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다고? 네가 어떻게 알아? 네가 YE 투자 회사 대표라도 돼? 꼴에 아는 척은. 어쩌지도 못하는 주제에!”임은숙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지금 이 순간 풀지 않으면 안 될 기세다.김예훈이 말을 하려고 할 때 정민아가 소파에 앉았다.“엄마, 예훈이 오늘 자리에 없었어. 그러니 나무라지 마. 정지용이 염치가 없어서 그래. 예훈이 그래도 9억을 들고 와서 급한 불을 껐어. 그러니까…”“그러니까 뭐?! 좋게 말하라고? 급할 불을 꺼줬으니 절이라고 해줄까?”임은숙은 욕만 퍼부느라 이혼에 관한 말은 새까맣게 잊어버렸다.“얼른 가서 밥 안 해? 경고하는데, 앞으로 쭉 있고 싶으면 눈치 있게 행동해. 아니면 어림도 없어!”김예훈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의아한 눈길로 정민아를 쳐다봤다.‘지금 나를 생각해주는 건가?’“어머니, 뭘 드시고 싶어요? 제가 다 할게요.”김예훈의 기분이 좋아졌다.“실실거릴 기분 아니야!”임은숙이 또 쏘아 댔다. 어쩜 이리도 모자란 놈이 있을까? 욕을 먹었는데도 실실 처웃기나 하고!이튿날 아침, 정지용은 BMW를 몰고 건들거리며 YE 투자 회사에 도착했다. 어느 가문에서 왔다고 말하자 프런트 직원이 깍듯하게 응접실로 안내했다. 직원의 친절한 태도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분명 정민아가 가져온 계약서인데 이젠 모두 본인 것이 되었다. 계약서에 이미 서명했으니 대표를 만나서 세부 사항에 대해 얘기하면 투자금을 받을 수 있다. 곧 550억이 자신의 손을 거친다는 생각에 온몸의 세포가 흥분됐다. 중간에서 빼낼 금액도 상당하니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스포츠카 한 대를 바꿀 생각이었다.‘하하하!’이 외에도 정씨 가문 손주들 중에 자신의 공로가 제일 크니 앞으로 가주는 따 놓은 셈이다.혼자만의 좋은 생각을 하던 중, 시야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정지용이 펄쩍 뛰며 응접실 문에 서서 욕을 하기 시작한다.“김예훈, 병신 같은 새끼. 누가 여기 오라고 했어?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얼른 꺼지지 못해? 여기 더럽
하은혜가 사무실에 이미 도착했다. 오늘은 살짝 비치는 블라우스를 입었다. 김예훈이 들어오자 급히 차 한잔을 테이블에 올렸다.“대표님, 정씨 일가에서 정지용이라는 자에게 계약서를 보냈더라고요. 한 번 보시겠습니까?”“안 봐.” 김예훈은 눈 깜짝도 안 하고 지시를 내렸다.“회사 밖으로 끌어내. 다시 들어올려고하면 다리를 분질러버려.”“네!” 대표님은 두 말하는 성격이 아니니 이유를 묻지 않았다.…정지용은 불안했다. 방금 김예훈을 만나서 재앙이 붙었는지 YE 투자 회사 대표가 30분 넘는데도 나타나지 않는다. 슬슬 기분이 상하기 시작하자 드디어 곱게 자란 티를 드러냈다.“이 봐요!” 정지용이 큰소리로 불렀다.곧 프런트 직원이 들어오더니 친절하게 말했다. “고객님, 죄송한데 회사에서 큰 소리를 사양해주십시오.”“너 뭐야? 감히 나한테 명령이야?”정지용이 일어서더니 눈을 거슴츠레 뜨고 직원을 쳐다봤다.“이 봐, 프런트 그만 두고 나를 따르지? 아마 프런트 일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야.”“고객님, 말씀 자중하세요.”“성격 있네. 마음에 들어!”프런트 직원을 상대하기란 생각보다 쉬웠다. 그저 돈만 적당하게 쥐여주면 해결된다.정지용이 막 무슨 짓을 하려고 할 찰나, 응접실 문이 활짝 열리며 하은혜가 들어왔다.“정지용 씨, 오래 기다리셨죠.”정지용이 하은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비주얼만 봐도 대표 비서감이다. 저 얼굴과 몸매, 여기 대표 보는 눈이 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회사 대표 비서는 건드리면 안 된다. 정지용은 잇몸이 만개한 미소를 지으며 계약서를 내밀었다.“하 비서님, 대표님께서 언제 만나주시나요? 제가 서명한 계약서를 갖고 왔어요.”“죄송해요. 정지용 씨.”하은혜는 프리 미소를 지으며 정지용이 내민 계약서를 받지 않았다.“대표님께서 꺼지라고 하십니다. 그러니 계약서는 없던 일로.”“뭐?”정지용은 하은혜에게 싸대기 한 방 날리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여기가 어디지? YE 투자 회사다. 만약 여기서 행패를 부린다면 살
정지용이 다 안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맞습니다, 다른 가능성은 없습니다. 아니면 이들의 계약서가 진짜랑 똑같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너무 멍청했네요, 이렇게 빨리 들통날 줄도 모르고...”“맞습니다, 어르신, 사람을 불러와서 물어보면 똑똑해질 겁니다...”“맞습니다, 그 데릴사위 처음부터 쓰레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도둑질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정민아도 감히 가짜 계약서를 들고 올 생각을 하다니, 정 씨 일가 망신을 제대로 시켰습니다.”정 씨 일가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모두 정민아를 욕하는 말이었다. 550억의 투자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데 감히 가짜 계약서를 들고 사람들을 속일 생각을 하다니? 정 씨 일가는 괘씸함에 화를 냈다.어르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미 효력을 잃은 계약서를 꺼내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임은숙한테 두 녀석 불러오라고 해, 오늘 합리한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 다 같이 정 씨 일가에서 나가라고 전해.”그 말을 들은 정 씨 일가 사람들이 서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이는 좋은 일이었다, 정민아 집이 정 씨 일가에서 나간다면 그들은 적지 않은 재산을 분할 받을 수 있었기에 그들은 정민아 일가가 얼른 정 씨 일가에서 나가기를 바랐다.......YE 투자 회사.김예훈은 이틀 만에 회사의 서류를 거의 다 훑어봤다, YE 투자 회사는 원래 단순히 투자만 하던 회사였지만 김예훈의 사촌 누나인 김예진이 회사를 관리할 때 쓸모없는 투자를 적지 않게 진행해 손해를 보는 바람에 회사 경영이 좋지 않아 작년의 이윤은 200억도 되지 않았다.이런 이윤은 시가가 몇 조는 넘는 회사를 놓고 말할 때 확실히 낮았다. 다행히 김예훈이 회사를 물려받자마자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계약을 취소하는 덕에 회사가 그나마 숨을 쉴 기회가 생겼다. 그랬기에 이어지는 투자는 신중을 가해야 했다.김예훈은 전의 투자 프로젝트도 대충 훑어봤지만 정 씨 일가의 쇼핑 센터와 자동차 딜러샵, 두 개
매니저는 이 딜려샵에 김예훈 같은 쓰레기가 살 수 있는 자동차가 없다고 생각했다.“손님, 제가 보기에 손님에게는 이 차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매니저가 김예훈을 내려다보며 일부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포르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차를 끌고 500m 달렸는데 미녀가 차에 올라타지 않는다면 손님께서 너무 무섭게 생긴 건 아닌가 하고 고민을 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매니저의 말을 들은 김예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동차 가까이로 다가가 보더니 말했다.“괜찮은데요, 하지만 제가 운전을 해 본지가 꽤 되어서 그런데 무료 시승을 해볼 수 있을까요? 괜찮으면 사 갈게요.”“무료 시승이요? 손님이요?”여자 판매원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녀는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또 처음 봤다. 몇 억짜리 차를 무료 시승하겠다고 하다니.“손님, 나가주시죠, 여기는 손님을 환영하지 않습니다.”매니저의 말을 들은 김예훈이 멍해졌다, 왜 갑자기 사람을 내쫓는 거지? 투자를 받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김예훈이 입을 떼려는 순간, 한 남자와 여자가 딜려샵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김예훈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정민아?김예훈이 9억 문제를 해결해 줬더니 정민아는 다른 남자를 옆에 달고 쇼핑을 나왔다.정민아 옆에 선 남자는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에 슈트를 입고 있었다. 손목에는 금 시계를 끼고 있었고 조금 잘생기기까지 했다.정민아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지만 예의를 차려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좌불안석이었다.그녀의 옆에 선 안명수는 그녀의 친구 안지희의 사촌 오빠였고 나름 성공한 인물이었다.임은숙의 말에 따르면 정민아를 좋아하는 사람은 회사 입구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줄을 섰지만 그녀는 안명수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김예훈처럼 무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안 대표님!”도도하게 김예훈의 옆에 서있던 매니저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빠르게 안명수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안명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네! 안 대표님, 지금 당장 쫓아내겠습니다.”매니저가 다급하게 대답하더니 고개를 돌려 험한 얼굴로 김예훈을 보며 말했다.“얼른 나가주시죠,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길을 모르는 거라면 경비에게 부탁을 해도 되고요…”하지만 김예훈은 매니저를 지나쳐 가더니 정민아에게 다가갔다.“김… 김예훈?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그제야 김예훈을 발견한 정민아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는 기쁘기도 했지만 이 상황이 난감하기도 했다.그녀도 자신의 이런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김예훈 앞에서의 그녀는 늘 도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김예훈을 봐도 전처럼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이지 않을 때 마음이 허했다.중요한 것은 자신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김예훈에게 들킨 지금, 그녀가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예훈이 화를 낼까 봐 걱정하는 것일까? 정민아는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김예훈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옆에 선 안명수를 바라봤다.김예훈에게 다가간 정민아가 망설이다 김예훈의 손을 끌고 옆으로 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오해하지 마. 이분은 안지희 사촌 오빠야, 나를 계속 쫓아다니기는 했지만 내가 다 거절했어. 오늘도 엄마가 자꾸 오라고 해서…”정민아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김예훈은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리고 임은숙이 사위를 찾는 속도도 꽤 빠르다고 생각했다. 박동훈이 사라지니 이번에는 안명수를 물색해 내다니.“이분은 누구예요?”안명수가 정민아에게 물었다.남해시의 이름난 도도한 여신의 전화번호를 따고 싶어도 못 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정민아가 이 덜떨어져 보이는 사람이랑 친해 보이는 상황이 안명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안명수는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빠졌다. 누군데 감히 정민아에게 손을 대는 거지? 자기 주제도 모르고.“이분은 제 남편 김예훈입니다.”정민아가 말했다.그 말을 들은 안명수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잠시 후, 문득 깨달은 얼굴로 말했다.“난 또 누구라고, 그
안지희의 말을 들은 정민아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안지희가 다시 의아한 얼굴로 안명수를 바라봤다.“지희야, 저 데릴사위가 오늘 차 사러 왔단다. 그것도 포르쉐가 마음에 든데, 네가 색깔 골라줘라.”“됐어, 내가 왜.”안지희가 다시 김예훈을 쏘아보며 말했다.“멍청한 놈아, 우리 민아랑 오빠 데이트 중인 거 안 보여? 눈치 좀 챙기고 얼른 꺼져.”그 말을 들은 안명수가 웃었다. 그리고 김예훈을 힐끔 바라봤다, 참 실패한 인생이 따로 없었다. 소문으로는 정민아 사촌 동생의 신발까지 씻어준다고 하던데 정말이지 남자로서의 존엄은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안명수는 생각했다.안지희의 말을 들은 김예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안지희가 말을 곱지 않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심한 말을 할 줄은 몰랐다.김예훈이 화를 내려던 찰나, 옆에 있던 정민아가 안지희를 옆으로 끌고 가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지희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너네 사촌 오빠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내가 오늘 왜 여기에 왔는지 너 몰라? 그리고 나 아직, 저 사람이랑 이혼할 준비 못 했어…”마지막 한마디를 하는 정민아는 제 발이 저려 모기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안지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정민아의 이마를 만졌다.“열은 안 나는데, 왜 헛소리를 하지…”고민하던 안지희가 다시 김예훈을 쏘아보며 말했다.“김예훈, 너 돈 좀 빌려왔다고 뭐 대단한 것 같지? 감히 우리 민아를 협박해서 이혼도 못하게 해? 그까짓 돈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너 정 씨 일가에서 3년 동안이나 거저 먹고 놀았잖아, 그러니까 돈 좀 내놓는 것도 당연한 거야! 남자로서 자존심이 있다면 얼른 민아랑 이혼해, 우리 민아 앞길 막지 말고!”안지희의 말을 들은 김예훈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우리 부부의 일을 왜 네가 나서서 참견질이야? 네가 누군데?”“너!”안지희는 늘 나약하게 굴던 김예훈이 말대꾸를 할 줄 몰랐다.“남자가 자기 와이프 뒤나 밟으니까 재밌어?”“누가 그래? 나 차 사러
“한 550억이나 하면 다행이죠! 그리고 차가 이렇게 적은 걸 보니 자금줄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요! 투자를 하려고 했는데 당신 태도를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어요.”김예훈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모든 이들의 귓속에 선명하게 들렸다.순간, 샵에는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바보를 보듯 김예훈을 바라봤다.안명수는 헛웃음을 지었다.“당신이 투자? 당신한테 돈이 있다고 해도 필요 없으니까 얼른 꺼져!”하지만 김예훈은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안 대표님, 쫓아내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갈 겁니다. 하지만 제가 떠난 뒤에 대표님께서 무릎을 꿇고 돌아와달라고 사정해야 할 겁니다.”김예훈이 냉랭하게 안명수를 바라봤다. 안명수는 지금 자신이 누구와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전에 한 번만 와달라고 그렇게 사정을 하더니 지금은 자신을 쫓아내려고 하다니, 이따 얼마나 후회를 할런지.“김예훈 씨, 제가 시 병원의 전문의를 알고 있는데 연락해 드릴까요? 가서 좀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의사한테 이마에 침 좀 놔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머리에 들어간 물을 좀 빼세요. 내가 당신한테 무릎을 꿇고 빌 거라고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그럼 이것만 기억하고 계세요,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아무것도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사람이라는 거.”김예훈이 담담하게 웃으며 샵을 떠났다.“민아야, 저 정신병자랑 당장 이혼해. 저 사람 정말 좀 미친 것 같아, 언제 너를 해칠지도 모른다고.”안지희가 떠나는 김예훈을 보며 말했다.“저 사람 얘기는 그만하고 사무실에 가서 좀 기다리자, YE 투자 회사의 대표님께서 오실 때 된 것 같으니까.”“오빠, YE 투자 회사를 말하는 거지? 우리 남해시에서 많은 기업에 투자를 한 YE 투자 회사? 새로 부임한 대표님이 젊고 능력 있다고 하던데. 게다가 신비하고 겸손하고 잘생기기까지 했대, 완전 내 이상형이야, 오빠, 그 사람 꼭 나한테 소개해줘야 돼.
김예훈은 “좀 늦게 돌아갈 거 같은데.”라고 대답했다.“혹시 무슨 일 있어?” 정민아는 3년 동안 제대로 외출한 적이 없었던 데릴 사위인 김예훈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했다.김예훈은 “출근, 일해야지.”라고 말했다.“무슨 일?” 정민아는 흐뭇해했다. 3년이 지난 지금에야 남편이 마침내 조금 나아졌다.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나에게 돈을 빌려준 친구의 비서를 하려고, 그 친구가 최근에 남해로 돌아와 사업을 하거든, 방금 그를 도와 차를 사러 간 거야.”라고 말했다.정민아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야? 건설업계라면 우리 집안하고도 손을 잡고 합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이 말을 하고 나서 정민아는 마음이 좀 불편해지긴 했지만, 김예훈의 친구가 건설업을 한다고 말할까 봐 조금 걱정스러웠다. 어쨌든 정민아는 자신의 처지가 정씨 일가에서 결정적인 역할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고 김예훈은 더더욱 말할 필요도 없었다.“작은 투자 회사일뿐이지, 큰 기업하고는 합작할 수 없어.”라며 김예훈이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을 밝히려 했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 핑계를 댔다.그는 지나 3년 동안 정민아가 점차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었고, 심지어는 약간의 호감까지 갖게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김예훈은 갑자기 돈이 생겨서 자신을 다르게 보는 것보다 정민아가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하길 바랐다.김예훈이 말을 아끼는 것을 보고 정민아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당신이 이젠 출근을 하게 됐으니 내가 엄마한테 말할게, 집안일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 가정부를 구하면 돼.”라고 말했다.“좋아, 당신이 말하는 대로 할게.” 라며 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정민아는 고민하다가 갑자기 김예훈을 쳐다보며 “그날 경찰서에 가서 대신 죄를 인정했잖아, 근데 우리 집에서 그렇게 대했는데 넌 화가 안 났어?”라고 말했다.“물론 화가 났지.” 김예훈은 정민아의 얼굴빛이 약간 변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하지만 당신에게 화나지 않았어...”“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