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연주는 급히 병원에 도착했다. 시계는 새벽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용은 민연주의 등장에 약간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모님이 미셸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네.’ “사모님, 몇 번을 말했잖아요. 헛수고하지 마세요. 미셸을 기소하는 걸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하용아, 나도 여러 번 말했지만, 내가 이 모든 일을 하는 건 미셸 때문이 아니야. 오늘 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잠도 안 오고, 그냥 화연이를 보러 왔을 뿐이야. 그리고 너보다는 내가 화연이를 돌보는 게 더 편할 테니.” 민연주는 하용을 억지로 옆으로 밀어내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화연을 본 순간 민연주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안정되었고, 화연의 옆에 앉아 이불을 정돈해 주었다. 화연의 얼굴에 있던 부기가 많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이마를 찌푸리며 꿈속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살려, 살려줘...” 화연은 갑자기 꿈에서 깨어나 작은 얼굴에 공포를 가득 담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악몽을 꿨니?” “사모님, 사모님은... 왜 여기에...” 화연은 창밖의 어두운 하늘을 보며 물었는데, 자신은 분명 민연주가 이미 떠났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하용은 물 한 잔을 가져와 화연의 입에 가져다주며 말했다. “물 좀 마셔. 무슨 꿈을 꿨니?” 화연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제 미셸에게 심하게 부딪힌 이후로 화연의 머리가 계속 어지러웠고, 잠들자 길고 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한 어린 소녀가 매일 학대당하고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으며, 따뜻한 옷도 입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어린 소녀는 자신의 ‘외할머니’에게서도 학대를 받았다. 이상하게도 어린 소녀는 매일 상한 음식을 먹으면서도 ‘외할머니’는 매일 어린 소녀에게 우유 한 병을 주었다. 소녀가 7살이 되던 해, 큰 홍수가 났고, 외할머니는 가족을 데리고 피난을 가면서 어린 소녀에게 집에 있는 중요한 서류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결국 어린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푹 쉬는 거야. 네 신원에 관한 건 언제든지 조사할 수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 마.” “머리가 너무 아파요. 금방 잊어버릴 것 같아 두려워요. 오빠, 제발 부탁이에요.” 하용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가져오게 했다. 화연이 가장 잘하는 것은 수채화와 유화였고, 하용이 곁에 없을 때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건 그림이었다. 그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그림에 몰두하면서 손끝에서 수많은 훌륭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화연의 외모와는 다르게 그녀의 그림은 거칠고 강렬한 느낌을 풍겼다. 민연주가 그 독특한 화풍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혹시 네가 그 ‘Lee’라는 화가니?” Lee는 국제적으로 매우 유명한 화가였다. 8년 전, Lee의 작품 ‘역풍’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고, ‘금화상’을 거머쥐었다. 그때부터 Lee의 모든 출품작은 엄청난 가격에 팔리기 시작했다. 특히 ‘역풍’은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수집품으로 꼽혔고, 민연주는 이 그림을 60억에 구매했다. ‘60억’은 갓 데뷔한 신인 화가에게는 매우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민연주는 명문가 출신이며, 외가도 학문과 예술을 중시하는 집안이었다. 어머니도 근현대 유명 화가였기 때문에, 민연주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미술을 좋아했고, 여가 시간에는 미술 전시회를 다니며 취미 생활을 즐겼다. 당시 민연주는 ‘금화상’ 시상식에 초대받아 시상자로 나섰고, Lee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그녀는 Lee와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시상식 당일 화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한 비서가 대신 시상식에 참석하여 상을 받았다. 그 후로 Lee는 마치 세상에서 사라진 듯이 더 이상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고, 민연주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즉, 그렇게 잠재력이 있는 화가가 사라진 것이 말이다. 지금도 그 그림은 민연주의 침실에 걸려 있어 매일 그녀에게 ‘인생’이란 역풍을 헤쳐 나가는 것과 같다는 걸 상기시켰다. 화연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지아는 미셸의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잠에서 깨서 투덜거리며 말했다. “정말 시끄럽네.” 옆에서 도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여자의 혀를 잘라버릴까?” 지아는 잠이 확 달아나서 눈을 떴다. “점점 더 폭력적이네.” 도윤은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자기야, 나에게는 네 행복이 가장 중요해. 미셸이든 다른 사람이든, 네 행복만큼 중요한 건 없어.” 미셸의 소란 덕분에 지아는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지아도 미셸이 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지 궁금했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나가 보니, 미셸의 방 앞은 이미 엉망이었다. 미셸의 욕설이 계속해서 귀에 들려왔다. “너희들 같은 쓸모없는 것들, 아침밥 하나 제대로 못 만들다니. 이렇게 주인을 우롱해도 되는 거야?” 지아는 바닥에 널브러진 음식 재료들을 한 번 훑어보고, 미셸이 뜨거운 국을 끼얹은 듯한 젊은 가정부의 상태를 보았다. “무슨 일이야?” 이 가정부는 새로 온 사람이라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부씨 가문의 아가씨가 까다롭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그녀의 동료들이 하나둘씩 일을 떠넘기다 결국 자신에게까지 일이 떠밀려온 것이었다. “아가씨께서 아침 식사를 달라고 하셔서 여러 종류를 준비했는데, 입맛에 맞지 않으신다며 화를 내셨어요.” “왜 남에게 말하니? 내가 부씨 가문의 진짜 아가씨야! 이 배신자들!” 지아는 어린 가정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가서 화상 연고 발라. 여기는 내가 처리할게.” “하지만...” “괜찮아. 가도 돼.” 어린 가정부는 지아에게 감사하는 눈빛을 보내며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미셸은 이를 보고 크게 화를 냈다. “소지아, 너 잘난 척 그만해. 아빠가 너를 인정했다고 해서 내 앞에서 잘난 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부씨 가문의 진짜 아가씨는 나야!” ‘진짜 아가씨’라는 말이 미셸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더욱더
부장경은 화가 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이제는 내 앞에서 연기할 생각도 없는 거냐?” 도윤은 차 문을 열고, 마치 자신이 지아의 남편인 양 지아를 눈 속에서 한 팔로 감싸 안았다. “이미 다 들켰는데 제가 뭘 더 아닌 척하겠어?” 만약 도윤이 부씨 가문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이미 이씨 가문이 주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때가 오기 전, 그는 부남진에게 한 방에 당할 게 뻔했다. 부남진이 일부러 눈감아 주는 한, 도윤도 그저 부남진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이유는 없었다. “지아가 나와 함께 우리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부씨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것도 상관없어.” 도윤을 바라보는 장경은 도윤의 모습이 마치 꼬리를 흔들며 친근함을 표시하는 커다란 강아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부씨 가문은 도윤을 사위로 삼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는데, 이젠 도윤이 스스로 부씨 가문으로 들어오겠다고 자청하다니. “세상 참 이상하게 돌아가는군. 쥐가 고양이 결혼식의 들러리를 서는 꼴이라니.” 부장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꿈 깨라. 우리 집안은 네가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도윤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허락하든 안 하든 나는 여기 있을 거야.”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느낀 지아가 서둘러 화제를 바꾸었다. “아까 파도리에 간다고 했잖아. 거기에는 왜 가는 거야?” “미셸의 할머니는 A 시 외곽에서 살고, 외할머니는 외진 어촌에서 살았어. 만약 누군가 아이를 숨기려 한다면, 어디에 두겠어?” “거기가 파도리?” “그래. 그리고 내 사람들이 미셸의 할머니도 한때 한 어린 소녀를 데리고 있었던 걸 알아냈어.” 지아가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도윤은 이미 지아를 돕기 위해 비밀리에 조사하고 있었다. 그는 이번 일로 지아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다. 부장경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히 사람들 눈길 끌려고 생색
운전기사는 뒷유리에 생긴 금을 바라보며 말했다. “보스, 차가...” “상관없어. 물은 튀었나?” “네, 튀었습니다.” “그럼 됐어.” 운전기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보스도 오랜 세월 참고 살더니, 앞으로 그 화가 폭발하든지 아니면 정말 기이한 방식으로 나타날 것 같은데.’ 하용이 본래의 틀을 깨고 자유롭게 행동하기 시작한 이후로 그의 방식은 점점 예측 불가능해졌다. 한편, 지아는 마을의 건물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 전에 자연재해로 많이 파괴된 적이 있지 않았어?” “맞아. 아가씨, 우리 마을은 20여 년 전에 큰 홍수가 났어. 그때 물이 정말 무서웠지. 우리 마을이 워낙 가난해서 복구도 제대로 못 하고, 지금도 20년 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한 노인이 다가와 말했다. “혹시 이 마을에 투자하러 오신 건가요?” 두 사람의 옷차림은 마을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눈에 봐도 부자인 게 분명했다. 요즘 많은 마을이 어려웠던 삶을 벗어나 잘살게 되었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다른 마을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누구든 큰 사업가가 와서 이곳에도 투자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지아의 얼굴이 조금 굳어지며 물었다. “어르신, 혹시 예전에 그 큰 홍수 때, 한 어린 소녀가 휩쓸려 간 적이 있나요?” “어린 소녀? 그건 뭐라 말하기 어렵구먼. 그때는 사람도 집도 많이 떠내려갔으니까.” 도윤은 지아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무슨 생각이 난 거야?” “아직 확신할 수 없어. 혹시 현금 있어?” 도윤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수표는 안 될까?” 지아는 그의 주머니에서 개봉하지 않은 담배 한 갑을 꺼내 들었다. 도윤은 조금 당황한 듯 귀 끝이 붉어지며 말했다. “자기야, 나... 그냥... 심심할 때 한 대 피우는 거야. 요즘 담배 거의 안 피워.” 지아는 담배를 노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어르신, 부탁 좀 드릴게요. 제가 찾는 그 소녀는 그때 큰 홍수 당시 7살이었을
지아 역시 과거에 비슷한 고통을 겪었던 경험이 있기에, 지아는 화연을 도와주고 싶었다. “우리 지아, 참 바보같긴. 이 세상에 네가 겪은 고통만큼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이 또 누가 있겠어.” 도윤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아의 손을 잡고 함께 달렸다. 부장경과 하용은 이미 맞닥뜨려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서로 마주친 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하용은 차갑게 부장경을 쳐다보며 물었다. “미셸 때문에 여기에 온 거예요?” 하용은 부씨 가문의 저택에서 명확히 서로의 관계를 끊은 이후로 부장경에게 더 이상 공손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고, 부장경에 대한 존경심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용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과 함께 인내심이 바닥난 모습이 역력했다. 이렇게 교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하용의 태도를 본 부장경은 어느 정도 하용의 입장을 이해했다.“오해하지 마라. 미셸 때문에 온 건 맞지만, 미셸을 도와주려고 온 건 아니야.” 하용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부씨 가문은 필사적으로 가족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누가 쉽게 가족이 위기에 처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겠어?’ “그렇다면 여기 온 이유가 뭡니까?” “그건 말할 수 없어.” 두 사람은 동시에 안으로 들어가려 했고, 누구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으니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되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때 뒤에서 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촌, 하용 씨, 두 분의 목적이 같으니 인제 그만 다투세요.”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동시에 지아의 말을 곱씹었다. ‘목적이 같다고?’ ‘우리의 목적이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지아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말했다. “하용 씨, 제 추측이 ㅇ, 오늘 오신 이유는 여동생의 가족을 찾기 위해서죠?” 하용은 지아의 말에 잠시 멈칫하며 도윤을 쳐다봤다. ‘이 녀석이 또 무슨 수법을 써서 내 비밀을 알아냈나?’ 도윤은 팔짱을 끼며 비웃었다. “날 쳐다보지 마.
“맞아요. 제 추측이 맞다면, 당시 이명란이 아이들을 몰래 바꾼 후, 그 아이를 고향으로 데려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키우게 했어요. 그리고 매일 독약을 먹여서 마치 그 아이가 병약해서 죽은 것처럼 꾸민 거죠.” “그러니까 화연이가 매일 먹을 것도 부족한데도 유독 매일 우유 한 병을 받았다고 했어요. 그 독이 우유에 섞여 있었던 거죠.” 하용은 두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그때 홍수가 나서 외할머니가 화연이에게 집에 가서 중요한 서류를 가져오라고 속였고, 결국 화연이는 홍수에 휩쓸려 사라졌어요.” 부장경은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얼굴이 싸늘해졌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그는 바로 문을 발로 차서 열어버렸다. 하지만 정원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누군가 사는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도 없네.” 마침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당신들, 혹시 향자 할머니를 찾는 거요? 그 할머니는 오래전에 떠났어요.” 지아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아주머니, 혹시 향자 할머니 집과 잘 아세요?” 그녀는 주머니에 현금이 없어서, 귀에서 진주 귀걸이를 빼서 아주머니 손에 쥐여주었다. 아주머니는 눈이 반짝였다. ‘이들 모두 비싼 차를 타고 온 부자들이니, 진짜 귀걸이임이 틀림없지.’ 아주머니는 바로 귀걸이를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그럼요.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이웃사촌으로 지냈어요. 그 집 일은 100가지 중 99가지는 알고 있죠.” “그럼, 아주머니께 여쭐게요. 향자 할머니가 어린 여자아이 하나를 키운 적 있나요?” “맞아, 그 아이가 ‘영애’였어요. 불쌍한 아이였죠. 듣자 하니 영애의 엄마는 도시에서 부잣집에서 일하는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더라고요. 매번 마을에 돌아올 때마다 금은보화를 걸치고 마치 자기가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굴더니, 이제는 함께 자란 우리 친구들까지 우습게 여기는 거잖아요.”“그럼 향자 할머니가 영애를 잘 돌봤나요?” “잘 돌보다니, 말도 안 돼요. 명란이의
화연은 눈을 크게 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민연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모님, 지금 뭐라고 하신 거예요?” 민연주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좀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네가 내 딸일 가능성이 커.” 그녀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의 전말을 화연에게 설명했고, 의사를 불러 친자 확인 검사를 하기로 했다. 화연은 여전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내가 사모님의 딸이라는 거지?’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화연도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민연주는 이미 기쁨에 넘쳐 있었다. 화연이 이제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민연주는 이 아이를 빨리 집으로 데려가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민연주가 왕성철에게 준비를 지시하던 중, 윤미래가 기분 좋게 병실로 들어왔다. “재수 없는 년, 네가 진짜 운이 좋구나. 이렇게까지 살아남다니...” 윤미래가 말하며 병실로 들어오다가, 민연주가 왕성철과 통화하고 있는 장면과 마주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윤미래의 등 뒤가 싸늘해졌다. 자신이 마치 맹수에게 사냥감을 노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민연주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굳어졌고, 차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처리해.” 윤미래는 눈치채지 못한 척하며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얘는 정말 운이 좋네요. 오늘도 보러 오셨군요.” “아까 뭐라고 했지?” 민연주의 검은 눈동자는 차갑게 윤미래를 노려보았다. 윤미래는 민연주가 약간 불쾌해하는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민연주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은 미셸을 위해 이 모든 것을 하고 있으니까. “사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하씨 가문은 이번 일을 문제로 삼지 않을 겁니다. 화연이 이 년은 아무리 해도 죽지 않을 테니, 설령 죽더라도 그건 미셸 아가씨와는 아무 상관이...” 찰싹!민연주는 손을 들어 윤미래의 뺨을 세게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