으로 이 프로젝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증한다." 정군은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한 사람이 들어왔다. 하은혜. 그녀는 오늘 화장을 하지 않고 청바지에 화이트 셔츠를 입고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포니테일을 묶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섹시하면서도 요염해 보였고 순수함과 욕망을 동시에 드러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은혜가 나타나자 로비 안은 조용해졌으며,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란 동시에 어렴풋이 무언가를 짐작했다. 설마 하은혜가 YE 투자 회사를 대표해서 죄를 물으러 온 건 아닐까? 그러면서도 하은혜를 바라보는 정씨 가문의 남자들의 시선이 뜨거워졌다. 이건 진짜 섹시한 미인이다. 너무 아름답고 몸매가 정말 섹시하다. 예전 같았으면 정씨 가족 사람들은 감히 하은혜를 정면으로 쳐다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 정씨 가문은 곧 성남의 대가족이 될 것이므로 이런 여자도 얻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정지용의 눈빛이 가장 거리낌없었다. 그는 성남의 일이 결정되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반드시 이 여자를 얻겠다고 결심했다. "하은혜 씨 오셨어요? 어서 앉아요!" 정씨 어르신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지만, 그 역시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금방 친절하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지금은 정씨 가문이 YE 투자 회사와 계약을 해지할 예정이지만 문제는 YE 투자 회사가 여전히 지위가 있다는 것이다. 하은혜가 이때 왔으니 정씨 어르신도 너무 푸대접할 수 없다. 하은혜가 오는 걸 보고 정민아도 안절부절 못했다. 그녀는 사과하고 싶었다. 어쨌든 전에 하은혜가 투자와 관련된 일을 많이 도와줬는데, 지금 정씨 가문이 YE 투자 회사의 동의 없이 쇼핑 센터 프로젝트를 매각하려고 한다? 그래서 정민아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도무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하은혜는 이때 자리에 앉지 않고 하이힐을 밟고 정씨 어르신의 앞으로 걸어갔다. 대표님이 아직 거기에 서 있는데 그녀가 어떻게 감히 앉겠는가? "하 비서님이 쇼핑 센터 프로젝트 때문에 오신 거죠? 정말 죄송한데 우리 정씨
정씨 어르신은 은근히 안색이 안 좋아 보였고 그는 지금 하은혜를 응시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비서님, 당신……지금 무슨 뜻인가요?" 하은혜는 가볍게 웃으며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지용에게 멈추었다. 이때 정지용은 온몸을 살짝 떨었으며 안색이 순간 나빠지기 시작했다. "정 대표님께서 계약서를 자세히 보셨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 꼭 그런 거 아닌 것 같네요. 아마 대표님께서 보신 거는 누군가 일부러 수정한 계약서일 거예요.” "정 대표님이 계약서의 진짜 내용을 모르실테니 제가 오늘 특별히 남해시 변호사협회 여 회장님을 모시고 계약 내용과 위반의 결과에 대해 설명해 드리도록 할게요." 하은혜는 말을 마치고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잠시 후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이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이 사람을 보는 순간 정씨 어르신은 머리가 '띵'하는 것을 느꼈다. 이분은 남해시 변호사협회의 여 회장님이며 신분이 매우 높은 사람이다. 보통 가족이나 기업은 그를 한 번 만나기도 힘들고, 평소에는 더할 나위 없이 고상했다. 그런데 오늘은 하은혜의 수행원처럼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정 대표님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하은혜는 담담하게 말하고는 거리낌없이 한쪽에 서고 동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김예훈이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했다. 하은혜의 지시를 받은 여 회장님은 고개를 들어 로비를 한 바퀴 둘러본 뒤에 정씨 어르신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 대표님, 오랜만이예요.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이 큰일 저지를 줄 몰랐어요." "무슨 큰일인데요?"정씨 어르신이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당시 당신들이 YE 투자 회사와 투자 계약을 체결한 계약서 사본이예요. 일단 한번 보세요." 여 회장님이 서류 한 장을 꺼내서 정씨 어르신에게 건네주었다. 정씨 어르신은 의혹스러운 표정으로 서류를 펼쳐 몇 번을 훑어보고 잠시 후 안색이 바뀌며 말했다. "말도 안 돼요! 우
뭐라고? 이 부지의 소유권이 YE 투자 회사에게 넘어간 것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5,5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그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의 눈이 둥그레졌고 여 회장님을 바라보는 시선도 멍해졌다. “말도 안 돼요! 그럴 리가요! 제가 며칠 전에 계약서를 꺼내 보았거든요! 그런 거 아니에요! 지용아, 얼른 계약서 꺼내 보여줘!" 정씨 어르신은 지금 식은땀을 흘리면서 만약 진작에 이 조항들을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경솔하게 쇼핑 센터 프로젝트를 매각하겠는가? "할아버지…" 정지용은 난처한 얼굴이었으며 전에 정씨 어르신에게 계약서를 보여줬지만, 그 계약서는 애초에 정민아가 체결한 계약서가 아니라 그가 조작한 것이다. 그는 성남에 너무 가고 싶었고 또 성남의 프로젝트가 반드시 그의 손에 들어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남해시에서 정민아에게 구속당하는 느낌에 지쳐서 성남에 가서 실력을 과시하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가짜 계약서를 만들었다. 이 일을 위해서 그는 특별히 YE 투자 회사의 임원 몇 명을 찾아가 조용히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원래 정지용의 계획에 따르면, YE 투자 회사는 정씨 가문과 사이가 틀어질 일이 없을 것이며 정씨 가문이 투자금을 돌려주면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계획을 했어도 YE 투자 회사의 그 몇 명의 임원의 말이 아무 힘이 없었다고? 하은혜가 뜻밖에도 직접 찾아왔다. 테이블을 엎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정지용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고 말했다. "하 비서님, 혹시 우리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에요? 전에 내가 이 일 때문에 특별히 YE 투자 회사를 찾아가서 임원들과 얘기를 해봤는데 다들 동의했..." 하은혜는 바로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정씨 가문에서는 대표 말이 힘이 있어요 임원들의 말이 힘이 있어요?" "당연히 대표 말이죠…." 정지용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우리도 똑 같아요. 우리 대표님이 말씀하셨어요. 그의 YE 투자 회사에서의 첫 번째 프로젝트에 누군가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