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탁의 얼굴빛이 변하더니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 차갑게 내뱉었다.“저는 그래도 이 그림이 가짜라고 생각합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짝퉁이죠. 선우 가문의 어르신이 감정계에서 선조급 인물이죠? 한 번 감정해주셨으면 하는데 부탁드려도 될까요?”선우정아는 흠칫 하더니 강문탁을 감상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자신도 이 그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니 아예 어르신을 모셔다 감정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강문탁이 대단하다 여겼다. 이건 분명 훌륭한 남자라의 아우라다.선우정아가 심호흡을 하면서 앞으로 나섰다.“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할아버지를 모셔와 그림의 진위를 밝히겠습니다.”그리고 휴대폰을 꺼내서 영상통화를 걸었다.그 광경을 본 사람들이 극도로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봤다.선우정아의 할아버지 선우건이는 골동계의 원로급 인물이다, 지금은 연세가 많아 나서지 않지만 업계에서 명성은 여전히 쟁쟁했다. 듣건대 같은 물건이라도 선우건이의 감정서만 있다면 가격 차이가 10배나 난다고 한다.그렇게 대단한 분이 직접 나서준다면 ‘부춘산거도’의 진위를 무조건 알 수 있다.곧 영상통화가 연결되어 한복을 입은 노인이 화면에 나타났다. 백발 노인은 마치 신선 같은 기품을 뿜어냈다.세상에! 진짜 선우건이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놀라서 환성을 질렀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분을 이렇게 보다니 감격에 목이 메어왔다.분위기가 달라지자 선우정아도 자부심을 느꼈다. 김예훈을 힐끗 쳐다봤더니 담담한 표정이라 살짝 기분이 상했다.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던 말만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그녀는 두말없이 휴대폰을 그림 앞에 가져가며 물었다.“할아버지, 오늘 황공망의 그림을 봤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밝혀주세요.”솔직히 선우건이는 살짝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황공망이라는 말에 놀랐다.황공망의 그림은 많지 않고 회화 역사상 지위도 높으니 중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영상통화 건너편에서 선우건이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정아, 그게 무
”데릴사위 자식아, 선우정아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지 못해?”“그런 식으로 반박하다니. 대가리 어떻게 된 거 아니야?”“우리도 미쳤지. 네 말을 믿었다니.”그 시각 모든 사람이 김예훈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끊임없이 비난했다.그때 영상 넘어 선우건이가 숨을 들이마시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천강산수’ 수법? 이건 황망공만의 독특한 화법이야. 가짜 그림에서 어떻게? 역사 이래 누구도 이 정도로 모방할 수 없었는데. 불가능, 불가능이야.”선우건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친구, 자네 말은 이 그림이 진품이라는 거지? 그럼 설명해 보게. 두 박물관에 전시한 잔본은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봤지만 자네 그림도 가짜일리 없어. 진짜 희안하구먼.”두 박물관에 전시한 잔본이 진짜이지만 이 그림도 가짜일리 없다고?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그 말에 사람들은 김예훈과 휴대폰을 번갈아 보면서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강문탁은 눈살을 찌푸리며 김예훈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김예훈, 선우건이님께 말하는 태도가 뭐야? 예의가 하나도 없어! 어서 휴대폰을 돌려주지 못해?”지금 강문탁에게 그림의 진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선우건이가 가짜라고 말했으면 아무리 진짜라고 해도 가짜여야 했다.강문탁은 김예훈에게 만분의 일이라도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너는 입 닥쳐!”갑자기 선우정아가 강문탁을 노려봤다. 그녀는 감정에 진심이라 할아버지의 말에서 알고 싶은 진실을 알게 되었다.선우건이가 생각에 잠겼다.“확실히 한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너무 희소해서 불가능하지만…이 친구가 당당하게 ‘부춘사거도’가 진짜라고 말하니 설명이라도 듣고 싶네.”선우건이의 말에 뜻이 담겼다. 설마 이 그림이 진짜란 말인가?방금도 그림이 진짜고 두 박물관에 있는 잔본도 진짜라고 했으면서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김예훈이 영상을 보며 웃었다.“선우건이 선생님께서 저를 시험하시려고 하네요. 그렇다면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추측이 맞는지
선우정아는 김예훈의 판단을 믿지 않지만 선우건이는 100% 신뢰한다. 할아버지가 감정계에서 선조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대등할 사람이 몇 명밖에 되지 않는다.“이보게 친구, 조만간 우리 집에 와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네.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야.”영상 넘어 선우건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끊었다.김예훈은 아무렇게나 선우정아에게 휴대폰을 던져주었다.“방금 우리 했던 내기 기억하죠?”“나…”선우정아는 할 말을 잃었다. ‘진짜로 여기서 아버지라고 불러야 돼?’강문탁이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김예훈, 너 남자새끼 맞냐? 그냥 장난한 걸 갖고 진짜로 나오네? 너도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입 다물어요!”선우정아가 갑자기 소리질렀다. 김예훈을 보는 눈빛이 상당히 혼란스럽지만 조용히 말했다.“김예훈 씨, 제가 잘못 봤어요. 우리 골동품 업계 사람들이 가장 중시하는 건 신뢰이니 말하면 말 한 대로 오늘부터 제…제가…”선우정아는 목까지 벌겋게 타올랐다. 한참이나 망설여도 끝내 ‘아버지’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안 됩니다!”“선우정아, 절대로 안 돼요. 어떻게 데릴사위를 그렇게 부를 수 있어요?”“저 자식은 그냥 개똥같이 운이 좋았던 거예요. 어떻게 당신과 비교할 수 있어요?”“맞아요. 이 그림을 감정한 것도 선우건이 대사이지 저 자식은 아닙니다.”모든 사람이 재빨리 나서서 말렸다. 만약 선우정아가 진짜로 그렇게 부른다면 선우 가문에 체면이 걸린 문제가 되고 모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몇몇 사람들은 김예훈에게 무릎을 꿇고 싶었다. 그렇게 부르지 말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다.선우 가문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고!김예훈은 그런 사람들을 무시한 채 옆으로 지긋이 선우정아를 쳐다봤다.선우정아는 약간 혼이 날아간 것 같았다. 그래도 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성격은 어떤 남자들보다는 백배 나았다.그 순간, 김예훈은 선우정아를 높이 평가했다.잠시 침욱하던 김예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아 씨, 안 불러도 돼요. 사실
정민아도 조급해하며 사과했다.“선우정아 씨, 죄송해요. 김예훈도 그냥 말뿐이에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 따지지도 말고요.”강문탁이 유유하게 말했다. “정민아 씨, 아무리 남편이라도 그렇게 감싸는 건 아니죠. 찌질이라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선우정아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안색이 더 나빠졌다. 이미 끝난 일인데 왜 지금은 자신이 더 창피해지는지 알 수 없었다.그 때문에 목소리마저 싸늘해졌다. “김예훈, 우리 선우 가문의 명예를 갖고 장난할 수 없어요. 그러니 설명하세요. 아니면 절대 끝나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점점 더 감탄했다. 이렇게 솔직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드물었다. “조급해 마시고 들어보세요. 전에 박물관에 있는 그림이 진품이라고 했지만 저는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했어요. 사실은 두 그림이 다 진품이었어요. 그렇다면 우리 두 사람의 보는 눈이 대단한 것이니 자연스럽게 승부를 가릴 수 없게 되었어요.”일리 있는 말에 모두의 눈빛이 달라졌다.두 그림이 모두 진품이라면 두 사람도 대단한 것이니 승부는 의미가 없게 된다.그 말에 선우정아의 굳은 표정이 느슨해졌다.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저도 부르지 않아도 되네요.”김예훈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얼음 같은 미인이 자기를 아버지라고 부른다면 자극적일지도 모른다. 선우정아는 어느새 대범하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저에게 생생하게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골동품 감정은 역시 편견을 갖지 말고 착실하게 해야 되네요. 전에 할아버지도 그 점을 말씀해 주셨지만 제 안목만 믿으려고 고집했어요. 이제 보니 저도 틀릴 때가 있네요.”김예훈도 웃으면서 손을 뻗어 작은 손을 살짝 잡았다.“선우정아 씨, 과찬이십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아니면 이 그림을 살 수 없었으니까요.”그 말에 주변 사람들의 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부춘산거도’ 진품이다! 돈이 있어도 못사는 보물이다!강문탁은 눈에서 불을 뿜었다. 선우정아를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김예훈과 악수를 하
강문탁, 손건우, 조이영은 말할 것도 없다. 김예훈이 미워 죽겠는데 당연히 나서서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이 그림이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다시 경매를 하길 바랬다.그때 정장을 차려 입은 젊은 남자가 몇몇 경호원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무대 뒤에서 걸어 나왔다.“윤 도련님…”경매사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은 윤 씨 가문의 윤도훈이자 경매장 담당자이다. 그는 방금 일어난 일들을 알고 있다.윤도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현장을 쓱 둘러보더니 김예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김 선생님, 우리를 대신해 이 그림을 감정하셨죠? 우리 운정 경매장에서 사과의 뜻으로 오만 원의 감정료를 드릴 테니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김예훈이 눈을 살짝 찡그렸다. ‘무슨 말이지? 감정료를 줘? 이건 완전 뻔뻔한데?’하지만 ‘부춘산거도’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럴 수밖에 없었다.그때 강문탁이 웃으며 말했다. “윤 도련님, 데릴사위에게 그렇게 예를 갖추지 않아도 돼요. 오만 원에 이 그림을 가져갈 수 있겠어요? 웃기지 않아요?”윤도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강문탁을 쳐다봤다.‘저 자식이 일부러 그랬네. 운정경매장에서 기본적인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걸 모르나? 내가 친히 나섰는데 또 시비를 걸어? 죽고 싶나?’하지만 ‘부춘산거도’는 정말로 소중하기 때문에 배후 인물에게 밉보이면 안 되었다. 윤도훈은 별로 내키지 않아도 방법을 대서 그림을 회수해야 했다.윤도훈이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만약 오만 원 감정료가 너무 적다고 생각하면 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요? 공정한 가격으로 드리겠습니다.”김예훈이 상대방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제가 당신들 경매장에 물건을 사러 온 거지 감정하러 온 거 아니에요. 헷갈리지 마세요. 이 그림은 내가 돈을 내고 산 겁니다.”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모였다.‘이 자식이 진짜 죽음이 두렵지 않나봐. 정말로 오만 원에 가져가려는 건가?’도리상 윤 씨 가문에서 뻔뻔하게 나
한편 선우정아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입을 열었다. “윤도훈, 너무해요.”"선우정아…" 윤도훈은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그는 정민아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고, 심지어 정씨 일가 전체가 윤씨 일가에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선우씨 일가는 다르다. 선우씨 일가는 대도시에서도 최고의 가문이며 지금 선우정아가 입을 열었으니 그가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면 별로 안 좋을 것 같았다.그러자 윤도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우정아 씨가 입을 열었으니 나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들이 주제 파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가질 수 있는지, 무엇을 가질 수 없는지, 재물이 안 좋은 일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예로부터 이런 교훈이 적었어요?"말을 마치고 윤도훈은 김예훈을 한 번 유심히 보고 돌아서서 떠났다. 어쨌든 가 김예훈의 손에 있다는 것만 알면 되찾기가 쉽지 않은가?윤도훈의 눈빛을 보며 김예훈이 살짝 얼굴을 찡그렸고 윤도훈이 어떤 마음인지 그는 당연히 알 수 있었으며 경기도 이 바닥에서 윤도훈이 함부로 해도 두렵지 않다.그런데 문제는 정민아다.여기까지 생각을 하다가 김예훈은 휴대폰을 들고 하은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윤도훈이 떠나자마자 강문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선우 씨, 왜 이 변태를 대신해서 사정해요? 그냥 이놈이 윤씨 집안의 미움을 사도록 내버려 두면 될 걸요. 어차피 겁이 없이 덤벼드는데 스스로 뒷감당을 하게 두면 좋잖아요!"선우정아는 강문탁을 힐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이 남자가 마음이 좁다고 느꼈고, 김예훈이 그에게 딱히 한 것도 없는데, 계속 김예훈을 겨냥하고 있어 사람을 짜증나게 했다.지금 그녀는 강문탁을 무시하고 김예훈의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김… 김예훈 씨, 충고 하나 할 텐데 윤씨 집안에게 미움을 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이 의 내력이 심상치 않아 보여요. 보통 사람, 심지어 일반 가문도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만약 윤씨 집안에게 그림을 돌려주는 것이 못마땅하
지금 이 순간, 정민아, 선우정아, 하은혜 등 3대 미인들이 모두 김예훈의 곁에 모여서 김예훈도 그 자리의 초점이 되었고,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부러워하고 질투하는지 모른다.하은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웃음을 머금고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 선생님, 저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에 정말 관심이 많습니다. 혹시 저에게 양도할 수 있습니까?”하은혜가 이 말을 꺼내자 온 룸이 조용해졌고, 몇 초 후 많은 사람들이 질겁했다.윤씨 가문이 경기도의 거물이라면 김씨 가문은 거물 중의 거물이다. 김씨 가문을 대표할 수 있는 여자가 이렇게 제안을 했는데, 이 데릴사위가 감히 거절한다면, 아마 이따가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웃는 듯 말 듯 김예훈을 보면서 이 녀석이 도대체 어떻게 할 작정인지 보고 싶었다."그럼 하 비서님께서 내놓을 수 있는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겠네요?" 김예훈은 흥미진진해서 입을 열었다."원하시는대로 하세요. 당신이 얼마 부르면 얼마에 살 수 있습니다. 우리 대표님께서 이 그림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하은혜가 대표라는 두 글자를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놀란 표정을 지었다.YE 투자 회사의 신임 대표는 신비롭고 조용하며 역시 패기가 넘친다.정민아는 조금 긴장했다. 그녀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하은혜이기 때문에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도리어 조이영은 정신이 나간 듯 말했다. "내 미래의 남편이 역시 패기가 있어. 그의 비서까지 패기 넘치네! 완전 내 스타일!"원래 표정이 냉담하던 김예훈이 그 말을 듣고 기절할 뻔했으며 이 조이영은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이런 말까지 하다니, 하은혜가 그의 목을 졸라 죽일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 봐!나동욱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고 있었으며 아마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 그만 김예훈의 정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김예훈이 하고 있는 이번 일을 그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처럼 똑똑한 사람이 김예훈과 친해지기에도 바
정민아는 살짝 놀랐다. 그녀는 김예훈이 돈을 받는 것을 거절하고 대신 로 교환할 줄은 몰랐다. 만약 그가 가격을 제시한다면 천 억 원 정도를 받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 남자 마음속에는 자기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생각을 하면서 자기를 즐겁게 해주고 싶어했다.그러자 정민아는 곁에 있는 김예훈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고 마음속에 이상한 감정이 생겼다."하은혜 씨, 승낙하면 안 돼요! 이 그림이 진품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옆에 있던 손건우가 갑자기입을 열었다.뭐? 그가 왜 갑자기 그렇게 말하는 거지? 룸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에게로 집중되었다.하은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는데, 이놈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자신과 대표님이 얼마나 즐겁게 쇼를 하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이렇게 튀어나와서 무엇을 하려는 걸까?하지만 이미 시작한 연기를 잘 마무리 지어야 하니까 하은혜는 어이가 없어도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손건우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비서님, 이 김예훈은 데릴사위예요. 배운 것도 없고 재주도 없어요. 저 사람이 이 그림이 진짜라고 말했다고 그걸 믿어요?"하은혜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왜 안 믿겠어요. 방금 선우건이 선생님께서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확인해 주셨잖아요?""그러긴 하는데 선우건이 선생님은 휴대폰을 통해 감정하셨잖아요."손건우는 이 이유가 말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억지로 말했다. "그리고 누구나 다 알텐데, 진짜 는 가격이 무조건 180억 원을 넘어요. 다이아몬드 로 바꾸면 분명히 손해를 볼 것인데 만약 무언가를 숨기는 게 없다면, 이 가난뱅이가 그걸로 바꾸겠어요?"다른 사람들이 입을 열기 전에 선우정아가 먼저 차갑게 말했다: "저기요. 우리 할아버지의 말씀은 항상 금구옥언인데, 지금 의심하는 건가요?""감히, 저는 이놈이 조작했을까 봐 걱정 돼서요. 그는 이 에 대해 말하는 데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
두 사람은 천천히 송산 꼭대기에 있는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밀회하기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열몇 명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따라서 화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허순재가 손을 흔들면서 말렸다. 김예훈과 상의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김 회장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걷고 있는데 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제 불효자식들이 김 회장님 여인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한 것도, 김 회장님을 모함한 것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김예훈은 멈칫도 잠시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허씨 가문의 모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허씨 가문에서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따라서 찾을 일도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가문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가문은 아닙니다.”허순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오늘 아침 찾아오기 전에 제 불효자식들을 통해 전에 있었던 일을 들었는데 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잘못이더라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제 막내아들인 허준서가 갖고 있는 도박패를 드리려고요. 그리고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도 김 회장님의 명의로 돌리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자그마한 성의이기 때문에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시면 저희 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추하린 씨한테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내어주신 건 저희 진주·밀양 명문가에 기회를 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늘 공평 공정한 추씨 가문의 추하린 씨가 전주 자리를 맡으면 안동 김씨 가문을 잘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거든요. 한 마리의 호랑이보다 두 마리가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저 말고 김서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저는 용문당과 함께 강제적으로 진주·밀양 용전을 쳐들어가려고 했거든요.”허순재는 웃으면서 아예 화제를 돌렸다.“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저희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이 정도로 칼 같다니. 김청미한테 모든 죄를 떠넘겼다고? 진주·밀양 용전을 잃어버렸다고 분풀이하나 보네.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한테는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 김청미한테는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이야.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에서 보호해 줬다면 어쩌면 다시 해 뜰 날을 맞이할지도 모르는데...’“이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억울하다고 느껴지면 배후자인 김현민을 불어내.”김예훈은 그림과도 같은 김청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네가 증거를 내놓으면 용문당과 용연옥에서 너의 안전을 책임져 줄 거야. 나머지 인생을 해외에서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줄게.”“김현민을 불라고?”김청미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현민은 선배랑 만난 적도 없고, 선배를 타깃으로 명령을 내린 적도 없었어. 비록 김현민이 배후자인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의미 없는 일이야. 심지어 내가 혼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 있지. 김현민이 한 의미심장한 말에 내가 알아서 움직였거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잘못을 인정하려고 오늘 나를 부른 거라면 이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당연히 의미 있는 일이지. 이렇게 된 이상 난 용연옥을 떠날 수 없어. 나랑 함께 지옥에 갈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사실 알려줄 것이 있어서 보자고 했어. 김현민이 선배를 짓밟으려고 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지.”김예훈은 김청미더러 계속해서 말해보라고 했다.”“선배와 나를 포함한 전체 경기도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일부분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족보를 봤을 때 우리 모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선배 때문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어르신이 경기도 김씨 가문을 여겨보기 시작했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내가 수장 자리를 빼앗을까 봐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김청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모든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김청미는 이미 하얀 죄수복을 입고 머리를 묶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여느 때와 달리 지적인 느낌이었다.김예훈은 그제야 알고 지내던 익숙한 김청미라는 느낌이 들었다.“장 옥주님은 역시 약속을 지키는 분이시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선배를 데려온 걸 보면.”김예훈이 나타나자 김청미의 표정은 감정 기복이 심했다.“용연옥 감방장님 외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김예훈은 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날 왜 불렀는데? 마음껏 욕하려고? 아니면 내 모습을 기억해 뒀다가 귀신이 되어서까지 내버려두지 않으려고?’김예훈이 말했다.“우리가 혈연관계가 있는 점을 봐서 10분만 줄게. 10분 뒤에 바로 갈 거야. 추하린 씨와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리려면 바빠.”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린다는 말에 김청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방수아, 추하린 같은 여자한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나도 선배라고 불러주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 정도로 냉정할 수 있어?”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할수 없지 뭐. 네가 날 한두 번 죽이려고 했어? 그러고도 너를 잘해달라고? 내가 뭐 바보야? 솔직히 말해서 용연옥에 유용한 사람이 아니라면 진작에 목을 졸라 죽여버렸어.”“역시나 김 세자님은 다르네.”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사실 계속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 선배가 소문으로만 듣던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맞아?”“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은데?”김예훈이 냉랭하게 물었다.“난 잘 모르겠어.”김청미의 표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김현민이야말로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했어. 곧 대한민국 9대 국방부 총사령관직을 맡게 될 사람이라고 하잖아.”김예훈은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무슨 자격으로?”김청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은
추하린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김서하, 김청미, 김병욱 등을 차례대로 쳐다보았다.자기 능력으로는 진주·밀양 용전을 접수하고 진주·밀양에서 한 획을 긋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밖에도 자기가 일어서면 추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제일 잘나가는 명문가로 될수있는 기회인 것도 알고 있었다.성공하면 추씨 가문의 일등 공신이고, 실패하면 추씨 가문을 구렁텅이로 빠뜨린 원흉이기도 했다.추씨 가문의 미래가 어떨지는 그녀의 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었다.추하린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최근에 있었던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제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요. 저희 아버지는 이 바닥을 벗어나 깊은 산속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셨는데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추씨 가문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저도 한번 도전해 보려고요!”김예훈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지금부터 추하린 씨가 진주·밀양 용전의 전주를 맡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의견 없으시죠?”...밀양 국제공항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밀양 기관에서는 이 사건의 진범이 진두준이라는 공고를 낸 것도 모자라 200억 원을 들여 국제 수배령을 내리기도 했다.용전, 용문당, 홍성에서도 상금을 추가하는 바람에 진두준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배자가 되고 말았다.진주·밀양 용전은 오늘부로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이 사건의 최대책임자인 김청미는 용연욕에 끌려가 심층 심문을 받게 되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경황이 있는지 더 확인해 보려는 의도였다.이번 사건으로 용전에서 입은 피해는 어마어마했다....다음 날 아침, 진주 빅토리아 항구 5성급 호텔에서 자고 있던 김예훈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로비로 내려갔을 때, 오래 기다리고 있던 장덕수를 만나게 되었다.“어르신.”김예훈은 용연옥 옥주인 장덕수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컸다.어제저녁 용인주, 하은우, 박인철 등은 급한 사정이 있어 밤을
“김 회장님께서 진주와 밀양의 중요성을 알고 계신다면 외부인은 관리하기 어려운 곳인 것도 아실 텐데요? 진주·밀양 용전의 독자적 운영과 고위층 퇴임은 약속드릴 수 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그 관리자가 진주·밀양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김 회장님께서 약속하신다면 저 또한 약속을 지켜드리죠. 하지만 김 회장님께서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없었던 일로 합시다. 용문당에서는 저희 용전에 복수하고 싶으신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늘 우아함을 지키고 있던 김서하는 순간 자기편을 들어주는 성격이 드러나고 말았다.보여주는 태도를 봐도 어느정도 선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보였다.김서하의 뜻을 알아차린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진주와 밀양은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었다.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과 용문당 간의 단결을 위해 대가를 치르겠다고 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재미있는 요구를 내놓을 줄 몰랐다.진주·밀양 상류인사 중에서 용전을 진압할 만한 사람 중에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없었다.대부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거나 그 가문과 밀접히 연관된 사람이었다.간단히 말해서 김예훈이 김서하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 누구를 관리자로 선택하든 진주·밀양 용전은 안동 김씨 가문의 손에 들어갈 것이 뻔했다.김서하는 양보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강경하게 보여주었다.이에 용인주, 장덕수 등은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잘 따져보면 김예훈이 직접 진주·밀양 용전의 수장을 맡기에는 어려웠다.외부인으로서는 진주·밀양에 발붙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어디 가서 적합한 후보자를 찾지?’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김서하를 향해 피식 웃었다.“사모님께서 제 조건을 들어주신다는데 제가 어떻게 사모님 조건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후보자를 용전에서 직접 뽑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김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김 회장님께서 직접 뽑는 거죠.”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청미, 김병욱과 곽영현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제가 마침 소식을 듣고 진주로 왔기 다행이지 하마터면 용문당의 기둥인 김 회장님이 용전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유사한 사건이 얼마나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알수 없어요. 용전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전도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가 되었다고요.”김청미가 죄를 인정하면서 용인주, 장덕수, 하은우는 하나둘씩 용전에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용문당, 용연옥, 용의 부대의 절대다수의 힘은 국내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 감시하고, 서로 다툼없이 평화롭게 지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질 리가 없었다.하지만 대외적인 업무를 맡은 용전은 최근 몇 년 동안 놀라운 발전을 보였기 때문에 차마 간섭할 방법이 없었다.오늘 이 사건을 빌미로 용전을 대대적으로 수색하자는 것도 어쩌면 대한민국 고위층의 뜻일 수도 있었다.김서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태양혈을 어루만지고 있었다.그녀는 각 대표들의 발언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여러분, 김청미 씨가 잘못한 것도 사실이고, 용전도 책임을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다들 정의로운 척하지 말고 뭘 원하시는지 한번 말씀해 보시죠?”장덕수와 하은우가 힐끔 쳐다보자 용인주가 말했다.“저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김 회장님께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용인주를 힐끔 쳐다보았다.‘내가 이 기회를 빌어 용전을 손봐주고 싶어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김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김 회장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가요? 혹은 저희가 어떻게 보상해 드리면 좋을까요?”김예훈이 김서하를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부족한 것이 없어서 보상은 필요 없습니다. 괜히 정의로운 척하기도 싫고요. 용전이 대외적으로 어떤 업무를 보고 있는지는 몰라도 오늘부로 진주·밀양 용전은 용전 본부에서 계속 관리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하고, 모든 고위직은 자리에서
‘큰 죄를 지었습니다?’간단하기 그지없는 말에 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 용문당 대표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김예훈마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힐끔 쳐다볼 정도였다.사실 그녀가 쉽게 잘못을 인정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김씨 가문 사걸 중에세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이렇게 쉽게 잘못을 인정하다니.’“김예훈 씨는 경기도에 있을 때 저희 김씨 가문을 풍비박산 내버리고 진주까지 쫓아냈기 때문에 죽도록 미웠습니다. 그래서 진주에 오고부터 계속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성남에서 부산까지, 모두 저의 계획대로였죠. 김예훈 씨는 결국 제가 함정을 파놓은 진주와 밀양에 올 수밖에 없었어요. 두 번이나 암살 작전에 나선 킬러 역시 저였고요. 그런데 운이 얼마나 좋은지 전부 다 비켜 가더라고요.”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밀양 국제공항 사건이 너무 크게 벌어진 바람에 생각을 바꾸게 되었어요. 그것은 바로 공권력을 남용하여 김예훈 씨를 짓밟아 버리는 것이었어요. 1부터 100까지 전부 다 짜놓은 판에 발만 내디디면 총살감이었어요. 그런데 용문당 당주님께서 직접 진주에 와서 4자 대면까지 진행할 정도로 김예훈 씨를 아낄 줄 몰랐어요. 그리고 임현우 저 자식도 돈 받고 저를 배신할 줄 몰랐고요.”김청미는 씁쓸한 표정이었다.“정말 세상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나 보네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요. 제가 용전을 먹칠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떠안겠습니다.”김예훈은 김청미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도도하기만 하던 그녀가 갑자기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고 해서 수상한 느낌이었다.김청미의 신분과 힘으로는 일을 이렇게 크게 벌였을 리가 없었다.간단히 말해서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김청미가 나서서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김청미 씨, 당신은 진주·밀양 용전 서열 2위로써 공권력을 남용한 것도 모자라 용문당 김 회장님까지 모함하려고 했어요. 용전을 먹칠한 것도 모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