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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4화

늘 고고했던 도윤이 이제는 말할 수 없이 비굴한 자세로 간절히 지아에게 말했다.

“어젯밤 채나에게 준 선물은 내가 자기에게 줄 토끼 인형을 고르다가 그냥 산 거야. 지아야, 내 마음속엔 자기와 우리 아이들 말고는 아무도 없어. 이제 곧 설날인데,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는 없을까?”

특히, 부드럽고 귀여운 무무를 떠올릴 때마다 도윤의 마음은 저려왔다.

그때 도윤이 무무와 잠시 함께했던 그 짧은 순간에, 지아는 바로 무무를 데려가버렸다.

지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도윤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절대로 또다시 그러지 않을게.”

지아는 그의 턱에 난 수염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위로 올라가서 좀 씻어.”

“알았어.”

도윤은 그녀의 손끝을 잡아 입술에 살짝 입맞춤하며 말했다.

“이제 자기 정말로 안 화난 거지?”

“정말이야.”

그제야 도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지금 자신과 지아의 사이는 마치 얇은 얼음 위를 걷는 듯 위태롭기만 했다.

겨우 ‘연결고리’를 붙잡은 지금, 도윤은 다시는 지아를 잃고 싶지 않았다. 이제 자존심이든, 과거의 은혜든 이제 그 어떤 것도 지아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샤워기 아래에서 도윤은 지난날을 떠올렸다.

‘전림의 목숨을 구해준 은혜는 절대 잊을 수 없겠지만,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백채원의 소원을 다 들어주느라 정작 내 결혼 생활을 망쳐버렸어. 지금까지 그 은혜는 충분히 갚았어. 앞으로는 오직 우리 지아와 아이들을 위해 살 거야. 나를 옭아맸던 그 은혜의 족쇄, 이제는 내가 스스로 끊어내야 해!’

도윤도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이렇게 오랜 세월을 지아와 아이들과 만나지도 못한 채 헛되이 보내지 않았을 텐데...’

방으로 돌아오니, 지아가 이미 도윤을 위해 옷을 준비해 두었다.

도윤은 예전부터 억지로 이 집에 자기 옷을 놔두고 다녔었다. 침대 위에 놓인 깔끔한 옷들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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