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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작가: 윤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3-20 19:23:59
유남준은 고개를 들어 박민정을 바라보았다.

“왜 찾아왔어?”

박민정은 고영란이 자신에게 준 백지수표를 유남준 앞에 내밀었다.

“수표 주면서 떠나라고 했어요.”

유남준은 수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동의했어?”

수표에 금액만 적으면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빚진 돈을 바로 갚을 수 있다.

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당신과 이미 계약을 맺었으니 당연히 안 받았어요.”

지금 떠나면 어떻게 셋째를 가지고 또 윤우를 구하겠는가?

박민정은 수표를 유남준에게 건네줬다.

“돌려줄게요.”

유남준은 그것을 받아들고 힐끗 쳐다보더니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그윽하게 박민정의 얼굴을 바라봤다.

“잘했어. 당신이 이 수표에 금액을 적었어도 내가 돈을 안 줬을 거야.”

‘그녀가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려야겠다.’

그 말을 듣고 박민정은 주먹을 꽉 쥐었다.

유남준은 따뜻한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일어나 그녀 앞에 다가왔다.

박민정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유남준의 손이 그녀의 목에 닿았는데 아직 알레르기가 하나도 낫지 않았다.

“약 발랐어?”

유남주의 변덕스러운 성격은 박민정을 매우 불편하게 했다.

그녀는 슬그머니 비키며 말했다.

“발랐어요.”

미세한 움직임도 그의 눈을 피해 가지 못했다. 유남준이 강제로 건드리려 할 때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거실의 어색한 분위기에 박민정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문 열게요.”

유남준을 피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을 열러 갔다.

한여름 밤의 서늘한 바람 속에서 이지원은 옅은 색의 잠옷을 입고 눈 밑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문 앞에 서 있었다.

박민정이 문을 연 것을 보고 눈빛이 조금 흔들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남준 씨를 만나러 왔어요.”

이렇게 연약한 미녀여야 유남준과 김인우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구나.

시선을 거두고 뒤돌아보니 유남준이 이미 걸어오고 있었다.

이지원은 그를 보자마자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을 흘렸다.

“남준 오빠.”

그녀가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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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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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엄마. 민정 씨는 아직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더라고요. 오히려 엄마 소원을 이뤄줬다면서 우기고 있었어요.”그 말에 정수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참, 그 여자도 정말 보통 여자가 아니야. 네가 그동안 괜히 그런 수모를 겪은 게 아니었어. 시간도 늦었으니 이제 그만 쉬러 가 봐.”“네.”이지원은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건넨 후 자리를 떴다.이지원이 밖으로 나가자 정수미의 얼굴에 번졌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예전과는 다르게 그녀는 훨씬 더 차분해졌고 자신의 친딸이라며 나타난 여인을 함부로 믿지도 않았다.그런 정수미를 비서도 눈치챈 듯 물었다.“대표님, 왜 이렇게까지 지원 아가씨를 차갑게 대하시는 겁니까?”“저 아이가 나타난 시기가 너무 절묘하게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정수미가 되물었다.말을 마친 그녀가 서류들을 꺼내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이것들 좀 봐. 저 아이가 겪었던 일들이 너무 많아.”정수미는 ‘많다’라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게다가, 지금 저 아이의 착하고 얌전한 모습도 전부 연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지금, 정수미는 맑은 정신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였다.비서는 정수미가 내민 서류들을 펼쳐보며 이지원이 예전에 저질렀던 일들을 발견했다.“이래서 김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아가씨를 적으로 돌렸던 거군요.”정수미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저 아이가 정말 내 딸이 맞다면, 이참에 제대로 가르쳐야겠어.”정수미는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악인도 아니었다.“박민정이 새로 세운 회사가 요즘 잘 되고 있다던데.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지?”정수미는 이제 자신의 딸을 들먹이며 자신을 속여온 박민정 역시 마냥 좋은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자신의 두 딸인 윤소현과 이지원 모두 그녀에게 괴롭힘을 당한 전적이 있으니 언제 한 번 박민정에게 제대로 된 복수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7화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네. 이제 부잣집 딸들도 이렇게 위험할 수가 있다니.”민수아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뉴스 속보를 보던 박민정은 어딘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불안한 마음에 정신이 멍해진 박민정이 입을 열었다.“하예솔은 내 동창이었어. 그 아이의 죽음이 단순하지만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배에 손을 얹었다.박민정의 말을 들은 민수아와 다른 사람들은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뉴스에까지 나온 피해자가 박민정과 아는 사이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으니 말이다.유남준도 뉴스를 보자마자 요 며칠 동안은 더욱더 신경을 써서 박민정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달이면 박민정은 출산을 할 예정이었고 더 지나서는 박윤우의 수술도 준비해야 했다.그날 밤, 불안함에 박민정은 침대에서 한참이나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메시지 알림음이 울리자 그녀는 곧장 휴대폰을 들어 확인해 보았다. 낯선 번호로 온 문자였다.[민정 씨, 오랜만이네. 우리 만나서 얘기 좀 할까요? 나 지원이에요.]박민정에게 온 문자 메시지는 유남준도 곁에서 함께 확인했다. 하지만 그는 미간을 짙게 찌푸린 채 말했다.“잠이나 자자.”박민정도 휴대폰을 끄고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다시 한번 이지원에게서 문자가 왔다.[예전 일은 제가 다 잘못했어요. 다 민정 씨가 질투 나서 그랬던 거예요. 이제는 저도 친엄마를 찾았으니 이제 화해하면 안 될까요? 저 지금 민정 씨 집 근처인데.]그 메시지를 확인한 박민정은 이지원이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최대한 문자를 무시하고 싶었다.하지만 이지원에게서 또 한 번 문자가 왔다.[미현 씨가 사실대로 다 얘기해줬어요. 그러니까 저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민정 씨가 그 사실을 부정한다는 거겠죠.]그 문자에 박민정의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녀는 곧장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유남준에게 말했다.“한 번 가 봐야겠어요.”그녀는 이지원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궁금해서 미칠 것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6화

    가정부가 그런 이지원에게 설명했다.“아가씨, 여기는 정씨 가문의 임시 거처예요. 서울에 있는 저희 가문 본가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으리으리하거든요.”이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정말 가 보고 싶네요.”“몸 다시 좋아지시면 그때 가 보세요.”가정부가 대답했다.이지원은 함미현에 전에 살던 방에 머물게 되었다.예전 같았으면 이런 방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그녀는 호화롭고도 사치스러운 침대 위에 눕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예전의 연락처 목록을 훑다가 하예솔이라는 두 글자에서 스크롤을 멈췄다.“하예솔! 예솔아! 너도 예상 못 했겠지? 세상은 원래 돌고 도는 법이야.”과거, 이지원이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의 약혼남이었던 권씨 가문의 셋째 아들이었던 권진하와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된 하예솔은 이지원을 제호 클럽의 최하위층으로 내몰았었다.이지원은 그곳에서 우연히 김인우를 만나게 되었다.그리고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각종 비인간적인 대우였다.이지원은 아직 자신이 김인우나 박민정 같은 사람들과 맞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우선 가장 만만한 상대부터 처리해야 했다....하예솔은 권진하와 결혼을 했다.과거, 유남준을 해치려 했던 권진하의 둘째 형은 그 이후로 행방이 묘연해졌다.그렇게 지금 권씨 가문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권진하였지만 학력도, 기술도 없었던 그는 매일 놀고 마시는 것에만 빠져 여자들과 어울려 지냈다.하지만 정략결혼이었던 데다가 이미 권진하에게 한 번 배신까지 당해봤던 하예솔은 권진하가 어떻게 살든 애써 모른 척하며 살아왔다.그녀 역시 이지원이 정수미의 친딸이라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술에 잔뜩 취한 채 집으로 들어온 권진하가 냅다 웃옷을 벗어 던지며 외쳤다.“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잘 봐. 자금 우리 권씨 가문이 너 때문에 정씨 가문이랑 완전한 적이 되어버렸어!”하예솔 역시 이번 일만큼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던 탓에 그저 고개만 푹 숙였다.“당장 이혼하러 가자.”형과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5화

    김인우 역시 그 뉴스를 보게 되었다.“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이지원 같은 거짓말쟁이가 어떻게 정수미의 친딸이라는 걸까?조하랑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맞장구쳐주었다.“내 말이, 저렇게 못돼먹은 인간인데. 거짓말이 아니라는 증거가 어딨어?”김인우는 미간은 꾹꾹 눌렀다.만약 저게 사실이라면 자신도 꽤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이기 때문이다.혼자서 정씨 가문을 척치고 살 수는 없었다.“인우 아저씨, 할아버지가 들어오라고 하시던데요.”박예찬이 김훈의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진지한 김인우의 표정으로 미루어봤을 때,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무슨 일인지 얘기해 줄래?”박예찬이 대답했다.“이지원이랑 관련된 일이에요.”김인우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지더니 마지 못해 김훈의 방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김훈에게서 떨어질 불호령을 각오하고 안으로 들어섰지만 김인우의 예상과는 다른 말이 김훈의 입에서 나왔다.“내가 뭐라고 했어? 이지원 같은 인간은 절대 믿어서도, 상대해서도 안 되는 쓰레기라고!”평소 부드럽기만 하던 할아버지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가 김인우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정수미에게서 오늘 연락이 왔어. 예전 일은 다 없던 일로 해줄 테니, 앞으로는 이지원에게서 신경 끄라고 하더구나.”그 말에 김인우가 성가시다는 듯 대답했다.“네.”그러자 김훈은 휠체어를 돌려 김인우를 노려보았다.“너는 줏대도 없냐, 이 자식아? 남이 그렇게 하라고 하면, 바로 수긍할 거야?”할아버지의 알 수 없는 태도에 김인우도 답답해졌다.“그럼 할아버지 생각은 어떠신데요?”“아직까지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정씨 가문과 맞설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막상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 아니냐?”김훈이 천천히 말했다.갑자기 현실적으로 변해버린 할아버지가 김인우로서는 놀랍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답변을 받아낸 김인우는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이지원이 먼저 저를 속였으니 그에 맞는 대가는 꼭 치르게 할 겁니다. 정씨 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4화

    이지원이 친자 확인 검사 결과를 받은 그 날, 정수미는 곧장 그녀를 병원으로 보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정수미는 이지원의 몸에 남겨진 수많은 상처들과 뼈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몸을 보며 물었다“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정수미의 눈에는 안타까움만 잔뜩 묻어 있었다.이지원은 다정한 눈길로 정수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괜찮아요, 하나도 아프지 않을걸요. 다 제가 너무 어리고 철이 없어서, 사람들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던 탓이에요.”이지원은 함미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그 말을 들은 정수미의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미안하구나, 널 더 일찍 찾지 못했던 내 탓이야.”왜인지는 몰라도 이지원을 마주한 정수미의 마음이 아려왔다. 상처 많은 딸이 안타깝긴 했지만 함미현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다.아마 이미 한 번 데인 탓에 트라우마가 남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엄마, 그런 말씀 하세요. 제가 보육원에 보내진 건 절대 엄마 탓이 아니에요. 언니한테서 들었는데, 엄마는 저를 찾는 걸 포기한 적 없다고 그랬거든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 받고 치유 받았어요.”이지원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정수미는 이지원에게서 엄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눈에 띄게 멍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차렸다.“일단 쉬고 있어. 곧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난 잠깐 나갔다가 올게.”“네.”정수미는 병실을 나서자마자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녀의 뒤를 따라 나오던 비서가 말을 걸었다.“대표님, 잠깐 쉬시는 게 어때요?”그 말에 정수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분명 내 친딸을 찾았는데도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것처럼 답답해.”“아마도 함미현 때문일 겁니다. 그 여자가 너무도 뻔뻔하게 대표님을 속여왔으니까요.”정수미는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그럴지도 모르지. 가자, 그 애 보러 가야지.”“네.”함미현의 병실은 일반 병실이었다.정수미와 그녀의 비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3화

    “감히 정씨 가문에서 거짓말을 해요? 그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는 그래요?”윤소현이 순간적으로 욱하며 화를 냈다.하지만 이지원은 조금도 겁내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 역시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저도 더는 방법이 없어요. 김인우는 저를 죽지 못해 살아가게 만들었고, 유남준은 저를 완전히 헌신짝 버리듯 버렸죠. 저에게도 피난처가 필요해요.”이지원은 윤소현의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친자확인결과 조작만 해주시면 제가 소현 씨의 노예가 되어드릴게요. 뭘 시키든지 다 해낼 수 있어요.”“박민정의 목숨은 물론이고, 그 여자 아이까지 없애 달라고 한다면 기꺼이 하겠습니다.”이지원은 진심을 다해 윤소현에게 맹세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노에 휩싸여 이성을 잃었던 윤소현도 이지원의 말을 듣는 순간 깊은 생각이 잠겼다.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이 동했다.일전, 함미현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그녀는 함미현을 제대로 이용하려 했다.하지만 함미현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고, 이제 윤소현에게는 자신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그리고 그런 사람이 타이밍 좋게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 게다가 그 사람 역시 자신처럼 박민정을 죽도록 증오하고 있었다.“예전에 저는 같은 이유로 함미현을 도왔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걔는 결국 제 목숨을 노렸죠. 지원 씨는 안 그런다고 하겠지만, 제가 그걸 어떻게 믿죠?”윤소현이 일부러 시험하듯 물었다.그녀의 말에 이지원이 손을 들어 맹세했다.“제가 소현 씨를 배신하면 그 자리에서 죽을 겁니다.”아직도 믿지 못하는 것 같은 윤소현에 이지원이 곧장 말을 덧붙였다.“저는 함미현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만 알려준다면, 소현 씨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저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 굳이 배신할 이유가 없죠.”윤소현은 이지원의 말에 더 의심을 품지 않았다.“좋아요. 그 말 잊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2화

    그럼에도 오랜만에 자신의 딸을 만난 방성원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가 마침 베이비시터에게 무어라 말을 꺼내려던 그때, 딸이 입을 열어 방성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연지석 일행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방성원은 재빨리 표정을 굳힌 채 연지석에게 불편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자신이 있는 이곳이 박민정의 집이었던 탓에 더 말을 얹을 수는 없었다.설인하는 곧장 방성원에게 다가가 말했다.“이제 다 봤지? 그럼 돌아가. 더는 내 딸 찾아와서 방해하지 마.”방성원은 방은정을 더욱 힘껏 끌어안았다.“네 딸이라고 했어? 애는 너 혼자 낳니?”설인하의 말문이 다시 막혀버렸다.“말 들어. 애 데리고 나랑 돌아가자, 이제.”방성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로서도 설인하에게 이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자유를 주었다.하지만 설인하는 여전히 고집스레 말했다.“내가 말했지? 너랑은 더 이상 같이 못 산다고. 이럴 시간 있으면 차라리 이혼 서류나 준비해.”또 이혼 얘기였다.두 사람 사이에 스파크가 튀기자 유남준이 다가와 말했다.“성원아.”방성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 남의 집에서 싸우는 것은 결코 좋은 행동이 아니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방은정을 다시 설인하에게 돌려주었다.“며칠 뒤에 또 올 거야.”그 말만 남긴 채,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방성원은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을 수십 번이고 후회했다.연지석과 설인하의 모습으로 미루어봤을 때, 자신이 괜한 오해를 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원래대로였다면 그 역시 김인우의 조언대로 설인하를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생각이었지만 그의 계획은 이런 식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늦은 시간에 퇴근한 연지석과 설인하는 미처 못한 식사를 한 레스토랑 안에서 함께 하기로 했다.박윤우 역시 연지석이 왔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만나려고 일부러 자리에 함께했다.“지석 아저씨, 왜 이렇게 늦게 퇴근하세요? 다음부터는 일찍 퇴근해서 식사도 일찍 하는 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1화

    다행히 차를 조금 더 앞으로 몰고 갔던 연지석 덕에 부딪히는 사고가 나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운전기사도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그는 자신의 대표에게 사과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이미 차에서 내린 방성원이 연지석의 차로 다가오고 있었다.설인하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자신을 계속 따라오던 사람이 바로 방성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연지석도 그런 방성원에게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히 차에서 내렸다.손을 위로 높이 추켜든 방성원이 연지석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던 그때였다.반응속도가 빨랐던 연지석은 재빨리 방성원의 공격을 피했다.깜짝 놀란 설인하가 다급히 차에서 내려 방성원을 가로막았다.“방성원, 너 미쳤어? 이 사람은 내 상사야!”“상사?”방성원은 분노에 찬 헛웃음을 터뜨렸다.“그 어떤 상사가 이 야심한 밤에 여직원을 집까지 데려다주는데?”“네가 이런 식으로 날 미행하고 다녔으니까, 혹시라도 나한테 스토커가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그 말에 방성원이 순간적으로 말을 멈췄다.매서운 눈길로 그는 노려보던 설인하는 이내 고개를 돌려 미안한 듯한 눈빛으로 연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부사장님.”부사장님이라고?방성원은 조금 전 차에서 내릴 때 봤던 연지석의 모습이 어딘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설인하가 그를 부사장이라고 부르는 순간, 방성원은 순식간에 그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그쪽이 연지석 씨입니까?”연지석은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네, 접니다.”방성원의 눈빛이 한순간에 차가워졌다.“민정 씨한테는 손도 못 대더니, 이제 내 와이프한테 손대려고요? 역시 떠도는 소문이 정확했나 봅니다, 연지석 씨. 취향 참 독특하시네요. 유부녀만 좋아하신다면서요?”그 말에 연지석이 천천히 손을 말아 주먹을 꽉 쥐었다. 설인하를 봐서라도 방성원에게 직접적으로 손을 댈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분노에 찬 설인하의 얼굴은 이미 열을 받아 빨개져 있었다.“방성원, 말조심해. 나랑 부사장님은 아무 사이 아니니까.”연지석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0화

    “언제 쇼핑몰을 인수한 거예요? 저는 왜 모르고 있었죠?”박민정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차에 탑승한 후 다른 두 여인은 공짜로 된 옷을 무제한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부러운 눈길로 박민정을 바라보며 그녀랑 함께라서 다행이라 생각했다.아쉽게도 설인하는 연장 근무 중이라 함께 할 수가 없었다.“전에 호 산 그룹에 있을 때 사적으로 사들인 거야, 나도 잊고 있었어.”유남준은 사실대로 말했다.그는 당시에 많은 회사들을 사들인 탓에 잊고 있었다.“옷을 사다 잊어버렸단 소리는 들어봤어도 쇼핑몰 한 채 구매하고 잊어버렸다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어요.”민수아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역시 부자라 좋네요.”“앞으로 쇼핑하고 싶으면 서 비서랑 함께 와요.”유남준은 이미 박민정의 친구한테 잘 보이는 법을 배웠다.두 눈이 빛이 난 민수아는 말했다.“진짜예요? 감사합니다, 유 대표님.”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진서연도 감사하다고 말했다.쇼핑몰에서 고급 화장품이며 스킨케어 제품, 옷이랑 신발을 구매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민수아와 진서연은 오늘 종일 쇼핑해도 부족한 것만 같았다.진서연은 박민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보스, 얼른 유 대표님이랑 재결합하세요. 전에 제가 조사해 봤는데 출산 신고도 해야 되는데, 혼인 신고 증서가 필요해요.”“그렇게 번거로운 거였어, 그러면 재결합하는게 맞아.”민수아도 맞장구를 쳤다.유남준은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쉽게 포섭된 그녀들을 본 박민정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괜찮아, 없어도 출산할수 있어.”박민정의 말을 듣고 조급해진 그녀들은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를 몰랐다.이 상황을 본 유남준은 낮에 김인우가 제안했던 일을 떠올렸다.‘어떻게 하면 그녀가 죄책감을 가질까?’한편, 늦은 시간 퇴근 중이던 설인하는 멀리 있는 차 안에서 누군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같은 시각 퇴근 중이던 연지석은 설인하 뒤에 차량을 발견하고 운전 중이던 차를 그녀 앞에 멈추어 세웠다.“늦었는데, 민정 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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