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랑은 그의 옆에 앉아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엊그제 할아버님께서 왜 그렇게 화를 낸 거예요? 남준 씨가 어쨌는데요?”“제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나쁜 사람도 아니라는 거 알죠? 하지만 유남우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에요. 민정이보고 꼭 조심하라 하세요.”김인우가 당부했다.조하랑은 기가 막혔다.“제가 알기로 유남우는 민정이한테 잘해주었어요. 어렸을 때 민정이가 괴롭힘을 당했을 때도 보호해 줬어요. 하지만 당신, 민정이가 남준 씨와 막 결혼했을 때, 민정이를 가장 많이 괴롭힌 사람은 자로 당신이에요!”김인우는 순간 할 말이 없었다.조하랑이 틀린 말은 한 건 아니다. 한때 김인우는 박민정을 자주 괴롭혔다. 그래서 박민정은 귀가 더 나빠져서 지금도 보청기를 껴야 한다.김인우는 아주 후회했다. 자기가 박민정에게 준 상처를 평생 메울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치료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도 큰 성과는 없다.영원히 박민정에게 빚을 진 사람이 되어 버렸다.“하랑아, 이번만큼은 날 믿어줘. 박민정이한테 잘해준다고 맹세해.”김인우는 진지하게 말했다.조하랑은 그가 자신을 하랑이라고 부르는 것을 많이 들어봤기 때문에 이상해하지 않았다.그녀도 김인우가 전에는 생명의 은인을 잘못 알고 있어서 이지원을 계속 도와줬다는 것을 안다. 지금은 김인우를 구한 게 박민정이라는 진실이 밝혀졌다. 멍청한 김인우는 확실히 더는 박민정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걱정하지 마세요. 민정이한테는 내가 잘 말할게요. 민정이도 당신을 다르게 보고 있어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당신이 싫어한다고 해서 민정이더러 유남우와 함께 있지 말라고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조하랑은 박민정의 친구이다. 박민정이 자기한테 잘해주는 사람과 함께 있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알겠어요.”김인우는 처음으로 그녀의 말에 순순히 대답했다.조하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면 됐어요.”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박민정이 전화 왔다.조하랑은 바로 전화를 받고
이를 알게 된 추경은은 중얼거렸다. “왜 이렇게 뻔뻔해, 남준 오빠랑 이혼했는데 같이 잔다고?”박민정은 밖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밖을 살펴보았다.추경은이 도우미 몇 명과 자신의 험담을 하는 걸 봤다.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의 유남준이랑 같이 잔다고 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남준 씨랑 자는 게 거슬려요? 그럼 경은 씨가 갈래요?”박민정은 위층에 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추경은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했다.그녀가 유남준 옆에 누워있으면 아마 내일까지 사는 것도 힘들 것이다. “나는 민전 씨와 달라오. 난 아직 남준 오빠랑 결혼하지 않았으니 오빠와 무슨 일을 저지르지 않을 거예요.”추경은은 순결한 척하며 말했다.박민정은 웃겨서 말했다. “남준 씨랑 결혼하면 무슨 일을 저지를 수 있겠어요?”추경은은 또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더 말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서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닫았다.그녀는 오늘 밤 박민정의 비명을 듣기를 기다리려 했다. 낮에는 박민정이 운이 좋아서 유남준이 멀쩡했다. 하지만 밤에도 얌전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박민정은 그녀가 떠나는 것을 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그녀는 요 며칠 동안 여러 곳을 왔다 갔다 해서 너무 피곤했다.이곳의 침대는 매우 컸다. 잠이 든 박민정은 유남준의 상처를 닿을까 봐 그에게 기대지 않았다. 어두운 밤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다. 유남준은 손을 길게 뻗어 박민정을 품에 안았다.깊이 잠든 박민정은 그에게 안긴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유남준의 푼에서 점점 더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다.다음 날 아침 8시가 돼서야 박민정이 잠에서 깨어났다.어젯밤, 저택의 보디가드와 도우미들은 오랜만에 잠을 푹 잤다. 유남준이 소란을 피우지 않고 얌전하게 잤다.박민정이 눈을 떴을 때, 유남준은 반듯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자기가 언제 그의 품에 안겼는지 몰랐다.그녀가 일어서려는데 옆에 있던 남자가 두 눈을 떴다.
추경은은 어떻게 도망쳤는지 그래도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너무 놀라서 넋이 나가 있었다. 유남준이 갑자기 화를 낼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오늘 자신이 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유남준과 잘 소통하고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안타깝게도 유남준은 그녀가 후에 한 말 때문에 그녀가 자기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추경은은 매우 아팠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계속 생각했다. 그때 고영란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경은아, 요즘 남준이를 돌보고 있잖아. 어때?”“이모, 남준 오빠는 지금 제 말만 들어요. 도우미랑 집사가 돌볼 때에는 화를 내며 손찌검을 하는데 제가 돌보면 안 그래요.”“정말?”고영란은 기뻐해서 하며 다시 물었다. “그럼 민정이는?”“이모, 민정 씨보고 여기 오지 말라고 하세요. 어젯밤에도 남준 오빠한테 맞은 것 같아요.”추경은은 박민정을 위해서인 척하며 말했다. “민정 씨는 임신했잖아요? 남준 오빠를 돌보는 건 무리예요. 게다가 별로 신경 써서 돌보는 것 같지도 않아요. 아침 일찍 회사에 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와서 바로 자던데요?”조용히 듣고 있던 고영란은 눈살을 찌푸렸다.“난 민정이가 변한 줄 알았어. 나랑 남준이를 이렇게 대할 줄은 몰랐어.”고영란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박민정이 유남준과 헤어지는 게 싫어서 유남준을 돌보는 척하면서 자기한테 잘 보이려는 하는 줄 알았다.고영란은 추경은더러 유남준을 잘 보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유남준에게 잘 대해주면 꼭 푸대접하겠다면서 말이다. “이모, 저는 남준 오빠를 좋아해요. 남준 오빠가 어떻게 되든지 잘 챙겨줄 거예요.”“그래.”고영란이 막 고맙다는 말을 하려 했는데 박민정의 전화가 걸려왔다.그녀가 아직 박민정을 찾지 않았는데 그쪽에서 먼저 전화를 걸어올 줄은 몰랐다.고영란은 눈살을 찌푸렸다. “먼저 끊을게.”전화를 끊고 고영란은 박민정의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고영란의 말투는 엊그제보다 훨씬 차가워졌다
며칠이 지나고 정수미는 함미현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좀 추슬렀다.함미현의 식사 습관과 하는 행동에서 볼 때 그렇게 자기를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비서도 정수미를 설득했다. “전에 고아원에 갔을 때 원장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함미현이 대표님 딸인 확률은 50%밖에 없다고요. 친자 확인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정수미는 우울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렵게 찾은 미현이고 며칠간 모처럼 딸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렸어. 미현이가 내 딸이 아니면 어디 가서 내 딸을 찾겠어?”그녀는 고민 중이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친딸을 찾고 싶어 하면서 한편으로는 감히 유전자 검사를 하지 못했다. 미현이가 진짜 딸이 아닐까 봐 무서웠다. 윤소현은 정수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다. 윤소현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뒤에서는 정수미 주변 사람들보고 함미현은 그녀와 닮지 않았다고 말하게 하였다.함미현도 요즘에 무서워서 친엄마한테 자주 연락했다.윤소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의 통화 내용을 가로채서 사무실로 돌아와 천천히 들었다.“엄마, 들통날까 봐 무서워. 난 그 사람 딸이 아니잖아.”“무서워하지 마. 우린 모두 동하를 위해서니까 조금만 참아.”윤소현의 입꼬리는 귀에 걸릴 것처럼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민정 아가씨는 좋은 사람이야. 동하 때문에 이러는 거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간병인이 또 말했다. “동하의 병이 다 나으면, 그때 사실을 알려줘요.”민정 아가씨?윤소현의 머릿속에 박민정의 얼굴이 나타났다.얼마 전, 그녀는 한수민이 박민정의 친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박민정의 친엄마는 도대체 누구일까 하고 생각했다. 윤소현은 간병인의 말을 다시 들었다. 세상에 이런 우연은 있을 수 없다. 박민정이 정수미의 친딸이라면 자기는 뭐가 되나 하고 생각했다. 오늘 오후, 회의할 때 윤소현은 더없이 들떠 있었다. 그녀는 가끔 박민정을 바라보았는데 자기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특
유남우는 그녀더러 어디가 문제인지 지적하라고 했다.최현아는 조사한 것을 그에게 말했다.박민정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손연서와 이야기를 끝냈다.박민정 대신 고객인 손연서의 잘못으로 하는 것이다.“이 일은 회의 전에 박민정 씨가 알려줬어요. 손씨 가문에서 돈을 덜 송금해서 그렇대요. 다음 달에 입금될 것이에요.”유남우가 말했다.최현아는 어리둥절해 했다.그 돈은 분명히 그녀가 사람을 찾아서 가져간 것인데 어째서 손씨 가문이 돈을 적게 냈다는 것인지 몰랐다. 물론 돈은 자기가 가져갔다고, 박민정이 거짓말을 한 거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요? 그럼 제가 오해했나 봐요.”최현아는 말을 마치고 미안한 척하며 박민정을 바라보았다. “박 비서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회사를 위해서 이런 것이니 저를 탓하지는 않을 거죠?”박민정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물론이죠.”회의는 이것으로 끝났다. 이번 달에는 마케팅 5팀의 실적이 1위를 차지했다.마케팅 1팀이 2위를 차지했다. 피해를 보는 것은 다른 팀이다.사람들이 회의실을 나섰다. 최현아는 박민정의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두고 보자. 손연서 하나 안다고 내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유명훈은 이미 유성혁을 지사에서 본사로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그들 부부가 힘을 합치면 박민정을 쫓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민정은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그래요, 두고 봐요.”최현아는 화가 나서 그녀의 곁을 지나갔다.일을 거의 마쳤으니 박민정은 부하들에게 팁을 주면서 회식이라도 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먼저 저택으로 돌아갔다.오늘 누가 고영란한테 무슨 말을 했길래 고영란이 그러는지 몰랐다. 저택에서 유남준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혼자 멍하니 앉아 있었다.박민정이 돌아와서 유남준을 만나러 들어가려 하는데 도우미가 좋은 뜻으로 그녀를 막았다.“들어가지 마세요. 경은 아가씨가 민정 씨가 간 후에 들어갔었는데 거의 맞아 죽을 뻔했어요.”“왜죠?”박민정은 의아해
그 말을 들은 고영란은 기뻐서 말했다. “그래, 그럼 잘 부탁해.”“부탁할 것도 없어요.”추경은은 고영란의 비위를 맞춰주며 그녀를 부축하고 계단을 올랐다.위층에 도착한 추경은은 유남준이 창가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무서웠지만 용기를 냈다.“남준 오빠, 이모가 왔어. 우리가 집에 데려다줄게.”유남준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고영란은 이런 아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나 지금 들어가도 돼?”고영란이 물었다.추경은은 불안했지만 들어가도 된다고 말했다. 고영란은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추경은은 매우 불안했다. 유남준이 제발 말을 듣기를 기도했다.아래층에 있는 박민정은 유남준이 소란을 피울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자기랑 있을 때 유남준은 아이 같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두고 잘 보살펴주면서 그를 해치지 않는다면 별문제 없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10분 뒤, 위층에서 고영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남준아, 난 네 엄마야. 엄마한테 손대면 안 돼. 경은아 살려줘!”박민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추경은이 머리가 헝클어진 채 먼저 방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모, 보디가드와 의사를 불러올게요.”혼자 도망치느라 바쁜 추경은은 유남준과 고영란을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방문 앞에 간 박민정은 유남준이 고영란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영란은 그의 친엄마다. 만약 그가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자신이 이런 일을 한 것을 알게 되면 매우 고통스러워할 것이다.박민정은 부리나케 앞으로 나가 위험을 무릅쓰고 뒤에서 유남준을 덥석 껴안았다.“남준 씨, 착하지요, 빨리 손 떼요. 남준 씨는 제일 착한 아이니까 말을 들어야죠? 사람을 때리면 안 돼요.”박민정은 될수록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유남준은 무엇에 홀린 것처럼 천천히 손을 뗐다.고영란은 숨을 크게 쉬었다. 다시 살아난 것 같았다. 보디가드를 데리고 온 추경은은 마침 문 앞
추경은은 누구보다도 말을 잘한다. 하지만 정말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제일 먼저 도망간다. 고영란은 그제야 추경은은 믿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모, 방금은 저도 너무 당황해서 의사를 찾으러 뛰쳐나간 거예요. 민정 씨가 오지 않았더라도 보디가드들이 왔을 거예요.”추경은은 고영란의 마음속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했다.고영란은 냉소를 지었다. “보디가드들이 왔을 때 나는 이미 버티지 못했겠지.”추경은은 민망해서 얼굴을 붉혔다.고영란은 더는 추경은을 상대하지 않고 박민정을 향해 부드러운 눈길을 보냈다. “민정아 괜찮아? 방금 안 놀랐어? 배는 어때? 안 아파?”그동안 고영란은 박민정 배 속의 아이만 신경 썼을 뿐, 박민정을 챙기지 않았다. 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배도 안 아파요.”임신한 지 시간이 좀 지나서 태아도 꽤 안정되었다.“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너랑 아이부터 챙겨. 나를 구할 생각하지 말고.”고영란은 이기적이고 억지스러운 사람이 아니다.그녀 한 사람의 목숨은 박민정 뱃속의 쌍둥이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박민정과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지, 무슨 일이 생겼더라면 고영란은 아마 평생 후회할 것이다. “저와 아이를 지키면서 어머님도 챙겨드릴 거예요.”고영란은 유남준의 친어머니다. 유남준이 자기가 엄마에게 상처를 입힌 것을 알면 분명히 괴로워할 것이다. 박민정이 한 말은 고영란에게 감동을 줬고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민정아, 고맙구나.”고영란은 진심으로 박민정이 고마웠다.옆에 서서 두 사람의 오붓한 모습을 보던 추경은은 질투심을 감추지 못했다.박민정한테 감사 인사를 한 고영란의 시선은 다시 추경은에게로 향했다. “추경은, 넌 다시 추씨 가문으로 돌아가.”추경은은 잠시 굳어져 있다가 바로 고영란에게 무릎을 꿇었다.“이모, 제발 저를 쫓아내지 마세요. 앞으로 또 오늘 같은 위험이 닥치면 제가 꼭 앞장서겠습니다.”고영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이모라고
추경은이 당연히 거절하리라 생각한 박민정이었다.그전까지만 해도 이번 생은 유남준이 아니면 안 된다는 기세로 밀어붙였으니 말이다.극단적인 모습을 보였던 추경은이 이러한 태도 변화를 보일 줄은 몰랐다.따라서 추경은은 유남준이 아니라 그냥 돈 많고 권력이 큰 남자면 되는 것이었다.추경은의 본심을 이제야 알게 된 박민정은 진작에 그런 남자를 소개해 주지 못한 것에 ‘후회’하기도 했다.“고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라고 들은 적 있어?”고씨 가문 셋째 도련님은 살아있는 염라대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다.하지만 고씨 가문에서 가장 큰 권력을 지닌 존재이기도 하다.자기가 원하던 남자를 소개받자 추경은은 기쁨을 숨기지 못한 채 바로 웃으면서 대답했다.“고맙습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 앞으로 결혼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건 너한테 달린 일이야.”추경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럴듯하게 말했다.“네, 사랑은 강요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쪽에서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저 역시 구질구질하게 매달리지 않을 거예요.”웃긴 말이 아닐 수 없었다.듣고 있던 박민정은 추경은의 본모습을 들추기조차 귀찮았다.‘남준 씨가 싫다고 했을 때도 죽음으로 몰아붙이던 추경은인데, 매달리지 않겠다고 저렇게 떳떳하게 말하다니 어이가 없네.’추경은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고 그런 추경은을 고영란은 묵묵히 보기만 했다.고영란이 자기 조카를 ‘사지’로 몰아넣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박민정이다.물건을 다 챙긴 추경은이 떠나려고 하자, 고영란은 그제야 박민정에게 진실을 말해주었다.“우리 조카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니야.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보면 돼.”“저런 추경은한테 우리 조카만 한 사람이 없어. 눈물 콧물을 쏙 빼놓을 거야.”“민정아, 앞으로 추경은이 또 돌아와서 귀찮게 굴면 바로 나한테 말해. 내가 나서서 혼내주고 말 거야.”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 고맙습니다.”“고맙다고 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안겨 있었기에 그의 깊고 어두운 눈빛이 변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당연히 너는 나와 함께 있어야 해. 내가 죽기 전까지는 말이야.”유남준은 단호하게 한 마디씩 끊어서 말했다.유남준이 과거에 이혼을 결심했던 이유가 자신이 시력을 잃고 박민정의 인생에 지장이 될까 봐서였다. 그 당시 그는 장애를 가진 자신과 죽은 자신은 다를 바 없다고 여겼었다. 박민정은 유남준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유남준의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내가 누구랑 함께하든 그건 내 마음이에요. 남준 씨는 이제 내 남편도 아니잖아요. 상관하지 말라고요!”물론 박민정도 그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아이 둘을 키우고 배 속에 셋째를 품고 있는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 아이들에게 새아빠를 만들어줄 수는 없었다.더군다나 박민정은 자신의 현재 상황으로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그리고 무엇보다도 박민정은 굳이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도 아이들을 충분히 잘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단순히 유남준을 약 올리려 했을 뿐인데 유남준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갑자기 그녀를 안아 올리고는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박민정은 안간힘을 다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화를 내며 발버둥 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다음 날 아침.박민정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가 넘었다.어젯밤 너무 피곤했고 유남준은 정말 미친 사람 같았다.‘내가 임신 중인데도... 정말 미쳤어.’ 박민정은 이불을 끌어안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유남준은 박민정을 위해 아침을 준비한다며 자리를 비운 지 한참이나 지났다.30분쯤 지나자 유남준이 커다란 밥그릇에 담긴 뜨거운 죽을 들고 나타났다.“배고플 테니까 먼저 죽부터 좀 먹어.”그 죽은 새벽에 유남준이 특별히 요리사에게 전화해서 준비한 것이었다.박민정은 그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유남준은 이러는 박민정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
박민정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급히 수건을 집어 자신의 몸을 가리며 말했다.“미안해요...”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유남준을 때려버렸다.갑자기 뺨을 맞은 유남준은 약간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괜찮아. 방금 다친 데는 없지?”그의 물음에 박민정은 더욱 미안해졌다.“아니요. 다치진 않았어요. 그냥 실수로 샤워 젤을 떨어뜨렸어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안심했지만 곧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로 샤워할 때 내가 곁에 있어 줄게.”“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박민정은 얼굴이 빨개지며 수건을 단단히 잡고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유남준을 바라보았다. 유남준은 마치 도둑놈을 경계하듯 자신을 경계하는 듯한 박민정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누가 봐도 두 사람은 이미 두 번째 아이를 함께 가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역시 처음에 날 유혹한 건 아이 때문이었겠지.’박민정은 수건을 정리한 후 재빨리 잠옷을 꺼내 입었다.“됐어요. 이제 자러 가요.”“응.”유남준은 박민정을 따라 움직였다.박민정은 휴대 전화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유남준도 자연스럽게 그녀와 같은 방으로 들어섰다.“남준 씨는 다른 방에 가서 자요.”박민정이 단호하게 말했다.“여긴 밤에 도와줄 보모도 없잖아. 내가 너랑 같이 자면 혹시 네가 배고프거나 뭐 먹고 싶으면 바로 해줄게.”유남준의 말을 들은 박민정은 그의 요리 실력을 떠올리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됐어요. 차라리 배고픈 게 나아요.”박민정은 임신 중이라 자주 배가 고팠다.특히 여느 때처럼 밤에 갑자기 먹고 싶어지면 곧바로 먹을 걸 준비해야 했다.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참기로 마음먹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의 반응에 목이 메는 듯 답답함을 느꼈다.“그렇게까지 나랑 같이 있기 싫어?”유남준은 깊은 눈빛으로 박민정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박민정은 그의 시선에 약간 흔들렸다. “말했잖아요. 우리 이미 이혼했고 앞으로는 아이들 때문에 가족 같은 친구로 지내면...”박민정이
욕실 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속으로 유남준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의 훤칠한 몸매가 한눈에 들어오자 박민정은 무심코 한 번 보고 말려다 그만 몇 번 더 훔쳐보고 말았다.그녀가 넋을 놓고 있던 그때 유남준이 재빠르게 수건을 집어 들고 욕실에서 나왔다. 박민정은 급히 시선을 돌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유남준은 그녀의 시선을 이미 느꼈는지 다가오면서 말했다. “다 봤어?”박민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뭘 봤다고 그래요? 난 남준 씨를 안 훔쳐봤다고요.”“난 휴대 전화 본 거 물어본 건데.”유남준이 킥킥 웃으며 말했다.“근데 언제 날 훔쳐본 거야? 조금 전에?” 박민정은 고개를 푹 숙이며 그제야 자신이 자백해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그냥... 욕실 문이 열려 있어서 몇 번 본 것뿐이에요.”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뭐 어차피 예전에 다 봤던 거잖아요. 딱히 볼 것도 없고.”“그래? 근데 왜 날 똑바로 못 쳐다보는 거야?”유남준의 목소리는 낮게 울렸고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박민정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방금 샤워를 마친 그의 짧은 머리카락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눈빛은 사람을 빨아들일 듯 강렬했다.박민정은 그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유남준은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고 단단한 상체가 한눈에 안겨 왔다.“뭐가 못 볼 게 있다고? 보면 또 어때요...”박민정은 말하면서도 손을 들어 그의 복근을 슬쩍 만졌다.“촉감 괜찮네요. 별로 변한 것도 없네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걸 느끼며 급히 욕실로 걸어갔다.“나 씻을 거니까 방해하지 마요!”유남준은 그녀가 빠르게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가 만졌던 복부가 간질간질했다.그는 소파로 돌아와 앉으며 박민정의 휴대 전화를 집어 들었다.화면에는 막 도착한 메시지가 떠 있었다.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에리였다.[에리:
유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박민정은 휴대 전화를 들고 곧장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그녀는 박윤우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친구들 단체 채팅방이 난리가 났다.[민수아: 민정아, 지금 유남준이랑 같이 있는 거야? 너희 화해한 거야?][진서연: 보스, 임신 중이니까 조심해야 해요. 제 듣기로는 임신 중에는... 그게... 그러니까... 알잖아요.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대요.][설인하: 민정 씨, 절대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나 달콤한 말에 넘어가면 안 돼요. 처음에 왜 이혼했는지 생각해 봐요.][설인하: 결혼이라는 무덤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는데 다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면 안 돼요.][민수아: 인하 씨 말이 맞아. 만약 다시 유남준을 받아들일 거라면 신중하게 결정해.][진서연: 맞아요. 너무 빨리 모든 걸 줘버려서는 안 돼요.]박민정은 쏟아지는 메시지를 보고 울지도 웃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친구들이 자신을 걱정해 주는 걸 알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박민정: 걱정하지 마. 나 다 알고 있어. 절대 억울한 일 당하지 않을게.]하지만 친구들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했다. 특히 설인하는 한 번 더 당부했다. [설인하: 오늘 밤 꼭 혼자 자야 해요.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세요.][박민정: 알았어요.]박민정이 답장을 보냈다.두원 별장 1층.유남준은 박민정이 내려오길 계속 기다렸지만 그녀는 한참 동안 내려오지 않았다.박민정은 위층에서 친구들을 안심시키고 박윤우도 달래고 나서야 침실 문을 열고 나왔다.박민정이 나왔을 때 유남준은 막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화면에는 서다희와의 대화가 떠 있었다.[대표님, 잘하셨어요. 계속 밀고 나가세요. 그리고 남자는 얼굴이 좀 두꺼워야 해요.][알았어.]서다희는 또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참, 조금 전에 제가 수아랑 얘기했는데 민정 씨가 대표님과 지금 같이 있다고 들었어. 민정 씨를 얻으려면 민정 씨의 친구들도 챙겨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민정 씨의 친구들이 옆에서 대표
유남준은 박민정의 고집스러운 뒷모습을 보고 몇 걸음에 그녀를 따라잡고 망설임 없이 들어 올렸다.박민정은 자신이 갑작스럽게 허공에 떠오르자 본능적으로 한 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배를 감싸안았다.“뭐 하는 거예요? 빨리 내려놔요!”박민정은 깜짝 놀랐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돌아가고 싶다며? 내가 안고 데려다줄게.”유남준의 태도에 박민정은 황당했다.“뭐라는 거예요? 이러고 돌아가려면 몇 시간은 걸리겠어요!”“장난 아니야. 안고 가면 적어도 멀미는 안 하잖아.”유남준은 그녀를 안고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박민정은 처음엔 그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그러나 그가 두원 별장을 벗어나 다른 별장 구역까지 걸어가자 주변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박민정은 얼굴이 화끈거려 어디든 숨고 싶었다.“그... 그냥 차를 부르죠. 참을 수 있어요.”“안 돼. 네가 참을 수 있어도 우리 아이는 못 참아. 괜찮아. 이렇게 걸어서 가면 딱 잘 시간이야.”유남준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고 박민정은 정말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으며 말했다. “계속 이러면 정말 화낼 거예요.”유남준은 그제야 걸음을 멈췄다. “그럼 집으로 갈까? 오늘 밤만 여기 있고 내일은 꼭 데려다줄게.”박민정은 유남준의 태도를 보니 오늘은 보내줄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어차피 하룻밤뿐이니 괜찮을 거야.’박민정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하지만 다음에는 이러지 마세요.”그러자 유남준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서다희가 한 말이 맞았다.‘역시 남자는 얼굴이 두꺼워야 해.’그는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두원 별장으로 돌아왔다.박민정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사람들이 보는 게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두원 별장에 도착하자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했다.그리고 박민정은 꽃밭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꽃들은 언제 심은 거예요?”“이틀 전에.”박민정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장난스
박민정은 순간 멍해졌다가 급히 몸을 뒤로 물리며 어색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차 안이 너무 더워서 그런 것 같아요.”박민정은 정말로 땅속에라도 숨고 싶었다.유남준을 알고 지낸 지 오래됐고 그와 가까이 닿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왜 최근에 그와 가까이 있을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게다가 이상하게 그를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믿고 운전기사에게 차 안의 온도를 낮추라고 지시했다.“이제 괜찮아?”“네. 괜찮아요.”박민정은 자세를 바로잡았지만 시선이 자꾸만 유남준에게로 향했다. ‘내가 어릴 때 이 얼굴에 반했었지.’박민정은 혹시라도 그가 눈치챌까 봐 급히 시선을 돌렸다가도 다시 슬쩍 바라보는 행동을 반복했다.박민정의 이런 이상한 행동을 본 유남준은 손을 들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두 손이 맞닿자 박민정은 유남준의 손바닥이 유난히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 박민정이 손을 빼려는 찰나 유남준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그녀를 감싸안았다.그때 자동차가 급정거하며 큰 소음과 함께 충격음이 들려왔다.“무슨 일이에요?”박민정은 놀라서 불안감에 떨며 물었다.유남준은 창밖을 살짝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별일 아니야.”유남준이 온몸으로 박민정을 가렸기에 그녀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볼 수 없었다. 다만 자동차들이 연이어 멈춰 서는 소리와 어디선가 들리는 몽둥이 소리만이 들려왔다.잠시 후 유남준은 운전사에게 말했다.“가자.”“네.”운전기사는 차를 다시 출발시켰고 차는 그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났다.박민정은 유남준의 품에서 살짝 몸을 빼내고 창밖을 힐끗 보았다.희미하게 싸움이 벌어진 듯한 장면이 보였다.그녀는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유남준이 원한을 산 사람들이 복수하러 온 게 분명했다.그녀가 움직이자 유남준은 그녀를 다시 안으며 말했다.“움직이지 마. 혹시라도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안 되잖아.”유남준은 과거 사고를 겪은 이후 항상 대비하고 있었고 다
병원 안.유성혁의 병실에서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병실 밖에서 기다리던 유석진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의사와 간호사가 나오자 그는 최현아와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유성혁은 온몸에 의료 기구가 꽂힌 채 누워 있었다.“성혁아, 내가 왔어.”유성혁은 목소리를 듣고 힘겹게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버지...”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그동안 그가 겪은 일들은 너무나도 참혹했다.“아버지, 이건... 유남준이 한 짓이에요...”유석진은 유남준이 유성혁에게 이런 짓을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최현아에게 물었다.“어디에서 성혁이를 찾은 거야?”“쓰레기장에서요. 조금만 늦었어도 목숨을 잃을 뻔했어요.”최현아도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울음을 삼켰다.“정말 너무하네!”유석진은 분노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유남준은 자기가 아직도 진주시에서 모든 걸 쥐고 흔드는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건가?”“아버님, 꼭 성혁 씨를 위해 복수해 주세요. 성혁 씨가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저랑 지훈이는 이제 어쩌죠?”사실 최현아는 유성혁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그한테 벌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하지만 유성혁은 어쨌든 유지훈의 아버지였다.유성혁도 억울함에 차서 말했다.“아버지, 이 모든 게 다 유남준과 박민정 그 여자 때문이에요. 꼭 저를 위해 복수해 줘요.”“알았어.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공평하게 이 일을 해결해 줄게.”“네...”유성혁은 그제야 안심하고 눈을 감고 잠들었다. 유석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현아와 함께 병실을 나와 유남준과 박민정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최현아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사실에 과장을 더해 유석진에게 알려줬다.“정말 머리가 아프네!”유석진은 분노하며 말했다.그리고 바로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유남준의 현재 상황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꼭 본때를 보여 줘야겠어.”...호산 그룹 안.박민정은 퇴근 후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가려고 회사 문을
“결과가 어떻게 됐어?”박민정이 묻자 진서연은 알아낸 내용을 전했다.“유남우의 자리에는 변동이 없었어요. 그런데 주주들이 1년의 유예 기간을 줬대요. 1년 안에 또 큰 위기가 생기면 바로 해임한다고 했어요.”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연은 의자에 앉으며 못 참고 다시 말했다.“근데 IM 그룹은 대체 누가 설립한 건지 너무 대단하지 않아요? 호산 그룹을 철저히 짓누르고 있잖아요.”“나도 몰라. 예전에 조사해 본 적이 있는데 정보가 거의 없어.”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떠올렸다.“참, 어쩌면 에리가 알 수도 있어. IM 그룹 소속 배우잖아.”“정말이에요? 에리는 역시 대단하네요.”진서연이 말했다.하지만 그녀들은 지금 해외에 있는 에리가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그는 매일 이미지에 손해가 가는 광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심지어 그녀의 매니저조차 종종 물었다.“너 혹시 IM 그룹 고위층한테 미운 짓을 했어? 안 그러면 왜 이렇게 잘나가는 스타를 이런 힘든 곳으로 보내서 쓸모없는 광고를 찍게 하는 거지? 너무 말이 안 되잖아.”그러제 에리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나 원래 사람들과 잘 지내왔는데. 형, IM 고위층한테 연락 좀 해서 계약 해지할 수 있는지 물어봐 줘. 위약금은 내가 낼게.”에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고 사실 매니저도 그와 같은 마음이었다.“알겠어.”IM 그룹 본사.서다희는 에리가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는 말을 듣고 유남준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에리가 계약 해지하고 진주시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보고를 마친 뒤 그는 덧붙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역시 스타는 스타네요. 아프리카에서 몇 달도 못 버티네요.”유남준은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게다가 에리가 박민정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는 걸 떠올리니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돌아오라고 해. 와서 계약 해지에 관해 얘기를 나누지 뭐.” “이렇게 그냥 놔주는 겁니까?”서다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사실 유
박윤우는 그렇게 진서연에게 말하고 여느 때처럼 자신의 라이브 방송 준비에 나섰다.요즘 너무 바쁜 탓에 별로 라이브 방송을 못 했고 많은 아줌마가 박윤우의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다행히 박윤우는 진서연처럼 직설적이지 않았기에 이렇게 많은 아줌마 팬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진서연은 박윤우가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그의 말들을 곱씹었지만, 머릿속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웠다.‘도대체 왜 인터넷의 나쁜 여자들한테 배워야 한다는 걸까?’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여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얼마 후.조하랑과 김인우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졌고 주요 플랫폼을 통해 결혼 소식이 보도되었다.아침 일찍 일어난 박민정도 그 소식을 보았다.이미 결혼이 확정된 이상 그녀는 조하랑은 위해 어떤 결혼 선물을 준비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호산 그룹 본사.며칠 전 결혼식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에 오늘 내부 회의를 열어야 했다.박민정이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어딘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진서연이 다가와 말했다.“보스, 오늘 회사에 주주들이 엄청 많이 왔더라고요. 심지어 고영란 씨도 왔어요. 듣자하니 이사회 다시 열고 대표직을 바꾸는 걸 논의한다고 하던데요.”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제 보니, 유남우의 자리가 정말 위험해진 듯했다.그녀가 앉아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영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민정아, 잠깐 위로 올라와 줄래?”“네. 알겠습니다.”박민정은 하던 일을 멈추고 위층 회의실로 향했다.회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미 유명훈과 유남준의 큰아버지 유석진 일가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유남우과 윤소현도 자리에 나와 있었다.윤소현의 얼굴은 잔뜩 어두웠다.고영란은 불안한 표정으로 박민정에게 다가와 말했다.“민정아, 혹시 남준이와 연락할 수 있어? 여기로 오라고 해.”“연락은 해보겠지만 올지는 모르겠네요.”박민정은 휴대전화를 꺼내 유남준에게 전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