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었던 사기꾼 소수연은 그렇게 아이러니하게도 진심으로 한대경의 병을 치료해 주고자 약까지 준비해 놓고 떠났다.좀 더 모질게 굴었다면 한대경은 이렇게 망설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눈만 감으면 지아의 얼굴이 떠오르게 된 한대경은 점점 이성을 놓아가고 있었다.‘빌어먹을! 대체 어디로 숨은 거야!’그날 밤, 지아는 캄캄한 하늘을 보면서 초조해졌다.내일 무슨 일이 생겨 떠나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도윤은 지아의 그러한 생각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이윽고 도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아를 안심시켜 주었다. “지아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늘이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난 너 데리고 갈 거야. 무조건.”그 어떠한 19금 장면도 없이 도윤은 지아를 꼭 끌어안았다.온몸이 포근해지자 지아는 서서히 졸음이 밀려와 눈을 감고 잠들었다.날이 밝기도 전에 지아는 도윤의 볼 뽀뽀에 게슴츠레 눈을 떴다.“지아야, 일어나. 같이 집으로 가자.”“집?”지아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순간 졸음이 사라지면서 펄쩍펄쩍 뛰었다.“자, 집에 가자.”도윤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덧붙였다.“괜찮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내 손 꼭 잡고 가기만 하면 돼. 진환이가 모든 걸준비해 놓았거든.”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씻고 준비하고 나서 도윤과 함께 떠났다.집을 나섰을 때 마침 동쪽 해안선을 타고 해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지아는 서둘러 차에 올라 공항으로 향했다.하지만 마음은 이내 불안했고 눈꺼풀마저 자꾸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지아는 불안하게 도윤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도윤아, 나 무서워.”“괜찮아, 나 여기 있잖아.”도윤은 불안해하는 지아를 품으로 끌어안았다.따뜻한 몸으로 불안해하는 지아를 녹여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다.“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넌 꼭 날 믿어야 해. 조금 더 자면 공항에 도착할거야.”지아는 눈을 감았고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또다시 머릿속에
순간 지아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러한 지아의 미세한 변화를 느낀 도윤은 지아의 손가락을 살짝 쥐었다.“친구라고요? 라카에 제 아내 친구가 있을 리가 없는데요.”도윤은 냉담하게 대답했다.어느새 지아도 어느 정도 사로가 정연해졌다.‘시억이가 잡혀있는 것 같아.’킬러로 일하면서 가장 꺼리는 것은 조직을 배신하는 것이다.하급 컬러는 협박하에 말할 수 있지만 시억은 S급 킬러임으로 절대 한대경에게 지아의 신분을 밝힐 수 없을 것이란 말이다.하물며 지아는 그동안 항상 신중했고 지금까지 시억의 정체를 본 적이 없으며 시억 역시 지아의 신분을 모르고 있다.두 사람이 함께 수행한 임무는 두 번이 전부였고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다.지아와 도윤 사이를 시억이가 알 수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따라서 지아는 한대경이 그녀를 속이고 있다고 것으로 단정할 수 있었다.지아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자신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의심스러웠으니 자기를 의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물며 만약 이대로 지아가 비행기에 올라 귀국하게 되면 한대경은 더 이상 찾고 싶어도 그러할 기회가 없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그렇다면, 지금 한대경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것이다.지아는 바로 깨달았다.“혹시 배신혁 씨를 가리키시는 겁니까? 라카에 처음 온 저와 반나절 동안 같이 있어줘서 고마운 건 사실입니다.”한대경은 그녀 얼굴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흠잡을 데가 전혀 없었다.“아니요. 친구분 코드명이 시억이던데요. 직업은 킬러이고요.”한대경은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사모님과 같은 편이라고 친구분이 직접 밝혔습니다.”“같은 편이라고요?”도윤은 차갑기 그지없게 웃었다.“제 아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 감히 그렇게 모함하고 있는 거죠? 분명히 말씀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아니면 정전 협의든 뭐든 서명할 수 있는 반면 한쪽이 먼저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두 사람은 키가 비슷하지만, 도윤은 계단에 서 있기에 한대경보다 머리 절반 정도 크
지아는 고사하고 한대경마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부장경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A국의 중심으로서 부장경은 마음대로 출국할 수 없으니 말이다.그리고 방금 말한 부씨 가문 역시 아리송하기만 했다.이치대로라면 지아는 응당 소씨 가문 사람이어야 한다.도윤의 전처라고 하더라고 단지 이씨 가문과 관련되어 있다.지아도 놀란 표정으로 부장경을 바라보았다.“부 선생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부장경은 성큼성큼 지아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일이 좀 있어서 온 김에 너 보러 왔어. 근데 네가 이 꼴을 당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지아야, 부씨 가문의 일원이라고 밝히면 될 것을 그게 그렇게 힘들어?”“사모님이...”한대경이 물었다.부장경은 도윤과 나란히 서서 지아를 뒤로 막고 또박또박 말했다. “친조카입니다. 저의 아버지께서 최근에 외부로 밝히려고 했으나 지아가 하도 겸손한 바람에 말렸던 것입니다. 한대경 씨, 부씨 가문에서 굳이 그깟 반지 하나 훔치려고 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둘째 삼촌...”지아는 불안해서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이렇게 직접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이 부씨 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부장경은 몸을 기울며 그녀의 걱정을 알아차렸다.“지아야, 무서워할 것 없어. 어느 기지가 마음에 들었다고 하면 반지 따위를 훔칠 것도 없어. 삼촌이 직접 폭파해 줄게.”그 말에 모든 사람이 들숨을 내쉬었다.‘저렇게 예뻐해 줄 수도 있는 거구나...’기자들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아니면 바로 국제 뉴스에 헤드 라인으로 오르게 될 것이다.도윤보다 위엄이 더욱 강한 부장경이다.그가 폭파한다고 하면 결코 장난이 아닐 것이다.전국의 병권을 부장경이 잡고 있으니 말이다.한대경은 A 국에 뜻이 있지만 직접 도발하지 않았고 그 나라 주변에 전략기지를 배치하려고 했을 뿐이다.전쟁이 일어난다면 최근에 A 국이 갑자기 군사 대국 V 국과 가까워져서 C국은 분명 밀릴 것이다.지아도 놀
그 한마디에 배신혁은 탁 트였다.“그러네요, 일이 좀 있다고 해도 C 국에 온 일이 뭐가 있나요? 분명히 사모님을 지지하고자 온 것일 텐데, 만약 정말로 아무런 문제도 없다면 굳이 저렇게까지 총동원할 리가 있을까요? 뭐가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 것 같아요.”“안타깝게도 우리는 사모님이 영지라는 증거가 없고 분명히 감정 확인 검사에 협조해 주지도 않을 거예요.”배신혁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를 바라보던 한대경의 검은 눈동자가 점점 깊어졌다.“알아낸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정말로 저 사람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지아가 한대경의 반지를 훔친 것은 사실이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대경의 감정을 속인 것 외에 큰 손해는 없다.반지는 이미 폭발했으니 새로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지아는 한대경의 두통을 고쳐줬고 계산해 보면 얻은 게 더 많은 한대경이다.그리고 부씨 가문이 지아를 보호하고 있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그럼 보스의 뜻은?”“만약 저 사람이 소수연이라면...”한대경의 입가에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아.”소수연의 가면 아래엔 뜻밖에도 꽃 같은 얼굴에 훌륭한 의술까지 갖추고 있다.결혼한 것 빼고는 지아는 정말 완벽한 여자가 아닐 수가 없다.“자료상으로는 도윤과 이혼하고 재혼하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지?”“네, 올해까지도 A 국 상장이 사람을 보내 소지아 씨의 행방을 알아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 보이는 것을 보면 보스가 소지아 씨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사이가 좋은 데 왜 이혼을 했겠어? 네가 여자라면 자기를 배신한 남자를 다시 용서하고 받아드릴 수 있겠어?”과거에 지아에게 줬었던 상처만 놓고 보면 지아는 그러한 성격으로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보스, 설마...”한대경은 손을 뒤로 한 채 서 있고, 얼굴에는 다소 심오한 표정을 지었다, “부장경이 똑똑히 설명하라고 했었지?”배신혁과 배이혁은
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아랑 같이 있어 줄래요. 지아에게 물론 잘못이 있지만 함께 책임질 거라고요.”부장경은 차갑게 도윤을 힐끗 쳐다보며 되물었다.“함께? 네가 뭔데? 네가 뭔데 책임지고 난리야?”한마디에 도윤으로 하여금 정체를 되찾았고 부장경은 도윤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이혼한 사이 아니야? 잊었어?”도윤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도윤은 이미 이혼한 일에 대해 여러 번 후회했지만,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그 종이가 없으면 지아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말이다.지아는 마지못해 스스로 서재로 들어갔다.부남진은 글씨 연습을 하면서 지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물었다.“왔어?”부남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아는 위압감을 느껴 등골이 오싹해졌다.이것이 바로 윗사람의 위엄에서 오는 것인가?지아는 주저 없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죄송해요, 할아버지.”지아와 같은 착한 아이는 잘못을 인정한 경험이 없지만 어쨌든 먼저 사과하면 틀림없을 것이다.부남진이 큰 붓을 휘두르며 마지막 붓을 완성했다.이윽고 붓을 세필 독에 던져지 나서야 천천히 지아를 향해 걸어왔다.뒷짐을 지고 지아의 앞에 멈춰 서서 눈을 내리깔고 겁에 질린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부남진의 목소리는 더없이 엄숙했다.“잘못했어? 뭘?”“할아버지한테 거짓말하고 속인 거요. 위험한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멍청하지는 않네, 얼른 일어나.”어렵게 찾은 손녀에게 벌을 줄 수는 없었다.안쓰러운 마음에 부남진은 지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지아도 그의 손바닥에 손을 얹었다.부남진의 매서운 눈동자도 점차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얘야, 내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죄송해요. 할아버지.”“왜 위험한 일을 네가 하려고 하는 거야?”오늘 지아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자초지종을 알려주었다.모든 걸 들은 부남진이 대답했다.“할아버지가 잘못했어. 일찍 찾아가지 못해서 이렇게 많은 고생을 하게 해서 미안해.”지아
독이 잔뜩 든 부남진의 두 눈을 바라보면서 지아는 입술을 오므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아마 한대경은 제가 그를 속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거 같아요.”“알면 뭐 해? 그 반지가 이미 폭발했다고 했잖아. 임무도 실패했고 머리도 낳게 해 줬는데, 뭐 또 어쩌려고?”한대경 손에 증거가 없으니 지아로 밝혀지더라도 지아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지아가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한대경을 속은 것에 그가 복수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그때가 되면 A 국에 불리한 일을 저지르면 지아는 역사에 남는 죄인이 될 것이다.“혹시 폐를 끼칠까 봐 두려워요.”“네가 마성에 있을 때 소피아 왕비를 구했다고 도윤이한테 들었어. 네가 무심코 한 행동이 여러 나라를 구해서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왕비요? 그 임산부가 왕비라고요?”지아는 이제야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됐다.‘어쩐지 임산부인데 악세서리가 그렇게 많더라니...’지아는 가족들이 도망갈 때 그녀를 버렸는데 왜 악세서리를 남겨뒀는지 생각했었다.‘그래서 도윤이가 직접 찾으러 온 것이네.’“정확히 말하면 대황 자비이다. 대황자가 사랑하는 여자인데, 대황자가 계승하던 날 갑자기 황자비가 납치되어 계승식이 중단되었어.”지아는 이 기간 동안 휴대폰으로 외부와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을 몰랐다.“그렇군요, 그럼 소피아 왕비와 아이는 괜찮아요?”“걱정하지 마, 네가 차분하게 잘한 덕분에 아이도 산모도 무사하단다.”“그럼 다행이네요.”지아는 자신이 금융을 포기하고 의학을 선택한 거에 대해 이렇게 다행이라고 느낀 적은 없었다. “라카에서 잘 못 먹었을 텐데, 반찬 많이 하라고 했으니 오늘 저녁은 많이 먹어.”“네, 고마워요 할아버지.”지아는 그의 어깨를 문지르며 애교를 부렸다.“할아버지가 있어서 참 좋아요.”“너의 신분은 이미 공개했어. 모든 사람들이 나한테 손녀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을 알아. 앞으로 나가면 경호원을 데리고 다녀. 그놈이 오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만약 다
찬바람을 맞으면서 부남진은 손을 뒤로 한 채 서 있었다.부남진의 몸은 지아의 보살핌 하에 빠르게 회복되어 일반인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이전에 염색한 검은 머리카락의 뿌리에 흰 머리카락이 나타났지만 그의 정정하고 분노하지 않아도 생기는 카리스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은사님.” 도윤은 숨을 거두었다. 그가 지아의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더욱 겸손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도윤아, 너 원래부터 내가 눈여겨봤었던 놈이다. 다만 넌 지아를 아프게 한 것으로 내 눈 밖에 나게 되었단다. 전에는 지아 뒤에 가족이 없었지만 앞으로 지아 뒤에는 우리가 있을 것이다.”부남진은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있는 한 다시는 그 누구도 지아를 다치지 못하게 할 것이다.”도윤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와 지아의 과거는 누가 보아도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비록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너무 많았지만 그녀에게 준 상처도 확실했다.그는 설명할 수 없었다.그가 내뱉는 말들은 모두가 변명처럼 들리기 때문이었다.“은사님, 다시는 지아에게 나쁜 짓도 아픈 짓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늘에 맹세할게요.”부남진은 그를 잠시 쳐다보고는 말을 이어갔다.“말로는 믿을 수 없단다.”말을 마치고 그는 지아를 끌고 돌아섰다.도윤은 뼈마디가 하얗게 질릴 때까지 두 손을 꼭 잡고 등은 곧게 펴고 서 있었다.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말할 수 없이 쓸쓸했다.지아는 멈추지 않았다.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그 상처를 마무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지아야, 아무도 너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없단다. 만약 재결합을 생각이 없다면 할아버지가 있으니 그 누구도 널 강요하지 못할 것이다.”“고마워요, 할아버지.”지아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씻었다.머리 속에 도윤의 황량한 뒷모습이 떠올랐지만, 예전의 자신이 그의 뒤를 쫓아다닐 때도 그러했으니 마음이 돌아서지 않았다.도윤을 상대로 복수를 할 마음이 없지만 과거의 일을 완전히 풀지 못했다.결혼은 그녀를 속박하는 감옥이고 그 족쇄가 없으
부장경도 요즘 바빠서 집안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지아보다 더 잘 알고 있다.“네가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버지 성격을 모르고 있어. 걔가 돌아올까 말까 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께서 돌아오게 하는지 아닌지에 달려있어.”“할아버지께서 정말 쫓아내실 거예요?”지아는 꽤 놀랐다.“할아버지의 친딸인데 기껏해야 겁주기 위해서겠죠?”“처음에 아버지는 겁을 주려고 하셨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알았는데, 더욱 잘못되고 더 큰 실수를 범할 줄은 몰랐던 거지. 아버지는 분명히 그렇게 하용와 선을 그으라고 하셨는데 듣지 않고 오히려 아이가 생겼어, 아버지께서 뭘 더 할 수 있어?”부장경은 이마를 부여잡고 덧붙였다. “너무 많은 사랑을 과분하게 받고 자란 동생이야. 하용의 일처리방식은 원래부터 안 좋았어. 위로 오르기 위해 방법을 가리지 않아. 부씨 가문과 엮기게 되면 앞으로 하씨 가문과 함께 번영하고 함께 손해 보게 돼.”지아도 그 검은 배가 하용의 친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만약 그가 정말 부씨 가문의 사위가 되었다면, 이 불은 틀림없이 부씨 집안에 옮겨 붙었을 것이다.어쩐지 부남진가 이 딸을 버릴지언정 하씨 집안과 엮이지 않으려 한다니.“그럼 요즘 어때요?”“어머니와 이 집사가 번갈아 가며 말렸지만 소용없어. 그 계집애는 오로지 하용에게 시집가려고만 해.”“이 집사?”지아는 그가 이 사람을 중점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이명란이 바로 이 집사다. 우리 어머니 친정집 도우미이고 반평생 어머니를 모셨어, 어릴 적에도 걔한테 젖을 먹였어, 특히 옛날에 시골에 맡겨뒀을 때도 돌보아 주셨어, 걔한테는 도우미일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다름없거든.”“그렇군요.”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충고해 주세요. 하용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이익과 득실을 따질 줄만 아는 사람에겐 이익이 무엇보다 커요.”“누가 아니래, 그런데 그 계집애가 고집이 너무 세서 지금은 어떤 충고도 듣지 않아. 이러다간 아버지께서 정말 이름을 제거해버릴 거야.”어찌 됐든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