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두머리는 아직도 기가 죽지 않은 채 눈만 부릅뜨고는 말이 없었다.임건우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럼 네가 얼마나 터프한지 보자. 1분만 버틸 수 있으면 너희들 다 풀어줄 게."우두머리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받으며 임건우는 그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찍었고 기이한 원기가 그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살인범 우두머리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땀방울을 뚝뚝 흘렸다.목구멍에서 엄청나게 질겁한 듯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인생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과 괴로움을 만난 듯했다.이 장면은 이청하가 보기엔 그저 어안이 벙벙하여 이해할 수 없었다.1분도 기다릴 필요 없이 3초 만에 살인범 우두머리의 의지는 무너졌고 땅에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았다. "내 말은, 아아아--, 뭐든지 다 말할 게, 제발, 그만, 그만, 살려줘."이청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건 너무 오버 리액션 아닌가? 너 지금 연기하는 거야?’임건우는 또 하나의 손가락으로 우두머리의 양미간을 찍었고, 그 후 그는 곧 조용해진 체 바닥에 주저앉았다. 땀이 빗물처럼 흘러내렸고 안색도 창백 해졌으며 온몸을 떠는 그의 눈빛은 끝없는 공포로 가득 찼다.임건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자발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보, 보안당의 이 사장님입니다, 가지고 있는 백 년 된 산삼을 빼앗아 오라고 시켰습니다.”이청하는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그 사람이라고? 그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인삼 한 송이를 뺏는데 굳이 죽일 필요는 없지 않아? 아까의 행동을 보니 물건을 뺏으려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한 것 같은데, 전부 다 실토해라, 안 그럼 경혼지의 위력을 다시 맛보게 해줄 게." 임건우가 말했다.그가 방금 사용한 것은 바로 전문적으로 사람을 괴롭게 할 수 있는 천의도법의 작은 수단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얕보면 큰일 난다. 전해 내려오는 정보에 따르면, 경혼지는 한번 시전하기만 한다면 상대방의 영혼은 만 마리의 곤충에게 물린 것
”건우야, 너 생각엔 성남지사 지분을 우리가 무사히 넘겨받을 수 있을 것 같아?”유가연은 속으로 기대도 됐고 걱정도 됐다."안심해, 약속할 게" 임건우가 서류 가방을 툭 치며 말했다.서류 가방에는 방금 문성부동산과 체결한 계약서가 들어있었다.유가연은 웃으며 초승달 모양의 눈을 만들었다.이 순간 임건우는 약간 멍 때렸다.얼마 만인가, 유가연은 그 앞에서 이렇게 밝게 웃지 않은지 오래되었다.그는 갑자기 다가가 손을 잡으며 말했다."가연아, 그동안 고생 많았어, 앞으로 내가 옆에 있어줄 게, 절대 널 힘들게 하지 않을 게, 너 혼자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하지 않을 거야."유가연은 손에 힘이 실리는 것을 느끼며 문득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알면 됐어."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번에 성남지사 지분 계약서를 받으면 밥 사줄 게, 그리고 보상으로 2천만 원 도 줄게."2천만 원에 대해 이야기하자 임건우는 우나영이 퇴원했을 때 병원에서 천팔백만 원 정도를 돌려받았던 것이 기억나 말했다."돈은 필요 없어, 네가 지난번에 어머니께 지불한 비용은 거의 안 썼어, 나도 돈이 부족하진 않아.""그 일은 그 일이고 이건 보너스야."임건우는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직 은행에 6천만 원이 있었지만, 우나영이 재기하려면 돈이 분명 많이 들기 때문에 유가연에게는 말하지 않았고, 임 씨 집안의 원한을 말할 준비도 안 돼서 그녀를 걱정시키기 싫었다.이들은 곧 유 씨 건자재에 들어왔다.사장 사무실에 모인 수많은 유 씨 집안의 가족들이 모여 있었고, 특히 검은 가죽 소파에 늠름하게 앉아 있는 유 씨 노부인을 보면 다른 세상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이 인원수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임건우는 감정을 얼굴에 나타내지 않은 채 유가연의 등허리에 한 손을 얹었다.유홍민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계약서 받았나?""받았어요." 유가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가져와서 보여줘." 임건우는 서류 가방을 두드리며
“......”유창민도 크게 웃기 시작했다."가연아, 정말 유 씨 건자재가 성남지사 지분 70%를 너에게 넘길 것 같아? 넌 너무 순진해, 헛된 꿈을 꾸는 거야.""뭐라고? 이 계약서가 가짜라고요?" 유가연이 굉장히 놀라 했다.유 씨 노부인이 암탉처럼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가짜지, 우리 유 씨 집안은 배은망덕한 사람을 키우지 않았어. 가연아, 네 마음이 그렇게 방탕한데 성남지사를 차지하려고 하다니, 무슨 자격으로? 누가 너한테 그런 배짱을 줬을까, 네 옆에 있는 그 쓰레기가? 이제부터 너희들은 더 이상 우리 유 씨 집안의 사람이 아니야.”"네? 할머니, 어떻게 하셨던 말을 안 지킬 수가 있어요?" 유가연이 눈시울을 붉혔다.노부인이 대답했다."너 같은 비열하고 파렴치한 년에게 무슨 말을 지킬 필요가 있어. 넌 우리 유 씨 집안에 어울리지 않아.""너희들은 이제 꺼져도 돼. 여긴 너희를 환영하지 않아, 안 가면 경비원더러 쫓아내라고 한다?"유여정이 옆에서 더욱 거들었다.나머지 유 씨 집안사람들이 모두 비웃으며 오만방자한 표정을 지었다.유가연과 임건우는 마치 두 마리의 상갓집 개 같았고 모두가 소리치며 그들을 내쳤다. "짝짝짝짝”바로 이때 박수 소리가 났다.사람들이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보니, 뜻밖에도 임건우라는 쓰레기가 웃으며 손뼉을 치고 있었고 사람들은 다 얼이 빠졌다. ‘이 인간 혹시 자극받아서 미친 건 아니겠지?’"뭘 손뼉을 치고 있어, 뭘 웃어? 바보냐?" 유 씨 집안의 아랫사람이 말했다."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꿈에서 깨 정신병자가 됐나 보네."유여정의 얼굴은 온통 희열로 가득했다.임건우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아, 정말 멋진 장면이야. 가짜 계약서를 만들어 우리를 속이다니……그런데, 설마 너희들만 이렇게 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사람들이 의아해했고 유가연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무슨 뜻이지?" 유여정이 물었다."말 그대로야." 임건우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은 순간 멍 해졌다가 큰소리로 외쳤다.
“뭐? 저 무능한 자식이 이 계약서에 사인했다고?”“저 인간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 이런 계약을 따냈다는 거야?”“이유가 뭐지? 왜 다른 사람들은 다 퇴짜를 놓았으면서 저 자식이랑 계약을 체결했다는 거야?”유씨 가문 사람들은 전혀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임건우는 시간을 확인하고 담담하게 말했다.“5분 지났습니다. 아직 10분 남았어요. 주성문 대표가 여러분을 거절하고 저와 계약을 체결한 건 그분께서 저한테 신세를 졌기 때문입니다.”약이 오를 대로 오른 유여정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그럴 리 없어. 잘난 척하지 마. 당신이 뭐라도 된 것 같아? 임씨 가문에서 쫓겨난 신세에 부모님은 나라와 회사를 팔아먹은 범죄자지! 유가연이랑 결혼하지 않았으면 당신 엄마는 병원비가 없어서 치료도 못 받고 죽었을 거고 당신도 결국 길거리에서 굶어 죽었을 거야. 주제 파악 좀 해. 주 대표가 당신한테 신세를 져? 허풍을 떨어도 유분수지….”임건우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그는 발 빠르게 다가가서 유여정의 머리채를 잡아 책상에 내리쳤다.속수무책으로 당한 유유정은 쌍코피가 터지고 이빨 두 대가 부러졌다.“내 부모님 욕보이지 마. 두 분은 모함당했어. 내가 그 진실을 조사해 낼 거고. 유여정, 다시 허튼소리 지껄이면 죽기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될 거야.”차갑게 말을 마친 임건우는 서슬 퍼런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그의 무시무시한 눈빛에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유여정의 아버지인 유창민마저 손에 땀을 쥐고 딸을 바라만 볼 뿐, 다가설 용기를 내지 못했다.임건우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8분 남았습니다!”유홍민이 말했다.“주성문 씨 연락처가 나한테 있어. 내가 전화해서 확인해 볼게.”잠시 후, 주성문이 전화를 받았다.두 사람은 간단하게 몇 마디만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어르신이 다급히 물었다.“주 대표가 뭐라고 했어?”유홍민은 임건우를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쟤 거짓말하지 않았어요. 이 계약서가 유일한 계약서라고, 파기하면 더는 없다고 주 대표
노인은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멍청한 것. 할미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야.”옆에서 지켜보던 유홍민이 상황을 설명했다.“문성 부동산 주 대표가 이번에 임건우의 손을 들어주었다면 두 사람 사이가 꽤 돈독한 사이일 가능성이 커. 만약 유가연이랑 계약한 거라면 여자에 눈이 멀어 멍청한 판단을 한 거겠지만 임건우랑 직접 사인했다면 이야기가 달라. 임우진이 살아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일 수 있어. 만약 그렇다면 우리 유씨 건자재도 이 인맥을 이용해서 문성 부동산과 손을 잡을 기회가 주어지는 거지.”한편, 차에 오른 유가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할머니 태도가 이렇게 180도로 바뀐 건 분명 당신이랑 주 대표의 인맥을 이용해서 문성 부동산에 연줄을 대려는 속셈일 거야.”임건우는 가볍게 코웃음 치며 대답했다.“꿈 깨시라고 해. 이제 성남 지사는 당신이 완전히 지배하고 있으니 앞으로 그쪽을 무너뜨릴 일만 남았어. 아직은 서로 얼굴 붉힐 필요가 없지. 그쪽을 이용해서 당신의 기반을 더 단단하게 다질 수 있으니. 어쨌든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이용해. 그쪽이 우리한테서 아무 이득도 얻지 못할 거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그 어르신은 바로 당신에게서 등을 돌릴 거야.”“알았어.”유가연은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임건우는 그저 우연히 주지민을 도왔을 뿐이고 주성문은 그에 대한 보답을 충분히 해줬으니 다음은 없었다.“참, 언제 계약서를 두 부나 준비했어? 나는 전혀 몰랐는데.”유가연이 물었다.“그 노인네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아니까. 그냥 만일을 대비한 건데 진짜 쓰일 줄은 나도 몰랐어.”“당신은 참 철두철미한 사람이야.”유가연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보상은 없어?”“뭐 필요한 거 있어?”“음… 뽀뽀 정도?”그러자 유가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임건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됐어.”그가 고개를 돌린 순간, 유가연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더니 그의 뺨에 살짝 입술을 맞추었다.임건
임건우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그는 유가연의 손을 잡아 등 뒤에 세우고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조심해!”유가연은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의 임건우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이런 경비 직원 쯤은 백 명이 와도 그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쾅!눈 깜빡할 사이에 세 명의 경비 직원이 바닥에 쓰러졌다.“당신들은 해고야!”유가연은 임건우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며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그리고 입구에서 몰래 이 장면을 지켜보던 직원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부 단톡방도 순식간에 난리가 났다.“세상에! 사장님이 어떤 남자를 데리고 돌아오셨어! 게다가 순식간에 입구 경비실 직원을 때려눕히기까지 했어.”“유 사장? 누구를 말하는 거야?”“여기 사진 있어. 유가연 사장님 말이야.”“설마 이대로 물러서기 싫어서 사람을 데리고 쳐들어온 거야? 하긴, 나라도 그러겠다.”“쉿! 말 함부로 하지 마.”잠시 후, 뒤늦게 단톡방을 확인한 진소미는 다급히 로비로 달려 나왔다. 하지만 유가연과 임건우는 이미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그녀는 깊은 불안감을 느꼈다. 유여정에게서는 어제 오후부터 연락이 안 되고 있어서 더 불안했다.진소미는 저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었다.아직 갚아야 할 거액의 대출과 자신의 손만 바라보는 가족들을 생각하니 등 뒤에 식은땀이 났다.그녀는 다급히 유여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빨리 전화 받으라고요….”안달이 난 진소미가 발을 동동 굴렀다.그리고 이때, 안으로 들어온 유가연이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지금 유여정에게 전화하는 거야?”“아!”놀란 진소미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연락할 필요 없어. 연락이 닿아도 여기는 다시 못 올 테니까.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유가연은 냉랭한 눈빛으로 진소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손수 키운 부하직원이었지만 지금은 깊은 실망감밖에 남지 않았다.진소미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이를 악물며 따졌다.
진소미가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애원했지만, 유가연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직원들에게 말했다.“회의할 거니까 부장급 이상 임원들에게 1번 회의실로 오라고 알리세요.”그 소식은 순식간에 회사 전체에 퍼졌다.많은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환호를 질렀다. 힘이 없어서 유여정이 새 대표로 부임하는 것을 반대할 용기는 없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유가연을 응원하고 있던 그들이었다.한편, 임건우는 아직도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물만 흘리는 진소미를 보고 고개를 가로젓고는 자리를 떴다.그리고 이때, 호화 외제 차 한 대가 건물 입구에 도착했다.차에서 한 쌍의 남녀가 나란히 내렸다.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와 유지연이었다.두 사람은 무슨 일로 이곳에 방문했을까?프러포즈 때문이었다.유가연이 멋지게 컴백했다는 소문을 들은 경비실 직원들도 유지연의 입장을 막지 않았다. 그들은 순조롭게 안으로 들어와 로비까지 도착했다.호기심을 참지 못한 경비실 직원이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아가씨,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죠?”유지연이 새침하게 대답했다.“이따가 보면 알아요.”그들은 경비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로비를 생화로 장식하고 풍선까지 달았다. 그리고 중앙에는 흰색 벤츠 한 대를 세우고 미리 준비한 드론을 이용해서 핑크색 현수막을 길게 드리웠다.“나랑 결혼해줘, 가연아!”“사랑해, 평생 함께하자!”옆에서 멍하니 현수막을 바라보던 경비실 직원은 생각했다.‘가연? 유가연? 우리 대표님이잖아? 하지만 대표님은 이미 결혼하셨는데!’아래층에서 난 소란 때문에 회사 전체가 시끄러워졌다. 처음에는 누가 축하 이벤트를 하나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현수막이 공개되자 모두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유가연은 결혼하기 전부터 임건우와 만나던 사이였고 결혼식 때 대부분 직원이 참석했다. 임건우의 집안에 사고가 나면서 모두가 그에게서 등을 돌렸지만 유가연만 목숨을 담보로 끝까지 그와의 혼인을 지켰다. 그런 잉꼬부부 사이를 파괴하려고 끼어들다니!문제는 유가연의 동생
여자의 이름은 반하나, 임건우의 대학 선배였다. 임건우보다 일 년 선배인 그녀는 예쁘고 공부를 잘해서 캠퍼스 여신이라고 추앙받던 인물이었다.대학교 3학년 때부터 학생회 회장직을 맡아 졸업할 때까지 학교의 수많은 대형 이벤트를 이끌었으며 맡은 일마다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성격이 상냥하고 인맥도 넓었으며 철두철미해서 천재라고 불리던 여자였다.나중에 임건우의 부탁을 받고 성남지사로 와서 유가연의 일을 도왔다.성남지사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었으며, 유가연의 진짜 오른팔 역할이었다.하지만 반하나는 외근이 많아서 회사에 방문하는 일이 극히 적었다. 이런 곳에서 그녀를 마주칠 줄이야!“건우야, 가연 씨랑 싸웠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 처제가 직접 남자를 데리고 회사까지 찾아오다니!”반하나의 다급한 말투에서 임건우를 향한 걱정이 묻어났다.임건우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로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맞을 짓 자처하는 거죠.”그 말에 반하나도 고개를 끄덕였다.“나라면 당장 달려가서 판을 엎어 버릴 거야.”임건우는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안 그래도 내려가는 중이었어요. 유혈 사태가 벌어져도 저 막지 마세요.”“됐거든? 내 앞에서는 센 척 안 해도 돼. 유씨 가문 여자들이 네 목줄을 꽉 잡고 있다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정말 힘들면 더 깊어지기 전에 이혼해. 네가 이렇게 자존심 굽히며 사는 꼴 못 보겠어.”건우를 바라보는 반하나의 눈빛이 착잡했다. 후배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한 분노와 안쓰러움,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임건우는 마침 엘리베이터 쪽을 보고 있어서 그녀의 눈빛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선배, 걱정하지 마세요. 이대로 주저앉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거예요. 저 이미 정신 제대로 차렸거든요.”안경 뒤에 가려진 반하나의 눈매가 반짝 빛났다. ‘오늘 본 건우는 조금 다르긴 해.’“고마워요, 선배!”임건우가 갑자기 말했다.진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