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은 자기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리만은 마치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듯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너, 나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뒤로 걸어봐.”채원이 뒤로 한 발짝 물러서자, 다리는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백씨 가문의 대문을 넘어서려 할 때면, 그 순간 다리는 다시 무겁게 얼어붙은 듯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네 활동 범위를 이 집으로 제한해 놓았어. 소지아 씨 정말 대단하지 않아? 내 어려운 문제를 이렇게 쉽게 해결해 줬거든.”채원은 지아가 자신을 쉽게 놓아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토록 냉혹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마치 자유를 준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이 작은 공간에 자신을 가둬 두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부씨 가문의 저택.지아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 오늘 하루는 지아에게 유난히도 길었다. 여러 사람과 함께해야 할 정밀한 수술을 혼자서 마쳤기에,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지쳐 있었다. 사실 지아는 의족을 장착하는 작업이 능숙한 편은 아니었기에,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부씨 가문의 저택에 돌아오자마자 지아는 침대에 몸을 던지듯 누워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화연 쪽은 사람들이 잘 돌보고 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요하게 눈이 내리는 밤, 미셸은 마치 죽은 나무처럼 창백하고 피곤한 얼굴로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는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어, 마치 귀신처럼 보였다. 이명란을 찌른 그날 이후, 미셸은 방에 갇혔다.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마치 세상 구석에 버려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듯했다.하루 세 끼는 여전히 제공되었지만, 과거의 호화로운 식사는 더 이상 없었다. 미셸의 저녁 식사가 방 안에 놓여 있었지만 이미 식어버린 지 오래였다. 찬 국물에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시간까지 미셸이 잠들지 않았
지아는 서둘러 미셸의 방으로 들어갔고, 그곳에는 화연과 하용을 제외한 모든 부씨 가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방 안에는 불쾌한 냄새가 퍼져 있었고, 난방 때문에 그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져 지아는 약간 메스꺼움을 참아야 했다.부남진은 창가에 서서 심각한 얼굴로 서 있었고, 부장경은 화장실 문 옆에 서 있었다. 미셸은 변기 앞에 무릎을 꿇고 토하고 있었으며, 민연주는 미셸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비록 민연주는 미셸을 증오했지만, 어쨌든 자신이 길러온 아이였기에 어느 정도의 정은 있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지아가 방으로 들어서자, 미셸은 곧바로 그녀의 소매를 붙잡았다.“제발 나를 좀 도와줘요. 난 유산하고 싶지 않아요!”“무슨 일이에요?”“배가 너무 아프고, 계속 토하고 설사하고 있어요. 분명 하용이 음식에 약을 넣은 거예요. 하용이 화연에게 복수하려고 내 아이를 없애려고 하는 거라고요!”지아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녀가 보기엔 하용이 성급하게 이 집에서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하용은 가장 많이 화가 났던 시기를 이미 지났고, 화연의 상태도 점차 나아지고 있었으니, 굳이 오늘을 골라 이런 일을 저지를 이유가 없었다.“다 토했어요? 나오면 확인해 줄게요.”미셸은 두 다리에 힘이 빠진 상태였고, 민연주가 미셸을 도와 부축해주었다.지아는 먼저 바닥에 남아 있는 밥알과 침대 옆에 남겨진 구토 자국을 확인한 후, 미셸의 맥을 짚었다.“뭘 먹었어요?”“아줌마가 가져다준 밥을 먹었어요.”미셸은 공포에 휩싸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지아 씨, 나를 싫어하는 거 알아요. 그래도 내 배 속에 있는 아이 생각해서라도 제발! 이 아이를 꼭 지켜줘요!”아이만이 미셸의 마지막 방패였다.지아는 손을 거두며 이미 결론을 내렸다.“유산이었다면 아랫배가 아프고 출혈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미셸 씨는 구토와 설사를 하고 있잖아요. 더럽거나 차가운 음식을 먹어서 장에 문제가 생긴 거 같아요.”“그러면 아이는 괜찮은 거예요?”
민연주는 예전에 미셸을 아꼈던 만큼 이제는 미셸을 뼛속까지 증오했다. ‘이렇게 멍청한 미셸 저 아이 때문에 내 친딸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넣고, 거짓으로 내 친딸의 자리를 차지한 채 진짜 명문가 아가씨가 될 꿈을 꾸다니 기가 막혀!!'미셸을 집 밖으로 쫓아내고 나자 민연주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집사님, 이 방 좀 정리해요. 보석이랑 가방 같은 것은 팔 수 있으면 팔고, 찜찜한 물건들은 다 태워버려요.”“알겠습니다, 사모님.”민연주는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지아에 대한 감정이 많이 누그러졌다.“지아야, 이렇게 늦게까지 너를 귀찮게 해서 미안하구나.”“괜찮습니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죠.”지아는 하품을 참으며 방으로 돌아가 다시 잠을 청했다....다음 날 아침, 지아는 화연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소식 하나를 들었다.“사모님, 큰일 났습니다! 미셸이 도망쳤습니다!”경호원이 급히 뛰어와 보고했다.“병원에 있었던 미셸이 어떻게 도망한 거죠?”민연주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미셸은 몇 가지 검사를 받던 도중에, 새벽에 대형 버스 전복 사고가 발생해 응급실에 많은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그 혼란을 틈타 미셸이 도망간 겁니다.”지아는 그 말을 듣고 상황을 곰곰이 생각했다.“알겠어요. 미셸은 처음부터 이명란을 찌를 계획이었던 거예요.”“뭐라고? 왜 미셸이가 그런 일을 했다는 거니?”“우린 모두 이명란의 수에 당한 거예요. 이명란은 이미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이 상황에서 자신과 딸을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었어요. 그래서 삼십육계 중 ‘고육지책’과 ‘금선탈각’을 쓴 거죠. 먼저 자신이 다치면 우리가 경찰에 신고할 수 없고, 동시에 미셸이 도망갈 시간을 벌어준 거예요. 제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이명란도 이미 도망쳤을 거예요.”민연주는 경호원을 바라보았다.“이명란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이명란에게 큰 문제가 없다면 즉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해.”“알겠습니다, 사모님.”몇 분
부씨 가문의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자, 고용인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졌다.화연은 이런 상황이 걱정되어 하용에게 물었고, 하용은 부드럽게 화연을 안심시켰다.“화연아, 너만 집에 잘 있으면 아무도 너를 해치지 못할 거야.”“오빠가 이미 미셸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보낸 걸로 알고 있어요. 만약 미셸을 찾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하용에게 있어서 미셸을 찾는 것은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이전에는 부씨 가문이 미셸을 보호하는 방패였지만, 이제 그 방패가 사라졌으니 미셸이 하용의 손에 들어오면 죽음은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며칠이 지나자 화연의 몸 상태가 호전되면서 하용은 밤마다 미셸에 대한 생각으로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화연의 아이는 이미 잃었고, 이는 본래 하용이 계획한 일이긴 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죄책감과 분노, 살의가 끊임없이 교차했다.화연도 하용의 고통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하용이 더 걱정할까 봐 강한 척했다. 그녀는 비록 피해자였지만, 모든 이들을 위로하려고 애썼다.하용은 화연이 자신의 유일한 빛이었지만, 그 미약한 빛만으로는 그를 구원하기에 부족했다. 그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자라난 복수심으로 미셸을 지옥에 처넣고 싶어 했다.“화연아, 넌 그냥 편히 쉬어. 나머지 일은 나에게 맡겨.”“오빠, 예전에 오빠가 권력을 위해 미셸에게 접근했고, 미셸을 임신하게 만든 것도 오빠가 한 거잖아요. 나도 미셸이 나쁜 사람인 걸 알지만, 미셸도 피해자예요. 적어도 그 아이는 오빠의 핏줄이잖아요. 혹시라도...”“안 돼.”하용은 화연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화연의 말을 중간에서 자르며 단호히 거절했다.“그건 미셸이 너에게 진 빚이야.”화연은 하용의 목을 감싸 안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만약 오빠가 평생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면, 오빠도 다른 사람과 아이를 낳는 것도 원하지 않으니까... 그 아이가 오빠의 유일한 핏줄이잖아요.”“아무 생각도 하지 마. 난 그런 것에 관심 없어. 너도 알잖아. 내
아무래도 한대경이 A 국 주변에 군사 기지를 세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니, 그가 가진 속셈이 이미 뻔히 드러난 상황이었다.예전의 도윤은 이런 기밀 사항들을 지아와 논의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지아를 자신과 같은 위치에 놓고 함께 논의해 주는 것 같았다.“지금 세계는 다섯 개의 강대국이 주도하고 있어. A 국뿐만 아니라 C 국의 한대경, 그리고 네가 구해준 V 국의 왕비도 포함되지. 나머지 두 나라는 겉으로는 중립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계속해서 뭔가를 꾸미고 있어. 사람이 모이면 다툼이 일어나는 법인데, 하물며 나라라면 말할 것도 없지.”“군사력 순위로 본다면, 가장 강한 건 Z 국과 H 국인데, 설마 이 두 나라인가?”“맞아. Z 국에는 너도 아는 사람이 있잖아. 기억나? 소시후. Z 국에서 소씨 가문은 최고의 가문이야. 재력과 권력이 모두 대단하지.”소시후의 이름이 나오자, 지아에게는 마치 아주 먼 과거의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소시후의 신장병은 이제 괜찮을까?”“3년 전에 신장 이식을 받았다고 들었어. 그 후로는 소식이 거의 없지만, 아마 살아 있을 거야.”“그렇다면 다행이네. 그러면 할아버지를 암살하려 한 게 Z 국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는 거야?”“아니,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H 국과 관련이 있는 듯해. 다만 아직 실질적인 증거는 없어.”“H 국과 하씨 가문 사이에 어떤 연관이라도 있는 건가?”도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방에는 둘뿐이라 그는 걱정 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너도 알다시피, 네 할아버지가 하용과 부씨 가문이 가까워지는 걸 막고 있는 이유가 있어. 하용은 부씨 가문의 한낱 말에 불과해. 하씨 가문이 뒤에서 벌이는 일은 단순히 밀수로 끝나지 않아. 물론 모든 가문이 완전히 깨끗하진 않지만, 하씨 가문을 자세히 파헤치면 그 안에 너무나도 많은 어두운 비밀들이 나올 거야. 부씨 가문이 하씨 가문과 연을 맺으면, 그 불길이 부씨 가문까지 번질 수 있어.”“그러면 왜 하씨 가문을 없애지 않는 거야?”“
지아의 눈빛에는 걱정이 엷게 서려 있었다.“모레는 괜찮지만... 당신이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해.”“왜?”도윤이 조용히 물었다.지아는 망설이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대답했다.“그날 다루기 어려운 환자 예약이 있어서.”도윤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남자 환자야?”지아는 잠시 시선을 피하며 당황한 듯 미소 지었다.“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수술을 했는지 알잖아. 남자 환자도 있고 여자 환자도 있어.”도윤은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서며 낮게 속삭였다.“하지만 그 남자는 다른 환자들과는 다르지, 그렇지?”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응, 좀 더 골치 아픈 환자라 기억에 남는 거야.”“자기야, 대체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홀렸던 거야?”도윤은 그 남자가 평범한 환자가 아니란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아가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걸 보면 말이다.지아는 도윤의 품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다른 남자는 없어, 오직 당신뿐이야.”그날 밤, 지아는 부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도윤과 함께 남았다. 그들은 신혼 시절을 회상하며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예전의 도윤은 지아를 아끼고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너무나 순수해서, 마치 얇은 종이처럼 연약하고 쉽게 찢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폭풍 같은 시련을 함께 견디며 더욱 깊고 성숙한 관계로 성장했다. 심지어 침대 위에서도 그들의 호흡은 더 잘 맞아 떨어졌다.예전의 지아는 순종적이고 의존적이었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생기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서게 되었다. 그녀는 도윤에게 더 많은 감정적 가치와 즐거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 그 변화가 도윤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지아는 알지 못했지만, 도윤은 그 점에서 그녀에게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아침이 밝았지만, 지아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도윤은 지아의 피곤한 얼굴을 바라보며 깨우지 않고, 그녀의 뺨에 살짝 입맞춤했다.그는 조용히 일어나
소지아가 위암 양성 판정을 받았던 날, 이도윤은 자신의 첫사랑과 함께 그녀의 아들과 아동 병원에 있었다.병원 복도에서 임건우는 검사 보고서를 들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지아야, 검사 결과 나왔어. 악성 종양 말기야, 수술 성공하면 5년 생존율은 15~30% 정도고.”소지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어깨에 멘 숄더백 끈을 잡아당겼고, 약간 창백한 작은 얼굴에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선배, 수술 안 하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6개월에서 1년, 사람마다 다르지. 네 상황은 먼저 약물치료를 두 번 받은 뒤, 수술을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렇게 하면 암세포의 확산과 전이의 위험을 막을 수 있거든.”소지아는 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말했다.“고마워요, 선배.”“나한테 고맙긴, 바로 입원 수속 밟자.”“됐어요, 치료할 생각이 없어요. 약물 치료 견디기 힘들 거예요.”임건우는 몇 마디 더 설득하고 싶었지만 소지아는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선배, 이건 일단 비밀로 해줘요. 가족들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소씨 가문 파산 이후로 아버지의 거액의 입원비를 내는 것만으로도 소지아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차마 가족에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임건우는 소지아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쉬었다.“걱정 마. 입 꼭 다물고 있을게. 참, 너 결혼했다고 들었는데, 네 남편 쪽은...”“선배, 우리 아빠 잘 부탁할게요, 신경 좀 많이 써주세요.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소지아는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 임건우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재빨리 떠났다.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지아가 대학을 휴학하고 결혼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의학계의 천재로 불리던 소지아는 그렇게 의학계에서 사라져 지금은 만신창이가 되었다.지아의 아버지 소계훈이 치료를 받는 최근 2년 동안, 오직 소지아만이 바쁜 일정을 쪼개 그를 돌보았다. 정작 소지아 자신은 아파서 쓰러졌을 때도 지나가던 행인이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고,
어두컴컴한 밤, 소지아는 혼자 욕실로 돌아왔다.수도꼭지를 돌려 뜨거운 물을 틀자 소지아를 둘러싸고 있던 추위가 씻겨나갔다. 빨갛게 부은 눈을 비비며 문을 열고 한 방으로 들어갔다.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한 어린이 방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가볍게 벨을 흔들자, 오르골 음악 소리가 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방의 조명은 무척 따뜻했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소지아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아마도 이게 내가 받아야 할 벌인가 봐. 뱃속의 아이를 지켜내지 못해서 지금 신이 이제 내 생명까지 빼앗으려는 건가...’소지아는 1.2미터 길이의 어린이 침대에 올라 누워 몸을 웅크렸다. 왼쪽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오른쪽 눈으로 흘러내리며 볼에서 미끄러져 아래에 깔린 담요까지 촉촉하게 적셨다.침대 위에 있던 인형을 꼭 안고 중얼거렸다.“미안해, 아가야,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너를 지켜내지 못 했어. 근데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곧 갈게.”아이가 세상을 떠난, 소지아의 정신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마치 아름다운 꽃이 나날이 시들어가는 것 같았다.어둠에 잠긴 바깥 풍경을 보면서 아버지에게 이 돈만 남기면 자신의 아이를 찾아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튿날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소지아는 이미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고개를 숙여 웨딩드레스를 입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결혼사진을 바라보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3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그녀는 특별히 위에 좋다는 음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비록 오래 살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한 좀 더 오래 살아서 아버지를 돌보고 싶었다.소지아는 외출하자마자 병원의 전화를 받았다.“보호자님, 지금 환자분께서 갑자기 심장이 발작을 일으켜서 이미 수술실로 옮겼습니다.”“곧 갈게요!”소지아는 재빨리 병원으로 달려갔고, 수술은 아직 끝나기 전이었다. 수술실 문밖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며 기다렸다. 이미 모든 것을 잃었고, 이제 유일한 희망은 아버지가 건강하게 회복하여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