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현은 남해 호텔의 사장이다. 남해에서 권세가 있는 편이다. 이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그는 상류 인사들을 사귀었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남해시에서는 일부 이, 삼류 가문의 어르신이 그 앞에서 찍소리도 못 낸다. 그러나 송도현은 자기가 남해시에 아무런 기반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최상류 가문들이 기른 개와 같다.이 가문들 중에서 가장 큰 가문이 바로 경기도 김씨 가문이다. YE 투자 회사는 남해시에서 경기도 김씨 가문을 대표한다. 자신이 맡고 있는 남해호텔에 YE 투자 회사의 대표가 나타났는데 어찌 송도현이 당황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하은혜의 말투를 보면 대표님의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로비 매니저가 김예훈을 계속 비꼬려고 했지만, 이때 그녀 주변의 경비원들이 다 자신의 뒤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을 보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돌아서자 제황처럼 높으신 송도현이 허둥지둥 로비에서 뛰쳐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이것은 무슨 상황인가?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송도현은 이미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실례합니다만…김예훈님이 어느 분이십니까?” 이때 송도현의 말소리가 약간 떨렸다, 하은혜의 말뜻대로라면 자신이 1분 안에 김대표님을 찾지 못하면 자신은 끝장이다. 다른 사람들은 송도현의 표정을 보고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했다. 이 남해시를 손에 놓고 노는 송사장이 지금 이렇게 당황하고 있다니?김예훈이 대답했다. “바로 나야.”송도현은 다리에 힘이 빠져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 그는 곧바로 김예훈에게 달려들어 공손히 말했다. “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예훈은 “난 단지 식사하러 왔어…”라고 말을 끊었다. 송도현은 이 말을 듣고 온몸이 움찔하며 억지로 “대표”라는 두 글자를 삼켰다, 그도 똑똑한 사람이었다. 지금 김예훈이 심플한 옷을 입고 명품차를 운전하지 않는 것을 보니, 만약 자신이 그의 신분을 폭로한다면, 아마 나중에는 끝장 날 것이다. 이에 그는 재빨리 호칭을 바꾸고 공손하게 말했다.
조운은 멍해 있었다. 일이 너무 빨리 변화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잠시 후 그가 화를 냈다. “무슨 근거로 나한테 돈을 물어내라는 거야. 나도 이 호텔의 회원이라고. 회원카드는 내가 천만 원으로 만든 거야.” “남해호텔은 회원만 소비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어? 왜 전기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놈이 들어올 수 있어?” 송도현은 “고객님을 대신해 예약한 분은 우리 남해호텔의 최고급 고객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등급의 회원카드는 연간 10억 원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할 수 있나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천만 원의 회원 카드도 큰 마음을 먹고 만든 것인데, 10억 원이 얼마람? 그의 집 모두를 합해도 10억 원이 안 된다!그는 어안이 벙벙하여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도무지 갈피를 못 잡았다. 방금 회원 자격으로 김예훈를 비꼬았지만 지금 자신이 망신을 당했다. “사장님, 방금 그 사람한테 배상하라고 하지 않았어요? 왜 갑자기 말을 바꿔요?”조운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잠시 후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 재빨리 로비 매니저의 손을 잡았다. “찰싹!”로비 매니저는 뺨을 한 대 휘둘러 조운이 무릎을 꿇게 하고 그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언제 이 귀한 손님에게 돈을 배상하라고 했어?”“빨리 이놈을 끌어내!”로비 매니저는 조운이 또 함부로 말할까 봐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조운 같은 사람은 그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는 센척 하지만, 그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면 찍소리도 못 낸다. 지금 이 로비 매니저가 뺨을 치니, 바로 무릎을 꿇었다. “김선생,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합니까?”경비원들이 조운을 붙잡고 떠나려 하자, 송도현은 김예훈을 쳐다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지시 내리기를 기다렸다. 김예훈은 조운의 약간 부어오른 얼굴을 힐끗 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전기 스쿠터는 공용이니, 그 사람이 직접 회사에 연락해서 처리하게 하면 되…”
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쪽의 유나는 어리둥절했다. “김예훈씨, 방금 분명히 경비원을 시켜 당신을 때리도록 하고, 그 사람에게 돈을 물어주라고도 하고, 또 우리가 예약한 위치를 알아봐 주지도 않았는데, 왜 이 송사장님이 그녀를 승진시켜주도록 하는건가요?” 유나는 정말 궁금했다. 혹시 남해 호텔의 규칙이 이런 건가?옆에서 실실 웃던 송도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알아챘다. 이 로비 매니저가 사람을 깔보고, 김예훈을 도와 예약을 확인 해주지 않고, 방금 그 녀석을 도와 김예훈을 상대해 온것이다. 이 모든짓은 정말 죽음을 자처한 것이다. 송도현은 식은땀을 흘렸다. 다행히 김예훈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고 자신이 제때에 나타나서 다행이였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 그는 정말 끝장났을 것이다. 생각을 마치자, 로비 매니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얼음같이 차가웠다. “짝!”그는 로비 매니저의 따귀를 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게 했다. 송도현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아 그녀를 발로 걷어차 바닥에 엎어뜨리고 욕을 퍼부었다. “고객님을 도와 예약을 확인하는 것은 원래 너의 직책이다! 너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님이 이런 일을 당했잖아, 오늘 그 대가를 보여주마…”그는 경비원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때려라, 그 년의 성형한 얼굴에 대고 마구 쳐라! 그리고 전 남해시에 누가 감히 이 여자를 채용하면 나 송도현이 절대 그만두지 않을 거야!” 로비 매니저는 놀라 기어가서 오열했다. “송사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저를 용서해 주세요…”송도현은 차갑게 말했다. “널 용서해 달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우리 남해호텔에서 고객님이 최우선이라고,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어? 이제 나보고 용서해 달라고? 오늘 고객님이 아니었으면 내가 바로 너를 죽였을 거야!”로비 매니저는 멘탈이 붕괴해 무릎을 꿇고 빌었다. 김예훈에게 다가가 계속 절을 하며, “고객님,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제발 저를 용서해
남해 호텔 꼭대기 층의 회전식당은 레스토랑이 있는 곳으로 남해 호텔 회원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이 예약해야 자리가 있고 보통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자리가 잡힌다. 꼭대기 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전용이고, 김예훈도 처음이었다. 이때 김예훈은 이미 송도현에게 자신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고, 유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화장을 고쳐 엘리베이터 앞에서 김예훈은 우두커니 서있었다. 바로 이때 양복을 입은 사람이 갑자기 김예훈 앞에 멈추었다. 그는 위아래로 김예훈을 훑어본 후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김예훈, 네 놈이 왜 여기 있어?”김예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말한 사람은 정지용, 옆에는 성형한 얼굴을 가진 여인이 있었다. 김예훈도 어이가 없었다. 밥 먹으러 왔을 뿐인데, 왜 자꾸 이런 쓰레기만 만나지?김예훈이 무시하려고 했지만 정지용 옆에 있던 성형녀가 갑자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도련님, 이분이 정씨 댁에서 소문난 데릴사위죠? 데릴사위까지 남해호텔에 와서 돈을 쓸 만큼 돈이 많으신가 봐요?” 정지용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데릴사위 주제에 걔가 무슨 자격이 있겠어?”그리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 “좋아, 정민아가 회사의 재무 매니저를 맡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너를 데리고 이런 고급스러운 곳에 오다니, 걘 틀림없이 회사 돈에 손을 댄 거야! 기다려봐, 내가 반드시 할아버지께 이를 거야!” 부대표가 되고 나서 정지용이 날뛰었다. 정민아가 아무리 대단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 할아버지가 가장 믿는 사람은 나잖아? 다만 김예훈이 남해 호텔에 온 것을 보고 그는 마음이 언짢았다. 김예훈은 원래 상대하기 귀찮았는데, 정지용이 이렇게 선을 넘자 콧방귀를 뀌었다. “정지용,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니면 사람을 시켜서 널 쫓아버릴 거야.” “쫓아버리겠다고?” 정지용은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남해 호텔의 사장이라고 생각해? 우리 정씨 집안 데릴사위 주제에 이렇게 날뛰다니, 네가 또 쓸데없는 말을 하면 나는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주변의 달라진 태도에 정지용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며칠 전에 하은혜와 송문영한테서 연이어 꼴을 먹고 화가 잔뜩 났었다. 오늘 오랜만에 얼굴과 몸매가 그 두 여자 같은 여신급 인물에 비할 수 있는 유나를 만났는데 그가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정지용을 올려다보면서 유나는 무덤덤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정지용은 멀지 않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가리키며 “꼭대기 층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장 좋은 자리를 예약했는데 같이 식사해도 될까요?”라고 말했다. 유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성형녀가 바삐 앞으로 다가갔다. “정도련님, 밖에서 딴 여자 꼬시는건 눈감아드릴 수 있지만 오늘 특별히 저를 레스토랑으로 불러놓고 저를 따돌리면 어떡해요?” 정지용은 성형녀를 돌아보고는 눈앞의 귀여운 유나와 비교하며 괜히 짜증이 나 돈다발을 꺼내 내던졌다. “네가 원하는 게 이거 아니야? 돈 가지고 꺼져!”“감사합니다.” 성형녀도 화를 내지 않고 싱글벙글 웃으며 돈을 받더니 유나를 힐끗 보고 가버렸다. 워낙 정지용과 원 나잇 관계여서 돈만 벌면 그만이지 다른 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유나는 “정말 죄송하지만 파트너 분하고 식사하세요. 전 선약이 있어요”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정지용은 이 말을 듣자 물었다. “누구랑요?” 유나 곁에는 그와 김예훈 두 남자만 있었다. 이때 김예훈은 정지용을 쳐다보지도 않고 유나에게 “어서 올라갑시다”고 말했다. 유나는 빙긋 웃으며 김예훈을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김예훈과 유나의 다정한 모습에 정지용은 화가 치밀었다. 자신이 어렵게 여신 같은 미녀를 만났는데, 결국 또 김예훈 이 병신새끼가 초를 치다니,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그는 냉소하였다. “김예훈, 넌 와이프가 있는 사람이야, 우리 정씨네 데릴사위 주제에 딴 여자를 꼬시고 우리 민아가 준 돈으로 사람을 데리고 이런 곳에 온다니, 너 참 뻔뻔하구나?” 그러면서 유나에게 말했다. “절대 이 사람한테 속지 마세요. 우리 정
정지용은 ‘픽’ 웃었다. “김예훈, 너 정말 헛소리 잘하네. 전에는 YE 투자 회사의 대표라고 하더니 지금은 자기가 예약한 자리가 우리 정씨 집안이 참견 못한다고 하고, 네가 누군 줄 알아? 그렇게 대단하다면 왜 우리 정씨 집안의 데릴사위가 됐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어디서 식사를 하든 너와 무슨 상관이야? 뭘 그렇게 참견을 해?” 정지용은 차갑게 말했다. “난 정씨네 부대표야. 우리 정씨네 돈으로 여자 꼬시는데 내가 참견하지 않을 수 있겠어?” 유나는 김예훈이 끊임없이 비난받는 것을 보고 말했다. “김예훈씨, 아니면 우리 다른 곳에 갈까요?” “그럴 필요없어요.” 김예훈은 더 이상 정지용과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유나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좋아, 네가 어떤 자리를 예약했는지 봐야겠어!” 이 장면을 보고 정지용도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는 김예훈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지켜봐야 했다. 김예훈이 정씨네 회원 카드를 쓴 걸 발견하면 현장에서 예약 취소만 하면 된다. 정지용은 이 병신새끼가 그 미녀 앞에서 어떻게 창피를 당하는지 지켜볼 생각이다. ... 꼭대기 층의 레스토랑은 장식이나 각종 가구 등은 모두 유럽풍이고 램프가 수정으로 만들어져 아주 럭셔리하다. 김예훈도 이곳의 장식을 보고 약간 놀랐다. 어쩐지 이곳이 남해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돈이 있어도 소비할 수 없다는 걸 이해했다. 유나는 어린 소녀처럼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이 레스토랑이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역시 예쁘네요. 전 여기 처음 와봐요.”김예훈이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옆에서 정지용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아가씨, 이따가 식사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요. 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면, 제가 이미 자리를 준비해 놓았어요.” 그러더니 김예훈을 힐끗 쳐다보며 비꼬았다. “전 아직도 냉정한 척하는 그 사람과 달라요, 우리 정씨 집안의 덕을 보지 않았다면 평생 여기 올 기회조차 없었을 걸요?” 정지용은 김예훈이 오늘
김예훈이 유나와 VIP존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정지용의 얼굴에는 싸늘한 빛이 떠올랐다. 이 데릴사위가 감히 자기 면전에서 여자를 꼬시고, 정씨 집안의 돈을 그렇게 쓰다니, 오늘 그를 꼭 내쫓아 버릴 거야. ... 저녁을 먹고 방에서 쉬고 있던 정민아의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정지용,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둘의 사이가 좋지 않아 정지용은 좀처럼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정민아, 그 쓰레기 남편이랑 집에 있지 않았어?” 정지용의 웃는 듯 마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뜻이야?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정민아의 목소리가 싸늘했다. “원래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지. 근데 데릴사위가 정씨네 돈으로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남해호텔 레스토랑의 가장 좋은 자리를 예약하고 우리 돈을 마음대로 쓰고 있는데 정씨네 부대표로서 당연히 상관이 있지.” 정지용은 간사하게 말했다. “네가 데릴사위를 어떻게 관리하든 상관 없어. 하지만 우리 회사의 재무 매니저가 된지 얼마나 됬다고 그 새끼가 우리 회사 돈을 마음대로 쓰게 놔두면 절대 널 내버려두지 않을거야!”정민아가 흠칫했다. “김예훈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 “거참...” 정지용은 냉소를 터뜨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흐릿한 사진 한 장이 정민아의 전화로 전송됐다. 흐릿하지만 여전히 남녀의 다정한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의사잖아…” 정민아는 원래 김예훈과 의사 사이가 이상하다고 의심했지만, 이 사진을 보고 그녀는 한동안 마음이 복잡했다. 그녀는 자신이 김예훈에게 마음을 두지 않았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터무니없이 틀렸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김예훈 그 쓰레기 같은 남자가 병원에 있을 때 그 의사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하더니 둘이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고? “나도 아직 그 호텔에 안 가봤어!” 정민아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퍽!”잠시 후 김예훈의 이불과 옷이 복도에 버려졌고, 정민아의 방문이 '탁' 닫혔다. 정소현은 어
임설희는 당황했다. “선배, 정말 오해예요. 예전에 친하지 않아서 그랬었지만, 최근에 선배가 아주 훌륭한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 저도 선배를 받아들이려고 노력중이에요.” “오늘 저녁에 특별히 선배랑 같이 밥 먹으러 나왔잖아요. 우리 앞으로 좋은 날이 올 거예요. 나 좀 놔주고 우리 야식 먹으러 갈래요?”임설희는 불쌍하게 보이려고 애썼다. 그녀는 여대생이 아니야, 사회에서 몇 년 뒹굴어 조운을 더 건드려 만약 그가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면, 자신은 침범 당할 뿐만 아니라 죽게 될지도 몰라. 조운은 천천히 임설희에게 다가서며 “좋은 날이 올 거예요? 임설희, 너 정말 듣기 좋은 말만 하는구나! 내가 권세가 없었다면, 날 똑바로 쳐다보기라도 할 거야? 암튼 여자들의 눈에는 돈만 보이지!”임설희가 흠칫했다. “선배, 정말 오해예요. 전 선배의 진취심과 끈질김이 마음에 들어요!”“내가 이렇게 훌륭한 줄 몰랐구나. 그럼 이러자. 오늘은 내가 손해를 좀 볼 게, 그리고 내일 같이 가서 혼인 신고 하자. 내 호적에 네 이름을 올려줄게. 조운은 간사하게 웃으며 말했다.“나를 따르는 여자도 적지 않아, 하지만 모두 너처럼 예쁘지 않아…”그렇게 말하면서 조운은 이미 임설희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더니 내친김에 몸을 끌어안았다. “선배, 이러지 마세요!”임설희는 가볍게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치려고 했지만, 완전히 시트에 묶여 있어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 이 순간 조운은 그의 진면목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임설희가 외치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그녀의 상의를 찢어버렸다. “쾅!”바로 이때, 전동 스쿠터 한 대가 사업용 차의 앞문을 들이받았다.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스쿠터에서 뛰어내렸다. 한창 흥이 오른 조운은 흠칫하다가, 곧 화를 내면서 호통을 쳤다. “어느 새끼가 와서 내 흥을 깨?”그는 김예훈이 정씨네 데릴사위라고만 생각했다. 전에 정씨네 회원카드로 자기를 망신주었고, 지금은 전동 스쿠터를 타고 하필 이때 와서 흥을 깨는 것이 아주 거슬렸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
두 사람은 천천히 송산 꼭대기에 있는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밀회하기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열몇 명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따라서 화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허순재가 손을 흔들면서 말렸다. 김예훈과 상의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김 회장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걷고 있는데 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제 불효자식들이 김 회장님 여인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한 것도, 김 회장님을 모함한 것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김예훈은 멈칫도 잠시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허씨 가문의 모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허씨 가문에서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따라서 찾을 일도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가문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가문은 아닙니다.”허순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오늘 아침 찾아오기 전에 제 불효자식들을 통해 전에 있었던 일을 들었는데 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잘못이더라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제 막내아들인 허준서가 갖고 있는 도박패를 드리려고요. 그리고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도 김 회장님의 명의로 돌리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자그마한 성의이기 때문에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시면 저희 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추하린 씨한테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내어주신 건 저희 진주·밀양 명문가에 기회를 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늘 공평 공정한 추씨 가문의 추하린 씨가 전주 자리를 맡으면 안동 김씨 가문을 잘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거든요. 한 마리의 호랑이보다 두 마리가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저 말고 김서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저는 용문당과 함께 강제적으로 진주·밀양 용전을 쳐들어가려고 했거든요.”허순재는 웃으면서 아예 화제를 돌렸다.“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저희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이 정도로 칼 같다니. 김청미한테 모든 죄를 떠넘겼다고? 진주·밀양 용전을 잃어버렸다고 분풀이하나 보네.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한테는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 김청미한테는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이야.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에서 보호해 줬다면 어쩌면 다시 해 뜰 날을 맞이할지도 모르는데...’“이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억울하다고 느껴지면 배후자인 김현민을 불어내.”김예훈은 그림과도 같은 김청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네가 증거를 내놓으면 용문당과 용연옥에서 너의 안전을 책임져 줄 거야. 나머지 인생을 해외에서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줄게.”“김현민을 불라고?”김청미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현민은 선배랑 만난 적도 없고, 선배를 타깃으로 명령을 내린 적도 없었어. 비록 김현민이 배후자인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의미 없는 일이야. 심지어 내가 혼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 있지. 김현민이 한 의미심장한 말에 내가 알아서 움직였거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잘못을 인정하려고 오늘 나를 부른 거라면 이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당연히 의미 있는 일이지. 이렇게 된 이상 난 용연옥을 떠날 수 없어. 나랑 함께 지옥에 갈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사실 알려줄 것이 있어서 보자고 했어. 김현민이 선배를 짓밟으려고 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지.”김예훈은 김청미더러 계속해서 말해보라고 했다.”“선배와 나를 포함한 전체 경기도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일부분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족보를 봤을 때 우리 모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선배 때문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어르신이 경기도 김씨 가문을 여겨보기 시작했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내가 수장 자리를 빼앗을까 봐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김청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모든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김청미는 이미 하얀 죄수복을 입고 머리를 묶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여느 때와 달리 지적인 느낌이었다.김예훈은 그제야 알고 지내던 익숙한 김청미라는 느낌이 들었다.“장 옥주님은 역시 약속을 지키는 분이시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선배를 데려온 걸 보면.”김예훈이 나타나자 김청미의 표정은 감정 기복이 심했다.“용연옥 감방장님 외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김예훈은 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날 왜 불렀는데? 마음껏 욕하려고? 아니면 내 모습을 기억해 뒀다가 귀신이 되어서까지 내버려두지 않으려고?’김예훈이 말했다.“우리가 혈연관계가 있는 점을 봐서 10분만 줄게. 10분 뒤에 바로 갈 거야. 추하린 씨와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리려면 바빠.”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린다는 말에 김청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방수아, 추하린 같은 여자한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나도 선배라고 불러주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 정도로 냉정할 수 있어?”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할수 없지 뭐. 네가 날 한두 번 죽이려고 했어? 그러고도 너를 잘해달라고? 내가 뭐 바보야? 솔직히 말해서 용연옥에 유용한 사람이 아니라면 진작에 목을 졸라 죽여버렸어.”“역시나 김 세자님은 다르네.”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사실 계속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 선배가 소문으로만 듣던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맞아?”“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은데?”김예훈이 냉랭하게 물었다.“난 잘 모르겠어.”김청미의 표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김현민이야말로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했어. 곧 대한민국 9대 국방부 총사령관직을 맡게 될 사람이라고 하잖아.”김예훈은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무슨 자격으로?”김청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