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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이번에는 서다희가 박민정을 막지 않았다.

이 시각 유남준은 창가 앞에 서서 담배를 태우면서 어제 박민정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유산된 적이 있고 아이는 이미 죽었다고 했다.

노크 소리가 들리자 그는 손에 든 담뱃불을 껐다.

“들어와.”

박민정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핏 된 정장을 입고 훤칠한 몸매를 한껏 뽐내는 유남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십여 년 전에 유남준을 처음 만났을 때와 오늘이 매우 비슷한 것 같았다. 그때도 햇빛 아래에 서있던 모습이 그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유남준의 눈에도 박민정의 얼굴은 매우 정갈해 보였고 몸매도 매력적이었다.

그가 멍하니 박민정의 모습을 쳐다보고만 있을 때 그녀는 이미 사무실의 문을 닫고 그의 앞에 와 있었다.

“대표님, 어제 말씀드린 후 과거 자료를 찾아봤는데, 제가 오해했습니다. 저희가 정말 결혼했었네요.”

“한 가지 해명하고 싶은 게 있는데, 전에 제가 소개팅을 했다고 한 건 사실 제 절친을 대신해서 나간 겁니다.”

사실 그날 유남준은 돌아간 후 바로 조사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자기 입으로 해명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서 조금 의아했다.

“그래서 그 일을 해명하려고 나를 찾아온 거야?”

박민정은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결심했어요. 모든 기억을 되찾을 겁니다. 근데 어떤 일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물어보려고 왔어요.”

그녀는 남자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갔다.

“뭐가?”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한번 삼켰다.

“우리가 예전에 뜨겁게 사랑했나요?”

유남준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

하지만 박민정은 그런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저는 지금 많은 사람과 일들이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고 있어요.”

유남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기쁜 건지 슬픈 건지 도저히 알아보기 힘들었다.

“맞아, 나를 많이 사랑했어.”

그는 또박또박 말하다가 어느샌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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