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화는 정경래의 아버지이자 정가 2대 가주였다. “이 바보가, 감히 우리 아버지를 모욕하다니!” 동혁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자, 정경래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류혜진도 화를 냈다. “동혁이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받지 못하다니? 세화는 후배야. 후배가 선배에게 술을 권하는 것을 어찌 받지 못할까!” 류혜진이 또 화를 맬 기세를 보이자 동혁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 제가 말을 잘못했어요.” 류혜진이 집들이를 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정충화에게 사과하라고 했을 것이다.“줏대 없기는!” 동혁이 이렇게 빨리 물러서는 것을 보고 정경래는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동혁을 상대하기 귀찮았고, 류혜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계속 그녀를 향해 돌아서있었다. 그가 보기에 이 집안의 진정한 주인은 류혜진이었고, 진창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류혜진이 자신을 인정하기만 하면, 세화와 동혁은 분명히 이혼할 것이다! 곧 그는 미인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세화가 원하지 않더라고 어머니를 등에 업고 그녀와 잘해보면 된다. 그 쾌감은 그가 예전에 돈으로 돈만 밝히는 여자들을 때려 부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어느덧 집들이가 끝나가자 손님들이 작별 인사를 하러 몰려왔다. “혜진 씨, 아주 좋아요. 전에 듣기로는 이 산해홀의 한 테이블가격이 뜻밖에도 4백만 원짜리라던데, 혜진 씨 집이 이제 좋아졌군요!” “하하, 모두 정 군 덕이예요.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 집안에서 무슨 돈이 있어서 여기서 집들이를 하겠어요?” 칭찬이 쏟아지는 가운데 류혜진은 기뻐하며 웃으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집들이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끝났다. 예전에는 남의 집들이나 생일잔치에 참석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주인공이었다. 게다가 한 테이블에 백만 원으로 4백만 원 테이블이 있는 산해홀에서 집들이를 열었는데, 매우 그럴듯했다. 그녀는 정경래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이미 그의 아버
세화가 순순히 술잔을 드는 것을 보고 정경래는 득의양양했다. 그는 세화가 자기 아버지에게 술을 권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류혜진이 명령하기만 하면, 그녀는 순순히 말을 들어야 한다. 류혜진의 비위를 맞추는 자신의 전략은 정말 완벽했다. 이 무식한 미련한 노인네만 달래면, 그녀는 순순히 자기 딸을 자기 침대로 데려다 줄 것이다. 그는 급히 술을 한 잔 따라 정충화의 손에 쥐어주었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그저 멍하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버지, 세화 씨가 술 한 잔 드리려는데, 무슨 생각하세요?” “오…….” 정충화는 정신을 차리고 아들이 손에 쥐어준 잔을 보자 뜨거운 감자를 움켜쥔 듯 무의식적으로 손을 놓았다. 탁! 술잔이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류혜진은 순간 어리둥절해했고, 정충화가 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렇다고 생각하고 화를 냈다. “세화야, 머뭇머뭇 뭐 하는 거야? 정 사장님에게 술을 권하라고 했잖니?” 류혜진은 화가 나서 말했다. “잔을 가져오라고 하지 말고 빨리 네가 사장님께 직접 갖다 드려!” 정충화는 류혜진이 오해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아니, 아니, 그럴 거 없어요.” 그가 그렇게 말할수록 류혜진은 그가 언짢은 줄 알고 즉시 세화를 밀었다. “빨리!” 세화는 마지못해 잔을 따라 정충화에게 직접 건네며 말했다. “사장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방금 일은 마음에 두지 마세요. 제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서 그래요.” 세화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류혜진은 그녀에게 술을 한 잔 올리도록 강요했다. 정충화는 더더욱 마시지 못했다. 그는 류혜진이 또 말을 하려고 하자 얼른 찝찝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류 여사님, 세화 양에게 술을 권하게 하지 마세요, 제가 받을 수 없습니다!” ‘네?’ ‘받을 수 없습니다?’‘이 말이 왜 이렇게 귀에 익지?’ 무의식적으로 다른 몇 명은 동혁을 쳐다봤다. 분명 전에 그가 이렇게 말했었다. 그들은 동혁이 불만이 많아 이상
이미 놀란 정충화는 동혁의 살벌한 말에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짐승 같은 놈이, 지금 우리 일가를 다 죽이려고 하는 거야?’ 짝! 정충화는 벌떡 일어서서 정경래의 뺨을 후려쳤다. 정경래는 아파서 비명을 지르더니 멍하니 얼굴을 가렸다. “아버지, 왜 때려요?” “왜 때려요? 이 짐승 같은 놈이? 네놈은 죽어도 싸!” 정충화가 다시 달려들어 정경래의 머리를 때렸다. 정경래는 머리를 싸안고 도망 다니다 금세 얼굴이 푸르게 부어올랐다. “짐승만도 못한 놈, 당장 무릎 꿇어!” 정충화는 정경래를 잡아다가 류혜진 앞에서 무릎 뒤를 걷어찼고, 정경래는 아파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빨리 류 여사님께 사과하지 않고 뭐 해? 네가 한 일을 낱낱이 말씀드려!” “뭘요? 제가 뭘 했다고요?” 정경래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충화는 화가 나서 또다시 뺨을 때렸다. “어제 어떻게 류 여사님을 길거리에 쫓아냈어?” 류혜진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어제 장 사장한테 내가 길거리로 쫓겨났는데, 정 군이 시킨 거예요? 왜 그렇게 하라고 했죠?” 정경래도 놀랐다. ‘이 일을 아버지가 어떻게 아셨지?’ ‘그건 분명 장 사장, 그 개X식이 일렀을 거야.’ ‘그렇다고 그 일이 아버지가 저 여자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할 정도는 아닌데!’ ‘우리는 정씨 가문 사람이라고!’그러자 정충화는 계속 독설을 퍼부었다. “짐승 같은 놈, 우리 가족을 다 죽이려고 그래? 빨리 자백하지 않고 모해?” 정경래는 이제야 자신이 사고를 쳤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워했다. ‘분명 우리 가족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거물이 개입했을 거야. 그렇지 않다면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겁을 낼 이유가 없어!’ 이 생각을 하자, 그는 조금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류혜진은 정경래가 세화를 얻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거리에 쫓아 수모를 당하게 하고 또 그녀 앞으로 달려가 연극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순간 몸서리가 쳐졌다. 그녀는 정경래
“이미 알고 있었다고?” 류혜진은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정경래가 어제 오전에 세화에게 고백하러 왔었는데, 세화가 받아들이지 않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겠죠. 그런데 저녁에 어머니가 집들이를 준비한다는 것을 듣고 틀림없이 세화 때문에 일부러 접근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동혁도 류혜진이 자신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는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혁 씨 정말 똑똑해!” 진경이 칭찬했습니다. 그녀는 예전에 엄마가 동혁을 억울하게 비하하는 것을 듣고 화가 났었다. 이제 동혁이 잘한 일이 있으면, 자신이 동혁을 먼저 자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자신의 남편은 능력 없고 허풍 떠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무슨 똑똑하다고!” 류혜진이 동혁을 차갑게 노려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동혁이 너는 왜 이렇게 무능하니?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왜 정경래, 그 짐승 같은 놈을 면전에서 어쩌질 못해 가지고 세화가 당하는 것을 빤히 보고만 있어?” 세화는 어리둥절해졌다.“엄마, 분명히 엄마가 나보고 이러쿵저러쿵 정경래에게 하라고 했으면서, 왜 동혁 씨를 탓해요?” 류혜진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억지를 부렸다. “나는 정경래에게 속은 거야. 그러나 동혁이는 진상을 뻔히 알면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보고만 있었어. 어제 내가 뺨을 때린 것 때문에 그랬겠지? 마음속으로 나 비웃으면서. 능력 없고, 소심하기는!” 동혁은 할 말을 잃었다. 분명 그는 류혜진이 즐겁게 집들이를 해서 이웃 친구들 앞에서 체면을 세우고 나면, 이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지금 류혜진에게 작은 오해를 받아 자신을 무시하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집에 가자!” 류혜진은 허탈하게 고개를 돌려 휠체어의 진창하를 밀고 나갔다. ‘동혁에게 이 일들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설마 정말 장모인 내게 꼭 사과를 받으려고?’ “우리도 가자! 동혁 씨, 신경 쓰지 마. 우리 엄마는
김대이는 사실대로 말했고, 자신의 금니가 뽑힌 일을 숨기지 않았다. 동혁에게 이를 뽑힌 그는 창피해 하기보다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동혁 형님? 그 사람이 누군데? 이 악독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데!” 박용구에게 흥미가 생겼다. 김대이는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박용구, 너 죽고 싶지 않으면, 형님을 건드리지 마.” 박용구는 얼굴빛이 약간 변하며 불복한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독기 하나로 H시 암흑가에 빠르게 자신의 지역을 개척하고 빠르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독기로 하나로 말하자면, 그는 정말 누구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김대이, 진씨 가문의 그 데릴사위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무슨 동혁 형님? 그냥 힘 있는 척하면서 집에서 글이나 쓰는 샌님일 거야!” 바로 그때 주원풍이 몇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주 회장님, 그 동혁 형님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김대이의 말을 듣고 박용구 등은 흥미를 느꼈다. 김대이는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잘 알지도 못하고, 주 회장의 아들이 이 어르신의 아내를 건드려서, 이미 고자가 되었지!” 김대이에게 다시 옛 아픔이 들춰지자 주원풍은 크게 화를 냈다. 주원풍은 차갑게 말했다. “이동혁은 결국 얼마 못 가게 되어있어. H시 이씨 가문이 이미 그를 주시하고 있으니까. “여러분, 이씨 가문은 건축자재협회를 재편성하고, 동혁의 후원자인 성세그룹을 무너뜨리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가입하기를 원한다면, 미래협회 이사직을 여러분에게 드리겠습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그냥 가도 좋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원풍이 오늘 이 사람들을 소집한 이유였다. 이 조건이면 김대이를 제외하고, 현장에 있는 모든 두목들이 기꺼이 합류할 것이다. 누가 H시 이씨 가문에 잘 보이고 싶지 않을까? 모두가 김대이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흥, 주 회장, 죽으려고 그러십니까?” 김대이는 냉소적으로 웃더니 바로 떠
세화는 침착하게 지시를 했다. 그리고는 눈을 감은 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약간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눌렀다. 아직 그 사람들이 어떤 요구를 할지 모르니, 그녀도 그저 초조할 뿐이었다. 옆에서 운전하던 동혁은 상황을 듣고서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후 향방주택 공사장에 도착했을 때, 대문이 막혀서 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 동혁은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좀 보고 올게.” 세화는 직접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공사장으로 걸어 올라갔다. 동혁은 그녀의 뒤를 보다가, 두 명의 호아병사가 그녀를 따라가자, 잠시 눈을 돌려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아병단을 향방주택으로 불러 모아!” 그는 문 앞에 점점 더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저는 진성그룹 부사장인 진세화입니다. 여기 공사장 총책임자죠. 먼저 들어가서 제 직원을 찾아 상황을 파악하고, 곧 나와서 당신들과 교섭하겠습니다.” 그때 세화가 이미 문 앞에 와서 큰소리로 말했다. 총책임자라는 말을 듣고 군중들이 갑자기 그녀를 에워쌌다. “들여보내줘. 어차피 도망 못 가.” 바로 그때 뒤편 차 안에서 진두지휘를 하던 최삼식이 무전기를 들고 한마디 했다. 군중들이 곧 물러나고 세화가 들어갔다. 세화가 대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유지태 등은 서둘러 올라와 맞이했다. “진 사장님, 그 깡패들이 일부 철거민들을 규합하여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사기를 치고 있습니다. 이 일은 반드시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은 공사해서 팔 수 없게 됩니다!” 세화는 근심이 깊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들어올 때부터 주변을 잘 관찰했다.무리 중에 깡패 같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고, 그중 진짜 철거민은 소수에 불과했다. 주변에 아직 많은 기자들이 있었는데, 이미 사진을 찍고 취재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뉴스에 보도될 것이다. 안 좋은 여론이 확산되면 이 프로젝트는 끝이나 다름없었다. “저 깡패들의 머리는 누구고, 무슨 조건이지요?” 세
강구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냉소적으로 웃으며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사람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그 어린 여자아이를 발로 차서 땅에 넘어뜨리고 엉엉 울렸다. “때렸어, 경호원이 때렸어요!” 이미 흥분한 군중은, 그가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앞으로 몰려들어 사람들이 밀쳐졌다. 곧 사람들에게 이 어린 소녀가 밟힐 것 같았다. “꺼져!” 하늘도 아닌 땅에서 천둥과 같은 노호 소리가 터져 모든 사람이 순간 멍하니 멈추어 섰다. 동혁은 통화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 장면을 보았다. 그는 군중을 헤치고 뛰어들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우는 그 어린 소녀를 덥석 안아 올렸다.“이 아이 할머니지요? 다음에 이런 소란이 있으면 절대 애는 데려오지 마세요. 잘못해서 나쁜 일을 당하면 어쩌시려고요!” 그는 노파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소녀는 울기 시작했다. “우리 할머니가 아니에요. 가짜 할머니, 진짜 우리 할머니 어딨어요?” “이년이, 나를 아주 죽이려 하는구나!” 노파의 안색이 일시에 변하더니 군중 속을 뚫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동혁은 순간 멍해졌다. 이 무뢰배들 중에 인신매매범까지 끼어 들어있어? “자, 그만 울어. 이따가 진짜 할머니를 찾아줄게.” 동혁은 어린 소녀를 껴안고 위로했다. 어린 소녀는 눈을 껌벅이며 그를 바라보았고, 얌전히 울지도 않고 칭얼대지도 않았다. 이때, 방금 손을 쓴 강구가 갑자기 돌아서서 동혁을 쳐다보며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웬 놈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서, 일을 망쳐!” 그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스스로 찔려서 직접 나서서 주먹을 들어 쳤다. “죽어라!” 동혁은 가소롭단 듯 상대방을 발로 찼다. 강구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강구는 몇 미터 떨어진 땅에 쓰러져 몸을 계속 떨며 일어나지 못했다. “때렸어요. 진성그룹 사람들이 또 때렸어요!”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방금 동혁이 어린 소녀를 구한 장면은 그중 소수의 사람들만이 보았다. 그 틈을 타서 깡패들이 떠들썩하
사람들은 땅이 무너진 줄 알고 고개를 돌렸다. 별안간 수십 대의 위장된 전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고, 전차 바퀴에 땅이 파이며 굉음을 냈다. 마치 강철이 흐르는 것처럼, 모든 것을 휘몰아칠 듯한 위세를 가지고 있었다! 이 모습의 충격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컸고, 조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던 최삼식 등은 이미 두려워 오줌을 지렸다. 갑자기 그 전차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온 세상이 이 순간 정지해 있는 것 같았다. 강철 문이 열리고 위장한 총을 든 병사들이 전차에서 줄지어 나왔다. 천 명의 병사가 하나의 큰 방진을 구성하면서, 위장 색으로 천지를 가득 채웠다. “대체, 누가 부른 거지?” “설마 우리를 잡으려고?” 최삼식 등은 입을 딱 벌리고 멍하니 이 장면을 지켜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진영에서 보기만 해도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빳빳한 장교복을 입은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호아병단의 지휘관 심홍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남자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심홍성은 H시에서 이미 그 명성이 높았다.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병단장에 임명됐다. 여러 차례 재난과 재난을 구조하는데 앞장섰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부하 장병들과 함께 H시의 수많은 주민을 구했다. H시의 유명한 대스타였다! “호아병단이 연례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 길은 이미 계획된 통제도로이다. 이 소란 피우는 사회 부적응자 무리들을 모두 잡아들여!” 아무도 심홍성이 아무 말 없이 사람을 잡으라고 명령할 줄은 몰랐다. “예!” 앞에 있는 방진에서 갑자기 200명의 병사가 달려 나와 최삼식과 그 부하들을 향해 달려갔다.“항복이요. 저희는 항복하겠습니다!” 소동을 피우던 200명이 넘는 사람들은 감히 저항조차 할 수 없었고, 두말없이 머리를 숙이고 앉았다. 그러나 병사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총을 들고 깡패들 중 몇의 머리를 가격했고 피가 흘렀다. 그들이 바닥에 쓰러져 뒹굴고 나서야 그들의 종아리를 잡고 끌고 갔다. 모습이 마치
동혁은 현수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자신을 보자 현수가 여전히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하하, 그러다 정말로 죽을 수 도 있어요.” 현수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리며 거들먹거렸다. “우리 스승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요? 그분은 그냥 깡패가 아니에요. H시 전체에서도 적수를 몇 명 찾을 수 없다고요.” “내가 장담하는데 가면 얻어맞을 수 도 있어요. 그런데도 정말 갈 거예요?” 현수는 도발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동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더더욱 그 고수님의 실력을 보고 싶네.” “좋아요. 그럼 같이 가요.” 현수는 이를 갈며 독기 가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스승님께 수업을 받게 해 드리죠. 그러면 어른을 공경하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게 될 거예요.” 동혁은 여러 차례 현수의 아버지인 장영도를 벌주게 했고, 며칠 전 태백산장에 갈 때에는 운전기사로 삼았다. 그 일로 현수는 마음속에서 동혁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고 줄곧 그를 혼내주고 싶어 했다. 현소는 현수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현수, 너 내가 경고하는데, 네가 감히 형부를 함부로 대하면, 그때 가서도 내가 너를 가만히 두는지 잘 봐.” 현수가 자기 스승을 고수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현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는 동혁의 실력을 믿었고 동생인 현수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느꼈다. ‘아직 어린 녀석이니 다 고수처럼 보이겠지.’ “난 그저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거야. 그리고 내가 아빠 대신 화풀이를 하려는 게 뭐가 잘못됐어?” 현수가 중얼거렸다. “내가 며칠 열심히 수련해서 직접 천화를 흠씬 두들겨 팰 거야. 그리고서 그놈이 내게 용서를 구하게 만들 거야.” 천화가 설전룡을 따라 무술을 익힌 후로 현수는 매번 말다툼이 있을 때마다 천화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스승을 모
천미는 이미 서진만이 직원을 시켜 수십억을 빼돌리도록 지시한 일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런 큰 일을 강오그룹이 있는 직원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화투자회사는 지금껏 천미에게 아무것도 보고한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사장이고 이런 일을 스스로 처리할 수 없다면 일찌감치 해고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장은 천미가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해고할 수 도 없는 동혁이었다. ‘처음부터 일을 잘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숨기고 내게 보고조차 하지 않다니.’ 천미는 너무나 화가 났다. “심 사장님 오셨어요? 이 사장님께서는 나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송소빈이 말했다. “회사 일을 처리하러 갔나요?” 천미의 말투가 좋지 않아 송소빈은 이상하게 여겼지만 차분히 대답했다. “사장님께서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러 간다고 하셨어요.” “이런!” 예쁜 천미의 얼굴이 분노로 순식간에 검붉게 변했다. “이런 놈에게 어떻게 회사를 맡겨서 경영을 해? 첫 출근 날부터 큰일이 생겼는데 개인일을 보러 나갔다고? 그러고도 회사 사장을 맡을 면목이 있어?” ... 동혁은 이미 회사를 떠나서 회사 내의 일은 모르고 있었다. 그는 회사를 떠나 바로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 “형부, 빨리 오셨네요.” 현소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혁을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뛰어왔다. 동혁은 현소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동혁이 물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저도 몰라요. 현수가 저하고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현소가 앙증맞은 작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 “그 녀석이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천화를 이기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지 모예요.” “밖에서 대단한 스승을 만나 하루 종일 무술을 수련한다나?”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괜히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서 이상한 걸 잘못 배웠을까 봐요. 마침 현수의 그 스승이 저를 보고
“알겠어요. 아빠. 좋은 소식 들려드릴게요.” 오반석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사무실에서 나가려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참, 아빠, 그 천용훈도 제 친한 형이에요. 일전에 이동혁과 부딪혔을 때 잘만됐어도 그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하 선생이라는 인간이 튀어나오지만 않았어도 성공했을 거예요.” “나중에 형 소속사가 혜성그룹과 화해하려고 형을 쫓아냈는데 아빠가 절 봐서 형 좀 도와주세요.” 오한민은 이번 실패가 여간 달갑지 않았다. 아까부터 어떻게 원화투자회사의 그 2조 자금을 자기 소유로 삼을지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오반석의 말을 들은 그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최근 한 연예기획사에 투자했는데 연예인이 부족하니 그 사람 보고 계약하라고 해.” ... 서진만을 감옥에 보내 동혁은 단번에 원화투자회사에서 자신의 최고 입지를 굳혔다. “송 이사, 직원들과 잘 살펴보고 투자할 만한 좋은 프로젝트를 알아봐요.” 사장실에서 동혁이 송소빈을 불러 분부했다. ‘투자회사에 이렇게 많은 자금이 있는데 그냥 썩게 둘 수 없지.’ 동혁은 좋은 프로젝트를 골라 투자해 성과를 내서 나름 세화의 기대에 부응할 계획이었다. 이어서 일부 회사 임원들이 와서 업무 보고를 했다. 동혁은 회사 업무의 방향성만 신경 쓰고 임원들이 보고하는 사소한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동혁이 임원에게 요구하는 건 간단했다. “제 밑에서 일하면서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전 당신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결과만 볼 겁니다.” “둘째, 절대 서진만처럼 자신이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마세요.” 임원들을 가볍게 격려한 후 동혁은 그들을 돌려보냈다. 바로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그는 휴대폰 화면에서 뜻밖에도 현소의 이름을 보고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래 현소야, 무슨 일이야?” [형부, 저하고 함께 어디 좀 같이 가주시겠어요?]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현소의 부드럽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동혁의 마음에
전에 다른 H국 사람들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날뛰던 대니얼이 오한민에게 꾸중을 듣더니 뜻밖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니얼은 정말로 가만히 입을 닫았다. 그가 골스 가문의 구성원이기는 했지만 가문의 핵심 구성원은 아니었다. 게다가 H국에 오기 전에 잘못을 저질러 가문에서 쫓겨나 Y국에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었다. 때문에 골스 가문 사람이라는 신분은 그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가 영사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스탠슨 같은 사람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건 사실 모두 오한민의 지원 덕분이었다. N도 이씨 가문의 돈세탁 조력자로서 오한민은 N도에서 상류층에 속했다. 그래서 H국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모두 그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부사장님, 그 이동혁이 골스 재단을 무시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겁니다. 그러니 내게 시간을 줘요.” 대니얼은 오한민의 지원이 없다면 아무도 자신을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오한민의 비위를 맞추며 약속했다. “나중에 얘기해요.” 오한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대니얼에게 계속 뭐라 하는 건 무의미해.’ 오한민은 가죽 소파에 다시 앉아 골치 아픈 표정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N도 이씨 가문은 오한민을 통해 동혁에게 3일 이내에 이천성을 돌려보내라고 경고했었다. 오한민은 원래 이 3일의 시간을 활용해 원화투자회사의 2조 자금을 손에 넣고 그것을 이씨 가문 몰래 챙기려고 했다. 그는 대니얼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금이 들어오면 해외에서 돌리다가 감쪽같이 자신의 해외 계좌로 입금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동혁도 붙잡아서 순순히 이천성을 N도로 돌려보내게 하려 했다.. ‘계획대로라면 모두 만족할 수 있었는데.’ ‘계획은 이제 물 건너갔고 이씨 가문에서 준 3일의 시간도 곧 끝나.’ 오한민은 자신이 동혁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걸 인정했다. ‘아무래도 이씨 가문에 뭔가 상황 설명을 해야 할
“이런 쳐 죽일 H국 인간 놈, 네놈이 감히 우리 골스 가문을 모욕하다니.” 대니얼은 동혁의 말에 완전히 격노하여 얼굴이 울그락붉으락 했다. “골스재단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Y국 10대 재단 중 하나야.” “2조의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게 거만 떨 수 있을 거 같아?” “네놈 같은 졸부는 우리 골스재단의 말단 직원보다도 못해.” 대니얼은 마치 꼬리를 밟힌 강아지처럼 동혁을 향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과민반응은 동혁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래 봤자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빌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동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대니얼은 안색이 변하며 다시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혁은 더 이상 말할 틈을 주지 않고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죠.” “당신 때문에 내 인내심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당장 내 회사에서 나가요.” 대니얼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그는 H국에 온 이후로 지금까지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오늘까지 동혁에게 체면을 구기는 수모를 당한 게 두 번이었다. 대니얼이 펄쩍 뛰며 소리쳤다. “H국 인간 놈, 골스재단과의 계약은 서 이사님이 너희 회사를 대표해 우리와 협의한 거야. 그런데 지금 와서 너 때문에 번복된다면 재계에서 회사 신용이 영향을 받을까 두렵지 않나 보...” 짝! 대니얼이 뺨을 세게 한 대 맞았다. 그는 소리를 질렀고 뺨을 가린 채 동혁을 노려보았다. “개X식, 감히 나를 때려?” “뭐, 이게 처음도 아니잖아요.” 동혁은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회사 신용,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나요?” ‘돈 있는 사람이 갑이야.’ ‘내가 2조의 자금을 쥐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가 있는 기업들에서 찾아와 내게 투자를 청할 수밖에 없지.’ ‘서진만처럼 무릎을 꿇고 투자해 달라고 하는 비굴한 무리는 어떻게 해도 결국 비굴하게 나올 수밖에 없어.’ 동혁은 달려오는 회사 경호원을 힐끗 쳐다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참회는 감옥에 가서 천천히 하세요.” 동혁은 서진만을 발로 걷어차며 경찰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미 밝혀진 문제 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저희 원화투자회는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이런 인간쓰레기를 우리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서진만은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 땅에 주저앉았고 눈에서는 생기를 잃었다. 그는 자신의 이번 인생이 이제 완전히 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껏 자만한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사실 이번 일에 그가 구체적으로 개입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완전히 동혁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고 그래서 퇴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덕분에 동혁은 지명박과 나영배, 두 사람을 붙잡아 경찰에 신고하면서 쉽게 서진만을 잡아가게 할 수 있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서진만은 원통했지만 결국 수갑이 채워져 울면서 끌려갔다. ‘방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던 서 이사가 이 사장님께 완전히 제압당했어.’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연신 감탄하며 동혁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서진만 씨가 비운 자리는 송 실장에게 맡겨요. 이번 일을 잘 처리하려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서진만이 끌려가자마자 동혁은 인사이동을 발표했다. 일방적인 지시로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이사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몇몇 임원들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실망감이 가득했다. 송소빈이 이번 사건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 다 보고 있었고 그녀가 서진만에게 농락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동혁은 빈 이사 자리에 송소빈을 앉히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이것으로 회사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대신했다. 전에 동혁이 서진만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그들 중 아무도 나서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동혁의 지시에 아무도 감히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이번 일을 통해 동혁은 투자회사를 성공적으로 장악하게
서진만은 동혁이 자신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취임 첫날임에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비서를 강제로 경찰에 넘긴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일을 모든 직원들이 다 지켜봤어.’ ‘중요한 순간에 자기 사람을 팔아먹는 상사를 누가 의지하려 하겠어?’ 동혁이 어떤 결정을 하든 이번에 서진만이 보기에 자신이 모두 이긴 것과 같았다. ‘이렇게 허세를 부리다간 결국 조만간 순순히 내게 무릎을 굻을 거야.’ “이번엔 내가 너무 성급했어.” 서진만은 가만히 생각하다 일어나 대니얼과 악수를 했다. “대니얼 씨, 그럼 제가 식사 대접 하겠습니다. H시에 있는 가장 전통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알고 있거든요.” “하하, 제가 또 스테이크를 아주 좋아합니다.” 대니얼은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은 동혁을 무시한 채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의자에 앉아있던 동혁이 고개를 돌려 보지도 않고 말했다. “잠깐만요. 제가 가도 좋다고 했나요?” “왜요? 이 사장님께서 저희와 함께 가서 밥을 얻어먹으려고 그러십니까?” 서진만이 고개를 돌려 냉소했다. 동혁은 웃으며 말했다. “전 단지 서 이사님께 운이 좋으면 아마 10년이나 8년 후에야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려고요.” “이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죠? 사장님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제게 헛소리를 하는 건가요?” 화가 난 서진만의 얼굴이 붉어졌다. “타닥타닥...” 바로 그때 회의실 밖 복도에서 갑자기 어수선하고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문이 “쾅”하고 열리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서진만 씨가 누군가요?” 선두에 있는 대장이 물었다.서진만은 놀랐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저는 서진만인데요. 무슨 일이죠?” “당신이라고요?” 대장이 그를 보고 손뼉을 쳤다. “데려와!” “지명박 씨야.” “나영배 씨도 있어.”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회의실 직원들 사이에서 놀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진만 씨, 이 사람들
서진만은 펜을 들고 동혁에게 다가가 계약서들을 밀면서 서명하라고 했다. 동혁이 서진만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사장입니까? 아니면 제가 사장입니까?” 이미 본색을 드러낸 이상 서진만도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저희 회사 사장님은 당연히 이 사장님이시죠. 그렇지 않다면 제가 왜 사장님께 서명하라고 하겠어요.” 서진만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 꼬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송 실장님의 뇌물 수수 혐의는 어떻게 할지 결정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찰에 신고해 일을 키울까요? 아니면 회사 내에서 적당히 사건을 마무리하고 사적으로 처리할까요?” 동혁도 앉아 다리를 꼬고 서진만을 바라보았다. “제가 보니 서 이사님이 회사의 일에 대해 결정 내리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거 같네요. 그럼 한 수 가르쳐 주시죠. 제가 어떻게 결정하면 좋을까요?” “허허.” 서진만이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건 일단 이 사장님이 여기에 서명하실지 안 하실지에 달려 있어요.” “만약 서명한다면 문제 처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하지만 서명을 안 한다면 아무래도 경찰에 신고해 일을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회사의 진짜 주인인 심 사장님이 이 사장님 사모님의 친한 친구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사장을 이 사장님께 맡긴 거고요.” “만약 이 사장님이 취임 첫날에 회사에서 수십억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을 심 사장님께서 알기라도 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진만은 천천히 말하며 동혁을 압박했다. ‘이동혁, 이 쓸모없는 인간은 이번 일을 심 사장이나 진 회장이 알길 원하지 않겠지? 그러니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떻게든 숨기려고 할 거야.’ “그러게요 저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번 보고 싶군요.”동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직원들에게 말했다. “누가 저 대신 경찰에 신고 좀 해 주세요.” 동혁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다르자 서진만은 조금 당황했다. 그가 동혁을 노려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송 실장이 늑대 같은 놈들에게 간 것을 서 이사님이 잘 알고 계시다니? 이사님이 알고 있는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동혁은 약간의 미소와 함께 서진만을 힐끗 쳐다보았다. 서진만은 동혁의 시선에서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 느낌은? 또 저놈이 뭔가 할거 같은데?’ 서진만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냉소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미 서로 상대를 파악한 만큼 서진만은 뒤에서 꾸민 일들을 동혁이 알까 봐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제가 이렇게 말해도 믿질 않으니 할 수 없이 직접 보여드릴 수밖에 없을 거 같군요.”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건네주었다. “유 비서님, 제 휴대폰에 있는 이 동영상 좀 틀어주세요.” 두 눈을 부릅뜬 유연수가 소리쳤다. “당신이 뭔데요? 내가 당신이 시키면 해야 하나요?” “자기 비서도 하나 못 챙기는 쓸모없는 인간 주제에. 당신은 자기 비서가 지금 발가벗겨져 겁탈당하고 있는 걸 모릅니까?” 짝! 동혁은 유연서의 뺨을 한 대 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은 송 실장님이 오늘 다른 사람에게 겁탈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당신을 그 사람들에게 던져주고 당신이 죽을 때까지 데리고 놀게 했을 테니까요.” 동혁이 가볍게 던진 말이 유연수를 뼛속까지 오싹하게 만들었다. 유연수는 자신의 뺨을 만지며 동혁을 한번 보더니 뜻밖에도 순순히 휴대폰을 대형 스크린에 연결해 영상을 재생했다. “지금 이게 또 무슨 허튼수작인가요? 좋아요, 한번 봅시다. 대체 뭘 가지고 이러는지.” 서진만은 비웃으며 대니얼과 함께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곧 그들은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이 선생님, 저는 쓰레기입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된 스탠슨이 화면에 나와 동혁의 발에 짓밟혀서 굴욕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저건?”서진만의 표정이 굳었다. 놀란 대니얼의 입이 주먹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벌어졌다. 서진만이 물었다. “대니얼 씨, 저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