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보면 학부모들이 박민정을 도와줄 것 같지 않았다.박민정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이때 서다희가 또 얘기했다.“하지만 투자해도 소용없을 겁니다. 다 날리게 되어있어요. 며칠 못 버틸 겁니다. 사모님, 혹시 유치원에 친한 학부모가 있으면 절대 투자하지 말라고 말려야 합니다.”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정신을 번쩍 차렸다.“그래요? 확실해요?”서다희가 대답하기 전에 유남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유성혁이 하려는 공동구매는 주요하게 채소나 육류야. 하지만 이런 건 신선하게 저장하기도 힘들고 운비도 많이 들지. 지금 많은 회사들이 유성혁과 경쟁하고 있어. 말이 경쟁이지, 사실은 돈을 써서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을 제공해 시장을 빨리 점해야 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다른 회사들의 시장까지 먹어치울 수 있거든.”그는 흠칫하다가 결국 그의 회사도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을 얘기하지 않았다.채소와 육류는 사람들의 생활과 연관이 된다. 이렇게 큰 시장에서 누가 먼저 우세를 점한다면, 다른 회사들은 거의 희망이 없었다.박민정도 요새 배달을 시킬 때 채소와 육류의 공동구매가 아주 가격이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요새 공동구매가 핫한 모양인데, 신선도를 유지해야하는 이런 것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아요.”박민정은 자기의 생각을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약간 놀랐다. 그는 박민정이 그것까지 알 줄은 몰랐다.“그래. 오래 못가지.”서다희는 깜짝 놀랐다.유남준이 박민정의 말에 동의하다니. 그렇다면 왜 굳이 밑지면서까지 유성혁과 경쟁하는 거지?이 프로젝트에 적지 않은 돈을 썼다. 만약 돈을 벌지 못한다면 그냥 돈을 바닥에 던지는 것과 같다.“예찬이 유치원에서 내일 학부모 위원회의 회장을 선거해요. 나도 참가할 거예요. 서다희 씨, 이 업계에 관한 자료를 분석해서 나한테 줄 수 있어요?”박민정은 아까 서다희가 하는 말을 듣고 그들이 이미 자료 분석을 끝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 자료를 들고 다른 학부모들에게 최현아의 사업
지원 엄마는 약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박민정이 걸어오자 약간 허를 찔린 것처럼 안절부절 못했다.“예찬 엄마, 이렇게 일찍 왔어요?”“네. 오늘 학부모 위원회 회장 선거잖아요. 당연히 일찍 와야죠. 날 투표해준다고 했잖아요.”“당연하죠.”지원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퍼졌폈다.어차피 투표는 무기명이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학교 회의실에 도착한 그들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러다 박민정이 들어오자 다들 갑자기 박민정의 시선을 피하면서 박민정을 못 본 것처럼 했다.박민정은 신경 쓰지 않았다.조금만 기다리면 재밌는 일이 일어날 거니까.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도한 엄마가 다가와 먼저 말을 걸었다.“예찬 엄마, 왔어요?”“네.”박민정이 웃어보였다.도한 엄마도 지원 엄마와 같은 사람인지, 박민정을 알 수 없었다.도한 엄마는 그녀를 끌고 가서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예찬 엄마, 오늘 그냥 선거에 참가하지 마요.”박민정은 도한 엄마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왜요?”도한 엄마는 용기를 내서 말했다.“제가 일찍 와서 들었는데 다들 최현아 씨한테 투표할 거라고 했어요... 아마도 약속한 것 같아요. 만약 경선에 참가한다면...”도한 엄마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박민정이 물었다.“나를 선거하는 사람이 적어서 내가 창피당할까 봐 그래요?”도한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박민정은 그제야 도한 엄마가 진심으로 그녀를 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걱정하지 마요. 창피한 건 괜찮아요. 하지만 경선을 포기하면 그거야 말로 가장 창피한 일이겠죠. 내 아들을 위해서 한번 노력해 볼 거예요.”박민정은 어젯밤 예찬이한테 친구들과 선생님이 여전히 그를 무시하냐고 물었다.예찬이는 선생님이 바뀐 이후로 많이 나아졌지만 친구들은 여전히 그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고 했다.그리고 자기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박민정은 박예찬이 그렇게 말하는게 박민정이 걱정할까 봐서라는 것을 알았다.그렇게 어린 아이가 어떻게 친구들의 무시를 견
이 유치원에서 학부모 위원회의 회장은 전체 학년을 포함한 회장이라 다른 반의 학부모 위원회 멤버도 참석한다.지난번 박민정은 몇몇 사람을 알게 되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다.그들 중에서 집에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최현아에게 비밀리에 협력 제안을 받았었다.이는 도한 엄마가 다른 학부모들이 배신한 것을 전혀 몰랐던 이유이기도 했다. 이제야 우연히 듣게 되었다.그녀 집안은 파산 직전이었기 때문에 최현아가 그녀를 찾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최현아는 돈 없는 집안의 투표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신임 회장 선출이 시작되기 전 최현아는 박민정 앞으로 다가가고는 공개적으로 도발했다.“동서, 장애인이 학부모 위원회 회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그녀는 박민정이 착용한 보청기를 가리키며 말했다.“만약 다른 사람이 발언할 때 보청기가 고장 나면 어쩔 건데? 설마 우리더러 새 보청기를 바꿀 때까지 기다리게 할 건 아니지?”박민정은 그녀의 도발에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반면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도 평온했다.“장애인보다 심보가 고약한 사람이 학부모 위원회 회장이 되는 게 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 학부모 위원회는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데 심보가 고약한 사람은 아이를 해치려고만 할 테니까요. 그렇지 않나요?”“무슨 소리야? 분명 네 아들이 먼저 우리 지훈이를 해쳤잖아!”최현아는 벌컥 역정을 냈다.박민정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도대체 누가 누굴 해치려고 했는지 형님도 잘 알고 있을 텐데요.”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유지훈이 친구를 데리고 윤우 집에 찾아가서 복수를 시도했는데 최현아는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더 부추겼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최현아는 박민정과 더 논쟁하려 했지만 선생님과 원장이 다가와 그녀를 말려 일단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원장이 도착한 후 현장에 있는 학부모 위원회 멤버들에게 작년 아이들의 성장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학부모 위원회 회장을 선출하는 투표를
박민정은 스테이지 위에서 다른 학부모들의 무례한 태도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안녕하세요. 저는 예찬이 엄마, 박민정입니다. 원장님께서 이미 소개해 주셨으니 다시 자기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학부모들은 여전히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며 박민정을 무시했다.도한 엄마는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 해서든 박민정을 막을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지금 박민정은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었으니 말이다.박민정은 이런 상황에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USB를 꺼냈다.“원장님, 혹시 이걸 스크린에 띄워주실 수 있을까요?”원장은 그 말을 들은 후 바로 그녀를 도와 내용을 스크린에 띄우려 했다.거기에 바로 관심이 쏠린 일부 학부모들은 박민정을 비웃기 시작했다.“준비는 철저하게 했네. PPT라도 보여줄 건가 봐?”“준비를 그렇게 철저하게 하면 뭐해? 회장이 되려면 PPT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걸로는 부족할 텐데.”“나도 저렇게 돈이 많았으면 이 고생을 하지 않았지. 아들을 아예 다른 학교로 보냈을 거야.”최현아는 주변 학부모들이 박민정을 비웃는 걸 보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박민정도 참 멍청하네. 일반 학교라면 학부모 위원회 회장은 도움이 되기 위해 다양한 능력을 갖추어야 하겠지만 여기는 일반 학교가 아니라고. 내가 회장이 되면 이런 일을 하나 똑똑히 봐. 난 회장의 권력만 누릴 거라고.’다들 박민정이 어떻게 망신을 당할지 기대하고 있을 때 스크린에 USB 내용이 떴다. PPT가 아닌 재무제표였다.“이게 뭐야?”누군가 재무제표에 적힌 법인이 유성혁인 걸 발견했다.“유성혁 씨 회사 재무제표인 것 같은데요?”누군가가 말했다.최현아는 순간 당황했다.박민정은 천천히 재무제표를 확대했는데 특별히 손실 부분을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해 유성혁의 회사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모든 사람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했다.“박민정, 지금 뭐 하는 거야?”최현아가 정신을 차리고는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물었다.박민정은 그녀의 말을 들
최현아의 말을 들은 학부모들은 안심한 듯 보여 박민정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투표가 끝난 후 예상대로 최현아가 회장으로 당선되었다.하지만 뜻밖에도 박민정에게 상당한 표가 들어왔는데 전체 인원의 4분의 1이나 되었다.박민정도 약간 놀랐다.이때 학부모 중에서 단정하고 세련된 한 여인이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는 모습을 발견했다.회의가 끝난 후, 그 여인은 박민정에게 다가갔다.“예찬 엄마, 고마워요.”“고맙다고요?”박민정은 어리둥절했다.그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성훈 엄마 기억해요?”성훈 엄마라는 말에 박민정은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예찬이가 사람을 때렸다며 선생님이 학교에 오라고 했었다.성훈은 맞은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성훈 엄마는 특히 눈에 띄는 몸매를 가졌는데 불륜녀인 듯했다.박민정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지원 엄마가 준 자료 덕분이었다.화끈한 성격의 모델인 그녀는 남편의 전처를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또 그 전처가 화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당연히 기억하죠.”박민정이 대답했다.“그런데 누구시죠?”“성훈이 아빠 전처예요.”그 여인이 나지막이 대답했다.박민정은 깜짝 놀랐다.눈앞의 여인은 몸매가 성훈 엄마보다 좋지 못하겠지만 얼굴이나 분위기는 성훈 엄마보다 훨씬 우월했다.여인이 계속 말했다.“저는 손연서라고 합니다.”박민정은 그녀를 전혀 몰랐다. 왜냐하면 그녀는 최현아가 주최하는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지원 엄마도 손연서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었다.“고마워요. 민정 씨가 아니었다면 저는 하루도 평온한 날을 보낼 수 없었을 거예요. 이곳에 나타날 일은 더더욱 없었겠죠.”손연서가 말하면서 또 설명했다.“지금은 성훈 엄마로서 투표에 참여한 거예요.”“그러시구나.”박민정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저도 고마워요. 덕분에 제가 그렇게 창피하게 지지 않았네요.”박민정은 오늘 몇 표나 받을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뜻밖에도 4분의 1이나 되는 표를 얻게 되어 전혀 창피해하지
유지훈은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화가 나서 손을 들어 박예찬을 때리려 했다.박예찬이 차가운 시선을 보이자 유지훈은 바로 손을 내리고는 씁쓸하게 자리를 떴다.싸워서 이길 수도 없고, 말로도 이길 수 없다는 느낌에 유지훈은 자괴감이 들었다.두 사람의 관계는 꽤 좋았었는데 이제 이렇게 어색해져 유지훈은 조금 후회가 되었다.하원해서 집에 돌아온 유지훈은 우울한 얼굴을 한 채 소파에 엎드렸다.최현아는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아들, 왜 그래?”“엄마, 예찬이한테 사과하고 싶어요.”유지훈은 윤우를 미워할 뿐이지, 그의 형인 예찬이는 싫어하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최현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네가 왜 사과해? 넌 내 아들이야. 그런데 왜 그런 쓰레기 같은 자식에게 사과해야 해?”유지훈은 벌컥 화를 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더는 사과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최현아가 또 그를 설득했다.“지훈아, 그 두 쓰레기 같은 자식과는 친구가 될 수 없어.”“다 같은 유씨 가문 사람이잖아. 네 아빠는 이미 유남준과 유남우에게 눌려 기를 못 펴고 있어. 너도 커서 그렇게 되고 싶어?”유지훈이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 저는 유앤케이 그룹의 대표가 될 거예요.”최현아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렇지. 그래야 내 아들이지. 절대 아빠처럼 남의 뒤치다꺼리나 하면 안 돼.”“네.”유지훈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노력할게요.”“좋아. 저녁 먹고 공부하러 가렴.”최현아는 유지훈의 성적이 박예찬보다 더 좋게 하기 위해 그에게 개인 과외를 붙여 매일 밤 10시까지 공부를 시켰다.자기 아들이 그 어떤 면에서도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유지훈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유성혁이 기운 없이 집에 돌아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여보, 오늘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요?”최현아가 물었다.유성혁이 소파에 털썩 앉고는 머리를 문지르더니 낙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망했어.”“뭐가 망했어요?
박민정도 아침에 일어나 최현아가 보낸 문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최현아는 남을 탓하는 데 능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모두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 성인이라 돈을 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단톡방은 잠시 조용해졌고 최현아에게 따지는 사람도 더는 없었다.그들의 아이들은 최현아의 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고, 또 그들은 같은 진주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최현아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돈을 이렇게 날리는 건 그들도 용납할 수 없었다.이때 그들은 박민정을 떠올렸다. 하나같이 그녀에게 사과 문자를 보내면서 내년 학부모 위원회 회장 선거에서 반드시 박민정을 회장으로 뽑겠다고 약속했다.박민정은 그들의 문자를 보고도 답장하지 않았다.도한 엄마도 문자를 보내왔다.“예찬 엄마, 단톡방 문자 봤어요? 지금 배신한 사람들이 모두 후회하고 있겠죠?”박민정은 도한 엄마가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문자를 보냈는지 캡처를 보내주었다.도한 엄마는 엄지척을 내민 이모티콘을 보냈다.박민정은 휴대폰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지금 바로 문자를 보내온 학부모들에게 답장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선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유남준이 소파에 앉아 평소 잘 보지도 않던 TV를 켜놓은 것을 발견했다.TV에서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박민정이 자세히 보니 광고에 나오고 있는 연예인이 바로 에리였다.에리는 햇살처럼 밝은 얼굴로 아프리카 땅 위에 서 있었고 주변에는 흑인 미녀들로 둘러싸여 있었다.하지만 에리는 매우 허약해 보였다. 그리고 멘트도 꽤나 충격적이었다.“몸이 허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박민정은 그제야 이게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광고라는 것을 알아챘다.박민정은 비록 연예인이 아니었지만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에리는 젊은 아이돌 스타로서 이런 광고를 찍었으니 여성 팬이 많이 떠날 것이고, 또 많은
박민정은 밖에 나와 에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그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민정 씨, 내 신곡 들어봤어?”에리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박민정은 그의 기쁜 마음을 망치고 싶지 않아 광고를 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아니. 신곡 나왔어?”“응. 빨리 들어봐. 그리고 어떤지 말해줘.”에리는 친구에게 맛있는 것을 나눠주는 어린아이처럼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을 보였다.“알겠어.”박민정은 전화를 끊고 먼저 노래를 들어보기로 했다.음악 플랫폼을 연 그녀는 에리의 이름을 검색하지 않아도 바로 신곡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벌써 인기 차트 2위에 올라와 있었고, 곧 1위에 오를 기세였다.박민정은 노래를 재생했다. 에리의 목소리는 맑고 풍부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공익 광고의 배경음악이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전달했다.뮤직비디오도 있었는데 에리가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몇몇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박민정은 노래를 끝까지 듣고 뮤직비디오도 끝까지 다 봤다. 에리가 아프리카에 가서 그런 광고를 찍은 것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같은 시각, 인터넷에서는 에리가 가난한 지역을 돕기 위해 이미지를 신경 쓰지도 않고 그 광고를 찍은 기사가 점점 실검 1위로 올라가고 있었다.많은 팬들이 댓글을 남겼다.[역시, 우리 오빠야. 진짜 멋져. 가난한 지역을 돕기 위해 이미지도 신경 쓰지 않다니.][에리의 노래도 잘하고 사람도 정말 멋지네.][신곡도 엄청 좋던데.][그것뿐이야? 얼굴도 엄청 잘생겼잖아. ㅋㅋㅋㅋ]에리의 팬은 줄어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었다.에리가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이상한 광고를 찍었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이 공익 광고를 위한 노래는 가족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노래는 한 어머니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다는 내용이었다.박민정이 다시 에리에게 전화하고는 축하를 건넸다.“축하해. 곧
아직 어린아이인데 일찍 철이 든 박예찬을 보고 박민정은 고마우면서도 괜스레 마음이 아팠다.“바보야. 넌 아직 어려서 엄마 아빠가 지켜주면 돼.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먼저 우리한테 말해줘야 해, 알겠지?”박예찬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박민정은 그에게 몇 가지 더 당부해 주고 나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이때, 박윤우가 방안에 들어오면서 박예찬에게 다가왔다.“형은 대체 어떻게 그 나쁜 놈을 잡은 거야?”박윤우가 궁금증을 못 참고 그에게 묻자 박예찬은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대박!”박윤우는 손뼉까지 치며 그를 칭찬하다가 다시 물었다.“그런데 엄마와 저 쓰레기 아빠는 이제 그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 거래?”“몰라. 그런데...”박예찬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에는 그 범인이 이제 나를 해칠 마음이 없는 것 같아.”오늘 다시 만난 정호철의 눈빛은 예전처럼 살기가 돋쳐있지 않았고 오히려 정수미가 자신을 바라보던 것처럼 따듯함이 느껴졌다.“만약 그 사람이 정수미, 그 늙은 여우 쪽의 사람이라면 아마 우리를 해치지 않을 거야. 그런데 만약 윤소현 쪽의 사람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박윤우가 세밀하게 분석했다.“네 말이 맞아. 그러니까 우리도 경계심을 높이고 조심해야 해.”“알겠어.”말하다가 박윤우는 문득 박예찬의 컴퓨터를 보며 물었다.“형, 지금 뭐 해?”박예찬은 그제야 막고 있던 손을 걷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그저 지엔 그룹의 지도를 보고 있었어.”박윤우는 컴퓨터 화면에 빽빽이 들어차 있는 자료를 본 순간 머리가 아파졌다.“보고 있으니 벌써 눈이 침침하네. 난 그만 노래나 들으면서 그림이나 그려야겠다.”박윤우는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다.박예찬도 별말 없이 계속 자기 일을 해 나가고 있는데 유지훈이 갑자기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박예찬이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화면에는 그의 작은 얼굴이 나타났다.“예찬아, 집에서 뭐 하고 있어?”“무슨 일이야?”박예
박예찬은 최근에 계속 박씨 가문 옛 저택에서 지냈다.그는 경계심도 높고 눈치도 빨랐는데 요즘 따라 누군가가 계속 자신을 미행하는 것 같았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하여 이날 박예찬은 돌아오는 길에 정민기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일부러 구석으로 들어갔다가 뒤따라오는 범인을 잡을 속셈이었다.박예찬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뒤 어느 구석에 숨었다.이때, 그의 뒤를 따르던 정호철은 앞에 길도 없고 박예찬도 보이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져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어디로 갔지?”이때 눈앞에 한 무리의 사람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그를 에워쌌다.박예찬도 쓰레기통 뒤에 숨었다가 그제야 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당신이었군요.”그때 자신을 납치했던 사람이다.정호철은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아챘다.정민기는 재빨리 그를 제압했고 다시 박예찬에게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예찬아, 괜찮아?”박예찬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괜찮아요. 아저씨, 감사합니다.”말을 마친 뒤 손가락으로 정호철을 가리켰다.“저 사람이 그때 저를 납치했던 범인이에요.”그의 말에 정민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래. 알겠어. 바로 민정 씨랑 대표님한테 보고할게.”“네.”박예찬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정호철에게 다가가 물었다.“왜 저를 계속 미행했나요? 또 납치하려고요?”정호철은 자기 다리 길이보다도 작은 아이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에 그만 기가 눌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난 그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는 정수미의 건강 상태가 날로 악화하고 있고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동시에 박예찬이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몰래 뒤에서 보호해 주고 있었다.그의 말에 박예찬이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사과요?”“그래.”정호철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박예찬은 쉽게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그렇게 정민기와 몇 명의 보디가드는 그를 차에 태우고 저택으로 향했다.박민정과 유남준은 집에
“전 괜찮아요.”“정말 다행이다.”정수미는 수화기에 대고 말하다가 문득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도 큰 문제가 없대. 그저 저혈당으로 쓰러진 거래.”박민정은 이 말을 왜 지금 자신에게 하는지 몰랐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답해줬다.“네, 그러면 다행이네요.”“내일부터 다시 내가 아침밥 가져다줄게.”“그럴 필요 없어요.”박민정은 단번에 거절했다.또다시 자신 때문에 정수미가 쓰러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고 괜히 윤소현의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뺨 맞는 일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정수미는 그녀의 단호함에 가슴이 답답했지만 뭐라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다른 일 없으면 이만 전화 끊을게요.”“잠깐만. 그러면 내가 언제든지 너 보러 가도 돼?”정수미가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아니요.”박민정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정수미는 한참이나 이미 끊긴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나에 대해 생각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비서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오늘 윤소현이 박민정의 뺨을 때린 일을 그녀에게 말해줬다.“뭐?”정수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되물었다.“그런데 왜 안 말렸어?”“말릴 새도 없이 큰 아가씨가 먼저 손을 댔습니다.”비서는 한껏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정수미는 이대로 병원에 누워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는 그대로 별장에 돌아갔다.윤소현은 한창 친구들을 불러 수다를 떨고 있었고 정수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얼굴로 그녀만 밖으로 불러냈다.“엄마, 왜 벌써 퇴원하셨어요?”윤소현이 걱정하는 척 묻자 정수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누가 너한테 민정이를 때려도 된다고 했어?”순간 윤소현은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는데 분명 박민정이 그새 고자질했다고 생각했다.“엄마, 저는 단지 엄마가 너무 걱정돼서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간 거예요. 혹시 민정이가 말해줬어요? 엄마가 걱정되는 것보다 자기가 맞은 게 더 억울했나 보네요.”윤소현의 말에 정수미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박민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정수미는 윤소현더러 그녀를 잡으라고 했지만 윤소현은 그러기 싫었다.“엄마, 너무 편애가 심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몸도 안 좋은 사람이 매일 일찍 일어나 민정이네 회사 사람한테도 아침밥 해서 가져다주니까 쓰러지죠. 전 싫어요.”“소현아, 넌 모르겠지만 방금 민정이가 아니었으면 난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을 꺼야.”정수미는 정신을 잃기 전까지 자기 몸 아래에 박민정이 깔려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또한 그녀가 기꺼이 몸을 던져 자신을 구해줬다는 것도 알고 있다.하여 이 일을 윤소현에게 말해줬지만 그녀는 이 말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친딸인데 당연히 그랬어야죠. 만약 똑같은 상황이었으면 저도 엄마한테 달려갔을 거예요.”정수미는 윤소현의 단호한 말에도 이상하게 믿고 싶지 않았다.“너도 그만 가봐. 혼자 좀 쉬어야겠다.”윤소현도 마침 병원에 있기 싫었던 참에 그녀는 냉큼 답했다.“네, 그럼 이만 가볼게요.”비서는 윤소현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정수미는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신신당부했다.“사람 보내서 민정이는 괜찮은지 알아봐. 몸도 성치 않은데 괜히 나 때문에 더 나빠지면 안 되니까.”“네.”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참아왔던 말을 토해냈다.“정 대표님, 전 그래도 둘째 아가씨가 좋아요. 큰 아가씨는 그저 빈말만 하시는 것 같거든요.”박민정은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던져 정수미를 구해줬지만 윤소현은 그저 말만 하다가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갔다.정수미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한껏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나도 알아. 민정이는 모든 면에서 소현이보다 뛰어나지만 소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내 손에서 자랐잖아. 그 애가 지금 이렇게 변한 건 내 책임도 커.”...박민정은 병실에서 나온 뒤 의사를 찾아가 간단하게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진서연은 그녀를 보자 마자 냉큼 달려와 물었다.“보스, 괜찮아요?”그녀는 박민정의 몸을 이
그러자 비서가 달려와 그녀를 말렸다.“큰 아가씨, 정 대표님께서 먼저 둘째 아가씨한테 직접 요리해 주고 싶다고 했어요. 둘째 아가씨만 탓할 게 아닌 것 같습니다.”“그럼 누구를 탓해야 하는데? 거절할 줄도 몰라? 엄마는 원래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았잖아!”윤소현은 일부러 더 크게 화를 냈다.“난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엄마한테 저런 일을 시켜본 적이 없어.”비서도 그녀가 정수미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더는 말릴 수 없었다.박민정은 그제야 자신이 맞은 이유를 알고 윤소현의 손을 놨다.“저도 말렸는데 정 대표님께서 계속 오셨어요. 그리고 방금 제가 맞은 건 그냥 넘어가겠지만 다음번에는 참지 않을 겁니다.”윤소현은 날카로운 그녀의 눈빛에 살짝 겁을 먹었다.하여 더 때리는 건 무리인 것 같아 수술실 문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엄마, 제발 일어나요. 이대로 가면 저는 어떡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정수미가 빨리 죽기를 바라고 있다.그리고 며칠 전에 윤소현은 이미 유언장에도 손을 댔기에 정수미가 죽고 장 변호사까지 처리하기만 하면 장씨 가문의 모든 재산은 다 그녀의 것으로 된다.그러나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다.한 시간 뒤, 수술실의 문이 열리면서 의사가 걸어 나오자 윤소현이 빠르게 달려가 물었다.“의사 선생님, 저희 엄마는 괜찮나요?”의사가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고 윤소현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간신히 참았다.그러다가 의사가 겨우 입을 뗐다.“지금은 맥박이 돌아왔지만 환자분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혹시 예전에 큰 병을 앓았었나요?”의사의 말에 윤소현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다행히 모두가 지금 정수미한테에 집중되어 있어 그녀의 표정 변화는 보지 못했다.박민정은 정수미가 살았다는 소식에 그제야 마음이 살짝 놓이는 것 같았다.비서는 의사에게 정수미가 지금까지 앓던 병을 모두 알려줬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수미는 수술실에서 밀려 나왔는데 문 어구에서 두
다만 정수미는 최근에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오전 10시가 넘으니 그녀는 더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소파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다.“혹시 저희한테 매일 음식을 가져다주랴, 회사도 관리하랴, 그러면서 몸이 힘들어진 게 아닐까요?”진서연이 걱정스레 물었다.박민정도 마침 걱정되었던 일이라 정수미가 깨나자마자 그녀에게 말했다.“정 대표님, 이제 매일 오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끼리 밥 먹을 수 있잖아요.”그녀의 말에 정수미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민정아, 혹시 내가 뭘 잘못했어?”그러자 박민정은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단지...”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망설이던 찰나에 진서연이 먼저 말했다.“어떤 마음으로 저희한테 매일 음식을 가져다주는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마음만 받을게요. 정 대표님께서 하루가 다르게 안색이 안 좋아지는 걸 보면 분명 많이 피곤할 텐데 돌아가서 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거든요.”진서연의 말에 정수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전 괜찮아요. 몸은 안 힘든데 아마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봐요.”“안 돼요.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일부러 단호하게 말했다.그러자 정수미는 한껏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민정아...”“그만 돌아가서 쉬어요.”아무리 정수미가 자기 친어머니가 아니더라도 노인이 쉬지도 않고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서 매일 배달해 주는 모습을 더는 원치 않았다.정수미는 그녀의 단호한 말투에도 자신에 대한 걱정이 담겨있는 것 같아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래. 그러면 오늘에는 일단 돌아가서 쉬겠는데 괜찮아지면 꼭 다시 올 거야.”말을 마친 뒤 가려고 일어섰는데 몇 걸음 못 가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면서 앞으로 몸이 쏠리게 되었다.깜짝 놀란 박민정은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달려갔고 정수미는 다행히 박민정의 몸 위로 떨어지면서 두 사람이 같이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진서연이 빠르게
정수미는 자신에게 직접 가져다준 우유 한 잔을 보더니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우리 딸, 고마워.”말을 마친 뒤 그녀는 단번에 우유를 다 마셔버렸다.윤소현은 그 모습을 차가운 얼굴로 지켜보다가 컵을 건네받고는 깨끗이 씻어놓았다.“엄마, 제가 재료 손질하는 거라도 도와줄까요?”마침 혼자 하기에는 양이 많다고 생각했던 정수미는 선뜻 그러라고 했다.“그래 주면 고맙지.”말을 마친 뒤 그녀는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아 소파에 앉아 쉬게 되었다.이상하게 최근부터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았고 시도 때도 없이 졸렸다.윤소현은 그녀가 주방에서 나가자마자 대충 정리해 주는 척하다가 결국에는 도우미에게 맡겼다.한밤중이 되어서야 정수미는 갑자기 잠에서 깼는데 무심결에 자기 코가 축축해져 있는 걸 발견했다.이때 도우미가 급히 다가오더니 그녀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소리쳤다.“사모님, 코피 나요!”정수미는 티슈 한 장을 뽑아 닦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괜찮아.”그러다가 살짝 피곤한 얼굴로 주방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재료들은 다 정리되었어?”도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큰 아가씨가 아주 깔끔하게 정리하셨어요.”이 말은 윤소현이 시켰다.그러나 정수미는 도우미의 말에 깊이 감동했다.“내가 민정이한테 진 빚을 소현이한테 떠넘기면 안 되는데.”그리고 갑자기 기침하기 시작했다.이대로는 절대로 잘 수 없을 것 같아 아예 일어나서 아침밥을 만들기 시작했다.그리고 오늘에는 특별히 윤소현에게 전복죽을 끓여줬으나 그녀는 깨나자마자 죽을 보고 차갑게 한마디 했다.“식어서 안 먹을래.”그리고 도우미더러 몽땅 버리라고 했다....정수미는 오늘 아침밥을 많이 해뒀기에 두 어린이에게도 도시락을 하나씩 가져다줬다.“고맙습니다. 그런데 전 필요 없어요.”박예찬은 공손하게 인사라도 했지만 박윤우는 한껏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런 쓰레기 같은 음식은 안 먹을래요.”정수미는 너무 속상했지만 그래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
박민정은 자기 그릇에 가지런히 담긴 하트 모양의 계란 후라이를 보고 마치 바늘로 심장을 찌르듯 아파져 왔다.자신도 예전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줬던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한수민이었다.그러나 매번 돌아온 건 차가운 말들뿐이었다.“겨우 계란 하나로 참 별짓도 많이 하네. 그리고 넌 박씨 가문의 큰딸이지 도우미가 아니야. 창피해 죽겠네.”그 후로부터 박민정은 자신의 노력을 몰라주는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하여 자신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정수미를 보고 있자니 또다시 그때의 일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심란해졌다.“민정아, 왜 안 먹어? 맛없어? 네가 먹고 싶은 음식을 나한테 알려주면 내가 배워볼게.”정수미는 한껏 다정하게 말했다.그 모습에 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먹을게요.”거액의 자산과 정수미가 직접 한 음식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그녀는 당연히 덜 부담스러운 음식을 선택할 것이다. 또한 처음으로 엄마의 사랑이 뭔지 느낄 수 있었다.박민정이 말없이 자신이 한 요리를 먹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정수미는 그제야 젓가락을 들고 같이 먹기 시작했다.그렇게 박민정은 자기 밥을 깨끗이 비웠다.“더 먹지 않을래? 여기 더 있어.”정수미는 그릇에 남은 음식을 그녀 쪽으로 밀어주며 말했다.박민정은 이미 배불렀지만 성의를 봐서 몇 젓가락 더 먹은 뒤 답했다.“배불러요.”오늘 정수미는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분도 좋은 것 같았다.하여 활짝 웃으며 그들에게 물었다.“내일에는 뭐 해줄까요? 메뉴를 말해주면 제가 배워볼게요.”진서연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빠르게 답했다. “전 닭강정이랑 탕수육 먹고 싶어요!”민수아도 뒤질세라 그녀에게 말했다.“저는 게 요리 먹고 싶어요. 어떻게 해주셔도 다 좋아요.”매일 먹는 배달 음식은 진작에 질려버렸다.정수미의 요리 실력은 거의 호텔 셰프급이였는데 맛있는 건 물론이고 건강하게 느껴졌다.두 사람의 대답을 듣고 정수미는 신나
박민정이 사라졌을 무렵 유남준은 정수미와의 모든 협력을 거절했는데 이는 오로지 박민정에게 자신이 화났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하여 처음에 박민정이 찾아와서 자신이 친딸이란 사실을 확인해 줬을 때까지도 정수미는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엄마의 사랑을 돌려주려고 하니 유남준이 분명 기회를 줄 것 같지 않았다.그런데도 정수미는 갖은 방법을 이용해서 PMJ 그룹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상업적 위험을 제거해 주려 했다.오늘 유남준이 없으니 진서연은 어쩔 수 없이 박민정더러 가보라고 했다.회의실 안.정수미는 떨리는 마음으로 박민정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민정아.”“정 대표님, 안녕하세요.”자신보다 한껏 덤덤한 얼굴의 박민정을 보고 정수미는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자를 당겨주며 앉으라고 했다.“민정아, 나 PMJ 그룹에 투자하고 싶어.”박민정은 아직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되자 이따 저녁에 유남준의 견해는 어떤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그러자 정수미가 재빨리 필기하고 있는 그녀를 말렸다.“적을 필요 없어.”“무슨 뜻이에요?”박민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에게 되묻자 정수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손에 지금 적지 않은 자금이 있는데 다 너한테 줄게.”그녀의 말에 박민정은 재빨리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답했다.“괜찮습니다.”“그리 급하게 거절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정수미는 점점 마음이 조급해졌고 또 자기도 모르게 박민정을 화나게 할까 봐 매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나도 지금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고 지난번에는 내가 말실수했어. 나도 네가 내 돈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걸 잘 알아.”이 사실을 진작에 알아야 했다. 만약 박민정이 진짜 돈 욕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박씨 가문의 재산을 전부 남동생 박민호에게 넘겨주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박민정은 다시 단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