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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아버지도 안 때리는데

심장미도 호기심에 그 거물을 만나보고 싶었다.

“세화야, 이따가 엘리베이터 입구에 가서 기다려 볼까?”

심장미가 세화의 옷을 잡아 끌며 말했다.

“아니야, 나는 조금 있다가 동혁 씨와 집에 갈 거야…….”

술을 한 잔 마신 세화는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심장미는 아직도 이동혁에게 연연하는 친구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말렸다.

“하, 세화야, 뭐 하러 그런 바보 같은 이동혁을 걱정하는 거야? 이건 정말 오기 힘든 기회라고. 혹시 알아? 그런 거물에게 좋은 인상을 주게 되면 너희 집 빚도 갚을 수 있을지?”

“그럼…… 그래.”

얼마 지나지 않아 고한비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모두 숨을 죽인 채 통화 내용에 온 신경을 모았다.

‘설마 이제 거물이 내려온다는 건가?’

잠시 후, 실망한 표정의 고한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아버님이 방금 전화로 식사가 끝났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분은 벌써 나가셨답니다.”

“아휴, 그런 대단한 사람을 만나 볼 기회였는데 운이 안 따르네…….”

다들 아쉬움에 탄식했다.

“여보, 식사 다 했어?”

바로 이때, 동혁이 룸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어딜 감히 또 와? 가요, 당장!”

눈 앞에 나타난 동혁에게 화가 난 장미가 동혁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탁!

동혁이 심장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성격이 우악스럽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세화의 절친이라 봐 주는 줄 알아! 다음은 어림도 없어!”

“이 병신이 감히 나를 협박해?!”

화가 난 심장미가 가녀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자 고한비가 테이블을 탁! 치며 일어섰다.

“이 자식, 당장 그 손 못 놔. 장미 양이 상대해 주는 것만해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넌 또 누구야?”

동혁이 차갑게 물었다.

“고 국장님 자제분이야! 빨리 손 안 내려!”

“고진강 아들?”

동혁이 그를 힐끗 보고는 차가운 음성으로 내뱉었다.

“네 아버지도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은 못해.”

“죽을래?”

동혁의 말에 잠시 멍했던 고한비가 벌컥 화를 내며 앞으로 나왔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동혁을 때리려 달려들었다.

팍!

심장미의 손목을 놓은 동혁이 그대로 고한비의 뺨을 올려 쳤다.

“크헙! 컥!”

순간 고한비의 몸이 붕 날아오르며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얼굴이 바로 부어올랐다!

헉!

루나 홀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동혁이 감히 고진강의 자제에게 손을 대다니!’

주태진이 일어나서 노발대발했다.

“네가 죽고 싶은 거지! 너뿐만 아니라 세화 가족까지 끌어들일 셈이야?”

옆에 있던 류혜진과 진창하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루나 홀 안에서 태연한 사람은 이동혁뿐인 듯하다.

“여보, 겁내지 마. 버릇 나쁜 놈은 재벌 집 도련님이라도 맞아야 해. 괜찮아.”

사람들 모두 동혁이 미친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한비 씨, 괜찮으세요!”

주태진과 심장미가 허둥지둥 고한비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저리 비켜!”

화가 난 고한비가 두 사람을 밀쳤다. 이미 화가 나서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에게 함부로 손을 댄 사람은 없었다. 그의 아버지에게도 뺨을 맞은 적이 없었다!

“이 자식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오늘 이 자리에서 널 기게 만들지 못하면 내 성을 간다.”

동혁을 노려보던 고한비가 휴대폰을 꺼내 아버지 고진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엠파이어 호텔에서 맞았어요. 차와 사람 좀 불러주세요. 이 쓰레기 죽여버릴 거예요!”

“뭐? 바로 보내마!”

전화기 저편에서 분노에 찬 고진강의 음성이 여실히 모두의 귀에 들어왔다.

“이동혁, 넌 진짜 재앙 덩어리 그 자체야!”

류혜진이 날카로운 음성으로 소리치며 노발대발했다. 상대는 국장이다. 진씨 집안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

“고한비 씨, 동혁이 고의로 그런 게 아니니 제발 살려주세요.”

핏기 없는 얼굴의 세화가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동혁이 일으켜 세웠다.

“그러지 마, 여보. 걱정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저 놈이야.”

‘미쳤어! 미쳤어!’

‘지금이 어느 때인데…… 동혁이 저 놈은 터무니없는 말만 하고 있는 거야?’

류혜진은 눈앞이 흐려짐을 느끼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누가 감히 나 고진강의 아들을 때렸어!”

잠시 후 고진강이 성난 얼굴로 루나 홀에 나타났다. 그 뒤에 장정들이 와르르 따라왔다.

“아버지, 바로 이 놈이에요. 진씨 가문의 바보 사위래요!”

고한비가 동혁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욕 한 마디 했더니, 아버지도 감히 자기한테 함부로 말 못한다는 거예요!”

이제 다들 동혁을 곧 죽을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고진강의 얼굴은 이미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그래? 지금 감히 나 고진강을 놓고 그렇게 말했다고?”

노발대발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고진강의 시선이 마침내 이동혁에게서 멈추었다.

그리고 갑자기 제자리에 선 채 굳었다!

“이, 이, 이…….”

고진강은 머리카락이 쭈뼛해졌다. 입에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팍!

갑자기 고개를 돌린 고진강이 손바닥을 들어올려 아들의 뺨을 때리며 바닥에 눕혔다.

“이 병신, 너는 하늘도 법도 무서운 게 없지? 걸핏하면 사람을 때리려고 들다니, 이제 다 컸다는 거야, 응?”

“감히 이 엠파이어 호텔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죽고 싶은 거야 뭐야? 내가 먼저 네 놈을 때려 죽이고 말 테다!”

고진강은 자신의 아들이라고 해서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계속된 주먹질과 발길질이 이어지자 결국 고한비는 처참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모두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동혁이 맞아야 되는 거 아니야!’

“일어나, 사과해!”

고진강은 고한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억지로 들어올렸다.

그의 머리를 누르고 억지로 동혁에게 사과하라고 윽박질렀다.

동혁은 따지기가 귀찮아 무심한 듯 손을 들었다. 그러자 간신히 무거운 짐을 벗은 듯 고진강은 얼른 아들을 붙잡고 그곳을 떠났다.

한참이 지났지만 루나 홀은 여전히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모두들 멍하니 이동혁을 보고 있다.

한참 후 주태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국장이다 보니 가정 교육이 엄하군요, 하하.”

‘그런가?’

모두들 속으로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일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오히려 세화의 가족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느낌이었다.

“이동혁, 이번에는 네가 운이 좋았어. 정말 자신의 실력이라고는 착각하지 마.”

주태진이 동혁을 무시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오늘 만약 세화가 빚을 돌려받도록 내가 돕지 않았다면, 세화 가족이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 알기는 해?”

“네가 도왔다고?”

동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게 아니면 설마 너 같은 쓸모없는 놈이겠어?”

류혜진이 주태진을 잡아당겼다.

“태진이는 쟤 상대하지 마. 우리는 빨리 계산하고 나가자. 쟤를 보니 입맛이 떨어졌어!”

주태진이 벨을 눌러 직원을 불렀다.

“조금 전 심 사장님 측에서 이미 계산을 하셨습니다.”

잠시 말문을 잃었던 주태진이 하하 웃었다.

“이동혁, 너 아직도 의심하는 거야? 내가 세화 도왔다는 걸?”

“표범은 심 사장의 수하야. 심 사장이 분명 표범과 내 사이가 좋은 것을 알고 대신 계산을 해 준 걸 테지!”

주태진의 말과 표정에 의기양양함이 가득했다.

류혜진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웃었다.

“심 사장이 먼저 계산해 주다니 태진이 위세가 대단하구나. 우리 세화가 너와 결혼했다면 업신여김 같은 건 당하지 않았을 텐데.”

세화가 눈살을 찌푸렸다.

주태진에게 무관심한 절친을 보며 심장미가 말했다.

“주태진, 3일이 바로 세화의 생일인데, 어떻게 할 거야?”

“꼭…….”

주태진이 입을 열려는 순간 동혁이 말을 끊었다.

“심장미, 내 아내 생일은 당연히 내가 아주 성대하게 차려 줄 거야. 다른 사람이 끼어들 필요 없어.”

“하지만 세화의 절친이니 참석해도 돼. 주태진 너도 와서 보려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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