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화는 정경래의 아버지이자 정가 2대 가주였다. “이 바보가, 감히 우리 아버지를 모욕하다니!” 동혁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자, 정경래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류혜진도 화를 냈다. “동혁이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받지 못하다니? 세화는 후배야. 후배가 선배에게 술을 권하는 것을 어찌 받지 못할까!” 류혜진이 또 화를 맬 기세를 보이자 동혁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 제가 말을 잘못했어요.” 류혜진이 집들이를 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정충화에게 사과하라고 했을 것이다.“줏대 없기는!” 동혁이 이렇게 빨리 물러서는 것을 보고 정경래는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동혁을 상대하기 귀찮았고, 류혜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계속 그녀를 향해 돌아서있었다. 그가 보기에 이 집안의 진정한 주인은 류혜진이었고, 진창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류혜진이 자신을 인정하기만 하면, 세화와 동혁은 분명히 이혼할 것이다! 곧 그는 미인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세화가 원하지 않더라고 어머니를 등에 업고 그녀와 잘해보면 된다. 그 쾌감은 그가 예전에 돈으로 돈만 밝히는 여자들을 때려 부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어느덧 집들이가 끝나가자 손님들이 작별 인사를 하러 몰려왔다. “혜진 씨, 아주 좋아요. 전에 듣기로는 이 산해홀의 한 테이블가격이 뜻밖에도 4백만 원짜리라던데, 혜진 씨 집이 이제 좋아졌군요!” “하하, 모두 정 군 덕이예요.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 집안에서 무슨 돈이 있어서 여기서 집들이를 하겠어요?” 칭찬이 쏟아지는 가운데 류혜진은 기뻐하며 웃으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집들이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끝났다. 예전에는 남의 집들이나 생일잔치에 참석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주인공이었다. 게다가 한 테이블에 백만 원으로 4백만 원 테이블이 있는 산해홀에서 집들이를 열었는데, 매우 그럴듯했다. 그녀는 정경래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이미 그의 아버
세화가 순순히 술잔을 드는 것을 보고 정경래는 득의양양했다. 그는 세화가 자기 아버지에게 술을 권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류혜진이 명령하기만 하면, 그녀는 순순히 말을 들어야 한다. 류혜진의 비위를 맞추는 자신의 전략은 정말 완벽했다. 이 무식한 미련한 노인네만 달래면, 그녀는 순순히 자기 딸을 자기 침대로 데려다 줄 것이다. 그는 급히 술을 한 잔 따라 정충화의 손에 쥐어주었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그저 멍하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버지, 세화 씨가 술 한 잔 드리려는데, 무슨 생각하세요?” “오…….” 정충화는 정신을 차리고 아들이 손에 쥐어준 잔을 보자 뜨거운 감자를 움켜쥔 듯 무의식적으로 손을 놓았다. 탁! 술잔이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류혜진은 순간 어리둥절해했고, 정충화가 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렇다고 생각하고 화를 냈다. “세화야, 머뭇머뭇 뭐 하는 거야? 정 사장님에게 술을 권하라고 했잖니?” 류혜진은 화가 나서 말했다. “잔을 가져오라고 하지 말고 빨리 네가 사장님께 직접 갖다 드려!” 정충화는 류혜진이 오해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아니, 아니, 그럴 거 없어요.” 그가 그렇게 말할수록 류혜진은 그가 언짢은 줄 알고 즉시 세화를 밀었다. “빨리!” 세화는 마지못해 잔을 따라 정충화에게 직접 건네며 말했다. “사장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방금 일은 마음에 두지 마세요. 제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서 그래요.” 세화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류혜진은 그녀에게 술을 한 잔 올리도록 강요했다. 정충화는 더더욱 마시지 못했다. 그는 류혜진이 또 말을 하려고 하자 얼른 찝찝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류 여사님, 세화 양에게 술을 권하게 하지 마세요, 제가 받을 수 없습니다!” ‘네?’ ‘받을 수 없습니다?’‘이 말이 왜 이렇게 귀에 익지?’ 무의식적으로 다른 몇 명은 동혁을 쳐다봤다. 분명 전에 그가 이렇게 말했었다. 그들은 동혁이 불만이 많아 이상
이미 놀란 정충화는 동혁의 살벌한 말에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짐승 같은 놈이, 지금 우리 일가를 다 죽이려고 하는 거야?’ 짝! 정충화는 벌떡 일어서서 정경래의 뺨을 후려쳤다. 정경래는 아파서 비명을 지르더니 멍하니 얼굴을 가렸다. “아버지, 왜 때려요?” “왜 때려요? 이 짐승 같은 놈이? 네놈은 죽어도 싸!” 정충화가 다시 달려들어 정경래의 머리를 때렸다. 정경래는 머리를 싸안고 도망 다니다 금세 얼굴이 푸르게 부어올랐다. “짐승만도 못한 놈, 당장 무릎 꿇어!” 정충화는 정경래를 잡아다가 류혜진 앞에서 무릎 뒤를 걷어찼고, 정경래는 아파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빨리 류 여사님께 사과하지 않고 뭐 해? 네가 한 일을 낱낱이 말씀드려!” “뭘요? 제가 뭘 했다고요?” 정경래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충화는 화가 나서 또다시 뺨을 때렸다. “어제 어떻게 류 여사님을 길거리에 쫓아냈어?” 류혜진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어제 장 사장한테 내가 길거리로 쫓겨났는데, 정 군이 시킨 거예요? 왜 그렇게 하라고 했죠?” 정경래도 놀랐다. ‘이 일을 아버지가 어떻게 아셨지?’ ‘그건 분명 장 사장, 그 개X식이 일렀을 거야.’ ‘그렇다고 그 일이 아버지가 저 여자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할 정도는 아닌데!’ ‘우리는 정씨 가문 사람이라고!’그러자 정충화는 계속 독설을 퍼부었다. “짐승 같은 놈, 우리 가족을 다 죽이려고 그래? 빨리 자백하지 않고 모해?” 정경래는 이제야 자신이 사고를 쳤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워했다. ‘분명 우리 가족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거물이 개입했을 거야. 그렇지 않다면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겁을 낼 이유가 없어!’ 이 생각을 하자, 그는 조금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류혜진은 정경래가 세화를 얻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거리에 쫓아 수모를 당하게 하고 또 그녀 앞으로 달려가 연극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순간 몸서리가 쳐졌다. 그녀는 정경래
“이미 알고 있었다고?” 류혜진은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정경래가 어제 오전에 세화에게 고백하러 왔었는데, 세화가 받아들이지 않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겠죠. 그런데 저녁에 어머니가 집들이를 준비한다는 것을 듣고 틀림없이 세화 때문에 일부러 접근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동혁도 류혜진이 자신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는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혁 씨 정말 똑똑해!” 진경이 칭찬했습니다. 그녀는 예전에 엄마가 동혁을 억울하게 비하하는 것을 듣고 화가 났었다. 이제 동혁이 잘한 일이 있으면, 자신이 동혁을 먼저 자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자신의 남편은 능력 없고 허풍 떠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무슨 똑똑하다고!” 류혜진이 동혁을 차갑게 노려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동혁이 너는 왜 이렇게 무능하니?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왜 정경래, 그 짐승 같은 놈을 면전에서 어쩌질 못해 가지고 세화가 당하는 것을 빤히 보고만 있어?” 세화는 어리둥절해졌다.“엄마, 분명히 엄마가 나보고 이러쿵저러쿵 정경래에게 하라고 했으면서, 왜 동혁 씨를 탓해요?” 류혜진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억지를 부렸다. “나는 정경래에게 속은 거야. 그러나 동혁이는 진상을 뻔히 알면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보고만 있었어. 어제 내가 뺨을 때린 것 때문에 그랬겠지? 마음속으로 나 비웃으면서. 능력 없고, 소심하기는!” 동혁은 할 말을 잃었다. 분명 그는 류혜진이 즐겁게 집들이를 해서 이웃 친구들 앞에서 체면을 세우고 나면, 이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지금 류혜진에게 작은 오해를 받아 자신을 무시하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집에 가자!” 류혜진은 허탈하게 고개를 돌려 휠체어의 진창하를 밀고 나갔다. ‘동혁에게 이 일들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설마 정말 장모인 내게 꼭 사과를 받으려고?’ “우리도 가자! 동혁 씨, 신경 쓰지 마. 우리 엄마는
김대이는 사실대로 말했고, 자신의 금니가 뽑힌 일을 숨기지 않았다. 동혁에게 이를 뽑힌 그는 창피해 하기보다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동혁 형님? 그 사람이 누군데? 이 악독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데!” 박용구에게 흥미가 생겼다. 김대이는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박용구, 너 죽고 싶지 않으면, 형님을 건드리지 마.” 박용구는 얼굴빛이 약간 변하며 불복한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독기 하나로 H시 암흑가에 빠르게 자신의 지역을 개척하고 빠르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독기로 하나로 말하자면, 그는 정말 누구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김대이, 진씨 가문의 그 데릴사위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무슨 동혁 형님? 그냥 힘 있는 척하면서 집에서 글이나 쓰는 샌님일 거야!” 바로 그때 주원풍이 몇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주 회장님, 그 동혁 형님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김대이의 말을 듣고 박용구 등은 흥미를 느꼈다. 김대이는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잘 알지도 못하고, 주 회장의 아들이 이 어르신의 아내를 건드려서, 이미 고자가 되었지!” 김대이에게 다시 옛 아픔이 들춰지자 주원풍은 크게 화를 냈다. 주원풍은 차갑게 말했다. “이동혁은 결국 얼마 못 가게 되어있어. H시 이씨 가문이 이미 그를 주시하고 있으니까. “여러분, 이씨 가문은 건축자재협회를 재편성하고, 동혁의 후원자인 성세그룹을 무너뜨리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가입하기를 원한다면, 미래협회 이사직을 여러분에게 드리겠습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그냥 가도 좋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원풍이 오늘 이 사람들을 소집한 이유였다. 이 조건이면 김대이를 제외하고, 현장에 있는 모든 두목들이 기꺼이 합류할 것이다. 누가 H시 이씨 가문에 잘 보이고 싶지 않을까? 모두가 김대이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흥, 주 회장, 죽으려고 그러십니까?” 김대이는 냉소적으로 웃더니 바로 떠
세화는 침착하게 지시를 했다. 그리고는 눈을 감은 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약간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눌렀다. 아직 그 사람들이 어떤 요구를 할지 모르니, 그녀도 그저 초조할 뿐이었다. 옆에서 운전하던 동혁은 상황을 듣고서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후 향방주택 공사장에 도착했을 때, 대문이 막혀서 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 동혁은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좀 보고 올게.” 세화는 직접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공사장으로 걸어 올라갔다. 동혁은 그녀의 뒤를 보다가, 두 명의 호아병사가 그녀를 따라가자, 잠시 눈을 돌려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아병단을 향방주택으로 불러 모아!” 그는 문 앞에 점점 더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저는 진성그룹 부사장인 진세화입니다. 여기 공사장 총책임자죠. 먼저 들어가서 제 직원을 찾아 상황을 파악하고, 곧 나와서 당신들과 교섭하겠습니다.” 그때 세화가 이미 문 앞에 와서 큰소리로 말했다. 총책임자라는 말을 듣고 군중들이 갑자기 그녀를 에워쌌다. “들여보내줘. 어차피 도망 못 가.” 바로 그때 뒤편 차 안에서 진두지휘를 하던 최삼식이 무전기를 들고 한마디 했다. 군중들이 곧 물러나고 세화가 들어갔다. 세화가 대문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유지태 등은 서둘러 올라와 맞이했다. “진 사장님, 그 깡패들이 일부 철거민들을 규합하여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사기를 치고 있습니다. 이 일은 반드시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은 공사해서 팔 수 없게 됩니다!” 세화는 근심이 깊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들어올 때부터 주변을 잘 관찰했다.무리 중에 깡패 같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고, 그중 진짜 철거민은 소수에 불과했다. 주변에 아직 많은 기자들이 있었는데, 이미 사진을 찍고 취재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뉴스에 보도될 것이다. 안 좋은 여론이 확산되면 이 프로젝트는 끝이나 다름없었다. “저 깡패들의 머리는 누구고, 무슨 조건이지요?” 세
강구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냉소적으로 웃으며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사람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그 어린 여자아이를 발로 차서 땅에 넘어뜨리고 엉엉 울렸다. “때렸어, 경호원이 때렸어요!” 이미 흥분한 군중은, 그가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앞으로 몰려들어 사람들이 밀쳐졌다. 곧 사람들에게 이 어린 소녀가 밟힐 것 같았다. “꺼져!” 하늘도 아닌 땅에서 천둥과 같은 노호 소리가 터져 모든 사람이 순간 멍하니 멈추어 섰다. 동혁은 통화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 장면을 보았다. 그는 군중을 헤치고 뛰어들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우는 그 어린 소녀를 덥석 안아 올렸다.“이 아이 할머니지요? 다음에 이런 소란이 있으면 절대 애는 데려오지 마세요. 잘못해서 나쁜 일을 당하면 어쩌시려고요!” 그는 노파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소녀는 울기 시작했다. “우리 할머니가 아니에요. 가짜 할머니, 진짜 우리 할머니 어딨어요?” “이년이, 나를 아주 죽이려 하는구나!” 노파의 안색이 일시에 변하더니 군중 속을 뚫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동혁은 순간 멍해졌다. 이 무뢰배들 중에 인신매매범까지 끼어 들어있어? “자, 그만 울어. 이따가 진짜 할머니를 찾아줄게.” 동혁은 어린 소녀를 껴안고 위로했다. 어린 소녀는 눈을 껌벅이며 그를 바라보았고, 얌전히 울지도 않고 칭얼대지도 않았다. 이때, 방금 손을 쓴 강구가 갑자기 돌아서서 동혁을 쳐다보며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웬 놈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서, 일을 망쳐!” 그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스스로 찔려서 직접 나서서 주먹을 들어 쳤다. “죽어라!” 동혁은 가소롭단 듯 상대방을 발로 찼다. 강구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강구는 몇 미터 떨어진 땅에 쓰러져 몸을 계속 떨며 일어나지 못했다. “때렸어요. 진성그룹 사람들이 또 때렸어요!”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방금 동혁이 어린 소녀를 구한 장면은 그중 소수의 사람들만이 보았다. 그 틈을 타서 깡패들이 떠들썩하
사람들은 땅이 무너진 줄 알고 고개를 돌렸다. 별안간 수십 대의 위장된 전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고, 전차 바퀴에 땅이 파이며 굉음을 냈다. 마치 강철이 흐르는 것처럼, 모든 것을 휘몰아칠 듯한 위세를 가지고 있었다! 이 모습의 충격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컸고, 조금 전까지 거들먹거리던 최삼식 등은 이미 두려워 오줌을 지렸다. 갑자기 그 전차들이 일제히 멈추었다. 온 세상이 이 순간 정지해 있는 것 같았다. 강철 문이 열리고 위장한 총을 든 병사들이 전차에서 줄지어 나왔다. 천 명의 병사가 하나의 큰 방진을 구성하면서, 위장 색으로 천지를 가득 채웠다. “대체, 누가 부른 거지?” “설마 우리를 잡으려고?” 최삼식 등은 입을 딱 벌리고 멍하니 이 장면을 지켜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진영에서 보기만 해도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빳빳한 장교복을 입은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호아병단의 지휘관 심홍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남자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심홍성은 H시에서 이미 그 명성이 높았다.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병단장에 임명됐다. 여러 차례 재난과 재난을 구조하는데 앞장섰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부하 장병들과 함께 H시의 수많은 주민을 구했다. H시의 유명한 대스타였다! “호아병단이 연례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 길은 이미 계획된 통제도로이다. 이 소란 피우는 사회 부적응자 무리들을 모두 잡아들여!” 아무도 심홍성이 아무 말 없이 사람을 잡으라고 명령할 줄은 몰랐다. “예!” 앞에 있는 방진에서 갑자기 200명의 병사가 달려 나와 최삼식과 그 부하들을 향해 달려갔다.“항복이요. 저희는 항복하겠습니다!” 소동을 피우던 200명이 넘는 사람들은 감히 저항조차 할 수 없었고, 두말없이 머리를 숙이고 앉았다. 그러나 병사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총을 들고 깡패들 중 몇의 머리를 가격했고 피가 흘렀다. 그들이 바닥에 쓰러져 뒹굴고 나서야 그들의 종아리를 잡고 끌고 갔다. 모습이 마치
“형부, 안녕하세요.” “매형, 안녕하세요.” 주현영 등은 모두 현소를 따라 동혁을 형부나 매형이라고 불렀는데 태도가 아주 자유분방하면서 건성이었다. 심지어 이상한 눈빛으로 동혁을 훑어보기도 했다. 전에 현소이가 막 H시에 왔을 때 이들은 현소가 데릴사위인 자기의 형부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었다. 이후 몇 차례 연락을 하면서 동혁에 대한 현소의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는 걸 알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처음 동혁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동혁을 좀 얕잡아 봤다. 서진솔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형부가 운전기사로 오셨나 봐요. 감사해요. 잘 좀 부탁할게요.” “매형, 차비와 유류비는 저희가 내겠습니다.” 남학생인 하지성이 말했다. ‘저 사람이 그 데릴사위지? 현소의 사촌 언니 집에서 무시를 당하며 산다고 하던데? 장모님은 툭하면 욕설을 퍼붓고 말이야.’ 예전에 주현영은 현소와 영상 통화를 할 때 뒤쪽에서 갑자기 류혜진이 동혁을 집에서 놀고먹는다며 쫓아내겠다고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 주현영은 이 일을 친구들에게 말했고 온라인에서 크게 떠들썩했었다. 친구들의 결론은 하나였다. 데릴사위는 정말 비참하다. 하지성이 동혁에게 차비와 기름값을 지불하겠다고 한 것에 악의는 전혀 없었다. 그는 단지 동혁을 동정했고, 그건 다른 세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게 동혁에게는 더 상처였다. 이 세상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보다 동정하는 게 더 큰 상처일 때가 있다. 동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희들은 모두 현소의 좋은 친구들이면서 내 동생 같은 얘들인데 어떻게 너희에게 돈을 받아?” 이 말에 주현영 등은 동혁에게 약간의 호감을 느꼈다. 하지성이 말했다. “태백산에 72번 길이 아주 험하다고 들었어요. 피곤하실 텐데 거기다 저희 때문에 일도 못하시잖아요. 그러니 비용은 저희가 부담해야죠.” 나머지 셋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 정말 괜찮다니까.”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운전하는 것도
장영도는 잠시 화를 참기로 하고 얌전히 차를 몰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때 세화가 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동혁과 현소가 짐을 싸서 외출하려는 것을 보고 그녀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동혁 씨, 현소하고 어디 가?” “현소의 친구들 몇 명이 왔는데 나보고 태백산에 같이 놀러 가자고 해서.” 동혁은 아이들 몇 명과 노는 것에 흥미가 없었고 그래서 세화를 초대했다. “여보도 같이 가자. 우리 지난번에 그곳에서 지낼 때 못다 한 일도 있잖아.” 동혁이 윙크를 하며 말하자 세화의 예쁜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지난번에 세화는 태백산장에 갔을 때 화란이 약을 먹여서 밤새도록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 서둘러 태백산을 내려왔다. 세화는 비록 하룻밤 동혁과 호텔에서 묵은 적은 있었지만 항상 태백산장 같은 분위기 있는 곳이 그리웠다. “난 못 가.” 세화는 동혁을 노려보더니 둘만 알아듣게 조용히 말했다. “밤에 푹 쉬어야 해. 내일 중요한 파트너와 회의가 있거든.” “할 수 없지.” 동혁은 쑥스러운 듯 코를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번에 그는 세화와 호텔에 묵었었다. 그는 계속 참아오다 드디어 기회를 만나 세화와 한밤중까지 침대에서 불타는 밤을 보냈다. 그 결과 다음날 세화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동혁은 세화가 그일 때문에 자신과 태백산에 가기 싫어하는 거 같아서 조금 머쓱해졌다. 세화가 말했다. “잘됐어. 마침 중요한 협력업체가 오늘 밤 태백산장에 묵을 예정이니 동혁 씨가 신경 좀 써줘.” “알았어. 그쪽 대표가 누구야?” 동혁은 놀면서 세화의 일을 도울 수 있었기에 매우 행복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화가 대답했다. “천용훈이라는 인플루언서야. 이번에 태백산장 홍보대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어. 그러니 당연히 그전에 태백산장이 어떤지 알아야 하잖아.” 예전 태백산장은 3대 가문의 손에 있을 때는 무관심으로 거의 황폐화에 가까웠었다. 각종 부대시설이 부족해 오는 손님 또한 턱없이 적었다. 세화와 최원우를 돕는 전문
“운전 경력이 수십 년 된 베테랑 운전기사라고?” 류혜연은 얼떨떨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집안에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디 밖에서 기사라도 불렀나?’ 류혜연은 뭔가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렇구만. 이 집에서 우리 가족이 지내니까, 돈이 아까워 내게 생활비를 달라고 하던 사람이, 지금은 돈 낭비를 해서 대리운전기사를 불렀어?” 류혜연이 생각하기에 동혁은 자기 체면을 차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 차라리 돈을 주고 대리운전기사를 부를지언정 딸의 운전기사 노릇은 하고 싶지 않다는 거잖아.’ “대리운전기사요? 뭐, 이모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 거 같기도 하네요.” 동혁은 재미있어하는 표정이었다. 류혜연이 또다시 류혜진에게 고자질했다. “언니, 잘난 사위 좀 봐. 자기도 생활비는 안 내면서 체면 좀 세우겠다고 돈을 헤프게 쓰네.” 류혜연은 동혁에게 화가 너무 났다. 그녀는 오늘 동혁에게 현소의 운전기사를 꼭 시키겠다고 결심했다. “동혁아, 빨리 대리기사 부른 거 취소해.” 류혜진이 동혁을 꼬집었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돈은 안 썼어요. 이 대리운전기사는 돈이 필요 없거든요.” “돈이 필요 없다고? 지금 누굴 속이려고 그래?” 류혜연은 투덜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문 앞에서 헐떡이며 뛰어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여보, 집에는 또 왜 왔어? 오늘 근무하는 날이잖아. 또 괜히 사법부 사람들에게 붙잡혀 가서 반성문을 쓰려고 그래?”바로 세화의 이모부인 장영도였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했고 땀을 닦으면서 숨을 헐떡였다. “내가 사법부의 그 개X식들에게 붙잡혀서 이틀 동안 운전병으로 일하는 징계를 받았어. 그런데 갑자기 나보고 여기로 와서 VIP를 태백산까지 차로 모셔다 드리라고 하는 거야.” “그런데 VIP는? 우리 집에 오셨어?” “VIP라고? 우리 집에 VIP는 안 왔는데?” 류혜연이 류혜진 등에게 물어보니 그런 사실이
“싫은데요.” 동혁은 류혜연의 태도를 보고 너무 기가 막혔다. ‘우리 집에 눌러사는 손님이면서 뭐 이리 당당하지?’ ‘이리저리 내 트집이나 잡고, 마치 내가 무슨 자기 하인인 줄 알아?’ “동혁이, 너 그게 무슨 태도야?” 그러자 류혜연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아직 투자회사 사장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위세 부리는 거야?” “능력이 없으면 성격이라도 좋아야지?” “세화의 절친이 아니었다면 넌 여전히 항난그룹에서 운전기사로 일했을 거야.” 동혁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한마디만 말했는데 류혜연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아냥거렸다. 동혁이 류혜연을 보고 말했다. “이모님, 항난그룹에서 운전을 하면 월급이라도 있죠. 가족들에게 운전을 해준다고 저에게 무슨 이득이 있죠?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죄송해요.” 동혁은 자신이 항난그룹의 회장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람의 선입견은 무서운 법이다. ‘어차피 내가 말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류혜연은 화가 나서 표정을 찡그리며 동혁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그럼 동혁이, 너 지금 가족을 위해 운전을 해줄 때에도 돈을 달라는 거야? 아주 돈귀신이 들었구나!” “친형제라도 계산은 분명히 해야죠. 이모님 가족들이 우리 집에 살면서 집세는 말할 것도 없고, 전기, 가스, 식비도 내지 않잖아요.” 동혁은 류혜연이 어떻게 생각하던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류혜연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발을 구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언니, 언니가 아주 훌륭한 사위를 뒀네. 우리한테 전기, 가스 값을 달래. 좀 있으면 우리를 쫓아내겠어!” 류혜진은 자초지종을 듣자마자 동혁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동혁이 너 아주 간이 부었구나? 네가 집에서 놀고먹을 때 내가 언제 너한테 돈 달라고 한 적 있어? 감히 내 여동생 가족에게 생활비를 요구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너 아주 길바닥에 쫓겨나봐야 정신을 차릴래?” 류혜진이 동혁에게 욕설을 퍼붓자 류혜연은 득의양양하게 팔
리성투자회사. 부사장실. 정장 차림의 오한민이 가죽 소파에 앉아 고급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오반석이 들어왔다. 오반석은 20대 초반으로 얼굴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 “아버지,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에게 왜 사흘이나 주셨어요?” 오반석이 오한민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아 고급 담배를 뽑아 물자 오한민의 여비서가 알아서 다가와 불을 붙여주었다. “제가 보기엔 하루면 충분해요. 제가 직접 몇 사람 데리고 가서 조금 겁만 줘도 될걸요? 불복하면 면전에서 그놈의 아내를 좀 괴롭혀주면 저항을 포기하겠죠.” 오한민이 말을 듣고 표정을 굳혔다. “괜히 일 키우지 마.” “제가 틀렸어요?” 오반석이 다시 말했다. “이씨 가문에서 사흘의 시간을 허락했어요. 그럼 우리는 이씨 가문을 도와 되도록 일을 빨리 끝내는 게 좋잖아요.” 오반석이 철이 들 때부터 오한민은 이씨 가문의 일을 했다. 그 덕분에 오반석은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이천성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의 심부름을 해왔다. “네놈이 뭘 아는데?” 오한민은 오반석을 향해 담배 연기를 뿜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씨 가문이 준 사흘을 활용해서 이참에 해야 할 일이 있어. 만약 이천성이 지금 풀려난다면 그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단 말이야.” 대화 도중 오한민은 바로 조금 전에 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소식이 생각났다. 동혁이 곧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을 맡게 된다는 것이었다. 오한민은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원화투자회사를 손에 넣을 필요성을 느꼈다. “아버지, 천성 도련님이 구치소에서 화장실 바닥을 닦고 있어요. 빨리 꺼내주지 않고 뭐 하려고요?”오반석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맙소사, 설마 아버지 이씨 가문을 떠나 독립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오반석의 눈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아버지가 원래 이렇게 배짱이 있었나?’ “아버지, 미쳤어요?” 오한민은 오반석을 노려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씨 가문을 위해 난 오랫동안 많은 일을 했어.
“하지만 외부에서는 곽 도지사가 지금 하세량을 매우 아껴서 앞으로 위로 올라갈 수 있게 고급 연수기회를 줬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하 시장의 기세가 아주 강해서 지금 우리가 그에게 보복하려 한다면 그건 도지사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도 있어. 방법이 너무 없군.” 이씨 가문 본가 거실, 이연이 골치 아픈 듯이 말했다. ‘이씨 가문의 사람의 영향력으로 하동해가 시장이 되었고 하마터면 하세량을 죽일 뻔까지 했어.’ ‘그러니 지금 그의 복수는 명분이 있어.’ ‘게다가 천성이가 도지사에게 선물을 준 것도 사실인 데다 바로 현행범으로 잡혔으니 더더욱 문제고.’ “형님,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하세량이 이동혁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지 않았습니까? 그럼 이동혁, 그 개X식에게 직접 구치소에 가서 천성이를 풀어주라고 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하 시장이 천성이를 놓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심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 하 시장을 어찌할 수 없다면, 이동혁을 이용하면 되는 거야.” 이연은 웃으며 노현식을 바라보았다. “오 이사를 시켜서 이동혁에게 말을 전하라고 해. 3일의 시간을 줄 테니 직접 가서 천성이를 데려와 공손히 이씨 가문으로 돌려보내라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거라고 말이야.” 오한민은 리성투자회사의 최고 경영자로 부사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이씨 가문을 위해 다년간 일하며 이연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오한민은 N도 재계에서 아주 유명한 투자자이다. 리성투자회사는 이천기, 이천성 형제가 차례로 사장을 맡았지만 이들은 계약서에 사인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투자회사의 다른 구체적인 업무는 모두 우한민이 책임지고 있었다. “천성이를 이씨 가문으로 돌려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천성이가 도지사에게 선물을 준 것도 모두 이동혁 때문이니 그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이심이 한마디 꺼냈다. 그는 자연스럽게 이천성이 지금 겪는 나쁜 일들을 모두 동혁의 탓으로 돌렸다.그러자 이연 역시 분노하며 맞장구를 쳤다.
쾅! 이연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더니 벌떡 일어섰다. “우리 이씨 가문이 H시를 떠난 지 고작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누가 감히 나 이연의 아들을 쳐? 아주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그의 두 눈은 분노의 불길을 뿜어내고 있었고 말투는 아주 살벌했다. 노현식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회장님, 천성 도련님이 맞았을 뿐 아니라 또...” “그리고 또?” 분노한 이연의 표정이 서릿발처럼 차가워졌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걸레로 화장실을 닦게 했답니다. 바닥에 오줌 한 방울 떨어진 것 없이 반질반질하게 닦으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울면서 바닥을 닦았고 식사도 안 드셨습니다.” 이천성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랐다. 금지옥엽이라 한 번도 고생을 한 적이 없었다. 이연은 자신의 막내아들이 구치소에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 “회장님, 부디 천성 도련님을 꼭 구해시고 복수를 해주셔야 합니다.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면 우리 이씨 가문 전체의 명예가 손상됩니다.” 노현식은 눈시울을 붉히고 이를 갈며 말했다. 그는 이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한 이연의 심복으로 밖에서도 각종 거물들의 아첨을 받았다. 그래서 만약 이씨 가문의 명성이 손상이 된다면 그 역시 함께 체면을 구기게 되어 있었다. 이연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심아, 당장 하세량한테 전화해서 오늘 밤 당장 천성이를 돌려보내라고 해라. 구치소에 있는 그 깡패 놈들도 처리하고.” 이심은 두말없이 즉시 전화를 하러 나갔다. 그는 이천성이 당한 일로 이연이 자신에게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 잠시 후 이심은 좋지 않은 안색으로 다시 들어왔다. “형님, 하세량이 풀어줄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이동혁이 풀어주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구치소의 일은 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이동혁, 그놈이 천성이를 골탕 먹이라고 시켰다고 했습니다.” “그 개X식이?”이연은 화가 나서 책상을 걷어차며 험상궂은 표정으로 성질을 부렸다. “애당초 내가 너무 봐
이천성은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의 막내아들이다. 일전에 곽원산에게 선물을 준 일로 붙잡혔다. 곽원산은 동혁에게 신세를 갚기 위해 이 기회를 사용해 이씨 가문을 괴롭혔다. 하지만 이씨 가문에게 원한까지 살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이천성을 바로 감옥에 보내지 않고 잠시 가둬둔 채 약간의 제스처를 취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연은 참을 수 없었다. 이천성은 그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두기는커녕 하루 반나절도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는 곧바로 하세량에게 연락해 이천성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태도가 아주 거만했다. 하세량은 동혁과 이씨 가문 사이의 갈등을 알고 있었기에 선우설리에게 연락해 동혁의 생각을 물었다. 동혁이 냉소했다. “제씨 가문이 그렇게 혼나고 곤두박질쳤는데 이씨 가문의 바보들은 여전히 머리가 좋지 않네. 그저 거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먼.” 이번에 제씨 가문이 동혁과 관련된 5개 그룹을 차지하려고 시도했을 때 그 일에 이씨 가문도 참여했다. 그래서 동혁은 일을 정리하면서 원래 이심에게도 책임을 물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심이 상황이 좋지 않자 일찍 N도로 도망치는 바람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 시장에게 놔주지 말라고 전해.” 동혁이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이천성을 안에서 고생 좀 시키라고 해. 만약 이씨 가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겠거든 이씨 가문에게 내가 시켰다고 하고.” ‘전에 제원화와 이심이 하동해를 시켜 나와 하세량을 고문한 일이 있으니, 나도 당연히 되갚아 줘야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예의니까.’ 하세량은 확실히 적지 않은 압박을 받았다.이씨 가문은 자신들의 인맥을 충분히 동원해 N도의 고위 공무원들을 시켜 하세량에게 부탁하게 했다. 그중에는 H시의 전 시장이었던 설기현도 있었다. 설기현은 오래전에 시장직에서 물러났지만 H시에서 10년 동안 고문을 지내며 덕망이 높아 H시 시민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하세량과 하동해가 H시의 시장직을 놓고 경쟁했을 때에도 설기현의 한 마디
“동혁이가 석훈 오빠에게 날 추천해서 회사를 인수했잖아. 그럼 나도 뭔가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동혁이 보고 사장하라고 해.” 천미는 재미있겠다는 듯 말했다. ‘동혁이, 그놈은 늘 나와 대화할 때 자기가 무슨 내 상관인 것처럼 말한 단말이지.’ ‘이번엔 동혁이에게 일 좀 시켜야겠어.’ ‘이참에 누가 상관인지 똑똑히 알게 해 주지.’ “원화투자회사 사장 직함이 아무래도 항난그룹의 운전기사보다 훨씬 듣기 좋잖다. 적어도 세화의 체면을 구기지는 않을 거야.” 사실 천미는 동혁을 골탕 먹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적은 동혁에게 뭔가 떳떳한 신분을 갖게 해서 가는 곳마다 쓸모없는 데릴사위라는 조롱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세화 가족들도 더 이상 손가락질받을 필요가 없을 거야.’ “뭐? 천미 씨가 나에게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을 맡으라고 했다고?” 동혁은 세화로부터 이 소식을 듣자 표정이 미묘해졌다. “갑자기 머리가 이상해진건가? 나보고 천미 씨 밑에서 일하라는 거잖아.” ‘세화에게 부담을 주기도 싫고, 나도 편하게 있으려고 투자회사를 천미에게 넘기고 일을 시키려고 했는데.’ ‘반대로 천미가 내게 일을 시키겠다고?’ 동혁은 화가 나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바로 천미에게 전화해서 자신의 회장 신분을 알려주고 다른 사람에게 사장을 시키라고 하고 싶었다. “동혁 씨,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가 얼마나 우리를 생각해 준 건데.” 세화가 동혁을 노려보았다. 천미가 동혁을 사장으로 임명해 좀 더 성장할 기회를 주어서 세화는 매우 기뻤다. ‘동혁 씨가 경험이 없지만 그래도 배울 수는 있으니까.’그러나 동혁은 세화의 말을 믿지 않았다. “천미 씨가 나를 얼마나 생각해 준다고 그래? 내가 보기에 그 여자는 일부러 나를 놀리려고 그러는 것 같아. 실권이 하나도 없는 바지 사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야.” 천미의 의도를 반은 맞추었느니 동혁의 직감이 어느 정도 정확했다. 천미는 실제로 동혁에게 실권을 줄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