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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아버지도 안 때리는데

Penulis: 우주멍
심장미도 호기심에 그 거물을 만나보고 싶었다.

“세화야, 이따가 엘리베이터 입구에 가서 기다려 볼까?”

심장미가 세화의 옷을 잡아 끌며 말했다.

“아니야, 나는 조금 있다가 동혁 씨와 집에 갈 거야…….”

술을 한 잔 마신 세화는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심장미는 아직도 이동혁에게 연연하는 친구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말렸다.

“하, 세화야, 뭐 하러 그런 바보 같은 이동혁을 걱정하는 거야? 이건 정말 오기 힘든 기회라고. 혹시 알아? 그런 거물에게 좋은 인상을 주게 되면 너희 집 빚도 갚을 수 있을지?”

“그럼…… 그래.”

얼마 지나지 않아 고한비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모두 숨을 죽인 채 통화 내용에 온 신경을 모았다.

‘설마 이제 거물이 내려온다는 건가?’

잠시 후, 실망한 표정의 고한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아버님이 방금 전화로 식사가 끝났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분은 벌써 나가셨답니다.”

“아휴, 그런 대단한 사람을 만나 볼 기회였는데 운이 안 따르네…….”

다들 아쉬움에 탄식했다.

“여보, 식사 다 했어?”

바로 이때, 동혁이 룸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어딜 감히 또 와? 가요, 당장!”

눈 앞에 나타난 동혁에게 화가 난 장미가 동혁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탁!

동혁이 심장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성격이 우악스럽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세화의 절친이라 봐 주는 줄 알아! 다음은 어림도 없어!”

“이 병신이 감히 나를 협박해?!”

화가 난 심장미가 가녀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자 고한비가 테이블을 탁! 치며 일어섰다.

“이 자식, 당장 그 손 못 놔. 장미 양이 상대해 주는 것만해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넌 또 누구야?”

동혁이 차갑게 물었다.

“고 국장님 자제분이야! 빨리 손 안 내려!”

“고진강 아들?”

동혁이 그를 힐끗 보고는 차가운 음성으로 내뱉었다.

“네 아버지도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은 못해.”

“죽을래?”

동혁의 말에 잠시 멍했던 고한비가 벌컥 화를 내며 앞으로 나왔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동혁을 때리려 달려들었다.

팍!

심장미의 손목을 놓은 동혁이 그대로 고한비의 뺨을 올려 쳤다.

“크헙! 컥!”

순간 고한비의 몸이 붕 날아오르며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얼굴이 바로 부어올랐다!

헉!

루나 홀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동혁이 감히 고진강의 자제에게 손을 대다니!’

주태진이 일어나서 노발대발했다.

“네가 죽고 싶은 거지! 너뿐만 아니라 세화 가족까지 끌어들일 셈이야?”

옆에 있던 류혜진과 진창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루나 홀 안에서 태연한 사람은 이동혁뿐인 듯하다.

“여보, 겁내지 마. 버릇 나쁜 놈은 재벌 집 도련님이라도 맞아야 해. 괜찮아.”

사람들 모두 동혁이 미친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한비 씨, 괜찮으세요!”

주태진과 심장미가 허둥지둥 고한비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저리 비켜!”

화가 난 고한비가 두 사람을 밀쳤다. 이미 화가 나서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에게 함부로 손을 댄 사람은 없었다. 그의 아버지에게도 뺨을 맞은 적이 없었다!

“이 자식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오늘 이 자리에서 널 기게 만들지 못하면 내 성을 간다.”

동혁을 노려보던 고한비가 휴대폰을 꺼내 아버지 고진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엠파이어 호텔에서 맞았어요. 차와 사람 좀 불러주세요. 이 쓰레기 죽여버릴 거예요!”

“뭐? 바로 보내마!”

전화기 저편에서 분노에 찬 고진강의 음성이 여실히 모두의 귀에 들어왔다.

“이동혁, 넌 진짜 재앙 덩어리 그 자체야!”

류혜진이 날카로운 음성으로 소리치며 노발대발했다. 상대는 국장이다. 진씨 집안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

“고한비 씨, 동혁이 고의로 그런 게 아니니 제발 살려주세요.”

핏기 없는 얼굴의 세화가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동혁이 일으켜 세웠다.

“그러지 마, 여보. 걱정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저 놈이야.”

‘미쳤어! 미쳤어!’

‘지금이 어느 때인데…… 동혁이 저 놈은 터무니없는 말만 하고 있는 거야?’

류혜진은 눈앞이 흐려짐을 느끼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누가 감히 나 고진강의 아들을 때렸어!”

잠시 후 고진강이 성난 얼굴로 루나 홀에 나타났다. 그 뒤에 장정들이 와르르 따라왔다.

“아버지, 바로 이 놈이에요. 진씨 가문의 바보 사위래요!”

고한비가 동혁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욕 한 마디 했더니, 아버지도 감히 자기한테 함부로 말 못한다는 거예요!”

이제 다들 동혁을 곧 죽을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고진강의 얼굴은 이미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그래? 지금 감히 나 고진강을 놓고 그렇게 말했다고?”

노발대발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고진강의 시선이 마침내 이동혁에게서 멈추었다.

그리고 갑자기 제자리에 선 채 굳었다!

“이, 이, 이…….”

고진강은 머리카락이 쭈뼛해졌다. 입에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팍!

갑자기 고개를 돌린 고진강이 손바닥을 들어올려 아들의 뺨을 때리며 바닥에 눕혔다.

“이 병신, 너는 하늘도 법도 무서운 게 없지? 걸핏하면 사람을 때리려고 들다니, 이제 다 컸다는 거야, 응?”

“감히 이 엠파이어 호텔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죽고 싶은 거야 뭐야? 내가 먼저 네 놈을 때려 죽이고 말 테다!”

고진강은 자신의 아들이라고 해서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계속된 주먹질과 발길질이 이어지자 결국 고한비는 처참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모두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동혁이 맞아야 되는 거 아니야!’

“일어나, 사과해!”

고진강은 고한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억지로 들어올렸다.

그의 머리를 누르고 억지로 동혁에게 사과하라고 윽박질렀다.

동혁은 따지기가 귀찮아 무심한 듯 손을 들었다. 그러자 간신히 무거운 짐을 벗은 듯 고진강은 얼른 아들을 붙잡고 그곳을 떠났다.

한참이 지났지만 루나 홀은 여전히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모두들 멍하니 이동혁을 보고 있다.

한참 후 주태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국장이다 보니 가정 교육이 엄하군요, 하하.”

‘그런가?’

모두들 속으로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일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오히려 세화의 가족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느낌이었다.

“이동혁, 이번에는 네가 운이 좋았어. 정말 자신의 실력이라고는 착각하지 마.”

주태진이 동혁을 무시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오늘 만약 세화가 빚을 돌려받도록 내가 돕지 않았다면, 세화 가족이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 알기는 해?”

“네가 도왔다고?”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게 아니면 설마 너 같은 쓸모없는 놈이겠어?”

류혜진이 주태진을 잡아당겼다.

“태진이는 쟤 상대하지 마. 우리는 빨리 계산하고 나가자. 쟤를 보니 입맛이 떨어졌어!”

주태진이 벨을 눌러 직원을 불렀다.

“조금 전 심 사장님 측에서 이미 계산을 하셨습니다.”

잠시 말문을 잃었던 주태진이 하하 웃었다.

“이동혁, 너 아직도 의심하는 거야? 내가 세화 도왔다는 걸?”

“표범은 심 사장의 수하야. 심 사장이 분명 표범과 내 사이가 좋은 것을 알고 대신 계산을 해 준 걸 테지!”

주태진의 말과 표정에 의기양양함이 가득했다.

류혜진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웃었다.

“심 사장이 먼저 계산해 주다니 태진이 위세가 대단하구나. 우리 세화가 너와 결혼했다면 업신여김 같은 건 당하지 않았을 텐데.”

세화가 눈살을 찌푸렸다.

주태진에게 무관심한 절친을 보며 심장미가 말했다.

“주태진, 3일이 바로 세화의 생일인데, 어떻게 할 거야?”

“꼭…….”

주태진이 입을 열려는 순간 동혁이 말을 끊었다.

“심장미, 내 아내 생일은 당연히 내가 아주 성대하게 차려 줄 거야. 다른 사람이 끼어들 필요 없어.”

“하지만 세화의 절친이니 참석해도 돼. 주태진 너도 와서 보려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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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란 아파트단지.세화는 오늘 모처럼 새 옷으로 갈아입고 치장했다.그러나 여전히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였다.“동혁 씨, 치장이 끝났으니 우리 출발해요!”세화는 웃는 얼굴이 꽃처럼 아름다웠다. 동혁이 호화로운 생일상을 주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기만 하면 그녀는 만족했다.동혁도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뻗어 세화의 작은 손을 잡으려 했지만, 류혜진에게 맞아 툭하고 떨어졌다.그녀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가득했다.“너 정말 이 바보와 포장마차 국수나 먹으려는 거야!”“태진이 쪽에서 5성급 호텔까지 다 준비해 놨어. 한 테이블에 2백만 원이나 한대.”말이 떨어지자마자 입구에서 클랙슨 소리가 들려왔다.류혜진이 얼굴을 펴며 재촉했다.“틀림없이 태진이가 도착했을 거야, 세화야, 빨리 가자.”아래층에 내려 가자, 아니나 다를까 흰색 양복에 분홍색 장미 한 다발을 든 주태진이 그의 마세라티 옆에 서 있었다.세화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왔다.“세화야, 생일 축하해. 이건 너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야.”말하면서 손에 든 주얼리 상자를 열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태진아, 이게…….”세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난처해했다.“아이고, 이건 태진이가 너한테 청혼하는 거야! 이 계집애가 빨리 받아들이지 않고…….”류혜진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세화를 밀고 앞으로 걸어갔다.“어머니, 제가 준비한 생일잔치에 아직 가지도 않았어요. 이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요.”동혁은 손을 뻗어 세화를 붙잡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래도 이 바보 같은 놈이? 갈 때까지 가 보자는 거지…….”류혜진은 화가 나서 되려 웃었고, 주태진은 더욱 거들떠보지도 않는 얼굴로 말했다.“좋아, 먼저 네가 준비한 생일잔치에 가 보지.”주태진은 이미 더 이상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내 차는 네 사람만 탈 수 있는데, 네가 어떻게 같이 가? 설마 공유 자전거를 타는 건 아니겠지?”“괜찮아, 동혁 씨하고 나는 택시를 타고 가면 돼.

  • 전신이 깨어났다   제15화 동혁이 회장이야

    장원 입구는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다.모두의 시선이 동혁과 세화에게 집중되었다.‘세화의 생일연회?’‘그날 천룡투자그룹 회장은…….’‘그게…… 동혁이란 말이야?’진씨 가족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화란은 더 빙빙 도는 것 같았다!“아니! 그럴 리가 없어…….”“황, 황 회장님, 잘못 아신 거 아닙니까…….”화란은 거의 쓰러지다시피 했다. ‘동혁이 어떻게 천룡투자그룹 회장일 수 있어!’“닥쳐!”황지강은 손바닥으로 화란의 얼굴을 때렸다. 오랫동안 위에서 군림하던 기세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놀라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화란이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황지강은 다시 세화에게 공손하게 말했다.“미스 진, 장원으로 가시죠.”“저는…….”세화는 긴장하고 막막해서 거기에 서서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바로 이때, 황금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천천히 장원 안에서 빠져나왔다. 황지강은 롤스로이스 앞으로 가서 직접 동혁과 세화 두 사람을 위해 차 문을 열었다.마치 시중을 드는 듯한 이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잠깐만요.”동혁은 몸을 돌려 화란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목에 건 목걸이, 내 아내에게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만장의 눈빛이 화란을 향한 채 예의 주시했다.“이…… 동혁,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이것은 세한씨가 내게 준 생일 선물이야!”화란의 허탈한 대답이었다.이때 동혁의 뒤를 따르던 이향군이 앞으로 나가더니, 또 다시 화란의 따귀를 호되게 갈겼다.“무모하고 멍청한 것 같으니!”“여신의 마음은, 세화 아가씨의 생일 선물이야!”“왜 네가 착용하고 있는 거지?”화란은 퉁퉁 부은 뺨을 가린 채 온몸을 떨었다.사람들 앞에서 연속으로 뺨을 두 대나 맞았는데, 이런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사람을 만나겠는가? 또 어떻게 H시의 이름난 규수가 될 수 있겠는가?그러나 그를 때린 한 명은 H시의 최고 갑부인 황지강, 다른 한 명은 보석 재벌인 이향군이라서 전혀

  • 전신이 깨어났다   제16화 해체

    세화의 물음에 동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축하 선물 명단이 올라왔다.“H시 시정부의 하세량님이 조선시대 미인도 한 부를 선물했습니다…….”“소씨 가문, 오씨 가문, 정씨 가문 등 일류 가문의 가주들께서 각각 축의금 10억을 보내셨습니다…….”“고진강 국장님, 임보검 은행장님, 이향군 회장님…….”연회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이미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보고 다시 아연실색했다.정계와 재계, 흑백의 두 세력이 모두 모여 있었다.H시의 중요한 거물이란 거물들은 모두 값비싼 선물을 준비해서 얼굴을 내밀었다!큰 소리로 호명하는 일을 맡은 표범이 침을 삼켰다. 그가 여태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호탕한 축하 선물들을 본적이 없었다.축하선물 목록을 듣고 있던 진한영은 부러워 마지 않아 했다. 화란의 질투가 드디어 폭발했다.‘이 선물들을 진씨 집안에 보내면 얼마나 좋아.’“건축자재협회 주씨 가문의 주태진 님이 2억 상당의 비취 팔찌를 선물하셨습니다.”이름을 부르던 표범은 주태진의 핼쑥한 안색을 보고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어허, 이거 미스 진이 나한테서 빚을 받아 가실 때 도와주었던 주태진 도련님 아닌가? 별고 없으시지요…….”주태진의 입가에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원래 주씨 가문에서는 회장 부인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했었다. 그런데 그게 세화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가문의 사명을 짊어진 이상, 주태진도 염치 불구하고 보낼 수밖에 없었다.“표범…… 표범 형님, 다 오해입니다…….”“오해? 내가 오해했다고, X발!”표범이 갑자기 발을 들어 곧장 주태진의 몸을 걷어찼다!주태진은 배를 가린 채 온몸을 새우등처럼 구부리고 있었지만, 눈은 오히려 핏발이 섰다.“표범, 천룡투자그룹이 네 뒤에 있다고 아무 말이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우리 아버지가 건축자재협회 회장이라는 것을 잊지 마. H시에서 누가 감히 우리 아버지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어!”“주태진, 너 정말 위세가 당당한 걸…….”이때 동혁의 눈빛은 주태진에게 떨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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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신이 깨어났다   제1155화 아버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튀어 와.”무표정한 얼굴로 동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고통을 참으면서 바닥을 헤집고 일어선 원강조가 다시 한 번 동혁의 앞에 섰다.이번에는 동혁이 의사를 표시하기도 전에, 스스로 얼굴을 들이밀었다.짝!동혁이 다시 따귀를 때리자, 원강조는 다시 나가떨어졌다.“튀어 와...”응급실 복도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단지 튀어 오라는 동혁의 한 마디와 따귀 소리, 그리고 맞은 원강조가 다시 쓰러지는 소리뿐!마치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그러나 원강조가 정말 성실하게 동혁에게 협조하면서 순순히 얻어맞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계속해서 몇 번이나 나가 떨어진 원강조는, 이미 코가 시퍼렇게 부어올랐고 기어갈 수조차 없었다.그제서야 천천히 원강조의 앞에 다가온 동혁이, 원강조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너, 의약품관리청 3인자 자리에서 해직당했잖아. 누가 복직시켰어? 네 아버지야?”동혁이 비웃듯이 질문했다.애써 고개를 든 원강조가 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소리쳤다.“아닙니다! 우리 아버지가 아닙니다! 저도 복직하지 못했습니다!”“제가 해직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도 체면을 중시해서, 계속 허세를 부린 겁니다!”이 말을 듣자, 눈이 휘둥그레진 나연지는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능력도 없는 주제에 자신의 백 덕분에 원장이라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나연지는 당연히 H시 체제 내의 변동에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원강조가 해직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H시 시스템 안에 국한되어 있다.나연지는 떠도는 소문조차 듣지 못했다.‘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잇달아 두 사람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첫 번째로 전화했던 양상봉은 방금 면직되었다고 했어.’‘그리고 두 번째로 부른 원강조는 더 말도 안 돼! 일찌감치 자리에서 쫓겨나서 결국

  • 전신이 깨어났다   제1154화 튀어 와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원강조가 지금은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무표정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선 채,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튀어 와!”원강조는 무의식 중에 동혁의 앞에 섰다.짝!그리고 두말하지 않고 그 뚱뚱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렸다.거의 100kg이나 되는 원강조가 결국 동혁의 이 따귀를 맞고 곧바로 날아갔다.빅토리아병원의 직원들과 부딪쳐 쓰러지자, 아수라장이 되었다.누구도 동혁이 바로 원강조에게 손을 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게다가 따귀 한 대를 맞은 원강조가 바닥에 쓰러진 채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처참한 모습을 보자, 사람들의 뇌리에는 다시 한 번 동혁의 실력이 각인되었다.“뭣들 하고 있어? 빨리 원 부청정님을 일으켜 세워!”잠시 멍했던 나연지가 곧바로 반응하면서, 날카로운 소리로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이 개X끼, 네가 감히 원 부청장님을 때려!”“저 분이 누군지 알아? H시 의약품관리청의 3인자인 부청장님이야!”“죽을지 살지도 모르면서 정말 무법천지로 설치고 있지! 저런 사람까지 감히 때리다니, 뒈지고 싶은 거야?”말을 마친 나연지가 재빨리 원강조를 위로하러 갔다.“원 부청장님 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도 저 자식이 부청장님조차 안중에도 두지 않고 손찌검할 줄은 몰랐어요.”“저놈이 얼마나 날뛰는지 보셨지요? 절대 저 개X끼를 그냥 두시면 안 됩니다!”나연지는 겉으로는 마음이 아픈 듯이 굴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원강조가 오자마자 이동혁에게 이렇게 비참하게 맞았어.’‘이번에는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어. 겨우 원강조 하나만 가지고도, 저 새끼는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어.’그러나 부축을 받고 일어난 원강조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기만 할 뿐.펄쩍펄쩍 뛰는 나연지를 동혁은 아예 상대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원강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사람 말을 못 알아둘어? 튀어 오라고 했잖아!”“이 새끼, 네

  • 전신이 깨어났다   제1153화 내 얘기하는 거야?

    관자놀이의 핏줄이 불거질 정도로 화가 났지만, 나연지는 꾹 참고 대답하지 않았다.‘지금은 저 자식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어.’통화를 마친 뒤에야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말했다.“개자식, 네가 방금 전에 큰소리쳤지”“내가 부른 사람이 이미 도착했어, 기다려!”“조금 있다가 내 앞에 순순히 무릎을 꿇게 만들지 못한다면, 내 성을 갈겠어!”동혁이 웃으며 말했다.“나는 관여하고 싶지 않지만, 네가 이렇게 말했으니 나는 네가 무릎을 꿇게 만들어야겠네.”“하, 그래? 그럼 누가 이기는지 한번 볼까?”나연지가 이를 갈며 말했다.여태까지 살면서 오늘처럼 이렇게 사람을 증오한 적이 없었다.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동혁은 이미 수도 없이 죽었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깥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1층의 응급실로 향하는 복도에서 곧바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나 원장님, 어떤 자식이 이 병원에서 소란을 피웠다면서요?”“흥, 어떤 눈이 삔 개자식이 빅토리아병원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설쳐!”“그 자식은요? 얼른 튀어나와! 내가 끄집어내기 전에!”길을 막고 있던 병원 직원들을 퉁퉁한 손으로 헤치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곧 뚱뚱한 몸집에 불룩하게 배가 나온 뚱보가 거들먹거리면서 다가왔다.잔뜩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은 척 봐도 고위인사 행색이 몸에 밴 모습이다.이 뚱보를 본 나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원 부청장님, 정말 부처장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그 소란을 피운 자는 정말 사람이 아니에요. 일부러 트집을 잡아 소란을 피우는 건 고사하고 또 사람까지 때렸어요.” “그 자식한테 맞은 제 얼굴 좀 보세요!”“원 부청장님이 경찰 계통에 계신 건 아니지만, 의약품관리청도 법 집행권이 있지요.”“우리 빅토리아병원은 H시의 우수 납세기관인 데다가 많은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지요. 원 부청장님이 반드시 저희 병원을 위해 나서 주세요.”“양심 없는 나쁜 놈들이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명예를 손상하게 할 수는

  • 전신이 깨어났다   제1152화 비참한 운명

    “사실은, 어떤 개자식이 우리 빅토리아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부국장님이 부하를 데리고 좀 오셔야겠어요...”‘또 양상봉이야?’동혁의 얼굴에 음미하는 듯한 미소가 드러났다. 동혁마저도 양상봉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루에 세 번이나 나하고 부딪치다니, 양상봉이 그렇게 비참한 운명인 건가?’그러나 이번에 양상봉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나연지의 요구를 거절했다.[나 원장, 미안합니다. 저는 도울 수가 없습니다.][조 국장님이 이미 저를 직위 해제한다고 통보했어요. 또 조사도 받는 중이고요...]마치 운명을 인정하는 것처럼 단호하고 괴로운 말투였다.동혁은 양상봉이 직위해제 된 과정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경찰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조동래가 직위에서 해제하고 조사 중인 모양이네. 양상봉의 이전 문제들도 틀림없이 드러나겠지.’양상봉은 결국 구속될 수밖에 없을 테니, 이제 끝난 거나 다름없어.’그러나 적어도 양상봉이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경찰에서 양상봉의 가족을 돌봐줄 것이다.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이 경찰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 아부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미움을 산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양상봉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만약 아내와 아이가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자신이 구속되자마자 누군가가 가족에게 손을 쓸 지도 몰랐다.지금의 결과는 양상봉에게 있어서 이미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양상봉이 직위에서 해제되었다고?’멍하니 있던 나연지가 곧바로 말했다.“그래도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잖아요. 양 부국장님의 이전 부하들에게 빅토리아병원에 한 번 가 보라고 얘기하는 것도 안 될까요?”“우리 빅토리아병원 일이 잘 처리되기만 하면, 양 부국장님의 문제도 별거 아니에요. 우리가 힘을 써 볼게요.”“우리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모두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겠지요...”나연지는 동혁 앞에서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양상봉을 꼬드겼다.하지만 완전히 속인 건 아니다.양상봉은 이전에 빅토리아병원에 여러

  • 전신이 깨어났다   제1151화 단지 불만이 있을 뿐이야

    “너희 빅토리아병원은 귀족 병원이라고 자부하잖아, 왜 보안도 이렇게 허술해.”“이 전투력이 거리의 양아치들과 무슨 차이가 있어? 부자에 귀한 신분의 환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겠어?”복도에는 동혁만이 서 있었다.물티슈로 손을 닦으면서 무심한 듯이 말했다.동혁이 이렇게 거리낌 없이 조롱하자, 빅토리아병원 측의 사람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칠 정도였다. 그러나 감히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정말 동혁이 보여준 실력은 너무나 무서웠기에.‘돼지 스무 마리도 아니라 20여 명의 살아있는 사람이야. 그런데 이동혁에 의해 이렇게 쉽게 해결되었어.’‘하물며 정말 돼지 스무 마리가 좌충우돌한다 해도 이렇게 비참하게 패할 정도는 아닐 거야.’이 순간, 바보라도 알아야 한다. 이 젊은이는 정말 상대하기 어렵다는 걸.적어도 동혁이 감히 빅토리아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부하들에 의해 일어난 나연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다시 금테 안경을 썼다. 이 장면을 보자 나연지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다.‘20여 명의 경비원은 저 젊은이의 옷자락조차도 건드리지 못했어.’나연지도 몸놀림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은 처음 봤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 도대체 누가 너한테 빅토리아병원에 가서 소란을 피우라고 시켰어!”나연지는 무의식 중에 동혁에게서 좀 멀어졌다. 마음속으로는 두려운 게 분명했다.그러나 체면을 중시하는 심리가 작용해서, 여전히 자신의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동혁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나? 나는 권력도 세력도 없는 시민 아니야?”동혁은 담담하게 미소를 띠고 있지만, 말투는 오히려 조롱으로 가득 차 있다.“소란을 피우는 것에 대해서 네가 만약 고집스럽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소란을 피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하지만 아무도 나를 시키지 않았어. 단지 불만이 있을 뿐이야.”“너희 같은 이 쓰레기들이 한 짓에 대해서, 나는 양심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칼을 뽑을 거라고 생각하는데.”동혁의 불쾌한 눈빛이 빅

  • 전신이 깨어났다   제1150화 존재할 필요가 없겠어

    “나는 앞서 틀린 말을 하지 않았어. 게다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아.”“너희 병원은 의사로서의 덕망이 아예 없어. 저 소혜란뿐만 아니라 원장인 너부터 아래의 직원들까지 모두 다 말이야.”“모두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품위라고는 전혀 없는 쓰레기들이지!”“이런 병원은 내가 보기에도 존재할 필요가 없겠어...”동혁의 이 말이 끝나자 나연지의 얼굴빛이 흐려졌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빅토리아병원의 의료진들이 곧바로 큰소리로 떠들어댔다!“이 자식, 네가 뭔데 우리를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어!”“원장님, 이 병원에서의 소동은 반드시 끝까지 추궁해야 합니다!”“특히 사람을 때리고도 큰소리를 치는 이 불량배는, 반드시 엄벌해서 일벌백계로 삼아야 합니다!”“저자가 무릎을 꿇고 손해를 배상하게 한 뒤에 다시 손발을 끊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어중이떠중이들도 우리 병원에 달려와서 소란을 피울 겁니다...”동혁이 삿대질을 하며 이렇게 욕을 하자, 사람들의 분노도 순식간에 불붙었다.동혁이 방금 경비원들을 걷어차서 쓰러뜨린 걸 알고 꺼리지 않았다면, 동혁을 산 채로 찢어 버리려고 바로 달려들었을 것이다!이때 나연지가 가볍게 손을 들자, 1초 전까지만 해도 큰소리로 떠들던 사람들이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나연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동혁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자식, 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하지만 네가 방금 한 말은 이미 내 마지노선을 심하게 넘었어.”“이제는 사과와 배상도 너를 구할 수 없어.”말을 마친 나연지가 그 경비원들에게 손짓했다.“모두 함께 덤벼. 다른 건 내가 더 말할 필요도 없어. 저자가 바로 너희들의 이번 달 보너스야!”동혁의 싸움 실력이 괜찮다는 걸 알지만, 나연지는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았다.‘병원 전체에 20여 명의 경비원이 있는데 고작 애송이 한 명을 잡을 수 없겠어?’나연지의 명령에 따라 경비원들이 모두 늑대처럼 둘러쌌다.이 장면을 본 경찰 가족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오일룡의 아내도 노

  • 전신이 깨어났다   제1149화 나연지 병원장

    이 여자는 아주 예쁘게 생겼다. 다만 차가운 표정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은 다가서지 못하게 만드는 싸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이 여자가 다가오자, 끊임없이 떠들어대던 소혜란의 얼굴에도 두려운 기색이 드러났다.바로 빅토리아병원의 나연지 병원장이다.“원장님 오셨어요, 바로 이 자가 소란을 피웠어요!”곧바로 앞으로 마중나간 소혜란이 드레싱 룸 안의 동혁을 가리키면서, 원한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오자마자 소란을 피우고 저를 때린 건 고사하고, 환자를 데려가는 걸 막던 경비원들도 저자에게 맞았어요.”“더 괘씸한 건, 우리 빅토리아의 의사에게 의사로서의 덕망이 없다고 하면서, 우리 병원을 없애버리겠다고 큰소리쳤다는 거예요!”소혜란은 동혁의 면전에서 뻥튀기를 서슴지 않았다.분명히 동혁이 말한 건 소혜란 혼자인데, 오히려 소혜란은 병원의 모든 의사로 부풀린 것이다.어쨌든 동혁에 대해서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가진 소혜란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동혁을 죽이려고 했다.나연지는 눈빛은 땅바닥에 쓰러진 경비원들을 쓸어보았다. 마직막에 다시 동혁을 쳐다보는 눈빛은 더없이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하지만 빅토리아병원이 설립된 이래로, 감히 여기서 행패를 부리고, 이곳을 허물겠다고 큰소리친 사람은 네가 처음이지.”“이 점만으로도 너는 용서할 가치가 없어!”이 여자는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듯이 동혁을 바라보았다. 말하는 말투조차도 마치 높은 권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듯했다.이 여자의 강한 기세에 경찰 가족들 모두 깜짝 놀랐다.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앞으로 나간 오일룡의 아내가 말했다.“나 원장님, 우리가 굳이 소란을 피우려는 게 아니라 당신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정말 너무 심합니다!”“내 남편과 다른 부하 직원들이 중상을 입어서 이 병원에 와서 수속을 밟았고, 비용도 납부했습니다.”“그러나 족히 한 시간이 넘게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했어요.”“간호사는 핸드폰을 가지고 놀고 의사는 치료도 안 하고 잠만 자는 게

  • 전신이 깨어났다   제1148화 처참한 모습

    “소 닥터님!”비명을 지르며 달려간 두 간호사가 잡동사니 더미에서 꺼냈을 때, 소혜란은 이미 완전히 처참한 모습이었다.안경은 벗겨진 채 얼굴에는 붉은 손자국이 나 있었다. 풀어헤쳐진 머리는 마치 처녀귀신 같은 모습이었다.두 간호사가 부축하자, 소혜란은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네가 감히 나를 때려!”소혜란의 말투는 의혹으로 가득 차 있었다.평소에 이 빅토리아 국제병원에 와서 치료받는 사람들은 모두 정재계의 고위인사들이나 유명인사들이다.그 사람들조차도 이 의료진들을 대할 때는 모두 예의 바르고 온화한 모습이었다.그래서 소혜란 등 병원 관계자들도 자연스럽게 잘난 척하는 잘못된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평소에 상대하는 사람들 모두가 부자거나 고귀한 상류층 인사들이기 때문이다.권력도 세력도 없는 평범한 시민들은 당연히 더 이상 안중에도 두지 않게 되었다.그래서 그들은 앞서 동혁 등을 대하는 태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어차피 빅토리아 국제병원에는 환자가 부족하지 않다. 자신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뿐이다.‘게다가 이 사람들은 그저 별 볼 일 없는 가난뱅이일 뿐이야.’‘설마 무슨 일이야 생기겠어?’그런데 뜻밖에도 동혁이 사람을 때린 것이다.“이 개자식, 너 알아? 감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에서 행패를 부린 자는 네가 처음이야!”“너 아주 용기가 있구나! 방금 네가 나를 때렸으니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뺨을 가린 소혜란이 이를 갈면서 소리를 질렀다.“경비원, 경비원은 어디에 있는 거야? 여기 병원에서 난동을 피우면서 사람을 사람을 때리는데도 빨리 오지 않고!”“이 양아치 새끼, 넌 뒈졌어! 감히 우리 병원에서 의사를 때려!”두 간호사도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감히 여기서 행패를 부린 사람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이 보기에 동혁의 방금 행위는 죽음을 자초한 짓이나 마찬가지였다.“병원은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고 부상자를 치료하는 곳이야.

  • 전신이 깨어났다   제1147화 당신들이 낸 돈이 부족해

    “당신들 의사가 밥을 먹든 똥을 싸든 상관없어. 즉시 전화를 해.”“1분 안에 나타나지 않으면, 내가 병원을 부숴버려도 탓하지 마!”두 간호사 모두 동혁의 차가운 눈빛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말도 하지 못했다.“흥, 정말 대단한 말투네. 우리 빅토리아 국제병원의 환자들은 모두 고위 관료들과 명문가 사람들, 부유한 사업가들이나 명사들이에요.”바로 이때 간호사 데스크 옆의 ‘의사 당직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문이 열렸다.안경을 쓰고 주근깨가 가득한 여자는, 게슴츠레한 눈을 깜빡이며 밖으로 나오면서 흰 가운을 걸쳤다.동혁이 이 여자의 명찰을 힐끗 보았는데, 그 위에는 소혜란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소혜란은 동혁의 두 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평범하게 입은 걸 보니, 틀림없이 높은 신분의 인물은 아닐 거야.’비웃는 듯이 바라보던 여의사가 하찮다는 식으로 말했다.“당신 같은 평범한 시민이 말끝마다 감히 우리 병원을 부숴버리겠다고 말하는 건가요?”이 여자의 비아냥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밥 먹으러 간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왜 사무실에서 퍼질러 자고 있었어요?”“중상을 입은 환자가 몇 명이나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이게 의사로서의 당신의 도덕 수준인가요?”경찰들의 가족들도 이 여자를 노려보았다.‘당직 의사가 당직실에서 잠이나 자면서, 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외면하다니!’‘이건 정말 너무해!’“밥을 먹고 나서 잠을 자서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지 않겠어요? 왜, 문제가 있어요?”소혜란은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이 도리어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내게 무슨 의사의 도덕을 이야기하지 말아.”“이 시골뜨기야, 우리 빅토리아 국제병원이 영리병원인 것도 몰라?”“우리 여기는 돈만 따질 뿐 의사의 도덕은 따지지 않아.”“돈을 많이 준다면, 나는 당연히 가장 먼저 치료할 거야.”“내가 하지 않으면, 그건 단지 당신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이지.”“당신들이 낸 돈이 부족해.”소혜란이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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