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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2화

도윤은 마치 지아가 위에서 내려다볼 것을 먼저 예상한 듯, 가로등 아래 서서 온몸에 쌓인 눈을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아가 날 불쌍하게 생각한다면, 아마 이 눈을 뚫고 나에게 내려오겠지.’

지아는 욕실 가운을 걸치고 손에 도윤이 보낸 선물을 안고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도윤을 내려다보며, 지아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입력하고는,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도윤에게 확인하라고 했다.

도윤은 지아의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우리 지아가 날 걱정해 주고 있네.’

하지만 그는 핸드폰을 열어보는 순간 미소는 완전히 굳어버렸다.

[선물 고마워. 춥고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히 가.]

도윤은 문자를 확인한 후, 지아가 창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커튼은 단단히 쳐졌고, 지아의 모습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도윤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지아가 잠옷 차림으로 폭설을 뚫고 내 품에 뛰어들던 날도 있었는데.’

하지만 그런 날들은 이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그는 깨달았다.

‘지금의 지아는 이미 달라졌고, 나도 더 이상 이 여자의 최우선 순위가 아닌 거야.’

...

지아도 도윤의 생각을 모를 리 없었다. 방금 전, 도윤이 단지 작은 ‘연민 유발’ 정도로 자신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작은 토끼 인형들을 침대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았다. 비록 선물을 받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도윤을 용서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우리 둘은 지금 이 정도의 거리감이 서로에게 가장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지...’

그날 밤, 지아는 푹 자고 일어나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어보니, 밤새 내린 눈으로 인해 하인들이 정원에서 눈을 치우고 있었다.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그녀를 맞았다.

“지아 아가씨.”

길을 지나던 고용인들이 지아에게 미소로 인사했다. 많은 이들이 손에 빨간 등롱을 들고 있었다. 곧 설날이 다가오고 있어서 집안은 이미 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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