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의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불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저기... 무슨 뜻이죠? 설마 마취도 안 한다는 건 아니겠죠?”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아요.”채원은 처음엔 그저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바네사’가 정말로 마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표정이 굳어버렸다. “지금... 농담하는 거죠? 이렇게 큰 수술을 마취도 없이 한다는 게 말이 돼요?” 채원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손목이 꽉 묶여 있어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동시에 지아는 필요한 도구들을 차례대로 꺼내기 시작했다.채원은 교통사고 후 수술을 받을 때 마취했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지아는 그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 칼을 손바닥에서 자유자재로 돌리며 능숙한 움직임을 보였다. 마치 살인자처럼 보일 뿐, 의사 같지는 않았다. “누가 채원 씨에게 농담을 하겠어요?” 지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본래 목소리로 대답했다. 비록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동안 만나지 않았지만, 채원에게는 그 목소리가 너무도 익숙했다. 그녀는 자다가 꾼 악몽 속에서도 그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너, 너는... 소지아!” 채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지만, 곧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뒤엉켜 버렸다. 그녀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이 현실을 부정하려 했다. ‘내가 헛걸 본 거야. 소지아가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그러나 바로 그 순간, 지아는 얼굴에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답이야. 상으로 뼈 한 번 공짜로 깎아줄게.” 채원은 그제야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 네가 여기 있지? 바네사는 어디 갔어? 바네사를 어디에 숨겼냐고?” 하지만 이 방은 완벽한 방음 장치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문밖에 있는 백호조차도 채원의 비명을 들을 수 없었다.지아의 손에 들린 칼은 천천히 채원의 얼굴을 스치며 아래로 움직였다. “백채원,
채원은 갑자기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그때 지아의 아버지, 소계훈을 위한 고액의 수술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아는 어쩔 수 없이 결혼반지를 팔러 갔고, 우연히 채원을 만나게 되었다. 채원은 보석을 고르고 있었고, 지아는 땅에 떨어뜨린 반지를 주우려고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채원은 높은 위치에서 그런 지아를 내려다보며 곤경에 처한 그녀의 처지를 비웃었다. 그 일이 벌어진 지 벌써 7년이 넘었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되어 높은 곳에서 채원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은 지아였다.“네가 바네사였어? 네가 나에게 접근한 이유가 나에게 복수하려는 거였어?” 채원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지만,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완전히 깨닫지 못한 듯했다.“정답이야.” 지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골절도야. 뼈를 자를 때 정확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도록 칼날이 특별히 설계되어 있지.” “이건 뼈 집게야. 뼈를 고정하고 정확한 위치에서 수술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그리고 이건 너도 잘 알 거야, 전동 드릴.” 지아는 마치 물건을 팔기라도 하듯 채원에게 차분하게 도구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잠시 후 나는 너를 마취하지 않을 거야. 먼저 칼로 네 피부를 갈라서, 뼈를 잘라 줄게.” 채원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소지아, 너 이러면 안 돼!” “안 된다고? 왜 안 되지? 오늘은 네가 그동안 나에게 져왔던 모든 빚을 청산할 날이거든.” 지아는 그렇게 말하며 수술칼을 들어 채원의 피부에 한 줄의 상처를 그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지나가자마자, 그곳에서 빠르게 피가 흘러나왔다.“으아악!” “아파?” 지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채원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네가 임신한 채로 이도윤 옆에 서 있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내 마음도 많이 아팠어.” “네가 내 남편을 빼앗았고, 내 옷, 내 집, 내 병원을 빼앗았어.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배에서 밀어버리다니!” 수술은 이미 시작되었고, 지아의 손놀림은 빠르고 능숙했다. 그녀는 수
지금의 채원은 마치 도마 위에 놓인 생선처럼, 저항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상황에서도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집착을 버리지 않았다.“소지아, 너 잊지 마! 이도윤은 내게 목숨을 빚졌어. 네가 나를 해치면 이도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지아는 낮은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잘 생각해 봐. 이도윤이 정말로 널 아낀다면, 왜 직접 널 여기까지 데려왔을까?”채원은 순간 멍해졌다. ‘이도윤과 전림은 함께 자랐고, 이도윤이 전림의 죽음에 아무런 감정이 없을 리가 없었는데, 그런데도...’“너 지금 이도윤이 전림에게 진 빚을 생각하고 있겠지? 맞아, 이도윤은 목숨을 빚졌어. 하지만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너는 그저 전림이 짝사랑했던 사람일 뿐이잖아. 너희는 연인도 아니었고. 도윤이 전림의 유언에 따라 널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다 해도, 지난 몇 년 동안 그 약속 때문에 네가 이도윤의 가정을 파탄시킨 거면 충분히 갚은 거 아니야?”“사실 내가 너라면 그렇게 멍청하게 굴지는 않았을 거야. 너처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에게 모든 감정을 쏟아부어서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그의 인내심을 다 소진하게 만드는 건 어리석은 짓이니까. 지금의 이도윤은 나보다 더 널 증오해. 이제 이도윤도 널 더 이상 보호할 리 없지. 결국 전림이 남긴 건 채나 하나뿐이야. 너의 운명은 이미 이도윤과 아무 상관도 없어. 그 사람은 이미 너에게 할 만큼 했어.”채원은 고통을 잊고 거친 숨을 내쉬며 물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왜 채나 하나뿐이라고 해?!!”지아는 위에서 채원을 내려다보며 비웃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는 이 사실을 모르는구나.”채원은 이가 갈릴 정도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지아는 천천히, 그러나 고통스럽게 조금씩 진실을 드러내며 말했다. “백채원, 넌 왜 지윤이 어렸을 때부터 너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는지 알아? 이도윤이 지윤이 어릴 때부터 나를 친엄마라고 가르쳤기
채원의 몸에 칼을 대는 것은 동시에 지아에게는 자신의 마음에 더욱 깊은 상처를 새기는 것이기도 했다. 이중의 고통이 덮쳐오자 채원은 견딜 수 없는 아픔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지아는 여기서 그만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너는 몰랐겠지. 내가 오늘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말이야. 어린 시절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우리 어머니가 너 때문에 세상을 떠나셨어. 너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친절한 척하며 다가왔지만, 결국 어머니에게 그토록 잔혹한 짓을 저질렀어. 심지어 우리 아버지도 네 손에 죽음을 맞이했어. 내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넌 몰라. 그런데 너는 몇 마디 말로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갔지. 그때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네가 알기나 해?”지아의 목소리는 한층 격해졌고, 칼을 다루는 동작도 점점 더 거칠어졌다. 채원의 목소리는 이미 목이 잠겨 거의 들리지 않았다.“소지아, 그때 일은 사고였어. 나도 피해자였다고! 그분들은 내 부모이기도 해, 나는 속은 거라고!”“네가 감히 우리 아버지의 딸이라고? 백채원, 왜 죽은 사람이 네가 아니었을까? 너는 모를 거야, 아버지는 내 아이가 태어나는 걸 정말로 기대하셨어.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 귀여운 장난감을 태어날 내 아이를 위해 만들어 주셨는지, 아버지가 얼마나 살고 싶어 하셨다고! 그런데 모든 게 너 때문이야! 전부 너 때문이라고!”지아의 입장에서 다른 일들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었다. 결국 그 일들에는 이도윤의 책임도 있었으니, 어느 한쪽만을 탓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소계훈의 죽음만큼은 달랐다. 아버지의 무고한 죽음은 지아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 상처로 인해 지아는 매일 고통 속에서 살았다.“소지아, 진정해.”“진정하라고? 우리 아버지는 땅속에 묻혔는데, 너는 어떻게 이 세상에서 두 눈 뜨고 뻔뻔하게 살아갈 수 있니? 그때 죽은 사람이 너여야 맞는 거잖아?”지아는 그때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떠올렸다. 지윤의 정체를 알지 못했고, 자신의 병도 점점 깊어졌으며,
이 말은 채원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마지막 한 방이었다. 그녀의 동공이 거의 풀려버렸다.“백호는, 너를 평생 곁에 두고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 하, 그렇게 자존심 강한 네가 이제 남자의 장난감으로 전락하게 됐네.”지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채원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 같았다.“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한 번 수술대에 오르고, 메스를 든 이상, 설령 네가 내 원수일지라도 난 의사로서의 도리를 지켜.”채원은 도무지 지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소지아가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일까?’수술은 매우 길었다.채원은 몇 번이나 고통으로 인해 기절했다가, 다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깨어났다. 이마에 흐른 땀이 눈을 적셨고, 깨어날 때마다 들려오는 소음이 그녀를 괴롭혔다.어느 순간 지아는 큰 망치를 들었고, 또 다른 순간에는 전기톱을 사용했는데, 마치 자동차 정비사처럼 바쁘게 움직였다.채원은 처음으로 수술이라는 것이 이렇게 끔찍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기계가 다리를 절단하는 소리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6시간이 넘는 시간이 흐른 후, 채원은 자신이 수술대 위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죽지 않았다.하지만 채원은 더 이상 의식이 없었고, 다리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도 없었으니 지아가 자신에게 무엇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백호가 달려 들어왔다.채원은 그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는 다시 기절했다.“수술은 어땠어요?”지아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무심하게 대답했다.“수술은 성공적이었어요.”백호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그의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선생님은 저에게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백호 씨,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지아는 피 묻은 장갑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채원의 다리를 덮고 있던 담요를 걷어냈다.채원의 무릎 아래로는 더 이상 종아리가 없었고, 대신 기계 다리가 그녀의 다리를 대신하고 있었다.“이건 제가 채원 씨에게 장
소지아가 위암 양성 판정을 받았던 날, 이도윤은 자신의 첫사랑과 함께 그녀의 아들과 아동 병원에 있었다.병원 복도에서 임건우는 검사 보고서를 들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지아야, 검사 결과 나왔어. 악성 종양 말기야, 수술 성공하면 5년 생존율은 15~30% 정도고.”소지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어깨에 멘 숄더백 끈을 잡아당겼고, 약간 창백한 작은 얼굴에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선배, 수술 안 하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6개월에서 1년, 사람마다 다르지. 네 상황은 먼저 약물치료를 두 번 받은 뒤, 수술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렇게 하면 암세포의 확산과 전이의 위험을 막을 수 있거든.”소지아는 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말했다.“고마워요, 선배.”“나한테 고맙긴, 바로 입원 수속 밟자.”“됐어요, 치료할 생각이 없어요. 약물 치료 견디기 힘들 거예요.”임건우는 몇 마디 더 설득하고 싶었지만 소지아는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선배, 이건 일단 비밀로 해줘요. 가족들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소씨 가문 파산 이후로 아버지의 거액의 입원비를 내는 것만으로도 소지아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차마 가족에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임건우는 소지아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쉬었다.“걱정 마. 입 꼭 다물고 있을게. 참, 너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네 남편 쪽은...”“선배, 우리 아빠 잘 부탁할게요, 신경 좀 많이 써주세요.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소지아는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임건우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재빨리 떠났다.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지아가 대학을 휴학하고 결혼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의학계의 천재로 불리던 소지아는 그렇게 의학계에서 사라져 지금은 만신창이가 되었다.지아의 아버지 소계훈이 치료를 받는 최근 2년 동안, 오직 소지아만이 바쁜 일정을 쪼개 그를 돌보았다. 정작 소지아 자신은 아파서 쓰러졌을 때도 지나가던 행인이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고,
어두컴컴한 밤, 소지아는 혼자 욕실로 돌아왔다.수도꼭지를 돌려 뜨거운 물을 틀자 소지아를 둘러싸고 있던 추위가 씻겨나갔다. 빨갛게 부은 눈을 비비며 문을 열고 한 방으로 들어갔다.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한 어린이 방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가볍게 벨을 흔들자, 오르골 음악 소리가 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방의 조명은 무척 따뜻했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소지아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아마도 이게 내가 받아야 할 벌인가 봐. 뱃속의 아이를 지켜내지 못해서 지금 신이 이제 내 생명까지 빼앗으려는 건가...’소지아는 1.2미터 길이의 어린이 침대에 올라 누워 몸을 웅크렸다. 왼쪽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오른쪽 눈으로 흘러내리며 볼에서 미끄러져 아래에 깔린 담요까지 촉촉하게 적셨다.침대 위에 있던 인형을 꼭 안고 중얼거렸다.“미안해, 아가야,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너를 지켜내지 못 했어. 근데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곧 갈게.”아이가 세상을 떠난, 소지아의 정신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마치 아름다운 꽃이 나날이 시들어가는 것 같았다.어둠에 잠긴 바깥 풍경을 보면서 아버지에게 이 돈만 남기면 자신의 아이를 찾아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튿날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소지아는 이미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고개를 숙여 웨딩드레스를 입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결혼사진을 바라보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그녀는 특별히 위에 좋다는 음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비록 오래 살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한 좀 더 오래 살아서 아버지를 돌보고 싶었다.소지아는 외출하자마자 병원의 전화를 받았다.“보호자님, 지금 환자분께서 갑자기 심장이 발작을 일으켜서 이미 수술실로 옮겼습니다.”“곧 갈게요!”소지아는 재빨리 병원으로 달려갔고, 수술은 아직 끝나기 전이었다. 수술실 문밖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기다렸다. 이미 모든 것을 잃었고, 이제 유일한 희망은 아버지가 건강하게 회복하여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백채원은 하얀 고급 캐시미어 외투를 입고 있었고, 귀에 있는 호주산 진주는 그녀를 부드럽고 기품 있도록 돋보이게 했다.목에 두른 숄만 해도 수백만 원을 호가했고, 점원은 백채원을 알아보고 얼른 맞이했다.“사모님, 오늘은 대표님께서 함께 주얼리 보러 오시지 않으셨네요?”“사모님, 가게에 또 신상이 들어왔는데, 다 사모님과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사모님, 지난번에 말씀하신 비취가 도착했는데, 이따가 한 번 착용해 보세요. 사모님 피부색과 아주 잘 어울릴 거예요.”점원이 사모님 사모님 하자 백채원은 미소를 지으며 소지아를 쳐다보았고,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승리에 도취되었다.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도윤이 백채원을 무척 아낀다고 알고 있었지만, 소지아가 그의 공식적인 법적 아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소지아는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왜 하필 가장 힘든 순간에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일까?백채원이 부드럽게 물었다.“이렇게 좋은 재질의 반지를 가지고 와서 돈을 바꾸면, 손해가 상당할 것 같은데요.”소지아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뻗어 반지를 도로 빼앗아왔다.“안 팔래요.”“안 판다고요? 정말 아쉽네요. 이 반지 정말 맘에 드는데, 그래도 아는 사이니까 비싼 값에 사려고 했어요. 소지아 씨는 돈이 필요한 거 아니에요?”소지아의 손은 제자리에 굳어졌다. 그렇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아주 간절하게. 백채원은 이 점을 알고 거리낌 없이 그녀를 짓밟았다.옆에 있던 점원이 나서서 얼른 충고했다.“아가씨, 이 분은 이씨 그룹 대표님의 약혼녀인데, 아가씨 반지가 마음에 든다고 하시니 높은 가격을 제시하실 거예요. 이렇게 하면 아가씨도 저희 쪽 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돈을 받을 수 있죠.”사모님이란 호칭은 소지아의 귀에 무척 거슬렸다. 분명히 1년 전까지만 해도 절대로 이도윤과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며 백채원이 감히 이도윤의 아내가 되겠다는 꿈도 꾸지 못하게 했었는데.겨우 1년만에, 사람들은 모두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