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보세요.”“제 생각에 대표님께 일어난 일이 둘째 도련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권씨 가문과 다른 몇 개 가문은 모두 제가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째 도련님은.”서다희는 조금 난감해하고 있었다.부하인 그가 상사의 동생인 유남우를 찾아가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았다.게다가 그가 하룻밤 사이에 그 많은 곳을 혼자서 다 찾아갈 수도 없었다.박민정은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제가 찾아가 볼게요.”“네.”서다희는 또 당부했다.“만약 곤란한 일이 있으시면 고 사모님을 찾아가세요.”고영란은 분명 큰아들에게 벌어진 일을 앉아서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고 서다희는 그제야 안심하고서는 부하들과 권씨 가문으로 향했다.권씨 가문의 사람들이 대표님을 데려가지 않았더라도 대표님이 파티 이후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것은 분명 권씨 가문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30분 뒤.권씨 가문은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였다. 권해신은 너무 당황스러웠다.“서 비서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서다희는 그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유 대표님 어디 계세요?”“서 비서님 그쪽 대표가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서 비서님이 유남준을 잃어버렸어요?”권해신은 당황함을 감추려고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는 밖에 어두운 무리를 바라보며 약간 의문스러웠다.‘유남준은 이미 실권을 잃지 않았나? 왜 저렇게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어?’서다희는 권해신의 말에 바로 손을 들어 콧등에 금테 안경을 밀어 올렸고 다른 한 손으로 권해신의 손목을 부러트렸다. 투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아.”권해신은 비명을 지르며 다급하게 말했다.“서 비서. 말로 해. 난 정말 유 대표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서다희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다른 한쪽 손도 필요 없으세요?”권해신은 아픔을 참으며 말했다.“서 비서가 내 양쪽 손목을 다 부러트려도 난 정말 몰라.”시간은 1분 1초 흘러갔고 서다희는 더 이
조하랑은 자기 앞에서 누군가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입을 열었다.“저기 그만해요. 이 사람은 예찬이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먼저 바지를 잡아딩긴 것도 예찬이고요.”조하랑은 예찬이를 찾은 다음에 왜 다른 사람의 바지를 잡아당겼는지 먼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김인우도 조금 조급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몇 시간 동안 감시 카메라를 보며 이미 짜증이 쌓일 대로 쌓여 인내심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조하랑을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요? 내 이름 몰라요?”웃음기를 뺀 김인우의 모습에 조하랑은 겁을 먹었다.김인우는 미간을 문지르며 부하에게 지시했다.“그럼 그냥 쫓아내.”“네.”조하랑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감시 카메라 영상을 봤다.김인우는 또 부하에게 밖에 있는 감시 카메라를 확인하라고 했다. 하지만 예찬이는 애초에 밖에 나가지 않았다.“이 녀석이 설마 아직도 호텔 안에 숨어 있는 거 아니야?”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그는 바로 호텔 매니저에게 말했다.“오늘 이 호텔에 묵고 있는 손님들 전부 비워요. 그럼 꼬맹이도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예요.”“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조하랑은 김인우가 정말 예찬이를 걱정하는 모습에 더는 그를 비난하지 않고 호텔직원과 함께 예찬이를 찾았다.유씨 가문.유남우는 이때 집에 앉아 잠도 자지 않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윤소현은 이미 윤씨 가문으로 돌아가서 그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고 그는 핸드폰을 들어 확인하고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전화를 받았다.“서방님 잠깐 뵐 수 있을까요?”유남우는 이미 문자를 받아 서다희가 유남준을 찾으러 갔으니 분명 박민정이 와서 유남준의 일을 물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민정 이렇게 늦었는데 무슨 일이야? 난 이제 자려고.”박민정은 그가 이제 자려고 한다는 말에 서다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유남준이 갑자기 실종된 것이라면 유남우와 반드시 관련이 있을
유남우는 과거의 추억이 떠오를수록 더욱 기분이 안 좋았다.“나도 파티에 참석했어. 근데 형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네. 이렇게 늦었는데 아직도 형을 찾고 있었어?”“네. 서방님도 모른다니까 이만 가볼게요.”어쩌면 과거가 유남우에게 한 겹의 빛을 선사하고 있는 것인지 그와 관련된 기억에는 한 겹의 필터가 깔린 것처럼 박민정은 그가 나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박민정이 차에 타려고 할 때 유남우가 먼저 그녀의 앞을 막았다.“나도 같이 형 찾으러 가자.”“아니에요. 가서 쉬세요.”박민정은 바로 거절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를 불러낸 것만으로 그녀는 이미 미안했다.“안 돼. 이렇게 늦었는데 너 혼자서 형을 찾게 하는 건 너무 걱정돼.”유남우는 말을 끝낸 뒤 박민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운전석에 올랐다.“가자. 운전은 내가 할게.”박민정은 상황을 보고 더 거절할 수 없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네.”유남우는 차를 몰고 도시 중심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아주 오랜만에 이렇게 단둘이 함께 있는 것이었다.“형은 파티에서 사라졌어?”“아니요. 파티가 끝난 뒤예요.”유남우는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근처 감시 카메라 찾아보라고 할게.”“아니에요. 이미 찾아봤어요. 근데 감시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남준 씨가 사라졌어요.”박민정은 사실을 얘기했다.“그럼 사각지대를 지나간 차량이나 사람들을 찾아보라고 할게.”유남우가 또 말했다.“네.”유남우는 전화를 걸어 부하에게 오늘 밤 안으로 유남준의 소식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두 사람은 호텔 입구 근처에 도착했을 때 그는 차의 속도를 줄였다. 그렇게 해야 두 사람이 더 편하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진주시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도시였다. 사람 하나를 찾는 것은 망망대해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비슷했다.박민정은 유남우가 아무런 소식도 알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우는 전화를 받았다.그는 차를 세워놓고 진지한 얼굴로 받았다.“어떻게 됐어?”“민
“난 한 번도 남준 씨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며칠 전에 내가 남준 씨한테 물었는데 아니라고 했어요.”박민정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유남우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그냥 혼잣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그녀는 지금 아직 임신 중이었기에 감정 기복이 크면 안 좋았다. 그녀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괜찮아. 또 속은 걸 거야.’‘괜찮아. 화내지 말고 슬퍼하지도 말자.’‘괜찮아. 이렇게 되면 이제 완전히 유남준에게서 벗어날 수 있잖아.’박민정은 계속해서 마음속으르 자신을 위로했다.유남우는 그녀의 상태를 알아차리고서는 손을 들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괜찮아요. 내가 있잖아요.”박민정은 멈칫하며 유남준에게 잡힌 자기 손을 바라보고서는 순간적으로 바로 손을 빼냈다.유남준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그녀도 같이 잘못을 저지를 수는 없었다.“남우 씨는 윤소현 씨의 약혼자예요.”그녀는 상기시키며 말했다.유남우는 텅 빈 손을 바라보며 살짝 이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바로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오해한 거야. 내 말은 난 언제나 네 편에 서겠다는 말이었어. 우리 아직 친구잖아? 넌 걱정하지 마. 형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난 형 편을 들지 않을 거니까.”박민정은 그제야 안심했다.그녀는 차 안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새벽 1시였다.“우리 이제 돌아가요.”“그래.”유남우는 차를 몰고 먼저 박민정을 데려다주었다. 돌아가는 길에서 유남우는 때때로 곁눈질로 그녀를 바라보며 운전대를 꽉 잡았다.그는 어떤 수단을 쓰든 꼭 박민정을 되찾을 것이다.‘형. 날 너무 비난하지 마. 형이 먼저 내 물건을 뺏어간 거니까.’두원 별장에 도착자 박민정은 차에서 내리며 유남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이 차는 먼저 내가 갖고 갔다가 내일 돌려줄게.”“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혼자서 별장으로 들어갔다.돌아가서 그는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서 비서님. 남준 씨 찾을 필요 없어요.”서다희가 궁금해하고 있을 때
박민정은 유남우가 자신에게 보여줬던 사진을 회상했다. 사진 속 유남준은 제대로 서 있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지원과 검은 옷의 경호원, 두 명이 부축해야 서 있을 수 있었다.유남준은 좀처럼 술에 취하지 않았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는 건 더더욱 드문 일이었다.애초에 박민정이 그에게 술을 먹이려고 했을 때도 성공하지 못했다."윤우야, 엄마가 갑자기 아직 할 일이 생겼어. 엄마 기다리지 말고 어서 자."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박민정이 황급히 나가자 박윤우는 혼잣말했다."저는 당신을 도우려는 게 아니에요, 아빠. 젊을 때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을 뿐이죠. 전 그저 당신이 저와 형에게 부유한 환경을 좀 더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박예찬 말고는 아무도 박윤우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몰랐다.그는 사람들과의 대화, 표정 등으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십중팔구는 맞았다.이것은 심리학 전문가와 유사하지만 그의 감은 매우 강했다.방금 박민정이 서다희와 전화하는 것만 듣고도 대충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집을 나선 박민정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다시 차를 탄 뒤 눈을 감고 유남우가 자기에게 사진을 보내준 호텔을 떠올렸다.그녀는 그 호텔을 좀 익숙했고 어디서 본 것 같았다.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그녀는 차를 몰고 시내로 가서 내비게이션으로 모든 호텔을 검색한 뒤 하나하나 찾아다녔다.그녀는 유남준과 자기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고, 또한 그를 찾아서 가난한 척을 했던 것과 기억상실증에 대해서 묻고 싶었다.마침내 박민정은 사진 속 그 호텔과 똑같은 외관을 가진 호텔을 찾았다.마스크를 쓴 채 차에서 내린 그녀는 밖으로 나와 서다희에게 사진과 주소를 보낸 뒤 프런트 데스크로 걸어갔다."방 하나요.""네."프런트 데스크에서 바로 그녀에게 방을 하나 내주었다."여기요, 6층입니다."이 호텔은 총 8층이었다. 박민정에 카드를 가져와서 일단 혼자 찾아보기로 했다."감사합니다."호텔의 로비는
유남준이 저 말을 들었다면 그들을 모두 죽였을 것이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서다희에게 문자를 보냈다.서다희에게서 답장이 왔다."지금 가고 있어요."그는 박민정이 왜 갑자기 변했는지 의아해했지만, 지금은 일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다희는 사람들을 데리고 호텔 전체를 에워쌌고 위층의 모든 관리자를 통제한 후에야 8층으로 올라갔다.유남준의 방 번호를 알게 된 경호원들은 문을 부수었다.들어가자마자 박민정은 욕실에서 나와 목욕 수건을 두른 유남준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가 이지원과 관계를 가진 줄 알았던 박민정은 샤워를 마치자마자 축 늘어진 손을 살짝 조였다.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그를 애태웠다.유남준은 곧장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유남우?"서다희는 대표님이 이러는 것을 보고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감히 말하지 못했다.‘옷을 이렇게 입었으면... 정말 이지원이랑 잠자리를 가진 거야?'유남준이 다치지 않은 걸 보고 그는 경호원더러 먼저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부부 싸움을 방해하지 말고 말이다.솔직히 말해서, 만약 누군가가 그의 여자 친구에게 약을 먹였다고 해도 다른 남자와 잤다면 그는 한동안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었다.박민정 돌아서서 문을 닫았다.유남준은 방에 들어온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닫는 것을 보고 정말 유남우인 줄 알았다."이런 걸 한다고 해서 민정이가 날 떠날 것 같아? 민정이는 절대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박민정은 어리둥절하더니 발걸음을 멈추었다.유남준은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여인의 몸에서 나는 희미하고도 익숙한 체취를 맡더니 그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는 약간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민정아...""나인 줄 어떻게 알았어요?"유남준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를 덥석 껴안았다."민정아... 민정아... "그는 그녀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말
"병원에 안 가면 어떡해요? 당신... 읍..."박민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은 입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녀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그는 지금 자신의 행동이 약 효과 때문이 아니라고 확신했다."남준 씨, 그러지 마..."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박민정은 거절하고 도망치려고 했다.그럴 때마다 유남준은 그녀를 도망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입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당신 입에서...""주체하지 못할 것 같아서 혀를 깨물었어."그는 목이 메었다.박민정이 멍해 있을 때, 그는 그녀를 안아 올렸다.몸에 걸쳤던 가운이 벗겨졌다. 그녀도 찬물로 샤워를 한 탓에 그의 몸이 시뻘겋게 언 것을 보았다.그녀는 잠시 멍해졌다.유남준은 그 틈을 타서 그녀를 자기의 아래에 눕혔다. 하룻밤이 지난 후 천천히 눈을 뜨자 바닥에 흐트러진 옷이 보였다. 그녀는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유남준의 품에 안겼다.어젯밤 그는 그녀가 아무리 거절해도 듣지 않았다.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말이다.한참을 뒤척였지만 다행히 아이는 다치지 않았다.박민정이 잠에서 깬 것을 눈치챈 유남준은 천천히 두 눈을 떴다. 비록 그녀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자기와 많이 가까워졌다고 느꼈다."민정아, 민정아..."그는 목젖을 굴리며 그녀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그녀는 어제 있었던 일, 그리고 유남우가 한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당신, 지금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기억... 이미 회복된 거 맞죠?""그리고 또 무슨 빚이 많다고 했던 건 다 거짓말인가요?"유남준이 멍해졌다."누가 그래?""누가 알려줬든 상관하지 말고 먼저 말하세요, 맞죠?"이제 와서 계속 거짓말을 할 정도로 그는 어리숙하지 않았다."응, 맞아."박민정이 순간적으로 화를 냈다.원래 그녀는 어젯밤에 유남준의 모습을 보고, 또 유남우가 이지원을 데려왔다는 걸 듣고 유남우가 자기를 속인 줄 알았는데 유남준이 속인 게 사실 일 줄 몰랐다."왜 거짓말 했어
유남우는 그 문자를 보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이지원이 실패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그가 호텔 밖을 지키라고 보낸 사람들은 모두 서다희가 데리고 간 사람들에 의해 처리되었고 기자들은 하나같이 호텔로 가지 않았다.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기침을 심하게 했다."둘째 도련님, 의사를 불러올까요?"부하가 물었다.유남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말을 마친 그는 다시 휴대전화를 집어 박민정의 연락처를 열었다가 한참 지나서 다시 닫았다.한편, 유남준의 말을 들은 박민정은 어젯밤 모든 것이 다 유남우가 시킨 짓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녀는 믿지 않았다. 어젯밤에 유남우가 특별히 사람을 보내 유남준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유남우가 보여준 사진이 없었더라면 그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었다."이지원을 만나고 싶어요.""그래."이지원은 어두운 지하실에 갇혀서 마음이 불안했다.이번에는 누가 그녀를 구하러 올 수 있겠는가.갑자기 지하실 문이 밖에서 열리면서 빛이 들어왔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빛을 막았다. 강렬한 빛에 한참을 적응하던 이지원의 시선은 박민정을 향했다.그녀는 멍해졌다.박민정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낭패한 모습으로 지저분한 곳에 버려진 그녀를 바라보며 조금의 연민의 감정도 없었다."이지원 씨, 오랜만이네요."그녀가 입을 열었다.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때로 돌아간 듯했다.박민정은 아버지를 따라 보육원에 후원하러 갔었고 그녀는 누더기 차림으로 고아들 틈에 서 있어 부잣집 아가씨인 그녀와 비교가 되었다.이지원은 자기가 이젠 신데렐라가 아니라고, 이젠 바뀌었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이 처음대로 돌아갔다.하느님은 너무 불공평했다.이지원의 눈에는 질투와 한이 서려 있었다."왜? 왜 당신은 여전히 그렇게 높은 곳에 있는 거죠?"그녀의 달갑지 않은 말을 들으면서도 박민정은 여전히 평온했다."제가 여기에 온 건 어젯밤 일을 물어보기 위해서예요. 정말 유남우가 계획한 것이 맞나요?"이 말을 들은 이지원은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남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