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옥의 손에 한 장의 명패가 나타났다.쨍그랑!명패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한 감찰사, 이 통령 명패를 의회에 전달해주세요. 오성 전장의 칭호도 회수하시길. 난 이제 아무런 관직도 없는 자유로운 몸이 되었어. 지난날의 시비와 원한은 모두 잊기로 하지.”“건우야, 가자.”임건우는 이 장면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임건우는 독수리 학원에 몇 날 며칠 머물며, 백옥이 그곳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백옥은 그곳에서 여신으로 추앙받으며 수많은 사람이 백옥을 경배했다.그런데 지금 상처를 입고 이렇게까지 몰락하다니,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백옥은 이제 걸을 힘조차 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백오긍ㄹ 번쩍 안아 올려 한 걸음씩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갔다.한규성은 바닥에 떨어진 명패를 주워들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백 통령을 배웅합니다. 그동안 연호를 위해 헌신해주신 위대한 공로에 감사드립니다. 오성 전장의 명예는 제가 상부에 신청해서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이미 한성규가 원하는 것은 얻었기에 이런 말로 겉치레를 아끼지 않았다.하지만 백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필요 없어요.”전소은은 화가 치밀어 오르더니, 퍽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명패를 바닥에 던졌다.전소은의 명패는 고급 전장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었다.“내 언니가 떠났으니, 나도 떠나겠어! 언니는 독에 중독돼 얼마 남지 않았고, 나 또한 공력이 다해 더는 독수리에 기여할 수 없어. 한 감찰사, 이제 독수리는 당신 거야.”말을 끝내고 전소은은 돌아서서 걸어나갔다.짝짝짝...그때 만요곡에서 함께 나온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명패를 던지며 전소은과 똑같은 말을 남겼다.모두 독수리 부대를 떠나, 전쟁터를 떠나겠다는 결심을 내비친 것이다.한성규는 입가가 떨리더니, 크게 소리쳤다.“독수리의 안정과 단결을 위해 통령 교체에 관한 일은 절대 밖에 퍼뜨리지 마세요! 이건 명령이에요!”군사 고준설이 나서서 말했다.“여러분, 연호를 위해 독수리가 여러분
“요수?”독수리 부대의 남성 대원이 커다랗게 변한 뚱냥이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그들은 고대 결계에서 매일 요수들과 싸우며 수많은 요수를 죽여왔다.지금 뚱냥이의 능력을 보자 모두 정신이 바짝 들어 긴장하기 시작했다.그들의 공력이 없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미 뚱냥이에게 공격을 가했을 것이다.임건우는 서둘러 말했다.“긴장하지 마세요. 제 동료예요.”전소은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건우야, 대체 넌 얼마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야? 너 마치 도라에몽 속 도라에몽 같잖아! 자꾸 우리한테 놀라움을 주니 이제는 놀라서 멍해질 지경이야.”임건우가 대답했다.“이제 더는 없어요. 내 비밀은 다 당신들한테 들켰어요.”임건우는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자, 다들 빨리 올라타세요. 시간이 없어요. 제 선생님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요.”“뭐라고?”독수리 부대 사람들은 일제히 놀라서 외쳤다.그들은 앞서 백옥이 한성규한테 했던 말을 그냥 빈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백옥의 상태가 그렇게 심각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한 사람이 말했다.“그럼 빨리 가세요. 인원이 적어야 더 빨리 갈 수 있잖아요. 우리는 나중에 따라갈게요!”임건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것도 괜찮겠어요.”임건우는 몇 병의 공력 회복 약을 꺼내 그들에게 던지며 말했다.“이 약은 공력을 조금 더 빨리 회복시켜줄 거예요.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하세요. 그리고 장강로 쪽 일은 당신들한테 부탁할게요. 특히 장강로와 배혈교 사이의 관계를 잘 조사해주세요. 장강로 측 사람 중 배혈교와 관련된 자들이 많을 거예요.”임건우는 몇 가지를 당부한 후, 백옥을 안고 뚱냥이의 등에 올라탔다.전소은은 아래에서 외쳤다.“야, 나도 좀 끌어줘! 지금 힘이 없어서 못 올라가겠어.”전소은은 백옥의 동생이었고 여자라서 백옥을 돌보는 데도 더 적합했다.그래서 함께 가기로 했다.임건우는 손을 흔들어 전소은을 공중으로 끌어올려 뚱냥이의 등에 앉혔다.하지만 뚱냥이
임건우는 전소은의 손을 툭 떨치며 말했다.“그만 좀 만져요. 나 유부남이에요.”“흥, 마치 다른 여자는 없는 것처럼 말하네.”“당신 정상적인 여자예요?”“나 진짜 널 물어버리고 싶어.”“그러지 마세요. 난 정상적인 여자만 물게 해줄 거예요.”임건우는 그렇게 말하고 서둘러 약을 만들러 갔다.이번에 임건우가 만들어야 할 약은 6품 약재인 대해장단이었다.보통의 해독제보다 몇 배나 고급이고, 효능 또한 훨씬 강력했다.단순히 독을 해독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비, 현기증 같은 각종 부정적인 상태를 해제하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필요한 재료들도 아주 귀중한 것들이었다.그중에서도 주된 재료인 뱀 침 열매는 6품의 상등 영약이었다.임건우가 이 약재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얼마 전에 장강로의 공간 반지에서 이 재료를 발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두 시간이 지나서야 임건우는 두 알의 대해장단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곧바로 백옥에게 먹이려 했다.이번에도 전소은이 입으로 직접 백옥에게 약을 넣어주었다.그런데 약을 먹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옥이 갑자기 피를 한 바가지 뱉어냈다.연달아 몇 번 더 피를 토해냈다.“언니?!”“건우야, 이게 뭐야? 네 약이 아무 효과도 없잖아! 오히려 상태를 더 악화시킨 거 아니야?”임건우는 즉시 백옥의 맥을 짚고 진원을 주입했다.잠시 후 임건우는 말했다.“진정하세요. 약은 효과가 있어요. 이건 선생님 몸속의 독을 내보내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이건 6품 약이라 약효가 강해서 선생님이 감당하기 힘든 거예요. 이 축유 부적이 없었더라면, 약효 때문에 심맥이 터지거나 뇌가 손상됐을 거예요.”전소은은 당황하며 물었다.“그럼 어쩌지? 내 언니는 못 사는 거야?”전소은은 눈물을 흘렸다.백옥은 단순한 언니가 아니라, 전소은이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존재였다.임건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내가 한 사람을 찾아야 해요. 그 사람이라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누구?”“여자친구요.”임건우가 말한 사람은 바로 이청하였
‘그 남자는 누구지? 왜 이 시간에 이청하랑 함께 있는 거지? 정말로 남자친구인 걸까?'임건우는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이청하가 어떤 사람인지 임건우도 잘 알고 있었다.이청하가 자신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분명했고 비록 여러 가지 이유로 마지막 단계까지 나아가진 않았지만 둘 다 알고 있었다.단지 적당한 시간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자 임건우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최근 뉴스에서 몇 번 봤던 사건들이 떠올랐다.어떤 남자가 자신의 와이프를 죽이고는 와이프인 척하면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사람들에게 와이프가 살아 있는 것처럼 속이는 경우였다.하지만 이청하는 의성의 전수를 받았고, 탁무범도 곁에 있었다.게다가 자신이 준 호신부적도 이청하를 지키고 있었으며, 부적이 깨지면 자신의 영혼에도 반응이 올 텐데 그런 느낌은 없었다.‘설마 장강로의 사람들인가?’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임건우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만약 장강로의 사람들이었다면, 전화 속 남자의 말투는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견곤검!”임건우는 더는 혼자 추측하지 않고 바로 견곤검을 소환했다.검 위로 올라타자마자 이청하의 집으로 날아갔다.임건우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공중에 떠서 신념을 풀어 집 안을 살폈다.이흥방은 여전히 잠들어 있었고 할머니는 늘 그랬듯 이른 아침에 일어나 방금 양치질하고 있었다.하지만 이청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디로 간 거지? 아, 맞다! 청하의 호신부적을 감지할 수 있지!’임건우는 갑자기 떠올렸다.이청하의 호신부적에는 자신의 피와 영혼 일부가 봉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삼계지인술을 사용해 이청하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임건우는 곧바로 종이 인형을 꺼내 공중에 부적을 그렸다.그리고 종이 인형에 영혼 탐색 부적을 새겼다.순식간에 종이 인형이 저절로 불타오르더니 한 마리의 영혼 불새로 변해 빠르게 특정 방향으로 날아갔다.임건우는 검을 타고 그 불새를 쫓아갔다.이때 이청하의 할머니는 양치를
이청하의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금세 소녀의 부끄러움과 설렘이 가득 차올랐다.실험을 멈추고 창가로 달려가며 외쳤다. “건우 씨!” “청하 씨, 오랜만이에요.”“네, 당신 날 버리고 떠난 줄 알았어요!”말을 마치자마자, 이청하의 코끝이 찡해지며 얼굴에 서운함이 드러났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말하는 게 답답했는지, 임건우가 실험실 출입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으로 갈게요.”이청하는 가냘픈 손을 유리에 댄 채 대답했다. “네, 나도 정리 좀 할게요.” 임건우는 유리창을 통해 이청하와 손바닥을 마주치고 실험실 건물의 다른 쪽으로 향했다.임건우는 신념을 한 번 휘둘러 가장 가까운 입구를 찾아내고 주위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견곤검을 수납했다.그런 다음 발코니를 통해 이청하의 실험실로 접근했다.하지만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임건우를 가로막았다.삼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고 눈 밑에 다크서클이 깊게 패여 있었다.임건우는 단번에 그 남자의 방탕한 생활습관을 꿰뚫어보았다.신장의 기운이 약한 데다 남성질환까지 겪고 있는 듯했다. 남자는 임건우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경멸과 혐오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임건우의 현재 차림새가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임건우의 옷과 바지는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고 온통 피로 얼룩져 있었다. 사실 이 정도면 나은 편이었다.가나절에서 나온 후 독수리 부대에서 새 옷을 구해 입은 덕분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옷조차 걸치지 못했을 것이다. 임건우가 겪은 지난밤의 사건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3년은 걸쳐 겪을 일들이었다.유씨 가문에서의 추격전, 역습, 이교림과의 대결, 적을 끌어들여 가나절로 유인한 후 혈수라와의 격전, 장씨 가문으로 돌진해 독수리 부대 고위층 회의장에 난입, 장강로와의 대결,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옥의 병을 치료하는 일까지. 단 하룻밤 동안 벌어진 이 모든 일이 누군가에게는 믿기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이었다. 그때, 남자가 물었다. “넌 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지?”임건우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를 먼저 찾아가 키스하는 걸 본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이위정이 느끼는 기분은 말할 것도 없이 끔찍했다. 마치 폐가 터질 것만 같았다. 이청하는 자신이 반드시 손에 넣을 거라 굳게 믿었던 여자였다.그런데 이청하가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다니?이건 마치 자기 머리에 풀을 심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그래서 이위정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이청하!” 이위정은 차가운 목소리로 이청하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이청하와 임건우는 오랜만에 재회하여 감정이 북받쳐 서로의 존재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마치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것처럼 키스에 빠져들었다. 이위정 따위는 그저 지나가는 남이었을 뿐이었다. 상황을 알아챘다면 제발 스스로 물러나야 할 터였다. 그래서 이청하는 이위정을 무시했다. 둘은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에게 애정을 나눴다. 이위정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얼굴은 화끈거리며 마치 몇 대의 뺨을 맞은 것 같았다. 이위정은 이청하에게 함부로 할 수 없었다.이청하는 이 천애 종양병원의 원장이었고 나쁘게 굴어선 안 될 이유도 있었다.게다가 이위정을 차갑게 대한다고 해도 여전히 이청하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임건우에게는 달랐다.이위정은 임건우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즉시 임건우의 옷깃을 잡아 세게 당겼다. “그만 좀 해!” 그러나 이위정은 임건우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임건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위정에게 물었다. “아직도 안 꺼져?”“뭐라고? 네 주제에 나한테 그렇게 말해?” 이위정은 순식간에 폭발할 것처럼 분노하며 소리쳤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이위정은 마치 하늘이 무너질 듯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네가 내가 누군지나 알고 있는 거야? 내가 한마디만 하면 넌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거야. 네 가족도 다 망하게 될 테고!”임건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나한테 이 말을 했던 놈, 지금쯤이면 살덩
이위정의 부하 두 명은 당황한 채로 손을 쓰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임건우가 갑자기 손을 휘둘러 이위정의 얼굴을 강타했다. 퍽!소리와 함께 이위정의 목이 180도 돌아가며 기괴한 모습이 되었다. “내가 널 죽이겠다고 한 건 협박이 아니라 통보였어.”이위정은 즉시 죽지는 않았다. 여전히 서 있었고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이위정이 본 건 자신의 등 뒤였다. 이 각도에서 자신의 등을 바라보는 건 굉장히 섬뜩한 일이었고 임건우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공포가 밀려왔다. ‘이 녀석이 정말 날 죽인 거야! 근데 이놈은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었을까?’ 그리고 나서 이위정은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이위정의 두 부하는 이 장면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사... 사람을 죽였어!”“네가... 네가 어떻게 대낮에 사람을 죽일 수 있어?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 큰일 났어!”임건우는 차갑게 대꾸했다.“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뒤를 봐줄 이들이 있으면 모두 데려와. 꺼져!” 부하 두 명은 공포에 질려 허둥지둥 달아났다. 그들은 전화를 걸기 위해 서둘렀다. 이청하는 조금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건우 씨, 저 녀석이 아무리 짜증 나고 허풍쟁이라도 굳이 죽일 필요는 없었잖아요? 이위정의 아버지가 경주에서 꽤 힘이 있는 사람이라는데 괜히 원한을 사게 되는 건 아닐까요?” 임건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누구를 건드릴지 걱정해야 할 때예요. 청하 씨, 많이 말랐네요. 최근에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에요? 눈에 핏줄이 터질 정도로 며칠 밤을 새운 거예요?” “세 번... 아니, 두 번... 그래, 두 번 반. 근데 괜찮아요. 견딜 수 있어요. 요즘 경주에 중독 환자가 몇 명 발생했는데 증세가 아주 이상해요. 전염성이 강한 병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전염 경로를 찾을 수가 없어요. 너무 이상해요.” 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이랑 탁무범
“당연히 그런 건 아니에요!” 임건우는 즉시 단호하게 부인했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내버려 둘 수 있겠어요? 전에도 말했잖아요. 내가 독수리 학원에 다녀왔는데 어제 막 돌아왔어요.”이청하는 방금 장난삼아 한 말이었지만 독수리 학원이 언급되자 호기심이 생겼다. “그쪽은 어떤 곳이에요?” 임건우는 설명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다음에 같이 가면 알게 될 거예요. 사실 그냥 다른 학원보다 조금 더 크고 배우는 내용이 다를 뿐이에요.” “기대되네요.” 실험실에 들어가니, 탁무범은 이청하에게 돌아오지 않고 실험대 앞에 있었다. 탁무범은 이청하와 지낸 동안 영혼의 힘이 약간 증가했지만 육체가 없으니 여전히 무척 불편한 상황이었다. 예를 들어 실험을 할 때 직접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도... 도련님!”탁무범은 임건우를 보자마자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임건우는 탁무범을 보고는 갑자기 물었다. “신의님, 직접 실험을 해보고 싶으세요? 잠깐이라도 몸을 가질 수 있게 해드릴 방법이 있어요.”이청하는 묻는다.“혹시 아까 그 시체를 말하는 거예요?” 임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당연히 아니죠. 그 녀석은 자격도 없어요.”이위정의 시체를 탁무범에게 사용하게 하는 것은 모욕이었다.임건우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임건우는 손을 뻗어 종이 인형을 꺼냈다. 그리고는 입으로 삼계지인술을 외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종이 인형은 바람에 맞아 점점 커지더니 보통 사람과 비슷한 크기가 되었지만 옆에서 보면 여전히 종이 두께였다.전체적으로 굉장히 기묘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탁무범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건 천상신의의 삼계지인술 아니에요! 도련님, 이걸 이미 익히셨다니 정말 축하해요!” 임건우는 잠시 멈칫하며 물었다. “선배님도 이걸 아세요?” 탁무범은 대답했다. “예전에 제 선생님께서 삼계지인술을 연구하셨지만, 전 끝내 그 비결을 알지 못했죠.” 임건우는 다시 물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
임건우는 그 문서를 살펴보며 월야파의 수련법인 청련귀수결을 발견했다.이 법문은 분명히 여성들이 수련하는 법문처럼 보였다.그 뒤에는 전송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문서에는 오직 청련귀수결을 수련한 사람만이 그 전송문을 찾고 열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이와 더불어, 하나의 열쇠도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마지막으로 임건우는 황파의 문양을 봤다.불사조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불사조의 절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그 문양을 본 순간,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이 문양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월야파의 오장로의 반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옥패에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임건우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맞아, 내가 그 오장로의 반지와 소유한 본명법보인 조롱박도 가져왔었지.”그 조롱박을 빼앗았기 때문에 월야파 사람들은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걸 보세요!”임건우는 그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백의설도 그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게 바로 그 열쇠가 아닐까?”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있어요.”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자, 누나가 청련귀수결을 빨리 수련해야 해요. 그 후에 전송문을 찾아보죠. 고대 황파에 들어가면 반드시 큰 성과가 있을 거예요.”“알았어!”백의설은 대답하며 바로 수련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몇 분이 지나자,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백의설의 뒤에서 혈통의 이상한 모습이 떠오르더니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상이 떠올랐다.백의설이 수련할 때마다 그 형상도 함께 떠오르며 점점 강해져 갔다.“이 혈통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이상하네, 청련귀수결이 아홉 꼬리 혈통에 맞춰져 있는 건가?”임건우는 놀라워하며 생각했다.그가 몰랐던 사실은 바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월야파의 첫 종주인 송초한은 신수인 아홉 꼬리 여우 혈통을 가진 왕족이었다.그녀
“황파는 고대의 문파야. 나도 옛날에 어떤 노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문파의 창설 배경은 한 절세의 여인 때문이라고 하더군. 그 여인의 이름은 바로 황이야.”“사실 이건 하나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전설에 따르면 황은 고대 신황족 출신으로 신황의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어. 하지만 원수의 계략 때문에 육체는 소멸하고, 신혼은 일곱 빛깔의 여와석에 봉인되어 인간 세상에 떠돌게 되었지. 그러던 중 한 소년에게 발견되었어. 그때부터 소년과 황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였다고 해.”“황의 도움을 받은 소년은 점차 성장하여 마침내 대제의 자리에 올랐고 황을 위해 문파를 창설했지. 그 문파가 바로 황파야...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그 대제는 이후 삼천세계의 공주이자 연호의 왕이 되었다고 해.”임건우는 백의설이 말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가 있었다.그는 뚱냥이를 떠올렸다.그리고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만났던 그 신녀, 정미현.또 지장왕에 대한 기억도 스쳤다.그들이 남긴 역사 속에는 지울 수 없고, 동시에 아주 중요한 한 인물이 항상 등장했다.바로 연호의 주재자이자 인간 연맹의 맹주였다.여러 증거를 종합해 보면 백의설이 들었던 이야기 속의 대제는 바로 정미현이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 맹주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니!”“고대 시절로 돌아가서 그 대제와 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는 알았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그들은 이제 아마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불사족의 침략으로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성산과 성지 또한 파괴되었다.심지어 불문의 마지막 정토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백의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건우야, 월야파 종주가 석벽에 남긴 유서에 따르면 월야파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황파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뭐라고요?”임건우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이건 너무도
각각의 혈구 안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했다.금빛 대호수, 금술 부문, 혼돈 원기가 마치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듯이 펼쳐졌다.그러나 일곱 번째 혈구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가 고갈되며 문자의 연쇄적 촉진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졌고 자연히 과정이 멈추었다.임건우는 눈을 뜨며 마주한 백의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았다.“건우야...”“건우야, 깨어났네. 어때? 단계는 안정됐어?”눈이 마주치자마자 백의설은 다급히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안정된 것 같아요.”“건우야, 지금 단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네. 수련법도 너무 기묘해 보이고.”“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금단 같아요.”“금단...”백의설은 그를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그를 안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그날의 도전 자체가 기이했잖아. 실패했는데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야. 너무 낙담하지 마. 다음번엔 좀 더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더 클 거야.”임건우는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그녀가 자신을 안는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오랜만에 여성과의 신체 접촉이 주는 묘한 감각에 마음이 요동쳤지만, 그는 태연한 척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변을 살폈다.그는 한쪽에 깔린 모포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임하나를 보며 물었다.“내가 얼마나 수련했어요?”“별로 길지 않았어. 이틀 정도?”“이틀이라니!”임건우는 백리 가문의 사람들이 떠올랐다.“어르신이랑 가족들은 괜찮겠죠?”“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는 노련한 분이라 잘 대처하실 거야. 이 안개 늪지 같은 곳에서 깊이 들어가진 않으실 거야. 조금만 버티면 월야파 사람들이 떠날 거고 우린 늪지를 빠져나가 다른 길을 찾으면 돼.”백의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천성성은 월야파의 땅이라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른 문파의 보호 아래 있는 도시로 가면 돼.”“그나저나 대박인 걸 발견했어!”백의설은 그를 이끌고 동굴의 반대편으로 데려갔다.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글자들
월야파의 종주와 윤보라, 대장로 등이 황금 비행차 타고 거대한 비행 요수와 함께 안개 늪지를 향해 임건우를 찾으러 가는 동안, 임건우는 한 언덕에 있는 돌동굴에서 전념해 수련에 몰두하며 자신의 단계를 안정시키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몸속에서 도도히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줄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이 빛줄기들은 금단이 깨진 후 내부에서 흘러나온 진원들이었다.그 안에는 지장왕에게서 이어받은 대위신력이 있었고 천의도법으로 생성된 뇌지의 에너지,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로부터 흘러나온 원기의 이상현상, 그리고 고대의 12문자 금술의 조화까지 존재했다.이 모든 것들이 지금 그의 몸속을 돌며 피부와 뼈 사이를 넘나들며 흐르고 있었고, 이 때문에 그의 몸은 내부에서 빛나는 듯 환하게 빛났다.심지어 백의설조차 그의 몸에서 흐르는 무수한 빛줄기의 이상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건우는 도대체 어떤 수련법을 익힌 거야? 어떻게 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마치 몸 안에 등이 켜진 것 같아.”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녀는 감히 손을 뻗어 임건우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때였고, 그녀가 부주의하게 손을 댔다가 그가 주화입마에 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후우... 후우...에너지가 들끓으며 진원이 변모하고 있었다.도도히 흐르는 황금빛 아래, 고대의 수많은 문자가 빼곡히 나타났다.이것이 바로 고대 12문자 금술의 변화였다.원래 금단 내부에 12개의 문자만이 새겨져 있었고, 금단을 둘러싸고 있던 문자들이 지금은 금단이 깨지면서 복제되듯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문자들은 경락을 흐르며 새로운 혈구를 열어갔다.혈구 안에서 문자들이 생성되고 금술이 생성되며 그 안에서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듯한 변화가 일어나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즉, 지금 임건우의 몸속은 혈구를 금단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그리고 몸속의 모든 혈구가 각각 하나의 금단이 된 것이었다.‘몸 안에 혈구가 몇 개나 있다고?’그는 이 숫자를 생각
“오장로라고?”소주민은 눈앞의 시신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형체가 망가져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네, 맞습니다.”윤보라는 오장로의 제자로서 스승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금방 시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스승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도 별다른 슬픔을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집안, 즉 윤씨 가문의 사람들이 뇌겁에 휩쓸려 사망한 모습을 봤다.그들 중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부모님, 여동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하지만 윤보라는 단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마치 그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실제로도 그랬다.윤보라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고, 보잘것없는 한 권의 초라한 무공서로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그 때문에 월야파의 눈에 들어 문파에 입문하게 되었고, 그 후 그녀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자신을 고귀하다고 느끼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생겼고 가문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윤씨 가문의 낮은 출신과 보잘것없는 배경은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다른 명문가 출신 제자들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번에 신녀의 전승을 얻게 된 이후, 그녀의 성격은 더욱 변화했다.이제 그녀에게 월야파 종주조차 비위를 맞추려 했으니 월야파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었다.윤씨 가문의 가족들은 더더욱 그녀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죽었으면 죽은 거지.”“하지만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멸문하다니 이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이때, 월야파 종주 소주민은 체면도 없이 오장로의 시신을 뒤지기 시작했다.그가 찾는 것은 장검박과 저장 반지였다.특히 저장 반지였다.방금 윤보라에게 들은 바로는 신녀가 그녀에게 전승을 줄 때 하나의 옥패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했다.그 옥패는 오래된 문파의 거대한 비밀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윤보라는 페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임시로 스승에게 그 옥패를 맡겼다고 했다.하지만 이제 오장로가 갑
임건우는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그는 자신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몸속의 진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전신에 퍼져있었고 하나로 모아지 않았다.금단은 아주 커다란 호수처럼 변해 있었다.사실, 뇌겁을 넘을 때 이미 그의 금단은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천의도법에 기록된 내용을 떠올렸다.금단을 깬 뒤에는 원영이여야 하며 뇌겁을 넘는 과정이 바로 금단이 깨지고 원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그는 금단이 깨졌을 때 원영이 형성되지 않았고, 정말로 금단이 깨진 달걀처럼 내부 내용물이 흘러나와 호수처럼 퍼져버린 것이다.그래서 진원을 모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누나, 이걸 드릴게요.”임건우는 당장이라도 페관 수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반드시 페관 수련에 들어가야만 했다.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백의설에게 임하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백의설은 젖이 나지 않았기에 임건우는 생명 원천을 꺼내 임하나의 일상적인 젖으로 사용하게 했다.그리고 그를 끝까지 따라와 준 백의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그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임건우가 페관 수련을 오래 해야 할 경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어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하고 맡긴 뒤, 임건우는 곧바로 다리를 교차시키고 앉아 진원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천성성 안에서 황금 비행차가 백리 가문의 옛 저택에 착륙했다.월야파 제자들은 안에서 마구잡이로 재산을 약탈하고 있었다.천성성 최고 명문가로 손꼽히는 백리 가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내부에서 대형 상자째로 옮겨지는 영석과 희귀 약재들은 대장로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그는 태사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온 보람이 있군!”“천성성의 작은 세가문 정도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을 줄이야.”“그런데...”“잠깐!”대장로는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눈빛을 번뜩였다.백리 가문 집안에 이렇게 많은 보물이
백의설은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나서는 가문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용서하기 어려웠다.앞으로 나아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백의설은 수련 경지가 임건우보다 높았지만, 길을 찾는 데는 아주 무작정 헤매는 수준이었다.그녀는 늪지의 지형을 따라 아무렇게나 걷다가 곧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독에 중독된 것이다.반면 임건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심지어 그의 딸 임하나도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중독의 흔적조차 없었다.이는 임건우가 본래 천의도법의 계승자로서 몸에 고대 금술인 12 부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혼돈 나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기 때문이었다.일반적인 독소는 그를 전혀 해칠 수 없었다.게다가 임하나는 자연 신격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더욱 안전했다.“건우야, 나 독에 중독된 것 같아!”“누나는 아기만 데리고 뒤로 물러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요.”백의설은 진원을 돌리며 독소에 맞섰지만, 진원을 돌릴수록 중독 증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곧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흐릿해져 걸음조차 제대로 뗄 수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대해장단 한 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백의설은 대해장단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이게 대해장단이야? 건우야, 네가 이런 고급 단약을 어디서 구했어? 이거 하나 얻으려고 우리 백리 가문이 한때 재산 절반을 쏟아부었었는데.”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이 단약은 그렇게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약신궁에서 바가지를 씌운 거겠죠. 제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너, 설마 연단사야?”백의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건우는 단약을 그녀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들어가자고?”“지선도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온 곳인데 네가 들어간다고?”대장로는 그 제자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 안에선 기본 실력도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죽으러 가는 거야. 어차피 백리 가문 사람들은 죽든 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돌아가서 윤씨 가문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라. 그리고 백리 가문의 재산은 몰수하도록 해라.”월야파 제자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대장로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얼굴로 떠나갔다.다만 대장로는 몇몇 제자들을 길목에 남겨 일주일간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했다.“월야파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았어.”백의설은 뒤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황금 비행차가 멀리 날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월야파가 데리고 온 사람들의 실력은 너무 강대했다.백리 가문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짧은 충돌에도 백리 가문은 이미 10여 명의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훨씬 많았다.“여보, 여보, 제발 버텨요. 당신 없으면 나랑 아이는 어떡하라고요...”“엄마, 정신 차려요. 가주님, 제발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뭐든 다 바치겠습니다!”“아기 아빠, 다리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이대로는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몰라요!”주변에서 울부짖고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리 가문은 이번 전투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직계 가족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특히 암위는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원래 3000명이 넘었던 암위는 이제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잃어버린 백리 가문의 재산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임건우는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는 자신의 공간 반지에서 몇 병의 치유 성약을 꺼내 백의설에게 건넸다.“누나, 이건 대회춘단입니다. 상처 입은 가족들에게 이걸 먹이세요.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모두 살릴 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곧 불협화음이 들려왔다.한 사람이 대회춘단을 받자마자 그것을 늪지대에
월야파의 대장로는 단연 선봉에서 백리 가문의 사람들을 학살했다.그들은 백리 가문에게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엄청난 힘이야!”“이 자, 천성성의 대공양보다 더 강하군!”임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나설 수 없었다.방금 뇌겁을 넘긴 그는 혼돈 나무가 천기를 차단한 덕분에 뇌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그 결과, 그는 뇌겁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뇌겁 금광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현재 그의 수련 상태는 원래의 원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주 기묘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지금 당장 그는 자신의 수련 상태를 안정시키는 시간이 절실했다.그렇지 않으면 단계가 오르기는커녕 다시 금단 단계로 퇴보할 위험이 있었다.그는 임하나를 안고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백리 가문의 사람들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쌓여 있던 원망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 임 도련님! 당신 그렇게 강하다고 하지 않았어? 천성성의 대공양까지 죽일 정도의 절세 고수라면서! 그런데 지금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움직이지 않고!”임건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백의설마저도 조급해졌다.“건우야! 무슨 일이지?”임건우는 무력하게 대답했다.“방금 뇌겁을 치르며 약간의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 진원이 흩어져 움직일 수 없어요.”“아...”백의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임건우가 뇌겁을 치른 후 뇌겁 금광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리고 뇌겁 금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뇌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더 이상한 점은 뇌겁이 실패하면 보통 즉시 재가 되어 사라져야 하는데 임건우는 어떻게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백의설은 더욱 초조해졌다.그녀는 이전에 임건우가 대공양을 쉽게 죽인 모습을 보고 월야파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안개 늪지로 들어가요! 빨리!”임건우가 크게 외쳤다.“안개 늪지로 들어가라고? 거기 들어가 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