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싸늘하게 말했다.“어디 털끝 하나 건드려 봐. 야마자키파에서 땅 치고 후회하게 해줄 거니까. 방호철도 이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사쿠라는 일부러 놀란 척하더니 어깨를 쫙 펴면서 말했다.“아이고, 무서워라. 어떡하지? 나의 이 놀란 가슴을 잠재울 수밖에.”그러더니 옆에 있던 우현아의 뺨을 때렸다.쨕!우현아의 예쁜 얼굴에 뺨 자국이 생겼다.정신을 잃었던 우현아는 아픈 나머지 다시 정신을 차리더니 입에 물고 있던 천을 뱉으면서 말했다.“김예훈, 나 신경 쓰지 마...”쨕!우현아는 또 뺨을 맞아 말도 하지 못했다.“어머머, 정말 감동스러워서 못 보겠네.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장면 아니야? 그런데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란 말이지.”김예훈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사쿠라, 넌 이제 죽었어.”우현아가 힘겹게 말했다.“김예훈, 난 정말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나한테 무슨 짓하지 못할 거야.”우현아는 워낙 똑똑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만 아니라면 사쿠라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김예훈한테 계속 당황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우현아 쪽에서도 김예훈 쪽의 위급한 상황이 보이는 것 같았다.“우현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해. 김예훈 저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봐야지...”사쿠라는 우현아의 턱을 들어 그녀의 입가에 뽀뽀하더니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술을 핥으면서 말했다.“나카노 타로우 씨, 속전속결 하시기를 바랄게요. 제가 대신 맛보았는데 괜찮네요. 그 두 년은 중독되어서 가지고 놀 수 없을텐데 한 명을 살려둘게요. 이따 맘껏 즐겨보세요! 김예훈의 무릎을 꿇리고 저놈이 보는 앞에서 가지고 노는 상상만 해도 짜릿하네요...”사쿠라의 옆에 있던 부하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나카노 타로우도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은 아이디어네요. 역시 사쿠라 씨는 다르네요!”김예훈은 표정이 더욱 어두워지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사쿠라, 걱정하
샤샥! 나카노 타로우는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여전히 짧고 굵은 한방이었지만 타격감은 전혀 없었다.사쿠라는 이 모습을 감상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나카노 타로우 씨의 검술은 이미 최고의 경지에 달했기 때문에 저놈을 죽이기만 한다면 저희 야마자키파에서 검신으로 불릴 것입니다!”피가 뜨거워진 나카노 타로우는 다시 손에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김예훈은 정면승부하는 대신 가볍게 뒤로 물러섰다.김예훈이 피하는 바람에 나카노 타로우는 더 승부욕이 활활 타올라 다시 앞으로 튕겨나갔다.샤샤샥!이번에는 나카노 타로우의 손에 쥐고 있던 검이 이상하리만큼 흔들거리더니 공중에서 십자를 그리면서 김예훈의 퇴로를 막았다.나카노 타로우는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며 김예훈을 압박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쿠라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비록 야마자키파에서 제1 검객이라고 불리고 있었지만 그의 실력을 직접 본 적 없어 아무도 어느정도인지 몰랐다.그런데 오늘 눈앞에서 직접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역시 소문대로 제1 검객은 제1 검객이야! 그런데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김예훈이 계속 피해간단 말이지.’샤샤샥!나카노 타로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정없이 검을 휘둘렀다.검에서 폭우처럼 불빛이 쏟아지더니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가로세로의 흔적으로 공중에 도막이 형성되었다.아무나 이루어 낼 수 없는 실력이었다.나카노 타로우의 일련의 공격에 김예훈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우현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하지만 김예훈은 뒤로 물러서면서 나카노 타로우의 검이 몸에 닿기 전에 묘하게 피해갔다.나카노 타로우의 움직임이 아무리 빨라도 김예훈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그는 공중에서 오른손으로 검을 검집에 넣고는 서서히 내려왔다.이 순간 모든 기운을 끌어모은 것 같았다.이것은 바로 야마자키파 특유의 검술이었다.이 검에 모든 기가 모이면 형용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를 수 있었다.“김예훈, 조심해!”“형부, 괜찮아요? 조심하세요...
시간을 계산하고 있던 김예훈은 또다시 뒤로 피했다.퍽!김예훈의 뒤에 있던 피아노가 두 동강 나고 말았다.“이런 젠장!”최선을 다해 봤자 김예훈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해 나카노 타로우는 인내심이 폭발했다.바로 이때, 핸드폰이 울리고, 김예훈은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나카노 타로우, 게임 끝이야. 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해독제를 주고 무릎끓고 사과하면 용서해 줄게.”“무릎 꿇고 사과하라고?”나카노 타로우는 철저히 분노하고 말았다.“김예훈, 넌 아직도 네가 대단한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내가 보기엔 그저 쓸모없는 병신같은데? 감히 우리 일본검술을 무시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여줘야겠어!”나카노 타로우는 왼손으로 허리춤에 있던 다른 검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덮쳤다.길고 짧은 두 자루의 검으로 김예훈의 퇴로를 막았다.쨕!김예훈은 순식간에 나카노 타로우의 앞에 나타나 그의 뺨을 때렸다.“니텐이치류!”나카노 타로우는 두 자루의 검에 기를 전부 모으기 시작했다.하지만 살벌한 무술 세계에선 스피드가 생명이라고 했다.나카노 타로우가 검을 꺼낸 순간 김예훈은 이미 그의 얼굴에 손을 갖다 댄 상황이었다.김예훈의 손바닥 앞에서는 야마자키파 제1 검객이든, 니텐이치류는 전부 쓸모없었다.나카노 타로우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있는 상태로 저 멀리 날아가 테이블에 부딪히고 말았다.그는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피를 토해내던 김예훈이 이 정도로 강할 줄 몰랐다.나카노 타로우가 일어나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다시 다가가 그의 뺨을 때렸다.쨕!또다시 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힌 나카노 타로우는 거대한 힘에 다시 튕겨 돌아왔다.쨕!“야마자키파 제1 검객이라. 니텐이치류? 일본검술이 그렇게 대단해?”김예훈은 말하면서 그의 뺨을 수십 대 때렸다.나카노 타로우는 얼굴이 맞아서 퉁퉁 부어올랐다.쨕!“내가 너 무시하는 게 어때서? 그깟 일본, 그깟 야마자키파. 그렇게 대단한 줄 알았어? 싸움이 안 되니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김예훈이 사용한 것은 그저 손바닥이라는 것이다.만약 김예훈이 화려한 실력으로 나카노 타로우를 제압했다면 정말 두손 두발 다 들었을 것이다.아무리 그래도 전설 속의 총사령관이었으니 말이다.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휘두른 손아귀에 나카노 타로우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줄 몰랐다.이 순간 나카노 타로우는 바닥에 머리를 박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김예훈의 공격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쨕!또 뺨 한 대에 나카노 타로우는 공중에서 90도 회전하더니 초라한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또 발로 걷어차더니 자세를 낮춰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자, 야마자키파 제1 검객께서 말해 봐. 일본검술이 그렇게 대단해? 우리 대한민국에서 소란을 피울 정도로?”김예훈은 또 그의 뺨을 때렸다.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나카노 타로우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렇게 대단한 일본검술은 김예훈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사쿠라와 부하들은 눈이 휘둥그레 쳐다보고 있었다.믿고 있었던 나카노 타로우가 뺨 맞을 줄 몰랐는지 하나같이 놀라운 표정이었다.사쿠라는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내가 직접 봤는데 나카노 타로우는 검으로 바위를 부숴버릴 정도로 정말 대단한 실력자였어. 진정한 일본의 자랑이었단 말이야. 그런데 왜 김예훈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지?’퍽!김예훈이 다시 손을 들자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나카노 타로우는 피를 토해내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었다.“그, 그만! 이게 바로 해독제야. 해독제...”나카노 타로우는 이것이 진짜 해독제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한 알을 삼켰다.김예훈은 냄새를 맡아보고는 그제야 안심하고 정민아와 정소현에게 먹였다.두 사람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검은 그림자가 걷어지고, 김예훈은 이들의 맥을 확인해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남산이 자세히 검사해 주면 아무 일도 없을 것으로 보였다.사쿠라는 아연실색이 되어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어떻게
김예훈이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시아가 임씨 가문의 의사들을 포함한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달려왔다.김예훈은 간단히 상황설명을 마치고 전남산이 도착하는 시간을 맞춰 임시아더러 정민아와 정소현을 부산 국제공항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전남산이 상태를 확인해 줘야 안심될 것만 같았다.임시아가 떠나고, 최산하한테서 연락이 왔다.“회장님, 크루즈 위치를 확인했고 용문당 제자들이 우현아 씨를 찾았습니다. 제때 도착한 덕에 우현아 씨는 무사하긴 한데 사쿠라는 이미 도망쳐 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능력이 부족했습니다.”김예훈은 우현아가 무사하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사하면 됐어. 일단 현아를 데리고 공항으로 가. 전남산 어르신께서 봐주실 거야.”김예훈은 전화를 끊고 나카노 타로우에게 다가갔다.“사쿠라 어디 있어?”창백한 얼굴의 나카노 타로우는 김예훈의 눈빛과 마주치자마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나카노 타로우는 바로 사쿠라를 배신했다.“스카이 호텔로 갔을 거야. 방 도련님이 그곳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거든! 네가 복수할 줄 알고 방 도련님 보호받으러 갔을 거야.”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스카이 호텔?”“맞아. 방씨 가문의 투자로 부산 교외에 새로 선 호텔이거든. 온천 옆에 지었다고 알고있고 투자액이 2백조 원은 될 거야. 그리고 이 호텔의 주인은 바로 방 도련님의 사촌 누나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최산하에게 전화했다.전화기 너머의 최산하가 공손하게 말했다.“회장님, 이 사람을 알아요. 방호철 사촌 누나인 방민지는 예전에 용전에서 일해서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알고 있어요. 용전에 있을 때 임무를 완수하다 부상을 입어 어쩔 수 없이 전역했다고 들었어요. 용전에서는 늘 그 사람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요. 부산에서 신분이 높아 부산 1인자인 임강호도 체면을 세워준다고 하더라고요. 서울 방씨 가문 사람인 것 외에 용전에 있었던 사람이라서요.”“알았어.”차가운 표
스카이 호텔 꼭대기 층 로얄 스위트 룸.환복을 마친 사쿠라의 표정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온수로 샤워했는데도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김예훈이 온몸에서 풍기는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미야모토, 오늘의 치욕을 꼭 기억해야 해. 대한민국 총사령관이었던 김예훈이 우리 야마자키파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오늘의 치욕을 벗을 수 있게 꼭 우리 앞에 무릎을 꿇려야겠어.”사쿠라의 말투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오늘 마지막 순간에 우현아를 버리고 미야모토와 함께 도망쳤기 다행이지, 아니면 부하들처럼 용문당에게 잡혔을 것이다.이때, 부산 야마자키 검도관이 박살 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다년간 운영하고 있던 부산 야마자키 검도관이 한순간에 몰락하고 말았다.하지만 아쉽게도 후회해도 소용없었다.아무리 사쿠라를 때려죽여도 김예훈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언니, 김예훈이 정말 우리를 안 놔줄까요?”미야모토 역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그놈한테는 우리의 목숨이 개미보다도 못한 존재일 거야.”“이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필 방민지 씨 호텔에 숨어있어야 해요? 일본대사관에 가 있어도 상관없는 거 아니에요? 내일 첫 비행기로 한국을 떠나면 되잖아요. 설마 일본까지 쫓아와서 저희를 죽이겠어요?”아무 걱정 없이 곱게 자라온 미야모토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늘 강하게만 느껴졌던 사쿠라가 한 남자 때문에 스카이 호텔에 숨어서 부들부들 떨고 있을 줄 몰랐다.김예훈이 아무리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이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언니, 저희한테 아예 기회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최소한 김예훈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데 이 사실을 방 도련님께 알려드리면 저희도 얻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사쿠라가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저었다.“안 돼. 그건 우리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비장의 카드야. 절대 쉽게 보여줘서는 안 돼. 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그래도
잠깐 경계를 늦추고 있던 미야모토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언니, 저 생각나는 거 있어요. 김예훈의 신분으로는 저희가 스카이 호텔에 있는 거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설마 바로 저희를 죽이러 오는 건 아니겠죠? 저희 몰래 일본으로 밀항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사쿠라가 진지하게 말했다.“넌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는 신분도 가지고 있다는 거 잊지 마. 우리가 밀항한다고 해도 김예훈의 명령 한마디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어. 그래서 잠깐 스카이 호텔에 있다가 내일 아침 첫 비행기로 떠나려는 거야. 걱정하지 마. 방 도련님께서 알아서 우리 신분을 감춰줄 거야. 서울 4대 도련님인 방 도련님에게는 특별할 신분을 가지고 있는 누나가 있어. 예전에 용전에 계셨던 분이야. 그래서 말인데 스카이 호텔은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김예훈이 총사령관 신분을 직접 밝히지 않는 한 부산 용문당 회장의 신분으로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어. 그렇다고 직접 신분을 밝힐 것 같아?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걸 알아도 어쩔 수 없을 거야. 여기까지 찾아오는 건 서울 방씨 가문, 용전과 등을 돌리는 거거든! 우리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용전과 서울 방씨 가문에서 가만두지 않을 거야. 김예훈이 전설 속의 총사령관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야. 이렇게 되면 우리랑 상관없이 알아서 서로 물고 뜯겠지.”사쿠라는 이 와중에 판을 꾸미고 있었다.미야모토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방 도련님께서 저희를 보호해 줄 거라 믿고 있지만 김예훈의 상대가 안 될까 봐 겁나요.”사쿠라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야. 김예훈이 신분을 밝히기 전까지는 그저 실력이 상당한 고수일 뿐이야. 그런데 지금 시대에서 실력이 강해봤자 뭐 하겠어? 인맥, 배경, 권력이 강하면 한 사람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야. 서울 방씨 가문이 김예훈을 죽이지 못한다고 해도 든든한 용전이 있잖아. 그래서 전혀 문
이 시각 스카이 호텔 입구. 열몇 대의 토요타 프라도 차량이 호텔 앞을 가로막았다.무표정으로 차에서 내리는 김예훈 뒤로 오정범, 진윤하도 함께했다.이 순간 김예훈은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입구를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놀란 마음에 바로 허리춤에 있는 총을 잡았다.“누구세요? 오늘은 저희 스카이 호텔의 개업식입니다. 초대된 분들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초대장이 없다면 이만 가주시기 바랍니다.”가장 앞장서있던 보디가드는 심지어 총을 꺼내려고 했다.쨕!오정범은 그에게 총 꺼낼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뺨을 때려 바닥에 눕혔다.그가 아무렇지 않게 때린 뺨에 7, 8명의 보디가드들은 저 멀리 날아가 얼굴을 움켜쥔 채 바닥에서 일어서지도 못했다.“부산에서 불법 총을 지니고 있다니!”진윤하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용문당 제자들에게 총을 주우라고 했다.“오늘 우리 회장님께서 기분이 안 좋으셔서 시간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한 번만 물을게. 사쿠라와 미야모토, 어디 있어?”보디가드 대장은 방씨 가문의 충신견이 틀림없었다.“지금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여기가 어떤 곳이라고. 방씨 가문을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기나 해요?”쨕!진윤하는 그를 발로 걷어차고는 손목마저 부러뜨렸다.“어디 있냐고.”보디가드가 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로비에... 있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뒷짐을 쥐고 걸어 들어갔다.오정범이 진윤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여자가 이렇게 독해서 되겠어? 시집 못 가면 어떡해.”그와 말 섞기 싫은 진윤하는 그를 힐끔 쳐다볼 뿐 김예훈을 따라 스카이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호텔 로비 인테리어는 반짝반짝 빛나다 못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전국 각지 상류 인사들은 방씨 가문 덕분에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그래서인지 분위기가 북적거리기만 했다.남자들은 정장 차림에 올백 머리를 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블링블링 액세서리를 하고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