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진은 말을 하면 할수록 격해져서 다시 동혁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때리면서, 동혁에게 하늘거울 저택에서 나가라고 했다.“동혁 씨 일단 나가. 내가 엄마를 달래고 다시 부를게.” 세화도 류혜진을 어찌할 수 없어 동혁을 먼저 내보냈다. 동혁은 화가 난 채로 문밖으로 나갔다. 동혁은 직접 선우설리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난정호텔 쪽은 어떻게 된 거야? 사람을 잘못 알았다며, 산해홀을 예약한 것이 내가 아니라니!” 동혁의 말을 듣는 순간 선우설리는 살기를 느꼈다. “회장님, 제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보고하겠습니다.” 동혁은 전화를 끊고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무표정한 얼굴로 기다렸다. 5분 후, 그는 선우설리의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알아보니, 오후에 회장님이 난정호텔에서 떠나 신 후, 장 사장이 류 여사님을 거리로 내쫓았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정경래가 그에게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선우설리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고했다. 동혁은 말했다. “그러니까 정경래가 뒤에서 꿍꿍이를 꾸몄다고?” 선우설리는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됐다. 동혁의 신분을 알고 있는 그녀는 동혁의 화를 불러일으키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잘 알고 있었다. “네. 정경래가 류 여사를 쫓아내게 하고 나서, 자신이 직접 류 여사에게 가서…….” 선우설리는 정경래가 장 사장을 때리고, 장계금 가족을 쫓아내고, 류혜진이 산해홀에서 집들이를 하게 한 일 등을 계속 보고했다. “꼼수가 아주 저질이 고만.” 동혁은 정경래의 속셈을 파악하고 차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이런 저급한 속임수가 하필이면 류혜진 같은 사람에게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지금 장모님은 자신을 철저히 미워하고 있다. “선우설리, 그 장 사장, 영원히 H시에서 쫓아내.” 동혁은 비록 정경래의 지시를 받은 것이지만, 장 사장이 류혜진을 거리로 쫓아낸 일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해 차갑게 말했다. 그를 H시에서 내쫓는 것은 일종의 벌이었다.
“혜진아, 이 총각이 네 미래의 사위야? 이렇게 기쁜 날에 왜 눈치를 주고 그래.” 이 외지에서 온 오랜 친구들은 세화가 이미 결혼한 줄도 모르고, 호기심 있게 동혁을 쳐다봤다. 세화의 남자친구가 틀림없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대했다. 류혜진은 투덜거렸다. “헛소리하지 마. 이 사람은 우리 집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혜진 이모, 축하드려요. 오늘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바로 그때, 멋진 양복을 입은 정경래가 갑자기 다가왔다. “정 군 말도 아주 잘하네. 나도 다 늙어서 별로야.” 류혜진은 정경래를 보자 얼굴에 미소가 생기더니 적극적으로 그의 팔을 끌어당겼다. “혜진아, 이 분이 사위 될 사람이구나. 이렇게 다정하게 부르다니.” 그 몇 명의 오랜 친구들은 정경래를 보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돈이 많을 것 같은 이 젊은이가 세화의 남자친구로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름은 정경래, 아주 훌륭한 총각이야. 이 난정호텔도 바로 이 정 군 가문 소유야.” 류해진은 인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말투로 정경래를 소개했다.정경래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눈에 희색이 돌았다. 그는 먼저 예의 바르게 류혜진의 옛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어서 세화에게 다가왔다. “세화 씨, 집들이 일은 이미 제가 다 준비했고, 친구분들도 잘 모실테니, 세화 씨는 쉬면서 혜진 이모 곁에 있어요.” 그의 말에 류혜진의 오랜 친구들은 정경래를 칭찬하며, 이 작은 일까지 세화에 대해 매우 신경을 쓰고 자상하다며 이야기했다. 류혜진도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경래를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떨어질 지경이었다.“가식 떨긴!” 진실을 알고 있는 세화가 차갑게 한 마디 뱉었다. 얼굴에는 혐오감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주태진은 진정 소인배고, 이 정경래는 위선자야.’ 모두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그런 타입의 사람이었다. 만약 집들이를 망칠까 봐 두렵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 정경래의 얼굴에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세화는 왜 정 군의 말에
“왜 또 네가 뒤에서 부추기는 거야? 넌 사람을 속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류혜진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만약 소란이 크지 않고, 저 오랜 친구들이 동혁이 자신의 사위라는 것을 알게 될까 봐 걱정만 안 돼도, 그녀는 이미 동혁을 쫓아냈을 것이다. “혜진 이모, 화내지 마세요. 집들이를 하는 날이니 즐겁게 보내자고요. 괜히 저 사람 때문에 기분 망치지 마시고요.” 정경래는 또 좋은 사람인 척했다. 류혜진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동혁에게서 관심을 거두며 말했다. “정 군, 곧 연회가 시작되니 잠시 후에 무대에 올라 나를 도와서 몇 마디 해 주겠어요? 내가 말솜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 말을 더듬어 모두에게 웃음거리가 될까 봐 걱정이에요.” 정경래는 어리둥절했지만 미친 듯이 기뻐했다. 류혜진이 자신을 무대에 올려 세희 씨 가족을 대표하여 인사하게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엄마, 정경래 저 사람은 우리 집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그 사람에게 얘기하게 할 수 있어요? 동혁 씨나 제가 올라가서 할게요.” 세화는 초조해 일어서 류혜진에게 말했다. 류혜진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어. 세상 물정에 밝은 정 군 말고, 대체 동혁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그만둬, 내가 지금 얼마나 화를 참고 있는지 알아? 나중에 집에 가서 얘기해!” 그녀는 정경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서 세화가 그에 대한 생각을 바꾸길 원했다.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경래는 얼른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크흠, 친척분, 친구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정경래라고 합니다. 모두들 저를 정 군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곧 연회가 시작됩니다. 그전에 혜진 이모가 집안을 대표해서 여러분에게 몇 마디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모두들 오늘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대접이 소홀하다 여기신다면, 제가 여기서 먼저 사죄하겠습니다.” 박수 소리가 요란했다.모두들 이 멋지고 대범한 젊은이에게 호감을 가졌다
황기석은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악랄하게 우 사장을 쳐다봤다. “뚱보야, 네가 감히 저급한 물건으로 나를 속이다니, 너 정말 안 되겠어. 당장 산해홀을 우리에게 양보해!” 그러자 세화네 이웃친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얼른 일어섰다. “혜진아 이게 웬일이야? 이런 허름한 곳을 마련해서 밥을 먹지도 못하고 쫓겨나고…….” 어떤 사람들은 불평하기 시작했다. 류혜진은 그 말을 듣고 난처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자신이 어찌 알았겠나?류혜진은 용기 내어 말했다. “형님, 우리도 이 집들이를 하는데 돈이 많이 썼어요. 그러니 다른 데 가서 드세요.” 짝! 그녀의 뺨을 때린 노란 머리는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조용히 꺼져!” 류혜진은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엄마!” 진세화가 얼른 달려오자 동혁은 그 뒤를 따라 차가운 눈으로 황기석를 보고는 류혜진을 부축했다. “건드리지 마!” 류혜진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다가오는 정경래를 바라보았다. “정 군, 여기는 자네 호텔이야. 저놈들 좀 어떻게 안 되겠나?” “혜진 이모, 조급해 할거 없으세요. 제가 바로 올라가서 처리할게요. 이 깡패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경래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노란 머리를 향해 걸어갔다. “다들 진정하시고 모두 자리에 앉아 계세요. 제가 바로 쫓아낼게요. 곧 모두 다시 식사를 계속할 수 있을 거예요.” 그는 걸어가면서 큰소리로 떠나려는 손님들을 불렀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당황한 손님들도 잠시 안정을 찾았다. “흥, 누가 이렇게 큰 소리로 나 김대이를 쫓아내려고? 우리 좀 얘기 좀 해야겠어!” 바로 그때, 음산한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김대이는 또 누구야?’정경래는 어리둥절했다. “야, 못 들었어? 우리 사장님이 얘기 좀 하자시잖아?” “흥, 못할 게 뭐 있어!” 정경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홀을 나섰다. 바깥에 일행이 서 있었는데, 그 맨 앞에 있는 사람은 손에 철호두 한 쌍을 쥐고 계속 돌리고 있
손님들은 말을 듣자마자 젓가락을 들었다. “젠장! 지금 한가롭게 먹을 때가 아니에요. 모두 당장 산해홀을 나가요!” 정경래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발을 동동 구르며 사람을 쫓아낼 줄 누가 알았을까? 사람들이 막 집어 든 젓가락을 다시 놓았다. 류혜진은 물었다. “정 군, 왜 그래요? 그 깡패들을 쫓아내지 않았어요?” “젠장! 저 사람들은 건드릴 수 없어요. 그냥 빨리 나가요!” 정경래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죽을 것 같아 사람들을 빨리 쫓아내고 싶어 했다. 류혜진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류혜진은 잠시 그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그가 한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나가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집들이 준비를 잘못했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밥 한번 살게요.” 류혜진이 울다시피 말했다. 손님들이 갑자기 밥도 먹지 못하고 쫓겨나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어머니, 집들이 그냥 계속해도 돼요, 나갈 필요 없어요.” 바로 그때 동혁이 벌떡 일어서 말했다. “왜 아직 그대로야? 뭘 꾸물거려?” 그때 황기석이 문 앞에 나타나서 흉악한 귀신처럼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형님, 어르신께 잠시만 기다리시면 곧 정리된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정경래는 얼른 비위를 맞추며 동혁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죽기 싫으면 빨리 꺼져. 밖에 있는 분은 암흑가의 대부 김대이 어르신이라고.” ‘김대이?’ 이동혁은 원래 자신이 나가서 직접 어느 망나니가 이렇게 날뛰는지 보려고 했는데, 이 말을 듣고 갑자기 황기석을 쳐다보았다. “너! 가서 황금니보고 튀어오라고 해.” 동혁이 죽을 수도 있는 말을 너무나 쉽게 하자, 그 황기석의 안색이 변했다. “네가 뭔데 감히 우리 어르신 별명을 불러?” 황기석이 말하며 다가와 때리려고 했다. 동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내 이름? 이동혁.” ‘이동혁?’ ‘왜 이렇게 익숙한 이름이지?’ 그는 머뭇거리더니, 김대이에게 갔다. “이동혁, 넌 이제 죽었다. 네가 감히 어르신에게 튀
‘응?’동혁은 오히려 김대이를 놀렸다. “그럼, 내 앞에 소 같은 너 말고 다른 물건 없어?” “형님, 원하신다면, 이 소 같은 저는 앞으로 형님의 것이 될 것입니다. 저를 동쪽으로 가라 하면 동쪽으로, 서쪽으로 가라 하면 서쪽으로 가겠습니다.” 김대이는 웃고 있었는데, 동혁을 위해 그의 소가 되어 일한다면 오히려 그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넌 자격이 없어.” 동혁은 당연히 이 물건의 속셈을 알고 고개를 저었다. “무엇이든 대가를 받아야 놓아줄 수 있는데…….” 동혁의 눈빛이 상대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김대이는 갑자기 놀라서 당황했지만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그럼 형님, 말씀만 하십시오. 제 팔을 달라고 해도 제 다리를 달라고 해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 피를 보고 싶지 않아.” 그러자 동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 앞니가 좋겠어. 뽑아!” “네?” 김대이는 동혁이 그에게 이를 뽑으라고 할 줄은 몰랐다. 그 두 개의 금으로 만든 앞니, 그에게는 암흑가의 신분증과 같았다. “그럼, 형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대로 일어나 테이블에서 병따개를 집어 들고 망설임 없이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딸칵! 금니 두 개가 소리와 함께 부러졌다. 아팠지만, 김대이는 한사코 입을 막고 있었다. 동혁이 피를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꺼져!” 동혁은 발을 차는 시늉을 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형님!” 김대이는 일어나서 부하들을 데리고 나갔다. 동혁은 고개를 돌리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웃었다. “다들 식사하시지요.” 모두가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아무도 감히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그들은 모두 동혁의 정체가 무엇인지 추측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뭐지? 뜻밖에도 암흑가의 대부 김 어르신을 강아지처럼 다루고, 이 사람이 이빨을 뽑으라고 하니 이빨을 뽑다니.’ 그리고 그 소위 정씨 가문의 큰 도련님인 정경래는 김
정충화는 정경래의 아버지이자 정가 2대 가주였다. “이 바보가, 감히 우리 아버지를 모욕하다니!” 동혁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자, 정경래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류혜진도 화를 냈다. “동혁이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받지 못하다니? 세화는 후배야. 후배가 선배에게 술을 권하는 것을 어찌 받지 못할까!” 류혜진이 또 화를 맬 기세를 보이자 동혁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 제가 말을 잘못했어요.” 류혜진이 집들이를 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정충화에게 사과하라고 했을 것이다.“줏대 없기는!” 동혁이 이렇게 빨리 물러서는 것을 보고 정경래는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동혁을 상대하기 귀찮았고, 류혜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계속 그녀를 향해 돌아서있었다. 그가 보기에 이 집안의 진정한 주인은 류혜진이었고, 진창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류혜진이 자신을 인정하기만 하면, 세화와 동혁은 분명히 이혼할 것이다! 곧 그는 미인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세화가 원하지 않더라고 어머니를 등에 업고 그녀와 잘해보면 된다. 그 쾌감은 그가 예전에 돈으로 돈만 밝히는 여자들을 때려 부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어느덧 집들이가 끝나가자 손님들이 작별 인사를 하러 몰려왔다. “혜진 씨, 아주 좋아요. 전에 듣기로는 이 산해홀의 한 테이블가격이 뜻밖에도 4백만 원짜리라던데, 혜진 씨 집이 이제 좋아졌군요!” “하하, 모두 정 군 덕이예요.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 집안에서 무슨 돈이 있어서 여기서 집들이를 하겠어요?” 칭찬이 쏟아지는 가운데 류혜진은 기뻐하며 웃으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집들이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끝났다. 예전에는 남의 집들이나 생일잔치에 참석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주인공이었다. 게다가 한 테이블에 백만 원으로 4백만 원 테이블이 있는 산해홀에서 집들이를 열었는데, 매우 그럴듯했다. 그녀는 정경래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이미 그의 아버
세화가 순순히 술잔을 드는 것을 보고 정경래는 득의양양했다. 그는 세화가 자기 아버지에게 술을 권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류혜진이 명령하기만 하면, 그녀는 순순히 말을 들어야 한다. 류혜진의 비위를 맞추는 자신의 전략은 정말 완벽했다. 이 무식한 미련한 노인네만 달래면, 그녀는 순순히 자기 딸을 자기 침대로 데려다 줄 것이다. 그는 급히 술을 한 잔 따라 정충화의 손에 쥐어주었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그저 멍하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버지, 세화 씨가 술 한 잔 드리려는데, 무슨 생각하세요?” “오…….” 정충화는 정신을 차리고 아들이 손에 쥐어준 잔을 보자 뜨거운 감자를 움켜쥔 듯 무의식적으로 손을 놓았다. 탁! 술잔이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류혜진은 순간 어리둥절해했고, 정충화가 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렇다고 생각하고 화를 냈다. “세화야, 머뭇머뭇 뭐 하는 거야? 정 사장님에게 술을 권하라고 했잖니?” 류혜진은 화가 나서 말했다. “잔을 가져오라고 하지 말고 빨리 네가 사장님께 직접 갖다 드려!” 정충화는 류혜진이 오해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아니, 아니, 그럴 거 없어요.” 그가 그렇게 말할수록 류혜진은 그가 언짢은 줄 알고 즉시 세화를 밀었다. “빨리!” 세화는 마지못해 잔을 따라 정충화에게 직접 건네며 말했다. “사장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방금 일은 마음에 두지 마세요. 제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서 그래요.” 세화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류혜진은 그녀에게 술을 한 잔 올리도록 강요했다. 정충화는 더더욱 마시지 못했다. 그는 류혜진이 또 말을 하려고 하자 얼른 찝찝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류 여사님, 세화 양에게 술을 권하게 하지 마세요, 제가 받을 수 없습니다!” ‘네?’ ‘받을 수 없습니다?’‘이 말이 왜 이렇게 귀에 익지?’ 무의식적으로 다른 몇 명은 동혁을 쳐다봤다. 분명 전에 그가 이렇게 말했었다. 그들은 동혁이 불만이 많아 이상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
동혁의 말은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인 부태서 앞에서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리겠다고 큰소리쳤어.’ ‘게다가 상대방에게 의견을 묻다니!’‘이건 면전에서 따귀를 때리는 것하고 무슨 차이가 있어?’오태강은 곧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이 자식, 그 일을 부태서에게 왜 물어? 네가 부른 7개 부문의 수장들에게 물어야지.”“저 사람들에게 물어봐, 부태서 앞에서 저들이 감히 빅토리아병원을 봉쇄할 수 있겠어?”오태강은 비꼬는 말로 조롱하면서 동혁을 보고 비웃었다.“하하, 당연히 감히 할 수 없겠지. 부태서가 누군데 말이야!”“부태서는 우리 H시 전전 시장님의 친손자야. H시 넘버원 청년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H시에서 부 전전 시장님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데.” “저 7개 부문 수장들이 감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을 건드릴 수 있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저 사람들을 아버지로 모시겠어!”“이동혁, 넌 웃음거리가 됐지만 그래도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오늘 부태서 씨가 있으니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나연지, 소태란 등도 큰 소리로 비웃었다.‘전전 시장의 손자도 우리 병원 주주인데 뭐가 무서워.’‘7 개 부처가 연합해서 법을 집행해도 상관없어.’‘오늘 70개 부서가 오더라도 못 해!’사람들의 조롱에 7개 부서의 수장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지금 황성민 같은 사람들조차도 동혁이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새 시장인 이동혁이 지위와 권력이 대단하다 해도.’‘부태서와 비교하면 확실히 평범한 수준이야.’‘부태서의 할아버지가 H시를 20년 동안 장악했던 전 시장 부천정이라는 걸 기억해야 해.’‘새로 부임한 시장이 부임하자마자, 현지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전 시장의 미움을 샀어.’‘정말 현명하지 못한 처사 아니야?’“나는 저 사람들에게 묻지 않았어.”차가운 눈빛으로 황성민 등을 힐끗 쳐다본 뒤, 동혁은 다시 부태서를
거들먹거리며 걸어오는 청년의 말투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모두들 자기도 모르게 이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오만하게 날뛰면서 걸핏하면 죽여버리겠다니, 도대체 누구야?’“부태서!”청년을 보자마자 황성민 등의 표정은 크게 변했다.온 청년은 뜻밖에도 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 부태서!부천정은 H시에서 지 20년이나 시장을 지냈기에, 그의 손자가 누구인지 사람들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사람들의 반응을 본 오태강이 씩 웃었다.“보아하니 당신들 모두 부태서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모양이네.” “그래, 부태서도 여전히 우리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야!”황성민 등의 표정은 안절부절 종잡을 수가 없었다.모두 부태서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실제로 H시의 많은 회사들은 부태서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 그의 표면상의 신분은 한 투자회사의 사장으로, 여러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사실상 부태서의 투자회사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할아버지 부천정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이 선생님.”골치아프게 됐다는 걸 깨달은 황성민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동혁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오늘 이 빅토리아병원의 간판을 내리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저 부태서는 부천정 전전 시장의 손자입니다. 저희도 그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일 줄은 몰랐습니다.”황성민은 동혁에게 빅토리아병원 때문에 전전 시장 부천정과 충돌하지 말라고 일깨워준 것이다.이들은 부천정이 H시에서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었다.신구 시장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누가 이기고 질지 정말 말하기 어렵다.“퇴직한 늙은이의 손자가 아주 대단하군요. 당신들 일도 그만두게 할 수 있겠어요?”동혁은 일곱 부서의 수장들을 향해서 싸늘하게 말했다.모두 동혁의 차가운 눈빛에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고통을 호소할 뿐!오태강과 어깨동무를 한 채 얘기를 나누던 부태서가 이
“엉엉, 태강 씨, 저 자식한테 또 맞았어!”나연지는 울며불며 오태강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지금 그 녀석이 얼마나 날뛰는지 직접 봤지?”“당신 앞에서도 감히 나를 때렸어!”“저 자식은 내 얼굴을 때린 게 아니라, 분명히 태강 씨 얼굴을 때린 거야. 흑흑...”동혁에 대한 원한에 사무친 나연지는 끊임없이 오태강을 선동했다. 분노한 오태강이 손을 써서 동혁을 완전히 죽여버리도록!“됐어!”나연지의 울음소리에 짜증이 난 오태강이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동혁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새끼, 내가 방금 너한테 말했지. 나연지는 내 여자라고.”“감히 내 앞에서 내 여자를 때리다니, 나 오태강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오태강의 말투는 극도로 음산했다.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동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처럼 머리도 안 돌아가면서 시치미를 떼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 나를 본 적도 없으면서, 무슨 수로 너를 눈에 넣는 걸 본다는 거야?”“네 면전에서 네 여자를 때렸는데도, 너는 여전히 이걸 물어보네.”“내가 티를 안 내서 그런 건가?”“그럼 내가 다시 네 면전에서 네 병원 간판을 내리게 해서 증명해 주겠어.”동혁의 이 말을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숨을 들이마셨다.‘오태강이 아주 기고만장해서 날뛰는 건 자신이 여러 사립병원의 소유주이기 때문이야.’‘게다가 리성투자회사 사장 오한민의 친조카라서 밑천이 두둑하기 때문이자.’‘그러나 이동혁은 오히려 그보다 더 날뛰고 있어!’‘대놓고 오태강에게 나는 정말로 너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고 말했어!’‘이걸 오태강이 참을 수 있겠어?’과연 동혁의 말이 떨어지자, 오태강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를 악물고 있던 오태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자 헛웃음을 터뜨렸다.“좋아, 좋아, 좋아! 네가 내 병원을 어떻게 문을 닫게 할 건지 내가 한번 보겠어!”“네가 7개 부서의 이 폐물들에게 시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