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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윤지
박민정은 오른쪽 귀에서 피가 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한수민은 이토록 연약하고 무능한 딸을 보자 자기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올려둔 문서를 박민정에게 건네주었다.

“잘 살펴봐.”

“엄마가 널 위해서 만들어준 배경이니까.”

문서를 받아들자 문서에는 혼인계약서 다섯글자만 보였다.

박민정은 문서를 열어보았다.

「...박민정 양은 최명길 군의 아내가 되여 그의 일생을 책임지고... 최명길 군은 박진정 양의 가족들의 생활을 보장해주고 600억의 자산을 박씨 집안에게 제공해준다...」

최명길. 그는 진주시의 오래된 사업가 중 한명으로 올해 일흔에서 여든이었다.

박민정은 뇌가 아릿하게 당겨오는 것 같았다.

한수민이 이어 말하는 게 들렸다.

“최 사장님이 말씀 하셨어. 네가 재혼이어도 불쾌해 하지 않을거고 자기한테 시집만 오면 박씨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겠다고.”

한수민은 기대에 찬 눈으로 박민정을 보면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말했다.

“착한 우리 딸. 너는 엄마랑 동생을 실망 시키지 않을거야. 맞지?”

박민정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손 안에 든 계약서를 꽉 움켜쥔 채 말했다.

“저랑 남준 씨, 아직 완전히 이혼한 게 아니에요.”

한수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말했다.

“최 사장님이 말씀하셨어. 먼저 결혼식을 올린 다음에 혼인신고해도 된다고. 어차피 유남준은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닌데 엄마는 네 선택을 존중한단다. 너희 둘 이혼 허락해줄게.”

박민정과 유남준의 결혼을 무를 수도 없었다.

한수민은 아들의 말대로 딸이 아직 어릴 때 그 가치를 최대한 사용하고 싶었다.

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목이 메어왔다.

“뭐 하나만 물어도 돼요?”

그녀는 잠깐 멈칫하고 말을 이었다.

“제가 친딸은 맞는 거예요?”

한수민은 흠칫했다.

어르고 달래던 한수민은 바로 표정이 바뀌어 책망하듯이 얘기했다.

“내가 너만 아니었으면 내 몸매가 이렇게 될 일이 있었겠니? 세계적인 무용가가 진창에 떨어질 일이 있었겠냐고! 너는 정말 나한테 상처만 주는구나!”

박민정은 예전부터 다른 엄마들이 목숨이라도 내어줄 것처럼 자기 자식을 사랑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한수민은 조각만 한 사랑을 주는 것도 아까워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지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깨달은 게 있었다. 바로 다른 사람의 사랑을 구걸하지 말 것.

그녀는 계약서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승낙할 수 없어요.”

한수민은 그녀가 단칼에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순간 화를 내면서 말했다.

“네까짓 게 뭐라고 거절을 해? 네 목숨도 내가 너한테 준 거야! 내가 너한테 뭘 하라고 하면 너는 그대로 해야해!”

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한수민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럼 이 목숨, 돌려주면 빚 진 게 없는 거네요?”

한수민은 당황해서 말했다.

“너 지금 뭐라고?”

박민정이 핏기 없는 입술을 살짝 열었다.

“만약 제가 이 목숨 돌려드리면 앞으로 제 엄마도 아니실 거고 저도 낳아주신 빚 따위 없는 게 되겠네요?”

한수민은 믿기지도 않는다는 듯이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네가 그 목숨만 돌려주면 나도 더는 강요 안 하마! 너한테 그럴 배짱은 있고?”

박민정은 결심을 내리고 말했다.

“저한테 한 달만 시간을 주세요.”

한수민은 박민정이 미친 것 같았다.

계속해서 계약서를 박민정 눈앞에 들이밀면서 말했다.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얼른 이 계약서에 사인이나 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나가버렸다.

박민호는 문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대화를 다 들었다.

그는 한수민한테 물었다.

“엄마. 누나가 정말로 죽을 생각인 건 아니겠죠?”

한수민은 차갑게 말했다.

“걔한테 진짜 죽을 용기가 있다면 나도 인정하겠어! 어릴 때부터 가정부 손에서 커서 나랑은 조금도 안 친해서 나도 쟤를 딸로 보진 않았어.”

그들은 멀리 가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대화는 박민정 귀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녀는 아픈 귀를 문지렀다. 이럴 때는 차라리 귀머거리이길 바랐다.

외롭게 방 한구석에서 몸을 옹송그린 박민정은 문득 자신을 위해서 살아보지 못한 일생이 한없이 실패한 것만 같았다.

우울함이 극에 달하자, 그녀는 아무 곳이나 가서 기분을 풀고 싶었다.

그날 밤, 박민정은 클럽에 갔다.

그녀는 구석에서 술을 마시고 음악에 몸을 맡긴 사람들을 보며 멍을 때렸다.

도화살 가득하게 생긴 잘생긴 남자가 혼자 앉아 있는 그녀를 보고 다가왔다.

“박민정?!”

박민정은 그를 보고도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멍하니 물었다.

“어떻게 해야 즐거울 수 있는지 알아?”

그는 의아해서 말했다.

“너 지금 뭐라는 거야?”

박민정은 계속 술을 마시면서 말했다.

“의사가 나 보고 병이래. 즐겁게 살라는데, 근데... 즐겁지 않은걸...”

이 말을 들은 남자는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박민정이 자기를 기억을 하지 못하다니?

게다가 무슨 병? 즐겁지 않다고?

“저기, 즐겁길 바라면 이런 델 오면 안 되지. 내가 데려다줄게.”

남자는 다정하게 말했다.

박민정은 웃으면서 말했다.

“되게 좋은 사람이네.”

연지석은 울듯이 웃는 그녀를 보고 심경이 복잡했다. 요 몇 년 동안 그녀가 무엇을 겪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많이 비참해 보였다.

다른 구석에는 유남준도 있었다.

얼마 전에 박민정과 이혼 수속을 하고 나서 그는 매일 밤 여기에 와서 자신을 놔버리듯이 놀았다. 두원 별장에 돌아가지 않은지 꽤 됐다.

이제는 시간이 너무 늦어서 대부분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지원은 구석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그녀는 경악해서 말했다.

“저기, 박민정 씨 아니에요?”

유남준은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박민정 앞에 서서 둘이 정답게 웃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클럽에서 취한 것도 모자라서 남자까지 찾다니.

박민정을 너무 과소평가 했다.

역시 그녀도 그저 똑같은 사람이었다.

그때 일평생 한 명만 사랑할 거라고 한 사람은 누구였지?

“남준 오빠. 가서 물어볼래요?”

이지원이 말했다.

“필요 없어.”

유남준은 차갑게 대꾸하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박민정은 데려다주겠다는 연지석을 거절하고 그에게 말했다.

“혼자 돌아갈 수 있어. 귀찮게 할 수 없지.”

연지석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멀지 않은 거리에서 걸어 나가는 박민정을 따라갔다.

유남준은 혼자 차에 앉아서 셔츠의 단추 두 개를 풀어헤쳤지만, 여전히 답답했다. 목적지까지 절반쯤 왔을 때 운전기사더러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아가라고 일렀다.

그러다 타이밍 좋게 돌아가는 박민정을 마주쳤다.

유남준은 차를 멈춰 세우고 빠르게 내려 박민정에게 다가갔다.

“박민정.”

익숙한 목소리에 박민정은 술이 깨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유남준을 보았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남준 씨...”

그 말을 입 밖에 내자마자 박민정은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유 대표님.”

유남준은 가까이 다가서서 박민정이 은은하게 화장까지 했다는 걸 발견했다.

둘이 결혼하고 나서 박민정은 한 번도 화장이란 걸 한 적이 없었다.

유남준은 애당초 본인이 화장한 여자를 싫어한다고 말했던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너 지금 네가 무슨 꼴인지는 알아?”

유남준은 얇은 입술을 달싹였다.

박민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유남준이 이어 말했다.

“화장은 무슨 귀신처럼 해서... 너 같은 사람을 어떤 남자가 좋아하겠어?!”

박민정은 술이 완전히 확 깼다.

그녀는 젖어 든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 없다는 건 저도 알아요. 다른 사람한테 애정을 구걸하지 않았고요...”

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마음이 답답했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먼저 돌아갈게요.”

박민정은 계속 걸어갔다.

유남준은 원래 그 남자가 누구냐고 따져 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턱 끝까지 차오른 그 말은 다시 삼켜졌다.

어차피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할 사이였고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박민정은 결국 혼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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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뛣쀆꿾
아하하...엄마년이 또라이네..어떻게 딸을 80세 늙은이 한테 팔아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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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박민호는 연지석에게 다가가서 박민정을 뺏으려 했다.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연지석 때문에 그대로 땅에 고꾸라졌다.“퍽!”소리와 함께 박민호는 1미터 넘게 날아가서 심장을 움켜쥐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수민은 상황을 보고 급하게 아들을 부축했다. 그리고 연지석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감히 내 아들한테 손을 대!”연지석은 여전히 박민정을 안고 있었다. 도화살 가득한 그 눈에는 차가움이 흘렀다.빗물은 그의 머리카락을 따라 방울방울 떨어졌다.그는 모자 앞에서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그는 귀신 같은 얼굴로 한 글자씩 뱉었다.“죽고 싶어요?”한수민과 박민호는 눈앞의 이 남자에게 놀라서 한순간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연지석은 박민정을 안고 떠나면서 한수민에게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민정이 유서에 적혀 있더라고요. 녹음도 있고. 그 녹음에 그쪽이 더 이상 민정이랑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약속했다던데, 잊으셨어요?”박민정은 그 녹음이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건 알았고 그 녹음만으로 모녀 관계를 끊을 수도 없다는 것도 알았다.하지만 그녀는 한수민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한수민에게 체면은 아주 중요했다.만약 이 녹음이 공개되면 한수민은 자기 딸을 해쳤다는 꼬리표를 평생 달고 다녀야 했다.연지석의 협박에 한수민은 다친 박민호를 데리고 초라하게 떠날 수밖에 없었다.차에 앉아서 한수민은 연지석 품에 안긴, 생사를 알 수 없는 딸을 보며 손바닥을 세게 꼬집었다. “엄마가 모질다고 비난하지 말고 쓸데없는 너 자신을 탓하렴. 유남준 마음 하나 못 사로잡은 널. 지금 이건 전부 네가 초래한 거야.”그 순간 한수민은 엄청난 고통을 느꼈지만 빠르게 냉정해졌다.딸이 죽는 것보다 최 사장과의 거래가 더 중요한 일이었다.연지석은 박민정을 데리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그리고 박민정이 수술방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았다.수술 중이라는 선명한 세 글자를 보면서 그는 단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수술이 한 시간가량 이어지다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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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듣고 있던 유남준은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그리고 이런 그의 태도 때문에 그의 친구인 김인우도, 그의 엄마인 고영란도, 더불어 그의 비서인 서다희도, 심지어 집에서 도우미 일을 하는 사람들도 박민정을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김인우는 전화를 한 통 받고 급하게 떠났다.그가 떠난 뒤 유남준은 습관처럼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박민정으로부터 온 전화는 없었다.유남준이 전화를 걸자 여전히 차가운 기계음만 들렸다.“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유남준은 짜증이 나서 핸드폰을 옆에 버렸다.그는 몸을 일으켜 창가에 가서 담배를 꺼내 들었다.박민정이 새벽에 했던 말이 귀가를 맴돌았다. 그녀는 후회한다고 했다.유남준은 입안이 썼다. 크게 기침을 두 번 하자 등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오빠, 담배 좀 적게 피워요. 몸에 안 좋아요.”유남준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무의식적으로 박민정이 돌아온 줄 알았다.하지만 돌아보니 그 자리에 서 있는 건 단아하게 꾸민 이지원이었다.그는 눈에서 빛이 사라지면서 어색하게 물었다.“무슨 일로 왔어?”이지원은 그를 보는 눈빛이 제법 다정했다.“이모가 가보라고 하셔서요. 민정 씨가 그렇게 빠르게 다른 사람을 찾은 걸 알고 오빠보고 깊이 생각하지 말래요.”그녀의 입에서 말하는 이모는 유남준의 엄마였다.4년 전.유남준의 엄마와 김인우는 같은 차를 타고 적대하고 있던 회사로부터 암살 시도를 당했었다.유남준 엄마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그때 병원에 O형 피가 부족했는데 마침 박민정이 O형이었다.박민정은 김인우를 안정시키고 수혈하러 갔다.수혈한 후 박민정은 체력이 모자라서 그대로 쓰러졌다.그때 박씨 집안이 이지원의 투자자여서 이지원은 박민정과 사이가 꽤 좋았다. 그래서 박민정이 병원에 있는 걸 알고 가타부타 덧붙이지 않고 병원에 가서 박민정을 살폈고 그렇게 박민정이 사람을 구한 일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지원이 박민정이 입원한 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9화

    창밖으로 바람이 불었다. 박민정은 창백하고 연약한 손을 배에 올리고 눈빛이 멍해졌다.연지석이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의사가 검사한 결과, 그녀가 임신이란다.이 타이밍에 아이가 생기다니...은정숙은 져버린 눈을 보며,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박민정을 보면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민정아.”박민정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은정숙을 보았다.“아줌마.”은정숙은 눈이 붉어져서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민정아. 아줌마가 자식도 없고 쭉 너를 딸로 여겼어. 아줌마는 너 크게 성공하는 것도 안 바란다. 그저 몸 건강히 지내면 돼. 하나밖에 없는 딸이 죽으면! 엄마는 어떻게 살아가니?”박민정은 흠칫하고 은정숙이 과도를 드는 걸 보았다.“내가 너 열 살까지 키웠어. 열 살부터 너랑 같이 못 있어준 건 내 잘못이야. 지금 가서 너희 아버지한테 사죄할게...”은정숙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과도로 손목을 그으려 했다.박민정은 아연실색해서 없는 힘까지 짜내서 말렸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몸도 일으키지 못해서 목멘 소리로 말했다.“아줌마... 하지 마요...”하지만 은정숙은 멈추지 않았다.박민정은 그녀의 손목에서 붉은 피가 나는 걸 보면서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떨어져 내렸다.“멍청한 짓, 안 할게요. 아줌마, 그러지 마요...”박민정의 약속을 듣고서야 은정숙은 멈췄다.그녀의 눈은 잔뜩 충혈돼 있었다.“민정아. 낳아준 빚은 이미 갚았어. 우리 빚진 거 없어. 유남준한테도 빚진 거 없어! 지금부터 너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 위해서, 나를 위해서, 배 속에 아기를 위해서 잘살아 보자!”박민정은 결국 은정숙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녀와 아이를 위해 잘살아 보기로.지금부터 한수민은 그녀의 엄마가 아니었고, 그녀는 더 이상 남동생 같은 건 없다.그녀의 가족은 이제 은정숙과 배 속의 아이밖에 없다.은정숙은 사실 이런 방법으로 박민정의 결정을 협박해낼 생각은 없었다.그저 그녀를 살게 하고 싶었다!박민정은 자신의 부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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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74화

    방성원도 방은정의 작은 손을 꼭 잡아주고 나서야 그녀는 안심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그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설인하는 왠지 모르게 씁쓸한 감정이 몰려왔다.그러다가 문득 이혼도 먼저 제안하고 거기에 아이 양육권까지 달라고 한 자신이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이도 아빠를 너무 잘 따랐고 방성원도 아이를 많이 예뻐했다.이때, 차가 갑자기 급정거하게 되었는데 설인하가 채 반응도 하기 전에 방성원은 그녀와 방은정을 자기 품에 꼭 안았다.그리고 살벌한 얼굴로 운전 기사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대표님, 죄송합니다. 갑자기 앞에 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연신 사과하는 운전기사를 보고 방성원이 다시 차분하게 답했다.“천천히 몰아요.”“네.”이 시각 설인하는 여전히 딸과 함께 방성원의 품에 안겨 있었는데 또다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러다가 문득 그의 두 눈과 마주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한동안 그 상태로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이때, 방은정이 방성원의 옷자락을 잡고 그를 불렀다.“아빠...”방성원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면서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그 뒤로 차는 도로 위를 아주 천천히 달리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설인하는 아까부터 심장이 계속 두근거려 창밖을 바라보면서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성원은 방은정을 안은 채 앞에서 걸었고 설인하는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도우미는 세 사람이 같이 돌아온 모습을 보고 살짝 긴장한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은정이는 괜찮나요?” “그저 보통 감기래요.”방성원은 아이를 그녀에게 넘기며 말했다.“너무 다행이네요.”여태껏 도우미가 방은정을 계속 돌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예쁜 아이가 아프다고 하니 자신도 걱정되었다.그렇게 도우미는 방은정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이때, 방성원은 한창 출근 준비 중인 설인하를 불러세웠다. “얘기 좀 해.”“뭐?”두 사람은 나란히 집을 나섰고 방성원이 대뜸 그녀에게 물었다.“정말 나랑 이혼하고 싶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73화

    “괜찮아. 할아버지께서 건강검진 받으셨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대.”조하랑도 병원 의사한테서 들은 얘기였지만 김훈이 미리 시켰단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박예찬은 당장에라도 조하랑에게 모든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너무 답답해서 그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저는 그래도 이모가 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뱃속에 아기도 있잖아요.”순간 조하랑은 깜짝 놀라 단번에 박예찬의 입을 막았다.“예찬아, 이 일은 이모랑도 약속했지? 절대로 할아버지랑 인우 삼촌한테 말하면 안 돼. 알겠지?”그러자 박예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말하려면 진작에 말했어요.”‘하긴.’조하랑은 이미 어른이랑 별다를 게 없는 박예찬이 너무 든든했다.“그러면 다행이고. 어른들의 일은 어른이 해결할 테니까 넌 빨리 학교 가.” 박예찬은 자신의 설득에도 조하랑이 고집을 부리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다른 한편, 김인우는 그제야 박민정의 난청 수술에 관한 일이 떠올라 수술 시간을 확인차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자 박민정은 서주에 갔다 와서 다시 수술 날짜를 잡겠다고 말했다.순간 오늘 갑자기 서주로 가겠다던 조하랑이 떠올랐는데 사실 지금 그녀가 하는 업무는 온라인 마케팅 부분이라 굳이 출장 갈 필요가 없었다.설령 필요하다고 해도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요 며칠 하랑 씨가 뭐 하고 다니는지 잘 지켜봐 봐.”김인우는 모든 일을 안배한 뒤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그러나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방성원, 설인하 부부와 딸 방은정의 모습이 보였다.“성원아, 병원엔 웬일이야?”“아기가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 검사하러 왔어.”“그래.”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더 얘기를 나눈 뒤 헤어졌다.그러다가 김인우는 다시 뒤돌아 방성원네 세 식구의 모습을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은 언제쯤 아이가 있을지, 언제쯤 조하랑과 아이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72화

    “왜요? 혹시 아이 갖고 싶어요?”저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데 과연 조하랑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순간 짜증이 밀려온 조하랑은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저도 싫어요. 애초에 아기를 잘 돌보는 타입도 아니라서 그냥 말해본 거예요.”그녀는 말하면서도 이불자락을 꽉 쥐었다.동시에 김인우도 그녀의 대답에 적잖이 실망감을 느꼈다.여태껏 조하랑이 박예찬과 잘 놀아주는 모습만 봐서 당연히 그녀가 아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솔직한 마음을 속인 채 불편한 상태로 자야 했다.그러나 조하랑은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고 내일은 무조건 할아버지한테 외지로 떠나겠다고 말할 셈이었다.이튿날 아침.두 사람은 모두 일찍 일어났는데 그중 김인우는 확실히 어제보다 안색이 좋아졌다.“깼어요? 언제 시간 있을 때 우리 또 훠궈 먹으러 가요.”김인우는 이제부터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조하랑은 왠지 그러기 싫어졌다.“아마 내년까지 기다려야겠네요.”식탁 옆에 앉아 있던 김훈이 그녀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서 되물었다.“하랑아, 왜 내년까지 기다려?”“할아버지, 마침 말씀드리려던 참이었는데요. 저 서주시에 가서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략 1년 반 정도 뒤에 다시 돌아올게요.”조하랑의 말에 김훈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왜 갑자기 그리 멀리 가는데?”이때 조하랑은 박예찬에게 눈빛을 보내며 자신을 도와 몇 마디라도 해주길 바랐다.그러나 지금 박예찬의 머릿속은 온통 김훈의 건강 때문에 누구를 도와줄 처지가 아닌 것 같아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었다.“할아버지, 저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여러 곳에서 많이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부디 허락해 주세요.”조하랑은 활짝 웃으며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그녀가 김씨 가문으로 시집오고부터 김훈은 조하랑이 원하는 건 모두 들어줬고 단 한 번도 안 된다고 거절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문득 자기 건강을 생각해 보니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래. 그럼 인우랑

  • 죽기 전엔 못 놔줘   재1771화

    김인우는 살짝 어리둥절했다.집에 있을 때도 매번 셰프에게 평범한 집밥 요리만 주문했던 그녀였기 때문이다.그러자 조하랑이 매운 닭발 하나를 들고 그에게 말했다.“저는 기분이 다운되거나 우울한 일이 있으면 무조건 매운 음식을 먹어줘야 해요.”“먹으면 좀 나아져요?”“당연하죠. 입 안이 얼얼해지면서 온몸이 개운해지거든요. 믿지 못하겠으면 오늘 한번 도전해 보시든지.”말을 마치자마자 조하랑은 그의 접시에 고기 한 점을 덜어줬다.김인우는 거절하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에 넣었는데 순간 너무 뜨겁고 매워 허겁지겁 물로 입을 헹궜다.“너무 매운데요? 이런 음식은 건강에도 안 좋을 것 같은데 적게 먹는 게 좋겠어요.”그러자 조하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도 아는데 가끔 먹는 건 상관없어요.”그녀는 지금 임신 중이라 매일 집에서 해주는 요리를 거의 못 먹는 상황이었는데 오늘 훠궈를 보자마자 갑자기 집 나갔던 입맛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자, 여기 더 먹어요. 이것도 먹다 보면 습관 되거든요.”김인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먹기 시작했다.조하랑의 말대로 처음에는 살짝 받아들이기 힘들었는데 먹다 보니 너무 매운 것도 아니었다.그러나 확실히 덥긴 더웠는지 두 사람은 땀도 많이 흘리고 물도 엄청나게 마셨다.어느새 배가 부른 조하랑은 만족스러운 듯 자기 배를 통통 두드렸고 김인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확실히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 같네요.”“당연하죠. 저는 매번 이렇게 스트레스 풀거든요.”말하면서 활짝 웃는 조하랑의 모습을 김인우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이 빤히 바라보았다.어느새 그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 조하랑은 뚝딱거리며 그에게 물었다.“왜 그렇게 봐요?”김인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헛기침 몇 번 하더니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너무 배불러서 잠깐 멍때린 거지 일부러 본 거 아니에요.”“아, 네네.”조하랑은 그의 대답에 별생각 없이 또 우유 한 잔을 들이켰다.사실 지금 상태로는 가능한 매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70화

    이 시각, 조하랑은 무작정 핸들은 잡았는데 어디로 가면 좋을지 몰랐다.김인우도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는 것 같아 그저 도로를 따라 앞으로 계속 직진했다.평소 재잘거리기 좋아하던 김인우는 오늘 유난히 조용했고 그저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조하랑은 가는 도중에도 사실 몇 번이고 그를 위로해 보고 싶었지만 끝내 내뱉지 못하고 말을 다시 삼켰다.딱히 위로할 줄 아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김인우가 스스로 이 우울함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앞으로 조금만 가다가 오른쪽으로 가요.”이때, 김인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네.”그리고 그의 말대로 옆 골목으로 빠지니 어느새 인적이 없는 작은 길이 나왔다.얼마쯤 더 가보니 조하랑은 산 중턱에 있는 묘원을 발견했다.“여기서 세워줘요.”“네.”차가 멈추자마자 김인우가 먼저 내렸고 조하랑은 빠르게 그의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여긴 어디예요?”“김씨 가문의 묘지에요.”조하랑은 말없이 그를 따라갔다.그렇게 수많은 묘비를 지나 김인우는 어느 부부의 합장 묘비 앞에 멈춰 섰다.조하랑은 묘비에 걸려있는 왼쪽과 오른쪽 두 장의 흑백 영정사진을 번갈아 보다가 그제야 두 부부의 모습이 김인우와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외모상으로 봤을 때는 겨우 20~30대밖에 안 돼보이는데 생각해 보면 너무 일찍 고인이 된 것 같았다.김인우는 묘비 위의 부모님 사진을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그들을 불렀다.“아빠, 엄마.”조하랑은 가만히 서 있다가 앞으로 한 발짝 내딛으며 인사를 건넸다.“아버님, 어머님, 제 이름은 조하랑이고 인우 씨 아내입니다.”두 사람은 결혼한 후에도 김씨 가문의 묘원에는 와본 적이 없었다.김훈은 그녀가 사람이 많은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추석이나 설 때에도 될수록 친정집에서 가족들과 명절을 쇨 수 있게 배려해 줬다.김인우는 뜬금없는 조하랑의 행동에 어리둥절해서 그녀에게 되물었다.“왜 갑자기...”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하랑이 먼저 말했다.“뭐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69화

    김훈은 박예찬이 일찍 철이 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생각이 깊은 아이일 줄은 몰랐다.“할아버지가 사실대로 말해주면 절대로 하랑 이모랑 우리 인우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알겠지?”박예찬은 머뭇거리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네.”김훈은 그제야 오늘 병원에서 들은 결과를 말해줬는데 지금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 했다. 계속 시도 때도 없이 심장이 두근거려서 검사해 보니 심장병이 맞았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김훈은 여태껏 사람들 앞에서 줄곧 꾀병을 부리는 듯한 행동을 보여줬다.“증조할아버지, 그런데 왜 하랑 이모랑 은우 삼촌한테 비밀로 하나요?”박예찬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인우가 자기 앞에서 김훈이 얼마나 고집불통인지 불만을 토로하던 모습이 떠올랐다.만약 자기 할아버지가 진짜로 병에 걸렸다는 걸 알면 그런 소리도 못 할 텐데 말이다.그리고 조하랑도 마찬가지다.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김훈에게 알려주면 엄청 기뻐할 텐데 애석하게도 그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바보야, 사람이 늙으면 죽는 게 자연스러운 거야. 그걸 뭣 하러 말해? 말해봤자 괜히 걱정만 시키겠지. 남은 사람이라도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박예찬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수그렸다.그러자 김훈이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했다.“예찬아, 방금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해. 절대로 두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된다. 아니면 이 할아버지가 진짜로 화낼 거야.”“네.”박예찬은 자꾸만 목이 메어와 겨우 답했다....다른 한편.조하랑은 김훈의 부탁대로 김인우의 방문 앞까지는 왔지만 뭐라고 문을 두드려야 할지 막막했다.바로 이때, 방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김인우는 또다시 자기 눈앞에 서 있는 조하랑과 마주하게 되었다.“왜요? 또 무슨 일 있어요?”조하랑은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끄덕였다.“네, 아, 아니요.”혼란스러운 그녀의 대답에 김인우가 미간을 찌푸리고 되물었다.“맞다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예요?”“그, 그게 혹시 지금 어디로 가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68화

    “하랑아, 할아버지가 잊어버리고 너한테 말해주지 않았는데 오늘이 인우 부모님 기일이야.”김훈의 말에 조하랑은 그제야 김인우가 오늘 왜 저리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는지 이해가 갔다.“지금 생각해 보니 작년 이맘때쯤에도 그랬던 것 같네요.”작년에는 김인우한테 별로 관심이 없었을 때라 물어보지도 않았다.김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때 인우가 어리기도 했고 또 부모님의 죽음이 커서도 큰 트라우마로 남았나 봐.”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하랑아, 혹시 우리 인우 좀 도와줄 수 있을까?”“나는 인우가 그래도 널 좋아한다고 생각하거든. 가서 그냥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돼. 저렇게 방안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그래. 아무리 평소에는 까불거리고 말하기 좋아한다고 해도 마음이 아주 여린 아이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거야.”조하랑은 점점 김인우가 안쓰럽게 느껴졌다.사실 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그러나 아버지는 항상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그에게 최선을 다해 아낌없는 사랑을 줬다.“네, 제가 노력해 볼게요.”조하랑의 대답에 김훈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그리고 박예찬의 방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예찬아.”“증조할아버지, 들어오세요.”김훈은 박예찬의 말에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가 활짝 웃으며 물었다.“예찬아, 할아버지가 오늘 무슨 선물을 가져왔게?”김훈은 손을 뒤로 감췄으나 박예찬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답했다.“또 어디서 간식 사 왔어요?”“아이고, 먹는 게 아닌데?”김훈이 장난스레 답했다.“그럼 바둑인가요?”김훈은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 네 연령대에 어울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해 줄래?”그러나 박예찬은 끝까지 알아맞히지 못했다.김훈은 그제야 싱글벙글해서 손에 감췄던 물건을 내놓았는데 그건 바로 다이아몬드 게임이었다.“우리 보드게임 한판 하자.”박예찬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너처럼 매일 컴퓨터만 보고 있으면 시력 건강에 아주 안 좋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67화

    그리고 곧바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어차피 조하랑과 엄마의 비밀은 어느 정도 다 알고 있었다.겨우 거실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조하랑은 더는 못 참고 입을 열었다.“민정아, 나 인우 씨랑 할아버지한테 아직 임신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왜?”박민정은 조하랑의 몸을 보더니 이제 어느 정도 임산부인 티가 난다고 생각했다.그러자 조하랑이 머뭇거리며 답했다.“인우 씨 태도가 계속 애매하더라고. 그리고 이런 부잣집 도련님에 대해 솔직히 믿음이 안가.”지금까지 딱 한번 연애를 해봤는데 그때 호되게 당한 뒤로는 아무리 결혼했다고 해도 여전히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다.“그런데 이런 일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잖아.”“그러니까.”조하랑은 깊은 한숨을 쉬더니 박민정을 보며 물었다.“민정아, 예찬이가 그러던데 너희 가족 모두 서주에 간다면서? 나도 따라가면 안 될까?”“뭐?”박민정이 깜짝 놀라 그녀에게 되물었다.“서주에 가서 뭐 하려고?”“일단 서주로 일하러 간다고 하고 1년 반 정도 있다가 다시 돌아오려고.”조하랑은 여전히 김인우가 아이를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워했다.그녀의 말에 박민정은 그제야 조하랑이 홀로 아이를 낳은 뒤 다시 돌아올 계획이란 걸 알아챘다.“과연 할아버지께서 널 보내줄까?”“걱정하지 마. 할아버지쯤이야 가볍게 구슬릴 수 있어. 나를 제일 아끼는 분이라 반드시 허락할 거야.”“그래. 결정되면 알려줘.”조하랑은 둘도 없는 친구이기에 박민정도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돕고 싶었다.“민정아, 고마워.”말을 마치자마자 조하랑은 박민정을 꼭 안아줬는데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 박민정은 그녀의 등을 토닥여줬다.“아무리 그래도 태어날 아이의 미래도 잘 생각해 봐야 해. 혹시나 아빠가 필요할 수도 있잖아...”박민정은 여태껏 겪었던 자기 경험담을 모두 말해줬다.그러자 그녀는 박민정을 더욱 꽉 끌어안으며 답했다.“응, 그럴게.”두 사람은 얼마간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박민정이 그만 집에 가려는데 마침 김훈이 돌아왔다.그리고 박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66화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 차 한 대가 그들 앞에 세워지더니 고영란이 두 동생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어머님.”고영란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민정아.”이때, 정수미가 말소리를 듣고 눈을 뜨자 고영란은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왔다.“사돈.”마침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했고 같은 또래다 보니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박민정도 옆에서 네 명의 아이와 놀아줬다.“어, 어마마...”두 동생은 아직 말이 서툴렀지만 박민정은 오히려 그게 듣기 좋았다.이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 확인해 보니 조하랑이었다.“민정아.”“무슨 일이야?”“혹시 지금 우리 집으로 좀 와 줄 수 있어?”떨리는 소리로 묻는 조하랑의 모습에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든 박민정은 빠르게 답했다.“응. 바로 갈게.”그리고 고영란과 정수미에게도 김씨 가문으로 간다고 말하자 박예찬이 냉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엄마,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그래.”그렇게 박민정은 박예찬을 데리고 김씨 가문으로 가는 차에 올라탔다.도착해보니 조하랑은 진작에 대문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슨 일인지 인우 씨가 하루 종일 혼자 방안에서 꼼짝도 안 하고 있어. 불러도 대답 없고.”“할아버지는?”“오늘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셨는데 괜히 할아버지까지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박민정은 일단 조하랑과 같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김인우의 방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조하랑은 다시 조심스레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인우 씨, 문 좀 열어봐요. 민정이랑 예찬이가 놀러 왔어요.”박민정이 왔다는 말에 방안에서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그제야 방안의 인기척을 느낀 조하랑은 다시 그에게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어요?”“한번 나와봐요.”지금까지 김인우와 같이 살면서도 이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오래 기다린 끝에 마침내 방문이 열리면서 김인우의 모습이 보였는데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온 얼굴에 수염까지 덥수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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