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는 김예훈의 판단을 믿지 않지만 선우건이는 100% 신뢰한다. 할아버지가 감정계에서 선조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대등할 사람이 몇 명밖에 되지 않는다.“이보게 친구, 조만간 우리 집에 와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네.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야.”영상 넘어 선우건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끊었다.김예훈은 아무렇게나 선우정아에게 휴대폰을 던져주었다.“방금 우리 했던 내기 기억하죠?”“나…”선우정아는 할 말을 잃었다. ‘진짜로 여기서 아버지라고 불러야 돼?’강문탁이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김예훈, 너 남자새끼 맞냐? 그냥 장난한 걸 갖고 진짜로 나오네? 너도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입 다물어요!”선우정아가 갑자기 소리질렀다. 김예훈을 보는 눈빛이 상당히 혼란스럽지만 조용히 말했다.“김예훈 씨, 제가 잘못 봤어요. 우리 골동품 업계 사람들이 가장 중시하는 건 신뢰이니 말하면 말 한 대로 오늘부터 제…제가…”선우정아는 목까지 벌겋게 타올랐다. 한참이나 망설여도 끝내 ‘아버지’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안 됩니다!”“선우정아, 절대로 안 돼요. 어떻게 데릴사위를 그렇게 부를 수 있어요?”“저 자식은 그냥 개똥같이 운이 좋았던 거예요. 어떻게 당신과 비교할 수 있어요?”“맞아요. 이 그림을 감정한 것도 선우건이 대사이지 저 자식은 아닙니다.”모든 사람이 재빨리 나서서 말렸다. 만약 선우정아가 진짜로 그렇게 부른다면 선우 가문에 체면이 걸린 문제가 되고 모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몇몇 사람들은 김예훈에게 무릎을 꿇고 싶었다. 그렇게 부르지 말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다.선우 가문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고!김예훈은 그런 사람들을 무시한 채 옆으로 지긋이 선우정아를 쳐다봤다.선우정아는 약간 혼이 날아간 것 같았다. 그래도 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성격은 어떤 남자들보다는 백배 나았다.그 순간, 김예훈은 선우정아를 높이 평가했다.잠시 침욱하던 김예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아 씨, 안 불러도 돼요. 사실
정민아도 조급해하며 사과했다.“선우정아 씨, 죄송해요. 김예훈도 그냥 말뿐이에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 따지지도 말고요.”강문탁이 유유하게 말했다. “정민아 씨, 아무리 남편이라도 그렇게 감싸는 건 아니죠. 찌질이라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선우정아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안색이 더 나빠졌다. 이미 끝난 일인데 왜 지금은 자신이 더 창피해지는지 알 수 없었다.그 때문에 목소리마저 싸늘해졌다. “김예훈, 우리 선우 가문의 명예를 갖고 장난할 수 없어요. 그러니 설명하세요. 아니면 절대 끝나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점점 더 감탄했다. 이렇게 솔직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드물었다. “조급해 마시고 들어보세요. 전에 박물관에 있는 그림이 진품이라고 했지만 저는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했어요. 사실은 두 그림이 다 진품이었어요. 그렇다면 우리 두 사람의 보는 눈이 대단한 것이니 자연스럽게 승부를 가릴 수 없게 되었어요.”일리 있는 말에 모두의 눈빛이 달라졌다.두 그림이 모두 진품이라면 두 사람도 대단한 것이니 승부는 의미가 없게 된다.그 말에 선우정아의 굳은 표정이 느슨해졌다.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저도 부르지 않아도 되네요.”김예훈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얼음 같은 미인이 자기를 아버지라고 부른다면 자극적일지도 모른다. 선우정아는 어느새 대범하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저에게 생생하게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골동품 감정은 역시 편견을 갖지 말고 착실하게 해야 되네요. 전에 할아버지도 그 점을 말씀해 주셨지만 제 안목만 믿으려고 고집했어요. 이제 보니 저도 틀릴 때가 있네요.”김예훈도 웃으면서 손을 뻗어 작은 손을 살짝 잡았다.“선우정아 씨, 과찬이십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아니면 이 그림을 살 수 없었으니까요.”그 말에 주변 사람들의 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부춘산거도’ 진품이다! 돈이 있어도 못사는 보물이다!강문탁은 눈에서 불을 뿜었다. 선우정아를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김예훈과 악수를 하
강문탁, 손건우, 조이영은 말할 것도 없다. 김예훈이 미워 죽겠는데 당연히 나서서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이 그림이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다시 경매를 하길 바랬다.그때 정장을 차려 입은 젊은 남자가 몇몇 경호원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무대 뒤에서 걸어 나왔다.“윤 도련님…”경매사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은 윤 씨 가문의 윤도훈이자 경매장 담당자이다. 그는 방금 일어난 일들을 알고 있다.윤도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현장을 쓱 둘러보더니 김예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김 선생님, 우리를 대신해 이 그림을 감정하셨죠? 우리 운정 경매장에서 사과의 뜻으로 오만 원의 감정료를 드릴 테니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김예훈이 눈을 살짝 찡그렸다. ‘무슨 말이지? 감정료를 줘? 이건 완전 뻔뻔한데?’하지만 ‘부춘산거도’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럴 수밖에 없었다.그때 강문탁이 웃으며 말했다. “윤 도련님, 데릴사위에게 그렇게 예를 갖추지 않아도 돼요. 오만 원에 이 그림을 가져갈 수 있겠어요? 웃기지 않아요?”윤도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강문탁을 쳐다봤다.‘저 자식이 일부러 그랬네. 운정경매장에서 기본적인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걸 모르나? 내가 친히 나섰는데 또 시비를 걸어? 죽고 싶나?’하지만 ‘부춘산거도’는 정말로 소중하기 때문에 배후 인물에게 밉보이면 안 되었다. 윤도훈은 별로 내키지 않아도 방법을 대서 그림을 회수해야 했다.윤도훈이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만약 오만 원 감정료가 너무 적다고 생각하면 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요? 공정한 가격으로 드리겠습니다.”김예훈이 상대방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제가 당신들 경매장에 물건을 사러 온 거지 감정하러 온 거 아니에요. 헷갈리지 마세요. 이 그림은 내가 돈을 내고 산 겁니다.”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모였다.‘이 자식이 진짜 죽음이 두렵지 않나봐. 정말로 오만 원에 가져가려는 건가?’도리상 윤 씨 가문에서 뻔뻔하게 나
한편 선우정아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입을 열었다. “윤도훈, 너무해요.”"선우정아…" 윤도훈은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그는 정민아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고, 심지어 정씨 일가 전체가 윤씨 일가에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선우씨 일가는 다르다. 선우씨 일가는 대도시에서도 최고의 가문이며 지금 선우정아가 입을 열었으니 그가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다면 별로 안 좋을 것 같았다.그러자 윤도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우정아 씨가 입을 열었으니 나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들이 주제 파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가질 수 있는지, 무엇을 가질 수 없는지, 재물이 안 좋은 일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예로부터 이런 교훈이 적었어요?"말을 마치고 윤도훈은 김예훈을 한 번 유심히 보고 돌아서서 떠났다. 어쨌든 가 김예훈의 손에 있다는 것만 알면 되찾기가 쉽지 않은가?윤도훈의 눈빛을 보며 김예훈이 살짝 얼굴을 찡그렸고 윤도훈이 어떤 마음인지 그는 당연히 알 수 있었으며 경기도 이 바닥에서 윤도훈이 함부로 해도 두렵지 않다.그런데 문제는 정민아다.여기까지 생각을 하다가 김예훈은 휴대폰을 들고 하은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윤도훈이 떠나자마자 강문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선우 씨, 왜 이 변태를 대신해서 사정해요? 그냥 이놈이 윤씨 집안의 미움을 사도록 내버려 두면 될 걸요. 어차피 겁이 없이 덤벼드는데 스스로 뒷감당을 하게 두면 좋잖아요!"선우정아는 강문탁을 힐끗 쳐다보더니 갑자기 이 남자가 마음이 좁다고 느꼈고, 김예훈이 그에게 딱히 한 것도 없는데, 계속 김예훈을 겨냥하고 있어 사람을 짜증나게 했다.지금 그녀는 강문탁을 무시하고 김예훈의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김… 김예훈 씨, 충고 하나 할 텐데 윤씨 집안에게 미움을 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이 의 내력이 심상치 않아 보여요. 보통 사람, 심지어 일반 가문도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만약 윤씨 집안에게 그림을 돌려주는 것이 못마땅하
지금 이 순간, 정민아, 선우정아, 하은혜 등 3대 미인들이 모두 김예훈의 곁에 모여서 김예훈도 그 자리의 초점이 되었고,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부러워하고 질투하는지 모른다.하은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웃음을 머금고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 선생님, 저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에 정말 관심이 많습니다. 혹시 저에게 양도할 수 있습니까?”하은혜가 이 말을 꺼내자 온 룸이 조용해졌고, 몇 초 후 많은 사람들이 질겁했다.윤씨 가문이 경기도의 거물이라면 김씨 가문은 거물 중의 거물이다. 김씨 가문을 대표할 수 있는 여자가 이렇게 제안을 했는데, 이 데릴사위가 감히 거절한다면, 아마 이따가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것이다.많은 사람들이 웃는 듯 말 듯 김예훈을 보면서 이 녀석이 도대체 어떻게 할 작정인지 보고 싶었다."그럼 하 비서님께서 내놓을 수 있는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겠네요?" 김예훈은 흥미진진해서 입을 열었다."원하시는대로 하세요. 당신이 얼마 부르면 얼마에 살 수 있습니다. 우리 대표님께서 이 그림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하은혜가 대표라는 두 글자를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놀란 표정을 지었다.YE 투자 회사의 신임 대표는 신비롭고 조용하며 역시 패기가 넘친다.정민아는 조금 긴장했다. 그녀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하은혜이기 때문에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도리어 조이영은 정신이 나간 듯 말했다. "내 미래의 남편이 역시 패기가 있어. 그의 비서까지 패기 넘치네! 완전 내 스타일!"원래 표정이 냉담하던 김예훈이 그 말을 듣고 기절할 뻔했으며 이 조이영은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이런 말까지 하다니, 하은혜가 그의 목을 졸라 죽일까 봐 두렵지도 않은가 봐!나동욱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고 있었으며 아마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 그만 김예훈의 정체를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김예훈이 하고 있는 이번 일을 그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처럼 똑똑한 사람이 김예훈과 친해지기에도 바
정민아는 살짝 놀랐다. 그녀는 김예훈이 돈을 받는 것을 거절하고 대신 로 교환할 줄은 몰랐다. 만약 그가 가격을 제시한다면 천 억 원 정도를 받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 남자 마음속에는 자기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생각을 하면서 자기를 즐겁게 해주고 싶어했다.그러자 정민아는 곁에 있는 김예훈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고 마음속에 이상한 감정이 생겼다."하은혜 씨, 승낙하면 안 돼요! 이 그림이 진품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옆에 있던 손건우가 갑자기입을 열었다.뭐? 그가 왜 갑자기 그렇게 말하는 거지? 룸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에게로 집중되었다.하은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는데, 이놈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자신과 대표님이 얼마나 즐겁게 쇼를 하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이렇게 튀어나와서 무엇을 하려는 걸까?하지만 이미 시작한 연기를 잘 마무리 지어야 하니까 하은혜는 어이가 없어도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손건우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 비서님, 이 김예훈은 데릴사위예요. 배운 것도 없고 재주도 없어요. 저 사람이 이 그림이 진짜라고 말했다고 그걸 믿어요?"하은혜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왜 안 믿겠어요. 방금 선우건이 선생님께서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확인해 주셨잖아요?""그러긴 하는데 선우건이 선생님은 휴대폰을 통해 감정하셨잖아요."손건우는 이 이유가 말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억지로 말했다. "그리고 누구나 다 알텐데, 진짜 는 가격이 무조건 180억 원을 넘어요. 다이아몬드 로 바꾸면 분명히 손해를 볼 것인데 만약 무언가를 숨기는 게 없다면, 이 가난뱅이가 그걸로 바꾸겠어요?"다른 사람들이 입을 열기 전에 선우정아가 먼저 차갑게 말했다: "저기요. 우리 할아버지의 말씀은 항상 금구옥언인데, 지금 의심하는 건가요?""감히, 저는 이놈이 조작했을까 봐 걱정 돼서요. 그는 이 에 대해 말하는 데
김예훈이 눈을 번쩍 뜨더니, 설마 3년 동안 서재에서 잤는데 드디어 침실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거 아니겠지. 이때 그는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전에 이혼에 대한 생각은 일찌감치 까맣게 사라졌다.한쪽의 손건우는 이를 악물고 있었고, 그는 참지 못해 조이영을 노려보았다.조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갑게 말했다. "민아야, 절대 이 사람에게 속지 마. 이 녀석은 여자를등쳐먹는 새끼야. 그 버릇 못 고쳐. 그냥 운이 좋아서 2만 원을 가지고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 그림을 낙찰 받았을 뿐이야. 너 절대 이 사람의 선물을 받아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만약 언젠가 김씨가 그림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때는….""팍."조이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은혜가 이미 하이힐을 밟고 걸어가서 그녀의 빰을 세게 내리쳤다."너... 너... 너..." 조이영은 얼굴을 가리고 한참 동안 너너 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 뭐, 나?" 하은혜의 얼굴은 차갑게 변했다. "당신들이 사적으로 어떤 친분을 가지고 있든, 당신들이 농담을 하든, 사람을 업신여겨도 좋은데, 나는 누군가가 우리 김씨의 명예를 모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요. 우리 김씨는 비즈니스에 있어서 공정성을 중요시해요. 이 그림이 진짜면 다행이고, 설마 가짜일지라도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인정하는 비즈니스예요! 우리 김씨 일에 대해서 언제부터 너 같은 년이 여기서 참견을 해!"조이영은 얼굴을 가린 채 반 마디도 할 수 없었다. 하은혜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해서 도저히 그가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은혜는 눈빛 하나만 보냈는데 그녀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을 계속할 용기가 없었다.지금 그녀는 하은혜가 전에 그 페라리를 몰고 다니던 여자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금 깜짝 놀랐을 것 같다."그리고 내가 너에게 한 마디 더 경고할 텐데 네가 다시 한번 우리 대표님 미래 와이프라고 떠들고 다니는 거 내 귀에 들어오면 그때 가서 비참하게 죽게 만들 거야!"말이 끝난 후 하은혜는
"하하하하, 김예훈, 정말 자신을 인물이라고 생각해요?"손건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잘났으면 지금 하은혜를 오라고 할래요? 그녀보고 운전해서 집까지 바래 달라고 할래요? 당신이 할 수 있다면 내가 지금 무릎을 꿇을 게요!"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하은혜가 하이힐을 신고 빠르게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김 선생님, 저희와 를 교환한 일을 저희 대표님께서 이미 알고 계세요. 이번엔 우리 YE 투자 회사에서 덕을 본거라고 특별히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사과의 의미로 전에 정민아 씨가 가지고 온 투자 건에 대해 동의하셨어요. 정민아 씨가 내일 오셔서 사인만 하면 돼요.” 하은혜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김 선생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제가 모셔다 드릴까요? 어쨌든 방금 전에 저희랑 거래를 마쳤으니, 우리 김씨도 선생님을 안전하게 집까지 모셔다 드릴 의무가 있어요.”"네, 그럼 하 비서님께 감사드려요. 저희도 사양하지 않고 기꺼이 받겠습니다."김예훈은 미소를 지으며 손건우를 힐끗 쳐다보았다.뭐야? 하은혜가 와서 차에 타라고 요청했다고? YE 투자 회사의 대표가 그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정말 개똥밭에도 이슬 내릴 날이 있는가?지금 손건우의 머릿속은 '윙'하는 소리와 함께 안색이 극도로 나빠졌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 데릴사위는 왜 항상 운이 좋은 거지? 이건 과학적이지 않다!“손 대표님, 방금 하신 말씀 기억하세요? 지금 무릎 꿇을 거예요? 아니면 며칠을 준비했다가 꿇을거예요?"김예훈은 웃는 듯 말 듯 입을 열었다."너…" 손건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했으며, 다음 순간 그는 돌아서 가려고 했다. "김예훈 씨, 너무 좋아하지 마요. 이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조이영은 이 광경을 보고 머뭇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정민아는 손건우의 심경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녀가 손건우를 만난 가장 큰 이유는 YE 투자 회사의 고위층을 알고 싶었던 거고 투자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YE 투자 회사가 이미 동의했으니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