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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이번에는 서다희가 박민정을 막지 않았다.

이 시각 유남준은 창가 앞에 서서 담배를 태우면서 어제 박민정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유산된 적이 있고 아이는 이미 죽었다고 했다.

노크 소리가 들리자 그는 손에 든 담뱃불을 껐다.

“들어와.”

박민정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핏 된 정장을 입고 훤칠한 몸매를 한껏 뽐내는 유남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십여 년 전에 유남준을 처음 만났을 때와 오늘이 매우 비슷한 것 같았다. 그때도 햇빛 아래에 서있던 모습이 그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유남준의 눈에도 박민정의 얼굴은 매우 정갈해 보였고 몸매도 매력적이었다.

그가 멍하니 박민정의 모습을 쳐다보고만 있을 때 그녀는 이미 사무실의 문을 닫고 그의 앞에 와 있었다.

“대표님, 어제 말씀드린 후 과거 자료를 찾아봤는데, 제가 오해했습니다. 저희가 정말 결혼했었네요.”

“한 가지 해명하고 싶은 게 있는데, 전에 제가 소개팅을 했다고 한 건 사실 제 절친을 대신해서 나간 겁니다.”

사실 그날 유남준은 돌아간 후 바로 조사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자기 입으로 해명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서 조금 의아했다.

“그래서 그 일을 해명하려고 나를 찾아온 거야?”

박민정은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결심했어요. 모든 기억을 되찾을 겁니다. 근데 어떤 일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물어보려고 왔어요.”

그녀는 남자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갔다.

“뭐가?”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한번 삼켰다.

“우리가 예전에 뜨겁게 사랑했나요?”

유남준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

하지만 박민정은 그런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저는 지금 많은 사람과 일들이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고 있어요.”

유남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기쁜 건지 슬픈 건지 도저히 알아보기 힘들었다.

“맞아, 나를 많이 사랑했어.”

그는 또박또박 말하다가 어느샌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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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유남준은 차갑게 거절했다.“시간 없어.”이지원은 그가 단번에 거절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방금 그와 박민정 사이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또 화가 나기 시작해서 자기도 모르게 손톱을 뜯었다.그래도 불쾌함을 꾹 참고 옆에 있던 박민정에게도 물었다.“민정 씨는 혹시 올 수 있나요?”“마침 발표회가 끝난 뒤 대학 동창회가 있는데 옛 동창들을 보면 생각나는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유남준의 시선도 박민정에게로 향했다.그녀는 방금 유남준에게 기억을 찾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한 관계로 거절하기 힘들었다.“그래요.”그렇게 박민정은 이지원의 초대장을 받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박민정이 발표회에 참석한다고 하니 유남준도 마음이 흔들렸다.이지원의 설득 끝에 그럼 그도 가겠다고 했다.유남준이 점점 변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이지원은 박민정에 대한 원망이 더욱 쌓여갔다.한 편, 유남준의 사무실에서 나온 박민정은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거의 다 됐었는데!늦은 시각.박민정은 초대장에 적힌 시간에 맞춰 저녁에 운전기사더러 오페라 하우스까지 태워다 달라고 했다.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많은 인플루언서와 언론 기자들이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옛날 대학 동창들도 있었다.이지원이 오페라극장의 음악 연주 홀과 전시장을 전부 예약해서 초대받은 사람 외에는 입장할 수 없었다.박민정이 초대장을 들고 들어가니 시야가 넓은 곳에 그녀를 안배했다.그 자리가 거의 무대의 절반 정도가 보이는 위치였다.처음에는 이지원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연주가 시작되기 직전에야 누군가의 낯익은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유남준이다. 그것도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분명 안 온다고 하지 않았나?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차갑게 웃었다. 역시 이지원의 부탁은 절대로 거절하지 않는 사람이다.하여튼 젊은 여자면 다 좋아하는 바람둥이.유남준이 여기에 오는 바람에 언론 기자들이 앞다투어 이지원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기 시작했고 모두 메인 기사에 실릴법한 내용을 보도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73화

    그 사람들에 비해 유남준은 매우 차분했다.이지원의 시선이 박민정에게로 향하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첫사랑과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혼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결국 함께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이건 분명 박민정에 대한 경고였다.반주가 흘러나오면서 이지원의 신곡 '세상의 한 줄기 빛'이 시작되었는데 벌써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박민정은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익었으나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좋은 곡인데 가수가 노래를 망쳐버려서 아쉽네.”옆에서 유남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때문에 생각에 빠졌던 박민정은 시선을 유남준에게로 향했다.이지원은 가수로 데뷔했지만 목소리는 확실히 별로였다.유남준이 박민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예전에 너도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했는데.”유남준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박민정은 거의 까먹을 뻔했다.어머니 한수민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탓인지 어려서부터 음악에 뛰어났으나 박민정은 난청이었고 이것은 음악 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병이었다.유남준이 우연히 그녀가 몇 마디 흥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주 듣기 좋았다.그리고 만약 그녀가 이 노래를 부르면 정말 멋지겠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이 자기가 노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줄은 몰랐다. 그때 그가 가장 싫어했던 게 집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그래요? 기억이 안 나요.”그녀는 대답했다.어둑어둑한 불빛 아래에서, 유남준은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그럼 이지원의 첫사랑이 바로 나라는 건 기억나?”그가 이번에 온 목적이 과연 박민정이 이지원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이지원이 한 말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네가 나를 이지원한테서 빼앗아 왔잖아.”유남준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헛소리!분명히 먼저 이지원과 헤어진 후에야 두 집안에서 결혼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니 화가 치밀어 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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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유남준은 굳이 그녀의 체면을 깎지 않았다.“오빠, 이따 우리랑 같이 모임에 가지 않을래요?”이지원이 물었다.유남준은 방금 박민정이 했던 말에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일부러 가겠다고 했다.5성급 호텔, 한 층 전체를 예약했다.유남준은 들어 오자마자 이지원과 재벌 집 자제들에게 둘러싸였다.박민정은 그저 구석 쪽에 혼자 앉아 있었다.그때, 청순한 차림의 한 여인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봤어요? 우리 지원이만 남준 씨를 이 자리에 불러올 수 있다는걸.”“어쨌든 우리 지원이가 남준 씨의 첫사랑이잖아요.”이 사람은 박민정도 알고 있는데 바로 이지원의 절친인 하예솔이다.박민정은 술 한 모금 마시고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쪽이 남준 씨의 첫사랑인 줄 알겠어요.”하예솔은 원래 자기 절친을 대신해서 박민정에게 화풀이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박민정이 말 한마디로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박민정은 더 이상 이곳에 있기 싫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한편, 유남준이 겨우 사람들 속에서 빠져나오니 박민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이지원에게 몇 마디 인사를 건넨 후 그곳을 떠났다.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최고급 차 캐딜락 한 대가 박민정이 타고 있는 차량의 뒤를 따랐다.그녀가 9호 공관에 도착하자 뒤에서 따라오던 차도 멈췄다.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인 것을 알아채고는 막지 않았다.유남준은 서다희에게 곧바로 전화 걸었다.“조사하라고 한 일은 어떻게 되었어?”“계속 방해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래도 박민정 씨가 출국한 뒤 에스토니아로 갔다는 사실은 알아냈습니다.”“더 디테일하게 조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요.”서다희가 대답했다.유남준이 간단하게 대답한 뒤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미간을 찌푸렸다.에스토니아!그는 근 몇 년 동안 박민정이 그곳에 거주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어쩐지, 그녀를 몇 년 동안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다.오늘 박민정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 모습에 유남준은 그녀가 분명 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75화

    하지만 박민정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지금 여기까지 온 게 설마 전부 당신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라고 생각하나요?”“박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당신이 살 수나 있었겠어요?”“유남준 씨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대스타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고요?”박민정은 이지원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그녀를 비꼬았다.“졸업 후 당신이 외국에서 한 짓들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요.”“유남준과 유씨 집안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래도 당신을 받아줄까요?”돌아오기 전부터 박민정은 이미 꼼꼼하게 준비했다.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녀는 특별히 이지원을 조사했다.조사를 한 후에야 청순한 여신 이미지의 이지원이 해외에 있는 몇 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지원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그녀는 스스로 잘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들통이 나버렸다.“정말 기억을 잃은 게 아니었네요, 제가 지금 바로 유남준 씨에게 가서 말하면 어떡할래요?”박민정은 대수롭지 않았다."아, 그래요? 그럼 내일 그 영상들은 유남준 씨 앞에서 같이 보면 되겠네요.”이지원은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박민정이 이렇게 말솜씨가 좋아져서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민정 씨, 제가 어떻게 해야 저와 유남준 씨를 놔줄 건가요?”이지원이 불쌍한 척 태도를 바꿨다.“유남준 씨 말고는 제가 당신에게 미안할 일이 없잖아요?”“제가 이렇게 빌게요. 제발 유남준 씨를 그만 놔주고 당신만의 행복을 찾아 떠나요.”이지원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그때처럼 모든 걸 버리고 가세요.”박민정은 더 이상 이지원의 거짓 눈물을 보기 싫어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이지원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사라지고 두려움만 남았다.박민정이 그녀가 해외에 있을 때 발생한 일들을 유남준에게 알릴까 봐 무서웠다.유남준이 알면 자신은 끝장이다.안 돼! 절대 안 돼!박민정, 이 모든 건 네가 초래한 일이야!다음 날.박민정은 조하랑한테서 걸려 온 전화 소리에 잠이 깼다.“민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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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조하랑이 이상해서 물었다.“내가 저작권을 신청하지 않은 데다 애매하게 각색한 곡이라 고소해도 표절이라고 확정 짓기는 어려울 거야.”“그리고 그녀의 배후에 유남준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마. 그는 분명 이지원을 소송에서 지지 않도록 도와줄 거야.”몇 년 동안 이지원은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이 일을 해왔다. 물론 그녀를 고소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패소했다. 유앤케이 그룹의 법무부는 모두 이지원을 위해 일하고 있다.게다가, 박민정은 국제 소송을 해야 하므로 쉽지 않았다.“그럼 이대로 보고만 있자고?”박민정은 베란다로 나가 끝없이 펼쳐진 경치를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봐주는 게 아니야! 증거가 충분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거지. 될수록 한방에 이겨야 해.”그녀는 억울한 사람을 봐주기만 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하지만 무모하면 안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조하랑도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라야 했고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증거부터 수집해 볼게.”“또 일이 더 많아졌겠네.”“괜찮아, 나도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소송 거는 거야.”조하랑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이런 일을 당했을 때 가장 괴로운 사람이 바로 당사자인 박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자기 노동 성과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으니 말이다.박예찬이 방 안에서 조하랑이 전화를 끊자마자 문을 두드렸다. “이모, 누가 우리 엄마 곡을 훔쳤어요?”조하랑은 아이가 이렇게 일찍 깨어날 줄은 몰랐으나 굳이 숨기지 않았다.“응, 두꺼운 얼굴을 한 대스타 이지원이 엄마 곡을 훔쳤어!”“정말 여우 같은 여자야, 불륜녀인 주제에 네 엄마랑 유...”조하랑은 말할수록 흥분한 나머지 하마터면 유남준이 박예찬의 아빠라는 사실까지 말할뻔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예찬이 말을 잘랐다.“하랑 이모, 엄마가 욕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그리고 불륜녀가 무슨 뜻이에요?”조하랑은 그만 할말을 잃었다.“...”모르는 게 확실해?박예찬은 밖으로 나간 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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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랑 아빠가 대화 나눌 때 들었어. 지원 이모는 예전에 할머니의 목숨을 살려준 적이 있어서 삼촌이랑 맺어진 거라고.”유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예전에 내 두 눈으로 직접 삼촌이 지원 이모를 밀쳐내는 모습을 봤어.”박예찬은 원래 유지훈의 입에서 유씨 가문에 관한 일을 알고 싶었을 뿐인데 뜻밖에도 자기 쓰레기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더 조사해야 안다.“보이는 대로 말하면 안 돼.”보이는 대로 말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박예찬이 아직도 자신을 못 믿는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이번 주말은 할아버지 생신이라 지원 이모도 올 거야. 나도 아빠 엄마랑 같이 가야하거든. 못 믿겠으면 같이 가자.”기회가 손쉽게 찾아왔다.“좋아, 네 말이 맞다면 내가 믿을게, 그리고 내가 잘 먹고 잘살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유지훈은 단번에 승낙했다.어쨌든, 그도 손해 볼 일은 없었다.이번에 유씨 가문의 옛 저택에 가면 그도 이지원, 이 나쁜 여자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자기 아버지를 뺏앗으면 그만이지, 감히 엄마의 작품까지 뺏앗다니!괘씸한 여자!주말이 되자 박민정은 일찌감치 전용차를 타고 조하랑네 집으로 갔다.가는 길에.그녀는 밖에서 내리는 큰비를 보며 멍때렸다.이때 운전기사가 말을 걸어 왔다.“예전에 연 선생님도 차를 타면 민정 씨처럼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그리고 어떤 여자아이도 이렇게 창밖에 비가 오는 걸 좋아했다면서 비 오면 근심 걱정이 날아간다고 했다고 자주 외웠어요.”“이제 보니 그 여자아이가 당신이었군요.”박민정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네요.”박민정도 세상이 참 좁다고 생각했다.드디어 조하랑의 별장에 도착했다.오늘 박예찬이 일찍 하원했다.조하랑과 박예찬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민정아, 어서 들어와, 나와 예찬이는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두 사람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만 보았다.“그래.”박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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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는 넓지 않아서 다른 엄마들은 성훈이의 말을 들었다. 그러자 다들 곁눈질하며 손연서를 보며 놀렸다.이 사람 중 대부분은 주부다.손연서는 그녀들과 달리 친정 손씨 가문의 사업을 도맡고 있다.그래서 많은 엄마가 그녀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지금 그녀가 사생아 때문에 이렇게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성훈이는 아직도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손연서를 조롱했다.“우리 엄마한테 들었어요. 당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나를 아들로 받아들인 거라고. 하지만 나는 영원히 당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싫어요. 내가 커서 우리 아버지의 회사를 인수하면 당신을 쫓아낼 거예요. 그때 되면 당신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할머니로 되겠죠.”손연서는 안색이 안 좋았지만 아이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손연서를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서 바로 말했다. “연서 씨, 나하고 같이 앉아요. 예찬이보고 성훈이랑 앉게 하고요.”박예찬도 유난히 눈치가 빠르고 철이 들었다.“연서 아줌마, 우리 엄마랑 같이 앉아요. 우리 엄마가 아줌마랑 얘기 나누고 싶대요.”손연서는 그들 모자를 고마워하며 예찬이와 자리를 바꾸었다.박예찬이 옆에 앉자 성훈이는 순식간에 착한 아이로 변해 말도 안 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핸드폰도 하지 않고 말이다. 성훈이의 모습을 보고 손연서는 박민정에게 말했다. “참 웃기죠?”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서 씨가 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말아요. 자기 생각도 하면서 말이에요.”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봐서 커서도 별로 의지가 될 수 있는 아이가 아닐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맞는다. 친자식도 기댈 수 있을지 말 지인데 사생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손연서는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내 아이와 진짜 가족을 갖고 싶죠. 하지만 이런 건 지금의 나에게 너무 사치에요.”모두 자신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12화

    “지훈아, 빨리 이리 와!”그녀는 박민정을 외면한 채 아들에게 소리쳤다.유지훈은 박민정의 뒤에 숨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요. 가면 때릴 거잖아요.”이 말을 들은 최현아는 화가 났다. 최현아는 박민정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무서워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지훈아. 엄마가 방금 너무 급했어. 이리 와봐.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유지훈은 여전히 그녀한테로 가려 하지 않았고 최현아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싫어요. 안 믿어요. 흥.”그는 말을 마치고 쏜살같이 달아났다.최현아는 자신이 이런 아들을 만났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녀는 화를 참으며 유지훈을 따라갔는데 일부러 박민정의 어깨를 세게 치면서 지나갔다. 박민정은 어이가 없었지만 최현아를 외면하고 손연서를 비롯한 그녀들을 찾아갔다.그녀들은 박민정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최현아의 포섭을 받은 엄마들은 박민정을 외면한 채 못 본 척했다.그녀들은 호산 그룹의 이인자인 최현아의 시아버지가 돌아왔다는 것만 알고 있다. 유남우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 자리는 당연히 최현아 시아버지의 것이다.그래서 그녀들은 최현아한테 잘 보이려 했다. “민정 씨, 이리 와서 앉아요. 이따 같이 차를 타고 교외로 가요.”손연서가 말했다.“좋아요.”박민정이 가서 앉았다.지원 엄마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예찬 엄마, 방금 최현아가 다른 엄마들이랑 말한 게, 예찬 엄마를 왕따 시키면 그 사람들의 남편이 호산 그룹과 합작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어요.”지원 엄마는 전에 어느 라인에 서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녀는 박민정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최현아는 박민정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전에 아이를 왕따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부모까지 왕따시키네요.”박민정은 다른 엄마들을 봤다. 이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박민정이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입을 다물고 멀리 피했다. 도한 엄마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요.”솔직히 말해서 이 세상 대부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11화

    [여러분 남편은 같이 가나요?]단톡방에서 한 사람이 물었다.다른 사람들이 답장을 보냈다. [제 남편이 너무 바빠서 못 갈 걸요?][맞아요. 우리 남편도 주말엔 회사 일로 바빠요.][우리 엄마들끼리 가면 되죠. 남편은 일하라고 하고요.][...]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대부분 사람의 남편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알고 박민정은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밤에 그녀가 자고 있을 때 유남준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뭐 해요?][이제 자려고요.]박민정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유남준은 아직 방성원과 함께 있다. 두 사람의 아내가 모두 박씨 가문 저택에 있으니 불쌍한 남자 둘이서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박민정의 무뚝뚝한 답장에 좀 섭섭했다. [아니야. 자.]이 메시지를 보고 박민정은 잘 준비를 했다. 근데 문뜩 생각해보니, 예찬의 아버지인 유남준도 친자 활동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았다.[저기, 예찬이 유치원에서 내일 친자 활동이 있어요. 시간이 있으면 오고 시간이 없으면 오지 않아도 돼요. 잘게요.]그녀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바로 누워 잤다.유남준이 가든 말든 어쨌든 그녀는 아들의 친자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이튿날 아침 일찍 박민정은 일어나서 셰프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진서연은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 “보스, 왜 이렇게 일찍이 일어나서 음식을 직접 만드는 거예요?”“오늘 예찬이 유치원에서 친자 활동이 있어. 거기 갈 때 가지고 갈 것이야.”박민정이 말했다.“그렇군요.”진서연은 눈을 비비며 씻으러 갔다.집의 세 여자가 모두 일어났다. 박민정은 이미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고 그녀들의 것도 남겨 주었다.그녀가 유치원으로 가려 할 때 손연서와 도한 엄마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민정 씨, 오늘 와요?][당연하죠.][잘됐네요. 우리 오랫동안 못 봤잖아요.][근데 조심해야 해요. 오늘 최현아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먼저 어린이집에 온 손연서는 최현아가 수많은 아줌마와 사석에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10화

    “아니에요. 별장 청소와 정리는 가정부가 하면 돼요.”박민정의 말에 설인하가 고집을 부렸다.“안 돼요. 그 얘기는 이미 청소는 모두 제가 하기로 했잖아요. 그대로 해요. 민정 씨, 나와 방성원의 관계 때문이라면 이러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긴 하지만 전부 처음부터 배울 거예요.”설인하는 박민정이 거절할까 봐 박민정이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청소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은 설인하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별장 관리인을 불러서 앞으로 매월 급여 발급할 때 설인하에게도 주라고 지시했다.사실 박민정이 설인하에게 별장 청소를 시키지 않은 것은 방성원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현재 그녀의 몸 상태가 감당을 못할까 봐서였다.게다가 박민정이 설인하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그녀도 예전에는 부잣집 딸로서 아무 일도 해본 적이 없이 자랐었다.설인하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결혼한 후 어떤 일을 겪었을지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설인하는 집 안 청소도 하고 또 주동적으로 진서연을 찾아서 업무상의 일을 시작했다.박민정은 소파에 앉아서 휴식하고 있었는데 진서연이 언제 나갔었는지 밖에서 들어오며 말했다.“보스, 정민기 씨가 찾아요.”“알았어.”박민정은 소파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정민기가 손에 서류 더미를 들고 있었다.“전에 조사하라고 한 함미현에 관한 자료예요. 출생한 병원과 그때 혈액 등 기록들이에요. 서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함미현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에요.”박민정이 서류를 받아보자, 거기에는 함미현의 출생 관련 기록들이 그대로 있었다. 만약 염혜란이 입양한 거라면 이런 내용을 모두 만들었을 수는 없을 것이다.“최근에 염혜란 씨에 대한 소식은 없어요?”박민정의 물음에 정민기가 신중한 표정으로 변하며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염혜란 씨 집 근처 CCTV를 모두 조사했는데 그중 한 카메라에서 종적을 찾았는데 옆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염혜란 씨도 같이 화면에서 사라졌어요. 그 차를 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9화

    박민정은 전혀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건 무슨 말이에요? 우린 이혼했으니 같은 집에서 살면 안 되는 거잖아요.”유남준은 고개를 숙여 박민정의 등의 양양한 표정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불렀다.“윤우야.”박윤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아빠, 왜요?”박민정은 순식간에 당황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유치하게 할 거예요?”유남준이 말했다.“윤우야, 아빠는 이제 갈게.”박윤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 거예요?”박민정은 유남준이 겁먹은 척 자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어이가 없고 화가 났지만, 박윤우 때문에 목소리를 낮추었다.“정말 그렇게 유치하게 아이를 이용할 거예요?”유남준은 모르는 체하며 대답했다.“이용한다고 말하면 안 되지. 윤우는 내 아들이고, 지금 그 금쪽같은 아들이 한 가족이 화목하게 함께 살기를 바라는 거잖아.”그는 또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보며 말했다.“윤우야, 아빠도 윤우랑 같이 살고 싶어. 그런데...”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우의 눈빛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박민정이 말했다.“아빠도 우리와 같이 살고 싶지만 지금 서연 이모와 수아 이모 그리고 인하 이모까지 우리 집에서 살고 있어서 아빠가 갑자기 들어오면 모두 불편할 거야.”결국 유남준은 박민정의 이유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박윤우는 비록 박민정과 유남준이 함께 살기로 바랐지만, 세 명의 예쁜 여인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아빠, 조금만 더 참아요.”그는 유남준 곁에 가서 속삭였다.순간 유남준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래, 알았어. 윤우만 믿고 있을게.”이 말은 박윤우에게 아주 효과가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유남준을 떠나보낸 후, 박윤우는 자기를 믿는다고 한 말에 더 책임감을 느꼈다.박민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윤우야, 방금 아빠와 무슨 말을 한 거야?”“별거 아니에요. 아빠한테 엄마를 잘 돌봐달라고 했어요.”“그래.”박민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8화

    박윤우의 말에 박민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윤우야, 모든 엄마와 아빠들의 표현 방식이 다 같은 건 아니란다.”옆에 있던 유남준이 갑자기 말을 이었다.“그래서 나에 대한 표현 방식은 내가 싫다는 거네? 손을 잡는 것도 싫을 만큼?”박민정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그녀의 말에 박윤우가 눈을 크게 뜨고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그럼 아빠를 안아주고 뽀뽀해요.”박민정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윤우야...”“결국 나와 형은 온전한 가족을 수가 없네요. 우리 반 옥미의 엄마와 아빠도 처음에는 서로 안고 뽀뽀하는 것을 싫어하다가 나중에 이혼했고 또 서로 다른 사람을 찾아 아이도 낳았대요.”말을 마친 박윤우가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흘러내렸다.“엄마와 아빠도 이혼하고 지금 저를 속이는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다른 동생들이 생기면 나와 예찬이 형은 신경도 안 쓸 거예요?”박윤우의 우는 모습은 유난히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박민정은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휴지를 꺼내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달랬다.“윤우야, 말도 안 되는 생각하지 마. 엄마와 아빠가 왜 너랑 예찬이를 모르는 체하겠어?”그러고는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그렇죠?”유남준은 박민정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우리가 계속 이렇게 지내면 정말로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우우우...”박윤우가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유남준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윤우야, 걱정하지 마. 아빠는 절대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엄마가 너를 원하지 않아도 아빠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박민정이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유남준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내가 틀린 말 했어? 윤우와 예찬이는 너의 마음속에서 연지석 씨와 에리 씨가 나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다 알고 있어.”이건 질투였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시력을 회복한 후 제일 처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7화

    박민정은 유남준이 주는 것을 덥석 받았다가 나중에 후회하기 싫었다.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남남인데 이런 귀중한 것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은 박민정이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 몰랐다.“정말 싫어?”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너무 커요.”“그럼 내가 예찬이와 윤우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해. 얘들이 아직 어리고 양육권은 당신에게 있으니, 그들의 후견인으로 잠시 보관하는 거로 하면 되잖아.”박민정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그런 거라면 얘들이 큰 다음에 직접 주면 되잖아요.”차 안의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앞 좌석에 앉아 있던 서다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사모님, 제 생각에는 사모님이 지금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지금은 얘들에게 준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주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만약 대표님이 나중에 다른 분하고 결혼해서 아이가 생겨서 그 아이에게 주면 어떡해요. 그렇게 되면 예찬 도련님과 윤우 도련님에게는 너무 큰 손실이잖아요.”“...”유남준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박민정도 당황해하더니 마음속으로는 서다희의 말에 도리가 있는 것 같았다.‘맞아, 아빠가 애들에게 주겠다는데 거절할 필요 없잖아.’“좋아요. 그럼 예찬이와 윤우 대신해서 먼저 받을게요.”박민정은 서류를 받았다.그들이 서류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차는 유치원에 도착했다. 박윤우는 워낙 귀엽고 잘생긴 데다가 얼마 전에 유씨 가문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박윤우와 같이 놀라고 했기 때문에 현재 인기가 대단했다.“윤우야, 오늘 너의 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오는 거야?”한 아이가 묻자, 박윤우가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응.”“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온다니 부럽다.”박윤우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환하게 웃고 있다가 유남준의 차를 발견하고는 달려가지 않고 오히려 박민정에게 전화했다.“엄마, 아빠 손잡고 여기로 와주시면 안 될까요?”박민정은 아들이 왜 굳이 유남준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6화

    이지원을 금방 보내고 난 박민정은 조하랑의 말에 깜짝 놀랐다.“뭐라고? 결혼? 누구랑 하는데?”“김인우 씨일 것 같아.”‘같아?’박민정은 순간 충격에 멍해졌다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하랑아, 너 인우 씨 할아버지 때문에 잠시 동의한 거지 절대 결혼은 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오늘 할아버지가 위독하셨는데 유일한 소원이 나와 김인우 씨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할아버지를 실망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 결혼하기로 했어.”조하랑이 설명했다. 그녀는 어차피 지금 당장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떠나가신 후에 두 사람이 안 맞으면 그때 다시 이혼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박민정은 조하랑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하랑아, 결혼은 그렇게 간단한 거 아니야. 너의 의지가 중요한 거야. 절대 그 할아버지의 말에 흔들려서 억지로 하면 안 돼.”“괜찮아. 억지로 하는 거 아니야. 아빠 말씀처럼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 하루아침에 재벌이 되는 거잖아.”조하랑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민정아, 걱정하지 마.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득 보는 거잖아.”조하랑은 오래전에 사랑을 포기했다.과거에 그녀도 강연우와 깊은 사랑을 했었지만 결국은 강연우가 그녀를 배신하고 떠나버렸기 때문에 지금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결혼할 수 있었다. 어차피 김인우를 사랑하지 않기에 배신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슬프지 않을 것이다.“하랑아, 어찌 됐든 내 말은 네가 원하지 않은 건 절대 하지 마.”“알았어. 끊을게.”조하랑은 전화를 끊고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김인우와 마주쳤다.그녀만 보면 말을 비꼬아서 하던 김인우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는 절대 빨리 돌아가시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후회되면 지금 가서 얘기해요.”조하랑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인우 씨가 후회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인우 씨의 선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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