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유나와 VIP존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정지용의 얼굴에는 싸늘한 빛이 떠올랐다. 이 데릴사위가 감히 자기 면전에서 여자를 꼬시고, 정씨 집안의 돈을 그렇게 쓰다니, 오늘 그를 꼭 내쫓아 버릴 거야. ... 저녁을 먹고 방에서 쉬고 있던 정민아의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정지용,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둘의 사이가 좋지 않아 정지용은 좀처럼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정민아, 그 쓰레기 남편이랑 집에 있지 않았어?” 정지용의 웃는 듯 마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뜻이야?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정민아의 목소리가 싸늘했다. “원래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지. 근데 데릴사위가 정씨네 돈으로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남해호텔 레스토랑의 가장 좋은 자리를 예약하고 우리 돈을 마음대로 쓰고 있는데 정씨네 부대표로서 당연히 상관이 있지.” 정지용은 간사하게 말했다. “네가 데릴사위를 어떻게 관리하든 상관 없어. 하지만 우리 회사의 재무 매니저가 된지 얼마나 됬다고 그 새끼가 우리 회사 돈을 마음대로 쓰게 놔두면 절대 널 내버려두지 않을거야!”정민아가 흠칫했다. “김예훈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 “거참...” 정지용은 냉소를 터뜨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흐릿한 사진 한 장이 정민아의 전화로 전송됐다. 흐릿하지만 여전히 남녀의 다정한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의사잖아…” 정민아는 원래 김예훈과 의사 사이가 이상하다고 의심했지만, 이 사진을 보고 그녀는 한동안 마음이 복잡했다. 그녀는 자신이 김예훈에게 마음을 두지 않았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터무니없이 틀렸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김예훈 그 쓰레기 같은 남자가 병원에 있을 때 그 의사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하더니 둘이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고? “나도 아직 그 호텔에 안 가봤어!” 정민아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퍽!”잠시 후 김예훈의 이불과 옷이 복도에 버려졌고, 정민아의 방문이 '탁' 닫혔다. 정소현은 어
임설희는 당황했다. “선배, 정말 오해예요. 예전에 친하지 않아서 그랬었지만, 최근에 선배가 아주 훌륭한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 저도 선배를 받아들이려고 노력중이에요.” “오늘 저녁에 특별히 선배랑 같이 밥 먹으러 나왔잖아요. 우리 앞으로 좋은 날이 올 거예요. 나 좀 놔주고 우리 야식 먹으러 갈래요?”임설희는 불쌍하게 보이려고 애썼다. 그녀는 여대생이 아니야, 사회에서 몇 년 뒹굴어 조운을 더 건드려 만약 그가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면, 자신은 침범 당할 뿐만 아니라 죽게 될지도 몰라. 조운은 천천히 임설희에게 다가서며 “좋은 날이 올 거예요? 임설희, 너 정말 듣기 좋은 말만 하는구나! 내가 권세가 없었다면, 날 똑바로 쳐다보기라도 할 거야? 암튼 여자들의 눈에는 돈만 보이지!”임설희가 흠칫했다. “선배, 정말 오해예요. 전 선배의 진취심과 끈질김이 마음에 들어요!”“내가 이렇게 훌륭한 줄 몰랐구나. 그럼 이러자. 오늘은 내가 손해를 좀 볼 게, 그리고 내일 같이 가서 혼인 신고 하자. 내 호적에 네 이름을 올려줄게. 조운은 간사하게 웃으며 말했다.“나를 따르는 여자도 적지 않아, 하지만 모두 너처럼 예쁘지 않아…”그렇게 말하면서 조운은 이미 임설희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더니 내친김에 몸을 끌어안았다. “선배, 이러지 마세요!”임설희는 가볍게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치려고 했지만, 완전히 시트에 묶여 있어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 이 순간 조운은 그의 진면목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임설희가 외치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그녀의 상의를 찢어버렸다. “쾅!”바로 이때, 전동 스쿠터 한 대가 사업용 차의 앞문을 들이받았다.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스쿠터에서 뛰어내렸다. 한창 흥이 오른 조운은 흠칫하다가, 곧 화를 내면서 호통을 쳤다. “어느 새끼가 와서 내 흥을 깨?”그는 김예훈이 정씨네 데릴사위라고만 생각했다. 전에 정씨네 회원카드로 자기를 망신주었고, 지금은 전동 스쿠터를 타고 하필 이때 와서 흥을 깨는 것이 아주 거슬렸다.
임설희의 안색이 붉어졌다. 그녀는 소녀도 아닌데 어떻게 결말을 모를 수 있는가?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잠시 동안 전혀 말을 하지 못했다. “김예훈, 감히 다시 나를 건드리면, 내가 너를 감옥에 처넣을 거야!” 조운은 벌벌 떨며 일어나 김예훈을 향해 소리쳤다. 사람들이 경멸하는 데릴사위, 장모님을 도와 발 씻는 물을 뜨고 집에서는 화장실 청소를 하는 사람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대다니, 그를 죽이는데 자신은 수백 가지 방법이 있다!하지만…“퍽!”다음 순간, 김예훈은 뺨을 후려갈겼고, 조운의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났다. “네가 감히 나를 때려…” 조운이 화가 치밀어올랐다. 임설희도 어리둥절했다. 김예훈이 데릴사위가 된 후 줄곧 무능하여 정씨 집안에서는 누구나 그를 괴롭힐 수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 보니 그는 정말 상남자였다…김예훈에게 맞아 얼떨떨해진 조운은 조금 진정된 후에야 침을 뱉고 핸드폰을 꺼내며 김예훈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너 담이 있으면 오늘 가지 마!”말을 마치자 그는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김예훈은 이 모습을 보고도 서두르지 않고 차에 올라타서 임설희의 밧줄을 다 풀고 차갑게 조운을 바라보았다. “사람을 부르는 거지? 그래, 오늘 여기서 기다릴게. 네가 누구를 불러올 수 있는지 봐야겠어!”한편 임설희는 긴장해서 옷을 정리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김예훈에게 말했다. “김예훈, 빨리 가자. 조운은 최근에 높은 분을 알게 되어 돈을 많이 벌게 된 것 같아. 그 분이 그를 마음에 들어해, 그를 건드리면 넌 끝장일거야.” 임설희는 걱정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은 아무런 배경도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어서 조운 같은 사람의 눈밖에 나면 안 된다. 하지만 김예훈이 더 비참하다, 데릴사위인데다 오늘 자기 때문에 이 일에 엮어들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괜찮아, 넌 내 짝꿍인데 내가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지켜볼 수 있겠어? 그리고 이 일은 내가 해결할 수 있어.” 김예훈이 다리를 꼬고 말했다. 네가 해결한다고? 임설
10여 분 지나 검은색 벤츠 S클래스가 멈추더니 흰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있었는데, 눈빛이 날카롭고 보기만 해도 솜씨가 보통이 아니였다. 백씨 가문의 후계자 백욱은 손용석을 빽으로YE 투자 회사도 건드릴 수 있다. 지난번 정민아 동창회 이후 백씨네가 손용석에게 한바탕 혼쭐이 나서 지금은 원기가 좀 손상됐다. 그런데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먹고 산다고 백씨네는 요즘 좀 하락세를 보이고 장사에서도 줄줄이 적자를 보고 있지만, 여전히 보통 사람들 보다 앞서있다. 요즘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백욱도 마음속에 악을 품고 있었다. 조운의 전화를 받고 자신이 전에 마음에 들었던 임설희가 그에게 묶였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신이 나서 왔다. 그 계집애는 아직 남자 친구를 사귀지 못했으니, 오늘 밤 처녀와 하룻밤을 보내 불운을 떨쳐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차에서 내리자 백욱은 군소리도 하지 않고 “그 여자는 어디 있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조운은 허리 굽히고 공손히 말했다. “백 도련님, 오셨습니까, 절 도와주세요!” 임설희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망했다, 이 악마가 정말 왔다니, 오늘 밤 끝장이야.이 생각을 하자 임설희는 그냥 죽고 싶었다. 그녀는 유교적인 여자여서 그런 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살아서 모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는 게 낫다. 백욱은 조운을 상대하지도 않고, 한 걸음 다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임설희, 정말 세상이 참 좁기도 하지. 전에 너를 만졌었는데, 감히 나의 뺨을 때리더니, 오늘 네가 내 손에 넘어올 줄이야. 하하하하...” 임설희는 입술을 깨물며 백욱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애처롭게 말했다. “김예훈, 빨리 가, 경찰에 신고해…” “그럴 필요 없어.”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뒤에 있던 조운이 소리쳤다. “너 이놈 빨리 무릎 꿇고 빌어. 백도련님 앞에서 어디서 큰소리야?”“김예훈, 너, 빨리 도망가, 그렇지
김예훈은 좀 어이가 없었다. 이건 또 무슨 심리일까. 조운은 사이코패스인 것 같은데?하지만 그가 더 이상 말을 하기 전에 백욱은 이미 좀 짜증났다.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는 대로 옆에 한 경호원에게 던지고 나서 담담하게 말했다. "저기. 그쪽이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당장 꺼져. 분위기 깨지 말고. 아니면 내가 죽여버릴 거야."말하는 동안 그는 뒤에 있는 경호원을 한 번 쳐다보았고, 경호원은 알았다는 표정으로 알록달록한 지폐 뭉치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백욱은 이런 하등 인간들을 상대하는 경험이 많아 몇 마디 협박하고 돈을 좀 넣어주면 상대방은 무슨말은 해도 되고 무슨 말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는 오늘 밤 즐기러 왔는데,하등한 인간을 혼내줄 마음이 없다.이 광경을 보고 조운은 당황했다. 만약 김예훈이 돈을 가지고 떠난다면, 자신은 게도 가재도 다 놓친 거 아닌가?이때 그는 큰소리로 말했다. "백 도련님, 이 사람 보내면 안 돼요. 이 사람은 임설희가 짝사랑하고 있는 사람이예요. 이 사람 보는 데서 임설희를 망가뜨리면 더 짜릿하지 않을까요?"백욱은 원래 화를 내려고 했지만, 이 말을 듣고 그는 눈을 번쩍 뜨고 말했다. "재밌네. 조운, 생각 밖에 너 뭐 좀 아네…."그러더니 그는 직접 돈다발을 꺼내 바닥에 던지며 담담하게 말했다. "들었지? 그 여자 스스로 거기에 눕게 하고 너는 옆에서 보고 있어…."이 얘기를 듣고 임설희는 절망한 얼굴이었으며 이 악마가 이렇게 끔찍하며 이런 일까지 해낼 줄은 몰랐다.이때 김예훈은 마침내 웃으며 일어서서 차에서 내렸다: "백 도련님, 지난 번에 손용석이 너무 편하게 대했나봐요."귀에 익은 목소리를 듣고 미소를 짓던 백욱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김예훈의 얼굴을 똑똑히 보는 순간 그의 얼굴은 더욱 볼 수가 없었다.김예훈! 김예훈이라니!백욱의 신분으로 이 데릴 사위를 안중에 둘 리가 있을까?하지만 이전의 일들이 눈앞에 선했다. 정씨 가문을 위해 손용석은 그를 쓰레기처럼 밟았고, 요즘 손용석의 보
정민아가 잠든 것을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물건을 정리하고 서재로 가서 하룻밤을 잤다.다음날 김예훈은 일찍 일어나 막 아침을 준비하려고 할 때, 정민아가 차갑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오늘부터 우리 집 아침은 당신이 준비하지 않아도 돼."김예훈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여보, 어제 일은 정말 오해예요. 나와 유나는 그냥 친구예요.”정민아는 김예훈을 힐끗 쳐다보았고 그와 싸울 뜻은 없지만 다만 표정이 유난히 차가웠다.그는 원래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져 예전과 같지 않다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정상적인 부부처럼 될 것이라는 환상까지 떠올렸다.심지어 병원에서의 일도 자기가 오해했다고 생각하고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다.그런데 어젯밤 전화 한 통과 사진 한 장이 벌써 그녀의 모든 환상을 깨뜨릴 줄은 몰랐다.예전에 이혼을 온갖 방법으로 거부했지만, 지금 김예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냉담하기만 했다.......정민아의 표정을 보고 김예훈은 병원일 뿐인 줄 알았는데 지금 정지용 때문에 일이 좀 귀찮아졌다.김예훈은 처리해야 할 다른 일이 있어서 자세히 생각하지 않고 아침 일찍 화이트골드호텔에 왔다.사장실에서 오정범은 일찍부터 한참 기다렸으며 김예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일어나 몸을 굽히고 말했다. "도련님, 오셨어요.""일은 어떻게 처리됐어요?"어젯밤 집에 들어가서 김예훈은 바로 오정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백욱의 행동 스타일은 그를 경계하게 했고, 백씨 가문이 이미 자신에게 완전히 찍혔으니 존재할 필요가 없다."도련님, 어젯밤에 여러 방면에서 조사를 시작했는데, 백씨 가문이 확실히 실력이 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이류 가문이지만, 손용석 외에 뜻밖에도 그들의 사람도 널려 있어요."오정범은 조용히 말했다."어떻게?" 김예훈이 물었다."그들은 불법 조직에도 아직 사람이 있고요. 비록 모두 체면이 서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이름이 좀 있는 편이예요. 이런 상황에서 계속 백씨 가문을 공격한다면, 이 보잘것없
나이프의 맞은편 책상 뒤에서 병원 원장은 나이프의 표정을 보며 두려웠지만, 자신이 받은 혜택이 생각나자 아무리 두려워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어쨌든 나이프에게 찍힌다면 살 길이라도 있겠지만, 만약 오정범이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마지막에 죽어도 어떻게 죽었는지 모를 수도 있다."당신 여동생이 어떤 상황인지 우리보다 더 잘 아시잖아요. 우리 병원의 여건으로는 수술도 할 수가 없어요. 완쾌하기는 더욱 힘들어요.""오랫동안 우리 병원에서 유일한 독방을 차지하고 병원비도 자주 미루고, 솔직히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지금 많은 환자 가족들이 의견이 있으니 나가주세요. 남은 병원비는 그대로 넘어갈 게요.”원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나이프의 여동생은 시골병원에서 한 달 병원비와 진료비만 해도 몇 백만 원이 넘는데, 나이프가 최근 몇 년 동안 번 돈을 다 여기에 냈다.다만 원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효과가 없었다. 병원에서 좋은 치료 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여동생에게 함부로 수술할 수 없었다.이렇게 큰 수술은 남해시 전체에서도 시병원에서만 확실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프는 그렇게 많은 돈을 낼 수 없다."처음에 우리가 입원했을 때, 방법을 생각해서 내 여동생의 병을 고쳐준다고 말했잖아요. 잊었어요?"나이프는 지금 손으로 책상을 내리쳤으며 책상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원장님은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쌀 뻔했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말했다. "보호자 님, 진정하세요…. 제가 이렇게 하는 것도 보호자 님을 위해서에요. 어쨌든 여동생의 상황도 지금 기본적으로 안정되었고, 악화되지 않을 테니까 집에 가면 돈을 좀 절약할 수 있고, 시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어쩌면 고칠 수도 있을 거예요!"“누가 내 여동생을 고칠 수 있어요! 말해봐요!" 나이프는 눈앞이 반짝였고, 여동생만 고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상관없다."시병원의 부원장인 유나 의사요. 그분은 당신 여동생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수술비가
"나이프, 나랑 같이 일하면 내가 사람을 찾아서 당신 동생의 다리를 고쳐줄 게요."김예훈도 군말 없이 바로 일어나서 오정범을 제지했다.나이프는 김예훈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그런 얘기를 하면 내가 믿을 것 같아요?"김예훈은 미리 준비한 명함을 꺼내 던지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것은 유나 의사의 명함이예요. 그분에게 전화해봐요. 당신 여동생의 수술과 최고의 병실을 마련해줄 거예요. 병원비는 걱정말아요. 전부 내가 부담할 게요.""당신은 어떻게 해결했어요? 설마 거짓말하는 건 아니죠?"나이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시 병원의 부원장, 이건 정말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수술 한 차례에 2억 원 정도 아니면 본인이 집도를 안 하는데 눈앞의 이 사람이 이렇게 큰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중요한 건, 방금 돌아오는 길에 나이프도 사람을 찾아서 물어봤는데, 유나의 의술은 정말 고수준이지만 지금은 부원장이라 일반 사람들은 그녀의 진료를 예약하기 힘들다."내 말을 못 믿겠으면 병원에 가서 수술한 뒤 나를 찾아와요."김예훈도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고 돌아서 나갔다.이런 오만한 사람을 상대하려면 몰아붙일 필요가 없으며 적당히 호의를 보여주면 충분하다.나이프는 김예훈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그가 마당을 나서려고 할 때 비로소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말을 마치고 그는 자신의 여동생을 안고 방안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다시 나타나 김예훈을 지켜보며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당신은 내가 무엇을 도와주기를 원해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백씨 가문에는 아직 약간의 세력이 남아있어요. 당신이 나를 도와 인수했으면 좋겠어요. 만약 불복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나 대신 해결해 줘요. 그리고 이 일이 밖으로 소문이 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백씨 가문도 포함해서 자신의 사람이 없어진 것을 모르게요.”"당신은 나를 윗자리에 오르게 밀어줄려고요? 오정범처럼요?"나이프는 눈썹을 찡그렸으면 이런 일이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
두 사람은 천천히 송산 꼭대기에 있는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밀회하기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열몇 명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따라서 화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허순재가 손을 흔들면서 말렸다. 김예훈과 상의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김 회장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걷고 있는데 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제 불효자식들이 김 회장님 여인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한 것도, 김 회장님을 모함한 것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김예훈은 멈칫도 잠시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허씨 가문의 모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허씨 가문에서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따라서 찾을 일도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가문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가문은 아닙니다.”허순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오늘 아침 찾아오기 전에 제 불효자식들을 통해 전에 있었던 일을 들었는데 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잘못이더라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제 막내아들인 허준서가 갖고 있는 도박패를 드리려고요. 그리고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도 김 회장님의 명의로 돌리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자그마한 성의이기 때문에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시면 저희 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추하린 씨한테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내어주신 건 저희 진주·밀양 명문가에 기회를 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늘 공평 공정한 추씨 가문의 추하린 씨가 전주 자리를 맡으면 안동 김씨 가문을 잘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거든요. 한 마리의 호랑이보다 두 마리가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저 말고 김서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저는 용문당과 함께 강제적으로 진주·밀양 용전을 쳐들어가려고 했거든요.”허순재는 웃으면서 아예 화제를 돌렸다.“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저희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이 정도로 칼 같다니. 김청미한테 모든 죄를 떠넘겼다고? 진주·밀양 용전을 잃어버렸다고 분풀이하나 보네.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한테는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 김청미한테는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이야.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에서 보호해 줬다면 어쩌면 다시 해 뜰 날을 맞이할지도 모르는데...’“이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억울하다고 느껴지면 배후자인 김현민을 불어내.”김예훈은 그림과도 같은 김청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네가 증거를 내놓으면 용문당과 용연옥에서 너의 안전을 책임져 줄 거야. 나머지 인생을 해외에서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줄게.”“김현민을 불라고?”김청미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현민은 선배랑 만난 적도 없고, 선배를 타깃으로 명령을 내린 적도 없었어. 비록 김현민이 배후자인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의미 없는 일이야. 심지어 내가 혼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 있지. 김현민이 한 의미심장한 말에 내가 알아서 움직였거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잘못을 인정하려고 오늘 나를 부른 거라면 이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당연히 의미 있는 일이지. 이렇게 된 이상 난 용연옥을 떠날 수 없어. 나랑 함께 지옥에 갈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사실 알려줄 것이 있어서 보자고 했어. 김현민이 선배를 짓밟으려고 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지.”김예훈은 김청미더러 계속해서 말해보라고 했다.”“선배와 나를 포함한 전체 경기도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일부분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족보를 봤을 때 우리 모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선배 때문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어르신이 경기도 김씨 가문을 여겨보기 시작했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내가 수장 자리를 빼앗을까 봐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김청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모든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김청미는 이미 하얀 죄수복을 입고 머리를 묶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여느 때와 달리 지적인 느낌이었다.김예훈은 그제야 알고 지내던 익숙한 김청미라는 느낌이 들었다.“장 옥주님은 역시 약속을 지키는 분이시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선배를 데려온 걸 보면.”김예훈이 나타나자 김청미의 표정은 감정 기복이 심했다.“용연옥 감방장님 외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김예훈은 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날 왜 불렀는데? 마음껏 욕하려고? 아니면 내 모습을 기억해 뒀다가 귀신이 되어서까지 내버려두지 않으려고?’김예훈이 말했다.“우리가 혈연관계가 있는 점을 봐서 10분만 줄게. 10분 뒤에 바로 갈 거야. 추하린 씨와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리려면 바빠.”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린다는 말에 김청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방수아, 추하린 같은 여자한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나도 선배라고 불러주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 정도로 냉정할 수 있어?”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할수 없지 뭐. 네가 날 한두 번 죽이려고 했어? 그러고도 너를 잘해달라고? 내가 뭐 바보야? 솔직히 말해서 용연옥에 유용한 사람이 아니라면 진작에 목을 졸라 죽여버렸어.”“역시나 김 세자님은 다르네.”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사실 계속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 선배가 소문으로만 듣던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맞아?”“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은데?”김예훈이 냉랭하게 물었다.“난 잘 모르겠어.”김청미의 표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김현민이야말로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했어. 곧 대한민국 9대 국방부 총사령관직을 맡게 될 사람이라고 하잖아.”김예훈은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무슨 자격으로?”김청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