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소미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애원했지만, 유가연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직원들에게 말했다.“회의할 거니까 부장급 이상 임원들에게 1번 회의실로 오라고 알리세요.”그 소식은 순식간에 회사 전체에 퍼졌다.많은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환호를 질렀다. 힘이 없어서 유여정이 새 대표로 부임하는 것을 반대할 용기는 없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유가연을 응원하고 있던 그들이었다.한편, 임건우는 아직도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물만 흘리는 진소미를 보고 고개를 가로젓고는 자리를 떴다.그리고 이때, 호화 외제 차 한 대가 건물 입구에 도착했다.차에서 한 쌍의 남녀가 나란히 내렸다.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와 유지연이었다.두 사람은 무슨 일로 이곳에 방문했을까?프러포즈 때문이었다.유가연이 멋지게 컴백했다는 소문을 들은 경비실 직원들도 유지연의 입장을 막지 않았다. 그들은 순조롭게 안으로 들어와 로비까지 도착했다.호기심을 참지 못한 경비실 직원이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아가씨,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죠?”유지연이 새침하게 대답했다.“이따가 보면 알아요.”그들은 경비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로비를 생화로 장식하고 풍선까지 달았다. 그리고 중앙에는 흰색 벤츠 한 대를 세우고 미리 준비한 드론을 이용해서 핑크색 현수막을 길게 드리웠다.“나랑 결혼해줘, 가연아!”“사랑해, 평생 함께하자!”옆에서 멍하니 현수막을 바라보던 경비실 직원은 생각했다.‘가연? 유가연? 우리 대표님이잖아? 하지만 대표님은 이미 결혼하셨는데!’아래층에서 난 소란 때문에 회사 전체가 시끄러워졌다. 처음에는 누가 축하 이벤트를 하나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현수막이 공개되자 모두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유가연은 결혼하기 전부터 임건우와 만나던 사이였고 결혼식 때 대부분 직원이 참석했다. 임건우의 집안에 사고가 나면서 모두가 그에게서 등을 돌렸지만 유가연만 목숨을 담보로 끝까지 그와의 혼인을 지켰다. 그런 잉꼬부부 사이를 파괴하려고 끼어들다니!문제는 유가연의 동생
여자의 이름은 반하나, 임건우의 대학 선배였다. 임건우보다 일 년 선배인 그녀는 예쁘고 공부를 잘해서 캠퍼스 여신이라고 추앙받던 인물이었다.대학교 3학년 때부터 학생회 회장직을 맡아 졸업할 때까지 학교의 수많은 대형 이벤트를 이끌었으며 맡은 일마다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성격이 상냥하고 인맥도 넓었으며 철두철미해서 천재라고 불리던 여자였다.나중에 임건우의 부탁을 받고 성남지사로 와서 유가연의 일을 도왔다.성남지사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었으며, 유가연의 진짜 오른팔 역할이었다.하지만 반하나는 외근이 많아서 회사에 방문하는 일이 극히 적었다. 이런 곳에서 그녀를 마주칠 줄이야!“건우야, 가연 씨랑 싸웠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 처제가 직접 남자를 데리고 회사까지 찾아오다니!”반하나의 다급한 말투에서 임건우를 향한 걱정이 묻어났다.임건우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로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맞을 짓 자처하는 거죠.”그 말에 반하나도 고개를 끄덕였다.“나라면 당장 달려가서 판을 엎어 버릴 거야.”임건우는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안 그래도 내려가는 중이었어요. 유혈 사태가 벌어져도 저 막지 마세요.”“됐거든? 내 앞에서는 센 척 안 해도 돼. 유씨 가문 여자들이 네 목줄을 꽉 잡고 있다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정말 힘들면 더 깊어지기 전에 이혼해. 네가 이렇게 자존심 굽히며 사는 꼴 못 보겠어.”건우를 바라보는 반하나의 눈빛이 착잡했다. 후배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한 분노와 안쓰러움,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임건우는 마침 엘리베이터 쪽을 보고 있어서 그녀의 눈빛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선배, 걱정하지 마세요. 이대로 주저앉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거예요. 저 이미 정신 제대로 차렸거든요.”안경 뒤에 가려진 반하나의 눈매가 반짝 빛났다. ‘오늘 본 건우는 조금 다르긴 해.’“고마워요, 선배!”임건우가 갑자기 말했다.진심에서
유지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고마워요, 정인 오빠.”정인은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건물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오만하기 짝이 없는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다리에 석고를 두른 채로 차를 타고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정양진의 경호원 이일수였다.30대 초반의 이일수는 격투기 은메달을 손에 쥔 적 있는 실력자였는데 다리 부상까지 입은 정양진이 다급히 누군가에게 사과하러 간다는 사실이 못내 내키지 않았다.“회장님, 몸도 안 좋으신데 아무리 사과가 급하다고 해도 굳이 오늘 갈 필요는 없지 않나요? 건강이 우선이죠.”그러자 정양진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네가 뭘 알아? 정인 그 자식이 지금 아비 무덤을 파고 있는 거야! 그 녀석 지금 임건우 와이프한테 프러포즈하러 갔다고! 마동재가 나한테 직접 연락이 왔는데 내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 있겠어?”그 말을 들은 이일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저도 모르게 엑셀러레이터를 꾹 밟았다.한편, 임건우와 반하나는 함께 일 층 로비로 내려왔다.회사 직원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직원들은 재미난 구경을 보는 눈빛으로 그들과 프러포즈 대오를 번갈아보았다.누군가는 단톡방에 이 사실을 알렸다.“임건우 씨 회사에 있었네? 설마 저러다가 싸움 나는 거 아니야?”직원들은 서둘러 창가로 향했다.유지연은 창문에 매달려 구경하고 있는 직원들을 보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임건우, 이 무능한 자식! 오늘 네 명예를 바닥 끝까지 추락시킬 거야! 눈 뜨고 마누라 빼앗기는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한 번 느껴보라고!’이때, 로비에 임건우와 반하나가 나타났다.“저 인간, 여기 있었어?”그녀는 임건우가 유여정과 유창민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모습이 저도 모르게 떠올라서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정인을 보자 다시 흥분이 들끓었다.“정인 오빠, 임건우 저 자식도 여기 있었네요? 저 자식이 저 때리려고 하면 도와주실 거죠?”“당연한 소리.”
정양진이 왜 체면까지 버리고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새파랗게 어린 임건우에게 무릎을 꿇은 건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정양진 본인은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이유는 두려움이었다!마동재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겪어본 정양진이었다.천우그룹보다 더 잘나가던 강주 재벌이 마동재의 양녀인 유화를 건드렸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무덤에 파묻힌 건 부풀린 소문이 아니었다.그리고 그 재벌의 가족들은 빚만 잔뜩 지고 뿔뿔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룹은 이미지가 나빠져서 주식이 바닥을 치다가 공중분해 되어 버렸다.정양진은 자신이 그 꼴이 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짝! 짝! 짝!그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스스로 귀뺨을 치기 시작했다.아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순식간에 정양진의 얼굴이 퍼렇게 멍이 들었다.구경꾼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떻게 된 일일까?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정양진이 타고 온 가치가 8억 대가 넘는 벤틀리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유지연도 잠시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임건우에게 한마디 했다.“임건우, 연극은 그만해. 배우 한 명 섭외해서 이런 자작극을 벌이면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것 같아?”고개를 돌린 그녀는 정인에게 말했다.“정인 오빠, 신경 쓰지 마세요. 이 사람 임건우가 섭외한 엑스트라일 뿐이에요. 웃겨 죽겠네!”유지연의 말에 정인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정양진이 나타나서 무릎을 꿇고 스스로 귀뺨을 날리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부터 이미 넋이 나가버렸던 그였다.‘아빠가 왜!’그는 다급히 달려가서 정양진을 부축해 일으켰다.“아빠,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이러세요? 치매라도 오셨어요?”그러자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던 유지연의 눈빛도 흔들리기 시작했다.정양진이 손을 들어 아들의 귀뺨을 날렸다. 다리에 부상이 있어서 힘을 주다가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사고뭉치 같은 놈! 감히 건우 도련님의 여자를 건
“이제 기억났어. 저 중년 남자는 천우그룹 회장님이셔. 그리고 프러포즈한다고 했던 사람은 천우그룹 2세 정인이고. 예전에 우리 대표님 찾아와서 찝적거린 적 있잖아.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임건우 씨한테 무릎을 꿇었는데 지금 어떤 심정일까….”“임건우가 도대체 무슨 신분이기에 천우그룹 회장님까지 무릎 꿇게 만든 거야?”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사람들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그러는 와중에 정양진은 이일수를 시켜 미리 준비해 온 수표를 공손하게 임건우에게 건넸다.“건우 도련님, 이건 제 작은 성의입니다. 얼마 안 되니까 부디 받아주세요. 거절하면 저 여기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반하나는 놀란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한편, 주인공인 임건우는 말없이 그 수표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이때, 마동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임건우는 정양진을 힐끗 보고는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네, 어르신.”옆에서 듣고 있던 정양진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처롭게 임건우를 바라보았다.마동재가 말했다.“도련님, 천우그룹 정양진이 거기 도착했나요?”임건우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정양진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천우그룹 정양진 회장님이요….”그 말에 정양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임건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지금 제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계시네요! 그런데 말이죠….”그는 정양진이 건넨 수표를 받아서 주머니에 챙기고는 능청스럽게 말했다.“그분 아드님이랑 저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니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하시죠.”그제야 정양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멍때리고 있던 정인도 정신을 차렸다.임건우와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강주 지하 세계 보스 마동재라는 것을 뒤늦게 눈치챈 그는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다.유가의 무능한 사위와 마동재가 돈독한 사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이성을 되찾으니 극심한 두려움이 몰려왔다.“그랬군요. 도련님이 괜찮으시다면야 저도 할 말 없죠.”마동재가 말
유가연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차가운 눈빛으로 동생을 쏘아보았다.조금 전 상황을 회의실에서 이미 지켜본 그녀였다.유지연이 정인을 데리고 그녀의 회사 앞까지 찾아와서 공개 구애를 한 건 임건우만 모욕한 게 아니었다. 언니인 유가연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였다.유가연은 임건우에게 다가서며 부드럽게 말했다.“난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이 알아서 처리해.”임건우의 눈빛은 시종일관 유지연에게 향해 있었다.지옥에서 금방 나온 사신처럼 냉랭하고 무시무시한 시선이었다.유지연이 꽥 소리를 질렀다.“언니, 나 언니 동생이잖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짝!여태 말없이 잠자코 있던 임건우가 다가가서 그녀의 귀뺨을 날렸다. 순식간에 유지연의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다.유가연은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버렸다.유지연은 울먹이며 언니를 바라보았다.짝!또 한 번의 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반대쪽 얼굴도 부어올랐다.유지연은 공포에 떨며 임건우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임건우는 너무 낯설어서 더 무서웠다.예전에 집에서 그녀의 심부름이나 하고 가사를 떠맡아서 하던 무능한 남자와는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잊었어? 나를 형부로 인정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처제로 대하지 않을 거라 경고했을 텐데! 인성이 못돼먹었으면 매로 가르쳐야지.”말을 마친 임건우가 다시 손을 올렸다.“악!”유지연은 얼굴을 가리고 다급히 유가연의 등 뒤로 숨었다.“언니, 내가 잘못했어! 빨리 저 사람 좀 말려 봐! 나 이러다가 죽을지도 몰라!”뒤따라온 반하나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전과는 너무 달라진 임건우의 냉혹한 모습에 넋 놓고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거지?”“자포자기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뒤로 사람이 달라졌어.”안내데스크 직원들도 그 모습을 보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정양진 부자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는 장면은 멀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아내가 보는 앞에서 처제에게 귀뺨을 날리는 모습은 생생하면서도 충격적
오후 한 시.임건우는 만리상맹의 프라이빗 클럽에 다시 방문했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하직원은 임건우를 보자마자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도련님 오셨어요?”임건우는 이 호칭에 익숙해진 듯,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은?”“어르신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죠.”다시 만난 마동재는 귀신에게 괴롭힘을 당해 생기를 잃었던 며칠 전보다는 많이 건강해진 모습이었다.방에서 옅은 한약 냄새가 풍기자 임건우는 놀랍게도 안에 무슨 약재가 들었는지, 용량은 얼마 정도인지 정확하게 감이 잡혔다. 이것도 천의도법을 전수 받은 뒤에 생긴 능력이었다.인삼, 당귀, 하수오, 천산설연 등 온갖 진귀한 약재가 다 들어 있었다. 어린 귀신 때문에 기력이 약해진 마동재가 귀한 보약을 복용 중인 게 분명했다.하지만 문제가 조금 있었다. 용량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었다.그래서 마동재의 얼굴이 과하게 붉었던 것이다.임건우를 본 마동재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임 선생, 드디어 오셨네요. 지금 바로 유화 좀 보러 가주실 수 있나요? 애가 너무 힘들어하네요.”마동재는 부하 직원들이 있는 앞에서는 임건우를 도련님으로 부르지 않았다.임건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유화의 방을 찾았다.하지만 그녀를 마주한 그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손발이 묶인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있었다.임건우는 현인의 눈으로 유화를 관찰했다.유화가 이렇게 괴물로 변한 이유는 음독이었는데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 귀신에게 물렸기 때문이었다.“어쩌다가 다친 겁니까?”임건우가 물었다.“저번에 그 그림 기억해요? 양효천이가 내 생일에 선물로 준 그림인데 그때는 좋은 마음인 줄로만 알고 기쁘게 받았거든요. 그런데 그놈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죽이고 만리상맹을 장악하려는 속셈이에요.”마동재가 이를 갈며 말했다.“유화가 분풀이한다고 놈을 찾아갔는데 하마터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뻔했어요.”“그랬군요.”임건우
"어? 천우야, 네가 제운관의 중운도사님을 모셔 왔어?"마동재는 곧 고개를 돌렸다. 그는 들어오는 중운 도사를 보고, 즉시 공손한 얼굴과 존중하는 기색으로 웃는 얼굴로 맞이하였다. "어떻게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제가 모시러 갔어야 했는데...."이런 아첨하는 표정은 임건우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다. 임건우는 어리둥절해하면서 설마 이 도사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냐고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이 도사의 몸에는 진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밖에도 정말 법력이 있는 도사였다. 임건우도 이런 사람은 처음 보는지라, 호기심에 천의도법의 현인의 눈으로 한번 들여다보았다. 곧 그는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앞의 이 도사는 진원를 가지고는 있으나, 그 기는 매우 약하여 자신과 비교하면, 마치 개울이 강을 만난 것 같았다. 그는 조상님의 신기를 물려받고, 지금은 이미 그 신기의 3분의 1을 소모한 상태였다. 대신 공법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깊어지며, 불과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두 번째 단계에 도달했고, 체내의 진원은 스스로 끊임없이 많아지며, 단전에는 더욱 농축된 진원이 축적되어 있었다.반면 중운 도사를 보면 단전은 텅 비어 있고 진원은 경맥 사이에 흩어져 있으며 수시로 몸 밖으로 흘러넘치고 있다. 이것은 마치 구멍 난 풍선처럼 공기를 넣으면서 새고 있으니 당연히 수련에 더 많은 공이 들 것이다. 그의 공법은 이와 반대로, 진원이 흩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순환하며, 시시각각 많아지게 하고 있다.중운 도사는 자신을 끊임없이 쳐다보고 있는 임건우의 눈빛에 실망의 뜻이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고 속으로 화가 났다. 그가 이름난 뒤로부터는 누구라도 그를 산 신선으로 여기며 공손하게 대하였는데, 뜻밖에도 눈앞의 이 청년은 사기꾼을 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흥!"중운 도사는 임건우를 향해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관계자 외에는 모두 자리를 비켜주시오!"이 말을 한 후, 그는 임건우를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
“흑흑흑, 흑흑흑.”울음소리가 청동 고전의 전당에서 퍼져 나왔다.그 울음소리는 간헐적이고 때로는 높은 음으로 때로는 낮은 음으로 이어졌지만, 강력한 정신적 영향을 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마치 고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울음처럼 세상 모든 것들이 함께 슬퍼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그 울음소리는 모든 생명에게 슬픔을 강하게 전파했다.그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즉시 그 감정에 휘말려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며 심지어 정신력이 약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며 통곡하다가 마음속에서 뭔가가 터져 나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통스러웠다!엄청난 고통이었다!임건우는 자신의 정신력으로 고전의 전당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막으려 애썼다.임건우가 가진 정신력은 이미 엄청나게 강력했지만, 한때 취혼관에서 얻었던 힘 덕분에 한층 더 강해졌음에도 그 울음소리는 여전히 임건우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였다.부영록은 그나마 괜찮았다.백옥은 오히려 더 힘들어 보였다.백옥은 육체적으로 강했지만, 정신력은 임건우보다 약했기에 울음소리에 즉시 영향을 받았다.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급기야 백옥은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현장에서는 울음소리가 가득했다.그때, 당자현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그 손가락에서 하얀빛이 번쩍였고 그 빛 속에서 기이한 문양들이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그 하얀 빛은 실처럼 길게 퍼져 나가며 반구 형태의 보호막을 형성했다.그 보호막은 임건우와 백옥, 부영록을 감쌌다.이것은 정신력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었다.울음소리가 그 방어막에 부딪히자, 보호막의 문양들이 떨며 황금빛 기운을 발산했고 그 울음소리의 대부분을 막아냈다.“저 울음소리는 대체 누구의 울음소리인가?”“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아파요... 흑흑흑... 못 참겠어요... 울고 싶어요...”문파 사람들은 무작정 울기 시작했다.그들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 울음소리에 휘말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때, 갑자기 울음소리가
공 장로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외쳤다.“흩어져라! 모두 흩어져!”공 장로는 크게 외치며 가장 먼저 옆으로 물러섰다.임건우를 한눈에 보고 절대 고수로 착각한 것이다.자신의 희귀한 영보를 그렇게 쉽게 빼앗아 갈 수 있다면 임건우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이 틈을 타, 임건우는 쉽게 당자현에게 다가갔다.이 순간의 당자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마치 천계에서 내려온 신선 같은 모습이었지만,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다.임건우는 천천히 걸어 당자현 앞으로 나섰다.그리고 손을 들어 당자현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자현아, 내가 왔어.”“자기야!”당자현은 고개를 살짝 들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임건우를 올려다보았다.당자현은 바로 임건우의 품에 뛰어들었다.“크악!”이때, 금강마원이 상황을 알아차렸다.한 인간이 당자현 곁으로 다가갔다는 사실에 그의 눈에서 핏빛 살기가 번쩍이며 천지를 울리는 포효를 내질렀다.그의 몸이 갑자기 두 배로 불어나더니 발을 세게 구르며 중력 영역을 다시 펼쳤다.순식간에 적들을 반쯤 쓰러뜨리고 바람처럼 임건우를 향해 돌진했다.“건우야! 조심해!”백옥이 외치며 금색 대검을 들고 달려왔다.그 대검은 그녀 몸집보다 두 배는 커 보였고 무게는 상상조차 어려웠지만, 그녀는 그것을 손쉽게 다루며 화살처럼 빠르게 다가왔다.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날린 비검이 백옥을 향해 날아왔지만, 백옥은 가볍게 그 비검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갔다.백옥이 들고 있는 대검 역시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뒤이어 부영록도 달려왔다.임건우는 커다란 비밀을 품고 있었기에 부영록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임건우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런데 바로 이때 당자현이 갑자기 눈부신 하얀 손을 들어 올리며 금강마원을 향해 소리쳤다.“백호야, 안 돼! 멈춰!”쿵!쾅!금강마원은 당자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거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이 될 뻔했던 돌진을 멈추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옆에 있는 거대한 청동 기둥
“누구냐!”임건우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문파 사람들에게 발각되었다.한 노인이 크게 외치며 오색 찬란한 빛을 띤 검을 휘둘렀다.날아든 검은 임건우를 허리부터 반으로 베려는 기세였다.그 순간, 임건우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압도적인 위기감이 몰려왔다.지금껏 겪어온 어떤 위험보다도 강렬한 공포였다.임건우는 본능에 따라 최강의 방어술인 현무방갑술을 발동하며 자신의 몸을 감쌌다.온몸에 무수한 주술 문양이 떠오르더니 하나로 모여 거대한 방패를 형성했다.임건우는 이 방패로 검격을 막아내려 했다.그 장면을 지켜보던 백옥은 겁에 질려 얼굴을 돌렸다.“안 돼...”부영록도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멍청하네. 이렇게 무모하게 덤비다니... 이 정도 실력으로 문파 고수의 공격을 정면으로 막으려 하다니 그건 스스로 죽으러 가는 거잖아.”푹!임건우가 힘겹게 형성한 현무방갑술은 단 한 번의 공격만 막아냈다.방패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날카로운 검날이 임건우의 몸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다.하지만 바로 그때였다.임건우의 몸속에 있던 혼돈 나무가 살며시 가지를 흔들었다.회색빛 혼돈 원기가 검날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슛!순식간에 혼돈 원기가 검날을 휘감더니 그 검을 통째로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빨아들였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임건우 자신도 어리둥절했다.임건우는 죽기는커녕 혼돈 원기가 그 검마저 흡수해버린 것이다.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임건우는 급히 자신의 몸속을 내시했다.그리고 자복궁 안에서 한 가지 광경을 발견했다.그 검은 지금 혼돈 나무의 가지에 걸려 있었다.검은 온통 피처럼 붉었고 검신에는 세밀한 문양과 부적 같은 각인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제야 깨달았다.이 검은 조금 전 금강마원에게 큰 상처를 입혔던 바로 그 신검이었다.어마어마하게 날카롭고 법력이 강했던 검이 이런 처지로 전락하다니.그러자 임건우는 혼돈 나무가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인지를 문득 깨달았다.그동안 임건우는
‘이건 무슨 개념이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임건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독수리 부대에 이런 전력이 있었다면 고대 결계 저편에서 벌써 승리하지 않았겠어?’부영록이 말했다.“너 아직 못 알아챘어? 저 사람들 옷이 전부 같은 디자인이잖아. 이건 같은 문파 소속이라는 증거야. 아마도 문파 내에서 누군가 자연 신전을 발견하고 이를 문파 고위층에 보고했을 거야. 그래서 문파의 전력을 총동원해 자연 신전을 탐색하러 온 거지.”부영록의 말에 임건우와 백옥은 그제야 그 사실을 눈치챘다.“저 흰 털 원숭이가 설마 금강마원이야?”“그런데 체형이 우리가 발견한 발자국과 전혀 맞지 않잖아. 혹시 이건 새끼고 진짜 큰 게 따로 있는 건가?”부영록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금강마원은 체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만약 천 장 크기로 변신했다면 인간의 이런 연합 공격 앞에 커다란 표적이 되는 셈이잖아. 그러면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테니까. 이 정도 크기라도 여전히 너무 큰 거고.”그들은 금강마원의 몸을 둘러싼 청색 강기를 발견했다.마치 방어막처럼 보였고 인간들의 법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하지만,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고수로 보이는 노인 몇 명의 무기는 심상치 않았다.먼저 은빛 채찍이 하나 있었다.길이가 무려 백 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채찍이 금강마원의 몸에 닿을 때마다 공간이 뒤흔들렸고 금강마원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비록 청색 강기가 뚫리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었다.또 하나는 새빨간 영검이었다.그 칼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고 금강마원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무기였다. 칼이 닿을 때마다 금강마원의 몸에 피구멍이 뚫렸고 땅에는 피가 흥건히 고였다.“으악!”그 순간, 하늘을 찢을 듯한 고음이 전장을 뒤덮었다.갑자기 전장에 난입한 한 여성이 전투가의 노랫소리를 터뜨렸다.그 소리는 강력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고 최고 수준의 정신력을 담고 있었다.마치 아홉 하늘의 천둥과 끝없는
눈앞에 펼쳐진 청동 고전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거대한 고전은 원시 숲 깊은 곳에 우뚝 서 있었고 그 끝이 구름 속에 닿을 정도로 높았다.마치 하늘 위의 신성한 도시처럼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고전은 고풍스럽고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표면에는 푸른 녹이 내려앉아 있었다.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은 고대의 아득한 세월을 넘어온 듯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세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완전히 압도당했다.임건우와 백옥은 이 고전이 뿜어내는 웅장한 기세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부영록은 놀란 눈으로 말문을 열었다.“이거... 설마 자연 신전인가? 너무 말도 안 되는걸.”임건우와 백옥은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요? 자연 신전이라고요?”“그게 뭔데? 신들이 사는 곳인가?”부영록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자연 신전은 자연의 규칙을 담고 있는 장소야.전설에 따르면, 자연 여신이 도를 깨우치며 규칙을 응집시켰던 곳이지. 삼국 시대, 자연 여신이 신이 되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 여자였다고 해.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기회를 잡아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이 신전에서 도를 깨우치며 3천 년을 수련했대. 그렇게 신성에 도달한 그녀는 전무후무한 자연 여신이 되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자연 신전도 자취를 감췄지. 그 후로 만 년 동안 수많은 선역과 태고 성지에서 이 자연 신전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어. 그런데 여기에 있다니... 믿을 수가 없네.”부영록의 눈빛이 열정으로 타올랐다.“크아!”그때 갑작스럽게 금강마원의 거대한 포효가 들려왔다.이번에는 더 강렬한 소리와 함께 대지를 울리는 진동이 전해졌다.숲은 땅이 흔들리며 흔들렸고 나무가 휘청였으며 바위들이 굴러내렸다.그뿐만 아니라 하늘 위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검광이 솟구쳤고 찬란한 빛 무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분명 앞쪽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백 리나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세 사람조차도
주변의 천지 영기가 말도 안 되게 진했다.임건우가 공법을 전환하자마자 그의 몸 주변에 수많은 영기 소용돌이가 생겨났고 끝도 없는 영력이 마치 물고기 떼처럼 그의 몸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그것도 아주 순수한 영력이었다.임건우는 숨 한 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그때 부영록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뭔가 이상한데?”부영록은 주변 환경을 살피며 말했다.“이 발자국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자연 속성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이건 꽤 비정상적이야.”백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앞에 있는 숲을 봐봐. 울창하게 우거진 원시림이잖아. 이런 곳에 자연의 기운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아?”그러나 부영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넌 모르는 거야. 내가 말하는 자연 속성은 자연 규칙이 담긴 속성을 말하는 거야. 영기와는 아주 다른 개념이지.”임건우가 부영록을 보며 물었다.“그러니까 뭘 의미하는 거죠?”부영록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자연 속성의 규칙은 일종의 신의 힘이야. 그걸 자연선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런 게 그냥 생기는 게 아니야. 그리고 금강마원 같은 존재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 말은 어쩌면 이 안에...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야.”“신이라고?”임건우와 백옥은 깜짝 놀랐다.특히 백옥은 더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 세계의 규칙이 불완전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로서는 신의 존재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삼천 년이라는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 지구에서는 단 한 명의 신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그것은 완전히 깨진 허공 너머에 있는 손에 닿을 수 없는 꿈 같은 존재였다.백옥이 입을 열었다.“삼국 시대부터 지금까지, 삼천 년 동안 이 땅에 신이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부영록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그건 확실히 알 수 없지.”그렇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자연 속성의 규칙의 힘은 그들에게 있어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기회였다
임건우는 몹시 걱정스러웠다.이렇게 거대한 금강마원을 당자현이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생각 끝에 고대 결계에서 요수와 수십 년간 싸워온 백옥이 이 원시의 거대 요괴에 대해 알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즉시 가나절의 문을 열고 백옥을 불러냈다.“금강마원이란 게 대체 뭔가요?”하지만 의외로 백옥은 그 이름을 듣고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금강마원? 처음 듣는데?”백옥은 하늘로 날아올라 거대한 발자국의 전모를 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큰 발자국이 있을 수 있어? 그렇다면 이 고릴라는 대체 얼마나 크다는 거야?”옥 목걸이를 매고 있던 부영록이 입을 열었다.“금강마원은 고대 태고 시대에서 기원한 존재로 원시의 이형종이야. 태고 요계에서도 가장 정점에 서 있는 존재 중 하나로 금강마원 중 최강자는 심지어 신체를 이룰 수 있고 한 주먹으로 행성을 부수고 한 발로 허공을 찢어 놓을 수 있다네.”임건우와 백옥은 부영록의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그때 백옥은 부영록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깜짝 놀라 말했다.”응? 너 중해의 치안 관리관이었던 나문천의 딸 아니야?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 너의 수련 수준은...”부영록은 백옥을 무심하게 쳐다보며 대꾸도 하지 않았다.비록 지금의 백옥이 부영록보다 높은 수련 단계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부영록의 눈에는 여전히 발끝으로 밟아 죽일 수 있는 하찮은 존재로 보였을 뿐이었다.부영록은 백옥의 질문에 답하기도 귀찮다는 듯 대신 임건우에게 말했다.“만약 네 여자가 정말 금강마원을 만난 거라면 미안하지만 결과는 뻔해. 그건 십중팔구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결말이야. 금강마원은 몹시 흉포하고 잔인해서 네 여자는 아마 단번에 한입에 삼켜졌을 거야.”임건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임건우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난 그녀의 시신을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아. 난 믿을 수 없어.”세 사람은 그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30분 동안 반경 50리를
회의장은 금세 흥분과 격앙으로 가득 찼다.긴급 동원 회의는 어느새 백옥에 대한 재판장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백옥과 임건우에 대한 수배령이 정식으로 결정되었다.30분 후. 백옥과 임건우의 이름은 수배 명단에 올랐다.연호 전역은 물론, 전 세계 언론에 이 사실이 공표되었다.백옥과 임건우는 반사회적 악당으로 규정되었고 이와 함께 체포를 독려하는 정보가 공개되었다.이 소식이 퍼지자마자, 각종 정보망은 다시 한 번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백옥과 임건우를 알고 지냈던 많은 이들은 충격에 휩싸였다.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들을 추적하는 일에 가담하기 시작했다.이틀 후,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백옥과 임건우는 마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한편 이 시각, 임건우와 부영록은 마침내 당자현이 과거 몸을 기댔던 나무와 그녀가 전투를 벌였던 장소에 도착했다.그곳은 완전히 황폐해져 있었다.땅에는 아직도 말라붙지 않은 핏자국이 선명했다.주변에는 수많은 요수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그중 가장 많은 것은 몸길이가 무려 3~4미터에 달하는 순백의 털을 가진 커다란 늑대들이었다.또 하나는 온몸이 새까맣고 사자와 돼지를 섞어놓은 듯한 괴상한 짐승이었다.부영록이 땅에 쓰러진 늑대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설도 늑대야. 얼음 속성을 가진 요수지.”부영록은 다시 검은 괴수를 가리키며 덧붙였다.“이건 혈아마돈인데 공격력이 아주 강해.”부영록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하듯 말했다.“보아하니 네 여자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데? 혼자서 이렇게 고등급 요수들을 쓰러뜨린 걸 보면 적어도 분신 단계의 고수일 가능성이 커.”“분신?”임건우는 의아해하며 반문했다.“그 정도로 강하다고?”임건우도 알았다.당자현이 그를 떠나 비밀 경지로 들어갈 당시 그녀는 정신력을 조금 다룰 줄 아는 수준에 불과했다.그나마도 임건우가 우연히 얻은 정신력 수련법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었다.사실, 그녀는 제대로 된 수행자조차 아니었다.닭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약했었
이 순간, 독수리 학원의 모든 학생들이 공포에 떨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너무도 끔찍했고 너무도 강력했다.이런 존재는 애초에 이곳에 있어선 안 될 존재였다.마치 규칙을 깨는 반칙자처럼 보였다.표범 요괴에 치인 학생들과 교사들은 그야말로 불운의 극치였다.한 번이라도 접촉하면 죽음은 피할 수 없었고 반항할 틈조차 없었다.표범 요괴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는데 온몸이 금빛으로 빛났고 몸집은 마치 빌딩만큼 거대했다.그의 긴 꼬리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와 같아서 한 번 휘두르면 높은 건물이 무너지고 산이 갈라졌다.피난처에 숨어 있던 학원생들조차도 대지를 울리는 진동을 느꼈다.마치 강력한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모든 것이 끝난 후, 학생들이 피난처 밖으로 나왔을 때 그들이 본 광경은 경악 그 자체였다.고층 건물은 부서져 있었고 땅은 꺼져 있었다.연혼탑 근처의 지면은 무려 10미터 이상 내려앉았다.유일하게 온전한 것은 연혼탑 아래의 지반뿐이었다.탑은 거대한 그릇 모양의 깊은 구덩이 한가운데에 홀로 서 있었다.이 소식은 곧 독수리 학원 상층부와 연호 정부의 고위층에게 전해졌다.곧이어 조사관들과 연구원들이 독수리 학원에 몰려와 각종 장비를 들고 현장을 조사하며 데이터를 분석했다.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연호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그 요괴의 파괴력은 도를 넘어섰다.도겁 단계를 넘어선 존재일 가능성이 컸다.고대 결계 너머 요괴족 중에서도 최강자이며 지위가 높은 존재로 보였다.이번에 연호에 나타난 것은 정보를 탐색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컸다.20분 후, 연호 정부, 독수리 부대, 독수리 학원, 그리고 각계 군사 준비 측이 긴급회의를 열었다.이때 방금까지 현장에 있던 독수리 학원의 한 고위층이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잠깐, 뭔가 이상합니다. 여러분, 그 표범 요괴가 떠나기 전에 한 말을 기억하십니까? 그는 자기 아내를 온전한 상태로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암표범은 중상을 입고 영혼탑에 갇혀 있습니다. 오래 버티지 못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