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은 화를 냈고 그 선풍도골의 기질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었다. “젊은이, 그게 무슨 말이야? 선우는 이미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단정했는데 아직도 여기서 허튼소리를 하다니, 설마 선우의 감정을 의심하는 것이냐?”선우건이는 감정 쪽의 프로 중의 프로인데 누가 감히 그의 능력을 의심하겠는가? 데릴사위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날뛰다니 정말 참을 수 가 없다.사람들이 김예훈을 보며 손가락질하였다.그러던 중 선우건이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여러분, 그의 말이 옳아요, 제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뭐? 선우건이 사부님 말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는 방금 이미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설마 그가 스스로 자기 감정 결과를 바꾸려는 것은 아니겠지? 데릴사위를 위해서? 그럴리가 없지! 선우건이가 말했다. “이 그림은 틀림없이 진품이지만, 당백호의 진품이 아니라 장대천의 진품이고 당백호의 모조품이에요!”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아무도 이 그림이 정말 장대천의 작품인 줄 몰랐다!이것은 또한 이번 내기에서 장성이 지고 김예훈이 이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김예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마치 괴물을 보는 것 같았다.김예훈은 사양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 있는 골동품 롤렉스를 손목에 끼고 몇 번 쳐다본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회장님, 마침 시계가 없었는데, 감사합니다.” “너, 너…” 장성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선생님!” 장용은 급히 장성을 일으켜 세운 후, 김예훈을 노려보며 외쳤다. “김예훈, 당장 물건을 돌려 줘. 이 시계는 너같은 데릴사위가 낄 수 있는 게 아니야!”“내가 끼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김예훈은 눈을 희번덕거렸다.장성이 이 말을 듣고 더 심하게 떨었다.장용은 그를 부축해 막 나가려 했지만 김예훈은 앞서 그들의 앞길을 막고 “무릎 꿇어”라고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너…” 장용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어떻게 이
김예훈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이 단검은 진나라 때 것일 겁니다. 비록 약간 부식되었지만, 이런 청동기는 약간 동록이 껴도 정상입니다!”“이 궁등은 명나라 만력 시대의 어용품일 것입니다!”“마지막으로 이 반지는 공친왕께서 사냥하실 때 끼던 반지일 것입니다.”김예훈이 말을 마치자 선우건이가 놀랐다. 잠시 후에야 손뼉을 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이 정말 보물 감정 업계의 귀재이다. 그의 재능은 일반 보물 감정인이 비할 수 없다.아쉽게도 그는 감정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장성과 장용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감정은 김예훈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이 사람이 분명 선우 가문의 가장 좋은 후계자가 될 것이다.다만 그가 도대체 언제 이혼할 예정인지…김예훈을 흠모하는 손녀의 눈빛을 보며 선우건이는 한숨을 쉬었다.손녀딸의 데릴사위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그녀가 하필이면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되어 아쉬울 뿐이다....마지막 세 가지 골동품 감정이 끝나면서 이번 골동품 감정회는 막을 내렸다.김예훈도 상류사회가 모이는 자리에서 작은 이야기거리가 되었다.다만, 감정은 지위가 좀 있어도 상류사회에서 걸핏하면 수만억에 달하는 사업에 비할 수 없다.선우건이와 같은 사람은 선우 가문이 뒷받침해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장성은 그가 평소에 많은 일류 가문들과 친하게 지내고 그들을 잘 대접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김예훈의 감정이 아주 훌륭했지만 상류사회에서 볼 때, 이런 것들은 모두 눈에 차지 않았다.요 며칠 이야기거리가 되겠지만 며칠 지나면 모두 잊어버릴 것이다.그가 정말로 감정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면 그래도 기억하겠지만 아쉽게도 김예훈이 감정에 취미가 없다.김예훈과 선우 가문 사이의 친분도 단지 그의 보물 감정 기술을 중시할 뿐이다.한마디로 그는 그냥 도구일 뿐이다.이 일로 참새가 봉황이 되겠다고? 꿈도 꾸지 마....김예훈이 남해 호텔을 나서자마자 정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정지
정씨네 별장.정 어르신은 마치 그곳이 자신만의 왕좌인 것처럼 그의 존엄과 권세를 대표하는 가장 윗자리에 앉았다.정씨 집안이 이류 가문이라고 하는 건 정말 너무 과장이다. 정씨 집안은 이류 가문이라고 자기가 귀족이고 상류층인 줄 안다.여러 가지 쓸모없는 규칙에 의자에 앉는 것까지 등급을 나누니 너무 웃기다.임은숙은 어르신의 표정을 보고 김예훈을 호통쳤다. “김예훈! 빨리 올라와서 어르신께 인사드려! 어르신께서 무슨 지시가 있으신지 귀담아 들어!”“어르신, 정지용을 위해 나서려는 겁니까? ”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넌 능력도 있고 간도 크구나!” 어르신은 얼굴이 검으락푸르락했고 말투가 썩 좋지 않았다.“어디 가서 그 솜씨를 배웠는지 모르지만, 그걸로 선우 가문의 환심을 샀다고 우리 정씨 가문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네가 아니었다면 오늘 지용이 망신당할 수 있겠어? 그는 우리 정씨 가문의 부대표야. 그가 망신당하면 우리 정씨 가문이 망신당한 것과 같아.”“너 일부러 우리 정씨 가문을 망신시킨 것이냐?”“어르신, 이 일의 전말을 다 알고 있잖아요.”“내기는 제가 먼저 낸 게 아닙니다.”“저를 책문하러 오기 전에 먼저 정지용이 왜 바보 같은 짓을 했는 지 물어보시지요?”김예훈이 따박따박 말했다.“너…”어르신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김예훈이 골동품 감정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을 믿었더라면, 그는 당시 정지용을 막았을 것이다.김예훈이 무릎을 꿇든 말든 그에게 그저 웃음거리일 뿐이다.그런데 김예훈이 정말 골동품 감정회에 참가할 자격이 있고, 선우 가문 사람들과 함께 앉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늘 김예훈은 선심을 풀어서 옆에 있던 정지용을 계속 무릎 꿇게 하지 않았다.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약속대로 김예훈을 볼 때 마다 무릎을 꿇어야 했다.“어르신, 이 번 일은 제 잘못이 아니니 사과하지 않겠습니다.” 김예훈이 강하게 말했다.만약 오늘 김예훈이 무릎을 꿇었다면, 어르신이 그를 도
정지용의 말을 듣고 어르신은 깜짝 놀랐다. 여태껏 속이 좁던 정지용이 이런 말을 할 줄이야.그는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만약 걔가 들어주면 용서해주지.”“들었어? 나의 요구를 들어줘야 해.” 정지용은 의기양양하게 김예훈을 바라보며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르신이 뒷받침을 해주니, 그는 의기양양했다.“요구?” 김예훈이 웃었다. “우리 부대표님이 무슨 요구를 제기하려고요?”“네가 가지고 있는 그 시계를 줘, 그러면 너를 용서할 거야.” 정지용은 욕심을 감추지 못했다.이것은 천억 넘은 가치가 있는 골동품 롤렉스이다. 만약 되팔면 자신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질 수 있을까? 스타를 몇 명 불러서 보름 동안 놀아도 큰 문제는 없겠지.김예훈은 이 말을 듣고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정지용이 왜 왔는지 궁금했는데 따지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골동품 롤렉스를 탐내러 온 것이다.하지만 이것도 정상이다. 정씨 가문은 이류 가문이고 자산은 2천억이 넘지만, 정지용의 연봉은 몇 억이고 그에겐 많은 것이다.정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상속할 수 없다면, 천억 넘은 이 시계는 정지용에게 아주 유혹적이다.정지용의 이 속셈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아무리 김예훈이 예전처럼 정씨 집안에서 굴욕을 받더라도 정지용의 이 요구를 받아 드릴수 없다.이 시계를 원한다고? 꿈 깨!“정지용, 내가 왜 이 시계를 너에게 줘야 해? 네가 이걸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김예훈, 대단한 척하지 마. 이건 네가 나에게 보상할 기회를 주는 거야. 넌 할아버지께서 정민아의 권력을 박탈하는 것이 두렵지 않아?”정지용은 득의양양하게 두 팔을 껴안고 있었다.김예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정민아의 권력을 박탈하겠다고? 정씨 가문이 감히? 정지용이 자업자득인데 나에게 물건을 요구하다니, 참으로 뻔뻔스럽다.“그럼 두고 보자. 네가 민아의 권력을 박탈할 수 있으면 이 시계를 너에게 주지!”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지용의 협박은 가소롭기 짝이
“무슨 보상이요? 어르신께서 무슨 생각이신지?” 김예훈이 비웃는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하나둘씩 뻔뻔하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뻔뻔함에 김예훈도 익숙해졌다.“아주 간단해. 지금 우리 정씨네는 마침 사업의 상승기에 있어. 선우 가문은 경기도에서 위상이 대단하니, 네가 선우건이에게 우리 정씨 가문을 도와 몇 마디 하렴. 우리 정씨 가문을 도와주게 하면 더 좋고.”“넌 선우 가문과 사이가 좋으니, 이런 요구를 해도 그들은 거절하지 않을 것이야.”“몇 마디만 하면 되잖아. 얼마 힘든 일도 아니고. 그러면 오늘의 일은 용서해 주마!”어르신은 당연한 것처럼 말하고 김예훈이 따를 거라고 생각했다, 마치 그가 명령을 내리면 김예훈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김예훈은 어르신을 한 번 보고 의아해 했다.그는 이 늙은이가 이렇게 총명하게 이런 요구마저 제기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이것도 정상이다. 정씨네는 지금 확실히 사업의 상승기에 있다. 만약 선우 가문의 지원이 있다면 정씨네는 남해시의 일류 가문이 되기 쉽다.아주 좋은 한 수다.김예훈이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옆에 있던 임은숙의 눈이 번쩍였다.그녀가 보기에 김예훈의 골동품 시계는 조만간 자기 손에 넣을 수 있을것이다. 정지용에게 주는 걸 당연히 아니꼬와 했다.하지만 김예훈에게 선우건이를 찾아가 정씨 가문을 대신해 몇 마디 하게 하는 것은 그녀에게는 큰 상관이 없었다.이렇게 하면 정민아가 정씨 가문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당연히 좋아하지. “김예훈, 빨리 대답해야지! 어르신의 요구가 그리 어렵지 않은데! 너 오늘 우리 정씨 가문을 망신시켰는데, 요 3년 동안 또 우리 정씨네에서 공짜로 먹고 마셨는데 우릴 도와주는 것도 당연하지!”임은숙이 큰 소리로 말했다.그녀의 태도를 보고 어르신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예훈이 최근 이렇게 날뛰는 것은 바로 정민아의 정씨 가문에서의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또 한 가지는 임은숙이
김예훈과 임은숙이 떠난 후.정지용은 어르신을 보며 말을 하려고 했다.“할 말 있으면 해.” 어르신은 정지용한테 좀 실망해 말투가 썩 좋지 않았다.정지용도 잘 알고 있는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아까 너무 욕심을 부렸죠…”“어? 너도 알구나?”어르신이 차갑게 말했다.“할아버지, 오해애요. 저는 정말 그 시계를 가지려고 한 것이 아니에요. 저는 단지 김예훈을 시험했을 뿐이에요. 정민아의 직위가 높아짐에 따라 김예훈도 점점 더 날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서…”정지용이 말했다.“그럼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대표가 되려는 얘기는 그만하고.” 어르신은 담담하게 말했다.“우리가 정민아에게 작은 골칫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우리 정씨 가문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되죠. 정민아가 그렇게 순조롭게 권력을 잡을 수 없게 하면 정민아도 제압할 수 있고, 김예훈도 그렇게 날뛰지 못하게 할 수 있죠.” 정지용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는 이제 이런 일을 하기 전에, 먼저 보고를 하는 것을 배웠다.“그럼 네 생각을 말해 봐…” 어르신이 생각을 잠시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정지용은 잽싸게 어르신의 귓가에 대고 중얼거렸다.어르신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 번 해 봐.하지만 실패하면 네 스스로 책임져.”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어떻게 해도 손해 볼 일이 없을 거예요.”정지용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정씨 집안.임은숙은 정민아를 타이르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김예훈을 몇 번이나 재촉했지만, 김예훈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는 화가 나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이 병신새끼는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고집이 세고 스스로가 대단한 줄 안다.“민아야, 왜 너 자신을 위해 생각하지 않니? 지금 네가 상업센터 프로젝트의 책임자이고 회사의 재무까지 관리한다고 해도, 어르신이 너의 권력을 박탈하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 그 병신새끼가 말 몇마디 하면 그뿐인
"그에게 이런 일 시킨다고? 그는 우리 정씨 가문의 데릴 사위인데, 우리 정씨 집안을 위해 힘을 보태는 게 뭐라고? 그리고 너 몰라? 할아버지께서 이미 화를 내셨어. 어르신의 성격으로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감당해야 할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 임은숙이 주의를 주었다. 정민아는 당연히 정씨 어르신이 도대체 어떤 분이신지 안다. 만약 그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자신은 정씨 가문에서 가는 곳마다 위기에 닥칠 것이다. 그녀의 신분을 박탈하지 않더라도 권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정씨 가문의 쇼핑 센터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들어섰는데 정민아는 다른 일로 인해 프로젝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생각해 볼 게." 정민아가 말했다. "얼른 결정해. 큰 일도 아니잖아! 네가 왕씨 아줌마랑 요가하러 가는 줄 알았어!" 임은숙은 짜증내면서 말했다. "엄마, 먼저 가봐. 내가 잘 생각해 볼 게…." 임은숙이 떠난 후, 정민아는 침대에 누웠지만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김예훈은 이미 많이 도와줬고, 심지어 그녀를 위해 다른 사람을 찾아 20억 원을 빌리고 본인이 빚을 책임지고 있다. 비록 김예훈이 선우 가문의 골동품 품평회에서 많은 이득을 얻었지만, 문제는 그 꽃병이 현금화되어야만 이전의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민아는 김예훈이 그 골동품 시계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그는 특별히 가져가서 세척하고 밴드를 다시 조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둘의 관계는 냉랭하다. 유나뿐만 아니라, 선우정아도 정민아를 김예훈에 대해 불신하게 만들었다. 왜! 왜 이렇게 많은 훌륭한 여자들과 그렇게 사이가 좋을까? 설마 나 몰래 밖에 여자가 생긴 거 아닌가?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정민아도 김예훈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유나의 얼굴 외에 선우정아의 모습이 가끔 스쳐 지나간다.이런 상황에서 김예훈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당신도 내가 선우 대가님에게 가서 정씨 가문을 도와 달라고 부탁하기를 원해?" 김예훈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정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반응도 없었다. 김예훈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자신이 추측한 게 맞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민아는 적어도 고개를 저으며 부인할 것 아닌가? "당신이 고개만 끄덕이면 내가 당신을 위해 이 일을 할 수 있어. 하지만 선우 가문이 정씨 가문을 안중에 두는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김예훈이 계속 말했다. 정민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김예훈은 아무런 원망도 없고 정민아에 대한 불만도 없다. 그냥 화제를 바꾸었다. "정지용을 무릎 꿇게 한 것도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 정민아는 죽을 한 모금 마시고는 일어서서 떠나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예훈은 한숨을 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왜 두 사람의 관계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 5성급 명승지의 호숫가 별장 안에서. 선우정아는 소파에 앉아서 한숨을 쉬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내일 울성으로 돌아가는데, 오늘 김예훈을 만나고 싶지만 마땅한 핑계를 찾지 못했다. 그녀는 높은 지위에 있는 선우 가문의 아가씨인데, 설마 자신의 자존심을 버릴 수 있겠는가? 선우정아의 한숨소리를 듣고 선우건이는 빙그레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왜? 자신이 없어? 내가 대신 얘기해볼까?" 선우정아는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아시다시피 강요해서 얻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내가 떠나기 전에 그가 배웅해주고 싶다면 먼저 전화를 하겠죠!" "그렇지 않으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와 내가 먼저 찾았던 그는 같은 사람이 아닐 거예요." 선우정아는 점잖게 말했지만, 선우건이는 알아들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무심한 놈이 너를 찾아오길 원한다면 가능성은 크지 않아. 그만두는 게 좋겠어. 우리 둘이 짐을 싸서 그냥 가자."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
두 사람은 천천히 송산 꼭대기에 있는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밀회하기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열몇 명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따라서 화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허순재가 손을 흔들면서 말렸다. 김예훈과 상의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김 회장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걷고 있는데 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제 불효자식들이 김 회장님 여인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한 것도, 김 회장님을 모함한 것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김예훈은 멈칫도 잠시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허씨 가문의 모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허씨 가문에서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따라서 찾을 일도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가문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가문은 아닙니다.”허순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오늘 아침 찾아오기 전에 제 불효자식들을 통해 전에 있었던 일을 들었는데 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잘못이더라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제 막내아들인 허준서가 갖고 있는 도박패를 드리려고요. 그리고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도 김 회장님의 명의로 돌리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자그마한 성의이기 때문에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시면 저희 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추하린 씨한테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내어주신 건 저희 진주·밀양 명문가에 기회를 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늘 공평 공정한 추씨 가문의 추하린 씨가 전주 자리를 맡으면 안동 김씨 가문을 잘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거든요. 한 마리의 호랑이보다 두 마리가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저 말고 김서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저는 용문당과 함께 강제적으로 진주·밀양 용전을 쳐들어가려고 했거든요.”허순재는 웃으면서 아예 화제를 돌렸다.“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저희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