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은 한참이나 물어봤지만 이정진에게서 유용한 정보를 알아내지 못했다. 지금 여러 곳에서 알아본 데에 의하면, 환희는 외국에서 A국으로 피난을 온 사람이었고, 그동안 줄곧 가짜 신분과 이름을 사용했는데 후에 전쟁이 터지면서 자취를 감췄던 것이다.도윤은 힘이 빠졌다. 현재 주원에 관한 아무 소식도 없었기에 이렇게 질질 끌다간 지아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 며칠 전혀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도윤이 지하실에 도착하자, 이유민은 거의 죽어가기 직전이었고,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보아하니 진봉은 그의 입에서 뭐라도 알아내기 위해 인정사정도 봐주지 않은 것 같았다.“대표님, 이유민은 이미 자백했는데, 겨우살이와 알게 된 지도 2~3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지만 겨우살이는 이유민을 몇 번 도와준 적이 있었고, 모두 회사 주식을 수매하는 것과 관계가 있었습니다.”“어쩐지 이유민에게 그렇게 많은 주식이 있었더라니, 누군가 비밀리로 도와주었던 거야. 전에 수백억의 돈을 들여 지아의 목숨을 원한 이상, 재력이 상당한 사람이겠군.”진봉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 선생님의 산업만으로 이유민은 이런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저는 그저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만약 아가씨가 겨우살이라면, 사모님을 미워하는 심정을 알겠지만 또 왜 돈을 써서 이유민을 도왔을까요? 이유민을 싫어하는 게 더 마땅하지 않은가요?”“이예린은 겨우살이가 아니야.”도윤은 바로 부정했다.“이예린은 청소 아주머니로 위장하여 내 곁에 오랫동안 잠복했지만 결코 나를 해칠 뜻이 없었어. 만약 이예린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진작에 나에게 약을 먹이거나 회사의 정보를 라이벌에게 몰래 팔았겠지. 내 곁에 머무는 동안, 이예린은 회사를 무너뜨릴 방법이 수천 가지나 있었는데, 무엇 때문에 굳이 큰돈을 들여 이유민을 도우려 하겠어?”“하긴요, 그렇다면 지금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사모님을 죽이려는 사람은 여자였고, 뒷모습만 보면 아가씨와 무척 비슷했
지아는 병원에서 일주일 더 머물다 퇴원을 했다. 일주일간의 회복을 거쳐 그녀는 이미 스스로 침대에서 내려와 걸을 수 있었지만, 적혈구와 백혈구의 수치는 여전히 매우 낮아, 지아는 매일 머리가 어지러웠고 몸은 여전히 허약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병원을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아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다시 이씨 집안으로 돌아오자, 이 집사는 휠체어를 밀며 말했다.“작은 사모님, 도련님께서 특별히 1층에 있는 방을 하나 비웠는데, 나가면 바로 정원을 볼 수 있어요. 이제 안심하고 치료받는데만 신경 쓰세요. 그럼 꼭 나아질 거예요.”“그래요.”도윤은 지아를 자극할까 봐 최근 며칠간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나 지아는 도윤이 새벽까지 기다리다 자신이 잠든 후에야 몰래 들어와서 그녀를 지키고 또 그녀가 깨어나면 몰래 다시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아는 도윤이 이렇게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다. ‘분명히 자신의 처자식이 있는데, 왜 또 날 붙잡고 있는 거지?’그러나 도윤이 보이지 않으니 지아도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입원하는 동안, 이 집사는 지아를 아주 세심하게 돌보았지만, 방으로 돌아오자 그녀는 그저 샤워를 하고 싶을 뿐이었다. 지아는 빗을 들고 헝클어진 머리를 빗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머리카락이 촘촘하게 떨어지더니 빗에는 아예 한 무더기 머리카락이 감겼다.세면대와 빗에 엉킨 머리카락을 보고 지아는 깜짝 놀랐다.요 며칠 그녀는 약물치료 때문에 괴로워서 그 많은 부작용을 거의 잊을 뻔했다. 그중 가장 심한 것이 바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었다.두 번의 치료만 받으면 머리카락이 전부 빠질 것이다.그러나 꾸미길 좋아하지 않는 여자가 또 어딨겠는가? 지아는 거울 속의 초췌하고 여윈 자신을 바라보았다.‘곧 죽지 않아도 대머리가 되겠지.’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휴지를 뽑아 바닥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치웠다.물을 틀자, 머리카락은 끊임없이 떨어졌고, 지아는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천천히 벽을 짚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 집사는 지아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보고 위로했다.“요 며칠 작은 사모님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잖아요. 이제 모처럼 입맛이 생겼다고 사모님께서 직접 요리에 나서셨어요.”지아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휠체어를 타지 않고 혼자 거실로 천천히 이동했다.심예지는 앞치마를 두른 채 말했다.“빨리 앉아. 음식도 다 돼가고 있어.”식탁 위의 정교한 도자기 꽃병에는 오늘 금방 딴 꽃이 꽂혀 있었는데, 잎사귀에서 봄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이때, 지아의 머릿속에는 또다시 큰 눈이 흩날리는 화면이 스쳤다. 그녀는 따뜻한 실내에 꽃을 꽂고 있었고, 배는 볼록 튀어나왔으며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문이 열리자, 도윤이 들어왔고, 그는 성난 목소리로 지아에게 왜 임신한 백채원을 찾아가 소란을 피웠냐고 야단치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지아도 임산부란 것을 잊은 것 같았다.그렇게 분위기가 점차 싸늘해지더니, 도윤은 손을 들어 지아의 꽃병을 깨뜨렸고, 꽃은 온 바닥에 흩어졌다. “아...”지아는 머리를 안았고, 무엇 때문인지 그녀는 가끔 지난날의 기억들을 조금씩 떠올릴 수 있었다.“왜 그래, 지아야? 머리 아파?” 심예지는 얼른 지아를 관심했다.“저...”지아가 입을 열려고 할 때, 머릿속에는 일련의 화면이 나타났다. 그녀는 혼자 텅 빈 집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꽃병 속의 꽃은 바뀌고 또 바뀌었지만 결국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지아야, 왜 그래! 말해 봐! 내가 의사 불러올까?”지아는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꽃병을 가리켰다.“이거 좀 치워주세요.”“그래, 알았어, 지금 바로 치울게.”지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회복되었다. 음식이 올라오자, 심예지는 열정적으로 소개했다.“내 이 음식 만드는 솜씨도 다 그 남자를 위해서 배운 건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기지. 난 나 자신의 부모님에게 음식을 해드린 적이 없거든.”지아는 과거의 일부 기억들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수술실에서 사람을
양요한은 지아의 일 때문에 온종일 바쁘게 돌아쳤고, 오늘 마침내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다.이때 조수가 병 하나를 들고 오더니 입을 열었다.“양 선생님, 이것은 큰 사모님이 보내온 것인데, 어떤 고양이 사료인지 궁금하다고 하셨습니다.”“고양이 사료?” 양요한은 그 병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작은 병에 고양이 사료를 담을 리가 없잖아? 고양이가 어떻게 이것밖에 먹지 않겠어?’“고양이의 간식 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큰 사모님께서 판단하실 수 없다며 보내왔습니다.”“그래, 여기에 놔둬. 내가 나중에 검사할게. 지금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네.” 양요한은 급히 떠나 많이 초췌해진 도윤을 찾아갔다.“대표님, 최신 소식에 따르면 주원의 팀은 줄곧 항암연구를 해왔다고 합니다. 그전에 주원은 이미 신형 항암제를 만들었고, 이 2년 동안 총 100명의 암 환자가 복용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1차 실험밖에 하지 못해 견본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그 100명 환자들의 상태는?”“그동안 1-3기의 환자들은 상황이 모두 안정되었고, 암 수치가 정상에 도달했습니다.”도윤은 마음이 조여졌다.“그럼 말기는?”“말기의 생존율은 현재 50% 인데, 절반은 아직 살아있고 나머지 절반은 이미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암을 치료하더라도 5년 동안 관찰을 해야 하죠. 그들 중 약을 가장 먼저 복용한 환자는 관찰 기간이 3년도 채 안 되었기에 결과가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는데, 중말기 전에 이 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매우 좋지만 말기라면...”도윤의 눈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양요한은 재빨리 한마디 덧붙였다.“대표님,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현재 말기 환자가 3년 심지어 5년을 살 확률은 아주 적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그 어떤 약도 50% 넘는 말기 환자를 3년 동안 살게 할 순 없습니다. 이것은 주원이 개발한 약이 아주 강력하다는 것을 설명하죠. 이 약만 찾으면 사모님은 더 오래 살 수 있을 겁니
지아는 가끔 떠올린 기억만으로도 이미 도윤을 증오했으니, 만약 과거의 모든 것을 떠올린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도윤을 뼈에 사무칠 정도로 미워할 것이다.그러나 심예지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아의 병이 갑자기 악화된 것은 약물과 관계가 있었기에 만약 이 약의 효과를 막을 수 있다면 지아의 암세포가 계속 확산되는 것을 통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비록 도윤은 원하지 않았지만 지아의 몸을 위해 그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좋아요, 의사 찾아 자세히 상의할 테니 지아는 어머니께 맡길게요.”도윤은 그때 M-1를 연구한 의료진을 찾아갔고, 상의한 결과, 심예지가 생각한 것과 같았다.이때, 양요한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대표님, 사실 전에 저도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기억을 잃게 하는 약은 인체의 면역력과 많은 장벽을 파괴할 수 있는 데다 또 장기간 인체에 작용했기에, 일반인에게 있어 부작용이 크지 않지만 암세포를 만나면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와 다름없죠. 이 약은 지금 순리적으로 암세포의 부하가 되어 사모님의 몸을 공격하고 있으니 억제만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 철저히 M-1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효과를 제거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각종 약효에 항암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될 것입니다.”“하지만 대표님, 전에 주신 문헌과 자료에 따라 저희는 이런 약물을 잠시 억제하는 약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해독제는 여전히 독충으로부터 얻어야 합니다.”화원에서 지아는 햇볕을 쬐고 있었고, 하루는 나른하게 그녀의 곁에 기대어 있었다. 그리고 도윤은 손을 뒤로 한 채 2층 테라스에 서서 지아를 부드럽게 주시하고 있었다.아주 아름답고 조화로운 장면이었지만, 지아는 갑자기 자신의 가슴을 안으며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졌다. 이 집사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 상황을 살펴보았다.“작은 사모님, 왜 그러세요?”지아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아파요, 너무 아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아는 토하기 시작했고, 도윤은 더 이상
지아는 이날 또 병원에 호송되어 검사를 받았다. 양요한은 암세포 보고서와 각종 검사 보고서의 수치를 보았다.건우는 보면 볼수록 미간을 찌푸렸다.“2년 전, 지아가 약물치료를 받았을 때 효과가 아주 좋았는데, 이번에 어떻게 효과가 거의 없을 수가 있죠? 게다가 암세포가 이미 주변의 다른 부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니. 지금 지아는 더 이상 약물치료를 받을 수 없어요. 받아도 단지 신체의 부담을 가중시켜 지아의 죽음을 가속화시킬 뿐이니까요.”건우는 지금 지아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과 다름없었고, 도윤은 셔츠를 움켜쥐었다.“그럼...”건우는 고개를 저었다.“이유를 모르겠지만 지아의 암세포는 점점 더 빨리 퍼지고 있어요. 이대로 가면 지아도 기껏해야 한 달밖에 살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만약 상황이 좋지 않다면 아마 두 주일도...”도윤은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한 달에서 두 주일, 심지어 더 줄어들 수도 있었다.건우는 도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당신은 이미 최선을 다했어요. 지아가 이렇게 된 것은 전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니 이 남은 시간 동안 지아의 곁에 잘 있어줘요.”지아는 지금 혼수상태에 빠져 음식을 먹지 못했고, 영양액으로 체력을 보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윤은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키며 눈시울이 새빨개졌다.‘지아는 이미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왜 난 그 말을 믿지 않았던 것일까? 왜 지아를 오늘 이 지경까지 몰아붙였을까?’설령 도윤이 지금 아무리 슬프고 후회한다 하더라도 이미 결말을 바꿀 수 없었다.“지아야...”침대 위의 여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 기복을 제외하면 그 모습은 마치 죽은 것과 같았다. 도윤은 볼 때마다 놀라서 기절을 할 뻔했다.‘멀쩡하던 사람이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됐을까?’생각하다 도윤은 자신의 얼굴에 뺨을 세게 내리쳤다.“내가 죽을 놈이지!”지아는 소리를 듣고 천천히 눈을 떴다. 전에 깨어났을 때, 지아는 존귀하기 그지없는 남자를 보았지만
심예지와 진수련은 사실 사촌 사이였고, 두 자매는 한 남자에게 매달리는 것까지 똑 닮았다.“더 이상 그 보잘것없는 돌을 보물로 삼지 않은 거 보니까 언니도 마침내 눈병을 고쳤구나?” 진수련은 손에 부채를 들고 가볍게 부채질을 하며 오만가지 매력을 내뿜었다.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단도직입적으로 상대방의 정곡을 찌르기 시작했다.심예지도 질세라 입을 열었다.“어디 너보다 하겠어? 이미 이혼한 지가 언젠데, 그 많은 시간을 들이다니. 결국 백정일의 사랑을 받지 못했잖아?”“비록 사랑을 얻지 못했지만, 적어도 난 복수를 했어. 그들의 가정 모두 망쳤거든. 난 언니처럼 마음이 약하지 않아. 자신의 남편을 남에게 양보하는 것도 모자라 돈까지 줘서 회사를 차리게 하다니. 하느님도 언니 보면 눈물을 흘릴걸.”진수련의 출신은 그리 좋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사생아라고 집안의 대접을 받지 못했는데, 오직 심씨 가문의 큰 아가씨인 심예지만이 그녀와 놀아주었기에,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다투다가 화해하곤 했다.오늘 심예지는 전처럼 계속 진수련과 다투지 않았고, 스스로 앉아서 자신에게 차 한 잔을 따랐다.“너와 난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한데, 굳이 서로 비웃을 필요가 있겠어.”심예지는 한숨을 내쉬었다.“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는 거야?”“난 언니 마음속에 이남수 그 개자식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에게 딸 하나 있다는 거 아직 기억하나 보네?”“전에 난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어 그 두 아이를 다치게 하고, 그들을 이렇게 오랫동안 헤어지게 했어. 그동안 예린이 보살펴줘서 정말 고마워.”진수련은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나른하게 말했다.“언니, 이 세상에 더 이상 이예린이란 사람은 없어. 지금은 해당화밖에 없다고.”“그 아이 만나고 싶어.”“솔직히 말하지만, 해당화는 아마 언니를 만나고 싶지 않을 거야. 어렸을 때 그 아이에게 한 그 일들은 이미 해당화의 트라우마가 되었거든. 지금까지도 그 아이는 밤중에 놀라서 깨어났고. 언니의 존재는 그 아
진수련은 무척 궁금했다.“어? 갑자기 왜 이걸 달라는 거지?”“나도 사실대로 말할게. 내 그 사랑에 미쳐버린 아들이 자신의 와이프한테 그 약을 썼거든. 그러나 이 약은 암세포의 확산을 불러일으켰고, 지금 내 며느리는 위태로운 상태에 처해 있어. 넌 오랜 시간을 통해 이 약을 개발했으니, 언니인 날 봐서라도 이번 한 번만 도와줘.”이 말을 듣자, 이예린의 마음속을 차지하던 긴장함이 조용히 사라졌고, 그녀는 표정이 더욱 싸늘해졌다.‘엄마가 여기에 오신 건 날 위해서가 아니었어.’‘또 그놈의 소지아 때문이야.’‘오빠의 사랑을 차지했으면 그만이지만, 이젠 내 엄마까지 빼앗으려 하다니.’손가락에 가시가 찔렸지만, 이예린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내가 지금 무슨 환상을 품고 있는 거야?’‘엄마는 예전부터 날 사랑하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그럴 리가 없어.’‘난 모두의 버림을 받은 아이라고.’이예린은 몸을 돌려 떠났고, 새빨간 피는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조금씩 흘러내렸다.진수련은 손에 든 부채를 만지작거렸다.“이 약은 우리 내부에서 개발한 건데. 언니 아들이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궁금하군.”“수련아, 이건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니 도윤이 어떻게 얻었든지 더 이상 묻지 마.”“그날 밤 우리 기지를 공격한 사람이 바로 이도윤이었구나. 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가져간 것은 부작용이 있는 견본이었으니, 이미 벌을 받은 셈이네.”심예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 말 좀 똑바로 하면 안 되니? 어쩜 예전과 똑같이 버르장머리가 없어? 그러니까 백정일이 널 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간 거야.”“그러는 언니는? 이남수도 언니를 미친 X이라고 욕하지 않았어?”“됐어, 그만해. 이제 아이도 아니니 계속 다퉈봤자 남 비웃음이나 당하겠지. 이 해독제 있는 거야 없는 거야.”진수련은 심예지를 힐끗 쳐다보았다.“있다 하더라도 언니에게 줄 수 없어. 누군가 소지아의 목숨을 원하거든.”“누군데?”“내가 말해줄 것 같아?”“어쩐지 도윤이 널 조사하라고 했더라니. 그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