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손용석은 오정범의 졸개이다. 솔직히 말하면 김예훈의 졸개가 될 자격도 없다. 그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는데, 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다.김예훈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그도 당연히 감히 그렇게 못 할 것이다. 하지만 백씨 가문의 사람들을 어떻게 혼내줄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만약 오늘 김예훈의 화를 풀어주지 못한다면, 그는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른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손용석이 백씨 가문을 버린 건가?""그럴 리 없어! 백씨 가문은 손용석의 보호를 이렇게 오랫동안 받아왔고 관계가 예사롭지 않은데, 어떻게 이유 없이 버릴 수 있지?"“혹시 김예훈이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인가?"헛소리. 그 같은 바보 새끼가 어떻게 대단할 수 있어? 손용석은 정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그런 것 같아….""정씨 가문은 현재 YE 투자 회사의 신임 대표로부터 투자를 받은 유일한 가문이고 정민아는 그 프로젝트의 담당자이다. 그래서 손용석이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을 것이다.""정민아가 YE 투자 회사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그녀의 인맥과 배경이 매우 두텁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씨 일가가 일류 가문으로 부상할 수도 있으니 손용석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알고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이번에는 주영이가 바보짓을 했네. 백씨 가문에 시집 갔다고 정씨 가문의 사람들을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쌤통!?"재미로 구경하고 있던 동창들은 이 사건의 인과관계를 추측하고 있었고, 곧 정씨 가문과 YE 투자 회사의 관계 때문인 것으로 확신했다.손용석은 비록 불법 조직의 인물이지만, 그가 감히 김씨 가문을 건드릴 수 있겠어? 절대 감히 그러지못할 거야!경기도 김씨 가문은 경기도 제일 가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허풍이 아니라 정말 그런 내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웬만한 가문의 눈에는 손용석과 같은 불법 조직의 사람이 무섭지만, 그런 최상급 가문의 눈에는 손용석과 같은 사람은 개처럼 보이고 큰
정민아는 눈앞의 공손한 얼굴을 하고 있는 손용석을 보고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그녀 자신도 왜 손용석이 자신에 대해 이렇게 공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김예훈 때문인가?그런데 문제는 송용석이 김예훈 앞에서는 특별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이 많았던 거 같다.손용석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마 정씨 가문 때문이겠지?정민아가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김예훈이 냉담하게 말했다. "아까 누군가 내 아내를 때렸고 또 누군가 내 아내와 절친들을 해치려고 했는데, 심지어 누군가 내가 무릎을 꿇고 여기서 기어 나가길 원하던데…""쳇—"."김예훈이 평범하게 말했지만 손용석은 바로 무릎을 꿇을 뻔했고, 김예훈의 경고의 눈빛을 보고 감히 무릎을 꿇지 못했다. 그는 오정범의 지시가 떠올랐으며 김 도련님은 아주 조용한 분이시고 그가 김 도련님의 신분을 폭로하면 죽는다고 말했다.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손용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예훈 씨, 정민아 씨, 걱정 마세요. 이번에는 모두 제 잘못이니까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치자 그는 일어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백욱과 백호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너희 둘은 여기서 기어나가. 내 명령 없이 누가 감히 일어서면 죽는다."백욱과 백호는 몸을 부르르 떨며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손용석은 한 발 걷어차서 두 사람을 모두 엎드리게 하고 나서야 차갑게 말했다. "안 들려?"백욱의 눈빛은 차갑지만, 그는 확실히 인물이다. 지금 두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로비 입구 쪽으로 기어갔다. 왜냐하면 그는 오늘 밤 자신이 망했다는 것을 알았고 남아 있어도 단지 모욕을 자초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백호는 고개를 들어 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세게 노려보며 악독하게 말했다. "김예훈, 정민아, 내가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오늘 이 원수는 반드시 갚을 거다!"그가 손용석에게 감히 복수할 수 없지만, 김예훈에게는 복수할 수 있다.김예훈은 웃었다.”백씨 가문은 정말 대단하네.”
"이분은?" 정민아가 유나의 표정을 쳐다보더니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두 사람 처음 보는 사이지." 김예훈이 머리를 탁 치며 소개했다, "이분은 응급센터의 유 선생님이야, 저번에 한 번 뵀었어.""유 선생님, 이쪽은 제 아내입니다, 빨리 처리해주십시오."두 여자의 안색이 별로인 것 같았지만 김예훈은 온통 정민아의 상처에 정신이 팔려 신경 쓰지 않았다.유나는 "아내"라는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었다:"김예훈 씨, 젊은 나이에 성공적인 삶이네요, 이렇게 예쁜 아내분도 있고, 걱정하지 말아요, 조금도 흉터가 남지 않을 거예요.""네, 유 선생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마음이 놓입니다" 김예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유나의 실력과 품성에 대해서는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유나가 이렇게 말해주니 더 안심되었다.이내, 정민아와 조이영、안지희는 모두 응급실로 들어가 상처를 치료했다.이때, 김예훈은 선우건의 부상이 생각났다, 잠시 고민한 후 그가 선우정아한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김예훈 씨..." 전화는 순식간에 연결되었다, 전화 맞은편, 소파에 기대어 앉아있던 선우정아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차를 마시고 있던 선우건이 그 모습을 보고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손녀가 푹 빠진 게 분명하다, 데릴사위가 도대체 뭐가 그리 좋은지?한편, 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선우정아 씨, 오랜만입니다, 선우 어르신의 부상 상태는 어떠하십니까?"전화 맞은편, 선우정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나한테 전화를 한 이유가 할아버지의 부상 때문이란 말인가?그러나 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 상태는 많이 좋아졌어요, 며칠 후에 경기도로 돌아가려고 해요""그렇군요, 그럼 돌아가기 전에 저한테 연락해주십시오, 배웅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예훈이 인사치레했다."좋아요, 그때 꼭 오셔야 해요, 약속 어기지 말아요!"말
옆에 있던 안지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정민아의 표정을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조이영, 그만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닐 거야, 아까 유나 씨는 우리의 상처를 진지하게 치료해줬어, 좋은 사람이야.""안지희, 너 왜 다른 사람의 편을 들어?" 조이영이 차갑게 웃었다, "약 바르고 나니까 잊은 거야? 우리가 이 찌질한 놈 때문에 하마터면 신세 망칠 뻔한걸? 김예훈, 잘 들어, 네가 우리를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고 해서 이 일을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마.""만약 네가 능력이 있었다면, 아니 네가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우리가 그년한테 맞았을까? 충고하는데 빨리 민아랑 이혼해! 길 가던 사람 붙잡아서 결혼해도 너 같이 찌질한 놈보다는 백 배 더 나을 테니까!"어차피 조이영은 김예훈과 정민아를 갈라놓을 속셈이었다, 이전에는 뒤에서 꼼수를 썼다면 오늘은 아예 대놓고 말했다.현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김예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정민아와 이들을 데리고 상처를 처리하러 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유나 선생님은 단순한 사람이다, 조이영이 지금 이러고 있으니 그녀를 볼 면목이 없다.한편, 조이영의 말을 듣고 정민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을 보고 김예훈이 쓴웃음을 지었다, 근데 그럴 만도 했다, 그녀들을 데리고 유나 같은 미녀 의사를 찾아왔으니 의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왜? 날 때리기라도 하게?" 조이영이 김예훈의 안색을 살피고는 소리쳤다, "아니면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김예훈, 민아가 단순하다고 괴롭힐 생각하지 마! 데릴사위 주제에 왜 이리 날뛰는 거야?"김예훈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이때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만해, 여긴 병원 응급실이야, 게다가 이건 우리 부부 사이의 일이야, 그만 억지 부려!""내가 억지를 부린다고?" 김예훈의 말을 듣고 조이영은 더욱 분노했다, "왜? 네가 이런 짓을 하는데 내가 말도 못해?""나랑 유나 씨 아무 사이
이 말이 터져 나오자 응급실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정민아도 당황했다, 예전에 김예훈은 조이영과 안지희의 조롱을 받아도 이렇게 큰소리를 친 적은 없었다, 근데 지금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설마 뭔가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건지?그 생각을 하고 정민아는 입술을 꽉 물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도 이게 질투인지 아니면 실망인지 잘 모르겠다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김예훈한테 손끝 하나 건드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김예훈이 밖에 딴 여자가 있는 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정말 그 일이 발생했을 때, 그녀의 마음은 너무 복잡했다."조이영, 그만해." 깊은숨을 들이쉬며 정민아가 말했다, "집에 데려다줄게."말을 하고 정민아는 김예훈의 손에 있던 차 키를 낚아채고 조이영과 안지희를 데리고 응급실을 나갔다.정민아는 자신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몰랐다, 김예훈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게 분명한데 말이다.세 사람이 떠나는 걸 보며 김예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잠시 후, 유나가 다가와서 아랫입술을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 미안해요, 저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 같네요."김예훈은 그녀를 위험 속에서 구해줬다, 그리고 병원의 부원장으로 만들어줬다, 이건 엄청난 은혜이다, 아직 이 은혜도 갚지 못했는데 자신 때문에 김예훈의 가장이 파탄 난다면 유나는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한편, 유나는 의문이 가득했다, 김예훈 같이 훌륭한 남자가 왜 데릴사위인지? 만약 그게 취미라면 자신도 이 남자를 먹여 살릴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그 생각을 하니, 유나는 순식간에 얼굴을 붉어졌다...김예훈이 고개를 돌려 유나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유나는 다 좋지만 너무 쉽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다, 그러니 자꾸 사람들한테 오해받는 것이다.유나같이 단순한 여자가 사람들 앞에서 조이영한테 욕을 먹었으니 김예훈은 엄청 난감했다:"유 선생님, 이 일은 당신 잘
"헐 대박,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 방금 사복을 입고 지나간 사람이 유나 선생님 맞아?""너도 봤어? 난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유나가 제정신이야? 그렇게 많은 스포츠카는 안 타고 전기 스쿠터를 타다니? 그것도 공용 전기 스쿠터, 한 시간에 5천 원밖에 안 하는 그런 걸 말이야!""설마 이런 게 돈보다는 행복이라는 것인가...""유나 선생님이 이렇게 소박한 걸 좋아할 줄 알았다면 차를 사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이날부터 병원의 모든 남성 의료진은 전기 스쿠터로 바꾸고 더는 차를 운전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병원 부근의 번거로웠던 주차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었다.........도로에서, 김예훈은 유나가 남해호텔의 유명한 양식을 먹고 싶다고 해서 김예훈은 아무 생각 없이 하은혜에게 전화를 걸어 예약을 부탁했다. 하은혜를 생각하니 벌써 이틀이나 회사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하은혜가 있어서 김예훈은 걱정하지 않았다.뒷좌석에 앉아있던 유나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가 쑥스러워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 아니면 나중에 같이 식사해요...""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김예훈이 무의식중에 입을 열었다, 그가 기침을 세게 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곧 도착합니다, 게다가 이미 자리를 예약해 두었습니다.""그리고 김예훈이라고 부르지 말고 예훈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그렇게 격식을 차릴 필요 없습니다."말하면서, 두 사람은 남해호텔 아래층에 도착했다, 앞에 마침 주차 자리가 있어서 김예훈은 별생각 없이 타고 온 전기 스쿠터를 그곳에 주차했다."땡-"주차를 마치자마자 김예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선우정아한테서 온 문자였다:"우리 5일 후에 떠나요."선우정아가 특별히 자신한테 문자를 보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김예훈은 웃으면서 핸드폰을 들어 답장하려고 했다."펑-"바로 이때, 세단 한 대가 주차를 하면서 마침 전기 스쿠터에 부딪혔다.김예훈과 유나
작은 교통사고 때문에 이런 미인들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중요한 건 두 여인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 중의 한 여인과 하룻밤을 같이 보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원한이 없겠다.한 여인은 청순하다, 그녀를 보면 마치 어린 시절의 첫사랑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또 한 여인 가난한 집 예쁜 딸 같은 느낌이 들어 언제든지 품을 수 있을 것 같았다.다들 헛된 꿈을 꾸고 있을 때 김예훈이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임설희?"차 안의 미인을 김예훈은 알고 있었다, 그의 대학교 시절 짝궁이었던 임설희, 예전에 동창회에서 그의 편을 들어준 적도 있었다,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김예훈?" 임설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지난번 동창회 때, 동창들은 김예훈이 데릴사위가 되었고 궁상맞고 찌질하고 엉망진창이라고 조롱했다. 그녀는 믿지 않고 김예훈의 편을 들었는데 오늘 김예훈의 이런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김예훈, 네가 어떻게..." 임설희가 한숨을 내쉬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학교 다닐 때는 너도 똑똑했잖아, 나보다 시험 잘 볼 때도 있었고, 근데 왜 이렇게 된 거야? 지난번에 난 애들이 함부로 말하는 줄 알았어... 선배님, 이 돈은 제가 낼게요, 그러니까 그만 해요."임설희의 말을 듣고 김예훈은 오히려 웃음을 지었다, 비록 임설희가 좀 오버했지만 김예훈은 잘 알고 있다, 임설희는 착한 사람이고 자신을 조롱하려고 고의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처지가 딱해 보여 도와주려고 한 것이라는 걸 말이다."임설희,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나한테 신경 쓰더니, 아직도 그러고 싶어?" 김예훈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임설희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진짜, 제발 좀 정신 차리고 살아, 지난번 동창회에서 보니까 네가 제일 궁상맞더라, 잘 살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옆에서 매일 널 일깨워 줄 수도 없으니까 네가 알아서 똑바로 하고 살라고."바로 이때, 임설희 옆에 있던 그 남자는 김
김예훈는 웃으며 말했다:"임설희, 넌 학교 다닐 때랑 변한 게 없구나, 걸핏하면 날 가르치려 하잖아.""농담 아니야! 지난번 동창회 때, 애들이 너한테 의견이 많았어, 직장 구해서 착실하게 살아, 맨날 헛된 꿈만 꾸지 말고." 임설희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넌 지금 행복해? 돈 몇 푼 때문에 제비 짓이나 하지 말고, 차라리 마음 잡고 경비원이나 하는 게 낫겠다."임설희는 김예훈한테 참 좋은 친구였다, 지금 이 상황에도 김예훈을 생각하는 걸 보면.김예훈은 손을 뻗어 예전처럼 임설희의 얼굴을 꼬집었다:"솔직히 예전에 네 말 듣지 않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거 후회했어, 하지만 나 지금 잘살고 있어."비록 3년 동안 데릴사위 노릇을 했고 지금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의 그는 YE 투자 회사의 대표이다, 김예훈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물론 오늘 병원에서 정민아와 갈등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너..." 임설희가 미간을 찌푸렸다, "너 진짜 전혀 노력할 마음이 없구나."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임설희도 조금 실망했다, 더는 김예훈한테 충고하지 않고 옆에 있는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됐고, 더 이상 말 안 할게, 조운 선배의 차와 부딪힌 건 너니까 신고하지 말고 그냥 돈 좀 내서 수리하게 해."바로 이때, 뒤에 있던 조운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방금 김예훈이 임설희의 얼굴을 꼬집을 때 그는 이미 많이 불쾌했다, 그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김예훈, 설희를 봐서 너한테 따지지 않을게, 200만 원만 줘, 수리는 내가 알아서 할게."200만 원? 이 인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자기 전기 스쿠터도 상태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운의 차는 긁힌 자국이 몇 개 생겼을 뿐이고 조운이 자기한테 와서 부딪혔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김예훈의 책임이 아니었다.게다가 조운의 차는 혼다의 오딧세이라는 모델이다, 가격은 4000만원 정도이다, 지금 페인트칠하는데 200만 원을 요구한다고? 이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