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이름은 반하나, 임건우의 대학 선배였다. 임건우보다 일 년 선배인 그녀는 예쁘고 공부를 잘해서 캠퍼스 여신이라고 추앙받던 인물이었다.대학교 3학년 때부터 학생회 회장직을 맡아 졸업할 때까지 학교의 수많은 대형 이벤트를 이끌었으며 맡은 일마다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성격이 상냥하고 인맥도 넓었으며 철두철미해서 천재라고 불리던 여자였다.나중에 임건우의 부탁을 받고 성남지사로 와서 유가연의 일을 도왔다.성남지사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었으며, 유가연의 진짜 오른팔 역할이었다.하지만 반하나는 외근이 많아서 회사에 방문하는 일이 극히 적었다. 이런 곳에서 그녀를 마주칠 줄이야!“건우야, 가연 씨랑 싸웠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 처제가 직접 남자를 데리고 회사까지 찾아오다니!”반하나의 다급한 말투에서 임건우를 향한 걱정이 묻어났다.임건우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로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맞을 짓 자처하는 거죠.”그 말에 반하나도 고개를 끄덕였다.“나라면 당장 달려가서 판을 엎어 버릴 거야.”임건우는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안 그래도 내려가는 중이었어요. 유혈 사태가 벌어져도 저 막지 마세요.”“됐거든? 내 앞에서는 센 척 안 해도 돼. 유씨 가문 여자들이 네 목줄을 꽉 잡고 있다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정말 힘들면 더 깊어지기 전에 이혼해. 네가 이렇게 자존심 굽히며 사는 꼴 못 보겠어.”건우를 바라보는 반하나의 눈빛이 착잡했다. 후배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한 분노와 안쓰러움,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임건우는 마침 엘리베이터 쪽을 보고 있어서 그녀의 눈빛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선배, 걱정하지 마세요. 이대로 주저앉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거예요. 저 이미 정신 제대로 차렸거든요.”안경 뒤에 가려진 반하나의 눈매가 반짝 빛났다. ‘오늘 본 건우는 조금 다르긴 해.’“고마워요, 선배!”임건우가 갑자기 말했다.진심에서
유지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고마워요, 정인 오빠.”정인은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건물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오만하기 짝이 없는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다리에 석고를 두른 채로 차를 타고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정양진의 경호원 이일수였다.30대 초반의 이일수는 격투기 은메달을 손에 쥔 적 있는 실력자였는데 다리 부상까지 입은 정양진이 다급히 누군가에게 사과하러 간다는 사실이 못내 내키지 않았다.“회장님, 몸도 안 좋으신데 아무리 사과가 급하다고 해도 굳이 오늘 갈 필요는 없지 않나요? 건강이 우선이죠.”그러자 정양진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네가 뭘 알아? 정인 그 자식이 지금 아비 무덤을 파고 있는 거야! 그 녀석 지금 임건우 와이프한테 프러포즈하러 갔다고! 마동재가 나한테 직접 연락이 왔는데 내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 있겠어?”그 말을 들은 이일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저도 모르게 엑셀러레이터를 꾹 밟았다.한편, 임건우와 반하나는 함께 일 층 로비로 내려왔다.회사 직원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직원들은 재미난 구경을 보는 눈빛으로 그들과 프러포즈 대오를 번갈아보았다.누군가는 단톡방에 이 사실을 알렸다.“임건우 씨 회사에 있었네? 설마 저러다가 싸움 나는 거 아니야?”직원들은 서둘러 창가로 향했다.유지연은 창문에 매달려 구경하고 있는 직원들을 보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임건우, 이 무능한 자식! 오늘 네 명예를 바닥 끝까지 추락시킬 거야! 눈 뜨고 마누라 빼앗기는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한 번 느껴보라고!’이때, 로비에 임건우와 반하나가 나타났다.“저 인간, 여기 있었어?”그녀는 임건우가 유여정과 유창민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모습이 저도 모르게 떠올라서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정인을 보자 다시 흥분이 들끓었다.“정인 오빠, 임건우 저 자식도 여기 있었네요? 저 자식이 저 때리려고 하면 도와주실 거죠?”“당연한 소리.”
정양진이 왜 체면까지 버리고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새파랗게 어린 임건우에게 무릎을 꿇은 건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정양진 본인은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이유는 두려움이었다!마동재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겪어본 정양진이었다.천우그룹보다 더 잘나가던 강주 재벌이 마동재의 양녀인 유화를 건드렸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무덤에 파묻힌 건 부풀린 소문이 아니었다.그리고 그 재벌의 가족들은 빚만 잔뜩 지고 뿔뿔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룹은 이미지가 나빠져서 주식이 바닥을 치다가 공중분해 되어 버렸다.정양진은 자신이 그 꼴이 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짝! 짝! 짝!그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스스로 귀뺨을 치기 시작했다.아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순식간에 정양진의 얼굴이 퍼렇게 멍이 들었다.구경꾼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떻게 된 일일까?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정양진이 타고 온 가치가 8억 대가 넘는 벤틀리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유지연도 잠시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임건우에게 한마디 했다.“임건우, 연극은 그만해. 배우 한 명 섭외해서 이런 자작극을 벌이면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것 같아?”고개를 돌린 그녀는 정인에게 말했다.“정인 오빠, 신경 쓰지 마세요. 이 사람 임건우가 섭외한 엑스트라일 뿐이에요. 웃겨 죽겠네!”유지연의 말에 정인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정양진이 나타나서 무릎을 꿇고 스스로 귀뺨을 날리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부터 이미 넋이 나가버렸던 그였다.‘아빠가 왜!’그는 다급히 달려가서 정양진을 부축해 일으켰다.“아빠,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이러세요? 치매라도 오셨어요?”그러자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던 유지연의 눈빛도 흔들리기 시작했다.정양진이 손을 들어 아들의 귀뺨을 날렸다. 다리에 부상이 있어서 힘을 주다가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사고뭉치 같은 놈! 감히 건우 도련님의 여자를 건
“이제 기억났어. 저 중년 남자는 천우그룹 회장님이셔. 그리고 프러포즈한다고 했던 사람은 천우그룹 2세 정인이고. 예전에 우리 대표님 찾아와서 찝적거린 적 있잖아.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임건우 씨한테 무릎을 꿇었는데 지금 어떤 심정일까….”“임건우가 도대체 무슨 신분이기에 천우그룹 회장님까지 무릎 꿇게 만든 거야?”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사람들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그러는 와중에 정양진은 이일수를 시켜 미리 준비해 온 수표를 공손하게 임건우에게 건넸다.“건우 도련님, 이건 제 작은 성의입니다. 얼마 안 되니까 부디 받아주세요. 거절하면 저 여기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반하나는 놀란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한편, 주인공인 임건우는 말없이 그 수표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이때, 마동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임건우는 정양진을 힐끗 보고는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네, 어르신.”옆에서 듣고 있던 정양진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처롭게 임건우를 바라보았다.마동재가 말했다.“도련님, 천우그룹 정양진이 거기 도착했나요?”임건우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정양진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천우그룹 정양진 회장님이요….”그 말에 정양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임건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지금 제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계시네요! 그런데 말이죠….”그는 정양진이 건넨 수표를 받아서 주머니에 챙기고는 능청스럽게 말했다.“그분 아드님이랑 저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니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하시죠.”그제야 정양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멍때리고 있던 정인도 정신을 차렸다.임건우와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강주 지하 세계 보스 마동재라는 것을 뒤늦게 눈치챈 그는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다.유가의 무능한 사위와 마동재가 돈독한 사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이성을 되찾으니 극심한 두려움이 몰려왔다.“그랬군요. 도련님이 괜찮으시다면야 저도 할 말 없죠.”마동재가 말
유가연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차가운 눈빛으로 동생을 쏘아보았다.조금 전 상황을 회의실에서 이미 지켜본 그녀였다.유지연이 정인을 데리고 그녀의 회사 앞까지 찾아와서 공개 구애를 한 건 임건우만 모욕한 게 아니었다. 언니인 유가연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였다.유가연은 임건우에게 다가서며 부드럽게 말했다.“난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이 알아서 처리해.”임건우의 눈빛은 시종일관 유지연에게 향해 있었다.지옥에서 금방 나온 사신처럼 냉랭하고 무시무시한 시선이었다.유지연이 꽥 소리를 질렀다.“언니, 나 언니 동생이잖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짝!여태 말없이 잠자코 있던 임건우가 다가가서 그녀의 귀뺨을 날렸다. 순식간에 유지연의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다.유가연은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버렸다.유지연은 울먹이며 언니를 바라보았다.짝!또 한 번의 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반대쪽 얼굴도 부어올랐다.유지연은 공포에 떨며 임건우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임건우는 너무 낯설어서 더 무서웠다.예전에 집에서 그녀의 심부름이나 하고 가사를 떠맡아서 하던 무능한 남자와는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잊었어? 나를 형부로 인정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처제로 대하지 않을 거라 경고했을 텐데! 인성이 못돼먹었으면 매로 가르쳐야지.”말을 마친 임건우가 다시 손을 올렸다.“악!”유지연은 얼굴을 가리고 다급히 유가연의 등 뒤로 숨었다.“언니, 내가 잘못했어! 빨리 저 사람 좀 말려 봐! 나 이러다가 죽을지도 몰라!”뒤따라온 반하나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전과는 너무 달라진 임건우의 냉혹한 모습에 넋 놓고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거지?”“자포자기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뒤로 사람이 달라졌어.”안내데스크 직원들도 그 모습을 보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정양진 부자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는 장면은 멀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아내가 보는 앞에서 처제에게 귀뺨을 날리는 모습은 생생하면서도 충격적
오후 한 시.임건우는 만리상맹의 프라이빗 클럽에 다시 방문했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하직원은 임건우를 보자마자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도련님 오셨어요?”임건우는 이 호칭에 익숙해진 듯,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은?”“어르신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죠.”다시 만난 마동재는 귀신에게 괴롭힘을 당해 생기를 잃었던 며칠 전보다는 많이 건강해진 모습이었다.방에서 옅은 한약 냄새가 풍기자 임건우는 놀랍게도 안에 무슨 약재가 들었는지, 용량은 얼마 정도인지 정확하게 감이 잡혔다. 이것도 천의도법을 전수 받은 뒤에 생긴 능력이었다.인삼, 당귀, 하수오, 천산설연 등 온갖 진귀한 약재가 다 들어 있었다. 어린 귀신 때문에 기력이 약해진 마동재가 귀한 보약을 복용 중인 게 분명했다.하지만 문제가 조금 있었다. 용량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었다.그래서 마동재의 얼굴이 과하게 붉었던 것이다.임건우를 본 마동재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임 선생, 드디어 오셨네요. 지금 바로 유화 좀 보러 가주실 수 있나요? 애가 너무 힘들어하네요.”마동재는 부하 직원들이 있는 앞에서는 임건우를 도련님으로 부르지 않았다.임건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유화의 방을 찾았다.하지만 그녀를 마주한 그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손발이 묶인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있었다.임건우는 현인의 눈으로 유화를 관찰했다.유화가 이렇게 괴물로 변한 이유는 음독이었는데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 귀신에게 물렸기 때문이었다.“어쩌다가 다친 겁니까?”임건우가 물었다.“저번에 그 그림 기억해요? 양효천이가 내 생일에 선물로 준 그림인데 그때는 좋은 마음인 줄로만 알고 기쁘게 받았거든요. 그런데 그놈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죽이고 만리상맹을 장악하려는 속셈이에요.”마동재가 이를 갈며 말했다.“유화가 분풀이한다고 놈을 찾아갔는데 하마터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뻔했어요.”“그랬군요.”임건우
"어? 천우야, 네가 제운관의 중운도사님을 모셔 왔어?"마동재는 곧 고개를 돌렸다. 그는 들어오는 중운 도사를 보고, 즉시 공손한 얼굴과 존중하는 기색으로 웃는 얼굴로 맞이하였다. "어떻게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제가 모시러 갔어야 했는데...."이런 아첨하는 표정은 임건우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다. 임건우는 어리둥절해하면서 설마 이 도사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냐고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이 도사의 몸에는 진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밖에도 정말 법력이 있는 도사였다. 임건우도 이런 사람은 처음 보는지라, 호기심에 천의도법의 현인의 눈으로 한번 들여다보았다. 곧 그는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앞의 이 도사는 진원를 가지고는 있으나, 그 기는 매우 약하여 자신과 비교하면, 마치 개울이 강을 만난 것 같았다. 그는 조상님의 신기를 물려받고, 지금은 이미 그 신기의 3분의 1을 소모한 상태였다. 대신 공법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깊어지며, 불과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두 번째 단계에 도달했고, 체내의 진원은 스스로 끊임없이 많아지며, 단전에는 더욱 농축된 진원이 축적되어 있었다.반면 중운 도사를 보면 단전은 텅 비어 있고 진원은 경맥 사이에 흩어져 있으며 수시로 몸 밖으로 흘러넘치고 있다. 이것은 마치 구멍 난 풍선처럼 공기를 넣으면서 새고 있으니 당연히 수련에 더 많은 공이 들 것이다. 그의 공법은 이와 반대로, 진원이 흩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순환하며, 시시각각 많아지게 하고 있다.중운 도사는 자신을 끊임없이 쳐다보고 있는 임건우의 눈빛에 실망의 뜻이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고 속으로 화가 났다. 그가 이름난 뒤로부터는 누구라도 그를 산 신선으로 여기며 공손하게 대하였는데, 뜻밖에도 눈앞의 이 청년은 사기꾼을 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흥!"중운 도사는 임건우를 향해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관계자 외에는 모두 자리를 비켜주시오!"이 말을 한 후, 그는 임건우를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
마동재와 천우는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중운 도사는 짬을 내어 임건우를 바라보았다. 귀신을 본 듯이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히죽히죽 웃고 있는 것이었다, 한순간 중운 도사는 혈압이 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는 급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적을 향해 고함을 쳤다, 그러자 부적은 공중으로부터 서서히 내려오더니 유화가 악귀에게 물린 자리에 가서 붙었다.부적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로 어두워졌고, 마침내 휙 하고 부서져 산산조각이 났다. 유화의 화무의 동전만한 검은 반점도 분명히 좀 옅어졌다."지금은 어떠냐?""좀 나아졌어요."하지만 유화는 여전히 괴로워하는 표정이었다."독이 상당히 심하게 들었소, 하루 안에 모두 제거하는 건 무리오. 하지만 일주일 안에 반드시 독을 제거하고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오."중운 도사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천우는 황급히 말했다."진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마동재도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도사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젠 좀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중운 도사는 숨을 돌리며 임건우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얘야, 잘 보았느냐? 이것이 바로 한없는 법력의 힘이니라."임건우는 피식 웃으며 아무렇게나 해바라기씨 껍질을 뱉어 버리고는 손뼉을 몇 번 쳤다.중운 도사는 표정이 새까맣게 변했다. 바로 이때 밖에서 쿵 하는 큰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비명소리가 두 번 뒤따랐다. 방 안의 사람들이 모두 멍해졌다."제가 나가 볼게요."곧 싸움 소리가 들려왔고, 천둥 같은 고함소리도 들려왔다.“마동재 네 이놈! 썩 꺼져 나오지 못해?”마동재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곧 밖으로 걸어 나갔다. 중운 도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뒤따라갔다. 임건우는 유화를 한번 쳐다보더니 해바라기씨를 까며 느릿느릿 따라 나갔다.천우는 몇 명의 만리상맹의 사람들과 함께 쳐들어온 사람들과 싸우고 있었다. 기공을 연마한 천우는 한주먹 또 한주먹 내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
임건우는 딸을 꼭 안고 당자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불과 1미터의 거리였지만, 마치 천지의 깊은 절벽처럼 느껴졌다.아무리 애써도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남편!”당자현은 손을 뻗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었다.눈물이 터져 나오며 절망적인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빨리 가! 빨리!”“생명의 우물 공간이 무너지려고 해. 나는... 나는 너와 딸을 지킬 거야. 반드시 지킬 거라니까!”임건우는 절박하게 외쳤고 금단의 신력이 몸을 휘감으며 혼돈의 기운이 그들을 감싸 안았다.그 순간, 차원의 통로는 강력한 힘으로 삼켜져 모든 공간이 거대한 불사의 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아아!”당자현은 울부짖으며 애절하게 소리쳤지만, 그 순간, 그 연결은 끊어졌다.“주인님, 빨리 가셔야 합니다. 이 차원의 통로도 곧 사라질 겁니다.”박철호는 한 마디로 재촉하며 백옥은 당자현을 안고 급히 말했다.“가자!”모두가 생명의 우물의 좁은 통로로 빠르게 뒤돌아갔다.그들은 필사적으로 위로 올라갔다.그때 뒤에서 거대한 에너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거대한 힘이 우물 속으로 밀려 들어와 모두를 위로 밀어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생명의 우물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그 속의 수많은 생명의 샘물이 쏟아지며 사람들은 우물 밖으로 튕겨 나갔다.바닥에는 물이 고여 웅덩이가 되었다.웅!차원 통로 속에서 임건우는 딸을 꼭 안고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에너지가 갑자기 되돌아가며 모든 물질은 압축되어 한 덩어리가 되었다.그 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단 한 순간, 임건우는 온몸이 터져 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그의 강력한 뼈마저도 끊어지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그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하지만 임건우는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았다.반드시 딸을 지켜야 했다.“진혼종!”임건우는 서둘러 진혼종을 소환하고 딸을 종 안으로 감쌌다.둥둥둥! 둥둥둥!진혼종은 깊고 울리는 소
안쪽은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속에는 마치 무수한 원혼이 울부짖는 듯한 환청이 퍼져 나왔다.하지만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정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어떤 파장이었다.게다가 몸 또한 보이지 않는 힘으로 만져지고 짓눌리며 마치 수많은 손이 그의 몸을 더듬어 뜯어내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임건우는 자신이야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갓 돌이 지난 딸이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그러던 찰나,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어떤 힘이 딸을 덥석 잡아채 임건우의 품에서 떼어내려고 했다.그 힘은 적고 연약한 딸을 감싸 안으며 강한 압력을 가해왔다.임건우의 금단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대위신력을 폭발적으로 방출했다.임건우는 딸을 단단히 품에 안고 버텼다.하지만 불사의 왕좌가 가진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으악!”임건우는 고함을 지르며 외쳤다.“저승 다리! 당장 와서 도와라!”임건우는 자신의 자복궁에 남은 대위신력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비록 저승 다리의 소환은 값비싸고 매번 신력을 소모했지만, 지금은 대위신력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천만이면 어때! 줘버리자!’슛!붉은 옷을 입은 어린 소녀가 튀어나왔다.그리고 이전보다 조금 자란 듯한 모습이었다.“어? 여긴 어디야?”소녀는 태연하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얼굴을 구기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 멍청아!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겨우 그따위 실력으로 불사의 왕좌의 뱃속에 들어오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공주님, 내가 원해서 들어온 줄 알아? 끌려온 거라고!”임건우는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빨리 시작해. 안 그러면 나 죽고 너도 대위신력을 못 받을 거라고!”소녀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네가 죽으면 새로운 계승자가 나타날 뿐이야.”임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계승자는 무슨! 너도 알잖아? 지장왕이 3천 년을 기다려 나를 찾은 거라고. 네가 그 불사의 왕좌 뱃속에서 3만 년을 기다릴 자신 있으면 말이야.”소녀는 이를 꽉
“큰일 났어!”임건우는 겨우 딸을 안아 들고 있을 때 갑자기 100미터 높이의 불사의 왕좌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임건우는 몸을 돌려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하지만 불사의 왕좌가 임건우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하나의 임건우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신격이 담겨 있는 작은 소녀는 절대로 놓칠 수 없었다.만약 소녀를 놓친다면 이 통로는 즉시 사라지고, 불사군단은 통로를 통해 다시 인간 세계로 침입할 수 없게 된다.“크앙!”“도망가려고? 그렇게 쉽게는 안 된다!”슥!불사의 왕좌는 입을 벌려 포효하며, 입속에서 몇 개의 검은 기운을 내뿜었다.그것들이 순식간에 임건우의 앞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기운은 꿈틀거리며 변형되었고, 그 속에는 신비한 문자가 흐르고 있었다.바로 그 순간, 이차원 통로의 벽과 합쳐지며 방금까지 칠흑 같던 통로의 양측이 갑자기 안정되기 시작했다.빛이 반짝이며 문자가 그 위에서 떨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일단 도망가자!”임건우는 더는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딸을 안고 혼자 도망칠 수는 없다.싸워야 한다면 외부의 동료들과 힘을 합쳐야 했다.임건우는 한 걸음 내딛으며 급히 통로 입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차원 통로에서 순간이동은 불가능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금방이라도 도달할 수 있었을 텐데.몇 천 미터의 거리도 몇 번의 눈 깜짝할 사이에 해결될 거리였다.통로 입구 밖에 있던 백옥과 당자현은 여전히 걱정하며 급히 소리쳤다.“빨리! 서둘러!”당자현은 다시 한번 통로 안으로 들어가서 지원하려 했지만, 그 순간, 당자현의 머리가 통로 입구의 무언가에 부딪히며 이마에 혹이 생겼다.쿵!“아!”“뭐야? 입구가 막혔어?”“뭐라고? 어떻게 된 거지?”백옥은 급히 손을 내밀어 입구를 탐지했으나, 그곳에 벽처럼 딱딱한 무언가가 있었다. 백옥은 즉시 진원을 모아 주먹을 한 대 세게 날렸다.쿵!거대한 폭음이 울렸다.입구의 공간 벽에는 수많은 검은 문자가 빛을 내며
“이건 죽음의 기운이야! 이곳의 죽음의 기운은 독성을 띠고 있어!”임건우가 재빨리 약병을 꺼내 들어 모두에게 나눠주었다.하지만 약을 삼킨 후에도 이상한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당자현이 급히 말했다.“이건 독이 아니야. 죽음의 기운이 우리의 영력을 억누르고 있는 거야. 우리가 죽음의 기운을 들이마실수록 체내 진원이 더 강하게 억압받는 거지.”박철호가 말했다.“그럼 어쩌죠? 전투력이 점점 약해지는 게 느껴져요. 이러다간 버틸 수 없을지도 몰라요.”“크앙!”금강마원이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그 거대한 몸 위로 벌레들이 달려들어 미친 듯이 물어뜯고 있었다.이 벌레들은 진원 방어막조차 뚫고 들어올 수 있었고 물어뜯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거대한 금강마원의 살과 피는 이들에게 한층 더 쉽게 씹히는 먹잇감이었다.금강마원의 하얀 털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몸 여기저기에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사람들이 재빨리 달려가 벌레를 제거했지만, 금강마원의 상처는 이미 깊어져 있었다.그 와중에 임건우의 시선은 아직 천 미터나 떨어진 딸에게 고정돼 있었다.임건우의 눈빛은 단호했다.“여러분은 물러나세요. 이곳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백옥이 말했다.“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도 이렇게 버거운데 혼자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벌레들에 금방 잠식당할 거야!”임건우는 단호히 말했다.“괜찮아요. 전 죽음의 기운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요.”다른 이들의 전투력이 점점 약해지는 가운데 임건우의 힘은 약화되지 않았다.임건우의 체내에는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이 있었고, 대위신력이 임건우를 지탱하고 있었다.이 모든 것은 죽음의 기운을 억제하고 상쇄할 수 있었다.그때 당자현이 외쳤다.“저 앞을 봐! 저건 뭐지?”모두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회색빛이 짙은 안개가 물결처럼 밀려오고 있었다.“저건... 죽음의 기운이야! 그것도 엄청난 양의 죽음의 기운!”“불사족의 문이 점점 더 열리고 있어! 불사족이 나오려고 하고 있잖아!”임건우는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다.“
풍덩!임건우는 바로 그 자리에 뛰어내렸다.당자현도 뒤를 따르며 빠르게 내려갔다.백옥은 추하게 변한 전소은을 한 번 쳐다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모든 경맥을 봉인한 뒤, 그제야 우물 안으로 뛰어들었다.“이 우물은 정말 특이하군, 생명의 기운이 이렇게 진하다니?”임건우가 말했다.“맞아, 이게 바로 내가 말한 생명의 천수야. 이 물이 강아연의 영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야.”당자현이 대답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물의 깊은 곳으로 빠르게 나아가면서 여러 번 생명의 우물을 모았다.“그렇다면 그들이 딸의 신격과 이 천수를 이용해 통로를 열려는 거라면 우리가 이 물을 모두 빼내면 그 문이 열리지 않을까?”당자현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그건 소용없어. 그들은 생명의 우물을 이용한 거지, 생명의 천수는 아니야.”임건우는 그 말을 듣고는 그만 그 생각을 접었다.지금은 딸을 구하는 게 우선이다.하지만 생명의 우물의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음침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정말 계속 가면 저기 끝에 통로의 입구가 있을까?”백옥이 뒤에서 물었다.“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인데?”백옥이 말했다.백옥 뒤로 여러 명의 요족도 우물 안으로 들어왔고 나머지 요족들은 안전을 위해 바깥에 남았다.그때 앞서 달려가던 임건우가 갑자기 넓어진 공간을 느꼈다.그 느낌은 마치 지하수로에서 기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넓은 바다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눈앞은 황망하게 펼쳐져 있었고 먼 곳까지 흐릿하게만 보였다.“여기가... 어딘가?”뒤에서 박철호가 물었다.“이곳은 이차원 공간이야!”당자현이 대답했다.“빨리, 통로의 결점을 찾아봐. 보통 이런 곳에는 에너지 소용돌이가 있는 결점이 있어.”모두들 급히 그 결점을 찾기 시작했다.“여기 있어!”백옥이 외쳤다.입구 결점에 있는 소용돌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거기서 임건우의 딸이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빛이 흔들리며 그 모습이 흐릿하게 비췄지만, 분명 그녀였다.“들어가자!”모두가
“크앙!”검은 그림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그 그림자들 아래에는 해골용이 한 마리씩 있었다.하지만 이 해골용들은 남은 의지만으로 움직이는 듯했으며 공격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각 해골용은 단 한 번의 죽음의 독안개를 내뿜을 수 있었고 그것만 피하면 문제가 없었다.그러나 방심하면 큰일이었다.천붕의 커다란 날개가 독안개에 맞아 반쪽이 떨어져 나가자, 천붕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쿵! 쿵! 쿵!해골용들이 차례로 쓰러질 때마다 공간의 장벽이 조금씩 약해졌다.그러나 장벽 안쪽의 전소은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점점 더 독해졌다.전소은에게 빙의했던 불사족이 갑자기 본 모습을 드러내며 괴물로 변했다.그 괴물은 전소은을 완전히 감싸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했고 온몸에서 생명의 정수를 불태우며 그 에너지를 임건우의 딸에게 쏟아붓기 시작했다.“와아아아앙!”아이가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고 초록빛은 더욱 강렬해졌다.그 순간, 고대의 우물에서 거대한 빛 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빛 기둥은 제단 위의 거대한 문을 향해 뻗어나갔고 생명체들의 아우성과 통곡이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검은빛으로 빛나는 고대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으며 문 안쪽에서는 굉음 같은 분노의 포효가 울려 나왔다.“불사족의 문이 열렸다!”“어서 막아야 해!”“공격하라!”마지막 해골용은 임건우와 백옥이 각각의 신검으로 힘을 합쳐 처치했다.그와 동시에 공간의 장벽이 산산이 부서졌다.쉭!가장 빠르게 움직인 사람은 바로 당자현이었다.당자현은 번개같이 달려가 아이를 붙잡으려 했다.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당자현의 손이 아이의 몸을 스치며 통과해버린 것이다.손끝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왜 내 딸을 만질 수 없는 거야?”임건우와 백옥도 같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아이의 모습은 공중에 떠 있는 허상처럼 보였고 진짜 몸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듯했다.그때 전소은이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지금의 전
쿵!모든 힘을 한 점에 집중시켜 강하게 내려쳤다.진혼종에서 울려 퍼진 소리에 그 공간 장벽이 거세게 떨림을 일으켰지만, 결국 깨지지 않았다.그 큰 소리에 안에서 주문을 외우고 있던 전소은이 뒤를 돌아보며 임건우 쪽을 바라봤다.얼굴은 차갑고 다급한 기색이 역력했다.주문을 외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웅웅...”그것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언어로 죽음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허상 같은 제단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고대의 거대한 문이 마치 먼 저편의 공간을 넘어서 다가오는 듯 점점 가까워졌다.신격의 힘이 풀리면서 아기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임건우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진혼종을 더 강하게 휘둘러 다시 내리쳤다.쿵쿵, 쿵쿵!일련의 강한 타격에도 공간 장벽은 여전히 깨지지 않았다.하지만 임건우는 곧 장벽 주변에서 이상한 검은 그림자들이 하나씩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일정 간격마다 나타나는 그 그림자들.“이 그림자들... 이게 바로 공간 장벽의 근원이야!”“이 검은 그림자들을 없애면 장벽이 깨진다!”임건우는 급히 달려가서 땅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들을 향해 진혼종을 내리쳤다.그렇게 찾은 발판이었다.타격을 가하자, 그림자가 움직였고 그 안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그것은 살아있는 존재였다!“으악!”진혼종이 뒤엉켜 타격을 가할 때 땅이 갈라지며, 검은 그림자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큰 울음소리를 내며 땅속에서 튕겨 나왔다.쿵!그 순간, 임건우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그것은 용... 아니, 해골용이었다.온몸에 살점은 없고 뼈만 남은 채, 죽음의 기운을 가득 품고 있었다.그 크기는 약 20미터에 달하며 길이도 어마어마했다.갑자기 임건우를 향해 검은 안개를 뿜어냈다.“죽음의 독 안개!”임건우는 깜짝 놀라며 피했다.이것은 보통의 존재가 아니다.그는 천의도법에서 이 독 안개를 본 적이 있었다.그런 독을 뿜어낼 수 있는 존재는 명백히 명계의 상위 존재였다.이 해골용이 명계에 있다면 그곳에서 왕이나 조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