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후와 한수민은 오늘 진주 중심가에 있는 땅 한 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특별히 김훈을 찾아왔다.지금 윤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인연을 맺은 데다 유씨 가문은 김씨 가문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한수민과 윤석후는 유씨 가문과의 혼약을 빌미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만 하면 이 일은 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한수민은 오늘 여기에 의외의 요소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거실에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박예찬이었다. 당시 윤우와 그저 스치듯 만난 탓에 처음에는 낯익은 느낌만 들었지 누구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김훈은 차를 마실 뿐 두 사람을 맞이하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사업하느라 도가 튼 그는 자연스레 윤석후와 한수민에 대해 조사를 했고 두 사람이 벌인 추악한 짓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윤석후의 딸이 유남우와 약혼한 것만 아니었으면 저 둘을 집안에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윤 사장님, 최 여사님, 앉으세요.”김훈이 덤덤하게 말했고 윤석후와 한수민은 마다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한수민은 다시 한번 박예찬을 바라보았다. 앳된 분홍빛 얼굴에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 맞춤 정장을 입은 아이는 유난히 귀티가 났다.그 옆에는 조하랑도 있었는데 예쁘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명문가 아가씨였다.진작 조하랑을 알고 있었던 한수민은 한낱 조씨 가문처럼 작은 집안이 김씨 가문 같은 명문가로 시집가는 게 배알이 꼴렸다.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다.“하랑아, 아줌마 기억나? 옛날에 너랑 민정이랑 같이 대학 다닐 때 우리 집에 놀러 오기도 했었잖아.”조하랑이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있겠나. 그녀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당연히 기억나죠. 처음 아줌마 집에 갔을 때 졸부의 딸인 내가 어떻게 감히 박씨 가문을 넘보냐며 저랑 민정이를 쫓아내셨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조하랑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고 김훈은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미래의 손주며느리가 될 그녀를 총애하던 그
“증조할아버지, 제가 알기로는 사흘 안에 위에서 공장을 철거하고 지하철을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올 텐데 그러면 땅값이 올라 윤 사장님이 제시한 가격의 최소 3배는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할아버지께서 그 땅을 개발하면 그 가치는 몇 배는 더 뛰겠죠.”박예찬은 여유롭게 말을 이어갔고 순간 놀란 김훈이 얼른 손짓하자 부하가 귀를 들이댔다.“가서 확인해 봐.”“네.”김훈은 공장 철거 지시가 내려올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고 윤석후가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수작을 부린다는 사실에만 신경을 썼다.윤석후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몇 살 안 된 아이를 바라보며 충격에 빠졌다.저 아이가 이런 내부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지?“아가야, 함부로 말하면 안 돼.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는 걸 내가 모를 리가 있어?”윤석후가 허허 웃으며 말하자 한수민도 남편이 아이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얼른 거들었다.“그래 꼬맹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그녀는 결국 박예찬도 어른을 무서워하는 어린아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박예찬을 노려보았다.그런데 박예찬은 그녀의 체면 따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증조할아버지, 저 사람 맘에 안 드는데 나가라고 하면 안 돼요?”한수민과 윤석후는 순식간에 당황했다.3분 후 두 사람은 결국 밖으로 내보내졌다.이를 지켜보던 조하랑은 무척 통쾌해했고, 김훈은 박예찬이 두 사람을 싫어해서 일부러 공장을 철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한 거라 생각하며 물었다.“예찬아, 왜 최 여사님이 싫어?”박예찬이 대답하기도 전에 김훈이 시켰던 부하 직원이 서둘러 달려왔다.“회장님, 제가 방금 나가서 알아본 결과 작은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대롭니다. 윤석후는 진작 정보를 매수해 김씨 가문을 이용하려 했습니다.”헐레벌떡 뛰어와 숨을 헐떡이며 말하는 부하 직원은 탄복하는 눈빛으로 박예찬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저렇게 어린아이가 위에서 내려온 소식을 그리 똑똑하게 알 수 있단 말인가.사실 김씨 가문의 힘으로 이 정보를 입수하는 건 아주 쉬웠지만 워
박예찬은 단어선택에 무척 신중을 기했다. 외할머니라고 직접 말하지 않고 단지 혈연적인 할머니라고만 말했다.박민정은 아이가 인터넷에서 한수민을 안 게 틀림없다는 걸 알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사이 박예찬이 다시 말했다.“엄마, 할머니가 엄마를 나쁘게 대하면 난 할머니로 인정 못 해요. 감히 엄마를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지켜줄게요.”영상 반대편에서 진지함이 가득한 예찬이를 보며 박민정은 마음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걱정하지 마, 엄마는 엄마 스스로 지킬 수 있어.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 안 당해.”박민정이 다시 당부했다.“요즘은 하랑 이모 말 잘 듣고 절대 이모 성가시게 굴지 마.”조하랑은 옆에서 이 말을 들으며 얼굴을 붉혔다.사실 예찬이를 성가시게 구는 건 자신이었고, 예찬이가 없었다면 어른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몰랐을 것이다.심지어 아빠도 예찬이 때문에 그녀에게 잘해주고 있었다.“걱정 마, 예찬이는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러워.”조하랑이 다른 말을 하려던 찰나 누군가 방 문을 두드렸고 그녀는 예찬에게 전화를 끊으라고 말해야 했다.걸어가 문을 열자 병원에서 막 돌아온 듯 먼지가 쌓인 흰 가운을 입은 김인우가 문 앞에 서 있었다.“무슨 일이죠?”그가 옷도 안 갈아입고 온 것을 본 조하랑은 무슨 급한 일이 생겼나 싶었는데 김인우가 이렇게 말했다.“할아버지가 웨딩 사진 찍으러 가자고 하셨어요.”“우리 이제 겨우 약혼했는데 이렇게 빨리 웨딩 사진을 찍어요?”조하랑은 전혀 가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이 약혼을 하고 결혼까지 하려면 반년은 족히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웨딩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데 보름 이상 걸릴 테니 할아버지가 설 전에 하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김인우도 짜증스러운 눈빛이 가득했다.그는 조하랑의 앳된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곧 자신의 아내가 된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대체 할아버지는 뭘 보고 그러시는 건지.새해를 보름 남짓 앞둔
유지훈도 밖에 서서 호화로운 호송 행렬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진주 국제 유치원에서 자신보다 더 많은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경호원이 차 문을 열고 박예찬이 내려오자 유지훈은 물론 다른 아이들도 충격을 받았다.박예찬의 아버지를 본 적 없는 아이들은 그가 박예찬의 아버지라고 생각했다.“박예찬, 차 부르는 데 얼마나 썼어?” 유지훈은 믿지 못하며 거만하게 물었고 옆에서 조동민은 하품을 했다.“너 아직 모르지? 예찬이 우리 이모 따라 김씨 가문으로 가서 김씨 가문의 첫 증손자가 될 예정이야.”사실 박예찬은 김훈에게 자신이 증손자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그런데 김훈은 김인우와 마찬가지로 나사 하나가 빠졌는지 그를 김씨 가문의 자식이라고 생각하며 며칠 뒤엔 성까지 바꾸러 데려가겠다고 말했다.심지어 김훈은 그들의 관계를 세상에 알리는 보도자료까지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박예찬이 겨우 어르신을 설득해 기사 내는 걸 말렸다.인자한 노인을 속이고 싶지 않았던 아이는 나중에 꼭 해명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안 되면 친자 확인을 할 생각이었다.그리하여 조씨 가문 사람들과 김씨 가문과 가까운 일부 사람들만 김예찬이 김훈의 증손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김씨 가문의 증손자라고?”유지훈은 믿을 수 없었다.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참지 못하고 예찬에게 속삭였다.“예찬아, 김훈 할아버지 정말 네 증조할아버지야?”유지훈은 예전에 유명훈이 김씨 가문에 자랑하러 자주 데려갔기 때문에 김훈을 잘 알고 있었다.“지난번 유씨 가문에서 약혼식 할 때 나도 따라갔던 거 잊었어?”박예찬은 대답 대신 이렇게 되물었고 유지훈은 잠시 생각하다가 남우 삼촌과 윤소현이 약혼식을 할 때 박예찬이 실제로 와서 김훈 할아버지 옆에 섰던 것을 떠올렸다.“나한테도 안 알려주고, 나빴어.”유지훈은 유난히 창피함을 느꼈다. 김씨 가문도 유씨 가문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큰 가문인데 과거 그는 박예찬 앞에서 온갖 자랑을 다 해댔던 탓에 지금 체
한수민은 의아해하며 서류를 들고 열어보니 변호사가 보낸 고지서였다.거기에는 박형식이 죽기 전에 모든 재산을 박민정에게 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박민정은 이제 한수민과 박민호에게 바움의 모든 재산을 자신에게 돌려주길 원했다.한수민이 박형식과 결혼할 때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박정권은 바움 그룹의 모든 수익은 박형식이 소유하고 한수민과는 무관하다는 혼전 계약서를 작성했다.하여 박민정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이 망할 년이 감히 나를 고소했어!”윤소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엄마,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빠 회사에도 영향을 미칠 거야.”윤소현은 그동안 윤석후가 한수민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알고 그녀의 체면을 생각해 주었다.하지만 속으로는 한수민을 진심으로 경멸했고, 아예 친엄마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알아, 내가 처리할게.”박민정이 소송에서 승소하면 그녀는 윤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박민호는 소파 한쪽에 앉아 다리를 꼬고 사탕을 먹으며 조용히 듣고 있었다.나약하고 무능한 누나가 감히 엄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보아하니 박민정이 정말 변한 것 같았고 그는 바움의 재건을 기대하고 있었다.“엄마, 나 잠깐 나갔다 올게.”박민호는 그렇게 말한 후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러 나갔다.통화가 연결되고 그가 칭찬하며 이렇게 말했다.“누나, 우리 손 잡자. 내가 소송에서 이길 수 있게 도와줄게. 그리고 누나가 돈을 돌려받으면 내가 대표하면 되지.”박민정은 이런 상황에서도 그가 허무맹랑한 꿈을 꾸고 있을 줄은 몰랐다.“지난번에 내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어? 넌 바움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어. 일거리가 필요하면 청소부 일자리나 마련해 줄게.”전화기 너머로 박민정의 차가운 목소리가 박민호의 귓가에 들려왔고 그 목소리는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김인우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박민정의 뺨을 때려주고 싶었다.“고작 여자가 무슨 바움을 책
이 말을 들은 은정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박민정을 안은 채 등을 살살 토닥거렸다.박민정은 마음의 상처를 꾹 참았다.“알고 보니 저와 아빠를 계속 속이고 있었어요.”과거 박민정은 자신을 낳느라 엄마가 커리어를 포기해야 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고 아버지도 자주 말씀하셨다.“네 엄마는 젊었을 때 무대 위에서 유난히 예쁘고 성격도 부드러워서 모든 남자들이 결혼하고 싶어 하던 여자였는데 내가 발목을 잡았네.”아버지는 죽는 것마저 한수민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여자는 처음부터 아빠를 배신했던 것이다.은정숙 역시 한수민이 그런 사람일 줄은 몰랐다. 역시 세상은 악한 사람이 꼭 벌을 받는 건 아닌 것 같았다.“민정아, 그런 사람은 슬퍼할 가치도 없어.”“네.”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저 여자가 친엄마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박민정은 오래전 친자 확인을 위해 병원에 갔고 그녀는 한수민의 딸이 맞았다.그런데 왜 똑같은 딸인데도 한수민은 자신에게 그토록 잔혹하게 대했을까.아마도 평생 답을 얻지 못할 의문이겠지.박민정은 사람을 시켜 한수민의 과거를 계속 조사했고, 이제 윤씨 가문의 모든 것을 되찾을 생각이었다.그런데 어느 틈엔가 박윤우가 문 앞에 찾아왔다.“엄마, 할머니, 왜 그러세요?”박민정은 서둘러 은정숙의 품에서 벗어나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며 말했다.“괜찮아, 할머니랑 얘기 중이었어.”“아.” 박윤우는 모른 척했다.“그럼 아래층에 내려가서 얘기하는 게 어때요? 손님이 왔어요.”손님?이 시간에 누가?박민정은 의아했다.“누구?”“아저씨랑 똑같은 사람이요.”유남준이랑 똑같다면 유남우?박민정은 은정숙이 눕는 걸 도와준 뒤 박윤우에게 자신이 내려갈 테니 위층에 있으라고 했다.거실에서 유남우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앉아 있었다.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니 박민정의 다소곳한 모습이 부드러운 눈동자에 비쳤다.“민정아.”박윤우가 보이지 않자 유남우는
#유남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갑자기 바깥 문이 열리고 유남준이 문 앞에 나타났다.“뭘 숨겨?”그는 유남우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왔고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바라보는 유남우의 눈가에 냉기가 스쳤다.“형, 왔어? 조금 전에 형은 앞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일하는 건지 형수님께 물어보려던 참이었는데.”유남준의 이마가 살짝 찡그려졌다.“할 말 있으면 밖으로 나와서 해.”그제야 유남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정을 슬쩍 바라본 뒤 유남준을 따라 나갔다.마당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똑같이 생긴 두 남자가 함께 서 있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대체 뭐 하자는 거야?”유남준이 물었다.박민정이 자리에 없자 유남우도 연기를 그만두고 태연하게 말했다.“내가 말하지 않았어? 내 것을 되찾겠다고. 형, 어렸을 때부터 형은 항상 좋은 건 다 가져갔어. 이제 민정이까지 빼앗으려는 건 불공평하지 않아?”유남준은 가볍게 웃으며 조롱했다.“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너 자신이 한 짓을 생각해 보지 그래?”유남우는 자신이 그의 이름을 사칭했다는 걸 언급한다는 걸 알고 주저 없이 맞받아쳤다.“그러는 형도 지금 눈 안 보이는 거 다 자업자득이야.”두 사람의 칼끝이 서로를 겨냥한 찰나 유남우의 전화벨이 울렸다.그는 발신자가 윤소현이라는 걸 확인하고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차에 앉은 그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남우 씨, 지금 어디 있어요? 사무실에 찾으러 왔는데 안 보여서요.”유남우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는 윤소현은 예전에 화려했던 옷차림과 달리 꽁꽁 싸맨 채 눈은 다소 겁에 질려 있었다.옆에 있던 비서 홍주영도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 있는지 조금 의아했다.“무슨 일 있어?” 유남우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나...” 윤소현은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유남우가 자신을 싫어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찾아온 것이었다.“별일 없으면 전화하지 마.”유남우는 전화를 끊고 짜증스러운 어투로 기사에게
이제 박민호는 당연히 윤석후 윤소현 부녀의 헛소리를 믿지 않았다.“아니, 용돈만 좀 주면 돼, 누나.” 박민호가 웃으며 말했다.“그게 뭐 대수라고.”윤소현은 눈을 흘겼다. 아무리 아빠가 다른 동생이라지만 어떻게 이렇게 무능한 동생이 있을 수 있는지.그녀는 차를 타고 떠나는 길에 박민정을 어떻게 혼낼지 고민하면서 비서에게 물었다.“박민정은 직업이 뭐예요?”앞서 그녀는 비서에게 박민정을 조사하게 했다.“에스토니아에 작은 스튜디오가 있는데 겨우 생계를 꾸려가고 있어요.”비서가 답했다.작은 스튜디오?“그 스튜디오에 손 좀 써요. 운영하지 못하게 해야겠어요.”윤씨 가문의 현재 힘으로 외국 스튜디오 하나 처리하는 것 정도는 쉬웠다.다만 윤소현이 조사한 정보들은 모두 박민정이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들이고, 이전에 국내에서 자신을 히트시킨 곡들이 모두 박민정이 만든 곡이라는 사실을 윤소현은 몰랐다.윤석후가 돈이 있다고 해도 박민정의 회사 문을 닫게 할 방법은 없었다.“알겠습니다.”윤소현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사람 몇 명 불러서 신림으로 따라와요.”박민정이 모욕을 당하고도 순결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유남우도 결국 그녀의 순수함 때문에 좋아하는 거잖아?...한편 신림현, 집의 거실.유남준은 반듯한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맞은편에 있던 박민정이 그에게 물었다.“갚을 돈 많다면서 차용증은 어디 있어요?”유남준은 유남우가 왔을 때 분명 무슨 말을 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서다희한테 있어. 보고 싶으면 서다희한테 전화해서 가져오라고 할게.”“유남우 씨는 당신이 지분의 30%를 보유하고 있고, 돈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하던데요.”박민정은 덧붙였다.박민정은 빠르게 얘기를 끝내고 싶었다. 그가 또 자신을 속인 거라면 더 이상 함께 지내고 싶지 않았고 유남준도 이를 알고 있었다.“내가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었으면 서다희랑 내가 왜 회사에서 쫓겨났겠어? 민정아, 내 동생 겉으로는 다정해 보여도 속은 알 수 없는 애야. 전에 얘기했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