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자네는 의리를 지켜서 좋아!" 송우가 정지용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건 좋은 일이야, 남해의 여신이 내 여자가 되었다는 걸 나도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거든! 그리고 그 데릴사위 그놈한테 똑똑히 알려줘야지, 3년 동안 자신은 손도 대지 못했던 여자가 스스로 내 품에 안겼다는 걸 말이야.""걱정하지 마, 정민아가 그렇게 망신당하면 기꺼이 내 여자로 살 테니까, 안 그러면 그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 방법이 없어!" 송우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정지용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 뜻대로 처리하겠습니다, 내일이면, 사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될 겁니다, 우리 누나, 이 남해시에서는 손꼽히는 미인입니다! 이제는 매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매형, 두 사람 결혼 축하드립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정지용의 "매형"이라는 칭호에 송우가 큰웃음을 지었다, 그가 비열하게 웃으면서 기대가 가득 차서 서성거렸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정지용이 정민아의 사무실로 왔다."시간과 장소는 이미 정했어요, 어렵게 만든 자리이니까, 일 만들지 말고 내 입장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요, 안 그러면 나도 이젠 도와줄 수 없어요!" 정지용이 두 팔을 꼬고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정장을 입고 있는 정민아를 보며 정지용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미친 듯이 웃고 싶었지만 자신의 감정을 억제해야 했다, 그의 계획은 정민아의 신세를 망친 다음 정씨 일가에서 그녀를 쫓아내는 것이었다, 그는 반드시 그녀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했다.정민아는 정지용의 갑작스러운 관심에 일찌감치 경계심을 품었다, 게다가 어젯밤 김예훈은 이 일이 정지용과 관련이 있다고 했었다.이때, 정민아는 정지용이 눈치채지 않게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쇼핑센터는 내가 맡은 프로젝트야, 누구도 내 손에서 그걸 빼앗아 갈 수는 없어, 이 일은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 거야, 내가 망신당하기만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망시켜서 미안하게 됐어."실망?정지용이 담담한
"설마 제가 정말 진심으로 정민아를 도울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정지용이 득의양양하게 말했다."그럼 네 뜻은, 이게 함정이라는 것이야?" 정민택이 되물었다.정지용은 아버지한테까지 숨길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지난번에 아버지께서 일깨워 주셨어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난동을 부린 사람들은 제가 시켜서 한 짓이에요."정민택이 미간을 찌푸리며 정지용을 쳐다보았다:"사람을 시켜 정민아를 괴롭힌 건 이해가 돼, 하지만 이쯤에서 네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니? 정민아를 돕는 것이 아니라?""아버지, 제가 나서서 해결하면 뭐 해요? 정민아는 여전히 쇼핑센터 프로젝트의 책임자인데, 우리한테 좋은 점이 하나도 없어요, 전 정민아를 완전히 망가뜨릴 거예요, 그래야만 저한테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 아니에요?"정지용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말할 수가 없었다, 자랑할 기회가 없었는데, 지금 아버지 앞에서 다 털어놓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정민아를 망가뜨리면, 그는 자연히 쇼핑센터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될 것이고 앞으로 그의 앞길을 막을 사람은 없다, 이 일은 말 그대로 일석삼조인 셈이다.지금 이 순간, 정지용은 자신이 제갈량 같은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도대체 무슨 수를 둔 거야? 사람 애태우지 말고 얼른 똑바로 말해!" 정민택이 추궁했다, 상세한 상황을 모르면 그가 불안해서 말이다."아버지, 송우라는 사람 들어본 적 있죠?""송우, 그 사람은 남해시 지하 세계의 인물이 아니야?""네, 맞아요, 제가 도움을 요청한 큰 인물이 바로 그 사람이에요, 원래는 쇼핑센터 프로젝트에 일을 만들어 정민아한테서 책임자 자리를 뺏을 생각이었는데, 마침 송우가 정민아한테 관심이 있다고 했어요, 정민아를 자기 여자로 만들고 싶어 해요.""그래서, 오늘 밤, 정민아가 약속 장소로 가기만 하면 송우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돼요, 그리고 송우와 약속했어요, 오늘 밤 일이 잘 되면 내일 바로 이 일을 남해시 전체에 폭
그날 오후, 김예훈은 약속대로 포르쉐를 몰고 정민아를 데리러 갔다, 원래 사람들 눈에 띄게 차를 몰고 올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담판하는 자리에 오토바이를 타고 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정민아를 데리고 김예훈은 내비게이션을 따라 교외에 있는 민박집으로 향했다.정민아는 조금 걱정됐다, 아름다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입을 열었다:"예훈씨, 하루 종일 생각해봤는데, 느낌이 안 좋아, 정지용이 날 함정에 빠뜨린 건 아니겠지? 설마 이따가 사고 나는 건 아니겠지?"김예훈이 웃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당신 함부로 건드릴 수 없어."말하는 사이, 김예훈의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다,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누군가 정민아를 괴롭히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김예훈의 말을 듣고 정민아가 얼굴을 붉혔다, 김예훈만 있으면 그 어떤 불안한 요소도 다 사라지고 해소될 것 같았다.가는 길에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이내 차가 민박집 입구에 도착했다, 문 앞에는 두 줄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대머리에 셔츠를 입고 있었고, 몸에는 보기 흉한 문신이 있었다, 딱 봐도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포르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들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형님, 도착했습니다." 식당 안, 부하 한 명이 종종걸음으로 송우 곁으로 다가와서 말했다.송우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정민아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이내 눈을 반짝이더니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손뼉을 치며 말했다:"너희들 형수가 왔다, 내가 직접 마중 나가야겠어, 그래도 오늘이 첫날 밤이니까, 하하하!""형님, 남자 한 명이 형수님과 같이 왔습니다." 부하가 조심스럽게 귀띔했다."남자? 혼자 오라고 하지 않았어?" 송우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설마 그 찌질한 놈은 아니겠지? 그놈은 사내 얼굴에 먹칠하는 놈이야!"이내, 정민아와 김예훈 두 사람은 식당으로 들어왔다, 송우가 음흉한 눈빛으로 정민아를 훑어보고는 흡족
"제 남편 김예훈이에요." 정민아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말을 꺼내자, 송우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데릴사위 김예훈의 "명성"이 하도 널리 알려져서, 남해시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쯧쯧쯧,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얼굴도 반반하고, 근데 왜 데릴사위가 되어서 우리 남자들의 체면을 구기는 겁니까? 설마 남자구실을 못하는 겁니까?" 송우가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형님, 정말 역겹습니다, 저도 한 대 때리고 싶습니다!""내가 할게, 넌 힘이 너무 세, 한 방에 죽으면 어떻게 해? 내가 부드럽게 할게!""개뿔, 여자도 아닌데 부드러워서 뭐 해? 이런 약골은 나한테 맡겨."주위의 부하들이 소란을 피우자 송우가 손을 흔들며 제지했다:"그만해, 뭐 하는 거야? 딱 봐도 겁 많아 보이잖아, 겁먹고 오줌이라도 싸면 더러워서 어떡할 거야? 얼마나 창피하겠어?""하하하..."주위에서 또 한바탕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퍼졌다.정민아가 이를 악물고 있다, 그녀가 송우한테 말했다:"그쪽한테 볼일이 있어 온 거예요, 우리 남편을 모욕하지 말아요.""그래요, 일 얘기 합시다, 비즈니스가 중요하죠, 다들 밥 먹어야지?" 송우가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그는 김예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데릴사위는 그한테 개만도 못한 존재이다, 전혀 존중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어떻게 해야 우리 정씨 일가에 태클을 걸지 않을 건가요?" 정민아가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자신의 분노를 억제하며 말했다.송우가 웃으며 말했다:"간단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따지고 보면 결국에는 돈을 원하는 겁니다, 돈만 있으면 누구의 일이든 도맡아 처리합니다, 이번에 정씨 일가에서 큰 투자를 받지 않았습니까? 돈이 있으면 같이 써야죠, 선행한다고 생각해요, 내 뜻 무슨 말인지 알죠?""얼마를 원하죠?" 정민아의 안색이 어둡다, 상대방이 이렇게 대놓고 돈을 요구하는 게 정말 혐오스러웠다."이렇게 합시다, 난처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절반이면 됩니다, 270억,
270억!정민아의 안색이 변했다, 정씨 일가의 자산이 몇천억이 되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유동자금을 내놓을 형편이 되었다면 YE 투자 회사의 투자를 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YE 투자 회사에서 첫 번째 투자금으로 90억을 보내왔다, 이런 상황에서 송우가 270억을 달라고 하는 건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이건 담판을 지을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정씨 일가에서 그 많은 돈을 당신한테 줄 수 있다면, 투자받을 일도 없었겠죠, 송우 씨, 도대체 뭘 하고 싶은지 솔직히 말하세요, 우리 정씨 일가는 당신과 원한이 없어요, 왜 우리 집안을 물고 늘어지는지 모르겠어요!" 정민아가 냉정하게 말했다."왜요? 내가 이러는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언제부터 이유와 핑계가 필요했다고 그럽니까? 당신네 정씨 일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디서 감히 나한테 이런 말을?" 송우가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정민아를 쳐다보았다.정민아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차분하게 계속 말했다:"송우 씨, 난 당신과 진심으로 얘기하러 온 것이에요, 그쪽도 성의를 보여줬으면 해요 .""그러죠, 난 직설적인 사람을 좋아합니다." 송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도한 듯 무심하게 말했다, "성의가 있다고 했으니 당신의 성의를 나한테 보여줘요, 이 뒤에 괜찮은 방이 하나 있는데 내가 목욕물은 진작에 받아놨습니다, 당신도 마음에 들 거라고 생각합니다."이 말을 듣고 정민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송우가 이렇게 뻔뻔스럽고 이렇게 지나치고 무례한 요구를 제시할 줄은 몰랐다, 물론 그녀도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이때, 옆에 있던 김예훈이 갑자기 앞으로 나와서 정민아의 앞을 가로막고 천천히 말했다:"송우 씨, 당신이 아무 이유도 없이 정씨 일가에 태클을 걸어왔으리라고는 생각 안 합니다, 뒤에서 이 일은 시키는 사람이 있죠? 남해시 지하 세계의 큰 인물이, 이렇게 앞에서 총대를 메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당신이 뭔데요? 감히 내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겁니
김예훈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탁자 위의 맥주병을 집어들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불량배의 이마를 내리쳤다. 그 불량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땅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아…”“이 병신새끼가 이렇게 독하다니!”“그럴 리가? 그가 병신새끼가 아닌가?”“뭘 무서워 해? 털레비전에서 맥주병 쓰는 거 배웠겠지. 운이 좋았을 뿐이야…”부하들은 하나같이 욕설을 퍼붓고 있지만, 누구도 감히 앞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들은 이 데릴사위는 아무 소용이 없는 병신새끼인데, 어떻게 감히 그들과 싸울 수 있냐고 의심했다. 이것은 완전히 소문과 다르다. 정민아도 어리둥절했다. 예전에 김예훈이 정씨 집안에서 박동훈을 팬적이 있지만, 그녀는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았다. 어쨌든 박동훈은 몇 년 동안 헬스를 한 사람일뿐이니까. 하지만 이 불량배들은 다르다. 하나같이 싸움에 능통하다. 그런데 김예훈이 오늘 손쉽게 한 사람를 쓰러뜨릴 줄 몰랐다. 이런 엄청난 격차에 정민아는 마음이 흔들렸다. 자신의 찌질한 남편이 이토록 강한 면모를 갖고 있는 줄 몰랐다. “김예훈, 여기가 내 바닥인 줄 몰라? 내 바닥에서 내 사람을 다치게 하다니, 죽고 싶어? 송우는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 다만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은 더 이상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 더 엄숙해졌다. 이 데릴사위가 감히 이런 상황에서 주동적으로 사람을 치는 것은 그가 혈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단지 송우를 놀라게 할 뿐이지, 두렵게 느낀다고 말할 수 없다. 아무리 싸움을 잘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이겨낼 수 있을까? 방금은 그냥 요행일 것이다. “송우, 우리 거래하자, 네가 잘 설명하면 내가 너를 한 번 살려줄게, 어때?”김예훈은 탁자 위의 재떨이를 가지고 놀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마치 방금 사람을 때린 자가 그가 아닌 것 같았다. “하하하하!” 송우는 김예훈을 보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데릴사위 병신새끼가 못하는 말이 없네? 나랑 거래한다고? 너 자격이 있어? 한 번만
“친구가 줬어.” 김예훈은 얼버무렸다. “어쨌든 오늘 우리는 배후가 누구인지 알고 안전하게 떠날 수 있으면 되지, 다른 일은 중요하지 않잖아?” 정민아는 이를 살짝 깨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예훈이 꺼낸 동영상이 그녀를 의심스러웠지만, 그녀는 지금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맞은편 송우는 얼굴빛이 변하더니 말했다. “너와 거래할 수는 있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에야 너희 둘을 보내 주겠어.. 김예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돼, 내가 여기 남고 우리 와이프 먼저 내보내. 와이프가 안전하게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알려주마.” 송우가 어두운 낯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송보스, 내가 여기에 남는데,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을까 봐 무서워? 그리고 그 배후가 누구인지를 확인되면 알려주면 돼.”“또, 와이프가 먼저 가야 내가 안심이 돼. 그렇지 않으면 널 못 믿겠어…”송우는 잠시 표정이 변하더니, 갑자기 크게 웃었다. “그래! 이왕이면 형수님 먼저 보내주지!” 송우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다. 전에 사념에 눈이 멀어 과격한 행동을 했지만 지금은 냉정해졌다. 지금 그에게는 여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김예훈의 소식이 더 중요하다. 조심스럽게 대처하지 않으면 손용석과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신분, 지위, 권세를 한 여자와 비교하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송우와 같은 여우는 당연히 알고 있다. “길을 내줘!” 송우가 손을 흔들었다. 그의 부하들은 곧 길을 내주고 문을 열었다. “김예훈, 너…” 정민아는 어리둥절했다. “왜 몇 마디 하고 송우가 나를 놓아주지? 내가 가면 김예훈은 어떻게 될까?”“먼저 집에 가, 걱정 마, 금방 돌아올게, 조심히 운전해.” 김예훈은 차 열쇠를 정민아에게 쥐여주며 웃으며 말했다. 정민아는 입술을 깨물며 손을 놓지 않았다. “너 여기 있으면 이따가 내가 도망가려고 해도 귀찮아져. 집에 도착하면 전화해, 알았지? 날 믿어줄래?”김예훈이 부드러운 목소
오정범은 공손히 김예훈에게 다가가 물었다. “김도련님, 이 사람 어떻게 처리할까요?” 송우는 이 광경을 보고 갑자기 “오정범, 너 미쳤니?이런 데릴사위를 김도련님이라고 불러? 너는 나와 남해시에서 같은 선상의 효웅급 인물인데, 너 정말 부끄럽지도 않아? 이놈이 진짜 병신새낀지 몰라?”오정범은 축 늘어진 손을 거두지 않고 고개를 살짝 들어 냉소하였다. “송우, 아직도 못 알아봐? 넌 죽어도 사실을 모르겠구나!”송우는 기가 찼다. 비록 오정범이 찾아왔고 부하도 많이 데려왔지만, 오정범이 감히 그를 건드린다고? 그럴 담이 있다면 진작에 그랬을 텐데?“오정범, 날 겁줄 필요 없어. 내가 빽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오늘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도 끝장이야. 내 일에 참견하지 마!” 송우가 못마땅했다. 오정범은 웃으면서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그가 송우를 건드리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송우가 빽이 있어서, 그를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 어제 김예훈이 이미 그를 데리고 손용석을 해결했는데, 송우 하나를 해치우는 게 대수가 아니다.비록 사람들의 눈에 김예훈이 쓸모없는 데릴사위로 보이지만, 오정범은 김도련님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그가 수년 전부터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가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오정범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김예훈 앞에서 그는 말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오정범이 침묵하자 송우는 더욱 의기양양하여 오정범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았다. “내 빽을 알면 당장 네 사람을 데리고 꺼져! 내가 쫓을때까지 기다리지 말고.”이때 김예훈이 벌떡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 “너 누가 손용석을 해치웠는지 알고 싶지 않아?”고 말했다. “누구? 혹시 오정범?”송우는 믿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오정범과 손용석의 실력이 비슷할 뿐인데, 그가 어떻게 손용석을 해치울 수 있겠는가?김예훈은 “오정범은 그런 능력이 없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너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