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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5-11 16:03:22
“얼른 나가요.”

박민정은 유남준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내쫓으려고 했다.

“프론트 데스크 직원분이 그러는데 방이 꽉 찼대. 이대로 나가면 잘 곳도 없어.”

유남준은 꽤 불쌍한 척하면서 말했다.

“지금은 여행 성수기도 아닌데 꽉 찼을 리가요.”

박민정이 확인차 프론트 데스크에 전화해 보았더니 역시나 방이 꽉 찼다고 해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았다.

유남준은 언제 박민정의 앞으로 다가왔는지 이렇게 말했다.

“곧 새해라 호텔 찾는 사람이 많나 보네.”

“그러면 다른 호텔을 알아보세요.”

박민정은 다른 호텔도 방이 꽉 찼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싫어.”

유남준은 단칼에 거절하고 그녀에게 기댔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왔는데. 한방중에 앞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다른 호텔에 보내려고? 걱정되지 않겠어?”

다른 사람이라면 걱정되었겠지만, 유남준의 곁에는 보디가드며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박민정은 유남준의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밖으로 내보내려고 했다.

“다른 호텔로 모셔다드릴게요.”

유남준은 불쌍한 척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줄은 몰랐다.

그는 아예 망부석이 된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민정아, 나 다른 호텔에 가기 싫어.”

박민정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유남준을 잡아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민정아, 잘 생각해 봐. 여긴 진주시라고. 눈먼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박민정은 이 말을 들어서야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면 여기 왜 오셨어요?”

“네가 혼자 있는 게 걱정되니까.”

전에 유남준은 몇 번이고 혼자 호텔 투숙하면서 박민정을 지키느라 얼마나 외로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박민정과 함께하려고 했다.

박민정은 그의 손을 뿌리치면서 말했다.

“그러면 소파에서 자요.”

“알았어.”

박민정은 바로 샤워하러 갔고 오늘 피곤했는지 샤워를 마치자마자 침대에 누워버렸다.

얼마 안 지나서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

“민정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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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땐 내가 직접 이 애새끼 목을 졸라 죽여버릴 거니까!”이지원은 아이의 여린 목덜미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솔직히 얘도 참 귀엽게 생겼어. 네 어릴 때처럼 말이야.”순간 당황한 박민정이 외쳤다.“애한테 손대지마! 네가 원하는 게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할게.”이지원은 이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아이의 목에서 손을 뗐다.“진작 그렇게 말했어야지. 나도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 이렇게 어린 애한테까지는 손대고 싶지 않단 말이야.”말을 마친 이지원은 다시 아이를 여자에게 넘겨주었다.혹시라도 박민정이 다시 반항할까 봐 두려웠던 것인지 이지원은 두 여자에게 아이를 이곳에 두고 가게 했다.뒤이어 누군가가 박민정의 결박을 풀고는 그녀를 의료용 침대 위로 눕혔다.앞서 나섰던 흰 가운의 남자가 다가와 말했다.“이제 눈을 감으시고, 제가 하는 말에 무조건 따르셔야 합니다. 아시겠죠?”“네.”박민정은 그렇게 천천히 눈을 감았다.아직 이성을 잃지 않은 박민정은 해서는 안 되는 일과 해도 되는 일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 남자의 말에 따르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봤지만 결국엔 그가 유도하는 무의식 속으로 빠져버리고 말았다.몸이 지나치게 허약해졌던 박민정은 의사에 유도대로 무의식 속에서 양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모든 일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그리고 뒤이어 친모인 정수미가 했던 말들도 떠올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민정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더니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흰 가운의 남자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이지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런 치료는 하루 이틀만으로는 안 됩니다. 꾸준히 받아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이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의사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던 이지원은 이내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이쪽 준비는 끝났어요. 약속하신 거 꼭 지키셔야 해요.”“걱정 마세요, 제가 지원 씨를 속일 리가 없잖아요.”그 한 마디에 이지원은 청심환이라도 삼킨 듯 마음이 놓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7화

    이지원은 불만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왜? 내가 너보다 못한 게 뭔데?”박민정은 그런 이지원의 말을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거라면 날 원망하지 말고 하늘을 원망했어야지.”그 말에 완전히 이성을 잃은 이지원은 박민정의 목을 거세게 움켜쥐었다.“내가 널 여기까지 불러낸 이유가 단순히 이런 대화나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내가 정말 너 따위를 못 죽일 거라고 생각하냐고.”박민정은 그런 이지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정말 날 죽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죽여버리지 그래.”박민정의 목을 움켜쥔 이지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 순간, 문가에서 어떤 남자의 낮은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제야 이지원은 뭔가가 떠오른 듯 천천히 손에 힘을 풀고는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 마,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다만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을 살게 해줄 생각이야.”박민정은 이지원이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지금 그녀가 제일 궁금한 것은 아이의 안위였다.“이지원, 화풀이할 거면 나한테만 해. 아이는 지금 어디 있어?”“알고 싶어? 그럼 협조 잘해야 할 텐데?”이지원은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었다.협조라고?박민정은 이지원이 말하는 협조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뭘 하려는 거야?”이지원은 그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손뼉만 두어 번 쳤다. 뒤이어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섰다.우르르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을 보자 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제일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이지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사람 맞죠?”이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요. 이제 부탁 좀 할게요.”“네.”대답을 마친 그 사람은 천천히 박민정의 앞으로 다가왔다.“너무 겁먹지는 마시죠. 저희는 심리상담 교수입니다. 민정 씨를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박민정은 이지원이 왜 생뚱맞게 심리상담 교수들을 불러들였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6화

    박민정은 더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병상에서 몸을 일으켰다.조하랑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박민정은 그 사람의 지시에 따라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다.박민정 역시 자신이 간다고 해도 아이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탓에 정민기에게 몰래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하지만 그 사람은 박민정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관찰이라도 하는 듯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왜 말을 안 듣지, 박민정 씨?”곧이어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아이는 건드리지 마요!”박민정이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출산으로 인해 생긴 상처가 다시금 벌어지며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박민정은 순간적인 아픔에 헛숨을 들이키며 입으로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수화기 너머에서는 여전히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그 뒤로 계속해서 누군가의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왔다.“제가 얘기했잖아요. 다른 사람한테 알릴 생각 하지 말라고. 이건 경고예요. 한 번만 더 허튼수작 부렸다간 그땐 저도 봐줄 생각 없어요.”“알았어요. 다른 사람들한텐 연락 안 할 테니까, 제발 아이한테 손대지 마세요.”박민정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그제야 수화기 너머의 누군가는 만족스러운 듯 말을 이어나갔다.“진작 그랬어야죠. 이제 제가 말해주는 장소로 오세요.”박민정은 수화기 너머의 지시에 따라 아이를 찾으러 나섰다.그녀 역시 자신이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어떠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것쯤은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로서의 본능적인 모성애가 그 모든 두려움과 위험을 잊게 했다.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아이를 구할 생각뿐이었다.차에 올라탄 박민정은 택시 기사에게 한 장소를 얘기해 주었다.뒤이어 차를 여러 번 더 갈아타며 수화기 너머의 인간이 얘기해 준 장소로 향했다.끔찍할 정도로 치밀했던 그 인간은 박민정에게 다른 사람과 접촉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하지만 박민정 역시 최대한 기지를 발휘해 자신의 두 귀걸이를 각각 다른 택시에 놓고 내렸다. 이렇게라도 해놓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5화

    박민정은 휴대폰을 들어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다.“무슨 일이야?” 유남준이 묻자 박민정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이들... 당신이 데려간 거예요? 신생아실에 왔는데 아이들이 없어요. 지금 어디 있나요?”유남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민정아, 일단 진정해. 내가 지금 바로 갈게. 아이들은 괜찮아.”“정말 괜찮은 거예요? 왜 다들 아이들이 없어졌다고 해요?” 박민정이 재차 물었다.유남준은 가슴이 조여왔지만 박민정이 걱정할까 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이미 본가로 보냈어. 내가 지금 병원으로 갈게. 우리 같이 아이들을 보러 가자.”박민정은 그의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이 순간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녀는 전화를 끊고 윤소현을 보며 침착한 척했다. “남준 씨가 아이들을 본가로 데려갔대요.”윤소현은 유남준이 거짓말을 선택할 줄은 몰랐다. “그래? 그럼 본가에 가서 아이들을 봐.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분명 거기 없을 거야.”할 말은 다 했다는 듯, 윤소현은 핏기 하나 없는 박민정의 얼굴을 만족스럽게 보며 자리를 떴다.박민정은 혼자 신생아실에 오랫동안 서 있었고 유남준이 언제 왔는지도 몰랐다.그가 도착하자마자 박민정은 온몸에 힘이 빠져 쓰러질 뻔했다.유남준이 급히 그녀를 붙잡았다. “말했잖아. 지금 몸이 매우 약해서 나오면 안 된다고.”“남준 씨, 우리 아이들을 보고 싶어요. 나 데려다 줘요. 아이들을 보지 않으면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쉴 수도 없어요.” 박민정의 눈가가 붉어졌다.유남준은 대답 대신 그녀를 안아 들어 병실로 향했다.병상에 박민정을 눕히고 난 후, 그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우선 잘 쉬어. 약속할게. 사흘 안에 반드시 아이들을 데려와서 보여줄게, 어때?”이 말을 듣자 모든 게 명확해졌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순간 그녀의 눈빛에서 생기가 사라졌고 결국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좋아요...”유남준은 이런 그녀의 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4화

    두 여자는 하나같이 악독했다.윤소현은 어쩔 수 없이 박민정을 찾아가기로 했다.“아이들 잘 지켜봐요.”“걱정 마세요.” 이지원이 대답했다.윤소현은 그제야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유남준이 볼일 보러 나간 후에야 박민정의 병실로 들어갔다.“형수님, 들었어요. 쌍둥이 아들을 낳으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윤소현은 들어오자마자 제멋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박민정은 윤소현의 지금까지의 행적을 떠올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나가주세요. 여기서 당신을 환영하지 않아요.”“환영하지 않는다고요? 어제 친자 검사 때문인가요?” 윤소현이 일부러 그녀를 자극했다. “박민정, 사실 난 진작 알고 있었어. 네가 정수미의 친딸이라는 걸.”“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지? 정수미가 널 인정하나? 오늘 누가 날 보내왔는지 알아?”박민정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윤소현은 의도적으로 모든 죄를 정수미에게 뒤집어씌웠다. “바로 정수미야. 그 여자가 특별히 날 보내서 너한테 확실히 말하라고 했어.”“정수미 말로는 장애가 있는 딸은 있을 수 없대. 설령 친딸이라 해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 헛수고 하지 말라고.”친딸인데도 인정하지 않는다고?박민정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는데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굉장히 아팠다.“그래요? 친딸에게 빚진 게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보상하겠다고도 했는데...”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박민정의 모습에 윤소현이 냉소를 지었다. “그건 남들 보라고 한 거지. 생각해 봐. 정수미가 어떤 사람이고 넌 어떤 사람인지.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는데 어떻게 정이 있겠어? 그저 친딸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실제로는 딸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거야.”장애...장애!박민정은 기분이 매우 얹짢았지만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했다.“그런 말을 내가 믿을 것 같나요? 정수미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난 알아요. 그분이 진심으로 친딸을 찾고 싶어 한다는 걸요.”박민정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고 윤소현의 말 몇 마디에 속아 넘어갈 리가 없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3화

    유남준의 깊은 눈동자에 파도가 일렁였지만 겉으로는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다.“어서 가서 찾아. 두 아이를 찾지 못하면 진주시에 있을 자격도 없어.”“네, 네, 네.” 경호원들이 즉시 수색에 나섰고 유남준은 휴대폰을 들어 다른 전화를 걸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누가 아이들을 데려갔는지 반드시 찾아내.”소인배들이 그를 만만하게 본 걸 보니, 예전에는 지나치게 너그러웠나보다.“그리고 진주시의 원수들을 하나하나 다 처리해.”“네.”유남준은 모든 지시를 내리고 박민정의 병실로 향하던 중 그만 비틀거리며 한 발짝 휘청거렸다.박민정은 막 깨어난 참이라 아이들이 사라진 사실을 몰랐다.그녀는 유남준을 보자마자 물었다. “남준 씨, 우리 아이들은 어디 있어요? 보고 싶어요.”유남준은 다가가서 거짓말을 했다. “두 아이 모두 아직 인큐베이터에 있어. 황달이 조금 있거든”“그래요? 그럼 내가 일어나서 보러 갈게요.” 아이들이 태어난 후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안 돼. 넌 지금 몸이 약해. 의사 말로는 이틀은 더 누워 있어야 한대. 서두르지 말고 몸이 좋아지면 보러 가자.” 유남준이 부드럽게 달래자 박민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그러고는 팔을 뻗었다. “안아줘요.”최근 이틀은 몸도 마음도 지쳤고 정말 힘들었다. 유남준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녀를 살며시 안았다.박윤우가 간호사와 함께 들어왔을 때 바로 그런 광경을 목격했다. “엄마, 아빠...” 그는 손으로 눈을 가리긴 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여전히 보였고 시선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박민정은 서둘러 유남준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윤우야, 이리 와봐. 엄마가 좀 볼까?”간호사도 다가왔다.“축하드립니다. 제대혈 교차검사를 했는데 적합하네요. 윤우가 곧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이 소식에 박민정은 무척 기뻤다.“정말요?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별 말씀을요. 당연한 일입니다.” 간호사는 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2화

    “지금 회사가 정상 운영이 안 되고 밖에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언론인들도 데리고 왔는데 쫓아내기도 곤란하고요.” 진서연은 해외에서 박민정의 작은 회사나 관리했지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지만 유남준은 오히려 침착했고 차근차근 지시를 내렸다.연지석도 왔는데 도우려다가 유남준이 있는 걸 보고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이때 설인하가 창백한 얼굴로 사과했다. “사장님, 정말 죄송해요. 지난번에 주신 프로젝트를 또... 망했어요.”그녀는 지금 자신의 능력을 극도로 불신하고 있었고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다.연지석은 그녀를 탓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이건 설인하 씨 잘못 아닙니다. 내가 인하 씨 같은 평직원이었고 뭘 하든 막으려는 재벌 회장까지 있다면 나도 성공 못 했을 겁니다.”설인하가 놀랐다.“무슨 뜻이세요?”“인하 씨랑 방성원 씨의 부부 사이를 이간질 하려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조사해 보니 내가 인하 씨한테 줬던 프로젝트들은 다 방씨 가문에서 가로챘더군요.”설인하는 가슴이 철렁했고 곧이어 분노가 치밀었다.“그래서 그랬군요!”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사장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정말 죄송해요. 제 개인사 때문에 사장님 프로젝트에 피해를 끼쳤네요.”연지석은 두 손을 책상 위에 모았다.“괜찮아요. 민정 씨 친구니까 내 친구기도 해요. 이 정도 프로젝트는 별거 아니에요.”“감사합니다.” 설인하는 다시 허리 굽혀 인사하고 연지석 사무실을 나와 방성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왜 이런 비열한 짓을 한 거야!”아직 새벽 4시였다. 방성원은 설인하가 혼자 자다가 잠이 안 와서 자기를 생각하며 전화한 줄 알았다.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따지는 소리가 들렸다.“이른 아침부터 날 욕하려고 깨운 거야?” 방성원이 미간을 찌푸렸다.“욕은 무슨, 때리고 싶을 정도야! 왜 내 프로젝트를 가로채? 그게 너한테 무슨 이득이 된다고 생각해? 방씨 가문이랑 우리 PMJ는 업종도 다르고 경쟁사도 아니잖아!” 설인하는 분노가 치밀어 목소리가 떨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1화

    박민호는 그 말을 듣고 아첨하는 웃음을 지었다. “형, 그렇게 안 하셔도 돼요. 걱정 마세요, 꼭 도와드릴게요.”차가 출발하자 박민호는 이미 자신이 진주시의 유력 인사가 되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다.병원 밖에는 그들 외에도 윤소현과 이지원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평범한 차 안에 앉아 각자 생각에 잠겼다.“아들 둘을 또 낳았대요!” 윤소현은 질투심을 숨기지 못했다.유남준에게 아들이 넷이나 있으니 앞으로 자기 아이와 재산을 두고 경쟁할 인물이 생긴 것이다.이지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소현 씨, 우리 계획대로라면 곧 박민정의 경사가 상사로 바뀔 거예요.”윤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이 소식을 최현아에게도 전했다.최현아는 최근 시아버지 유석진과 함께 호산 그룹에 있으면서 유남우의 권력을 빼앗으려 했던 터라 갑자기 이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윤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짜야?”“이런 걸로 거짓말할 이유가 있나요? 조금만 알아보면 알 수 있죠.” 윤소현이 한숨을 쉬었다. “박민정의 아들 둘도 똑똑한데 이제 둘이 더 생겼으니 지훈이나 제 미래의 아이는 스트레스가 심하겠네요.”최현아는 옆에서 게임하는 유지훈을 보자 화가 났다. “얼른 숙제나 해!”“엄마, 유치원에 무슨 숙제가 있어요.” 유지훈이 불평하며 제 할 일을 계속했다.최현아는 어쩔 수 없었다. 윤소현이 일부러 자신을 부추기는 걸 알았기에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다.“요즘 경쟁이 치열하지. 박민정이 출산했으니 나도 가봐야겠네. 알려줘서 고마워.”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여기서 최현아가 소식을 들었다면 고영란도 당연히 알았을 터. 그녀는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귀여운 사내아이 둘을 보자 그녀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민정아, 남준아, 예찬이랑 윤우는 어렸을 때 내가 제대로 키우지 못했잖아. 이번엔 꼭 이 두 아이만큼은 내가 곁에서 돌보면서 키우고 싶어.”박민정이 따뜻하게 웃었다. “좋아요.”유남준은 그녀가 동의하는 걸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10화

    마침내 분만실 문이 열리고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간호사가 두 아기를 데리고 나왔다. “축하드립니다.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합니다.”유남준은 아기를 보지 않고 바로 분만실로 들어갔는데 분만실에는 박민정이 기력이 없이 누워있었다.“민정아.”박민정은 힘겹게 웃었다. “괜찮아요.”유남준은 그런 그녀가 더욱 안쓰러웠다.“이제 그만 낳자.”“네, 좋아요.”박민정이 대답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아기들은요?”“밖에 있어, 건강해.” 유남준의 이 말에 박민정은 안심되면서도 궁금했다. “남자애예요, 여자애예요?”유남준이 멈칫했다.“잠깐만, 내가 보고 올게.”그는 박민정 생각에만 빠져서 아기를 보는 걸 잊고 말았다.밖으로 나오니 박윤우와 박예찬이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기들은요?”조하랑이 혀를 찼다. “이제 아기 생각나요? 신생아실로 갔어요.”“깜빡했네요.”유남준이 물었다.“남자애예요, 여자애예요?”“멋진 사내아이 둘이에요.”조하랑의 말에 유남준도 박예찬, 박윤우처럼 실망했다. 그는 박민정을 닮은 딸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은 박민정에게 이 소식을 전하는 걸 잊지 않았고 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깊은 잠에 빠졌다.그녀가 쉬는 동안 조하랑과 진서연네는 아기들을 달래고 있었고 의사는 박윤우의 수술을 위한 검사로 바빴다.“너무 작고 귀여워.”진서연은 모성애가 한껏 피어올라 연신 귀엽다고 했으나 박예찬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여동생이 하나라도 있었으면...”“남동생 둘도 좋아, 실망하지 마.”조하랑의 위로에 박예찬은 기대에 찬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하랑 이모, 언제 아기 낳으실 거예요? 저랑 윤우한테 여동생 둘 낳아주세요.”“맞아요, 한 명씩이요.” 박윤우마저 한마디 하자 조하랑은 말문이 막혔다.“꿈도 꾸지 마. 내가 낳은 딸을 왜 너희한테 하나씩 줘? 게다가 성별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조하랑이 부글부글 말하고 있을 때 김인우도 다가왔다. “맞아,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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