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조효임 등은 이 장면을 보고 넋을 잃고 말았다.진윤하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그런데 김예훈은 어떻게 된 일이지? 왜 계속 진윤하를 가르쳐주고 있는 거지?진윤하는 분명 부산 용문당 부회장인데 무슨 자격으로 가르쳐줘? 흑백무상은 딱 봐도 실력이 막강한 고수였는데 진윤하가 김예훈의 가르침 덕에 손쉽게 이겼다니!특히 마지막으로 때린 뺨이 정말 멋있었어!“그냥 우연한 일치겠지! 제까짓게 다른 사람을 가르쳐? 정말 무신급이라도 되기나 한 거야?”변우진 역시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진윤하를 가르칠 자격도 없는 놈이. 그럴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에 떠들썩하게 이름을날렸겠지. 그러면 여기서 쓸데없는 말할 필요 없이 직접 나섰으면 될 것을. 아무리 봐도 진윤하와 친하다고 자랑하는 것 같은데?’“쓸모없는 자식!”변우진은 역시나 김예훈을 무시하고 있었다.‘아무리 잘난 척해봤자 뭐해? 능력이 그저 그 정도면서. 일반인이 봤으면 대단하다고 느꼈겠지만 나 같은 고수 앞에서 허세를 부려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변우진은 아까 창피를 당한 일을 까마득히 잊은 듯했다.쨕! 쨕! 쨕!이때,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윤석훈은 다시 나서려는 흑백무상을 말리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역시 부산 용문당 부회장님이라 실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네요! 저도 참지 못하고 사인하나 부탁드릴 뻔했잖아요.”윤석훈은 말로는 칭찬하는 것 같았지만 말투에는 여전히 비웃음이 가득했다.“윤석훈, 이렇게 된 마당에 쓸데없는 말 그만하지?”김예훈은 흑백무상을 제압한 사람이 자신인 것처럼 앞으로 나섰다.현장에 있던 부잣집 따님들은 그를 가소롭게 쳐다보았다.‘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더니 인제 와서 보니 그저 여자한테 얹혀사는 놈이었네.’“김예훈, 정말 실망이야!”조효임 역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그의 옆에 있던 인플루언서들은 다시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하고 뒷짐을 쥔 채
“그리고 아까는 그저 시간을 벌려고 재미 삼아 한판 붙어본 것뿐이야...”윤석훈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거기에 심상치 않은 살기까지 느껴졌다.뒤이어 총을 든 저격수들이 침입해 로비를 전체 포위했다.임강호, 심택연과 유홍기 등 기관 사람들도 로비로 끌려왔다.이런 상황에 임강호는 표정이 어두워졌다.오늘 저녁 이런 일이 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백 명 가까이 되는 저격수들이 순식간에 분위기를 압도하고 말았고, 이렇게 큰 움직임에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뭐 하는 짓이야!”심씨 가문의 사람이자 부산 2인자인 심택연은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는 앞으로 나서더니 윤석훈을 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윤석훈, 독사파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윤석훈이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저 윤석훈, 흑무상과 백무상, 30명의 킬러, 심씨 가문 백 명의 저격수와 함께 심현섭 어르신께 축하의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오늘이 어르신의 생신이자 기일이길 바라는 의미에서요.”윤석훈은 임강호와 심택연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부하를 데리고 앞으로 걸어가면서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전부 걷어차 버렸다.그야말로 건방지기 그지없었다!“윤석훈 씨!”하은혜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도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당신이 뭔데 저희 심씨 가문의 저격수를 제어하는 거예요? 너희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지금 반역이라도 하겠다는 거야?”마지막 한마디는 심씨 가문 저격수를 향해 한 말이었다.이 저격수들이 심씨 가문을 보호하는 대신 윤석훈의 편을 들어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하하하하...”윤석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하은혜를 쳐다보았다.“저는 하은혜 씨가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된 마당에 아직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굳이 쓸데없는 말 하고 싶지 않은데.”윤석훈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저는 오늘 심현섭 어르신을 뵈러 왔어요. 분위기
“우리 저격수한테 인당 100발의 총알이 있는데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면 몇 명이나 살아남을 것 같아?”하객들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자리에 앉아있던 청현 도장마저 벌떡 일어서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건방지긴! 윤석훈, 하객 중에 기관 사람도 있고, 명문가 사람들도 있고, 실력자들도 있는데 이 많은 사람을 건드릴 만한 용기가 있어? 그까짓 독사파 킬러조직이 정말 눈에 보이는 것이 없구나?”피융!윤석훈의 손짓하나에 저격수 한 명이 청현 도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악!”왼쪽 어깨에 총 맞은 청현 도장은 표정이 창백해진 채 고통스러워했다.총알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가 정말 총을 쏠 줄 몰랐던 것이다.“윤석훈, 네 이놈!”심택연이 호통쳤다. 포위된 것도 모자라 누가 심씨 가문에서 총을 쐈다는 소문이 나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조차 없을 것이다.피융!심택연 역시 오른쪽 어깨에 총을 맞아 부들부들 떨더니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그래도 제가 못 할 것 같아요?”윤석훈이 박장대소 지었다.“심택연 씨도 똑똑한 줄 알았더니 똑같이 멍청하네요! 잘 보세요. 당신한테 총을 쏜 사람이 누군지. 심씨 가문의 저격수 맞죠? 당신 부하가 당신한테 총을 쐈는데 저한테 죄를 뒤집어씌울 건 아니죠? 아무튼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얼른 심현섭 어르신이나 내놔요! 아니면 죄다 죽여버릴 거니까! 어차피 총 쏘는 사람이 심씨 가문의 저격수라 저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요, 뭘. 용문당이든 용연옥이든 저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윤석훈은 고개가 젖힐 때까지 건방지게 웃고 있었다.“윤석훈, 죽이고 싶은 사람이 나 아니야? 왜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그래? 날 어떻게 하든 상관없으니까 다들 보내줘.”바로 이때, 깊숙한 곳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여윈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있었지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냈다.현장에 있는 하객들과 킬러들은 그의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말았다.이 사람은 바로 전국 10대 명문가인 부산 심씨 가
이 말을 듣고 있던 조효임 등은 피식 웃고 말았다.‘무슨 이런 상황에서 데릴사위나 찾을 생각을 해!’김예훈은 더욱 어리둥절했다.‘난 이미 유부남인데 심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된다는 소문이 돌면 어떡하지?’김예훈이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어르신, 그건 나중에 말씀하시고 먼저 급한 불부터 끕시다.”심현섭이 온화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은혜 혼사 이외의 일은 아무 일도 아니야. 다들 부끄러워하니 그러면 일단 급한 일부터 해결하자고.”심현섭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윤석훈을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이봐. 오늘 내 생일인 거 알기나 하고 그러는 거야? 어디서 관을 들고 와서 행패를 부려! 이러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생각이나 해봤어?”윤석훈은 멈칫도 잠시 박장대소를 지었다.“재밌네. 너무 재밌어. 누군가 했더니 어르신께서 직접 오셨네요? 그런데 오늘 어르신 기일인 거 알고 계세요? 왜요, 직접 관으로 들어가 누우시게요? 뭐, 그래도 괜찮죠. 그래 주기만 한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드릴게요.”심현섭이 담담하게 말했다.“난 돈도 많은데 죽고 싶겠어? 그러니까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은데?”“어르신 마음대로 될 것 같아요?”윤석훈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오늘은 제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거예요! 살라면 살고,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거예요!”윤석훈은 총을 꺼내더니 심현섭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피융!발끝에 총 맞은 심현섭은 윤석훈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평온하기만 했다.“역시, 전국 10대 가문은 다르네요!”윤석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또다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미처 피하지 못하셨나 봐요?”피융! 피융! 피융!윤석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또 연이어 방아쇠를 세 번 당겼다.화가 난 심씨 가문 보디가드들은 말리고 싶었지만, 저격수가 총을 들고있는 바람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심씨 가문 보디가드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웠다.윤석훈의 조종을 당하는 심씨 가문 저격수들은 저마다 똑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죽지도 않고 살아있는 어르신께서 너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은데? 네가 어르신 멱을 따서 관에 처넣으면 죽이지 않을게. 어때? 안 그러면 내가 너를 바로 총으로 쏴 죽일 거야! 현실에서 도망갈 생각하지 마! 그러면 다른 사람부터 죽일 거니까!”윤석훈의 손짓하나에 몇십 개의 총구가 김예훈을 향했다.저마다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윤석훈의 극악무도한 행동에 사람들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김예훈이 피해버린다면 죽는 것은 이들일 것이다.이 순간, 임강호마저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심현섭이 윤석훈을 제압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몰랐다.저격수들이 일단 총을 쏘기만 한다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몰랐다.모든 하객이 죽는 비극을 맞이할지도 몰랐다.임강호 등이 나설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나서면서 말했다.“윤석훈, 아무리 그래도 독사파 수장 아들이라는 놈이 왜 이렇게 찌질해? 내 아랫사람이랑 1:1로 붙을 자신도 없으면서 왜 사람을 죽이겠다고 그래?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윤석훈이 멈칫하더니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아랫사람? 부산 용문당 부회장이 너의 아랫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김예훈, 아예 부산 용문당 새로운 회장님이라고 그러지 그래? 그러면 내가 널 존경할지 어떻게 알아. 여자 등이나 처먹는 주제에 네가 회장님이라고 하면 누가 믿어줄 것 같아?”윤석훈은 가소롭게 쳐다보면서 바닥에 침을 내뱉었다.“그래?”김예훈은 뒷짐을 쥐고 있었다.“이미 사실대로 말했는데 믿을지 말지는 알아서 해. 그리고 내 한마디면 넌 뺨 맞아 죽을 목숨이야. 내 말 믿어 안 믿어?“이 말에 윤석훈이 피식 웃고 말았다.‘여자한테 얹혀사는 주제에 정말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도 된 줄 아나 봐.’조효임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여기가 어디라고 목숨을 걸면서까지 허세를 부리는 거야! 이따 윤석훈의 총에 맞으면 어떻게 되나 보자고.’“뺨 맞아 죽을 목숨이라고?
저격수들이 방아쇠를 당기려고 할 때, 김예훈이 무심코 쳐다보는 바람에 저마다 손가락이 얼어붙어 어떻게 해도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바로 이때, 진윤하가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살벌한 무술 세계에선 스피드가 생명이라고 했다.순식간의 움직임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쨕!뺨 한 대에 윤석훈은 저 멀리 날아가 로비 입구에 있는 돌에 부딪히고 말았다.목은 꺾이고, 코와 입에서 피를 뿜어내는 것이 죽기보다도 못했다...이어 진윤하는 다가가 그의 머리를 짓밟았다.진윤하는 마치 개미 한 마리를 밟고 있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아 했다.그야말로 놀라웠다!그 누구도 진윤하의 실력이 이 정도로 놀라울 줄 몰랐다.정말 뺨 한 대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윤석훈을 날려 보낼 줄 몰랐다.발에 힘만 준다면 목숨이 간당간당한 윤석훈이 바로 즉사할지도 몰랐다.윤석훈과 동행한 흑백무상, 30명의 킬러, 100명의 저격수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아무도 나서지 못했고, 아무도 입을 벌릴 수조차 없었다.윤석훈의 목숨은 진윤하에게 달렸기 때문이다.“김 도련님, 임무 완수했습니다.”윤석훈을 밟고있는 진윤하가 공손하게 예의를 갖췄다.이런 진윤하의 모습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특히 조효임은 더욱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설마 김예훈 이놈이 정말 부산 용문당 회장인 건 아니겠지?’김예훈은 겨우 부산에 자리 잡은 촌놈이었고 신분 높은 용문당 회장은 젊은 나이에 부산을 제압한 존재였다. 아무리 봐도 이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었다.조효임이 질문하기도 전에 입구에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뒤이어 열몇 명의 심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누군가에 의해 로비 안으로 던져져 경련을 일으키더니 의식을 잃고 말았다.이때 흰 원피스를 입고있는 귀부인 한 명이 차가운 표정으로 로비로 걸어들어왔다.이 사람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아무도 몰랐다.그저 그녀가 나타난 순간 하나같이 그녀의 미모, 몸매와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말았다.어
윤청이는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심현섭이 있는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걸음걸음 내디딜 때마다 현장 분위기가 차가워졌고, 심현섭과의 거리가 10미터 가까이 되었을 때는 얼음장처럼 차가울 정도였다.몇몇 심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나서서 말리려고 했지만 발걸음을 내디디기 전에 목에 비수가 꽂혀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크루즈에서 봤을 때보다 실력이 향상된 윤청이를 보자마자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때는 아마도 진짜 실력을 감췄을지도 몰랐다.킬러 랭킹 3위의 실력은 역시나였다.김예훈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나서려는 진윤하를 말렸다.그러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윤 사모님 실력이 어마어마하네요. 킬러 랭킹 1위가 와도 사모님 상대가 안 되겠어요. 그런데 제가 이곳에 있는 한 심 어르신을 죽이지 못할 거예요. 그럴 바에 각자 가던 길을 가고 없었던 일로 하는 거 어때요?”김예훈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에 사람들이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윤청이를 상대로 허세를 부리다니. 정말 죽고 싶은 모양이네!’윤청이는 단번에 김예훈을 알아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저번에 크루즈에서 내가 너 봐줬던 거, 정말 네가 무서워서라고 생각해? 너의 부하들이 스스로 알아서 팔을 끊고 꺼져주면 널 죽이지 않을게. 아니면 오늘이 너의 기일이 될 거니까.”김예훈이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서 총 한 자루를 줍더니 말했다.“제가 싫다면요?”“그러면 죽을 수밖에!”이때, 윤청이가 오른손에 있던 비수를 김예훈의 목을 향해 날렸다.아주 빠르고도 정확했다!피융!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겨 총알로 비수를 적중해 날려버렸다.“대단한데?”윤청이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나랑 맞서려고 작정한 거야? 김예훈, 이 누나는 너를 죽이고 싶지 않아. 누나말만 잘 들으면 누나가 정말 예뻐해 줄게...”윤청이의 최면술에 김예훈은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이 모습에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죽게 될 마당에 최면술에 걸린다고? 저러고도 무슨 회
“병신같은 자식들!”윤청이는 열몇 명의 실력자들을 향해 오른손에 있던 백사를 뿌렸다.부패냄새가 뒤섞인 이상한 냄새가 풍겨 하객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윤청이에게 덮친 열몇 명의 실력자들은 윤청이를 상대로 맥을 쓰지 못했다.윤청이의 실력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였다.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않는 틈을 타 김예훈은 뒤로 물러서면서 하은혜를 뒤로 숨겼다.‘윤청이 실력이 역시 대단해. 심씨 가문이 독사파를 무서워한 이유가 있었어. 그런데...’김예훈은 태연하기만 한 심현섭을 쳐다보았다.‘경살 재벌이 이대로 무너지는 건가?’“다 나가! 한꺼번에 덮쳐!”심정효는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죽여!”이때, 또 몇십 명의 심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앞으로 나섰다.하지만 이들은 윤청이에게 그저 깃털 같은 존재라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윤청이의 손짓하나에 이들이 바닥에 주저앉을지 몰랐다.곧이어 심씨 가문 보디가드들은 전투력을 상실하고 말았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하객들은 표정이 창백해졌고, 심지어 어떤 부잣집 따님들은 놀라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김예훈은 진윤하에게 윤석훈은 신경 쓰지 말고 임강호 등을 보호하라는 눈빛을 보냈다.청현 도장은 이미 전투력을 상실한 상태였고, 임강호와 임시아도 어느정도 실력이 있었지만 윤청이의 상대가 전혀 안 되었다.“김 대표님, 저희 할아버지...”김예훈의 뒤에 숨어있던 하은혜는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심현섭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자네. 우리 손녀딸 잘 보호해 주게나. 윤 사모님은 내가 직접 해결해야겠어.”이때, 심현섭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뒷짐을 쥐었다. 야윈 상태였지만 말 못 할 아우라가 넘쳐났다.“뭐야?”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몇 달 동안 휠체어에서 생활했다더니 일어날 수 있었던 거야?’하객들은 물론, 심씨 가문 사람들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윤청이는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이때 심택연이 멈칫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