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이 설마 만담꾼은 아니겠지?왜 그렇게 웃겨!”“내가 한 발로도 그를 걷어찰 수 있는데 감히 내 앞에서 센 척 하다니!”“…” 오정범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눈빛이 음산하였다. “김도련님, 제가 그들을…”김예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감히 우리 와이프를 건드리다니. 내가 처리할게. 그렇지 않으면 내가 무슨 남자냐?”말이 끝나자 김예훈은 송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송우는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분이 나 욕설을 퍼부었다. “너 뭐 하려는 거야?”몇 명의 부하들도 강철 파이프를 들고 송우의 앞을 가로막으며 명령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김예훈이 멈추지 않자 송우의 부하들은 소리를 지르며 먼저 손을 댔지만, 김예훈은 그저 손쉽게 이 사람들이 던진 강철 파이프를 피하면서 손안의 재떨이를 내리쳤다. “퍽퍽!”부하들이 하나둘씩 머리를 감싸고 있거나,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사람들은 덩치가 커보이지만, 아무도 김예훈의 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런 김예훈을 보고 송우는 놀랐다. 방금 김예훈을 비웃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그 사실을 믿게 되었다. 그의 재주로 손용석을 해치우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누가 감히 김예훈이 병신새끼 데릴사위라고 하면, 송우가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이 재주에 병신새끼라면 남해시 전체 병신새끼가 아닌 사람이 없다!“퍽퍽!”또 몇 명의 부하들이 바닥에 엎어져 비명을 질렀다. 송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뒤로 물러났다가 물러설 곳이 없어서 입을 열었다. “김예훈, 정씨네 세력과 내 배후의 세력을 비기면 하늘과 땅 차인데, 네가…”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예훈이 재떨이를 송우의 얼굴에 내리쳤다.
코피가 솟구치자 송우는 얼굴을 가리고 비명을 질렀다. 이 장면을 정지용이 봤다면 공감할 것이다. 쟤도 김예훈 재떨이에 맞았으니까. 하지만 김예훈이 송우와 같은 사람도 재떨이로 때릴 줄이야. 이때, 송우는 이 사람이 전설 중에 와이프의 발을 씻겨주고, 장모 화장실을 청소하는 데릴사위라고 믿기지 않았다. 그 전설 속의 데릴사위가 정씨 집안에서 지위가 개보다 낮은데, 어찌 이렇게 실력이 있단 말인가. “이번 일의 배후가 누구야?” 김예훈은 손에 들고 있던 재떨이를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 왼손으로 송우의 목을 조인 채 싸늘하게 말했다. 송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침착한 척 말했다. “김예훈, 우리 같은 사람은 이 바닥의 규칙을 잘 지켜. 네가 능력이 있으면 나를 때려죽여! 아니면 내일 정씨 집안 을 끝장 내줄 거야!” “너 약속을 안 지키네. 손용석을 죽인 게 누군지 알려줬는데, 배후가 누구인지도 알려주지 않으니 실망이야.” 김예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왼손을 풀었다. “말할 때까지 떄려!”오정범은 고개를 끄덕이고 송우에게 다가가 발로 걷어찼다. 이것은 김예훈에게 잘 보여주는 일인데, 그는 결코 부하들에게 양보할 의사가 없었다. 송우의 부하들은 멍하니 서있었다. 이 데릴사위가 병신새끼라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이렇게 무서울 수 있어? 오정범은 큰형님인데, 그를 당해내지 못한다. 도대체 누가 그가 쓸모없다는 소문을 냈는가? 사람 해치잖아!“오정범, 내 빽은 너 같은 놈이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야!”“오정범 내가 복수하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아?그만하라고!”“지금 그만해도 늦지 않아…”“때리지 마! 내가 말할게!”송우는 처음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오정범의 발길이 점점 세차져 너무 고통스러워 몇 분도 안 되어 그는 타협했다. 오정범은 “송우, 진작에 말하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무슨 센 척을 해”고 냉랭하게 말했다. 송우는 음흉한 눈빛으로 오정범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정범, 정말 내가 나중에 복수하는 게 두렵지 않니
송우는 무의식적으로 벌벌 떨었다. 그는 정말 오정범을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김예훈이 절대 건드릴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예훈이 오정범보다 백 배나 더 무서웠다. 그는 몸을 부르르 떨다가 말했다. “다 정지용이 계획한 거야. 날 4억원 주고 이 일을 시켰어…”정지용!역시 그 사람이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따. 이전에 이 일이 정지용과 연관될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주모자가 정지용일 줄은 몰랐다. 이 사람은 음모를 꾸밀 때만 아주 똑똑했다. 휴대전화를 켜놓고 송우앞에 놓으며 김예훈은 차갑게 말했다. “자세히 말해, 한 글자도 빠짐없이.” 송우는 김예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기 때문에 고개를 숙였다. 정민아를 강제로 차지하려는 것은 그의 계획이다. 만약 김예훈에게 알려지면, 그는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마 죽음보다 더 비참하겠지? “말 안 하면 계속 친다.” “말할게!” 송우는 재빨리 말했다. “정지용은 나를 이용해 정씨 쇼핑 센터의 건설을 망치려 하고, 또 나더러 정민아와 성관계를 가져 전체 남해시에서 이 사실을 퍼뜨려 그녀를 정씨 집안에서 내쫓으려고 했어.” 김예훈은 표정은 순식간에 얼음처럼 굳었다. 정씨 집안의 쇼핑 센터를 망치려고 하는 것은 작은 일이어서 정지용을 놓아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일은 해결됐으니까. 그런데 이놈이 정민아를 노린다니 죽을 짓을 찾아 하는 것이다. 절대 누군가 정민아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을 잡아 둬. 오늘부터 남해시에는 송우가 없다.” 김예훈은 담담하고 차갑게 말하면서 식당 밖으로 나왔다. “김도련님, 제가 이미 모든 것을 자백했으니, 제발 놓아주세요, 제발!” 송우가 큰소리로 용서를 빌었다. 김예훈은 돌아보지 않았다. 지금 그는 살의로 가득찼다. “김도련님, 김도련님…” 송우는 두려움에 떨며 쿵쿵 절을 하였다. 그는 이제 손용석이 눈앞의 데릴사위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굳게 믿었다. 오정범은 송우를 상대하기 귀찮아 부하를 시켜 송우와 그의 부하들을 모두
정씨 저택에 정민아는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리고 있다. 그러자 임은숙은 싸늘하게 말했다. “뭐가 그리 급해? 걔처럼 쓸모없는 사람은 죽더라도 너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대단한 거야.” “그리고 그가 죽는 게 더 낫지, 이혼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엄마, 그 사람 없으면 오늘 내가 아마 못 돌아왔을 것 같아요…” 정민아는 두려웠다. 김예훈이 그녀가 떠날 방법을 찾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가 있다고 해도 뭐 어때? 비록 그가 오늘 너를 구했지만, 쇼핑 센터의 일은 여전히 해결할 수 없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않으면 너는 결코 안전하지 않아.” 임은숙은 비록 까칠하지만 조금도 멍청하지 않았다. 그녀는 순식간에 급소를 찔렀다. 한쪽의 정소현도 맞장구를 쳤다. “언니, 괜히 걱정하지 마세요. 이 모든 것이 김예훈의 자작극일지도 몰라요. 그는 언니가 이혼할까 봐 두려워 사람을 찾아서 이렇게 연기하는 것도 몰라요. 언니가 그를 감사히 여기게 하기 위해서. 절대 속지 마세요, 곧 그가 돌아올지도 몰라요. 말이 끝나자마자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김예훈이 문을 밀고 들어왔는데, 몸에 아무런 부상도 없었다. 정소현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 짐작이 맞나 보군!” 임은숙도 정소현의 말에 좀 믿음이 갔다. 어쩌면 아예 송우가 없을지도 몰라, 모든 게 김예훈의 자작극이야. 이 사람이 너무 징그러워. 정민아는 엄마와 여동생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 둘은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경험하지 못하고 마구 추측만 할 뿐이었지만, 그녀는 직접 경험해서 방금 그녀를 위해 김예훈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알았다. 김예훈이 거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재빨리 앞으로 가서 위아래로 몇 번 훑어보았다. 그의 몸에 상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조용히 물었다. “괜찮아? 일은 잘 해결되고?” “괜찮아.” 김예훈은 미소를 지었다. 이 말에 정민아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난 그냥… 병원비 낭비할까 봐…” 김예훈은 소리
정민아가 말을 하기도 전에 임은숙은 냉소했다. 김예훈, 좀 프로답게 굴면 안 돼? 송우가 우리 정씨네 프로젝트를 노린 건데, 정말 망하면 정씨네는 망하고 정지용씨도 망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어?”김예훈은 눈썹을 찡그렸다. “정지용의 목적은 민아를 정씨 집에서 쫓아내는 것이에요.” “우스갯소리! 민아가 있어야 쇼핑 센터 프로젝트도 있고, YE 투자 회사의 투자도 있어. 정지용은 바보도 아니고, 민아가 그의 누나인데, 그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니!” 임은숙은 믿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김예훈, 더 이상 이간질하지 마, 이 일은 네가 한 짓이야, 민아와 이혼하지 않기 위해서 못하는 짓이 없구나?” “지금 당장 꺼져!지금! 당장! 네 설명을 듣고 싶지 않아!”정소현도 싸늘하게 말했다. “우리 정씨 집안에 너같이 마음이 더러운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야. 빨리 꺼져. 증조할아버지께서 왜 너 같은 사람을 우리 집 사위로 삼았는지 모르겠네.” “김예훈, 너 나가.” 정민아도 실망하였다. 생각할수록 이 일이 김예훈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예훈은 정민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와서 설명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 오늘 밤 또 하은혜 집에 가서 묵어야 되구나. ... 이날 밤늦게 정지용은 집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조마조마하였다. 핸드폰에 송우의 전화번호가 있어 전화만 하면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지만 정지용은 고민하였다.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어쩌지? 무슨 변고라도 생기면 어쩌지?한 시간 넘게 머뭇거리고 정지용은 끝내 참지 못하고 번호를 눌렀다. 잠시 후 전화 쪽에서 아무도 받지 않았다. 정지용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음산하게 웃었다. 송우 같은 사람이 밤 10시에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는가? 지금쯤이면 아마 한창 바쁠 것이야!그 생각에 전화를 끊고 정지용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용, 어떻게 됐어?”바로 이때 정민택이 잠옷 차림으로 들어와 물었다. 정지용의 계획은 완벽하지만 폭로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할아버지가 계시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해!”“막말하지 마!”정지용이 안배한 친척들은 하나둘씩 입을 열며 이 일을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지용은 이미 어르신의 성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어르신이 가풍을 매우 중시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오히려 흔적을 남기지 않고 누군가가 추켜세우고 떠받들어야 일을 크게 벌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지용은 이미 자신의 손에 증거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민아는 어젯밤 송우와 하룻밤을 보냈는데 이 상황에서 말 못할 게 뭐 있는가?“뭐 그리 급해요? 제가 이런 일로 장난칠 것 같아요?” 정가을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이 말이 나오자 다른 친척들은 정지용가 안배한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하나같이 놀라는 눈치였다. 농담이 아니라면 이 일이 사실이란 말인가?정민아 그 녀석, 정말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 정씨 집안의 가풍을 더럽혔다고?“정가을, 자세히 말해봐.” 어르신은 낯색이 어두워졌다. 정씨 집안과 같은 아류 가문이 일류 가문으로 발돋움하려면 돈과 인맥뿐만 아니라 좋은 가풍도 필수다. 정씨 가문은 이런 가풍을 망치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정민아가 정말 이런 파렴치한 짓을 했다면 YE 투자 회사의 투자를 받지 않더라도 그녀를 쫓아 낼 것이다. “할아버지, 전 함부로 말 안 해요. 이렇게 큰 일을 증거 없이 함부로 말할 수 있겠어요?” 정가을은 웃었다. “이 일은 지용이 나보다 더 잘 알아요. 할아버지께서 내 말을 못 믿겠으면 쟤한테 물어보면 되요.” 이 말에 모두의 시선이 정지용에게 쏠렸다. 이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만약 사실이 확인되면 정민아를 내쫓을 수 밖에 없다. “지용아, 똑바로 말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르신이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정지용은 정가을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 여자는 역시 멍청하구나. 이 일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자기한테로 넘기지? 이렇게 하면 너무 티나잖아?정지용은 조마조마하였다. “할아버지, 이건
“할아버지, 민아가 송우 집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밤새 돌아오지 않은 걸 보니 사실일 것이에요…” 정지용은 일부러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할아버지, 진상이 무엇이든 간에, 나는 민아를 대신해서 공평한 말을 하겠어요. 민아는 결국 정씨네 프로젝트를 위해 갔으니, 민아를 너무 탓하지 말아요…”“퍽!”어르신의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이 바닥에 뚝 떨어져 큰 소리를 냈다. 어르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중요한 일이 아니야! 가풍은 한 가족의 근본이야! 만약 민아가 정말 가문을 욕되게 하는 짓을 했다면, 나는 걔가 무엇을 위해서든 가만두지 않을 거야!”“할아버지,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설령 그녀가 이런 식으로 송우의 비위를 맞춘다고 해도 이건 정씨 집안을 위한 거잖아요!”“맞아요, 할아버지, 우리가 이해해 줘야죠! 민아도 참 불쌍해요. 남편도 그렇게 못났으니 뭘 기대하겠어요?”“퉤! 민아 남편에 대해 말하자면 정말 재수없어. 이 사람 때문에 우리 정씨 집안에 요 몇 년 동안 얼마나 망신을 당했어요? 이제 와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가문의 불행이에요.” “여자가 무슨 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우리 정씨네 쇼핑 센터 프로젝트의 매니저가 되겠다고? 일을 성사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일을 망치고도 남아!”“그 데릴사위 남편도 그렇고 민아도 다 병신이야!”“이 일은 지용이가 해결했어야 하는데, 지용이야말로 우리 정씨네의 희망이야!”“휴, 이제 일이 터졌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요. 송우 같은 사람이 이 일을 대대적으로 퍼뜨려 그의 실력을 과시할 것이에요. 우리 가문은 이번에 정말 망했어요. 남해시에서 제일 큰 망신거리일 거예요…”“...” 사람들이 이젠 굳이 안배할 필요 없이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어르신의 얼굴빛도 점점 더 나빠져서, 새파랗게 질렸다. 이때 정민아는 마침내 회의실로 들어섰다. “너 뭐 하러 갔어? 왜 이렇게 늦어?” 어르신이 워낙 화가
"정가을, 무슨 뜻이야!"정민아는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 데다 현재 쇼핑센터 프로젝트 담당자로서 정씨 집안에서의 신분과 지위는 예전과 다르다.지금 그녀는 화가 나서 정가을을 노려보며 죄를 묻는 듯한 태도였다.정가을은 가볍게 웃으며 정민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시큰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무슨 뜻이냐고요? 언니 잘 알고 있잖아요!""원래 언니 그 데릴 남편이 바보라서 언니가 너무 안쓰러워 언니 편을 많이 들어줬는데, 언니가 이런 여자일 줄은 몰랐어요!""언니 남편이 언니와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언니 손도 대지 않았다고 들었어도 난 원래 믿지도 않았는데 이젠 믿어지네요! 언니가 밖에서 바람피웠기 때문이에요!"바람피웠다고!?지금 정민아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일은 너무 심각했다. 이것은 그녀의 결백을 모욕하는 것이다!"정가을, 너 아침에 양치질 안 했어? 말에서 화장실 냄새가 난다. 남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 불법이라는 걸 몰라?"정민아가 분노해서 말했다.정가을은 일어서서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일을 저질러 놓고 감당할 수 없어요? 그럼 말해봐요. 쇼핑센터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했어요?”"당연히 해결했지!"정민아가 말했다."그래요?" 정가을은 차갑게 웃었다.” 그럼 말해봐요. 어떻게 해결했는지? 돈은 얼마나 썼는지요?""돈… 돈 안 썼어…" 정민아는 멍하니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어젯밤 김예훈이 일을 해결했다고 말했는데 임은숙 등은 모두 김예훈과 송우가 공모하여 그녀를 속였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 일에 대해 의심했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아무튼 사실이 어떻든 간에, 아침에 정민아가 이미 공사장에 전화를 했고, 공사를 방해했던 사람들은 이미 밤새 철수했고, 현재 공사장의 모든 질서는 정상으로 돌아왔다."하하하!" 정가을은 손을 허리에 대고 냉소했다.”돈을 안 쓰고 해결했다고요? 언니가 정말 대단하네요! 무슨 다른 수단을 쓴 건 아니고요?""정민아, 상대는 조직의 일인자 송우인데 돈 안 들이고 일을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
두 사람은 천천히 송산 꼭대기에 있는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밀회하기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열몇 명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따라서 화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허순재가 손을 흔들면서 말렸다. 김예훈과 상의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김 회장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걷고 있는데 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제 불효자식들이 김 회장님 여인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한 것도, 김 회장님을 모함한 것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김예훈은 멈칫도 잠시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허씨 가문의 모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허씨 가문에서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따라서 찾을 일도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가문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가문은 아닙니다.”허순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오늘 아침 찾아오기 전에 제 불효자식들을 통해 전에 있었던 일을 들었는데 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잘못이더라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제 막내아들인 허준서가 갖고 있는 도박패를 드리려고요. 그리고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도 김 회장님의 명의로 돌리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자그마한 성의이기 때문에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시면 저희 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추하린 씨한테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내어주신 건 저희 진주·밀양 명문가에 기회를 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늘 공평 공정한 추씨 가문의 추하린 씨가 전주 자리를 맡으면 안동 김씨 가문을 잘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거든요. 한 마리의 호랑이보다 두 마리가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저 말고 김서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저는 용문당과 함께 강제적으로 진주·밀양 용전을 쳐들어가려고 했거든요.”허순재는 웃으면서 아예 화제를 돌렸다.“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저희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이 정도로 칼 같다니. 김청미한테 모든 죄를 떠넘겼다고? 진주·밀양 용전을 잃어버렸다고 분풀이하나 보네.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한테는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 김청미한테는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이야.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에서 보호해 줬다면 어쩌면 다시 해 뜰 날을 맞이할지도 모르는데...’“이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억울하다고 느껴지면 배후자인 김현민을 불어내.”김예훈은 그림과도 같은 김청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네가 증거를 내놓으면 용문당과 용연옥에서 너의 안전을 책임져 줄 거야. 나머지 인생을 해외에서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줄게.”“김현민을 불라고?”김청미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현민은 선배랑 만난 적도 없고, 선배를 타깃으로 명령을 내린 적도 없었어. 비록 김현민이 배후자인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의미 없는 일이야. 심지어 내가 혼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 있지. 김현민이 한 의미심장한 말에 내가 알아서 움직였거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잘못을 인정하려고 오늘 나를 부른 거라면 이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당연히 의미 있는 일이지. 이렇게 된 이상 난 용연옥을 떠날 수 없어. 나랑 함께 지옥에 갈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사실 알려줄 것이 있어서 보자고 했어. 김현민이 선배를 짓밟으려고 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지.”김예훈은 김청미더러 계속해서 말해보라고 했다.”“선배와 나를 포함한 전체 경기도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일부분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족보를 봤을 때 우리 모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선배 때문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어르신이 경기도 김씨 가문을 여겨보기 시작했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내가 수장 자리를 빼앗을까 봐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김청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모든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김청미는 이미 하얀 죄수복을 입고 머리를 묶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여느 때와 달리 지적인 느낌이었다.김예훈은 그제야 알고 지내던 익숙한 김청미라는 느낌이 들었다.“장 옥주님은 역시 약속을 지키는 분이시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선배를 데려온 걸 보면.”김예훈이 나타나자 김청미의 표정은 감정 기복이 심했다.“용연옥 감방장님 외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김예훈은 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날 왜 불렀는데? 마음껏 욕하려고? 아니면 내 모습을 기억해 뒀다가 귀신이 되어서까지 내버려두지 않으려고?’김예훈이 말했다.“우리가 혈연관계가 있는 점을 봐서 10분만 줄게. 10분 뒤에 바로 갈 거야. 추하린 씨와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리려면 바빠.”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린다는 말에 김청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방수아, 추하린 같은 여자한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나도 선배라고 불러주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 정도로 냉정할 수 있어?”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할수 없지 뭐. 네가 날 한두 번 죽이려고 했어? 그러고도 너를 잘해달라고? 내가 뭐 바보야? 솔직히 말해서 용연옥에 유용한 사람이 아니라면 진작에 목을 졸라 죽여버렸어.”“역시나 김 세자님은 다르네.”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사실 계속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 선배가 소문으로만 듣던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맞아?”“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은데?”김예훈이 냉랭하게 물었다.“난 잘 모르겠어.”김청미의 표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김현민이야말로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했어. 곧 대한민국 9대 국방부 총사령관직을 맡게 될 사람이라고 하잖아.”김예훈은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무슨 자격으로?”김청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은
추하린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김서하, 김청미, 김병욱 등을 차례대로 쳐다보았다.자기 능력으로는 진주·밀양 용전을 접수하고 진주·밀양에서 한 획을 긋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밖에도 자기가 일어서면 추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제일 잘나가는 명문가로 될수있는 기회인 것도 알고 있었다.성공하면 추씨 가문의 일등 공신이고, 실패하면 추씨 가문을 구렁텅이로 빠뜨린 원흉이기도 했다.추씨 가문의 미래가 어떨지는 그녀의 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었다.추하린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최근에 있었던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제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요. 저희 아버지는 이 바닥을 벗어나 깊은 산속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셨는데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추씨 가문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저도 한번 도전해 보려고요!”김예훈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지금부터 추하린 씨가 진주·밀양 용전의 전주를 맡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의견 없으시죠?”...밀양 국제공항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밀양 기관에서는 이 사건의 진범이 진두준이라는 공고를 낸 것도 모자라 200억 원을 들여 국제 수배령을 내리기도 했다.용전, 용문당, 홍성에서도 상금을 추가하는 바람에 진두준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배자가 되고 말았다.진주·밀양 용전은 오늘부로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이 사건의 최대책임자인 김청미는 용연욕에 끌려가 심층 심문을 받게 되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경황이 있는지 더 확인해 보려는 의도였다.이번 사건으로 용전에서 입은 피해는 어마어마했다....다음 날 아침, 진주 빅토리아 항구 5성급 호텔에서 자고 있던 김예훈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로비로 내려갔을 때, 오래 기다리고 있던 장덕수를 만나게 되었다.“어르신.”김예훈은 용연옥 옥주인 장덕수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컸다.어제저녁 용인주, 하은우, 박인철 등은 급한 사정이 있어 밤을
“김 회장님께서 진주와 밀양의 중요성을 알고 계신다면 외부인은 관리하기 어려운 곳인 것도 아실 텐데요? 진주·밀양 용전의 독자적 운영과 고위층 퇴임은 약속드릴 수 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그 관리자가 진주·밀양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김 회장님께서 약속하신다면 저 또한 약속을 지켜드리죠. 하지만 김 회장님께서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없었던 일로 합시다. 용문당에서는 저희 용전에 복수하고 싶으신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늘 우아함을 지키고 있던 김서하는 순간 자기편을 들어주는 성격이 드러나고 말았다.보여주는 태도를 봐도 어느정도 선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보였다.김서하의 뜻을 알아차린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진주와 밀양은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었다.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과 용문당 간의 단결을 위해 대가를 치르겠다고 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재미있는 요구를 내놓을 줄 몰랐다.진주·밀양 상류인사 중에서 용전을 진압할 만한 사람 중에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없었다.대부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거나 그 가문과 밀접히 연관된 사람이었다.간단히 말해서 김예훈이 김서하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 누구를 관리자로 선택하든 진주·밀양 용전은 안동 김씨 가문의 손에 들어갈 것이 뻔했다.김서하는 양보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강경하게 보여주었다.이에 용인주, 장덕수 등은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잘 따져보면 김예훈이 직접 진주·밀양 용전의 수장을 맡기에는 어려웠다.외부인으로서는 진주·밀양에 발붙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어디 가서 적합한 후보자를 찾지?’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김서하를 향해 피식 웃었다.“사모님께서 제 조건을 들어주신다는데 제가 어떻게 사모님 조건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후보자를 용전에서 직접 뽑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김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김 회장님께서 직접 뽑는 거죠.”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청미, 김병욱과 곽영현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