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방세한은 방금 들은 소식을 전했다. “모르셨죠? 제가 알기로는 성세그룹과 시청, 그리고 강오그룹 세 곳이 이미 정식으로 동맹을 맺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그들의 상대가 바로 3대 가문과 염동철이에요.” “오늘 금우자동차센터뿐만 아니라 염동철의 조카인 염동완의 도박장도 폐쇄되었는데, 이는 성시강연맹이 3대 가문에 대해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어요. 이동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요.” 불과 두 시간 만에 외부에서는 이 새로운 세력의 이름까지 지어냈다. 성시강연맹은 성세그룹, 시청, 강오그룹 세 곳의 연맹이다. 어쨌든 지금 모든 사람들은 이 세 곳이 이미 동맹을 맺어 3대 가문과 염동철을 상대했다고 생각했다. 3대 가문과 염동철 본인조차도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진한강 가족은 그저 얼떨떨할 뿐이었는데, 그들의 수준으로는 이런 규모의 싸움에 대한 수준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혁과 관련이 없다고 들었을 때, 진한강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화란은 애교스럽게 방세한을 한 대 때렸다. “그럼 아까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괜히 놀랐잖아.” “할아버지께서 위기감을 느껴야, 우리가 다시 권력을 차지하려 할 때 지지해 주시지 않겠어?” 방세한은 음산하게 말했다. “우리가 장태리를 이미 H시로 데려왔어. 우리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요 며칠이면 우리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고 하셨어. 그때 진성그룹 문제는 바로 우리말 한마디면 해결할 수 있어!” “정말? 잘 됐어!” 진한강 가족들은 금세 기뻐했다. 세화가 실권을 장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진한강 가족은 그 짧은 시간이 마치 일 년처럼 느껴질 만큼 매우 고통스러웠다. ‘이제 드디어 세화를 진성그룹에서 쫓아내고, 원래 우리의 힘을 되찾을 수 있겠어!’ 방세한은 진한강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늘 거울 저택.세화의 가족들도 금우자동차센터가 폐쇄되었다는 소식을 곧 알게 되었다. 그래도 세화
동혁에게는 두 손에 피를 묻힌 도망자들이 모두 죽는 것이 가장 손쉬운 해결 방법이었다. ‘그런 범죄자 놈들을 가두는 것은 식량 낭비일 뿐이야.’ 선우설리는 동혁의 말 뜻을 알고 즉시 조동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혁은 옆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 “회장님, 천대명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 있던 선우설리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천대명이 살고 있는 곳도 단독주택이었는데, 가격이 60억 원 정도 되었다. 천대명은 현대병원의 부원장으로 물품관리와 구매를 담당해 적지 않은 돈을 챙겼다. 동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동혁은 공기 중의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챘다. 그러나 동혁은 개의치 않고 천대명의 단독주택으로 걸어 들어갔다. 선우설리가 그 뒤를 따랐다. 단독주택 거실에 짐이 잔뜩 쌓여 있는 걸 보니 천대명은 단독주택을 팔아 염동완의 도박 빚을 갚으려 하는 것 같았다. 천대명의 아내와 아이들은 모두 없었고, 그 혼자만 남아있었다. “이동혁? 여긴 무슨 일이지?” 동혁을 보고 천대명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천대명은 동혁이 자신의 단독주택을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동혁은 집에 들어가 소파에 아무렇게나 앉아 천대명을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네가 오후에 염동완에게 말한 것을 다시 한번 내게 말해봐. 말하지 못한 것도 모두 이야기해야 할 거야.” 염동완은 동혁을 위해 진심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다. 오후에 바로 천대명을 풀어준 것을 보니, 틀림없이 미처 자백하지 못한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동혁은 염동성을 찾아 묻지 않았다.동혁은 사건 당사자인 천대명에게 직접 말하라고 요구했다. “이동혁, 안 그래도 내가 네 놈을 찾아가 한번 손 좀 보려고 했는데, 네가 직접 이렇게 집까지 올 줄은 몰랐어. 그것도 여자만 데려오다니, 스스로를 너무 과신하는 거 아니야?” 천대명은 동혁의 등뒤에 있는 선우설리를 보고 갑자기 짙은 탐욕이 솟아올랐다. 천대명은 이 예쁘고 도도한 선우설리의 모습
천대명은 짜릿하게 몸서리를 쳤지만, 또한 흥분이 되어 떨기도 했다. 동혁이 방금 어떻게 이 다섯 명의 킬러를 발견했는지에 대한 의혹은 이미 천대명의 머리에서 완전히 지워진 지 오래였다. “이동혁, 내가 진작에 네가 죽으려고 환장한다고 말했는데, 내 말을 믿지 않았어?” 천대명은 팔짱을 끼고 동혁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바보 같은 놈, 네가 싸움 좀 할 줄 안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감히 우리 집까지 와서 헛소리를 하다니.” 천대명은 말하면서 동혁의 뒤에 서 있는 선우설리를 가리켰다. “저 여자가 네 마누라 진세화인가? 헤헤, 네가 네 아내를 나한테 줘서 잠자리를 하게 한다면, 내가 특별히 덜 고통스럽게 죽게 해 주마!” “죽고 싶어?” 분노한 선우설리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동혁도 고개를 들었다. 동혁의 차가운 눈빛은 천대명뿐만 아니라 다섯 명의 킬러들까지도 깜짝 놀라게 했다. 사람을 죽여본 그들조차도 이렇게 무서운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킬러들은 동혁의 눈빛 속에서 사람을 수없이 죽여본, 지옥보다 더한 살의를 느꼈다. 동혁의 눈에 보이는 살의가 거의 실제로 발현될 것만 같았다. 킬러들은 등골이 오싹하고 두피가 저렸다. “죽여!” 그 여자 킬러인 안시현은 가장 먼저 동혁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손을 썼다. 휙! 손에 쥔 비수가 빠져나와 동혁의 얼굴로 쏘아져 나갔고, 안시현의 몸도 뒤따라 동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안시현은 동혁을 죽여야만 영혼 깊숙이 스며든 공포가 사라질 것 같았다. “회장님, 조심하세요!” 선우설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혁이 갑자기 손을 들어 손가락 두 개 사이로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비수를 끼워 잡는 것을 보았다.안시현을 포함한 다른 킬러들은 눈동자가 움츠러들었고, 동혁이 보여준 신기한 수법에 놀랐다. 이런 행동은 맨손으로 칼을 빼앗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바로 이때, 동혁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지며, 두 손가락에 낀 비수를 날아온 방향을 향해 그대로 던졌다. 비수가 안시현의 얼굴을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이런…” 천대명은 겁에 질려 땅에 엎드려 벌벌 떨며 상황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반면에 동혁과 선우설리는 시종일관 이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봤다. 아무도 이 알 수 없는 싸움의 원흉이 사실 동혁과 선우설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20명 이상의 탈주범을 적당한 시간과 장소에서 도망치게 했는데, 마침 천대명의 단독주택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몇 명의 킬러들을 만났다. 두 패 모두 염동철의 수하인데도 서로를 몰랐다. 탈주범들은 지금 빨리 인질을 잡아 경찰과 조건을 협상하고 싶을 뿐이었다. ‘만약 인질로 잡을 수 없다면, 죽여 버려야 해!’ 하지만 탈주범들은 그 4명의 킬러들을 과소평가했다. 킬러들은 모두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비록 인원수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실력은 탈주범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매번 칼이 휘둘러질 때마다 탈주범 한 명씩 피범벅이 되어 쓰러졌다. 그러나 탈주범들은 모두 극악무도한 사람들이어서, 동료들의 죽음은 그들에게 아무 영향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탈주범들의 살심만 자극할 뿐이었다. 그러나 탈주범의 수가 많아, 4명의 킬러는 곧 부상을 입었고, 격렬한 싸움 끝에 결국 죽었다. 탈주범들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고, 결국 땅에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3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뻣뻣한 시체로 변했고, 거의 일격에 죽음을 맞이했다. “삐요삐요…” 바깥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 나머지 세 탈주범은 온몸에 흐르는 피를 무시하고, 동혁과 선우설리에게 달려들었다. 천대명은 이미 놀라서 땅에 주저앉아 있었다. 탈주범들은 천대명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퍽퍽퍽!동혁은 세 명의 탈주범을 모두 발로 차서 땅에 떨어뜨렸는데, 몸에 몇 개의 뼈가 부러졌는지 모를 정도였다. 아마 죽지 않더라도 평생을 폐인으로 살 것이다. 역겹도록 짙은 피비린내가 거실을 가득 메웠다. 지금 단독주택 안은 생지옥 같다. 동혁은 침착하게 천대명에게 다가와 시선을 마주
세화 가족의 모든 일은 동혁과 관련이 있었다. 당시 진성그룹은 H시에서 큰 두각을 보였고, 심지어 해외까지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창하의 능력으로 진씨 가문이 곧 재산이 2조억인 명문가가 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로 이때 동혁이 세화에게 고백을 했다. 줄곧 동혁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해 온 사람들은, 동혁이 진씨 가문을 빌어 신세를 뒤엎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을 포함한 각 세력은 즉시 진성그룹을 공격하고, 동시에 세화 가족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진창하는 교통사고가 났고, 류혜진이 해고되었다. 행복한 삶을 향해 달려가던 네 식구가, 금세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완전히 침몰했다. “선우 사장, 다 녹음했어?” 동혁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선우설리가 다가와 휴대폰을 동혁에게 보여줬는데, 바로 방금 천대명이 자백한 영상이다. 천대명은 온몸을 떨며 애원했다. “사장님, 사장님이 천씨 가문을 찾아 복수할 때, 절대로 제가 사장님께 자백했다고 알리지 말아 주세요!” 만약 천씨 가문 사람들이 천대명이 자신들을 배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천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천대명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넌 천씨 가문은 두렵고, 나는 두렵지 않은가 보지? 내가 너를 살려줄 것 같아?” 천대명은 고개를 들고 놀란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천대명은 순간 동혁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킬러인 안시현을 죽인 것이 생각나서,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천대명은 손발을 가지런히 하고 일어나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류혜진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은 모두 천씨 가문의 지시입니다. 오늘 킬러들도 천씨 가문에서 보낸 거예요. 그들이야말로 사장님 가족을 해친 주모자이고, 저는 그저 졸개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제발 죽이지만 마세요!” 천대명은 애원을 멈추지 않았고, 이마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미친 듯이 머리를 땅에 조아렸다.동혁은 무표정한
염동철은 한마디를 내던지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 다시 잠을 청했다. 어쨌든 염동철은 20년 전에 명성을 날린 암흑가 은둔 고수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기 때문에, 이 정도 일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당장 이런 일이 벌어져도 마음 편히 잘 수 있었다. 반면에 3대 가문은 염동철처럼 태연하지 않았다. 3대 가문이 두 가지 나쁜 소식을 동시에 받았기 때문이다. 먼저, 백세종이 전한 소식은 3대 가문 모두 성시강연맹이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느끼게 했다. 이 소식은 그렇다고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소식 때문에 바로 3대 가문의 가주들이 한밤중에 회의를 위해 조씨 가문의 집으로 달려갔다. “허 회장, 천 회장, 딸의 행방을 찾았어.” 조구영은 서둘러 달려온 두 가주를 보며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말했다. “어디야?” 허윤재와 천정윤은 모두 조구영을 보고 있었다. 조구영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오후 명희가 H시 군부 병참부의 황 과장을 데리고 금골 별장 C동에 단독주택을 고르러 갔는데, 마침 황 과장이 백항남의 가족이 2년 전에 살던 9호 단독주택이 마음에 들었나 봐.” “명희가 그 자리에서 바로 사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이미 단독주택을 산 거야. 결국 양쪽이 충돌했는데, 황 과장의 직위가 해제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 허윤재는 놀라 소리쳤다. “그 직위가 해제되었다고? 누군데 그렇게 능력이 대단한 거야?” 황현동은 H시 군부 병참부의 과장이었다. 허윤재 등의 눈에는 그리 크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황현동은 결국 H시 군부의 사람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H시 군부가 3대 가문 코앞에 있어도, 손 한번 닿지 못했다. 단독주택 한 채 때문에 황현동이 그 자리에서 해임되었다. 절대 3대 가문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조 회장, 뜸 들이지 말고, 9호 단독주택을 산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말해 봐!” 천정윤도 조구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상업은행 공시 정보를 통해 알아봤는데, 바뀐 9호
“뭐? 한 명당 2000억? 완전 날강도가 따로 없군!” 천정윤이 제시한 가격을 들은 허윤재는 대뜸 화를 냈다. 아무리 심석훈이 남강 군부의 총지휘관이라 하더라도, 한 명당 자리값이 이렇게 비싼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천정윤이 말했다. “심석훈은 이 전신의 특별훈련과정 출신으로, 이 전신에게 직접 임명서류를 수여받는 것이 소원이라더군. 그래서 이번에 이 전신이 실제로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정말이야?” 허윤재가 의심하며 말했다. “이 전신이 직접 오더라도 2000억 원은 터무니없는 액수야. 설마 사람을 가려서, 우리 3대 가문의 돈을 뜯어내려는 거 아니겠지…” “돈을 뜯어낸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어!” 조구영이 허윤재의 말을 끊었다. “어쨌든 이번 취임식에 우리 조씨 가문은 참석할 거야. 이 2000억 원을 이 전신에게 주는 것이든, 심석훈에게 주는 것이든, 돈을 달라고 하면 난 그들에게 돈을 주고 그들 중 누구와 도 관계를 맺을 거야. 그럼 우리 조씨 가문이 얻는 혜택은 그 2000억 원보다 훨씬 클 테니까.” “맞아, 그럼 우리 천씨 가문도 참석하겠어.” 천정윤이 조구영에 말에 동의했다. 허윤재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3대 가문은 한 마음 하나야. 너희들이 참석하는데 우리 허씨 가문이 어떻게 참석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말은 그렇게 듣기 좋게 했지만, 사실 3대 가문 사이는 결코 공고하지 않았다. 공동의 적이 없는 상황에서 3대 가문은 똑같이 서로 경쟁했다. 그래서 허윤재는 다른 두 가문보다 뒤처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 일이 결정되자 허윤재가 다시 말했다. “너희들도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의 연락을 받았어? 이동혁을 처리하라는 재촉말이야.” “다 받았어.”조구영과 천정윤은 안색이 조금 안 좋아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3대 가문은 큰 적인 백항서조차 어쩌지 못해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동혁의 일은 정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의 말을 3대 가문은 듣지 않을
관례 정원의 자리 값이 2000억이 된 것은 동혁이 지시한 것이었다. 동혁은 어제 9호 단독주택에서 조명희와 황현동의 말을 전부 들었다. 그때 3대 가문이 심석훈의 취임식에 참석하여, 심석훈과 연줄을 만들어 자신을 상대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동혁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혁은 3대 가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3대 가문은 혹 데러 갔다가 오히려 혹을 더 붙여오게 생겼다. 어차피 3대 가문의 재산도 남의 것을 빼앗아 얻은 것이었다. 모두 부정한 돈이다. 동혁과 설전룡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편 진성그룹. 세화는 정기적인 업무 회의를 열고 부서 책임자들의 업무 보고를 경청하고 있었다. “현재 그룹의 중심은 향방주택 프로젝트로, 분양 준비는 모두 마쳤고, 모레 정식 분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전에 저희 그룹이 4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으면서, 홍보 투자를 늘렸고, 현재 H시 각은행들과의 관계가 매우 안정적이어서 지난번 대출 중단 사태의 영향이 점차 사라졌습니다.” “저희가 평가한 바로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저희 매물이 시장 경쟁력이 있어서, 구매의사가 있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발언하고 있는 사람은 향방주택의 판매 매니저 우세희였다. 우세희는 이전에 다른 대형 아파트의 분양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그 분야 업계 최고이다. 원래는 높은 연봉으로 성세그룹에 스카우트되었었다. 그러나 이전에 향방주택의 고위층들이 세화를 사임하도록 압박했을 때, 동혁에 의해 세화를 보좌하기 위해 보내졌다. 우세희의 말에 좌중들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현재 진성그룹은 세화가 실권을 잡고 있으며,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도 예전에 대출 중단 위기 이후에 승진한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진성그룹을 잘 성장시키고 싶어 했다. 이전 임원들 사이에 있었던 각종 권력 다툼, 이익 쟁탈과 책임 전가 현상도 이미 사라졌다. 세화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우 매니저의 보고가 매우 고무적이네요. 그럼 이어서 바로 분양을 시작합시다. 매니저
명성호텔에 온 동혁과 세화는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지난번 동혁이 이곳에서 Y국 영사 해리슨을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든 일은 직원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기 때문이었다.“안녕하세요, 사해상공회의소의 대표에게 통보해 주세요. 세방그룹 회장 진세화 씨가 회견을 요청한다고요...”세화는 친절하게 직접 접대하러 온 매니저에게 말했다.이번에 온 사해상공회의소는 대표단은 모두 명성호텔에 묵고 있다. 그리고 호텔 한 층의 객실을 전부 사용하는데 이는 그들의 재력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럼 진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인 매니저는 곧바로 통보했다.현재 9층의 회의실.사해상공회의소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였다.“무슨 소리야, 사정우가 체포되다니?”“H시 경찰국 사람들이 뭘 잘못 먹은 거야? 감히 사정우를 잡아넣다니!”비쩍 마른 남자가 펄쩍 뛰면서 화를 냈다.이 사람은 바로 이번 사해상공회의소가 세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H시에 파견한 대표단의 강경영 대표였다.지금 강경영은 섬뜩할 정도로 굳은 표정이었다.사정우는 이번에 대표단의 일원으로, 자신과 함께 H시로 관광 겸해서 왔다.이런 명문가의 도련님은 당연히 대표단에 얌전하게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H시에 도착하자마자 불량배 친구 한 패거리를 불러서 나가서 한밤중까지 쏘다녔다.강경영은 관여하지 않았고 감히 관여할 수도 없었다.사정우의 부친 사세준은 명문 사씨 가문의 중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이자 강경영의 자신의 은인이기 때문이다.강경영 자신은 기껏해야 사세준이 기르는 애완견에 불과할 뿐이다.그래서 사정우가 H시에서 누군가와 추돌사고가 났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도 없는 반면에 오히려 사정우가 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강경영은 당연히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도대체 누가 사정우 도련님을 잡아넣으라고 명령했는지 당장 조사하고 손을 써!”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직원에게 지시했다.명령을
“너, 너 공직자가 감히 나를 때려! 너 이건 폭력적인 법 집행이야. 너 죽고 싶어?”나태성은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선 나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조동래를 바라보았다.“네 따귀를 때린 건 그나마 가벼운 거야.”무표정한 표정의 조동래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었다.“이 사람은 법 집행에 저항하면서 공직자를 위협했기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가 계속 행패를 부렸기에 체포합니다.”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질렀다.아무도 조동래가 뺨을 때린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저 나태성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는데. 조 국장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때린 거야.’‘졸졸 따라다니면서 앞잡이 노릇이나 하는 졸개 놈이 감히 노골적으로 한 시의 경찰국장을 위협했지.’ ‘만약 저 놈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H시정부의 위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어?’‘조동래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문 사씨 가문을 앞세운 나태성의 따귀를 때렸어.’사정우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명문 사씨 가문을 들먹여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눈치 없이 굴다가는, 조동래의 성질대로라면 나도 뺨을 맞게 될 거야.’이렇게 생각한 사정우는 계속 상대방과 다투려는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두 명의 경찰관에게 끌려가게 되자, 사정우는 참지 못하고 동혁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이동혁, 맞지, 오늘 이 일은 내가 기억해 두겠어.”“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허허, 나는 곧바로 나와.”“그렇게 되면 너와 네 마누라에게 하나씩 천천히 이 빚을 계산하겠어...”사정우가 소란을 부리는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던 동혁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맥라렌의 차문을 맹렬하게 걷어찼다.쾅!큰 소리와 함께 차문 전체가 납작해졌다.“이 이가 놈, 너 지금 죽고 싶다는 거지!”분노가 극에 달한 사정우는 핏줄이 솟을 정도로 분노의 고함을 쳤다.‘내가 이 부서진 차를 다시 운전할 생각은 없다 해도, 이동혁은 모든 사람들의 면전
경찰의 현장 답사는 아주 빨리 진행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왔다.조동래가 부하들에게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걸 본 사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보아하니 조동래는 적당히 구슬려서 화해시킬 생각도 없고, 바로 이 자리에서 내게 줄을 대려는 모양이네.’“이동혁, 내가 말했지, H시라는 이 촌동네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이제 너는 내가 즐길 수 있게 순순히 네 마누라를 내놓으면 돼!”사정우는 아주 유쾌한 듯이 웃으면서도 탐욕스러운 눈빛은 줄곧 세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벌써부터 조금 뒤에 어떻게 이 여자를 시중들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동혁이 생각을 바꾸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동혁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지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감사해야 해. 사람들만 없다면 너는 정말 비참하게 박살이 났을 거야.”‘어쨌든 지금 내가 H시의 시장이니까 영향이 미치지 않게 주의해야 해.’‘아직은 내 신원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겠지.’바로 이 점 때문에 동혁은 사정우에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동래에게 전화할 필요도 없었다. 동혁 자신이 해결하면 될 것이다.“계속 주둥이를 놀려봐.”조동래가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사정우는 킥킥대며 물었다.“조 국장, 교통사고 경위서는 나왔겠지요?”“이 추돌사고에서 우리 진회장님의 백 퍼센트 과실인가요?”조동래가 천천히 말했다.“사 선생님,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장 조사를 해 본 결과 당신이 악의적으로 차선을 바꾸고 경쟁을 부추겨서 일어난 추돌사고입니다.”“그래서 이번 사고는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동시에 당신은 난폭운전과 무고한 시민에게 행패를 부린 공갈 협박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 당신에게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것입니다...”조동래의 싸늘한 말에 사정우의 표정이 굳어졌다.“조 국장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그 말을 들
눈썹을 찌푸린 사정우가 도발적인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지켜보도록 해!”그렇게 말해도 사정우는 여전히 전혀 동혁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비록 상대방이 돈도 백도 없는 서민은 아니지만 항난그룹 회장이라도 그들 명문가 사람들의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사정우는 설사 H시의 시장이 직접 오더라도, 명문가 사씨 가문의 신분만 앞세운다면,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댈 수 없다고 믿었다.“이동혁, 내가 지금 너한테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줄게. 네 마음대로 전화해서 인맥을 찾아봐. H시 시장을 데리고 와도 괜찮아.”“하지만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추잡한 말을 앞세웠다고 탓하지 마. 너는 돈을 배상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네 아내를 내 놀잇감으로 바쳐야 해!”“나중에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딴소리하지 마...”사정우는 세화의 아름다운 몸매를 쳐다보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세화는 놀라서 기절할 뻔했다.더 이상 사정우 따위의 질 낮은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동혁을 잡아끌었다.“동혁 씨, 차라리 우리가 손해를 보고 말자...”사정우를 흘겨보던 동혁의 눈빛에서 번뜩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여보, 날 믿어, 여긴 H시야.”세화를 달랜 동혁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조 서장님, 저하고 제 아내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자가 졸개들을 동원해서 길을 막고 있는데, 서장님이 직접 오셔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H시 경찰국장 조동래였다.동혁의 말을 듣자, 조동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감히 어떤 놈이 졸개들을 보내서 시장님을 막다니, 살고 싶지 않은 거야!’벌떡 일어난 조동래는 놀란 간부들을 내팽개친 채 회의실에서 뛰쳐나갔다.삐용삐용-10분도 안 되어 사이렌 소리를 울이면서 경찰차들이 잇달아 도착했다.조동래가 직접 온 데다가 H시 경찰국에서 교통업무를 담당하는 도영수 부국장도 함께 왔다.세화는 깜짝 놀랐다.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사정우는 뻔뻔하게도 동혁의 면전에서 네 아내를 데리고 놀 테니 아내를 내게 넘기라고 요구했다.구경하던 시민들조차도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더러운 돈 좀 있다고 아주 대단하네 정말. 저 진 회장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너처럼 그렇게 멋대로 날뛰지는 않아!”“어디서 더러운 외지인이 굴러 들어와서 설치는 거야? H시가 네가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야!”“벼락부자 티나 내면서 정말 무법천지인 줄 아는 모양인데...”격분한 사람들이 잇달아 사정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나 사정우는 이런 비난하는 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오히려 씩 웃으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희 같은 교활한 인간들은 말을 좀 아껴야 해.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짖는다고 내 털끝이라도 건드릴 수 있겠어?”“너희 같은 버러지들이 내 신분을 안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아. 성도의 명문 가문 사씨 가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거야.” “아이고, 여기 H시가 코딱지 만한 촌동네라는 걸 잊어버렸네. 너희 촌것들은 사씨 가문을 들어본 적도 없겠지.”“아무튼 이 작은 H시에서는 아무도 감히 나 사정우를 건드리지 못해. 나 사정우의 일에 관여하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못 믿겠으면 좀 봐 봐. 사건이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수습하러 온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사정우는 입만 열면 교활한 인간에 촌것들이라며 사람들을 멸시했다.뼛속까지 드러나는 사정우의 우월 의식에 시민들은 치를 떨어야 했다.그러나 사정우의 말은 또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사정우의 말대로 이 일대는 H시의 번화가야.’‘평소라면 관련 부서의 출동 속도는 엄청 빨라. 주차 위반 차량도 3분도 채 안 되어 딱지를 붙이지. 하물며 교통사고는 더 말할 것도 없어.’‘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설마 이 사정우의 말대로 H시 경찰조차도 개입을 꺼리는 걸
‘이렇게 변태 같은 인간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세화는 그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자기야, 어떻게 사고가 난 거야? 괜찮아?”바로 그때, 세화에게 천상의 목소리처럼 동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고개를 들어 보면서 그 순간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동혁은 얼른 세화를 붙잡았다. “여보, 왜 울어? 다친 거야?”방금 전에 세화의 전화를 받았던 동혁은 명성호텔로 차를 몰고 달려왔다.호텔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차에서 내려 교통을 정리할 수 있을까 싶어 보던 중에 사람들 틈에 갇힌 세화를 발견한 것이다.“다친 거 아니야, 동혁씨, 진짜 잘 왔어.”바로 마음이 놓이면서 자신감이 치솟은 세화는 동혁을 꽉 붙잡은 채 사정우를 가리켰다.“저 사람이 나를 뒤에서 오게하고는 일부러 사고를 일으켰어. 게다가 나한테 돈을 갚으라고 했어!”“저 사람이 이동혁이야, 진씨 가문의 쓸모없는 데릴사위지.”“쓸모가 없다니? 그건 다 옛날 얘기지. 최근에 항난그룹의 회장이자 원화투자회사의 회장이라는 게 드러났잖아...”구경하는 사람들도 동혁을 알아봤고 세화의 남편이 왔다는 걸 알았다.세화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 있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용기가 생겼다.“이 회장님, 이 사람들이 고의로 당신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내 분이 차를 잘 몰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계속 경적을 울리며 따라가더니, 결국 고의로 차를 중간에 끼우고 추돌사고룰 일으켰어요!”“저 자들 보스는 사람 목숨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지나쳐요!”“또 진세화 씨에게 잠자리를 강요했어요. 권력과 힘을 믿고 완전히 무법천지로 행동했어요...”이 사람들의 말을 듣고 동혁은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동혁의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사정우를을 쳐다보았다. “네가 사정우야? 일부러 내 아내의 차를 끼워서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니, 정말 엄청 설치네.”“너는 운이 좋았어. 다행히 내 아
“보상만 하면 이 고물 차를 다시 몰고 가도 돼.” 대충 내뱉듯이 사정우가 말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은 소 귀에 경읽기였어?’ ‘분명히 이 인간은 자기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냈다고 인정했으면서도, 뻔뻔하게 내게 보상을 요구한다고?’ 세화는 치미는 분노에 헛웃음이 나오면서 더 이상 말로 따질 필요도 못 느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세화가 말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네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 경찰이 판단하게 해야겠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나태성이 다가와서 세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리고 다른 차에서 내린 양아치들도 슬그머니 세화를 둘러싸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지금 뭐 하는 거야? 내 휴대폰 돌려줘!” 세화는 화를 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백주 대낮에 대놓고 핸드폰을 강탈할 줄은 몰랐기에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도 이 광경을 보고 기가 찼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사정우의 패거리는 척 봐도 대단한 기세라서 평범한 시민들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감히 나설 수가 없었다. “예쁜 아가씨, 그렇게 긴장할 거 없잖아. 핸드폰이 얼마나 하겠어. 보상이 끝나면 돌려줄게.” 사정우는 세화의 휴대폰을 가지고 놀면서 심지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했다. 마치 세화의 체취이라도 배어 있는 것처럼. “웃기지 마. 당신이 내게 배상해야 돼.” 세화는 수치심과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사정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가씨,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사정우의 시선이 세화의 몸을 훑어내렸다. “배상할 돈이 없으면 몸으로 갚아도 돼. 나하고 같이 자면 돼.” “흠... 오늘이 내가 이 H시에 온 첫날이니까, 특별히 이렇게 하자.”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당신은 내 여자가 되
세화는 조금 놀랐다. H시의 사씨 가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이씨 가문과 같은 급의 명문 가문이다. 사정우의 아버지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라는 점도 놀라웠다. 그리고 마침 자신도 사해상공회의소 가입을 앞두고 있기에,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은 편이 될 텐데 다투지는 않겠지.’ 하지만 세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세화가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방금 있었던 일을 묵인할 생각은 없었다. “방금 일부러 차선을 바꿔 제 차를 들이받게 한 거 맞죠?” 세화는 사정우의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려는 수작이라는 걸 알아차린 세화는 손을 내밀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질문했다. 사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좋아요. 난 그저 당신하고 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에요.” “사고를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면 낭만적인 드라마 같지 않겠어요?” “낭만적인 드라마?” 세화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예요.” “당신의 행동에서 차가움과 무감각만 느꼈을 뿐이에요.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요.” 세화의 단호한 태도에도 사정우는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이 세화를 바라봤다. 그동안 자신이 만난 여자들은 아무리 새침한 척해도 그의 신분과 재력을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화는 달랐다.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로 자신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이런 여자를 정복하는 건 아주 성취감이 있겠어.’ 사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진지하시군요. 사람 목숨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래요?” “난 예전에도 사람을 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보상하고 합의서 받으면 끝나는 일이지.” “물론 돈을 거절하고 내 목숨을 요구하는 바보
“내려! 내려!” 차 안에 앉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세화를 본 꼬붕 놈이 차문을 더욱 세게 발로 찼다. 마세라티의 차문에는 순식간에 움푹 패인 자국들이 생겼다. 그 와중에도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미동도 없이 서서 이 모든 사태를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세화는 가슴이 아팠다. 이 차는 바로 동혁이 자신에게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이다.세화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행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이 무리들이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서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그만 발로 차, 내리면 되잖아.” 나태성이라는 꼬붕놈은 코웃음을 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세화는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렸다. “와, 이 여자 진짜 예쁜데? 게다가 2억 원이 넘는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는 거 보니 완전 재벌이네.” “이 여자도 몰라? 혜성그룹의 회장, 진세화 씨야! 교통사고를 난 사람이 이 여자일 줄은 몰랐네...” 세화는 H시에서 너무나도 유명했다. 최근에는 주다정이 퍼뜨린 유언비어로 인해서, 더욱 사람들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 덕분인지, 세화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역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으면 함부로 못하겠지.’‘혜성그룹 회장 진세화라고?’ 그 순간, 무표정이던 선글라스 남자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쳤다. “당신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운전할 줄 모르면 아예 도로에 나오질 말든가! 김 여사가 바로 당신 같은 여자 운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야.” 거들먹거리면서 세화에게 쏘아붙인 나태성은 세화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몰아붙였다. “말해봐.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애초에 당신들이 불법으로 차선 변경을 해서 사고가 난 건데, 내가 왜 책임져야 해?” 세화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였다면, 주저하지 않고 피해를 보상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