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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유가연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차가운 눈빛으로 동생을 쏘아보았다.

조금 전 상황을 회의실에서 이미 지켜본 그녀였다.

유지연이 정인을 데리고 그녀의 회사 앞까지 찾아와서 공개 구애를 한 건 임건우만 모욕한 게 아니었다. 언니인 유가연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였다.

유가연은 임건우에게 다가서며 부드럽게 말했다.

“난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이 알아서 처리해.”

임건우의 눈빛은 시종일관 유지연에게 향해 있었다.

지옥에서 금방 나온 사신처럼 냉랭하고 무시무시한 시선이었다.

유지연이 꽥 소리를 질렀다.

“언니, 나 언니 동생이잖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짝!

여태 말없이 잠자코 있던 임건우가 다가가서 그녀의 귀뺨을 날렸다. 순식간에 유지연의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유가연은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버렸다.

유지연은 울먹이며 언니를 바라보았다.

짝!

또 한 번의 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반대쪽 얼굴도 부어올랐다.

유지연은 공포에 떨며 임건우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임건우는 너무 낯설어서 더 무서웠다.

예전에 집에서 그녀의 심부름이나 하고 가사를 떠맡아서 하던 무능한 남자와는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

“잊었어? 나를 형부로 인정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처제로 대하지 않을 거라 경고했을 텐데! 인성이 못돼먹었으면 매로 가르쳐야지.”

말을 마친 임건우가 다시 손을 올렸다.

“악!”

유지연은 얼굴을 가리고 다급히 유가연의 등 뒤로 숨었다.

“언니, 내가 잘못했어! 빨리 저 사람 좀 말려 봐! 나 이러다가 죽을지도 몰라!”

뒤따라온 반하나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전과는 너무 달라진 임건우의 냉혹한 모습에 넋 놓고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거지?”

“자포자기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뒤로 사람이 달라졌어.”

안내데스크 직원들도 그 모습을 보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정양진 부자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는 장면은 멀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아내가 보는 앞에서 처제에게 귀뺨을 날리는 모습은 생생하면서도 충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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