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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녀는 유남준이 아직도 이곳을 기억하고 있고, 기억을 상실하지 않았다고 승인하도록 자신을 강요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유남준은 뼈가 굵은 손으로 핸들을 꽉 쥔 채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민정아, 그 아이는 어떻게 되였어?”

그는 김인우가 박민정에 관한 의료 파일을 자신에게 줬을 때, 그 위에 임신 2주라고 적힌 것을 기억하고 있다.

유남준은 줄곧 묻지 않았고 그녀가 먼저 말하게 하려고 했다.

박민정이 아이라는 두 글자를 들었을 때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

“아이라니요?”

차를 세우고 박민정을 바라보는 유남준의 마음은 유난히 무거웠다.

“그때 임신한 거 알아.”

그의 깊은 눈동자는 박민정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유남준이 이미 박예찬을 발견했을까 봐 매우 두려웠다.

비록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유남준이 박예찬과 박윤우를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

“저는 제가 유산했다고 주치의가 말한 것밖에 기억나지 않아요.”

유남준의 심정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진작에 그 아이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었다. 만약 아이가 존재한다면 박민정은 혼자 돌아올 수 없었다.

조사하라고 보낸 사람이 그녀를 그토록 따라다녔지만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박민정의 몸이 허약했기에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였다.

유남준은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박민정은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매우 조마조마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연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기가 연결되었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정아, 왜?”

연지석은 박민정이 일이 없는 한 먼저 자신에게 전화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오늘 유남준이 나를 찾아와 아이에 관해 물었어. 그는 내가 전에 임신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박민정이 사실대로 말했다.

잠시 후 연지석이 위로해 주었다.

“걱정하지 마, 예찬이와 윤우의 생년월일은 내가 이미 다 바꿨어.”

“그럼 다행이야.”

박민정은 잠시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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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유남준은 굳이 그녀의 체면을 깎지 않았다.“오빠, 이따 우리랑 같이 모임에 가지 않을래요?”이지원이 물었다.유남준은 방금 박민정이 했던 말에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일부러 가겠다고 했다.5성급 호텔, 한 층 전체를 예약했다.유남준은 들어 오자마자 이지원과 재벌 집 자제들에게 둘러싸였다.박민정은 그저 구석 쪽에 혼자 앉아 있었다.그때, 청순한 차림의 한 여인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봤어요? 우리 지원이만 남준 씨를 이 자리에 불러올 수 있다는걸.”“어쨌든 우리 지원이가 남준 씨의 첫사랑이잖아요.”이 사람은 박민정도 알고 있는데 바로 이지원의 절친인 하예솔이다.박민정은 술 한 모금 마시고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쪽이 남준 씨의 첫사랑인 줄 알겠어요.”하예솔은 원래 자기 절친을 대신해서 박민정에게 화풀이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박민정이 말 한마디로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박민정은 더 이상 이곳에 있기 싫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한편, 유남준이 겨우 사람들 속에서 빠져나오니 박민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이지원에게 몇 마디 인사를 건넨 후 그곳을 떠났다.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최고급 차 캐딜락 한 대가 박민정이 타고 있는 차량의 뒤를 따랐다.그녀가 9호 공관에 도착하자 뒤에서 따라오던 차도 멈췄다.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인 것을 알아채고는 막지 않았다.유남준은 서다희에게 곧바로 전화 걸었다.“조사하라고 한 일은 어떻게 되었어?”“계속 방해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래도 박민정 씨가 출국한 뒤 에스토니아로 갔다는 사실은 알아냈습니다.”“더 디테일하게 조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요.”서다희가 대답했다.유남준이 간단하게 대답한 뒤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미간을 찌푸렸다.에스토니아!그는 근 몇 년 동안 박민정이 그곳에 거주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어쩐지, 그녀를 몇 년 동안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다.오늘 박민정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 모습에 유남준은 그녀가 분명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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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은 전혀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건 무슨 말이에요? 우린 이혼했으니 같은 집에서 살면 안 되는 거잖아요.”유남준은 고개를 숙여 박민정의 등의 양양한 표정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불렀다.“윤우야.”박윤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아빠, 왜요?”박민정은 순식간에 당황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유치하게 할 거예요?”유남준이 말했다.“윤우야, 아빠는 이제 갈게.”박윤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 거예요?”박민정은 유남준이 겁먹은 척 자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어이가 없고 화가 났지만, 박윤우 때문에 목소리를 낮추었다.“정말 그렇게 유치하게 아이를 이용할 거예요?”유남준은 모르는 체하며 대답했다.“이용한다고 말하면 안 되지. 윤우는 내 아들이고, 지금 그 금쪽같은 아들이 한 가족이 화목하게 함께 살기를 바라는 거잖아.”그는 또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보며 말했다.“윤우야, 아빠도 윤우랑 같이 살고 싶어. 그런데...”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우의 눈빛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박민정이 말했다.“아빠도 우리와 같이 살고 싶지만 지금 서연 이모와 수아 이모 그리고 인하 이모까지 우리 집에서 살고 있어서 아빠가 갑자기 들어오면 모두 불편할 거야.”결국 유남준은 박민정의 이유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박윤우는 비록 박민정과 유남준이 함께 살기로 바랐지만, 세 명의 예쁜 여인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아빠, 조금만 더 참아요.”그는 유남준 곁에 가서 속삭였다.순간 유남준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래, 알았어. 윤우만 믿고 있을게.”이 말은 박윤우에게 아주 효과가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유남준을 떠나보낸 후, 박윤우는 자기를 믿는다고 한 말에 더 책임감을 느꼈다.박민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윤우야, 방금 아빠와 무슨 말을 한 거야?”“별거 아니에요. 아빠한테 엄마를 잘 돌봐달라고 했어요.”“그래.”박민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8화

    박윤우의 말에 박민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윤우야, 모든 엄마와 아빠들의 표현 방식이 다 같은 건 아니란다.”옆에 있던 유남준이 갑자기 말을 이었다.“그래서 나에 대한 표현 방식은 내가 싫다는 거네? 손을 잡는 것도 싫을 만큼?”박민정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그녀의 말에 박윤우가 눈을 크게 뜨고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그럼 아빠를 안아주고 뽀뽀해요.”박민정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윤우야...”“결국 나와 형은 온전한 가족을 수가 없네요. 우리 반 옥미의 엄마와 아빠도 처음에는 서로 안고 뽀뽀하는 것을 싫어하다가 나중에 이혼했고 또 서로 다른 사람을 찾아 아이도 낳았대요.”말을 마친 박윤우가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흘러내렸다.“엄마와 아빠도 이혼하고 지금 저를 속이는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다른 동생들이 생기면 나와 예찬이 형은 신경도 안 쓸 거예요?”박윤우의 우는 모습은 유난히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박민정은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휴지를 꺼내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달랬다.“윤우야, 말도 안 되는 생각하지 마. 엄마와 아빠가 왜 너랑 예찬이를 모르는 체하겠어?”그러고는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그렇죠?”유남준은 박민정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우리가 계속 이렇게 지내면 정말로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우우우...”박윤우가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유남준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윤우야, 걱정하지 마. 아빠는 절대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엄마가 너를 원하지 않아도 아빠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박민정이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유남준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내가 틀린 말 했어? 윤우와 예찬이는 너의 마음속에서 연지석 씨와 에리 씨가 나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다 알고 있어.”이건 질투였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시력을 회복한 후 제일 처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7화

    박민정은 유남준이 주는 것을 덥석 받았다가 나중에 후회하기 싫었다.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남남인데 이런 귀중한 것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은 박민정이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 몰랐다.“정말 싫어?”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너무 커요.”“그럼 내가 예찬이와 윤우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해. 얘들이 아직 어리고 양육권은 당신에게 있으니, 그들의 후견인으로 잠시 보관하는 거로 하면 되잖아.”박민정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그런 거라면 얘들이 큰 다음에 직접 주면 되잖아요.”차 안의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앞 좌석에 앉아 있던 서다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사모님, 제 생각에는 사모님이 지금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지금은 얘들에게 준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주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만약 대표님이 나중에 다른 분하고 결혼해서 아이가 생겨서 그 아이에게 주면 어떡해요. 그렇게 되면 예찬 도련님과 윤우 도련님에게는 너무 큰 손실이잖아요.”“...”유남준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박민정도 당황해하더니 마음속으로는 서다희의 말에 도리가 있는 것 같았다.‘맞아, 아빠가 애들에게 주겠다는데 거절할 필요 없잖아.’“좋아요. 그럼 예찬이와 윤우 대신해서 먼저 받을게요.”박민정은 서류를 받았다.그들이 서류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차는 유치원에 도착했다. 박윤우는 워낙 귀엽고 잘생긴 데다가 얼마 전에 유씨 가문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박윤우와 같이 놀라고 했기 때문에 현재 인기가 대단했다.“윤우야, 오늘 너의 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오는 거야?”한 아이가 묻자, 박윤우가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응.”“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온다니 부럽다.”박윤우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환하게 웃고 있다가 유남준의 차를 발견하고는 달려가지 않고 오히려 박민정에게 전화했다.“엄마, 아빠 손잡고 여기로 와주시면 안 될까요?”박민정은 아들이 왜 굳이 유남준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6화

    이지원을 금방 보내고 난 박민정은 조하랑의 말에 깜짝 놀랐다.“뭐라고? 결혼? 누구랑 하는데?”“김인우 씨일 것 같아.”‘같아?’박민정은 순간 충격에 멍해졌다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하랑아, 너 인우 씨 할아버지 때문에 잠시 동의한 거지 절대 결혼은 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오늘 할아버지가 위독하셨는데 유일한 소원이 나와 김인우 씨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할아버지를 실망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 결혼하기로 했어.”조하랑이 설명했다. 그녀는 어차피 지금 당장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떠나가신 후에 두 사람이 안 맞으면 그때 다시 이혼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박민정은 조하랑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하랑아, 결혼은 그렇게 간단한 거 아니야. 너의 의지가 중요한 거야. 절대 그 할아버지의 말에 흔들려서 억지로 하면 안 돼.”“괜찮아. 억지로 하는 거 아니야. 아빠 말씀처럼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 하루아침에 재벌이 되는 거잖아.”조하랑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민정아, 걱정하지 마.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득 보는 거잖아.”조하랑은 오래전에 사랑을 포기했다.과거에 그녀도 강연우와 깊은 사랑을 했었지만 결국은 강연우가 그녀를 배신하고 떠나버렸기 때문에 지금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결혼할 수 있었다. 어차피 김인우를 사랑하지 않기에 배신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슬프지 않을 것이다.“하랑아, 어찌 됐든 내 말은 네가 원하지 않은 건 절대 하지 마.”“알았어. 끊을게.”조하랑은 전화를 끊고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김인우와 마주쳤다.그녀만 보면 말을 비꼬아서 하던 김인우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는 절대 빨리 돌아가시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후회되면 지금 가서 얘기해요.”조하랑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인우 씨가 후회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인우 씨의 선택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5화

    김인우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할아버지, 크게 기뻐하거나 슬퍼하면 안 된다고 했던 의사 말씀 잊으셨어요?”김인우가 입으로는 늙은이들이 귀찮다고 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김훈을 엄청나게 생각했고 세상을 떠날까 봐 두려워했다.김훈은 손자의 성격이 유별나서 비록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 사리 분별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내가 언제 또 그렇게 크게 기뻐했다고 그래? 기쁠 일이 어디에 있다고.”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증손자도 안아보지 못했는데 나한테 기쁠 만한 일이 뭐가 있겠어.”김훈이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닦는 척했다.“예찬이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평생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없었을 거야.”김인우는 김훈의 연기가 너무 익숙했지만, 조하랑은 처음이었기에 서둘러 위로했다.“할아버지,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가 옆에 있잖아요. 충분히 그런 기쁨을 느끼실 수 있어요.”김훈은 조하랑의 말을 듣고 말했다.“내가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이 있는데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을 거야.”“무슨 일이에요?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면 꼭 이루어 드릴게요.”조하랑은 이것이 김훈의 속임수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김훈은 조하랑의 대답에 만족하며 말했다.“나 어제 남우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와 우리 인우가 생각이 났어. 너희들이 약혼식을 한지도 이제 반년이 지나갔는데 결혼은 언제 할 거야?”조하랑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김인우는 진작 김훈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훈은 계속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어차피 죽기 전에 너희들 결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바에 차라리 지금 일찍 죽는 게 나을 것 같구나.”그는 말하면서 몸에 있는 의료기기를 떼는 흉내까지 보였다. 그러자 단순한 조하랑이 곧바로 말렸다.“할아버지, 이러시면 안 돼요.”“하랑아, 네가 착한 아이인 걸 알아. 그래도 날 막지는 마. 이대로 죽게 내버려둬!”박예찬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4화

    김인우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가 이지원의 말을 듣고 하품했다.“그래.”이지원은 김인우가 자기를 용서한 줄 알고 말했다.“이제 저 용서해 주는 거죠?”수화기 건너편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이지원 씨, 지금 나와 장난하는 거예요?”이지원이 온몸을 흠칫했다.“과거에 했던 짓을 생각해 봐. 그까짓 머리를 몇 번 조아렸다고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김인우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나의 기억이 맞는다면 과거에 나를 속여서 돈을 엄청나게 가져갔지? 지금 제호 클럽에서 수입은 어때?”“나... 나는 예솔이 그 나쁜 년에게 속아서 팔려 간 거예요. 돈을 벌 수 없어요.”이지원이 말을 더듬었다.“그럼 어떡하지? 빌려 간 돈은 갚아야 할 거잖아. 손님 없으면 내가 찾아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데 혹시 한 번에 여러 명도 가능해?”김인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사람을 속이는 것인데 지금 그는 이지원이 당장 죽게 가만두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쉬운 벌인 것 같았다.오늘 김훈은 상태가 악화하여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조하랑과 박예찬이 옆을 지키고 있었다.김훈은 조하랑의 손을 잡고 말했다.“하랑아, 인우를 불러줘.”“네, 알았어요.”조하랑은 대답하고 곧바로 김인우를 찾으러 갔는데 사무실 앞에서 김인우의 대화를 들었다.‘빌려 간 돈을 갚아야 한다고? 손님? 한 번에 몇 명을 접대해?’이상한 단어들을 들은 조하랑은 너무 당황했다. 도대체 김인우가 좋은 사람이 맞는지 궁금했고 또 김훈 속이고 많은 나쁜 일들을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김훈의 상황을 생각하고는 용기를 내서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김인우가 아무 표정 없이 대답했다.조하랑은 문을 열었지만 들어가지 않고 말했다.“할아버지가 찾아요.”“할아버지가 깨어나셨어요?”김인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김훈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한 것은 바로 어제 유남우의 결혼식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원래 남들의 일에 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3화

    박민정이 일하고 있을 때 부하가 찾아와 보고했다.“손님이 찾아왔어요.”“누구예요?”박민정이 묻자, 부하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 처음 보는 여자분인데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어요. 지금 회의실에 있어요.”박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알았어요.”진서연이 옆에서 문서를 프린트하고 있다고 박민정의 어릴 때 친구가 왔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그쪽을 쳐다보았다.박민정이 회의실로 가보니 안에는 이지원이었다.얼마 전에 조하랑에게서 이지원이 친한 친구 하예솔과 같이 나이트에 다닌다는 말을 들었는데 오늘 뭐 하러 왔는지 궁금했다.‘무슨 일이지?’이지원은 회의실 입구로부터 자기를 향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박민정과 눈을 마주쳤다.이지원은 곧바로 박민정의 배를 주의해 보았는데 불룩하게 나온 것이 쌍둥이어서 그런지 6개월이 넘는 것 같았다.“서연아, 경비 불러서 여기 이분을 밖으로 모시라고 해.”박민정이 자신을 쫓아내려 하자 이지원은 빠른 걸음으로 박민정 앞으로 가더니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쿵 하고 무릎을 꿇었다.“민정 씨, 흥분하지 말고 우선 내 말부터 들어줘요. 나 오늘은 민정 씨에게 사과하려고 왔어요. 과거에 내가 민정 씨에게 많은 잘못을 했는데 미안해요.”말을 마친 이지원은 쿵쿵하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주위의 동료들도 모두 호기심에 무의식적으로 그녀들이 있는 쪽으로 바라보았다.이지원은 창백해 보이게 메이크업했고 옷도 아주 얇게 입어서 유난히 비참해 보였다.그녀는 살기 위해 자기를 학대할 정도로 힘 있게 머리를 조아려서 이마가 까졌다.진서연은 즉시 박민정 옆으로 다가가서 의아한 표정으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았다.“당신은 누구예요?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사과하는 거예요?”역시 박민정이 키운 비서답게 그녀는 핵심을 짚었다.비록 박민정과 이지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사과하는 방식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많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무슨 짓이지? 사과하겠다는 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2화

    유석진도 회사에 나왔는데 유성혁의 사무실의 발코니에서 밖의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때 최현아가 다가와서 말했다.“아버님, 성혁 씨 찾았어요.”유석진이 돌아서며 물었다.“성혁이 지금 어디에 있어?”최현아는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녹음을 틀었다.녹음에는 유성혁이 눈물 콧물에 애걸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유석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이건 어떻게 된 거야?”“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메일이 와 있었는데 누가 보냈는지는 몰라요.”최현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버님, 성혁 씨 아무 일 없겠죠?”비록 유성혁이 자기를 배신했지만 필경 애 아빠이고 오랜 부부 사이였기에 유성혁에게 일이 생기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유석진은 주먹을 꼭 쥐고 최현아를 다독였다.“대체 누구야?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하는 거야? 현아야, 걱정하지 마. 우리 유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나서면 반드시 성혁이를 찾아낼 수 있을 거야.”최현아는 혼란스러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유석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순간 의기양양하게 출근하는 박민정을 보더니 질투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박민정의 앞을 가로막았다.“동서, 설마 남준 도련님이 별일 없을 거라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던 거야?”박민정은 최현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그렇다면 왜요?”“동서, 정말 무서운 사람이구나. 그런데 아무리 남준 도련님이 별일 없다고 해도 호산 그룹은 이제 도련님이 어떻게 할 수 없어.”최현아가 말했다.박민정은 최현아의 반응이 조금 웃긴다고 생각하며 말했다.“그래요. 상관없어요. 어차피 저는 그런데 신경 쓰지 않아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최현아를 지나갔다.최현아는 박민정의 태도에 이를 악물었는데 호산 그룹을 나갈 때까지 그녀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그때 한 그림자가 그의 시선을 끌었는데 멀지 않은 나무 아래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이지원이 몸을 사리며 움츠리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최현아는 조금 전의 표정을 지우고 이지원을 향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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