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밤중에 일어나 딸 한별이에게 분유를 탄 다음, 아이를 재우고 있었다. 이때 남편 송은택의 핸드폰이 울렸다.벨소리가 딸을 깨울까 봐 난 얼른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설정하려 했지만, 뜻밖에도 송은택의 SNS를 보게 되었다.[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한 기분은?]SNS에 올라온 네티즌의 질문에 송은택이 댓글을 달았다. [부부 관계를 가지는 게 마치 임무를 완수하는 것 같고, 매일 이혼하고 싶어.]아래에는 사람들이 한바탕 떠들어댔다.[야, 이 친구 대단하네, 익명이 아니라 자신의 닉네임을 공개하다니. 아내한테 들키는 게 두렵지도 않나 봐?]송은택이 대답했다.[두렵긴요, 지금 아이 돌보느라 바빠서 볼 시간이 없어요.]사람들은 또 저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침대 위에서 깊이 잠든 송은택을 바라보며, 난 저도 모르게 의혹을 느꼈다.SNS에서 자신의 조강지처를 그토록 하찮게 여기는 남자가 정말 현실 속 부드럽고 다정한 나의 남편일까?그러나 난 그 계정이 송은택의 것이란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의 프로필 사진은 달빛 아래에 서 있는 도도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뒷모습이었다.예전에 난 농담으로 송은택에게 프로필 사진을 바꾸라고 했지만, 줄곧 사냥하고 다정한 그는 오히려 나에게 화를 냈다.후에 송은택은 날 찾아와서 해명을 했고, 단지 자신이 무척 좋아하는 사진을 뿐이니 다른 생각할 것 없다고 했다.그러나 커플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무시하던 남자는 여전히 SNS에서 날 비하하는 발언에 열중하고 있었다.띵.또 다른 문자가 들어왔다.확인해 보니 그것은 송은택 동창들의 단톡방이었는데, 누군가 그가 답장한 댓글을 단톡방에 올렸고 그야말로 난리 법석이었다.[야, 은택이 왜 이러냐? 아직도 한별이 못 잊은 거야?][하하하, 은택아, 한별이 내일 귀국한다고 하던데, 자식 여자 복은 있어가지고. 우리 내일 한별이 환영 파티 열 거야, 너 올래?]...한별이? 그 이름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난 핸드폰을 꽉 쥐었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기 시작
그럼 이 반지는 누구에게 주는 것일까?설마 송은택의 마음속에 정말 한별이라는 여자가 있는 것일까? 처자식까지 버릴 정도로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내가 한창 생각에 잠길 때, 송은택이 돌아왔다. 내가 그 반지를 들고 있는 것을 보자, 그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내가 금방 아이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써서 날 밀어내며 반지를 빼앗았다.“저리 비켜, 누가 이 반지에 손을 대라고 한 거지?”난 배를 감싸며 식탁에 부딪쳤고, 봉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처가 찢어지더니 점차 통증이 밀려왔다.그러나 송은택은 조심스럽게 그 반지를 닦고 있을 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날 본 척도 하지 않았다.내 배에서 끔찍한 피가 흘러내리자, 송은택은 그제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윤미야, 지금 피를 흘리고 있어!”송은택은 떨리는 두 손으로 얼른 날 일으켜 세웠다.“배가 너무 아파요, 빨리 병원으로 가요.”난 송은택을 꽉 붙잡고 있었고, 말을 할 때마다 배의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그래, 지금 바로 데려다 줄게.”그러나 문을 나서기 직전, 송은택의 핸드폰 벨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리기 시작했다.[은택아, 너 선물 가지러 집에 돌아갔다며? 그런데 왜 아직도 오지 않은 거야? 한별이가 곧 도착할 텐데.]송은택은 날 힐끗 바라보더니 바로 목소리를 낮추었다.“지금 번거로운 일이 좀 생겨서. 처리 다 하는 데로 달려갈게.”그의 말을 듣고, 내 마음속에는 끝없는 씁쓸함이 밀려왔다.번거로운 일, 그 남자에게 있어 나 강윤미는 그의 아내도, 심지어 사람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전화 너머로 달콤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들 오래 기다렸지? 미안, 차가 좀 막혀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다들 잘 지냈어? 그나저나 은택은?]이 목소리를 듣자, 송은택은 몸이 굳어졌고, 마치 다른 사람으로 된 것처럼 눈에 그윽한 빛이 맴돌았다.나와 함께한 5년 동안, 송은택은 종래로 이런 눈빛으로 날 바라본 적이 없었다.“윤미야, 지금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영상 속, 정한별은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송은택과 팔짱을 끼며 숙연하게 목사를 향해 걸어갔다.송은택은 한쪽 무릎을 꿇고 진심 어린 말투로 입을 열었다.[한별아, 나의 아내로 되어줄래?]옆에는 두 사람의 친구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받아줘, 받아줘!]영상은 여기에서 멈췄다.이런 명백한 증거를 보자, 송은택은 안색이 돌변했다.“윤미야, 너 지금 이런 일로 나와 따지려는 거야?”이 말을 듣자, 난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내 남편이 밖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식까지 올렸는데, 지금 오히려 내가 따지고 있다고 원망하는 거예요? 그럼 난 내 남편을 선뜻 양보해야 마음이 너그러운 아내인 거냐고요?”송은택은 미간을 비비며 짜증을 냈다.“그냥 친구들끼리 장난 좀 친 것뿐이냐. 당신한테 말하지 않은 것도 다 당신이 오해할까 봐 그런 거고. 정한별은 내 고등학교 동창인데, 유학을 갔다가 이제야 돌아왔어. 우리가 환영 파티를 열어줬는데, 한별이가 결혼식 한 번 체험해 보고 싶다고 해서 소꿉놀이해준 것뿐이야. 윤미야, 나 지금 정말 피곤하니까, 귀찮게 좀 굴지 마.”말을 마치자, 송은택은 양복 외투를 벗은 다음, 방에 돌아가 잠을 잤다.그의 양복에서 나는 낯선 향수 냄새를 맡으며, 난 차갑게 웃었다.“그래, 정한별과 밤새도록 침대에서 뒹굴었으니 당연히 피곤하겠지.”이제 나 자신을 위해 움직여야 했다.저녁 무렵, 송은택은 오후에 한 말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나와 딸 한별이를 데리고 나가서 밥을 먹었다.레스토랑에 도착할 때, 정한별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흥, 불여우가 제 발로 찾아오다니.난 정한별을 가리키며 송은택에게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설명해 봐요.”“방금 한별이랑 통화했는데, 내가 당신 데리고 나와서 밥 먹는다는 것을 듣고, 자기도 배가 고프다며 따라온 거야.”송은택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에게 설명을 한 뒤, 돌아서서 웃으며 정한별과 인사를 했다.두 사람은 다정하게 같이 앉았고, 송은택은 정한
“당연하지.”송은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추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네가 가고 싶다면 당연히 가봐야지.” “하지만 학교에 규정이 있잖아. 본교 학생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을걸?”정한별은 백미러를 통해 날 바라보더니 은근히 교활하게 웃었다.끼익-송은택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고, 나에게 말했다.“윤미야, 넌 혼자 택시 타고 돌아가.”깊은 밤중에 난 딸을 안고 낭패하게 차에서 내려왔다.떠날 때, 정한별은 날 향해 웃더니 입을 벌려 소리 없이 말했다.“당신 이미 졌어요.”하지만 난 정말로 졌을까?송은택이 망설임 없이 정한별을 데리고 떠나는 것을 보자, 난 냉소를 지었다.“지금 누가 이길지 아직 모른다고.”...집으로 돌아간 후, 난 정한별이 올린 SNS를 보았다.[너와 만난 건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이야.]그리고 사진 속의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난 그 아래에 댓글을 달았다.[더러운 연놈들끼리 아주 발광을 하고 있네요.]짐을 싼 다음, 난 그날 저녁 딸을 데리고 친정집을 돌아갔다.첫날, 송은택은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이튿날, 송은택은 나에게 문자를 두 개 보냈다.사흘째 되던 날, 송은택은 마침내 수상함을 알아차렸는지 나에게 수십 통의 전화를 하며 변명했다.[윤미야, 당신 어디에 간 거야? 왜 내 문자를 씹는 거지?][나와 한별이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그날 단지 학창 시절이 떠올라서 내가 같이 학교에 가준 것뿐이야. 우리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다른 건 몰라도, 우리의 딸을 봐서라도 나에게 다시 기회를 줘.]난 송은택의 새빨간 거짓말을 아랑곳하지 않았고, 조용히 딸 한별이를 재웠다.만약 그 남자가 정말로 잘못을 뉘우쳤다면, 내 친정집에 와서 날 찾았을 것이다.그러나 송은택은 시간을 낭비하는 전화를 할지언정, 직접 와서 설명하고 싶지 않았으니, 나와 우리의 딸을 마음에 두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때다 싶어, 난 딸 한별을 엄마에게 맡긴 다음, 시간을 내서 돌아갔다.“언니, 왜
정한별은 날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정말 냉정한 사람이네요. 자신의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나 같으면 진작에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을 거예요. 은택은 고등학교 다닐 때 나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 3년 동안 줄곧 나만 바라봤어요. 날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포기할 수 있단 말이에요. 내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은택은 망설임 없이 내 곁에 올 거예요. 아, 그저 모르죠? 사실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은 내 생일이에요.”“그래서요?”난 차갑게 웃었다.정한별은 멈칫하다가 이내 피식 하고 웃었다.“아,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아요. 이렇게 모르는 척하면 계속 송씨 가문의 사모님 행세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정한별은 팔을 안으며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냥 꿈이나 깨요.”나도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허, 날 뭘로 본 거죠? 나 오늘 송은택과 이유하려고 찾아온 건데. 아직 깨어나지 않은 이상, 똑똑히 전해줘요. 내일 법원에서 연락이 갈 테니까 절대로 지각하지 말라고. 그리고 그 사모님이란 타이틀 말인데요, 미안하지만 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요. 원하다면 정한별 씨가 가져가요. 그러나 그게 뜻대로 될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요.”법원 소환장을 남겨둔 다음, 난 곧바로 집을 나섰다....이튿날, 난 아침 일찍 법원에 도착했다. 잠시 후, 송은택도 정한별을 데리고 나타났다.날 본 순간, 송은택은 다정한 눈빛으로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왔다. 뒤에 있던 정한별은 하이힐을 신고 있어서 비틀거렸지만, 그는 본 척도 하지 않았다.“윤미야, 이제 장난 그만하고 나랑 같이 집에 돌아가자.”“송은택 씨, 난 장난을 친 적이 없어요. 지금 정말 당신과 이혼하고 싶은 건데.”난 침착하게 대답했다.“아니, 난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거야!”송은택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뒤에 있던 정한별은 비틀거리며 달려왔고, 그녀의 안색은 그리 좋지 않았다.“윤미야, 꼭 이렇게 소란을 피워
다른 한쪽에 서 있던 아저씨도 맞장구를 쳤다.“그래,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려. 선남선녀가 다름없어.”정한별은 수줍어하며 고개를 숙였다.바로 이때, 내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여보, 지금 잠깐 좀 나가주면 안 될까요? 내가 정한별 씨와 할 얘기가 좀 있어서요.”병실 안의 분위기는 바로 어색해졌다.아까까지만 해도 송은택과 정한별을 칭찬하던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지금 마치 똥이라도 밟은 것처럼 혐오를 금치 못했다.“윤미야, 한별이 아직 다 낫지 않아서 자극 받으면 안 돼.”송은택의 훤칠한 몸은 정한별을 뒤로 감쌌고, 마치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할 것처럼 말했다.“은택아, 그럴 필요 없어. 윤미 씨는 지금 날 오해한 것 같은데, 내가 잘 설명할게.”정한별은 애써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허약하게 송은택에게 미소를 지었다.난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흥미진진하게 두 사람이 쇼하는 것을 지켜보았다.지루하다고 느낄 때에야 난 목을 가다듬었다.“안심해요, 난 단지 정한별 씨와 할 얘기가 좀 있어서 그래요. 얘기 끝내면 바로 떠날 거예요.”송은택은 의심의 눈초리로 태연하기 그지없는 날 바라보았고, 또 병상에 누워있는 연약한 정한별을 바라보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그는 그제야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송은택의 뒷모습을 보며 손가락질을 했다.이때 정한별은 연약하게 몸을 비틀거리며 입을 열었다.“윤미 씨, 내 설명 좀 들어봐요. 은택은 윤미 씨를 엄청 사랑해요. 그냥 나 혼자 병원에 있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그래요.”쇼를 하고 있네!난 차갑게 웃으며 정한별을 바라보았고, 더 이상 그녀와 놀아주고 싶지 않았다.“내가 언제 두 사람을 반대했죠? 만약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면, 송은택이 나와 이혼하도록 설득해야죠.”정한별은 내 말에 멍해졌고, 난 계속해서 말했다.“정한별 씨도 잘 알 거 아니에요. 다음 이혼 소송에서 송은택이 여전히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1년 더 기다려야 해요. 그럼 정한별 씨도 1년 동안 ‘내연녀, 불여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