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을 마치고 박윤우의 방으로 들어간 박민정은 이불 커버가 바뀐 걸 발견했다.“윤우야, 침대 시트랑 이불 커버 네가 바꾼 거야?”“아저씨가 도와줬어.”“그러면 더러워진 이불 커버는?”“아저씨가 더러워진 이불 커버는 버려도 된다고 했어.”“...”박민정은 허리를 숙이고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앞으로 이불 커버가 더러워지면 엄마한테 얘기해. 엄마가 바꿔줄게. 더러워져도 버리지는 마. 깨끗이 씻으면 계속 쓸 수 있으니까. 이 세상에는 이불 커버조차 없는 사람이 아주 많으니까 말이야.”“나도 아저씨한테 그렇게 얘기했어.”박윤우는 진지하게 대답했다.박민정은 그 말을 듣더니 유남준과 대화를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비벽이 심한 그의 모습이 박윤우에게 영향을 줄까 봐 걱정되었다.“그래, 알겠어. 일찍 쉬어.”박민정은 박윤우의 이마에 뽀뽀했다.떠나기 직전 박윤우는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아저씨는 좋은 마음으로 나 도와주려고 이불 커버 바꿔준 거야. 그러니까 화내지 마, 엄마. 아저씨를 혼내면 안 돼.”박윤우는 유남준을 팔았다는 사실에 조금 찔려서 처음으로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방에서 나간 뒤 박민정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그녀는 박윤우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유남준은 도와주려고 그런 것일 테니 그를 책망할 생각은 없었다.세수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가서 쉬려는데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민정 씨, 인터넷에서 떠도는 사진들 다 봤죠? 남준 오빠 나한테 언제 돌려줄 거예요? 남준 오빠는 민정 씨를 사랑하지 않아요. 기억을 되찾는다면 절대 민정 씨랑 계속 만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이지원이었다.박민정은 대답하지 않았고 곧 이지원에게서 또 문자가 도착했다.[민정 씨한테 아이가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이혼하지도 않았으면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민정 씨가 나보다 더 더럽지 않아요? 오빠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절대 민정 씨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박민정은 차갑게 웃으며 답장을 보
박민정은 사양하지 않고 그의 팔뚝을 콱 깨물었다.별로 힘을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팠다. 유남준은 그녀의 등을 살살 토닥였다.“내가 꿈속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박민정은 천천히 입에 힘을 풀었다. 조금 목이 메었다.“아이를 지우라고 했어요.”“바보야,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비록 박민정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두 아이가 그의 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지만, 유남준은 자신의 아이라고 확신했다.그런데 어떻게 박민정에게 그들의 아이를 지우라고 할 수 있겠는가?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유남준 씨, 지금 나랑 약속해요. 기억을 되찾아도 절대 아이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고요. 예찬이랑 윤우도 포함이에요.”“그래, 약속할게. 절대 아이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게.”유남준은 이미 기억을 되찾았다고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그렇게 얘기했다가 박민정이 떠나겠다고 하면 어쩐단 말인가?박민정은 기억을 잃고 시력을 잃은 그를 애잔하게 여겨서 이곳에 남아있는 것일 텐데 말이다.유남준의 약속을 얻어낸 박민정은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여 그의 품에 안긴 채로 다시 잠이 들었다....반대로 이지원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박민정이 보낸 답장을 보면서 술로 헛헛한 속을 달랬다.그녀의 친구 하예솔이 그녀를 찾아왔다. 바닥을 가득 채운 술병을 본 그녀는 걱정스레 말했다.“지원아,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이지원은 하예솔이 찾아오자 곧바로 그녀를 안았다.“예솔아, 나 어떡해? 남준 오빠 이제 나 안 좋아해. 아무도 날 안 좋아해.”유남준과 김인우는 그녀를 무시했다. 그리고 유남우는 너무 위험했다. 그녀는 반드시 돈도 많고 권력도 있는 새로운 남자를 찾아야 했다.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유남준도 파티에 초대를 받아서 갈지도 모른다고 한 유남우의 말 때문이었다.그러나 유남우는 그녀에게 초대장을 주지 않고 그녀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다.유남우는 초대장조차 얻지 못하는 그녀에게 시간을 허비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하예솔은 마
사업 제국을 재건하고 싶었던 유남준은 다른 사업가들과 교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비즈니스 파티는 단순히 술만 마시는 자리가 아니었다.“네, 그럼 제가 더 많은 사람들을 보내고 함께 동행하겠습니다.”서다희가 말했다.권씨 가문 어르신들은 과거 유남준에게 손을 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유남우를 유남준으로 착각했었다.유남준은 원래도 몸이 약했던 데다 심각한 부상을 당한 후 치료를 위해 해외로 보내졌다.이후 유남준은 유앤케이 그룹을 점차 확장했고, 권씨 가문의 윗세대들은 그에 의해 하나둘씩 제거돼 이제 남은 것은 무능한 사람들뿐이었다.권해신은 살기 위해 유남준에게 무릎까지 꿇은 적이 있었다.유남준이 모두를 죽이지 않은 것은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진주의 다른 가문에서도 두려움에 똘똘 뭉칠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옛말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하지 않았나.“그래.” 유남준이 대답하자 뭔가 떠오른 서다희가 다시 물었다.“다들 여자 파트너가 있는데 사모님 모셔 올까요?”그는 과거 박민정이 외부 행사에 자신을 데려가지 않는 유남준에게 화를 냈던 게 떠올랐다.지금이 바로 그것을 만회할 수 있는 적기였다.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도 침묵하다가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필요 없어.”서다희는 조금 당황했다.“왜요, 지금이 사모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은데요.”“내가 지금 파티에 나타나면 상류층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것 같아?”유남준의 질문에 서다희는 멈칫했다. 유남준이 이제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간과했다.“분명 수군거릴 거야. 민정이 데려가면 같이 그 이상한 시선을 받겠지.”유남준이 말했다.지금껏 서다희는 앞을 못 보는데도 침착하고 차분한 상사의 모습에 그가 자신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가 자신이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다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빠르게 이성을 되찾고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잘 살아갈 뿐이었다.“맞습니다. 제가 미처 그 생각
시즌 호텔에서 진행된 파티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김인우가 박예찬을 데리고 나온 건 아이에게 일찌감치 사업가들을 만나게 해줘야 한다는 김훈의 말 때문이었다.김인우는 자신의 다리 보다도 짧은 꼬맹이를 바라보았다.“자식, 이따가 아빠라고 불러 알았어? 삼촌이라고 하지 말고.”박예찬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뭐라고 부르라고요?”“아빠.”“오냐.”“...”유남준을 쏙 빼닮은 박예찬을 바라보며 그는 아이의 엉덩이를 때렸다.꼬맹이, 아직 어릴 때 때려야지.왠지 모르겠지만 예찬이를 때리는 순간 동년을 되찾은 기분이었다.어렸을 때 툭하면 유남준에게 맞았었는데…엉덩이를 맞은 박예찬은 얼굴을 붉히며 곧바로 김인우를 외면했다.김인우는 아이를 데리고 대충 사람들에게 인사시킨 후 구석에 앉아 술을 마셨다. 그는 이런 가식이 넘쳐나는 자리가 싫었다.그에게 잘 보이려고 다가온 사람들도 짜증스럽게 쫓아냈다.어린 예찬이는 그를 따라다니다가 문득 가녀린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건 이지원, 그 나쁜 아줌마인데?“삼촌,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혼자 가.” 김인우가 말하자 박예찬은 눈을 흘겼다.이 남자가 애를 어떻게 챙기는 거야. 난 이제 겨우 네 살인데 납치라도 되면 어쩌려고?박예찬은 혼자 나갔고 김인우는 걱정하지 않았다.예찬이는 똑똑했기에 잃어버릴 일이 없었으니까.하지만 그는 잠깐의 방심이 곧 엄청난 후회를 몰고 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파티에 막 도착한 이지원은 김인우를 발견했고, 유남우가 장담했음에도 여전히 겁에 질려 일부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었다.하예솔의 약혼자이자 권씨 가의 셋째 아들 권유진은 이지원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이지원 씨, 오랜만이네요.”이지원은 권유진을 보자 여린 모습으로 매혹적인 눈빛을 보냈다.“권유진 씨, 오랜만이네요.”눈앞에 있는 남자가 친구의 약혼자라는 사실도 있었나.여자에 대해 잘 아는 권유진은 이지원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대화를 나눴다
파티에는 유남우도 있었고, 그의 옆에는 정수미가 서 있었다.“남우야, 협업은 잠시 보류하자. 넌 아직 어려서 미처 생각지 못할 수도 있어. 조금 더 경험을 쌓으면 그때 다시 협업해.”정수미의 의도는 분명했다. 생각지 못한 부분이란 그녀의 딸인 윤소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유남우도 말뜻을 알아차리고 여전히 온화한 표정으로 정수미를 배웅했다.그때 권해신이 그에게 다가왔다.“남우야, 정말 좋은 사돈을 만났네. 윤씨 집안이 평범하긴 해도 윤소현 어머니는 보이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지.”유남우는 미소만 지을 뿐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두 사람이 이쪽에서 얘기를 나누자 반대편에 있던 서다희가 이를 알아차리고 유남준에게 조용히 알렸다.“대표님, 둘째 도련님과 권해신이 함께 있습니다.”유씨 가문과 권씨 가문은 숙명의 라이벌이고 권해신은 유남준을 무척 증오했다.어쩐지 요즘 들어 유남우의 움직임이 수상했다.“사람 보내 지켜보게 해.”“네.”유남준은 전에 협력했던 사람들 중 누가 진심이고 누가 가식이었는지 구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었다.예전에 그가 챙겨주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여전히 유남우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이지원은 이미 유남준을 발견했고 그를 보자마자 유남우가 지시한 걸 떠올리며 손에 든 와인잔을 꽉 쥐었다.동시에 유남우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밤은 당신한테 달렸어요.”“좋아요.”유남우는 전화를 끊은 후 권해신에게 말했다.“유남준 옆에 있는 서다희 보통 사람 아니니까 잘 지켜봐.”권해신은 피식 웃었다.“걱정 마. 연회 음식에 한 번이라도 손이 닿았으면 꼼짝없이 걸린 거니까. 게다가 우린 다른 것도 준비하지 않았어?”권해신은 이런 수작에 도가 텄다.그는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모든 이들을 죽여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배짱이 부족해 이렇듯 비열한 수작만 부리는 것이었다.권해신은 의아했다. “남우야, 그냥 바로 죽이면 유씨 가문은 네 것이 되잖아.”그도 자신의 둘째 동생을 죽였다.유남우의 얼굴이
아이가 남의 손에 있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정수미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윤우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한 박민정은 아이를 남자 화장실 문 앞까지 데려다준 뒤 밖에서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키 큰 남자 몇 명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마침 화장실 안에 있던 박예찬도 시간이 지나자 중년 남자도 갔을 거라 생각하며 밖으로 나오는데 남자 세 명과 딱 마주쳤다.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한 명이 약에 젖은 천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박예찬은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남자들은 검은 외투를 벗어 그를 감싸안은 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은 다음 나오려던 윤우는 예찬이를 데리러 온 김인우에게 붙잡혔다.“이 자식아, 무슨 화장실에 한 시간 넘게 있어. 빠진 줄 알았잖아.”그는 박윤우가 입은 평범한 옷을 보고 이상한 듯 물었다.“왜 옷까지 갈아입었어? “이 옷은 어디서 난 거야, 너무 유치한데.”박윤우는 눈앞에 다소 취한 듯 멍청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사람 잘못 보셨어요.”김인우는 당황했다.“뭐?”“전 윤우예요, 예찬이가 아니라.”박윤우는 눈을 흘길 뻔했다. 자신과 형이 얼마나 다른데, 그것도 알아보지 못하다니.“내 옷 안 놔주면 소리 지를 거예요.”박윤우는 그가 손을 놓지 않자 계속해서 말했다.김인우가 자세히 보니 예찬이와 꼭 닮은 외모였지만 애늙은이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다.그는 놓아주지 않고 화가 나서 붉어진 윤우의 얼굴을 꼬집으며 물었다.“예찬이는 어딨어?”박윤우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게 싫었고, 눈빛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전화하면 되잖아요. 쳇, 이거 놔요. 진짜 소리 질러요.”김인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눈앞에 있는 윤우가 예찬이보다 더 재밌는 것 같았다.“안 놔주면 어떻게 소리를 지를 건데?”“엄마!!!”박윤우가 소리치자 남자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윤우의 비명소리에 박민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 들어갔다.
윤우를 데리고 나온 박민정은 호텔 밖에서 사람들이 거의 다 떠날 때까지 기다렸지만 여전히 유남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설마 혼자 간 건가,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박민정이 휴대폰을 들고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길이 엇갈렸다고 생각한 박민정은 윤우와 함께 차를 몰고 돌아왔다.멀지 않아 20분이면 도착했다.하지만 집 문을 열고 들어가도 나설 때와 다를 게 없이 불도 켜져 있지 않았다.유남준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엄마, 아저씨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박윤우가 문득 이렇게 말했다.호텔 내부의 화장실을 사용하러 갔을 때 그는 그곳의 보안 분위기가 다른 곳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누군가를 보호한다기보다는 잡거나 막으려는 것 같았다.박윤우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서다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쪽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서다희는 병원에 있었다. 그의 여자 친구는 교통사고로 경미한 부상을 입었는데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사모님, 무슨 일이세요?”“지금 남준 씨랑 같이 있어요?”박민정이 묻자 서다희는 의아한 듯 말했다.“아니요, 오늘 일이 좀 있어서 대표님 먼저 보냈는데요.”“남준 씨가 돌아오지 않았어요.”박민정의 말에 서다희는 멈칫했다.여자 친구가 멀쩡하니 그도 이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젠장!”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박민정은 처음 듣는 서다희의 말투에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요?”“대표님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 봐요. 걱정 마세요, 지금 바로 사람 보낼게요.”서다희는 전화를 끊었다.“엄마, 어떻게 됐어요, 아저씨랑 연락됐어요?” 박윤우가 물었다.“아직.”“윤우야, 넌 집에서 쉬고 있어. 엄마가 가서 아저씨 찾아볼게.”박윤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쓰레기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아이도 궁금했다.만약 쓰레기 아빠가 죽는다면 쓰레기 아빠의 재산을 자신과 형이 상속받지 않을까?유남준은 박민정에게 빚이 많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윤우와 예찬은 전혀 믿지 않았고,
이지원이 아직 유남준의 입술에 닿기도 전에 큰 힘이 그녀를 밀어냈고 침대에 누워있던 남자가 눈을 떴다.“오빠.”유남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유남우가 분명 유남준은 약에 취해 저항 능력이 없다고 말했는데?’이지원이 일어나려고 하는데 유남준이 먼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누가 널 여기로 보낸 거야? 목적이 뭔데?”이지원이 그를 납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오빠. 난 오빠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요. 오빠가 술에 취해서 나한테 전화해서 이리로 오라고 했잖아요.”이지원은 변명을 늘어놓았다.그녀가 지금 유남우인 것을 고백한다면 결과는 오직 죽음뿐이었다.유남준은 이 순간 겨우 버티고 있었다. 파티에서부터 약에 취했고 그의 강인한 의지로 지금까지 계속 말짱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유남준의 이마는 땀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이지원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 그녀의 목을 졸랐다.“말해. 아니면 지금 널 죽여버릴 거야.”이지원은 순간 온몸을 긴장한 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살려줘. 살려.”유남준이 그녀의 목을 조르는 손에 힘을 주자 그녀는 순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입구에 사람 있는 거 알고 있어. 넌 그 사람들이 들어와서 널 구하는 게 빠를 것 같아? 아니면 네가 내 손에 죽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이지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유남준이 이렇게 두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몸부림을 바로 멈췄다.유남준은 손을 살짝 풀며 말했다.“말해.”“유남우가 나한테 시켰어요. 유남우가 나한테 오빠하고 자는 동영상을 찍어서 박민정한테 보여주겠다고 했고 또 내일 날이 밝으면 언론사에서 와서 사진 찍기로 했어요.”유남준은 그의 친동생이 이런 낮은 수준의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는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이제 박민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만약 박민정이 그가 지금 이지원과 함께 자는 것을 보면 두 사람에게는 정말 기회가 없을 것이다.“엊그제 뉴스에 폭로된 사진도 유남우가 한 짓이야?”“네. 유남우가 찍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