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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이지원은 인터뷰를 마친 후 한수민을 찾아갔다.

그리고 한수민과 박민정 동생이 600억을 위해 박민정을 늙은이에게 시집 보내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남준이 대답이 없자 이지원은 말을 얹었다.

“민정 씨 어머니 말로는 민정 씨가 먼저 600억을 요구했다더라고요.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그리고 아직 두 분 숙려기간이 끝나지 않아서 정식으로 결혼하는 대신 식만 올리기로 했다고요.”

...

박민정은 엄마와 동생이 자기 의견은 모조리 무시한 채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신혼을 준비 중인 건 꿈에도 몰랐다.

한수민은 그녀가 절대 죽을 용기도 없고 절대 죽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많은 괴롭힘을 당했지만 떠나기를 선택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같을 것으로 생각했다.

동생인 박민호는 진즉에 그 600억을 받아서 새로운 회사를 준비 중이었다. 그는 박민정에게 단 조금의 죄책감도 없었다.

그리고 이날, 박민정은 한수민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최 사장님이 좋은 날짜 받아오셨어. 이번 달 15일이야. 나흘 동안 잘 준비해서 시집 가면 돼. 이번에는 꼭 이 남자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알았지?”

박민정은 이 두 메시지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15일. 기쁘고 즐거워야 할 날이었다. 그녀가 유남준과 이혼을 약속한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려는 날이기도 했다. 박민정은 자신이 또 잊을까 봐 이날을 노트에 기록해 뒀다.

그리고 그녀는 친필로 유서를 써 내렸다.

필을 들었지만 뭘 써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에 그녀는 윤정숙과 연지석에게 말을 남겼다.

다 쓴 뒤 그녀는 유서를 자신의 베개 밑에 넣어뒀다.

사흘 뒤.

14일에는 비가 크게 내렸다.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놨는데 온종일 벨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모두 한수민이 걸어온 전화였고 그녀가 어디 있는지 묻는 것이었다.

내일이면 결혼식이니 그녀더러 집에 들러 최 사장에게 시집갈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박민정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늘 새로 맞춘 붉은 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화장도 했다.

사실 그녀의 본판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저 너무 마르고 너무 창백할 따름이었다.

박민정은 거울 속의 한껏 꾸민 자신을 보았다. 유남준에게 시집가던 때 같기도 했다.

택시를 타고 묘지로 향했다.

그녀는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내려 아빠의 묘지로 걸어가 흰 국화를 내려놓았다.

“아빠.”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들리는 건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여기 올 생각은 아니었는데 도저히 갈 데가 없었어요. 인정해요. 저는 겁쟁이예요. 혼자 외롭게 떠나기 싫어서 아빠가 있는 여기에 온 거예요. 혼내려면 혼내요.”

박민정은 낮은 목소리로 말한 뒤 묘지 옆에 앉아서 자기 자신을 끌어안았다.

그녀가 핸드폰을 켜자, 한수민의 악독한 말이 하나하나 전해졌다.

「박민정! 네가 숨는다고 숨을 수 있을 것 같아?」

「네 동생이 이미 돈도 다 받았다고. 최 사장님도 목이 빠지게 너를 기다리는데 우리가 너를 놓아줄 것 같아?」

「똑바로 생각해. 내일 네 발로 걸어 시집갈지, 다른 사람들한테 묶여서 시집갈지.」

「이건 네 임무야.」

조용히 모든 메시지를 읽어내렸다.

박민정은 대답할 말을 써 내려갔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내일, 교외로 데리러 오세요. 아빠 묘비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한수민은 박민정의 대답을 듣고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고 더는 전화를 치지 않았다.

박민정은 그제야 순간의 안녕을 만끽했다.

그녀가 그곳에 조금 앉아 있는 게 온종일이 되었다.

밤의 장막이 드리우기 전 그는 아빠가 어릴 적에 직접 조각해 준 나무 인형을 꺼내 품에 안았다. 온몸으로 밤의 어둠과 내리는 빗방울을 막았다.

시간은 일분일초가 흘러갔고 열두 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15일의 하루가 다가왔다.

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끝도 없는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았고 목구멍에는 울음이 차올랐다.

새벽 3시.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가방에서 약을 꺼냈다.

그 시각. 두원 별장.

유남준은 돌아온 후 전등도 켜지 않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피곤한 그는 태양혈을 누르면서 쪽잠을 자다가 화들짝 깨났다.

이상했다!

그는 또 악몽을 꿨는데 그 꿈은 박민정에 관한 것이었다.

유남준은 박민정이 죽는 걸 꿈으로 봤고 너무나도 리얼했다.

핸드폰을 꺼내 보니 새벽 4시였다.

유남준은 오늘이 숙려기간이 끝나는 날이라는 게 생각났고 이혼 수속을 밟기로 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박민정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잊지 마. 오늘 이혼 수속해야 해.」

박민정은 메시지를 받고 의식이 흐릿했지만 겨우 유남준에게 답장했다.

「미안해요. 못 갈 것 같아요. 하지만 걱정 마요. 우리는 꼭 헤여질테니까...」

그녀가 죽으면 혼인은 당연히 없던 게 된다.

유남준은 박민정의 메시지를 받고 마음속으로 저도 모르게 안심이 됐다.

그도 박민정이 절대 죽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유남준은 박민정이 죽는 것에도, 자신과의 이혼에도 미련이 가득할 것으로 생각했다.

유남준은 전화를 걸었다.

지난 몇 년.

박민정은 유남준의 전화를 몇 번 받아보지 못했다.

그는 늘 말을 간략하게 했고 대부분 메시지로 말을 보내서 전화를 건 적이 거의 없었다.

박민정이 통화 연결을 누르고 아직 입도 떼지 않았는데 유남준의 차가운 말이 들렸다.

“박민정,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애초에 네가 하자고 한 이혼이잖아? 이제 와서 후회하는 이유가 혹시 내가 너한테 돈 안 주지 않아서야? 그래, 새 사람 찾아서 결혼해! 600억이면 충분하잖아?!”

박민정은 목이 막혔다.

그녀는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에 다다르자, 그녀는 인정하기 싫었던 사실을 남은 힘을 짜내서 말해냈다.

“남준 씨... 당신한테 시집간 건... 처음부터 돈 때문이 아녔어요! 이혼하려는 것도... 돈 때문이 아니고요... 믿지 않겠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어요... 엄마랑 동생이 계약을 어긴 건, 전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 지금의 저도 그 600억을 위해서.... 아무나, 결혼하지 않을 거고...”

박민정은 숨을 겨우 쉬면서 말을 이었다. 유남준은 전화기 너머에서 바람이 불고 빗소리까지 들리는 걸 의식했다.

“지금 어디야?”

박민정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위태롭게 핸드폰을 부여잡고 몇 번이고 해명을 쏟아냈다.

“만약... 엄마랑 동생이 한 일을 알았다면, 전 절대... 절대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 만약에 제가... 당신이 이지원을 좋아한 걸 알았다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 만약에 아빠가 결혼식 당일 교통사고가 날 걸 알았다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

결혼 하지 않았을 거다.

유남준은 박민정의 말 속에서 그녀가 지난 몇 년에 대한 울분을 들어냈다.

그녀가 얼마나 이 결혼을 후회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목은 마치 솜으로 틀어막힌 것처럼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후회하는데? 그때 울면서 나랑 결혼하겠다는 건 너 아니었어?”

유남준의 저음의 목소리에 물기가 서렸다.

하지만 박민정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서 유남준은 거의 들을 수가 없었다.

“박민정! 너 지금 어디야?”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들리지 않았고 박민정의 마지막 한마디만 들렸다.

“사실... 당신이 행복하길 바랐어요.”

툭.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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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진짜재미있네요 뒷내용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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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연
새벽에봤다가 궁금해서 못자고있어요
goodnovel comment avatar
한은숙
재밌어요 자꾸 궁금해지고 읽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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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은 그제야 이지원이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다름 아닌 이간질이었다.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남준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이혼은 우리 둘 사이의 문제인데 굳이 지원이랑 싸워야겠어? 지원이 지금 병원이야.”박민정은 흠칫 놀랐으나 순간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아챘다.그녀는 이지원이 이렇게 비열한 수단으로 자신을 모함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걸 유남준이 철석같이 믿고 있다니...“믿거나 말거나 전 지원 씨랑 딱 한번 만났고 아무 짓도 한 적 없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그 시각 병원.유남준의 표정은 잔뜩 어두웠고 이지원은 이마에 붕대를 감은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그녀는 박민정과 만난 후, 스스로 머리를 부딪히는 고통을 불사하고 박민정을 모함했다.“대화를 나누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할 줄은...”이지원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진 뭉치를 꺼내 유남준에게 건넸다.이 사진들은 박민정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사람을 시켜 찍은 것이다.“더 이상 숨겨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오빠, 사진 보고 화내지 마요.”사진을 건네받은 유남준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고 겹겹이 쌓인 사진 속에는 박민정과 연지석 두 사람뿐이었다.유남준은 썸에 가까운 사진 한 장을 보며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이지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 사진들을 제가 먼저 발견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만약 사진들이 퍼졌다면 정말 큰일 날뻔했어요.”유남준은 마음이 착잡했다.병원에서 나온 그는 블랙 캐딜락에 앉아 사진에 필요한 돈을 이지원에게 보내라며 서다희에게 명령했다.“박민정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알겠습니다.”서다희는 즉시 사람을 시켜 알아보았다....박민정은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렸다.꿈속에서 유남준과 이지원은 결혼하여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또한 지난 몇 년간의 꿈도 꾸었다.유남준은 화가 나서 그녀를 버린 채 해외로 떠났고 아무리 찾으려 해도 만날 수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2화

    이건 타이르는 게 아니라 ‘교육’이나 다름없었다.유남준의 가족부터 전담 비서 서다희, 심지어 저택의 가정부까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박민정을 교육할 수 있었다.그리고 그런 상황이 닥쳐오면 박민정은 웃으며 고마워해야 한다.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억울함을 겪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서다희를 바라봤다.“그 사람이 화를 내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이죠? 별일 없으면 이만 가보세요.”서다희는 그녀의 싸늘한 눈빛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정신을 차렸을 땐 문이 굳게 닫혔다.서다희는 처음으로 문전박대를 당했다.지난 몇 년 동안 줄곧 차가운 태도로 무시를 하던 사람이 유남준이었는데 왜 이제는 반대가 된 거지?설마 이제 유남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걸까?...박민정은 서다희가 돌아가면 무조건 유남준에게 일러바칠 것을 알았다.그녀는 지친 채로 소파에 앉아 유남준의 질책을 기다리고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예상한 대로 서다희는 여기서 일어난 일에 대해 덧붙여 과장하며 말했다.강한 바람에 창문이 덜거덕거렸다.박민정은 초여름에도 불구하고 추운지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고 박민정은 한참이 지나서야 그걸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려고 했는데 솔직히 보지 않아도 누가 찾아왔는지 짐작 갔다.남자는 큰 키에 늘씬한 몸매가 더해지자 유난히 말라보였다.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깊은 심연 같은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비서님이 얘기해줬어요?”유남준은 싸늘한 얼굴로 사진 뭉치를 박민정의 앞에 던졌다.“체면은 세워주려고 했어.”흠칫 놀란 박민정은 그대로 고개를 숙였고 바닥에는 그녀와 연지석이 찍힌 사진이 가득했으나 일부러 묘해 보이게 찍은 사진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박민정이 설명하기도 전에 유남준이 말을 덧붙였다.“처음에는 모든 게 오해라고 생각했어. 처음에는 네가 아주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다시 만날 마음도 있었다고...”처음에는?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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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10화

    “아니에요. 별장 청소와 정리는 가정부가 하면 돼요.”박민정의 말에 설인하가 고집을 부렸다.“안 돼요. 그 얘기는 이미 청소는 모두 제가 하기로 했잖아요. 그대로 해요. 민정 씨, 나와 방성원의 관계 때문이라면 이러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긴 하지만 전부 처음부터 배울 거예요.”설인하는 박민정이 거절할까 봐 박민정이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청소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은 설인하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별장 관리인을 불러서 앞으로 매월 급여 발급할 때 설인하에게도 주라고 지시했다.사실 박민정이 설인하에게 별장 청소를 시키지 않은 것은 방성원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현재 그녀의 몸 상태가 감당을 못할까 봐서였다.게다가 박민정이 설인하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그녀도 예전에는 부잣집 딸로서 아무 일도 해본 적이 없이 자랐었다.설인하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결혼한 후 어떤 일을 겪었을지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설인하는 집 안 청소도 하고 또 주동적으로 진서연을 찾아서 업무상의 일을 시작했다.박민정은 소파에 앉아서 휴식하고 있었는데 진서연이 언제 나갔었는지 밖에서 들어오며 말했다.“보스, 정민기 씨가 찾아요.”“알았어.”박민정은 소파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정민기가 손에 서류 더미를 들고 있었다.“전에 조사하라고 한 함미현에 관한 자료예요. 출생한 병원과 그때 혈액 등 기록들이에요. 서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함미현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에요.”박민정이 서류를 받아보자, 거기에는 함미현의 출생 관련 기록들이 그대로 있었다. 만약 염혜란이 입양한 거라면 이런 내용을 모두 만들었을 수는 없을 것이다.“최근에 염혜란 씨에 대한 소식은 없어요?”박민정의 물음에 정민기가 신중한 표정으로 변하며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염혜란 씨 집 근처 CCTV를 모두 조사했는데 그중 한 카메라에서 종적을 찾았는데 옆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염혜란 씨도 같이 화면에서 사라졌어요. 그 차를 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9화

    박민정은 전혀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건 무슨 말이에요? 우린 이혼했으니 같은 집에서 살면 안 되는 거잖아요.”유남준은 고개를 숙여 박민정의 등의 양양한 표정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불렀다.“윤우야.”박윤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아빠, 왜요?”박민정은 순식간에 당황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유치하게 할 거예요?”유남준이 말했다.“윤우야, 아빠는 이제 갈게.”박윤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 거예요?”박민정은 유남준이 겁먹은 척 자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어이가 없고 화가 났지만, 박윤우 때문에 목소리를 낮추었다.“정말 그렇게 유치하게 아이를 이용할 거예요?”유남준은 모르는 체하며 대답했다.“이용한다고 말하면 안 되지. 윤우는 내 아들이고, 지금 그 금쪽같은 아들이 한 가족이 화목하게 함께 살기를 바라는 거잖아.”그는 또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보며 말했다.“윤우야, 아빠도 윤우랑 같이 살고 싶어. 그런데...”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우의 눈빛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박민정이 말했다.“아빠도 우리와 같이 살고 싶지만 지금 서연 이모와 수아 이모 그리고 인하 이모까지 우리 집에서 살고 있어서 아빠가 갑자기 들어오면 모두 불편할 거야.”결국 유남준은 박민정의 이유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박윤우는 비록 박민정과 유남준이 함께 살기로 바랐지만, 세 명의 예쁜 여인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아빠, 조금만 더 참아요.”그는 유남준 곁에 가서 속삭였다.순간 유남준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래, 알았어. 윤우만 믿고 있을게.”이 말은 박윤우에게 아주 효과가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유남준을 떠나보낸 후, 박윤우는 자기를 믿는다고 한 말에 더 책임감을 느꼈다.박민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윤우야, 방금 아빠와 무슨 말을 한 거야?”“별거 아니에요. 아빠한테 엄마를 잘 돌봐달라고 했어요.”“그래.”박민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8화

    박윤우의 말에 박민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윤우야, 모든 엄마와 아빠들의 표현 방식이 다 같은 건 아니란다.”옆에 있던 유남준이 갑자기 말을 이었다.“그래서 나에 대한 표현 방식은 내가 싫다는 거네? 손을 잡는 것도 싫을 만큼?”박민정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그녀의 말에 박윤우가 눈을 크게 뜨고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그럼 아빠를 안아주고 뽀뽀해요.”박민정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윤우야...”“결국 나와 형은 온전한 가족을 수가 없네요. 우리 반 옥미의 엄마와 아빠도 처음에는 서로 안고 뽀뽀하는 것을 싫어하다가 나중에 이혼했고 또 서로 다른 사람을 찾아 아이도 낳았대요.”말을 마친 박윤우가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흘러내렸다.“엄마와 아빠도 이혼하고 지금 저를 속이는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다른 동생들이 생기면 나와 예찬이 형은 신경도 안 쓸 거예요?”박윤우의 우는 모습은 유난히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박민정은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휴지를 꺼내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달랬다.“윤우야, 말도 안 되는 생각하지 마. 엄마와 아빠가 왜 너랑 예찬이를 모르는 체하겠어?”그러고는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그렇죠?”유남준은 박민정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우리가 계속 이렇게 지내면 정말로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우우우...”박윤우가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유남준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윤우야, 걱정하지 마. 아빠는 절대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엄마가 너를 원하지 않아도 아빠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박민정이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유남준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내가 틀린 말 했어? 윤우와 예찬이는 너의 마음속에서 연지석 씨와 에리 씨가 나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다 알고 있어.”이건 질투였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시력을 회복한 후 제일 처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7화

    박민정은 유남준이 주는 것을 덥석 받았다가 나중에 후회하기 싫었다.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남남인데 이런 귀중한 것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은 박민정이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 몰랐다.“정말 싫어?”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너무 커요.”“그럼 내가 예찬이와 윤우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해. 얘들이 아직 어리고 양육권은 당신에게 있으니, 그들의 후견인으로 잠시 보관하는 거로 하면 되잖아.”박민정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그런 거라면 얘들이 큰 다음에 직접 주면 되잖아요.”차 안의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앞 좌석에 앉아 있던 서다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사모님, 제 생각에는 사모님이 지금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지금은 얘들에게 준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주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만약 대표님이 나중에 다른 분하고 결혼해서 아이가 생겨서 그 아이에게 주면 어떡해요. 그렇게 되면 예찬 도련님과 윤우 도련님에게는 너무 큰 손실이잖아요.”“...”유남준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박민정도 당황해하더니 마음속으로는 서다희의 말에 도리가 있는 것 같았다.‘맞아, 아빠가 애들에게 주겠다는데 거절할 필요 없잖아.’“좋아요. 그럼 예찬이와 윤우 대신해서 먼저 받을게요.”박민정은 서류를 받았다.그들이 서류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차는 유치원에 도착했다. 박윤우는 워낙 귀엽고 잘생긴 데다가 얼마 전에 유씨 가문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박윤우와 같이 놀라고 했기 때문에 현재 인기가 대단했다.“윤우야, 오늘 너의 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오는 거야?”한 아이가 묻자, 박윤우가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응.”“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온다니 부럽다.”박윤우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환하게 웃고 있다가 유남준의 차를 발견하고는 달려가지 않고 오히려 박민정에게 전화했다.“엄마, 아빠 손잡고 여기로 와주시면 안 될까요?”박민정은 아들이 왜 굳이 유남준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6화

    이지원을 금방 보내고 난 박민정은 조하랑의 말에 깜짝 놀랐다.“뭐라고? 결혼? 누구랑 하는데?”“김인우 씨일 것 같아.”‘같아?’박민정은 순간 충격에 멍해졌다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하랑아, 너 인우 씨 할아버지 때문에 잠시 동의한 거지 절대 결혼은 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오늘 할아버지가 위독하셨는데 유일한 소원이 나와 김인우 씨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할아버지를 실망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 결혼하기로 했어.”조하랑이 설명했다. 그녀는 어차피 지금 당장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떠나가신 후에 두 사람이 안 맞으면 그때 다시 이혼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박민정은 조하랑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하랑아, 결혼은 그렇게 간단한 거 아니야. 너의 의지가 중요한 거야. 절대 그 할아버지의 말에 흔들려서 억지로 하면 안 돼.”“괜찮아. 억지로 하는 거 아니야. 아빠 말씀처럼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 하루아침에 재벌이 되는 거잖아.”조하랑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민정아, 걱정하지 마.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득 보는 거잖아.”조하랑은 오래전에 사랑을 포기했다.과거에 그녀도 강연우와 깊은 사랑을 했었지만 결국은 강연우가 그녀를 배신하고 떠나버렸기 때문에 지금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결혼할 수 있었다. 어차피 김인우를 사랑하지 않기에 배신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슬프지 않을 것이다.“하랑아, 어찌 됐든 내 말은 네가 원하지 않은 건 절대 하지 마.”“알았어. 끊을게.”조하랑은 전화를 끊고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김인우와 마주쳤다.그녀만 보면 말을 비꼬아서 하던 김인우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는 절대 빨리 돌아가시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후회되면 지금 가서 얘기해요.”조하랑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인우 씨가 후회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인우 씨의 선택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5화

    김인우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할아버지, 크게 기뻐하거나 슬퍼하면 안 된다고 했던 의사 말씀 잊으셨어요?”김인우가 입으로는 늙은이들이 귀찮다고 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김훈을 엄청나게 생각했고 세상을 떠날까 봐 두려워했다.김훈은 손자의 성격이 유별나서 비록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 사리 분별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내가 언제 또 그렇게 크게 기뻐했다고 그래? 기쁠 일이 어디에 있다고.”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증손자도 안아보지 못했는데 나한테 기쁠 만한 일이 뭐가 있겠어.”김훈이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닦는 척했다.“예찬이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평생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없었을 거야.”김인우는 김훈의 연기가 너무 익숙했지만, 조하랑은 처음이었기에 서둘러 위로했다.“할아버지,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가 옆에 있잖아요. 충분히 그런 기쁨을 느끼실 수 있어요.”김훈은 조하랑의 말을 듣고 말했다.“내가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이 있는데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을 거야.”“무슨 일이에요?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면 꼭 이루어 드릴게요.”조하랑은 이것이 김훈의 속임수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김훈은 조하랑의 대답에 만족하며 말했다.“나 어제 남우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와 우리 인우가 생각이 났어. 너희들이 약혼식을 한지도 이제 반년이 지나갔는데 결혼은 언제 할 거야?”조하랑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김인우는 진작 김훈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훈은 계속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어차피 죽기 전에 너희들 결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바에 차라리 지금 일찍 죽는 게 나을 것 같구나.”그는 말하면서 몸에 있는 의료기기를 떼는 흉내까지 보였다. 그러자 단순한 조하랑이 곧바로 말렸다.“할아버지, 이러시면 안 돼요.”“하랑아, 네가 착한 아이인 걸 알아. 그래도 날 막지는 마. 이대로 죽게 내버려둬!”박예찬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4화

    김인우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가 이지원의 말을 듣고 하품했다.“그래.”이지원은 김인우가 자기를 용서한 줄 알고 말했다.“이제 저 용서해 주는 거죠?”수화기 건너편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이지원 씨, 지금 나와 장난하는 거예요?”이지원이 온몸을 흠칫했다.“과거에 했던 짓을 생각해 봐. 그까짓 머리를 몇 번 조아렸다고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김인우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나의 기억이 맞는다면 과거에 나를 속여서 돈을 엄청나게 가져갔지? 지금 제호 클럽에서 수입은 어때?”“나... 나는 예솔이 그 나쁜 년에게 속아서 팔려 간 거예요. 돈을 벌 수 없어요.”이지원이 말을 더듬었다.“그럼 어떡하지? 빌려 간 돈은 갚아야 할 거잖아. 손님 없으면 내가 찾아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데 혹시 한 번에 여러 명도 가능해?”김인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사람을 속이는 것인데 지금 그는 이지원이 당장 죽게 가만두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쉬운 벌인 것 같았다.오늘 김훈은 상태가 악화하여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조하랑과 박예찬이 옆을 지키고 있었다.김훈은 조하랑의 손을 잡고 말했다.“하랑아, 인우를 불러줘.”“네, 알았어요.”조하랑은 대답하고 곧바로 김인우를 찾으러 갔는데 사무실 앞에서 김인우의 대화를 들었다.‘빌려 간 돈을 갚아야 한다고? 손님? 한 번에 몇 명을 접대해?’이상한 단어들을 들은 조하랑은 너무 당황했다. 도대체 김인우가 좋은 사람이 맞는지 궁금했고 또 김훈 속이고 많은 나쁜 일들을 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김훈의 상황을 생각하고는 용기를 내서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김인우가 아무 표정 없이 대답했다.조하랑은 문을 열었지만 들어가지 않고 말했다.“할아버지가 찾아요.”“할아버지가 깨어나셨어요?”김인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김훈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한 것은 바로 어제 유남우의 결혼식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원래 남들의 일에 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3화

    박민정이 일하고 있을 때 부하가 찾아와 보고했다.“손님이 찾아왔어요.”“누구예요?”박민정이 묻자, 부하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 처음 보는 여자분인데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어요. 지금 회의실에 있어요.”박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알았어요.”진서연이 옆에서 문서를 프린트하고 있다고 박민정의 어릴 때 친구가 왔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그쪽을 쳐다보았다.박민정이 회의실로 가보니 안에는 이지원이었다.얼마 전에 조하랑에게서 이지원이 친한 친구 하예솔과 같이 나이트에 다닌다는 말을 들었는데 오늘 뭐 하러 왔는지 궁금했다.‘무슨 일이지?’이지원은 회의실 입구로부터 자기를 향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박민정과 눈을 마주쳤다.이지원은 곧바로 박민정의 배를 주의해 보았는데 불룩하게 나온 것이 쌍둥이어서 그런지 6개월이 넘는 것 같았다.“서연아, 경비 불러서 여기 이분을 밖으로 모시라고 해.”박민정이 자신을 쫓아내려 하자 이지원은 빠른 걸음으로 박민정 앞으로 가더니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쿵 하고 무릎을 꿇었다.“민정 씨, 흥분하지 말고 우선 내 말부터 들어줘요. 나 오늘은 민정 씨에게 사과하려고 왔어요. 과거에 내가 민정 씨에게 많은 잘못을 했는데 미안해요.”말을 마친 이지원은 쿵쿵하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주위의 동료들도 모두 호기심에 무의식적으로 그녀들이 있는 쪽으로 바라보았다.이지원은 창백해 보이게 메이크업했고 옷도 아주 얇게 입어서 유난히 비참해 보였다.그녀는 살기 위해 자기를 학대할 정도로 힘 있게 머리를 조아려서 이마가 까졌다.진서연은 즉시 박민정 옆으로 다가가서 의아한 표정으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았다.“당신은 누구예요?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사과하는 거예요?”역시 박민정이 키운 비서답게 그녀는 핵심을 짚었다.비록 박민정과 이지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사과하는 방식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많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무슨 짓이지? 사과하겠다는 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2화

    유석진도 회사에 나왔는데 유성혁의 사무실의 발코니에서 밖의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때 최현아가 다가와서 말했다.“아버님, 성혁 씨 찾았어요.”유석진이 돌아서며 물었다.“성혁이 지금 어디에 있어?”최현아는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녹음을 틀었다.녹음에는 유성혁이 눈물 콧물에 애걸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유석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이건 어떻게 된 거야?”“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메일이 와 있었는데 누가 보냈는지는 몰라요.”최현아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버님, 성혁 씨 아무 일 없겠죠?”비록 유성혁이 자기를 배신했지만 필경 애 아빠이고 오랜 부부 사이였기에 유성혁에게 일이 생기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유석진은 주먹을 꼭 쥐고 최현아를 다독였다.“대체 누구야?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하는 거야? 현아야, 걱정하지 마. 우리 유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나서면 반드시 성혁이를 찾아낼 수 있을 거야.”최현아는 혼란스러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유석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순간 의기양양하게 출근하는 박민정을 보더니 질투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박민정의 앞을 가로막았다.“동서, 설마 남준 도련님이 별일 없을 거라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던 거야?”박민정은 최현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말했다.“그렇다면 왜요?”“동서, 정말 무서운 사람이구나. 그런데 아무리 남준 도련님이 별일 없다고 해도 호산 그룹은 이제 도련님이 어떻게 할 수 없어.”최현아가 말했다.박민정은 최현아의 반응이 조금 웃긴다고 생각하며 말했다.“그래요. 상관없어요. 어차피 저는 그런데 신경 쓰지 않아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최현아를 지나갔다.최현아는 박민정의 태도에 이를 악물었는데 호산 그룹을 나갈 때까지 그녀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그때 한 그림자가 그의 시선을 끌었는데 멀지 않은 나무 아래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이지원이 몸을 사리며 움츠리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최현아는 조금 전의 표정을 지우고 이지원을 향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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