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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박민정이 일어나 이지원의 앞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제가 변했다면서 왜 아직도 예전의 저를 대하듯 하세요? 아직도 지원 씨한테 속을 것 같나요, 제가? 사실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어요. 그냥 지원 씨랑 같은 사람 되기 싫어서 반격하지 않았던 거지."

박민정이 룸을 나가며 덧붙였다.

"다음에는 조금 발전하셨으면 좋겠네요."

이지원은 박민정의 안타깝다는 표정이 어딘가 음침해 보여 두렵기 시작했다.

카페를 벗어난 박민정이 정민기가 알려 준 자리의 차가 없어진 걸 발견하고 숨을 내쉬었다.

문득 유남준이 더 이상 자신이 예전에 좋아하던 그 어린 소년이 아니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 소년은 속내를 다 드러냈고, 자신에게 잘해 줬다. 물론 의심 같은 것도 하지 않았었다.

박민정이 생각에 잠긴 채 차를 타고 떠났다.

이지원이 건물을 나와 몇 걸음 채 걷지 않았을 때 어떤 남자가 불쑥 나타나 이지원의 손목을 붙잡고 으슥한 곳으로 갔다.

"지원아, 보고 싶었어."

눈앞의 남자는 수염이 거뭇거뭇했고 눈 밑은 푸르뎅뎅했다. 누가 봐도 잠을 못 잔 사람의 모습이었다.

"임수호,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몇 번을 더 얘기해야 해? 난 너랑 LA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정말 날 위한 거면 어서 돌아가."

임수호가 상처받은 눈빛으로 말했다.

"유남준 때문이지? 걘 너한테 마음 없다니까? 널 좋아했다면 진작 결혼했겠지."

"그게 뭐? 적어도 내가 원하는 건 줄 수 있는 사람이야."

이지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넌 뭘 줄 수 있는데?"

"난..."

"지금의 넌 아무것도 못 해."

임수호가 이지원의 팔을 단단하게 잡았다.

"내 회사는 망했지만, 곡은 아직 쓸 수 있어. 너만을 위한 노래를 써 줄게."

이지원이 비웃었다.

"그딴 곡 필요 없어. 넌 재능이 없다고. 언제 인정할래?"

임수호의 눈이 빨개졌다.

"사람이 어떻게... 왜 이렇게 냉정해진 거야. 그때 내가 없었으면 지금의 네가 있을 것 같아? 이제는 내가 널 원한다고!"

임수호가 화내는 걸 보더니 이지원이 말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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