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석은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악랄하게 우 사장을 쳐다봤다. “뚱보야, 네가 감히 저급한 물건으로 나를 속이다니, 너 정말 안 되겠어. 당장 산해홀을 우리에게 양보해!” 그러자 세화네 이웃친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얼른 일어섰다. “혜진아 이게 웬일이야? 이런 허름한 곳을 마련해서 밥을 먹지도 못하고 쫓겨나고…….” 어떤 사람들은 불평하기 시작했다. 류혜진은 그 말을 듣고 난처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자신이 어찌 알았겠나?류혜진은 용기 내어 말했다. “형님, 우리도 이 집들이를 하는데 돈이 많이 썼어요. 그러니 다른 데 가서 드세요.” 짝! 그녀의 뺨을 때린 노란 머리는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조용히 꺼져!” 류혜진은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엄마!” 진세화가 얼른 달려오자 동혁은 그 뒤를 따라 차가운 눈으로 황기석를 보고는 류혜진을 부축했다. “건드리지 마!” 류혜진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다가오는 정경래를 바라보았다. “정 군, 여기는 자네 호텔이야. 저놈들 좀 어떻게 안 되겠나?” “혜진 이모, 조급해 할거 없으세요. 제가 바로 올라가서 처리할게요. 이 깡패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경래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노란 머리를 향해 걸어갔다. “다들 진정하시고 모두 자리에 앉아 계세요. 제가 바로 쫓아낼게요. 곧 모두 다시 식사를 계속할 수 있을 거예요.” 그는 걸어가면서 큰소리로 떠나려는 손님들을 불렀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당황한 손님들도 잠시 안정을 찾았다. “흥, 누가 이렇게 큰 소리로 나 김대이를 쫓아내려고? 우리 좀 얘기 좀 해야겠어!” 바로 그때, 음산한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김대이는 또 누구야?’정경래는 어리둥절했다. “야, 못 들었어? 우리 사장님이 얘기 좀 하자시잖아?” “흥, 못할 게 뭐 있어!” 정경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홀을 나섰다. 바깥에 일행이 서 있었는데, 그 맨 앞에 있는 사람은 손에 철호두 한 쌍을 쥐고 계속 돌리고 있
손님들은 말을 듣자마자 젓가락을 들었다. “젠장! 지금 한가롭게 먹을 때가 아니에요. 모두 당장 산해홀을 나가요!” 정경래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발을 동동 구르며 사람을 쫓아낼 줄 누가 알았을까? 사람들이 막 집어 든 젓가락을 다시 놓았다. 류혜진은 물었다. “정 군, 왜 그래요? 그 깡패들을 쫓아내지 않았어요?” “젠장! 저 사람들은 건드릴 수 없어요. 그냥 빨리 나가요!” 정경래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죽을 것 같아 사람들을 빨리 쫓아내고 싶어 했다. 류혜진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류혜진은 잠시 그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그가 한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나가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집들이 준비를 잘못했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밥 한번 살게요.” 류혜진이 울다시피 말했다. 손님들이 갑자기 밥도 먹지 못하고 쫓겨나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어머니, 집들이 그냥 계속해도 돼요, 나갈 필요 없어요.” 바로 그때 동혁이 벌떡 일어서 말했다. “왜 아직 그대로야? 뭘 꾸물거려?” 그때 황기석이 문 앞에 나타나서 흉악한 귀신처럼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형님, 어르신께 잠시만 기다리시면 곧 정리된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정경래는 얼른 비위를 맞추며 동혁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죽기 싫으면 빨리 꺼져. 밖에 있는 분은 암흑가의 대부 김대이 어르신이라고.” ‘김대이?’ 이동혁은 원래 자신이 나가서 직접 어느 망나니가 이렇게 날뛰는지 보려고 했는데, 이 말을 듣고 갑자기 황기석을 쳐다보았다. “너! 가서 황금니보고 튀어오라고 해.” 동혁이 죽을 수도 있는 말을 너무나 쉽게 하자, 그 황기석의 안색이 변했다. “네가 뭔데 감히 우리 어르신 별명을 불러?” 황기석이 말하며 다가와 때리려고 했다. 동혁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내 이름? 이동혁.” ‘이동혁?’ ‘왜 이렇게 익숙한 이름이지?’ 그는 머뭇거리더니, 김대이에게 갔다. “이동혁, 넌 이제 죽었다. 네가 감히 어르신에게 튀
‘응?’동혁은 오히려 김대이를 놀렸다. “그럼, 내 앞에 소 같은 너 말고 다른 물건 없어?” “형님, 원하신다면, 이 소 같은 저는 앞으로 형님의 것이 될 것입니다. 저를 동쪽으로 가라 하면 동쪽으로, 서쪽으로 가라 하면 서쪽으로 가겠습니다.” 김대이는 웃고 있었는데, 동혁을 위해 그의 소가 되어 일한다면 오히려 그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넌 자격이 없어.” 동혁은 당연히 이 물건의 속셈을 알고 고개를 저었다. “무엇이든 대가를 받아야 놓아줄 수 있는데…….” 동혁의 눈빛이 상대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김대이는 갑자기 놀라서 당황했지만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그럼 형님, 말씀만 하십시오. 제 팔을 달라고 해도 제 다리를 달라고 해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 피를 보고 싶지 않아.” 그러자 동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 앞니가 좋겠어. 뽑아!” “네?” 김대이는 동혁이 그에게 이를 뽑으라고 할 줄은 몰랐다. 그 두 개의 금으로 만든 앞니, 그에게는 암흑가의 신분증과 같았다. “그럼, 형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대로 일어나 테이블에서 병따개를 집어 들고 망설임 없이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딸칵! 금니 두 개가 소리와 함께 부러졌다. 아팠지만, 김대이는 한사코 입을 막고 있었다. 동혁이 피를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꺼져!” 동혁은 발을 차는 시늉을 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형님!” 김대이는 일어나서 부하들을 데리고 나갔다. 동혁은 고개를 돌리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웃었다. “다들 식사하시지요.” 모두가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아무도 감히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그들은 모두 동혁의 정체가 무엇인지 추측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뭐지? 뜻밖에도 암흑가의 대부 김 어르신을 강아지처럼 다루고, 이 사람이 이빨을 뽑으라고 하니 이빨을 뽑다니.’ 그리고 그 소위 정씨 가문의 큰 도련님인 정경래는 김
정충화는 정경래의 아버지이자 정가 2대 가주였다. “이 바보가, 감히 우리 아버지를 모욕하다니!” 동혁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자, 정경래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류혜진도 화를 냈다. “동혁이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받지 못하다니? 세화는 후배야. 후배가 선배에게 술을 권하는 것을 어찌 받지 못할까!” 류혜진이 또 화를 맬 기세를 보이자 동혁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 제가 말을 잘못했어요.” 류혜진이 집들이를 하는 중이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정충화에게 사과하라고 했을 것이다.“줏대 없기는!” 동혁이 이렇게 빨리 물러서는 것을 보고 정경래는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동혁을 상대하기 귀찮았고, 류혜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계속 그녀를 향해 돌아서있었다. 그가 보기에 이 집안의 진정한 주인은 류혜진이었고, 진창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류혜진이 자신을 인정하기만 하면, 세화와 동혁은 분명히 이혼할 것이다! 곧 그는 미인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세화가 원하지 않더라고 어머니를 등에 업고 그녀와 잘해보면 된다. 그 쾌감은 그가 예전에 돈으로 돈만 밝히는 여자들을 때려 부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어느덧 집들이가 끝나가자 손님들이 작별 인사를 하러 몰려왔다. “혜진 씨, 아주 좋아요. 전에 듣기로는 이 산해홀의 한 테이블가격이 뜻밖에도 4백만 원짜리라던데, 혜진 씨 집이 이제 좋아졌군요!” “하하, 모두 정 군 덕이예요.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 집안에서 무슨 돈이 있어서 여기서 집들이를 하겠어요?” 칭찬이 쏟아지는 가운데 류혜진은 기뻐하며 웃으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집들이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끝났다. 예전에는 남의 집들이나 생일잔치에 참석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주인공이었다. 게다가 한 테이블에 백만 원으로 4백만 원 테이블이 있는 산해홀에서 집들이를 열었는데, 매우 그럴듯했다. 그녀는 정경래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이미 그의 아버
세화가 순순히 술잔을 드는 것을 보고 정경래는 득의양양했다. 그는 세화가 자기 아버지에게 술을 권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류혜진이 명령하기만 하면, 그녀는 순순히 말을 들어야 한다. 류혜진의 비위를 맞추는 자신의 전략은 정말 완벽했다. 이 무식한 미련한 노인네만 달래면, 그녀는 순순히 자기 딸을 자기 침대로 데려다 줄 것이다. 그는 급히 술을 한 잔 따라 정충화의 손에 쥐어주었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그저 멍하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버지, 세화 씨가 술 한 잔 드리려는데, 무슨 생각하세요?” “오…….” 정충화는 정신을 차리고 아들이 손에 쥐어준 잔을 보자 뜨거운 감자를 움켜쥔 듯 무의식적으로 손을 놓았다. 탁! 술잔이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류혜진은 순간 어리둥절해했고, 정충화가 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렇다고 생각하고 화를 냈다. “세화야, 머뭇머뭇 뭐 하는 거야? 정 사장님에게 술을 권하라고 했잖니?” 류혜진은 화가 나서 말했다. “잔을 가져오라고 하지 말고 빨리 네가 사장님께 직접 갖다 드려!” 정충화는 류혜진이 오해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아니, 아니, 그럴 거 없어요.” 그가 그렇게 말할수록 류혜진은 그가 언짢은 줄 알고 즉시 세화를 밀었다. “빨리!” 세화는 마지못해 잔을 따라 정충화에게 직접 건네며 말했다. “사장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방금 일은 마음에 두지 마세요. 제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서 그래요.” 세화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류혜진은 그녀에게 술을 한 잔 올리도록 강요했다. 정충화는 더더욱 마시지 못했다. 그는 류혜진이 또 말을 하려고 하자 얼른 찝찝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류 여사님, 세화 양에게 술을 권하게 하지 마세요, 제가 받을 수 없습니다!” ‘네?’ ‘받을 수 없습니다?’‘이 말이 왜 이렇게 귀에 익지?’ 무의식적으로 다른 몇 명은 동혁을 쳐다봤다. 분명 전에 그가 이렇게 말했었다. 그들은 동혁이 불만이 많아 이상
이미 놀란 정충화는 동혁의 살벌한 말에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 짐승 같은 놈이, 지금 우리 일가를 다 죽이려고 하는 거야?’ 짝! 정충화는 벌떡 일어서서 정경래의 뺨을 후려쳤다. 정경래는 아파서 비명을 지르더니 멍하니 얼굴을 가렸다. “아버지, 왜 때려요?” “왜 때려요? 이 짐승 같은 놈이? 네놈은 죽어도 싸!” 정충화가 다시 달려들어 정경래의 머리를 때렸다. 정경래는 머리를 싸안고 도망 다니다 금세 얼굴이 푸르게 부어올랐다. “짐승만도 못한 놈, 당장 무릎 꿇어!” 정충화는 정경래를 잡아다가 류혜진 앞에서 무릎 뒤를 걷어찼고, 정경래는 아파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빨리 류 여사님께 사과하지 않고 뭐 해? 네가 한 일을 낱낱이 말씀드려!” “뭘요? 제가 뭘 했다고요?” 정경래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충화는 화가 나서 또다시 뺨을 때렸다. “어제 어떻게 류 여사님을 길거리에 쫓아냈어?” 류혜진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었다. “어제 장 사장한테 내가 길거리로 쫓겨났는데, 정 군이 시킨 거예요? 왜 그렇게 하라고 했죠?” 정경래도 놀랐다. ‘이 일을 아버지가 어떻게 아셨지?’ ‘그건 분명 장 사장, 그 개X식이 일렀을 거야.’ ‘그렇다고 그 일이 아버지가 저 여자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할 정도는 아닌데!’ ‘우리는 정씨 가문 사람이라고!’그러자 정충화는 계속 독설을 퍼부었다. “짐승 같은 놈, 우리 가족을 다 죽이려고 그래? 빨리 자백하지 않고 모해?” 정경래는 이제야 자신이 사고를 쳤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워했다. ‘분명 우리 가족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거물이 개입했을 거야. 그렇지 않다면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겁을 낼 이유가 없어!’ 이 생각을 하자, 그는 조금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류혜진은 정경래가 세화를 얻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거리에 쫓아 수모를 당하게 하고 또 그녀 앞으로 달려가 연극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순간 몸서리가 쳐졌다. 그녀는 정경래
“이미 알고 있었다고?” 류혜진은 멍하니 동혁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정경래가 어제 오전에 세화에게 고백하러 왔었는데, 세화가 받아들이지 않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겠죠. 그런데 저녁에 어머니가 집들이를 준비한다는 것을 듣고 틀림없이 세화 때문에 일부러 접근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동혁도 류혜진이 자신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는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혁 씨 정말 똑똑해!” 진경이 칭찬했습니다. 그녀는 예전에 엄마가 동혁을 억울하게 비하하는 것을 듣고 화가 났었다. 이제 동혁이 잘한 일이 있으면, 자신이 동혁을 먼저 자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자신의 남편은 능력 없고 허풍 떠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무슨 똑똑하다고!” 류혜진이 동혁을 차갑게 노려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동혁이 너는 왜 이렇게 무능하니?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왜 정경래, 그 짐승 같은 놈을 면전에서 어쩌질 못해 가지고 세화가 당하는 것을 빤히 보고만 있어?” 세화는 어리둥절해졌다.“엄마, 분명히 엄마가 나보고 이러쿵저러쿵 정경래에게 하라고 했으면서, 왜 동혁 씨를 탓해요?” 류혜진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억지를 부렸다. “나는 정경래에게 속은 거야. 그러나 동혁이는 진상을 뻔히 알면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보고만 있었어. 어제 내가 뺨을 때린 것 때문에 그랬겠지? 마음속으로 나 비웃으면서. 능력 없고, 소심하기는!” 동혁은 할 말을 잃었다. 분명 그는 류혜진이 즐겁게 집들이를 해서 이웃 친구들 앞에서 체면을 세우고 나면, 이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지금 류혜진에게 작은 오해를 받아 자신을 무시하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집에 가자!” 류혜진은 허탈하게 고개를 돌려 휠체어의 진창하를 밀고 나갔다. ‘동혁에게 이 일들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설마 정말 장모인 내게 꼭 사과를 받으려고?’ “우리도 가자! 동혁 씨, 신경 쓰지 마. 우리 엄마는
김대이는 사실대로 말했고, 자신의 금니가 뽑힌 일을 숨기지 않았다. 동혁에게 이를 뽑힌 그는 창피해 하기보다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동혁 형님? 그 사람이 누군데? 이 악독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데!” 박용구에게 흥미가 생겼다. 김대이는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박용구, 너 죽고 싶지 않으면, 형님을 건드리지 마.” 박용구는 얼굴빛이 약간 변하며 불복한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독기 하나로 H시 암흑가에 빠르게 자신의 지역을 개척하고 빠르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독기로 하나로 말하자면, 그는 정말 누구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김대이, 진씨 가문의 그 데릴사위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무슨 동혁 형님? 그냥 힘 있는 척하면서 집에서 글이나 쓰는 샌님일 거야!” 바로 그때 주원풍이 몇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주 회장님, 그 동혁 형님이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김대이의 말을 듣고 박용구 등은 흥미를 느꼈다. 김대이는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잘 알지도 못하고, 주 회장의 아들이 이 어르신의 아내를 건드려서, 이미 고자가 되었지!” 김대이에게 다시 옛 아픔이 들춰지자 주원풍은 크게 화를 냈다. 주원풍은 차갑게 말했다. “이동혁은 결국 얼마 못 가게 되어있어. H시 이씨 가문이 이미 그를 주시하고 있으니까. “여러분, 이씨 가문은 건축자재협회를 재편성하고, 동혁의 후원자인 성세그룹을 무너뜨리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가입하기를 원한다면, 미래협회 이사직을 여러분에게 드리겠습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은 그냥 가도 좋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원풍이 오늘 이 사람들을 소집한 이유였다. 이 조건이면 김대이를 제외하고, 현장에 있는 모든 두목들이 기꺼이 합류할 것이다. 누가 H시 이씨 가문에 잘 보이고 싶지 않을까? 모두가 김대이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흥, 주 회장, 죽으려고 그러십니까?” 김대이는 냉소적으로 웃더니 바로 떠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
세화는 조금 놀랐다. H시의 사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이씨 가문과 같은 급의 명문 가문이다. 사정우의 아버지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 자신도 사해상공회의소 가입을 앞두고 있기에,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편이 될 텐데 다투지는 않겠지.’ 하지만 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세화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방금 있었던 일을 묵인할 생각은 없었다. “방금 일부러 차선을 바꿔 제 차를 들이받게 한 거 맞죠?” 세화는 사정우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린 세화는 손을 내밀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질문했다. 사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하고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에요.” “사고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면 낭만적인 드라마 같지 않겠어요?” “낭만적인 드라마?” 세화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예요.” “당신의 행동에서 차가움과 무감각만 느꼈을 뿐이에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세화의 단호한 태도에도 사정우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세화를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만난 여자들은 아무리 새침한 척해도 그의 신분과 재력을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화는 달랐다.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자신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하는 건 아주 성취감이 있겠어.’ 사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시군요. 사람 목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요?” “난 예전에도 사람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보상하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일이지.” “물론 돈을 거절하고 내 목숨을 요구하는 바보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
[사해 상공호의소에서 우리를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살펴봐야 해.] 세화가 차분하게 말했다. [H시의 시장은 너무 작아. S시의 세방그룹이든 혜성그룹이든 앞으로는 반드시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해.] [그리고 N도의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N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해.] [마침 사해상공회의소에서 고급 회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해 온 거야.]세화도 이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에 쌍방은 자연스럽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남편이 별로 탐탁치 않아 한다는 걸 알아차린 세화가 동혁에게 말했다. [당신도 같이 가. 이미 사해상공회의소 대표하고 약속을 했어,] [새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야.] 동혁의 주량이 좋기도 하지만 동혁을 데리고 가는 데에는 세화가 고심한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바로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과 만나면서 동혁을 위한 인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세화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느낀 동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아내가 이렇게 나를 챙겨 주는데 내가 승낙하지 않는다면 너무 눈치가 없는 것이겠지?’동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 알겠어. 당신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지.” “하물며 술마시는 건데 말이야. 오늘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은 다 뻗게 해주겠어!” 동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세화는 진지하게 말했다. [좀 진지하게! 이번엔 사고 치면 안 돼. 지난번처럼 술 마신 사람들 병원으로 보내지 말고!] 지난번에 동혁은 몇 개 부문의 책임자들과 술을 마시고 전부 뻗게 만들어서 세화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알았어. 쓸데없는 말은 안 할게. 명성호텔로 와서 나하고 합류하면 돼. 내가 지금 차를 가지고 갈게.]다시 한마디 한 뒤 세화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세라티를 몰고 출발했다.세화가 명성호텔 근처에 왔을 때, 옆 차선에서 오픈 스포츠카 한 대가 세하의 차에 접근해서 나란히 달렸다. 빵! 빵! 선글라스를 낀
한 무리의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천진과 주다정의 귀에도 들렸다. 이는 자신들에 대한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였다.30분도 안 되어 천진이 주다정을 폭행한 사실이 인터넷어 폭로되었고, 사방으로 떠들썩하게 퍼져 나갔다.이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졌다. 주다정과 천진이 결탁해서 간통을 저질렀고, 항난그룹을 삼키려고 작당한 두 사람은 오히려 동혁과 수소야가 간통을 저질렀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던 것이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지!’두 사람을 향한 욕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악명을 세상에 날리게 된 주다정과 천진은, 모든 사람들의 규탄의 대상이 되었다.이튿날 H시 방송국에서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혁과 세화 일가에 사과하는 동시에 경병수와 주다정을 파면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 이 양아버지와 수양딸은 H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소문에 따르면, 주다정은 한 지방 도시의 고급 클럽에서 명문가의 자제들과 고위 관리들을 정성껏 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예전에는 자신이 기꺼이 원해서 그랬지만, 지금은 억지로 웃음을 보여야 했다.그리고 이 여론을 통해서 먹칠을 했던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수소야도 여러 매체들이 공동으로 증인을 서는 가운데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천진의 파렴치한 행동이 사람들에게 공개된 데다가 동혁도 이 소송에 특별히 관심을 보였다. 법원에서는 신속하게 두 사람의 이혼을 판결했다.결국 천진은 원래 자신의 가문에 속했던 재산을 제외하고, 항난그룹에 대해서는 동선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다.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천진은 수소야가 보유한 항난그룹의 지분은 부부의 공동 재산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절반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했다.하지만 수소야는 항난그룹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동혁이 전후로 나눠 준 지분은 처음부터 백마리의 명의로 되어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천진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항난그룹의 지분을 수중에 넣으려고 할 때마
경병수는 마침내 주다정이 요 며칠 동안 온갖 방송국 자원을 동원해서 유언비어를 날조해서 얼굴에 먹칠을 하게 만들었던 대상이 동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경병수가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동혁의 태도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동혁이 냉혹한 말투로 경병수에게 말했다.“경 국장, 내가 잘못 들었나?” “나는 해고하는 건 못 봤어. 오히려 당신이 가지고 놀다가 질린 음탕한 여자를 나한테 꽂아 넣으려고 한 걸 봤는데.”“경 국장, 당신은 나 이동혁을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털썩-경병수는 눈빛마저 초점을 잃은 채 털썩 주저앉았다.이제는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동혁이 이렇게까지 말했다는 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작정임을 드러낸 것이다.더 중요한 건 경병수가 반박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건 바로 경병수가 생각한 방법이었기에.동혁은 경병수를 더 이상 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임창호에게 말했다.“방송국 위아래 모두 대청소를 해야겠군요.”“시 방송국의 바로 H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인데, 오히려 온갖 오물과 비리가 난무하는 곳이 되었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네!”임창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경병수의 접견을 자신이 주선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자신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이제는 자신이 시장에게 점수를 잃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반드시 만회해야 해!’임창호는 곧바로 사정 파트의 직원들을 호출했다.“경병수와 주다정은 모두 즉시 파면 처분했다고 공고하도록 해. 그리고 내가 직접 방송국에 주재하면서 대대적으로 정리하겠다.”임창호의 말은 경병수와 주다정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과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완전히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야 했다주다정은 자신이 어떻게 시청에서 나왔는지, 어떻게 숙소로 돌아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줄곧 멍한 표정이었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천진이 나와서 문을 열었다.그러나 주다정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다정아,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널
동혁의 이런 비난에 경병수는 놀라서 쓰러질 지경이었다.‘주다정 저 멍청한 X이 자기만 망친 게 아니라 나까지도 망쳤어.‘시장님의 말은 우리 방송국 전체에 아주 불만이 많다는 걸 드러낸 게 분명해.’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면서 경병수는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시, 시장님... 저 주다정이 갑자기 미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방송국 직원들은 모두 시장님을 존경하고 있고, 불경한 의도를 품은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말을 하면서 경병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장의 싸늘한 태도를 보자 주다정에 대한 분노가 솟구쳤다.‘이 멍청한 X이 나까지 말려들게 하다니!’경병수는 갑자기 주다정을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지게 만들었다.거기서 그치지 않고 두 발로 계속 거세게 걷어찼다. 퍽! 퍽! “아악! 아파요. 양아버지 제발! 제발 그만 때리세요!!”주다정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누가 네 양아버지야!”주다정의 입에서 양아버지란 말이 나오자, 경병수는 넋이 나갈 정도로 놀랐다.재빨리 달려들어 주다정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는 연달아 따귀를 때렸다.짝! 짝! 짝!“악! 제발 그만!” “나는 너하고 아무 관계도 없어! 함부로 친척이라고 하지 마!” “한 번만 더 주둥이를 놀리면 때려 죽여버리겠어!”경병수는 이번에 정말 필사적이었기에 온 힘을 다해 주다정을 때렸기에, 주다정은 너무나 비통한 나머지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경병수가 아무리 둔하다 해도 동혁과 주다정 사잉에 원한이 쌓여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주다정은 이미 시장님의 마음 속에서 끝났어.’‘지금 만약 주다정이 내 수양딸이라는 게 들통나면 이동혁이 나를 그냥 두겠어?’주다정의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때리던 경병수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때리던 걸 멈췄다.지금 주다정은 갯벌의 진흙처럼 엉망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마치 숨이 간들간들한 강아지마냥 입으로는 연신 끙끙 신음소리를 내
“이, 이동혁?!” 주다정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설마 요즘 내가 너무 잠자리에 탐닉하느라 피곤해서 환각을 보는 건가?’ 자시을 때려 죽인다 해도 동혁이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여기는 시장님의 관저이자 H시 권력의 중심지야. H시에서 가장 존귀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이동혁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이곳에 있을 수 있어?’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나와서 자세히 보고는, 주다정은 다시 한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책상 뒤에 있는 남자는... 정말로 이동혁이 맞아!’주다정은 완전히 멍한 상태였다.요 며칠 동안 주다정은 전력을 다해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모두가 욕을 퍼붓자, 동혁은 H시에서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주다정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동혁은 집 밖에도 못 나오고 쥐 죽은 듯이 지내거나, 몰래 H시에서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이동혁이 당당하게 시장실 한가운데 서 있다니?’ ‘이게 말이 돼?’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주다정은 무의식적으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화를 냈다. “야, 이동혁! 너 같은 쓰레기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넌 인간 말종인 쓰레기야! 이곳이 어디라고 너 따위가 감히 들어와?” 주다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장실 안은 이미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시장실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부시장 임창호와 방송국 국장 경병수. 그리고 그들을 안내한 시장실 직원들까지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마치 바보를 보는 것처럼 주다정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느끼자, 주다정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자신감이 없어졌다. 불안해진 주다정이 주변을 둘러보니, 시장실 안에는 동혁 외에 임창호 부시장과 시장실의 직원들이 있었다.‘시장님은?’주다정은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동혁이 이런 중요한 장소에 버젓이 나타난 데다가, 부
“시장님, 경병수 국장은 오랫동안 방송국에서 근무한 베테랑입니다. H시 내에서도 명망 있는 인물이고도 하고요. 만나보시겠습니까?” 임창호가 허리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송국 국장이?” 동혁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답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곧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 남성이 임창호를 따라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시장님, 이쪽은 시 방송국의 경병수 국장입니다.” 임창호가 간단하게 소개했다.동혁을 본 경병수는 첫눈에 새 시장이 과연 바깥에 떠도는 소문 그대로라는 느낌이 들었다.‘정말 너무나 젊은데!’시장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인 경병수가 겸손하게 인사했다. “시장님, 그냥 ‘경 국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가볍게 대답한 동혁이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임 부시장이 보고할 게 있다고 하던데 이번 우수직원 선발과 관련된 건가요?” “아, 네! 그렇습니다, 시장님!” 순간 당황했던 경병수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이번에 저희 시 방송국에서 선발된 우수직원은 주다정이라는 경제 뉴스 앵커입니다.” “어제 시장님께서 지시하신 뒤에, 저희도 내부적으로 철저한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동혁은 담담하게 물었다. “아 그래요? 조사 결과는 어떤가요?” 경병수가 몰래 동혁의 표정을 살폈지만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주다정이 앞서 시장이 단독으로 자신을 접견하기로 했다고 말한 걸 떠올리고, 시장이 주다정에게 악의가 있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주다정의 직속 상관인 자신이 주다정에게 좋은 얘기를 하라고 암시하는 것처럼 보였다.경병수가 얼른 입을 열었다.“네! 시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내부 조사 결과 주다정 기자는 진지한 태도로 업무를 책임지고 있고 업무 능력도 아주 뛰어납니다.” “게다가 도덕성과 인품 면에서도 방송국 내에서 아주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다정 기자가 몇 년 간 연속해서 우수직원에 선정된 것은 바로 방송국 전체 직원들의 지지를 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