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도사가 걸어오더니 변우진의 뺨을 때렸다.그는 바로 부산에서 유명한 청현 도장이었다.변우진은 피범벅이 된 얼굴을 감싸 쥐고 휘청거리면서 분노했다.“이런! 왜 저를 때리세요! 청현 도장님, 무슨 설명이라도 해보세요! 아니면 청현 사찰을 없애버릴 거니까!”조효임이 이 광경을 보고 따라서 분노했다.“청현 도장님, 어떻게 변 도련님의 뺨을 때릴 수 있어요? 전에 사찰밥을 먹을 때 어떻게 하셨는지 잊으셨어요? 주차장에서는 또 어떻게 하셨는데요? 변 도련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청현 도장이 조효임을 힐끔 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운이 좋은 줄 아세요. 제가 여자를 때리지 않기 다행이지. 아니면 당신부터 죽였어요! 제가 정말 이깟 놈을 무서워할 줄 알았어요? 그날 사찰에서 방을 내준 건 김 도련님께서 식사하고 계셔서 방해하기 싫어서였어요. 그리고 주차장에서도 저의 빌어먹을 조카한테 김 도련님을 건드린 죗값을 치르게 한 거예요. 모두 다 김 도련님 때문이었어요. 이 사람이랑은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요. 그깟 실력으로 감히 김 도련님 앞에서 허세를 부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청현 도장은 또 말하면서 변우진의 뺨을 때렸다. 그 바람에 변우진은 얼굴이 퉁퉁 부은 채로 연신 뒤로 물러섰다.“뭐라고?”청현 도장의 말과 행동을 본 조효임과 인플루언서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변 도련님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 아니라 김예훈 때문이었다고?’“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조효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김예훈은 그저 촌놈일 뿐이라고.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면 성수당 사건으로 경찰서에 잡혀갔을 때 왜 변 도련님의 도움으로 풀려난 건데?”“변우진 씨의 도움을 받아서 풀려났다고요? 정말 웃겨...”조효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뒤에서 임시아가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걸어들어왔다.우아한 아우라, 예쁜 얼굴과 몸매의 임시아의 등장으로 조효임 등은 순간 못난이로 되어버렸다.임시아는 김예훈의 옆으로 다
변우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그는 변장우가 김예훈을 석방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날은 그저 우연한 기회에 허세를 부렸던 것이다.따라서 김예훈을 석방한 사람을 찾아내기란 불가능했다.그럴만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부산 경찰 서장이었지만 전혀 알지도 못했다.조효임은 놀라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임시아까지 나서서 김예훈의 편을 들어줄 줄 몰랐다.조효임 등은 어질어질한 정신을 부여잡고 두려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무시만 했던 ‘촌놈’ 김예훈의 신분과 지위가 상상했던 것보다 높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조효임이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임시아가 먼저 김예훈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김 도련님, 오늘같이 큰 행사 자리에서 이런 사람들과 시간 낭비하고 있지 마세요. 저희 저쪽으로 가요.”김예훈은 조효임을 힐끔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변우진을 짓밟아 놓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서로 아는 사이인 조효임을 봐서라도 이대로 넘어가기로 했다.조효임이 뻘쭘하게 서 있는 모습도 보고싶지 않았다.그러다 조인국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김예훈은 변우진 일행을 무시하고 임시아와 함께 로비로 걸어갔다.가만히 있던 변우진의 이마에서 그만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그는 부산은 물론 충청지역의 상류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임시아는 누구인가?바로 부산 1인자 임강호의 양딸이 아닌가.부산에서의 진정한 금수저.부산 6대 세자라고 해도 만나면 굽신거리는 존재가 김예훈에게 굽신거리다니.변우진은 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전부터 김예훈을 무시했던 이유도 그에게 아무런 배경도, 아무런 힘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늘 김예훈이 한 행동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김예훈이 창피당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인플루언서들도 놀라서 들고 있던 샴페인을 쏟고 말았다.이들은 평범하디 평범해 보이는 김예훈이 어떻게 임시아의 마음을 얻었는지 궁금했다.조효임은 김예훈이 떠받듦을 받을 정도
조효임은 김예훈을 극도로 무시했다.임시아와 함께 로비에 도착하자 청현 도장, 우충식 등 아는 사람이 많았다.임강호와 유홍기도 왔을 텐데 아마도 심택연이 룸에서 접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였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부산 6대 세자 중의 한 명인 심옥연이 오늘 파티를 주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김예훈은 의아하긴 했지만 아무 말 없이 반갑게 사람들과 인사할 뿐이다.그러다 두 빈자리를 발견하게 되었다.한자리는 경상 재벌 심현섭의 것이었고 다른 한 자리에는 ‘견’ 자가 씌어있었다.김예훈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아마도 이 자리는 부산 견씨 가문을 위해 준비한 자리라고 생각했다.부산 견씨 가문과 부산 심씨 가문은 똑같이 전국 10대 명문가로서 부산에서 오랫동안 뿌리를 내린 역사가 유구한 가문이었다.이 자리는 아마도 부산 견씨 가문 수장의 것이었다.좌석 대부분이 꽉 차 있었지만 이목을 집중시킨 김예훈 덕분에 사람들은 그래도 아직 빈자리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파티가 곧 시작되는데 견씨 가문의 수장님은 왜 아직도 안 오시는 걸까요?”“아마도 안 오시겠죠! 소문에 의하면 부산 견씨 가문의 수장님은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분이라 그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는다고 했어요.”“심현섭 어르신이 아직 심씨 가문의 실제 권력자라면 아마도 참석하셨을 텐데 오늘부로 심옥연 세자님께 자리를 물려준다는데 굳이 이런 자리에 참석하겠어요?”“또 다른 얘기가 돌던데요?”“뭐 아는 거 있어요?”“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호철 도련님께서 심씨 가문과 혼인을 맺으려고 했었대요. 그런데 심현섭 어르신께서 무슨 이유 때문인지 거절했다잖아요!”“세상에! 방씨 가문도 전국 10대 명문가잖아요. 그것도 부산 심씨 가문보다도 지위가 높잖아요!”“방호철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심씨 가문은 이제 역경에 처하겠네요.”“견씨 가문에서 심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이유가 이거였네요!”“견씨 가문에서 방씨 가문과 손을 잡으려는 걸까요?”“그렇지만도 않을 거예요. 그런데 견씨
“그리고 심옥연이 부산 6대 세자 중의 한 명이 된 것도 어느정도 능력이 있다고 봐야죠. 절대로 순순히 심택연한테 넘겨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 이 자리는 그렇게 단순한 자리가 아니라고요. 심택연이 상속받으면 방씨 가문과 견씨 가문이 힘을 합쳐 심씨 가문을 짓밟아 버릴 거고, 심옥연이 상속받으면 명색이 전국 10대 명문가인 심씨 가문은 방씨 가문에 종속되어 그 지배를 받을 거예요. 어떤 방면으로 보나 그 결말은 비참할 거고요.”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속으로 생각했다.‘시아 씨는 역시 전국 10대 명문가의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아는 것이 많네.’그가 궁금해하면서 물었다.“그래도 상황을 바꿔놓을 방법이 없을까요?”“있죠.”임시아가 대답했다.“그것이 어려울 뿐이죠.”“어떤 방법인데요?”“바로 심현섭 어르신께서 계속 권력을 잡고 계시는 거죠. 어르신만 계신다면 심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휘어잡을 수 있고 또 다른 가문과 대항할 힘도 있는 거죠. 몇 년만 더 있으면 부산에서의 심택연의 영향력을 뺏어오든, 심옥연의 신분을 박탈하든 심씨 가문의 힘을 다시 한곳에 모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심씨 가문은 여전히 전국 10대 명문가인 거죠. 그런데 최근 몇 달 동안 심씨 가문에 일이 많아 어르신께서 오늘을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김예훈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오늘 계획한 것이 있었지만 상황을 어떻게 흘러가게 만들지는 하은혜의 뜻을 봐야 했다.어차피 하은혜 집안 사정이라 이곳에 온 이유는 하은혜에게 힘을 보태주기 위해서였다.하은혜만 안전하다면 심씨 가문이 멸망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당연히 하은혜가 심씨 가문의 권력을 손에 쥐고 싶다면 흔쾌히 도와줄 수도 있었다.김예훈의 표정을 보던 임시아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똑똑한 사람이라 김예훈이 오늘 이곳에 왜 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알고만 있었지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았다.뚜벅뚜벅.바로 이때, 마당에서 발걸음
하은혜는 미간을 찌푸린 채 독사파와 십몇 미터 떨어진 곳에 발걸음을 멈췄다.이어 그녀는 영정사진을 든 젊은 남성에게 물었다.“이봐요. 여긴 심씨 가문이에요. 오늘은 저희 할아버지인 경상 재벌 심현섭 씨의 생일파티라고요. 상복을 입은 채 영정사진을 들고 이곳에서 이러는 거 좀 심하지 않으세요?”이때 하은혜의 손짓하나에 사면팔방에서 심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이 나타나 이들을 차갑게 쳐다보았다.그 젊은 남성은 영정사진을 옆에 있는 사람한테 넘기고는 뒷짐을 쥐고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시가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들이마셨다.“하은혜 씨 되시죠? 먼저 자기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윤석훈이라고 합니다. 영정사진 속 사람은 저의 아버지세요.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심현섭 씨의 생신이라고 해서 선물 하나 드리려고 왔어요. 별거 아니지만 받아주시기 바랍니다.”윤석훈이 명령했다.“선물 드려!”이때 민머리 남성 한 명이 선물을 바닥에 툭 던졌다.아무 포장도 없는 선물에 사람들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관?이것은 바로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관이었다.김예훈도 똑같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아무리 원한이 크다고 해도 생일날 관을 선물하는 사람은 없었다.‘이 사람 일부러 깽판 치려고 왔네.’“제기랄! 죽고 싶어?”몇몇 심씨 가문 보디가드들은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경찰봉을 들고 덮치려고 했다.하지만 윤석훈은 차갑게 쳐다보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만 멈춰!”하은혜는 어두운 표정으로 윤석훈을 째려보고 있었다.“석훈 씨,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얼마나 큰 원한이길래 생일날까지 이렇게 할 정도인가요? 가정교육을 잘 받지 못했나 봐요? 이런 짓을 하는 걸 보니. 저희 심씨 가문이 만만해 보였어요? 저희를 정말 등지고 싶은 거예요?”하은혜의 무시무시한 포스가 현장을 압도했다.다른 심씨 가문 사람들도 뚫어져라 윤석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아무리 그래도 심현섭의 생일파티에서 이러는 건 죽는 길을 택하는 거나 다름없었다.하은혜의 질문
“윤석훈, 윤 도련님이라...”바로 이때, 김예훈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인파를 뚫고 다가가 하은혜를 등 뒤에 숨겼다.“독사파랑 심씨 가문이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고도 싶지 않아. 그런데 무슨 짓을 하든 어르신 생신날 이러는 거 너무하지 않아? 복수를 하든 깽판을 치든 바로 하면 될 것을 시끄럽게 관은 왜 들고 왔는데? 도대체 무슨 뜻이야? 설마 심씨 가문이 정말 겁먹었다고 생각해? 뭐, 심씨 가문을 어떻게 하든 관심이 없지만, 은혜 씨를 존중하지 않는 날엔 바로 죽여버릴 거야.”김예훈이 담담하게 내뱉은 말은 포스가 어마어마했다.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상대방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독사파 킬러라고!그런데 이런 상대를 앞에 두고 이런 허세를 부리다니. 정말 어떻게 된 거 아니야?“저 새끼는 죽었어!”이때 변우진이 입을 열었다.“독사파는 이름난 킬러조직인데 말이야. 이 조직의 우두머리는 킬러 랭킹 제3위에 드는 윤청이라고! 저 윤석훈이라는 사람도 만만치 않은 사람인데 김예훈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여자한테 얹혀사는 주제에 허세라도 부리면 봐줄 것 같아? 윤석훈은 김예훈이 누구의 남자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텐데.”조효임과 인플루언서들은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김예훈이 안겨준 충격이 워낙 커서 그가 창피당하는 모습을 몹시 보고 싶었다.다른 하객들도 이상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은 한 번도 모자라 또 한 번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윤석훈은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재미있네. 넌 뭔데 나 윤석훈을 협박해? 네까짓 게 우리를 죽이겠다고? 우리가 먼저 죽이면 어떡하려고?”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최산하가 먼저 상을 치면서 일어났다.“독사파가 정말 포스가 장난 아니네. 김 도련님은 내가 모시는 형님이야. 어디 한번 털끝 하나 건드려 보시지?”청현 도장도 고개를 쳐들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을 죽이겠다고? 어디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곧 독사파를 없애버린 사람으로 될 거니까.”“독사파를 없애? 무슨 자격으로?”윤석훈이 가소롭게 비웃으면서 말했다.“그럴 능력이 있으면 어디 해보든가!”윤석훈이 봤을 때 지난번 김예훈이 우세를 차지한 최대원인은 용병을 끌어들여서라고 했다.아무 쓸모없는 외국 놈들을 한곳에 모았으니 한 번에 제압당하기 일쑤였다.윤청이가 큰코다쳤던 이유는 장문빈이 방해했기 때문이다.윤석훈은 자신이 직접 나섰다면 김예훈을 죽일 방법이 백한 가지는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윤석훈 씨, 이 선물은 저희가 받지 않겠습니다. 관에 누가 누울지는 나중에 지켜보시죠.”하은혜는 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앞으로 다가가 가시가 돋친 말을 뱉었다.그녀는 김예훈이 독사파와 충돌이 생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저희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든 오늘 이 자리는 독사파를 환영하지 않습니다. 돌아가서 어머님께 말씀드리세요. 심씨 가문과 독사파의 원한은 언젠가 해결될 거라고! 그리고 그날이 곧 다가올 거라고 말씀드리세요.”윤석훈은 시선을 하은혜에게 돌리면서 피식 웃었다.“하은혜 씨, 지금 저희 독사파를 협박하시는 거예요?”하은혜가 냉랭하게 말했다.“저희 할아버지 생신날 이렇게 깽판을 치는데 협박하면 안 돼요?”윤석훈은 시가 연기를 뿜어내더니 차갑게 말했다.“인정해요. 인맥으로 보든 재력으로 보든 심씨 가문이 부산, 그리고 충청지역에서 손꼽히는 거. 이런 거로 이기려면 쉽지 않죠. 그런데 저희 독사파가 어떤 조직인지 몰라서 그래요? 요 며칠 심씨 가문에서 죽어 나간 사람이 부족했나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나 봐요?”하은혜가 냉랭하게 말했다.“저희 심씨 가문은 경상 재벌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정도로 재물이 많은 집안이라는 거 알잖아요. 그런 저희가 돈을 들이면 독사파를 얼마든지 없앨 수 있다는 것도 아실 텐데요?”윤석훈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시간을 그렇게 많이 드렸는데 그럴만한 사람을
“뭐 하는 짓이야!”하은혜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오늘 저녁 평화로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독사파가 이 정도로 깽판을 칠지 몰랐다.그녀의 손짓하나에 열몇 명의 심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나타났다.덩치가 산만한 독사파 장정은 피부까지 까매 보여 강철 인간처럼 보였다.그는 김예훈을 무시하고 보디가드 무리를 향해 덮쳤다.빠직!그는 마치 폭탄처럼 인파를 향해 달려갔다.열몇 명의 심씨 가문 보디가드들은 그대로 날아가 어떤 사람은 손발이 꺾이고, 어떤 사람은 갈비뼈가 끊어져 하나같이 바닥에 널브러져 피를 토해냈다.실력이 너무나도 막강했다.그는 전혀 멈출 생각 없어 보였다. 그저 발을 내디뎠을 뿐인데 대리석 바닥이 깨져 마침 여기저기 보디가드들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이 타일들이 목에 꽂히면 그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바로 이때, 김예훈의 손짓하나에 한 사람이 나타나 똑같이 발로 바닥에 힘을 실었다.타다닥!바닥에서 일어난 타일 조각이 공중에 있던 타일과 부딪혀 가루가 되어버리고 말았다.이 장면에 윤석훈은 물론 옆에서 보던 사람들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 사람을 쳐다보게 되었다.아리따운 여자 한 명이 눈빛에 살기를 장착하고 윤석훈을 차갑게 쳐다보고 있었다.“부산 용문당 진윤하 부회장님께서도 저랑 맞서려고요?”윤석훈의 말투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덩치가 산만한 장정은 아무 말 없이 피식 웃더니 한 발을 뻗어 앞으로 날아갔다.열몇 명의 심씨 가문 보디가드를 목표로 삼은 이상 죽이지 않으면 속이 쉬원치 않을 모양이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진윤하는 순식간에 그의 앞으로 가 똑같이 발을 뻗었다.퍽!두 다리가 마주쳤을 때, 장정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뒤로 세 발짝 물러섰다.뒤로 물러설 때마다 바닥에 발자국이 생겼다. 값비싼 대리석 타일은 이 순간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윤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파르르 떨었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말투로 말했다.“전설 속의 철갑술은 급소가 겨드랑이 밑에 있을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