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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와 첫사랑
조강지처와 첫사랑
작가: 문프

제1화

난 한밤중에 일어나 딸 한별이에게 분유를 탄 다음, 아이를 재우고 있었다. 이때 남편 송은택의 핸드폰이 울렸다.

벨소리가 딸을 깨울까 봐 난 얼른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설정하려 했지만, 뜻밖에도 송은택의 SNS를 보게 되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한 기분은?]

SNS에 올라온 네티즌의 질문에 송은택이 댓글을 달았다.

[부부 관계를 가지는 게 마치 임무를 완수하는 것 같고, 매일 이혼하고 싶어.]

아래에는 사람들이 한바탕 떠들어댔다.

[야, 이 친구 대단하네, 익명이 아니라 자신의 닉네임을 공개하다니. 아내한테 들키는 게 두렵지도 않나 봐?]

송은택이 대답했다.

[두렵긴요, 지금 아이 돌보느라 바빠서 볼 시간이 없어요.]

사람들은 또 저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침대 위에서 깊이 잠든 송은택을 바라보며, 난 저도 모르게 의혹을 느꼈다.

SNS에서 자신의 조강지처를 그토록 하찮게 여기는 남자가 정말 현실 속 부드럽고 다정한 나의 남편일까?

그러나 난 그 계정이 송은택의 것이란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의 프로필 사진은 달빛 아래에 서 있는 도도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예전에 난 농담으로 송은택에게 프로필 사진을 바꾸라고 했지만, 줄곧 사냥하고 다정한 그는 오히려 나에게 화를 냈다.

후에 송은택은 날 찾아와서 해명을 했고, 단지 자신이 무척 좋아하는 사진을 뿐이니 다른 생각할 것 없다고 했다.

그러나 커플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무시하던 남자는 여전히 SNS에서 날 비하하는 발언에 열중하고 있었다.

띵.

또 다른 문자가 들어왔다.

확인해 보니 그것은 송은택 동창들의 단톡방이었는데, 누군가 그가 답장한 댓글을 단톡방에 올렸고 그야말로 난리 법석이었다.

[야, 은택이 왜 이러냐? 아직도 한별이 못 잊은 거야?]

[하하하, 은택아, 한별이 내일 귀국한다고 하던데, 자식 여자 복은 있어가지고. 우리 내일 한별이 환영 파티 열 거야, 너 올래?]

...

한별이? 그 이름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난 핸드폰을 꽉 쥐었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딸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 송은택은 고집을 부리며 ‘송한별’이란 이름으로 정했고, 또 사람들 앞에서 평생 ‘한별’만을 사랑할 거라고 맹세했다.

설마 그 여자 때문에 우리 딸에게 똑같은 이름을 지어준 것일까?

이 순간, 마치 보이지 않은 날카로운 칼이 내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다. 난 아파서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았지만, 고통을 가실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깊이 잠든 남자를 바라보며 난 결국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핸드폰을 고스란히 내려놓았다.

송은택은 내가 5년 넘게 사랑해온 남자였고, 또 내 딸의 아빠였다. 난 그에게 분명하게 설명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복잡한 마음을 안고 침대에 누우며 난 창밖의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았다. 나의 두 손은 이미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한별’이란 두 글자는 마치 차가운 철장처럼 날 천천히 삼키고 있었다.

...

이튿날 아침, 송은택은 이미 회사에 나갔고, 식탁에는 그가 날 위해 준비한 아침밥이 있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지금 먹기에 딱 좋았다.

난 흐뭇하게 웃었다.

송은택은 절대로 그런 나쁜 남자일리가 없었다.

어제의 일이 단지 꿈일 뿐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던 참에, 탁자 위에 놓인 선물 박스가 내 시선을 빼앗았다.

“은택 씨도 참, 오늘은 특별한 날도 아닌데, 로맨틱하게 선물까지 준비하다니.”

난 기대를 한가득 안고 그 선물을 열었다. 안에는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고, 심지어 유럽 최고급의 브랜드였다. 반지 옆에는 연하장이 하나 있었다.

난 방긋 웃으며 연하장을 열어보았는데, 안의 내용을 본 순간, 내 미소는 그대로 굳어졌다.

[사랑하는 한별에게.]

한별, 또 그 이름이었다.

내 딸 한별이는 갓 태어난 아이였기에 반지를 아예 낄 수 없었다. 그리고 내 손가락은 또 많이 굵어서 이 반지는 내 사이즈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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