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크했던 남자는 지금 더없이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가 남자인 건 맞지만, 남자라고 하여 안전감이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야. 나한테있어서 결혼이 바로 그 안전감이야.”지아는 중얼거리며 말했다.“하지만 나에게 결혼은 안전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족쇄일 뿐이야.”목적지에 도착하자 지아는 손을 들어 그의 얇은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지우고는 빙긋 웃었다. “지금처럼 지내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해.”핸드백에서 립스틱을 꺼내 그의 손에 쥐여주며 지아가 덧붙였다. “네가 발라 줘.”각국의 외빈들은 모두 멈춰 섰고 우두머리인 한대경과 몇 마디 주고받았다.차에서 내린 그 부부를 아직 못한 채로 말이다.그는 배이혁에게 사람을 데리고 먼저 가라고 하고 자신은 도윤의 차 앞으로 갔다.진환을 비롯한 경호원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차 옆에 서 있었다.한대경은 참다못해 화를 내며 문을 잡아당겨 열었는데 그러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평소 그와 독을 품고 있던 도윤과는 달리 손끝으로 지아의 턱을 살짝 움켜쥐고, 자상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열심히 립스틱을 발라주고 있었다.도윤의 눈빛과 동작은 지극히 경건하여 마치 지아가 그의 삶이자 목숨인 것처럼 보였다.지아는 입을 오므리고 그를 향해 활짝 웃었다. “도윤아, 나 예뻐?”그런 웃음이 자칫 한대경의 영혼마저 앗아갈 뻔했다.그는 이 세상에 그렇게 아름다운 웃음이 있을 줄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분명 요염한 얼굴이었지만 눈은 보석처럼 순수하고 깨끗했으니 말이다.“우리 지아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지아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한대경을 바라보며 확연히 멀어진 공손한 태도를 그를 마주했다.“립스틱이 좀 지워져서요... 미안해요.”“괜찮아요.”한대경은 시선을 거두면서 대답했다.이 여자 앞에만 오면 그는 자기도 모르게 모든 성질이 죽어버리고 만다.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그조차도 알 수 없었다.도윤은 긴 다리로 차에서 내려 지아에게 팔을 건네주었고, 지아는 그제야 그의 팔을 잡고
자기를 떠 보고 있는 배신혁의 의도를 지아는 분명히 낚아챘다.따라서 지아는 당황하지 않고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만약 제가 속임을 당했다고 한다면 그 교훈을 기억하고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끔 주의할 거예요. 다음에는 사람을 쉽게 믿지도 않을 것 같고요.”배신혁은 그녀의 빈틈없는 언행에서 그 어떠한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다.하는 수 없이 숨을 죽이고 이곳 건축이나 풍경에 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국립병원과 가까워지자 그 앞에는 약초가 심어져 있었는데 마침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이 꽂은 우리나라 국화 상직이라고 합니다. 꽃잎을 말리면 약재로 쓰일 수 있고 그 열매와 꽃줄기는 직접 먹을 수도 있습니다.”그때 지아기 입을 열었다.“네. 60년 전 C국에서 큰 재난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천지가 바하고 군벌이 도처에 널려 있고 그뿐만 아니라 가뭄까지 닥치면서 수확 하나 못했다고 했었어요.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산을 타서 산나물을 캐게 된 거죠.”“상직과 같은 초본식물은 생명력이 강하고 일 년 자랄 수 있고 꽃잎부터 뿌리줄기까지 먹을 수 있어 그 가뭄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을 도와줬었죠. 그래서 그 재난 이후로 상직은 국화로 된 거라고 들었어요.”“정확합니다. 사모님께서 박학다식하시네요. 생활이 좋아진 오늘날에 젊은이들은 그유래도 모르고 있을 거예요.”감탄하면서 말하다가 배신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여기가 바로 국립병원입니다. 사모님께서 의학을 공부하셨다고 들은 바가 있는데, 들어가셔서 직접 둘러보시지 않겠습니까? 많은 약초들이 심어져 있습니다.”지아는 그가 이렇게 할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따라서 만약 지금 바로 거절하면 너무 의도적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일단은 동의하기로 한 지아였다.“의학에 대해서 배운 건 사실이나 개인적인 일로 학업을 중단했어요. 외과를 전공했던 저라 한의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요.”“괜찮아요. 국립병원에는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한의사가
“빨리 가지 않고 뭐 하시는 거죠? 사모님께서 지금 한창 둘러보고 계셨거든요.”배신혁은 매서운 눈빛으로 오혁에게 경고를 주었다.오혁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지금 바로 자리 비켜드릴게요.”“참, 수연 선생님은 어디에 계시나요? 출근하지 않은 거예요?”국립병원 사람들은 아직도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지아는 마음속으로 죄책감을 느꼈고 자기를 친구로 삼은 그 사람들에게 미안했다.“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가요!”배신혁은 지아의 행방을 묻는 오혁을 재촉했다.오혁이 멀리 간 뒤에야 배신혁은 고개를 돌려 지아를 바라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잠시 헤프닝이 있었네요.”“괜찮아요. 닮은 사람이라면 착각할 수도 있는 법이죠.”지아는 당당하게 계속 그를 따라서 돌아다녔고 배신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갖은 방법으로 계속 떠봤지만 지아한테 이상한 점은 없었다.공기 중의 그 강한 향수 냄새를 맡으면서 배신혁은 소수연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은은한 약의 향기라는 것을 떠올렸다.지아에게서는 꽃향기가 나오 있었으므로 배신혁은 점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향으로 온전히 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어처구니가 없지만, 향수를 뿌리는 여자들도 많으니 배신혁은 단지 냄새로만 지아를 부정할 수 없었다.지아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공효신은 직접 접견하면서 지아에게 국립병원을 소개해 주었다.지아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동안 배신혁은 공효신을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원장님, 알 것 같으세요? 저 여자한테서 무슨 냄새가 나는 것 같나요?”“몇 가지 꽃향기와 박달나무에서 추출한 냄새인 것 같은데 강하고 독한 데다 난 향수를 잘 모릅니다.”“약재 냄새가 나나요?”“아니요.”공효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근데 수연 선생님은 왜 아직도 출근하지 않은 거예요? 대체 어디로 데리고 간 거예요?”배신혁은 아직 그 여자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그 여자는 그저 사기꾼일 뿐이고 앞으로
도윤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아니다.지아가 팔꿈치로 그를 쿡쿡 찍으며 그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 무서워?”도윤은 손이 닿는 대로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무섭고 저렇게 말하는 것도 좋아.”그는 사람들 앞에서 지아과 친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조금도 꺼려 하지 않았다.지아는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지만 도윤은 오히려 개의치 않았다.주위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도윤은 뼈마디가 뚜렷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당겼다.“어린애도 아닌데 왜 이렇게 수줍음이 많아?”지아는 줄곧 이쪽 면에서 낯가죽이 얇은 편이었다.예전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몰래 사랑을 했었다.지금처럼 이렇게 대놓고 애정행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몸에 베인 듯이 익숙하지 않았다.한대경은 나오자마자 달콤하게 귓속말을 하고 있는 부부를 보게 되었다.그뿐만 아니라 도윤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지아는 이내 수줍어하는 모습이었다.한대경은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이때 배신혁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떠봤는데, 소수연 씨가 아니었습니다.”한대경은 담배를 입에 물고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확실해?”“네, 제가 여러 방면으로 떠봤지만 이상한 점이 없었습니다.”배신혁은 한숨을 쉬었다.“저도 맞았으면 하는데, 정말로 소수연 씨가 아닙니다.”라이터 소리가 나고 한대경은 담배를 두 모금 빨고 니코틴이 폐관을 따라 한 바퀴 굴리도록 내버려둔 후 천천히 내뱉었다.“그럼, 그 여자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소수연은 마치 나비가 되어 날아간 ‘향비’처럼 어젯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반드시 찾아내고 말 거야! 이미 온천을 봉쇄하라고 시켰어.”한대경은 손에 쥔 담배를 버리고 연회장으로 향했다.오늘에는 지아에게도 자리가 마련되었고 그 자리는 바로 도윤의 옆자리였다.점심은 별다른 행사 없이 자유롭게 식사했기에 분위기는 평소처럼 엄숙하지 않았다.도윤은 누구에게나 쌀쌀맞게 대했다.그래서
그의 동작은 너무 거칠어서 창문을 닫을 겨를조차 없었다.멀리 옥상에 있는 한대경은 쓸데없이 시력이 너무 좋았다.도윤과 벽 사이에 꼭 갇힌 채 서서히 눈초리가 풀리고 있는 지아의 모습을 그대로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도윤은 지아의 두 손을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 위에 꽉 잡고 있었다.아리따운 얼굴에는 어느새 어여쁜 분홍색 꽃이 피어 있었고 터프하기 그지없는 도윤의 행동에 지아는 고개를 들기조차 어려웠다.이윽고 도윤은 지아를 침실로 안고 갔고 19금인 사랑이 펼쳐지기 시작했다.한대경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도윤이 생각보다 이 여자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연기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으니 지아를 바라보고 있는 도윤의 눈빛은 그토록 사랑이 가득했으니 말이다.뜨거운 사랑을 나누고서 다시 일어나 보니 어느새 오후 3시였다.땅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옷을 보고서 도윤의 터프함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지아는 그 아찔한 광경을 보고서 그만 눈살을 찌푸렸다. “내 치마...”방금 세수를 마친 도윤은 민트향을 풍기면서 다가왔다. “이따가 사줄게. 네가 원하는 만큼.”“진짜?”“앞으로 내 시간은 모두 네 것이야. 자, 라카까지 왔는데 구경이라도 좀 해야 하지 않겠어?”두 사람은 개인 맞춤으로 만들어진 옷을 벗고 평범한 커플템으로 갈아입었다.도윤도 가면을 벗고 지아와 손을 잡고 이국땅을 걷기 시작했다.막무가내로 걷다보니 개인 맞춤 웨딩드레스숍이 보였다.지아는 진열장에 걸려 있는 웨딩드레스를 잠시 동안 넋 놓고 보았다.도윤은 그녀의 마음속의 유감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그렇다, 도윤은 지아에게 결혼식 하나를 빚지고 있다.“지아야.”지아는 곧 정신을 차렸다, “오해하지 마. 나 결혼하고 싶지 않아. 그냥 저 여자를 보고 있었어.”창문 넘어 젊은 신혼부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여자는 하얀 웨딩드레스에 부케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화장을 마친 남자에게 신성하게 다가갔다.그 어느 한쪽이든 잘 어울리고 달콤해 보였다.“부러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었던 사기꾼 소수연은 그렇게 아이러니하게도 진심으로 한대경의 병을 치료해 주고자 약까지 준비해 놓고 떠났다.좀 더 모질게 굴었다면 한대경은 이렇게 망설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눈만 감으면 지아의 얼굴이 떠오르게 된 한대경은 점점 이성을 놓아가고 있었다.‘빌어먹을! 대체 어디로 숨은 거야!’그날 밤, 지아는 캄캄한 하늘을 보면서 초조해졌다.내일 무슨 일이 생겨 떠나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도윤은 지아의 그러한 생각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이윽고 도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아를 안심시켜 주었다. “지아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늘이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난 너 데리고 갈 거야. 무조건.”그 어떠한 19금 장면도 없이 도윤은 지아를 꼭 끌어안았다.온몸이 포근해지자 지아는 서서히 졸음이 밀려와 눈을 감고 잠들었다.날이 밝기도 전에 지아는 도윤의 볼 뽀뽀에 게슴츠레 눈을 떴다.“지아야, 일어나. 같이 집으로 가자.”“집?”지아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순간 졸음이 사라지면서 펄쩍펄쩍 뛰었다.“자, 집에 가자.”도윤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덧붙였다.“괜찮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내 손 꼭 잡고 가기만 하면 돼. 진환이가 모든 걸준비해 놓았거든.”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씻고 준비하고 나서 도윤과 함께 떠났다.집을 나섰을 때 마침 동쪽 해안선을 타고 해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지아는 서둘러 차에 올라 공항으로 향했다.하지만 마음은 이내 불안했고 눈꺼풀마저 자꾸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지아는 불안하게 도윤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도윤아, 나 무서워.”“괜찮아, 나 여기 있잖아.”도윤은 불안해하는 지아를 품으로 끌어안았다.따뜻한 몸으로 불안해하는 지아를 녹여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다.“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넌 꼭 날 믿어야 해. 조금 더 자면 공항에 도착할거야.”지아는 눈을 감았고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또다시 머릿속에
순간 지아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러한 지아의 미세한 변화를 느낀 도윤은 지아의 손가락을 살짝 쥐었다.“친구라고요? 라카에 제 아내 친구가 있을 리가 없는데요.”도윤은 냉담하게 대답했다.어느새 지아도 어느 정도 사로가 정연해졌다.‘시억이가 잡혀있는 것 같아.’킬러로 일하면서 가장 꺼리는 것은 조직을 배신하는 것이다.하급 컬러는 협박하에 말할 수 있지만 시억은 S급 킬러임으로 절대 한대경에게 지아의 신분을 밝힐 수 없을 것이란 말이다.하물며 지아는 그동안 항상 신중했고 지금까지 시억의 정체를 본 적이 없으며 시억 역시 지아의 신분을 모르고 있다.두 사람이 함께 수행한 임무는 두 번이 전부였고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다.지아와 도윤 사이를 시억이가 알 수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따라서 지아는 한대경이 그녀를 속이고 있다고 것으로 단정할 수 있었다.지아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자신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의심스러웠으니 자기를 의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물며 만약 이대로 지아가 비행기에 올라 귀국하게 되면 한대경은 더 이상 찾고 싶어도 그러할 기회가 없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그렇다면, 지금 한대경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것이다.지아는 바로 깨달았다.“혹시 배신혁 씨를 가리키시는 겁니까? 라카에 처음 온 저와 반나절 동안 같이 있어줘서 고마운 건 사실입니다.”한대경은 그녀 얼굴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흠잡을 데가 전혀 없었다.“아니요. 친구분 코드명이 시억이던데요. 직업은 킬러이고요.”한대경은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사모님과 같은 편이라고 친구분이 직접 밝혔습니다.”“같은 편이라고요?”도윤은 차갑기 그지없게 웃었다.“제 아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 감히 그렇게 모함하고 있는 거죠? 분명히 말씀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아니면 정전 협의든 뭐든 서명할 수 있는 반면 한쪽이 먼저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두 사람은 키가 비슷하지만, 도윤은 계단에 서 있기에 한대경보다 머리 절반 정도 크
지아는 고사하고 한대경마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부장경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A국의 중심으로서 부장경은 마음대로 출국할 수 없으니 말이다.그리고 방금 말한 부씨 가문 역시 아리송하기만 했다.이치대로라면 지아는 응당 소씨 가문 사람이어야 한다.도윤의 전처라고 하더라고 단지 이씨 가문과 관련되어 있다.지아도 놀란 표정으로 부장경을 바라보았다.“부 선생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부장경은 성큼성큼 지아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일이 좀 있어서 온 김에 너 보러 왔어. 근데 네가 이 꼴을 당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지아야, 부씨 가문의 일원이라고 밝히면 될 것을 그게 그렇게 힘들어?”“사모님이...”한대경이 물었다.부장경은 도윤과 나란히 서서 지아를 뒤로 막고 또박또박 말했다. “친조카입니다. 저의 아버지께서 최근에 외부로 밝히려고 했으나 지아가 하도 겸손한 바람에 말렸던 것입니다. 한대경 씨, 부씨 가문에서 굳이 그깟 반지 하나 훔치려고 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둘째 삼촌...”지아는 불안해서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이렇게 직접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이 부씨 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부장경은 몸을 기울며 그녀의 걱정을 알아차렸다.“지아야, 무서워할 것 없어. 어느 기지가 마음에 들었다고 하면 반지 따위를 훔칠 것도 없어. 삼촌이 직접 폭파해 줄게.”그 말에 모든 사람이 들숨을 내쉬었다.‘저렇게 예뻐해 줄 수도 있는 거구나...’기자들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아니면 바로 국제 뉴스에 헤드 라인으로 오르게 될 것이다.도윤보다 위엄이 더욱 강한 부장경이다.그가 폭파한다고 하면 결코 장난이 아닐 것이다.전국의 병권을 부장경이 잡고 있으니 말이다.한대경은 A 국에 뜻이 있지만 직접 도발하지 않았고 그 나라 주변에 전략기지를 배치하려고 했을 뿐이다.전쟁이 일어난다면 최근에 A 국이 갑자기 군사 대국 V 국과 가까워져서 C국은 분명 밀릴 것이다.지아도 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