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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진봉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도윤의 뒤통수를 바라봤다.

‘참 안 됐네.’

도윤은 애초에 백채원과 결혼하기로 약속했지만 한 번도 그녀에게 손을 댄 적이 없다. 처음부터 도윤에게 여자는 소지아뿐이었으니.

‘차라리 나처럼 여친은 없어도 욕구를 풀 상대라도 만들지.’

도윤은 한 사람에게만 올인하는 스타일이라 만약 앞으로도 소지아와 재결합하지 못한다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생각할수록 불쌍하네.’

“형, 우리 보스한테 성인돌이라도 사줄까? 지금 진짜 같은 게 엄청 많대. 그럼 배신한 것도 아니잖아.”

“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을게.”

진환의 한심하다는 말투에 진봉은 억울해했다.

“나도 다 보스 생각해서 그러는 거잖아. 이렇게 지내다가 망가지면 어떡해. 안 되겠어, 형. 나랑 같이 보스한테 줄 물건 사러 가자. 이렇게 참게할 수는 없잖아.”

한편, 도윤은 한참을 걸어가서야 붉게 달아올랐던 귀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확실히 그는 요즘 지아만 보면 충동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계속 참아왔다.

‘내가 욕구불만인 게 그렇게 티 나나?’

‘돌팔이가 손 한번 잡고 맥을 집어보고 알아맞힐 정도로?’

도윤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니야, 딱 봐도 사기꾼이잖아.’

원하는 약재를 찾지 못하자 도윤은 지아와 아이들 먹을 음식을 사가지고 돌아갈 결심을 했다.

하지만 그 돌팔이의 말 때문인지, 도윤은 왠지 몸에서 자꾸만 열기가 느껴졌다.

결국 칵테일 한 잔을 시켜 천천히 음미했다. 지아 곁에 있으면서 도윤은 너무 힘들었다. 시시각각 다른 사람인 척 연기해야 했으니.

눈을 감은 채 의자에 앉아 손으로 관자놀이를 만지작거리는 도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웬 향기가 코를 간지럽혀 눈을 떠보니 바텐더가 제작한 칵테일을 그의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손님, 이건 저희 가게에서 제일 잘나가는 ‘키스 오브 파이어’인데, 한번 드셔보세요.”

‘키스 오브 파이어?’

‘그냥 제일 잘나가는 거 해달라고 했는데 이름이 이럴 줄은 몰랐네.’

술은 화려한 붉은 색에 스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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