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과 박동훈이 짜고 벌인 짓이 분명하다. 아니면 김예훈이 멀쩡하게 검찰서에서 나올 수 없다.“조이영! 안지희! 적당히 해!” 김예훈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두 여자를 싸늘하게 내려봤다.한데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조이영은 세련되고 안지희는 귀여워서 아무리 싸가지없이 굴어도 예쁜 건 여전히 예쁘고 귀여운 건 여전히 귀여웠다.조이영이 질색했다. ‘병신 같은 자식 지금 어딜 보는 거야? 감히 지 와이프 친구를 훑어봐? 쓰레기 같은 자식!’김예훈이 갑자기 배시시 웃었다.“전에 그랬지? 내가 9억을 내놓으면 무슨 요구든 다 들어준다고?”“그래! 맞아!” 조이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다가갔다. 김예훈 가슴에 닿을 듯 말듯 한 자세로 서서 쏘아붙였다. “내놔 봐! 안 그러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래, 능력 있으면 어디 내보시지!” 옆에 앉았던 안지희도 참지 못하고 비아냥대며 한마디 날렸다.“눈 똑바로 뜨고 봐!” 김예훈이 방금 들고 온 검정색 봉투를 들어올렸다.그러자 5만원권 돈뭉치가 와르르 쏟아졌다.그 순간 별장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신사임당 얼굴이 박힌 누런 돈뭉치가 거실에 산처럼 쌓였다. 보기만 해도 눈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이…이건…” 정민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이거…진짜야…” 임은숙이 거의 덮치듯이 달려와 양손에 돈뭉치를 쥐고 확인했다. 그새 화난 표정이 어느정도 누그러들었다.정소현은 입만 벌린채 그 자리에 고정돼 버렸다. 있는 집에서 태어났지만 지금까지 현금 9억이 쌓이면 어떤 광경인지 전혀 본적 없었다.
조이영과 안지희는 다리에 점점 힘이 풀렸다. 현금 9억원이 산더미처럼 쌓인 광경은 확실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너무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게. 그냥 아빠라고 한 번 불러봐.”김예훈은 손벽을 치면서 활짝 웃었다.조이영이 숨을 깊게 마시더니 이내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으며 비웃었다. “김예훈, 내가 모를 줄 알아? 3년 동안 용돈을 민아한테서 받아썼으면서 어떻게 네까짓 게 9억을 마련해? 도둑질한 건 아니지?”그 말에 정민아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이내 김예훈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김예훈이 의아했다. 결혼 3년차, 정민아가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정민아가 방문을 잘 닫고 목소리를 한껏 낮추면서 물었다. “김예훈,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 이 돈 어디서 났어? 진짜 도둑질한 게 아니지?”“걱정 마. 그러고 싶어도 용기가 없어. 친구가 빌려줬어.” 김예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YE 투자 회사 신임 대표라는 신분을 어제 말했는데도 다들 믿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말하면 믿어줄까? 정민아가 진짜 신분을 알게 되면 오히려 두 사람 사이가 더 복잡해지니 그것도 좋은 일이 아니다.김예훈은 자신의 신분 때문에 정민아가 태도를 바뀌는 게 싫었다. 오직 평범한 김예훈을 사랑해 주길 바랐다. “친구? 무슨 친구?”정민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동안 친구와 연락하는 걸 못 봤는데. 거짓말하지 마. 전에 아팠을 때 네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해도 다들 무시했잖아.”그 말이 김예훈 가슴에 비수처럼 박혀 아파왔다. YE 가문 후계자 자격을 잃고나서 인정이 뭔지 깨달았다. 과거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그를 엄청난 재액으로 여기고 연락하는 것조차 싫어서 친구 목록에서 차단시켰다.김예훈이 이를 꽉 물며 괴로움을 참았다. 방문 앞에 서더니 고개를 돌렸다.“대학교 동창이야. 투자 관련 일을 하는데 전에 내 신세를 진 적이 있어. 지금 돈으로 보답하는 거니까 먼저 써!”“네 신세 질 게 뭐가 있어?” 정민아는 믿지 않았다.
“실패한다고? 네가 어떻게 알아? 네가 YE 투자 회사 대표라도 돼? 꼴에 아는 척은. 어쩌지도 못하는 주제에!”임은숙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지금 이 순간 풀지 않으면 안 될 기세다.김예훈이 말을 하려고 할 때 정민아가 소파에 앉았다.“엄마, 예훈이 오늘 자리에 없었어. 그러니 나무라지 마. 정지용이 염치가 없어서 그래. 예훈이 그래도 9억을 들고 와서 급한 불을 껐어. 그러니까…”“그러니까 뭐?! 좋게 말하라고? 급할 불을 꺼줬으니 절이라고 해줄까?”임은숙은 욕만 퍼부느라 이혼에 관한 말은 새까맣게 잊어버렸다.“얼른 가서 밥 안 해? 경고하는데, 앞으로 쭉 있고 싶으면 눈치 있게 행동해. 아니면 어림도 없어!”김예훈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의아한 눈길로 정민아를 쳐다봤다.‘지금 나를 생각해주는 건가?’“어머니, 뭘 드시고 싶어요? 제가 다 할게요.”김예훈의 기분이 좋아졌다.“실실거릴 기분 아니야!”임은숙이 또 쏘아 댔다. 어쩜 이리도 모자란 놈이 있을까? 욕을 먹었는데도 실실 처웃기나 하고!이튿날 아침, 정지용은 BMW를 몰고 건들거리며 YE 투자 회사에 도착했다. 어느 가문에서 왔다고 말하자 프런트 직원이 깍듯하게 응접실로 안내했다. 직원의 친절한 태도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분명 정민아가 가져온 계약서인데 이젠 모두 본인 것이 되었다. 계약서에 이미 서명했으니 대표를 만나서 세부 사항에 대해 얘기하면 투자금을 받을 수 있다. 곧 550억이 자신의 손을 거친다는 생각에 온몸의 세포가 흥분됐다. 중간에서 빼낼 금액도 상당하니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스포츠카 한 대를 바꿀 생각이었다.‘하하하!’이 외에도 정씨 가문 손주들 중에 자신의 공로가 제일 크니 앞으로 가주는 따 놓은 셈이다.혼자만의 좋은 생각을 하던 중, 시야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정지용이 펄쩍 뛰며 응접실 문에 서서 욕을 하기 시작한다.“김예훈, 병신 같은 새끼. 누가 여기 오라고 했어?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얼른 꺼지지 못해? 여기 더럽
하은혜가 사무실에 이미 도착했다. 오늘은 살짝 비치는 블라우스를 입었다. 김예훈이 들어오자 급히 차 한잔을 테이블에 올렸다.“대표님, 정씨 일가에서 정지용이라는 자에게 계약서를 보냈더라고요. 한 번 보시겠습니까?”“안 봐.” 김예훈은 눈 깜짝도 안 하고 지시를 내렸다.“회사 밖으로 끌어내. 다시 들어올려고하면 다리를 분질러버려.”“네!” 대표님은 두 말하는 성격이 아니니 이유를 묻지 않았다.…정지용은 불안했다. 방금 김예훈을 만나서 재앙이 붙었는지 YE 투자 회사 대표가 30분 넘는데도 나타나지 않는다. 슬슬 기분이 상하기 시작하자 드디어 곱게 자란 티를 드러냈다.“이 봐요!” 정지용이 큰소리로 불렀다.곧 프런트 직원이 들어오더니 친절하게 말했다. “고객님, 죄송한데 회사에서 큰 소리를 사양해주십시오.”“너 뭐야? 감히 나한테 명령이야?”정지용이 일어서더니 눈을 거슴츠레 뜨고 직원을 쳐다봤다.“이 봐, 프런트 그만 두고 나를 따르지? 아마 프런트 일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야.”“고객님, 말씀 자중하세요.”“성격 있네. 마음에 들어!”프런트 직원을 상대하기란 생각보다 쉬웠다. 그저 돈만 적당하게 쥐여주면 해결된다.정지용이 막 무슨 짓을 하려고 할 찰나, 응접실 문이 활짝 열리며 하은혜가 들어왔다.“정지용 씨, 오래 기다리셨죠.”정지용이 하은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비주얼만 봐도 대표 비서감이다. 저 얼굴과 몸매, 여기 대표 보는 눈이 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회사 대표 비서는 건드리면 안 된다. 정지용은 잇몸이 만개한 미소를 지으며 계약서를 내밀었다.“하 비서님, 대표님께서 언제 만나주시나요? 제가 서명한 계약서를 갖고 왔어요.”“죄송해요. 정지용 씨.”하은혜는 프리 미소를 지으며 정지용이 내민 계약서를 받지 않았다.“대표님께서 꺼지라고 하십니다. 그러니 계약서는 없던 일로.”“뭐?”정지용은 하은혜에게 싸대기 한 방 날리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여기가 어디지? YE 투자 회사다. 만약 여기서 행패를 부린다면 살
정지용이 다 안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맞습니다, 다른 가능성은 없습니다. 아니면 이들의 계약서가 진짜랑 똑같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너무 멍청했네요, 이렇게 빨리 들통날 줄도 모르고...”“맞습니다, 어르신, 사람을 불러와서 물어보면 똑똑해질 겁니다...”“맞습니다, 그 데릴사위 처음부터 쓰레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도둑질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정민아도 감히 가짜 계약서를 들고 올 생각을 하다니, 정 씨 일가 망신을 제대로 시켰습니다.”정 씨 일가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모두 정민아를 욕하는 말이었다. 550억의 투자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데 감히 가짜 계약서를 들고 사람들을 속일 생각을 하다니? 정 씨 일가는 괘씸함에 화를 냈다.어르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미 효력을 잃은 계약서를 꺼내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임은숙한테 두 녀석 불러오라고 해, 오늘 합리한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 다 같이 정 씨 일가에서 나가라고 전해.”그 말을 들은 정 씨 일가 사람들이 서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이는 좋은 일이었다, 정민아 집이 정 씨 일가에서 나간다면 그들은 적지 않은 재산을 분할 받을 수 있었기에 그들은 정민아 일가가 얼른 정 씨 일가에서 나가기를 바랐다.......YE 투자 회사.김예훈은 이틀 만에 회사의 서류를 거의 다 훑어봤다, YE 투자 회사는 원래 단순히 투자만 하던 회사였지만 김예훈의 사촌 누나인 김예진이 회사를 관리할 때 쓸모없는 투자를 적지 않게 진행해 손해를 보는 바람에 회사 경영이 좋지 않아 작년의 이윤은 200억도 되지 않았다.이런 이윤은 시가가 몇 조는 넘는 회사를 놓고 말할 때 확실히 낮았다. 다행히 김예훈이 회사를 물려받자마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계약을 취소하는 덕에 회사가 그나마 숨을 쉴 기회가 생겼다. 그랬기에 이어지는 투자는 신중을 가해야 했다.김예훈은 전의 투자 프로젝트도 대충 훑어봤지만 정 씨 일가의 쇼핑 센터와 자동차 딜러샵, 두 개
매니저는 이 딜려샵에 김예훈 같은 쓰레기가 살 수 있는 자동차가 없다고 생각했다.“손님, 제가 보기에 손님에게는 이 차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매니저가 김예훈을 내려다보며 일부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포르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차를 끌고 500m 달렸는데 미녀가 차에 올라타지 않는다면 손님께서 너무 무섭게 생긴 건 아닌가 하고 고민을 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매니저의 말을 들은 김예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동차 가까이로 다가가 보더니 말했다.“괜찮은데요, 하지만 제가 운전을 해 본지가 꽤 되어서 그런데 무료 시승을 해볼 수 있을까요? 괜찮으면 사 갈게요.”“무료 시승이요? 손님이요?”여자 판매원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녀는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또 처음 봤다. 몇 억짜리 차를 무료 시승하겠다고 하다니.“손님, 나가주시죠, 여기는 손님을 환영하지 않습니다.”매니저의 말을 들은 김예훈이 멍해졌다, 왜 갑자기 사람을 내쫓는 거지? 투자를 받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김예훈이 입을 떼려는 순간, 한 남자와 여자가 딜려샵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김예훈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정민아?김예훈이 9억 문제를 해결해 줬더니 정민아는 다른 남자를 옆에 달고 쇼핑을 나왔다.정민아 옆에 선 남자는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에 슈트를 입고 있었다. 손목에는 금 시계를 끼고 있었고 조금 잘생기기까지 했다.정민아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지만 예의를 차려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좌불안석이었다.그녀의 옆에 선 안명수는 그녀의 친구 안지희의 사촌 오빠였고 나름 성공한 인물이었다.임은숙의 말에 따르면 정민아를 좋아하는 사람은 회사 입구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줄을 섰지만 그녀는 안명수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김예훈처럼 무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안 대표님!”도도하게 김예훈의 옆에 서있던 매니저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빠르게 안명수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안명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네! 안 대표님, 지금 당장 쫓아내겠습니다.”매니저가 다급하게 대답하더니 고개를 돌려 험한 얼굴로 김예훈을 보며 말했다.“얼른 나가주시죠,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길을 모르는 거라면 경비에게 부탁을 해도 되고요…”하지만 김예훈은 매니저를 지나쳐 가더니 정민아에게 다가갔다.“김… 김예훈?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그제야 김예훈을 발견한 정민아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는 기쁘기도 했지만 이 상황이 난감하기도 했다.그녀도 자신의 이런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김예훈 앞에서의 그녀는 늘 도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김예훈을 봐도 전처럼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이지 않을 때 마음이 허했다.중요한 것은 자신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김예훈에게 들킨 지금, 그녀가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예훈이 화를 낼까 봐 걱정하는 것일까? 정민아는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김예훈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옆에 선 안명수를 바라봤다.김예훈에게 다가간 정민아가 망설이다 김예훈의 손을 끌고 옆으로 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오해하지 마. 이분은 안지희 사촌 오빠야, 나를 계속 쫓아다니기는 했지만 내가 다 거절했어. 오늘도 엄마가 자꾸 오라고 해서…”정민아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김예훈은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리고 임은숙이 사위를 찾는 속도도 꽤 빠르다고 생각했다. 박동훈이 사라지니 이번에는 안명수를 물색해 내다니.“이분은 누구예요?”안명수가 정민아에게 물었다.남해시의 이름난 도도한 여신의 전화번호를 따고 싶어도 못 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정민아가 이 덜떨어져 보이는 사람이랑 친해 보이는 상황이 안명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안명수는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빠졌다. 누군데 감히 정민아에게 손을 대는 거지? 자기 주제도 모르고.“이분은 제 남편 김예훈입니다.”정민아가 말했다.그 말을 들은 안명수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잠시 후, 문득 깨달은 얼굴로 말했다.“난 또 누구라고, 그
안지희의 말을 들은 정민아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안지희가 다시 의아한 얼굴로 안명수를 바라봤다.“지희야, 저 데릴사위가 오늘 차 사러 왔단다. 그것도 포르쉐가 마음에 든데, 네가 색깔 골라줘라.”“됐어, 내가 왜.”안지희가 다시 김예훈을 쏘아보며 말했다.“멍청한 놈아, 우리 민아랑 오빠 데이트 중인 거 안 보여? 눈치 좀 챙기고 얼른 꺼져.”그 말을 들은 안명수가 웃었다. 그리고 김예훈을 힐끔 바라봤다, 참 실패한 인생이 따로 없었다. 소문으로는 정민아 사촌 동생의 신발까지 씻어준다고 하던데 정말이지 남자로서의 존엄은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안명수는 생각했다.안지희의 말을 들은 김예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안지희가 말을 곱지 않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심한 말을 할 줄은 몰랐다.김예훈이 화를 내려던 찰나, 옆에 있던 정민아가 안지희를 옆으로 끌고 가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지희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너네 사촌 오빠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내가 오늘 왜 여기에 왔는지 너 몰라? 그리고 나 아직, 저 사람이랑 이혼할 준비 못 했어…”마지막 한마디를 하는 정민아는 제 발이 저려 모기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안지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정민아의 이마를 만졌다.“열은 안 나는데, 왜 헛소리를 하지…”고민하던 안지희가 다시 김예훈을 쏘아보며 말했다.“김예훈, 너 돈 좀 빌려왔다고 뭐 대단한 것 같지? 감히 우리 민아를 협박해서 이혼도 못하게 해? 그까짓 돈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너 정 씨 일가에서 3년 동안이나 거저 먹고 놀았잖아, 그러니까 돈 좀 내놓는 것도 당연한 거야! 남자로서 자존심이 있다면 얼른 민아랑 이혼해, 우리 민아 앞길 막지 말고!”안지희의 말을 들은 김예훈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우리 부부의 일을 왜 네가 나서서 참견질이야? 네가 누군데?”“너!”안지희는 늘 나약하게 굴던 김예훈이 말대꾸를 할 줄 몰랐다.“남자가 자기 와이프 뒤나 밟으니까 재밌어?”“누가 그래? 나 차 사러
“어릴때부터, 오빠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오빠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대한민국 5대 문호로 만들겠다면서 최고로 거듭나겠다고 했지. 나중에 커서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되어서 여전히 어릴때부터 알고 지낸 오빠이자 영웅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떻게 내가 일본인한테 괴롭힘당해도 가만히 있을 수 있어? 어떻게 일본인이 나를 협박할 수 있게 가만히 지켜볼 수 있냐고. 내가 얼마나 큰 영웅이라고 생각했는데. 김현민, 너는 우리 현민 오빠가 아니야! 너는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일본인만 만나면 겁부터 먹는 비겁한 자식이야! 염치도 없는 자식! 이러고도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칵! 퉤!”허유주는 김현민을 좋아했던 것만큼 그에 대한 실망이 컸다.김현민이 자기편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그한테는 그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일 줄 몰랐다.심지어 허유주를 이용해서 야마구치파가 자기한테 빚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이순간 허유주는 그제야 김현민이 얼마나 우습고 가식적인 사람인지 알수 있었다.쨕!김현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허유주의 뺨을 때렸다.허유주는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뒤로 휘청거리고 말았다.“허유주, 우리가 그동안 알고 지낸 정을 봐서라도 아까 네가 했던 말은 못 들은 거로 해줄게. 나중에 또 이런 비슷한 말을 듣는 순간 허씨 가문을 없애버릴 거야.”허유주가 한번이고 두번이고 계속 반박하자 자존심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허순재가 아끼는 딸이라 이용 가치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타케이한테 그녀를 내줬을 것이다.허유주는 뒤로 몇 발짝 물러서면서 얼굴을 부여잡은 채 울먹거리면서 말했다.“피해자는 나라고. 왜 날 때려?”김현민이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진작에 죽여버렸다는 거 알잖아. 내가 너 얼마나 예뻐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허유주가 뺨 맞는 모습을 본 진세은은 깨 고소한 표정을 지었다.특히 타케이는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불리는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이 이렇게 자기 체면을
얼굴이 창백해진 허유주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김현민을 쳐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 이렇게 이 사건을 일단락시킬 줄 몰랐다.이때 허유주가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난 받아들일 수가 없어! 바든, 200억 원이든, 사과든 나한테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거 알잖아. 우리 허씨 가문이 이따위를 탐낼 줄 알았어? 내가 운이 좋아서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기 다행이지, 아니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알기나 아냐고. 나는 한가지 요구밖에 없어. 타케이의 사지를 찢어버리고 고자로 만들어 버리는 거. 고자는 무조건 만들어야겠어!”허유주는 이가 깨질 정도로 아득바득 갈았다.그녀의 표정을 보고있던 남자들은 아랫도리가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유주야!”김현민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오빠 체면을 지켜주지 않을 거야?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네 마음대로 해. 타케이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이런 중벌을 받을 필요는 없잖아. 저 사람을 고자로 만들어 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아? 내가 이러는 것도 허씨 가문을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아직도 잘 모르겠어?”눈시울이 붉어진 허유주는 여전히 이를 꽉 깨물고 있었다.“그것보다 나의 억울함을 씻어달라고!”이때 김현민이 냉랭하게 말했다.“내 말대로 해.”김현민이 주영철 일행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이제부터 아무도 나서지 못해. 함부로 나서는 순간 밀양 허씨 가문은 우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적으로 삼는 거야. 그 대가가 어떨지는 다들 알고 있잖아. 유주는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지만 그쪽은 도박왕님을 오랫동안 모셔서 잘 알고 있을 거잖아. 진주·밀양 안동 김씨가문과 등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지?”주영철 일행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밀양 허씨 가문이 아무리 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해도 진주·밀양에서 하늘과 같은 안동 김씨 가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김현민 말대로 허유주가 아무리 어리광을 부린다고 해도 이들은 절대로 똑같이 그러면 안 되었다
“현민 오빠!”허유주는 김현민과 꽤 가까워 보였다.“내가 소란을 피우려던 것이 아니라 타케이 이 사람이 나한테 약을 탔다고. 그것도 모자라 진세은도 옆에서 도와줬다고. 이 억울함을 씻어내야 하지 않겠어?”진세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김 도련님, 이 모든 것은 오해일 뿐입니다. 저랑 타케이 도련님은 사과하는 의미로 배상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허유주가 밀양 허씨 가문을 등에 업고 타케이 도련님을 고자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협박했어요. 김 도련님, 남자한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제가...”“그만해. 다들 입 다물어.”김현민은 손을 흔들면서 어마어마한 위엄을 보여주고 있었다.“어떻게 된 일인지 이미 듣고 왔어. 이번 사건은 타케이 도련님이랑 진세은이 잘못한거야. 너를 건드리는 순간 세 집안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져 진주·밀양이 혼란에 빠질 거라고. 홍성파든 일본 야마구치파든 이번 사건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했지만 불행 중의 다행으로 너한테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진세은도 너의 신분을 알았으면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거야. 서로 같은 배를 타고 있으면서 이런 사소한 일로 싸워서야 하겠어? 유주야, 이번 사건은 내가 마무리 지을 테니까 더이상 어리광 부리지 마. 타케이 도련님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과하시고, 허씨 가문에 200억 원을 배상하세요. 진세은은 이 바를 허씨 가문에 내어주고 유주의 명의로 바꿔주고. 그리고 유주 너도 더이상 이 사건을 언급하지 마. 약을 탄 유우토는 진주 감옥에 평생 가둬버려. 다들 의견 없으시죠?”김현민은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있는 것 같아도 그가 내린 결정은 아무도 개변시킬 수 없었다.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그의 뜻을 어기는 순간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어떤 각도로 보나 김현민은 쌍방의 입장에 서서 서로 얼굴 붉힐 일 없게 결정을 잘 내린 것이다.이로써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주장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알수 있었다.진세은과 타케이는 서로 눈치만 보다 그의 말대로
바로 이때, 진세은은 그제야 반응하더니 비참한 광경을 보면서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허유주, 도대체 무슨 뜻이야?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허유주는 전혀 흔들림 없이 냉랭하게 말했다.“아저씨, 타케이를 병신으로 만들어버려요.”주영철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짓 한번 하자 한 무리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앞으로 나섰다.대립 구도에 선 쌍방은 긴장감의 극치에 도달하고 말았다.“그만!”쌍방이 제대로 붙어보려고 할때, 문밖에서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모두 다 멈춰!”이때, 누군가 천장을 향해 방아쇠까지 당기는 바람에 분위기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한 무리로 걸어들어오는 사람 중에 가장 앞장선 사람은 꽤 잘생긴 훈남이었다.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핸드폰을 꺼내 빅토리아 항구 불꽃 쇼에서 찍힌 사진을 확인했다.선재 스님의 옆에 서 있었던 이 사람은 바로 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가문의 김현민이었다.김예훈은 이런 상황에서 만날 줄 몰랐는지 눈빛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일본 야마구치파? 허씨 가문 허유주? 홍성파 진세은? 진세은이 야마구치파를 도와 허씨 가문을 짓밟으려고 한 건가?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김현민이 나서서 상황 수습을 한다고?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계획된 걸까?’이때 김예훈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만약 이 모든 것이 김현민이 허씨 가문을 상대로 계획한 것이라면 김현민이 자신을 맞닥뜨려서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김현민 도련님!”“현민 오빠!”김현민이 한 무리의 사람을 데리고 나타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이때 쌍방은 모두 뒤로 물러섰고, 주영철도 허유주의 옆으로 돌아가면서 마침 뒤에 있던 김예훈을 가렸다.담담한 표정으로 뒷짐 쥐고 중앙으로 걸어가는 김현민은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진세은이든 허유주는 그를 만난 순간 긴장하기 시작했다.김현민은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불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물려받을 사람이기도 했
“타케이 도련님의 사지를 찢어버리겠다고? 그것도 모자라 고자로 만들어 버리겠다고?”진세은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허유주, 적당히 하는 것이 좋을 거야. 나중에 또 서로 볼 사이잖아. 피해자인 척하지 마. 아무 일도 없었던 거 아니야? 이렇게 센척하면 내가 정말 허씨 가문을 두려워할 줄 알았어? 나를 건드리면 좋은 점이 뭐가 있다고 그래?”진세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1분만 더 줄게.”허유주는 진세은의 화를 무시하고 똑같이 냉랭하게 말했다.“네가 할래? 아니면 내가 직접 할까?”진세은은 허유주가 자기 체면을 지켜주지 않을 줄 몰랐는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타케이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 지나 알아? 일본 야마구치파의 오야붕이라고! 야마구치파가 어떤 존재인지나 알아? 일본 6대 파벌 중의 하나이자 우리 대한민국에서의 5대 문호와도 같은 존재라고! 타케이 도련님의 사지를 찢어버리겠다고? 정말 야마구치파랑 끝까지 갈 생각이야? 고작 허씨 가문 따위가 그 후과를 감당할 수나 있겠어? 밀양에서 왕 노릇 하고 있으니까 정말 자기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진세은은 타케이의 신분을 공개하는 것으로 허유주를 협박하려고 했다.그런데 허유주가 냉랭한 표정으로 서서히 말하는 것이다.“아직 30초 남았어.”진세은은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허유주, 넌 정말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이때 한 일본 청년이 나서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쳐다보았다.“이봐, 정당히 해! 우리 타케이 도련님은 야마구치파 장로님의 아들이라고! 도련님한테 잘 보였으면 영광인 줄 알아야지.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고 지금 뭐하는 짓이야! 좋은 말로 할때 순순히 옷을 벗고 우리 도련님을 잘 모셔. 아니면 허씨 가문을 정말 없애버릴 거니까!”일본 청년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허유주를 향해 멱을 따겠다는 제스처를 했다.표정이 굳어버린 주영철은 앞으로 나서서 그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퍽!일본 청년은 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때 주영철이 번개같
이때 주영철이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서 진세은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진세은 씨, 이번 일은 홍성파에서 저희 허씨 가문에 제대로 사과해야겠는데요? 아니면 선전포고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이때 타케이가 진세은한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진세은 씨, 저 여자 특별한 신분을 가지고 있어요?”“특별한 신분을 가지고 있냐고 물은 거예요?”진세은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당연히 특별하죠. 밀양 허씨 가문의 사람인데.”‘허씨 가문의 딸인 거야?’허유주의 신분을 들은 타케이는 두려워하는 대신 더욱더 흥분하기 시작했다.지금 바로 덮쳐서 허유주를 생으로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허유주, 집사님, 오해예요. 그냥 오해일 뿐이라고요.”진세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허유주와 주영철을 보면서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타케이 도련님께서 술에 취해서 너의 아름다운 미모를 보고 몇 마디 칭찬했을 뿐인데 부하들이 오해했지, 뭐야. 그러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런데 유우토도 허리가 끊어지고, 이 많은 사람이 얻어맞은 걸로 처벌을 받은 거로 해주시면 안 될까? 타케이 도련님한테 사과드리라고 할게. 그리고 내가 타케이 도련님을 대신해서 2억 원까지 배상할게. 그냥 없었던 일로 해주면 안 될까? 우리 어차피 계속 보면서 지내야 하는 사이잖아. 허씨 가문도 괜히 우리 홍성파를 적으로 삼고 싶은 건 아니잖아.”진세은은 웃으면서 의미심장한 말들을 내뱉었다. 이런 말을 하면 허씨 가문에서 자기 체면을 세워줄 줄 알았다.밀양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총을 가지고 있어 상대하기 어려웠다.허유주는 도박왕 허순재의 딸이긴 했지만,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지 않아 진세은과는 달랐다.홍성파를 휘어잡고 있는 진세은이 진두준마저 짓밟고 있다는 걸 알고있는 허씨 가문에서 알아서 체면을 세워줄 거로 생각했다.타케이는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흥미진진하고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허유주를 쳐다보고 있었다.밀양 허씨 가문을
“궁금해도 소용없을 텐데요?”여유작작 차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은 추문성에게도 한 잔 따라주었다.“제 친구한테 약을 탄 대가로 무릎을 꿇을 건지, 아니면 목숨을 내놓을지부터 대답해 보세요.”“무릎을 꿇고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니...”진세은은 여전히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이봐요, 설마 지금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니죠? 약을 타요? 타케이 도련님 마음에 들 수 있다는 건 영광이라고 생각해야죠. 타케이 도련님을 모실 기회까지 줬는데 고맙다고 해야 할지언정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진세은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아, 그 여자는 어디 갔어요? 당장 데려와요. 아니면 당신의 손발을 부러뜨릴 것이니. 그년이 타케이 도련님을 모시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상상만 해도 재밌지 않아요?”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타케이를 쳐다보았다.허유주를 언급하자 냉랭하던 아까와는 달리 뜨거운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다.그러고는 주머니에 있던 하늘색 알약을 꿀꺽 삼키더니 더욱 흥분된 모습이었다.“설마 그년을 보내버린 건 아니죠?”김예훈이 여전히 입을 열지 않자, 진세은이 더욱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괜찮아요. 어차피 당신을 병신으로 만들어 버리면 당신이 그년을 돌아오게 할 거니까요. 저는 당신이 그럴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진세은, 네가 직접 타케이 노리개나 할거지 그래.”바로 이때, 룸 밖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홍성파 큰 아가씨라는 사람이 일본 사람한테 여자나 바치고. 정말 대한민국 얼굴에 먹칠을 제대로 하고 있네!”이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한 무리의 사람을 데리고 나타난 허유주의 옆에는 허씨 가문의 집사인 주영철이 함께하고 있었다.1대1로 홍성파 부하들의 앞을 가로막은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은 언제든지 싸울 준비를 하고있었다.타케이는 갑자기 나타난 허유주에 두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역시 날 버리지 않았어.”쨕!허유주는 두말없이 바로 타
열몇 명의 홍성파 부하들은 씩씩거리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게 되었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김예훈은 이미 천번 만번 죽은 목숨이었다.진세은은 유난히 평온하기만 했다.그녀는 손짓 하나로 분노로 들끓고 있는 홍성파 부하들의 감정을 억제했다.이점을 봤을 때 진세은이 홍성파에서 절대적인 위엄과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때 진세은이 앞으로 두 발짝 나서서 두 동강 난 구룡 패쪽을 주워 만지작거리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피식 웃었다.“당신이 바로 우리 홍성파 구룡 패쪽을 두 동강 낸 사람이에요?”분명 매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은은하게 살기를 뿜어냈다.“맞는데요?”김예훈이 사실대로 대답했다.“이거 짝퉁이죠? 그냥 쉽게 부러지던데요? 제가 대신 구룡 패쪽이 짝퉁이라는 걸 밝혀드렸는데 저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러는 거 어떨까요? 감사의 의미로 모든 사람이 저한테 무릎 꿇고 머리를 박으면서 사과하는 거.”거만함이 가득한 김예훈의 말에 홍성파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지금 장난해?’‘구룡 패쪽이 가짜라고?’‘짝퉁인 걸 대신 밝혔다고?’‘우리더러 무릎 꿇고 머리를 박으면서까지 감사의 인사를 전하라고?’‘어디서 대낮에 허황한 꿈을 꾸고 있는 거야.’‘감히 구룡 패쪽을 두 동강 내?’‘우리 홍성파가 무릎 꿇으라면 꿇는 그런 존재로밖에 안 보여?’김예훈의 거만함은 타케이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타케이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있었다.그는 진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김예훈이 기타가와 나오야를 일본으로 쫓아낸 장본인인 걸 모르고 있었다.그저 그를 죽으려고 환장한 놈으로 보고 있었다.“재밌군.”분노에 들끓고 있는 부하들과 달리 진세은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그녀는 팔짱을 끼고 김예훈을 내려다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저 진세은의 체면을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씀이군요.”진세은한테는 홍성파의 체면보다
퍽!앞으로 나선 추문성은 흑구의 머리를 짓밟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김 도련님께서 너 보고 가라고 그랬어?”추문성은 김예훈에게 대드는 사람은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다.‘여기가 어디라고!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도 되는 곳인 줄 알았나 봐.’얼굴이 바닥에 짓밟혀 있던 흑구는 몸부림치면서 김예훈을 째려보았다.“이 자식이! 감히 나를 해쳐? 내가 홍성파 사람인 거 몰라? 내가 진세은 아가씨의 아끼는 부하인 거 모르냐고! 나를 이렇게 건드렸다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기나 해?”김예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흑구 앞으로 걸어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아무 생각 없는 놈이구나. 이 지경에도 잘난 척하고 싶어? 내가 이 많은 사람을 병신으로 만들어버렸는데도 날 의심해? 왜. 꼭 너까지 죽여버려야겠어?”“내가 진주·밀양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흑구는 이를 갈면서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게 대단하면 날 죽여버리든지! 아니면 네가 목숨을 내놓아야 할 거야.”김예훈은 흑구를 들어 올리라고 추문성에게 무언의 눈빛을 보내고는 뺨을 때렸다.쨕!뺨 한 대에 흑구의 이빨이 모조리 빠져버리고 말았다.“쓸데없는 말이 정말 많네. 너희 진세은 아가씨한테 전화해. 이깟 구룡 패쪽으로는 날 모시지 못할 거라고. 그 사람이 직접 찾아오지 않는 날엔 너랑 유우토, 모두 다 죽어야 할 거라고.”눈가를 파르르 떨던 흑구는 고집을 부리려다 김예훈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는지 마지막 용기마저 사라지고 말았다.잠시 후, 흑구는 부하한테 스피커폰으로 진세은한테 전화하라고 했다.통화가 연결되고, 전화기 너머에서 한 여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흑구, 아직도 안 데려오고 뭐 해. 타케이 도련님 흥을 깨뜨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흑구는 또 한 번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아가씨, 죄송해요. 저도 속수무책으로 잡혀버리고 말았어요.”한참동안의 침묵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