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소미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애원했지만, 유가연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직원들에게 말했다.“회의할 거니까 부장급 이상 임원들에게 1번 회의실로 오라고 알리세요.”그 소식은 순식간에 회사 전체에 퍼졌다.많은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환호를 질렀다. 힘이 없어서 유여정이 새 대표로 부임하는 것을 반대할 용기는 없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유가연을 응원하고 있던 그들이었다.한편, 임건우는 아직도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물만 흘리는 진소미를 보고 고개를 가로젓고는 자리를 떴다.그리고 이때, 호화 외제 차 한 대가 건물 입구에 도착했다.차에서 한 쌍의 남녀가 나란히 내렸다.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와 유지연이었다.두 사람은 무슨 일로 이곳에 방문했을까?프러포즈 때문이었다.유가연이 멋지게 컴백했다는 소문을 들은 경비실 직원들도 유지연의 입장을 막지 않았다. 그들은 순조롭게 안으로 들어와 로비까지 도착했다.호기심을 참지 못한 경비실 직원이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아가씨,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죠?”유지연이 새침하게 대답했다.“이따가 보면 알아요.”그들은 경비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로비를 생화로 장식하고 풍선까지 달았다. 그리고 중앙에는 흰색 벤츠 한 대를 세우고 미리 준비한 드론을 이용해서 핑크색 현수막을 길게 드리웠다.“나랑 결혼해줘, 가연아!”“사랑해, 평생 함께하자!”옆에서 멍하니 현수막을 바라보던 경비실 직원은 생각했다.‘가연? 유가연? 우리 대표님이잖아? 하지만 대표님은 이미 결혼하셨는데!’아래층에서 난 소란 때문에 회사 전체가 시끄러워졌다. 처음에는 누가 축하 이벤트를 하나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현수막이 공개되자 모두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유가연은 결혼하기 전부터 임건우와 만나던 사이였고 결혼식 때 대부분 직원이 참석했다. 임건우의 집안에 사고가 나면서 모두가 그에게서 등을 돌렸지만 유가연만 목숨을 담보로 끝까지 그와의 혼인을 지켰다. 그런 잉꼬부부 사이를 파괴하려고 끼어들다니!문제는 유가연의 동생
여자의 이름은 반하나, 임건우의 대학 선배였다. 임건우보다 일 년 선배인 그녀는 예쁘고 공부를 잘해서 캠퍼스 여신이라고 추앙받던 인물이었다.대학교 3학년 때부터 학생회 회장직을 맡아 졸업할 때까지 학교의 수많은 대형 이벤트를 이끌었으며 맡은 일마다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성격이 상냥하고 인맥도 넓었으며 철두철미해서 천재라고 불리던 여자였다.나중에 임건우의 부탁을 받고 성남지사로 와서 유가연의 일을 도왔다.성남지사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었으며, 유가연의 진짜 오른팔 역할이었다.하지만 반하나는 외근이 많아서 회사에 방문하는 일이 극히 적었다. 이런 곳에서 그녀를 마주칠 줄이야!“건우야, 가연 씨랑 싸웠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 처제가 직접 남자를 데리고 회사까지 찾아오다니!”반하나의 다급한 말투에서 임건우를 향한 걱정이 묻어났다.임건우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로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맞을 짓 자처하는 거죠.”그 말에 반하나도 고개를 끄덕였다.“나라면 당장 달려가서 판을 엎어 버릴 거야.”임건우는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안 그래도 내려가는 중이었어요. 유혈 사태가 벌어져도 저 막지 마세요.”“됐거든? 내 앞에서는 센 척 안 해도 돼. 유씨 가문 여자들이 네 목줄을 꽉 잡고 있다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정말 힘들면 더 깊어지기 전에 이혼해. 네가 이렇게 자존심 굽히며 사는 꼴 못 보겠어.”건우를 바라보는 반하나의 눈빛이 착잡했다. 후배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한 분노와 안쓰러움,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임건우는 마침 엘리베이터 쪽을 보고 있어서 그녀의 눈빛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선배, 걱정하지 마세요. 이대로 주저앉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거예요. 저 이미 정신 제대로 차렸거든요.”안경 뒤에 가려진 반하나의 눈매가 반짝 빛났다. ‘오늘 본 건우는 조금 다르긴 해.’“고마워요, 선배!”임건우가 갑자기 말했다.진심에서
유지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고마워요, 정인 오빠.”정인은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건물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오만하기 짝이 없는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다리에 석고를 두른 채로 차를 타고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정양진의 경호원 이일수였다.30대 초반의 이일수는 격투기 은메달을 손에 쥔 적 있는 실력자였는데 다리 부상까지 입은 정양진이 다급히 누군가에게 사과하러 간다는 사실이 못내 내키지 않았다.“회장님, 몸도 안 좋으신데 아무리 사과가 급하다고 해도 굳이 오늘 갈 필요는 없지 않나요? 건강이 우선이죠.”그러자 정양진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네가 뭘 알아? 정인 그 자식이 지금 아비 무덤을 파고 있는 거야! 그 녀석 지금 임건우 와이프한테 프러포즈하러 갔다고! 마동재가 나한테 직접 연락이 왔는데 내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 있겠어?”그 말을 들은 이일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저도 모르게 엑셀러레이터를 꾹 밟았다.한편, 임건우와 반하나는 함께 일 층 로비로 내려왔다.회사 직원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직원들은 재미난 구경을 보는 눈빛으로 그들과 프러포즈 대오를 번갈아보았다.누군가는 단톡방에 이 사실을 알렸다.“임건우 씨 회사에 있었네? 설마 저러다가 싸움 나는 거 아니야?”직원들은 서둘러 창가로 향했다.유지연은 창문에 매달려 구경하고 있는 직원들을 보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임건우, 이 무능한 자식! 오늘 네 명예를 바닥 끝까지 추락시킬 거야! 눈 뜨고 마누라 빼앗기는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한 번 느껴보라고!’이때, 로비에 임건우와 반하나가 나타났다.“저 인간, 여기 있었어?”그녀는 임건우가 유여정과 유창민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모습이 저도 모르게 떠올라서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정인을 보자 다시 흥분이 들끓었다.“정인 오빠, 임건우 저 자식도 여기 있었네요? 저 자식이 저 때리려고 하면 도와주실 거죠?”“당연한 소리.”
정양진이 왜 체면까지 버리고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새파랗게 어린 임건우에게 무릎을 꿇은 건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정양진 본인은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이유는 두려움이었다!마동재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겪어본 정양진이었다.천우그룹보다 더 잘나가던 강주 재벌이 마동재의 양녀인 유화를 건드렸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무덤에 파묻힌 건 부풀린 소문이 아니었다.그리고 그 재벌의 가족들은 빚만 잔뜩 지고 뿔뿔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룹은 이미지가 나빠져서 주식이 바닥을 치다가 공중분해 되어 버렸다.정양진은 자신이 그 꼴이 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짝! 짝! 짝!그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스스로 귀뺨을 치기 시작했다.아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순식간에 정양진의 얼굴이 퍼렇게 멍이 들었다.구경꾼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떻게 된 일일까?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정양진이 타고 온 가치가 8억 대가 넘는 벤틀리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유지연도 잠시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임건우에게 한마디 했다.“임건우, 연극은 그만해. 배우 한 명 섭외해서 이런 자작극을 벌이면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것 같아?”고개를 돌린 그녀는 정인에게 말했다.“정인 오빠, 신경 쓰지 마세요. 이 사람 임건우가 섭외한 엑스트라일 뿐이에요. 웃겨 죽겠네!”유지연의 말에 정인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정양진이 나타나서 무릎을 꿇고 스스로 귀뺨을 날리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부터 이미 넋이 나가버렸던 그였다.‘아빠가 왜!’그는 다급히 달려가서 정양진을 부축해 일으켰다.“아빠,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왜 이러세요? 치매라도 오셨어요?”그러자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던 유지연의 눈빛도 흔들리기 시작했다.정양진이 손을 들어 아들의 귀뺨을 날렸다. 다리에 부상이 있어서 힘을 주다가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사고뭉치 같은 놈! 감히 건우 도련님의 여자를 건
“이제 기억났어. 저 중년 남자는 천우그룹 회장님이셔. 그리고 프러포즈한다고 했던 사람은 천우그룹 2세 정인이고. 예전에 우리 대표님 찾아와서 찝적거린 적 있잖아.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임건우 씨한테 무릎을 꿇었는데 지금 어떤 심정일까….”“임건우가 도대체 무슨 신분이기에 천우그룹 회장님까지 무릎 꿇게 만든 거야?”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사람들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그러는 와중에 정양진은 이일수를 시켜 미리 준비해 온 수표를 공손하게 임건우에게 건넸다.“건우 도련님, 이건 제 작은 성의입니다. 얼마 안 되니까 부디 받아주세요. 거절하면 저 여기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반하나는 놀란 표정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한편, 주인공인 임건우는 말없이 그 수표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이때, 마동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임건우는 정양진을 힐끗 보고는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네, 어르신.”옆에서 듣고 있던 정양진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처롭게 임건우를 바라보았다.마동재가 말했다.“도련님, 천우그룹 정양진이 거기 도착했나요?”임건우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정양진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천우그룹 정양진 회장님이요….”그 말에 정양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임건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지금 제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계시네요! 그런데 말이죠….”그는 정양진이 건넨 수표를 받아서 주머니에 챙기고는 능청스럽게 말했다.“그분 아드님이랑 저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니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하시죠.”그제야 정양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멍때리고 있던 정인도 정신을 차렸다.임건우와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강주 지하 세계 보스 마동재라는 것을 뒤늦게 눈치챈 그는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다.유가의 무능한 사위와 마동재가 돈독한 사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을까!이성을 되찾으니 극심한 두려움이 몰려왔다.“그랬군요. 도련님이 괜찮으시다면야 저도 할 말 없죠.”마동재가 말
유가연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차가운 눈빛으로 동생을 쏘아보았다.조금 전 상황을 회의실에서 이미 지켜본 그녀였다.유지연이 정인을 데리고 그녀의 회사 앞까지 찾아와서 공개 구애를 한 건 임건우만 모욕한 게 아니었다. 언니인 유가연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였다.유가연은 임건우에게 다가서며 부드럽게 말했다.“난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이 알아서 처리해.”임건우의 눈빛은 시종일관 유지연에게 향해 있었다.지옥에서 금방 나온 사신처럼 냉랭하고 무시무시한 시선이었다.유지연이 꽥 소리를 질렀다.“언니, 나 언니 동생이잖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짝!여태 말없이 잠자코 있던 임건우가 다가가서 그녀의 귀뺨을 날렸다. 순식간에 유지연의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다.유가연은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버렸다.유지연은 울먹이며 언니를 바라보았다.짝!또 한 번의 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반대쪽 얼굴도 부어올랐다.유지연은 공포에 떨며 임건우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임건우는 너무 낯설어서 더 무서웠다.예전에 집에서 그녀의 심부름이나 하고 가사를 떠맡아서 하던 무능한 남자와는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잊었어? 나를 형부로 인정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처제로 대하지 않을 거라 경고했을 텐데! 인성이 못돼먹었으면 매로 가르쳐야지.”말을 마친 임건우가 다시 손을 올렸다.“악!”유지연은 얼굴을 가리고 다급히 유가연의 등 뒤로 숨었다.“언니, 내가 잘못했어! 빨리 저 사람 좀 말려 봐! 나 이러다가 죽을지도 몰라!”뒤따라온 반하나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전과는 너무 달라진 임건우의 냉혹한 모습에 넋 놓고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거지?”“자포자기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뒤로 사람이 달라졌어.”안내데스크 직원들도 그 모습을 보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정양진 부자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는 장면은 멀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아내가 보는 앞에서 처제에게 귀뺨을 날리는 모습은 생생하면서도 충격적
오후 한 시.임건우는 만리상맹의 프라이빗 클럽에 다시 방문했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하직원은 임건우를 보자마자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도련님 오셨어요?”임건우는 이 호칭에 익숙해진 듯,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은?”“어르신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죠.”다시 만난 마동재는 귀신에게 괴롭힘을 당해 생기를 잃었던 며칠 전보다는 많이 건강해진 모습이었다.방에서 옅은 한약 냄새가 풍기자 임건우는 놀랍게도 안에 무슨 약재가 들었는지, 용량은 얼마 정도인지 정확하게 감이 잡혔다. 이것도 천의도법을 전수 받은 뒤에 생긴 능력이었다.인삼, 당귀, 하수오, 천산설연 등 온갖 진귀한 약재가 다 들어 있었다. 어린 귀신 때문에 기력이 약해진 마동재가 귀한 보약을 복용 중인 게 분명했다.하지만 문제가 조금 있었다. 용량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었다.그래서 마동재의 얼굴이 과하게 붉었던 것이다.임건우를 본 마동재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임 선생, 드디어 오셨네요. 지금 바로 유화 좀 보러 가주실 수 있나요? 애가 너무 힘들어하네요.”마동재는 부하 직원들이 있는 앞에서는 임건우를 도련님으로 부르지 않았다.임건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유화의 방을 찾았다.하지만 그녀를 마주한 그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손발이 묶인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있었다.임건우는 현인의 눈으로 유화를 관찰했다.유화가 이렇게 괴물로 변한 이유는 음독이었는데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 귀신에게 물렸기 때문이었다.“어쩌다가 다친 겁니까?”임건우가 물었다.“저번에 그 그림 기억해요? 양효천이가 내 생일에 선물로 준 그림인데 그때는 좋은 마음인 줄로만 알고 기쁘게 받았거든요. 그런데 그놈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죽이고 만리상맹을 장악하려는 속셈이에요.”마동재가 이를 갈며 말했다.“유화가 분풀이한다고 놈을 찾아갔는데 하마터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뻔했어요.”“그랬군요.”임건우
"어? 천우야, 네가 제운관의 중운도사님을 모셔 왔어?"마동재는 곧 고개를 돌렸다. 그는 들어오는 중운 도사를 보고, 즉시 공손한 얼굴과 존중하는 기색으로 웃는 얼굴로 맞이하였다. "어떻게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제가 모시러 갔어야 했는데...."이런 아첨하는 표정은 임건우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다. 임건우는 어리둥절해하면서 설마 이 도사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냐고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이 도사의 몸에는 진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밖에도 정말 법력이 있는 도사였다. 임건우도 이런 사람은 처음 보는지라, 호기심에 천의도법의 현인의 눈으로 한번 들여다보았다. 곧 그는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앞의 이 도사는 진원를 가지고는 있으나, 그 기는 매우 약하여 자신과 비교하면, 마치 개울이 강을 만난 것 같았다. 그는 조상님의 신기를 물려받고, 지금은 이미 그 신기의 3분의 1을 소모한 상태였다. 대신 공법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깊어지며, 불과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두 번째 단계에 도달했고, 체내의 진원은 스스로 끊임없이 많아지며, 단전에는 더욱 농축된 진원이 축적되어 있었다.반면 중운 도사를 보면 단전은 텅 비어 있고 진원은 경맥 사이에 흩어져 있으며 수시로 몸 밖으로 흘러넘치고 있다. 이것은 마치 구멍 난 풍선처럼 공기를 넣으면서 새고 있으니 당연히 수련에 더 많은 공이 들 것이다. 그의 공법은 이와 반대로, 진원이 흩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순환하며, 시시각각 많아지게 하고 있다.중운 도사는 자신을 끊임없이 쳐다보고 있는 임건우의 눈빛에 실망의 뜻이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고 속으로 화가 났다. 그가 이름난 뒤로부터는 누구라도 그를 산 신선으로 여기며 공손하게 대하였는데, 뜻밖에도 눈앞의 이 청년은 사기꾼을 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흥!"중운 도사는 임건우를 향해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관계자 외에는 모두 자리를 비켜주시오!"이 말을 한 후, 그는 임건우를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