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방세한은 방금 들은 소식을 전했다. “모르셨죠? 제가 알기로는 성세그룹과 시청, 그리고 강오그룹 세 곳이 이미 정식으로 동맹을 맺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그들의 상대가 바로 3대 가문과 염동철이에요.” “오늘 금우자동차센터뿐만 아니라 염동철의 조카인 염동완의 도박장도 폐쇄되었는데, 이는 성시강연맹이 3대 가문에 대해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어요. 이동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요.” 불과 두 시간 만에 외부에서는 이 새로운 세력의 이름까지 지어냈다. 성시강연맹은 성세그룹, 시청, 강오그룹 세 곳의 연맹이다. 어쨌든 지금 모든 사람들은 이 세 곳이 이미 동맹을 맺어 3대 가문과 염동철을 상대했다고 생각했다. 3대 가문과 염동철 본인조차도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진한강 가족은 그저 얼떨떨할 뿐이었는데, 그들의 수준으로는 이런 규모의 싸움에 대한 수준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혁과 관련이 없다고 들었을 때, 진한강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화란은 애교스럽게 방세한을 한 대 때렸다. “그럼 아까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괜히 놀랐잖아.” “할아버지께서 위기감을 느껴야, 우리가 다시 권력을 차지하려 할 때 지지해 주시지 않겠어?” 방세한은 음산하게 말했다. “우리가 장태리를 이미 H시로 데려왔어. 우리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요 며칠이면 우리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고 하셨어. 그때 진성그룹 문제는 바로 우리말 한마디면 해결할 수 있어!” “정말? 잘 됐어!” 진한강 가족들은 금세 기뻐했다. 세화가 실권을 장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진한강 가족은 그 짧은 시간이 마치 일 년처럼 느껴질 만큼 매우 고통스러웠다. ‘이제 드디어 세화를 진성그룹에서 쫓아내고, 원래 우리의 힘을 되찾을 수 있겠어!’ 방세한은 진한강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늘 거울 저택.세화의 가족들도 금우자동차센터가 폐쇄되었다는 소식을 곧 알게 되었다. 그래도 세화
동혁에게는 두 손에 피를 묻힌 도망자들이 모두 죽는 것이 가장 손쉬운 해결 방법이었다. ‘그런 범죄자 놈들을 가두는 것은 식량 낭비일 뿐이야.’ 선우설리는 동혁의 말 뜻을 알고 즉시 조동래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혁은 옆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 “회장님, 천대명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 있던 선우설리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천대명이 살고 있는 곳도 단독주택이었는데, 가격이 60억 원 정도 되었다. 천대명은 현대병원의 부원장으로 물품관리와 구매를 담당해 적지 않은 돈을 챙겼다. 동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동혁은 공기 중의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챘다. 그러나 동혁은 개의치 않고 천대명의 단독주택으로 걸어 들어갔다. 선우설리가 그 뒤를 따랐다. 단독주택 거실에 짐이 잔뜩 쌓여 있는 걸 보니 천대명은 단독주택을 팔아 염동완의 도박 빚을 갚으려 하는 것 같았다. 천대명의 아내와 아이들은 모두 없었고, 그 혼자만 남아있었다. “이동혁? 여긴 무슨 일이지?” 동혁을 보고 천대명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천대명은 동혁이 자신의 단독주택을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동혁은 집에 들어가 소파에 아무렇게나 앉아 천대명을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네가 오후에 염동완에게 말한 것을 다시 한번 내게 말해봐. 말하지 못한 것도 모두 이야기해야 할 거야.” 염동완은 동혁을 위해 진심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다. 오후에 바로 천대명을 풀어준 것을 보니, 틀림없이 미처 자백하지 못한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동혁은 염동성을 찾아 묻지 않았다.동혁은 사건 당사자인 천대명에게 직접 말하라고 요구했다. “이동혁, 안 그래도 내가 네 놈을 찾아가 한번 손 좀 보려고 했는데, 네가 직접 이렇게 집까지 올 줄은 몰랐어. 그것도 여자만 데려오다니, 스스로를 너무 과신하는 거 아니야?” 천대명은 동혁의 등뒤에 있는 선우설리를 보고 갑자기 짙은 탐욕이 솟아올랐다. 천대명은 이 예쁘고 도도한 선우설리의 모습
천대명은 짜릿하게 몸서리를 쳤지만, 또한 흥분이 되어 떨기도 했다. 동혁이 방금 어떻게 이 다섯 명의 킬러를 발견했는지에 대한 의혹은 이미 천대명의 머리에서 완전히 지워진 지 오래였다. “이동혁, 내가 진작에 네가 죽으려고 환장한다고 말했는데, 내 말을 믿지 않았어?” 천대명은 팔짱을 끼고 동혁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바보 같은 놈, 네가 싸움 좀 할 줄 안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감히 우리 집까지 와서 헛소리를 하다니.” 천대명은 말하면서 동혁의 뒤에 서 있는 선우설리를 가리켰다. “저 여자가 네 마누라 진세화인가? 헤헤, 네가 네 아내를 나한테 줘서 잠자리를 하게 한다면, 내가 특별히 덜 고통스럽게 죽게 해 주마!” “죽고 싶어?” 분노한 선우설리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동혁도 고개를 들었다. 동혁의 차가운 눈빛은 천대명뿐만 아니라 다섯 명의 킬러들까지도 깜짝 놀라게 했다. 사람을 죽여본 그들조차도 이렇게 무서운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킬러들은 동혁의 눈빛 속에서 사람을 수없이 죽여본, 지옥보다 더한 살의를 느꼈다. 동혁의 눈에 보이는 살의가 거의 실제로 발현될 것만 같았다. 킬러들은 등골이 오싹하고 두피가 저렸다. “죽여!” 그 여자 킬러인 안시현은 가장 먼저 동혁의 시선을 견디지 못해 손을 썼다. 휙! 손에 쥔 비수가 빠져나와 동혁의 얼굴로 쏘아져 나갔고, 안시현의 몸도 뒤따라 동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안시현은 동혁을 죽여야만 영혼 깊숙이 스며든 공포가 사라질 것 같았다. “회장님, 조심하세요!” 선우설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혁이 갑자기 손을 들어 손가락 두 개 사이로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비수를 끼워 잡는 것을 보았다.안시현을 포함한 다른 킬러들은 눈동자가 움츠러들었고, 동혁이 보여준 신기한 수법에 놀랐다. 이런 행동은 맨손으로 칼을 빼앗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바로 이때, 동혁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지며, 두 손가락에 낀 비수를 날아온 방향을 향해 그대로 던졌다. 비수가 안시현의 얼굴을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이런…” 천대명은 겁에 질려 땅에 엎드려 벌벌 떨며 상황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반면에 동혁과 선우설리는 시종일관 이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봤다. 아무도 이 알 수 없는 싸움의 원흉이 사실 동혁과 선우설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20명 이상의 탈주범을 적당한 시간과 장소에서 도망치게 했는데, 마침 천대명의 단독주택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몇 명의 킬러들을 만났다. 두 패 모두 염동철의 수하인데도 서로를 몰랐다. 탈주범들은 지금 빨리 인질을 잡아 경찰과 조건을 협상하고 싶을 뿐이었다. ‘만약 인질로 잡을 수 없다면, 죽여 버려야 해!’ 하지만 탈주범들은 그 4명의 킬러들을 과소평가했다. 킬러들은 모두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비록 인원수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실력은 탈주범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매번 칼이 휘둘러질 때마다 탈주범 한 명씩 피범벅이 되어 쓰러졌다. 그러나 탈주범들은 모두 극악무도한 사람들이어서, 동료들의 죽음은 그들에게 아무 영향도 없었다. 오히려 다른 탈주범들의 살심만 자극할 뿐이었다. 그러나 탈주범의 수가 많아, 4명의 킬러는 곧 부상을 입었고, 격렬한 싸움 끝에 결국 죽었다. 탈주범들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고, 결국 땅에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3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뻣뻣한 시체로 변했고, 거의 일격에 죽음을 맞이했다. “삐요삐요…” 바깥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 나머지 세 탈주범은 온몸에 흐르는 피를 무시하고, 동혁과 선우설리에게 달려들었다. 천대명은 이미 놀라서 땅에 주저앉아 있었다. 탈주범들은 천대명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퍽퍽퍽!동혁은 세 명의 탈주범을 모두 발로 차서 땅에 떨어뜨렸는데, 몸에 몇 개의 뼈가 부러졌는지 모를 정도였다. 아마 죽지 않더라도 평생을 폐인으로 살 것이다. 역겹도록 짙은 피비린내가 거실을 가득 메웠다. 지금 단독주택 안은 생지옥 같다. 동혁은 침착하게 천대명에게 다가와 시선을 마주
세화 가족의 모든 일은 동혁과 관련이 있었다. 당시 진성그룹은 H시에서 큰 두각을 보였고, 심지어 해외까지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창하의 능력으로 진씨 가문이 곧 재산이 2조억인 명문가가 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로 이때 동혁이 세화에게 고백을 했다. 줄곧 동혁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해 온 사람들은, 동혁이 진씨 가문을 빌어 신세를 뒤엎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을 포함한 각 세력은 즉시 진성그룹을 공격하고, 동시에 세화 가족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진창하는 교통사고가 났고, 류혜진이 해고되었다. 행복한 삶을 향해 달려가던 네 식구가, 금세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완전히 침몰했다. “선우 사장, 다 녹음했어?” 동혁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물었다. 선우설리가 다가와 휴대폰을 동혁에게 보여줬는데, 바로 방금 천대명이 자백한 영상이다. 천대명은 온몸을 떨며 애원했다. “사장님, 사장님이 천씨 가문을 찾아 복수할 때, 절대로 제가 사장님께 자백했다고 알리지 말아 주세요!” 만약 천씨 가문 사람들이 천대명이 자신들을 배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천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천대명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넌 천씨 가문은 두렵고, 나는 두렵지 않은가 보지? 내가 너를 살려줄 것 같아?” 천대명은 고개를 들고 놀란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천대명은 순간 동혁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킬러인 안시현을 죽인 것이 생각나서,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천대명은 손발을 가지런히 하고 일어나 동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류혜진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은 모두 천씨 가문의 지시입니다. 오늘 킬러들도 천씨 가문에서 보낸 거예요. 그들이야말로 사장님 가족을 해친 주모자이고, 저는 그저 졸개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제발 죽이지만 마세요!” 천대명은 애원을 멈추지 않았고, 이마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미친 듯이 머리를 땅에 조아렸다.동혁은 무표정한
염동철은 한마디를 내던지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 다시 잠을 청했다. 어쨌든 염동철은 20년 전에 명성을 날린 암흑가 은둔 고수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기 때문에, 이 정도 일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 당장 이런 일이 벌어져도 마음 편히 잘 수 있었다. 반면에 3대 가문은 염동철처럼 태연하지 않았다. 3대 가문이 두 가지 나쁜 소식을 동시에 받았기 때문이다. 먼저, 백세종이 전한 소식은 3대 가문 모두 성시강연맹이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느끼게 했다. 이 소식은 그렇다고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소식 때문에 바로 3대 가문의 가주들이 한밤중에 회의를 위해 조씨 가문의 집으로 달려갔다. “허 회장, 천 회장, 딸의 행방을 찾았어.” 조구영은 서둘러 달려온 두 가주를 보며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말했다. “어디야?” 허윤재와 천정윤은 모두 조구영을 보고 있었다. 조구영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오후 명희가 H시 군부 병참부의 황 과장을 데리고 금골 별장 C동에 단독주택을 고르러 갔는데, 마침 황 과장이 백항남의 가족이 2년 전에 살던 9호 단독주택이 마음에 들었나 봐.” “명희가 그 자리에서 바로 사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이미 단독주택을 산 거야. 결국 양쪽이 충돌했는데, 황 과장의 직위가 해제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 허윤재는 놀라 소리쳤다. “그 직위가 해제되었다고? 누군데 그렇게 능력이 대단한 거야?” 황현동은 H시 군부 병참부의 과장이었다. 허윤재 등의 눈에는 그리 크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황현동은 결국 H시 군부의 사람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H시 군부가 3대 가문 코앞에 있어도, 손 한번 닿지 못했다. 단독주택 한 채 때문에 황현동이 그 자리에서 해임되었다. 절대 3대 가문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조 회장, 뜸 들이지 말고, 9호 단독주택을 산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말해 봐!” 천정윤도 조구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상업은행 공시 정보를 통해 알아봤는데, 바뀐 9호
“뭐? 한 명당 2000억? 완전 날강도가 따로 없군!” 천정윤이 제시한 가격을 들은 허윤재는 대뜸 화를 냈다. 아무리 심석훈이 남강 군부의 총지휘관이라 하더라도, 한 명당 자리값이 이렇게 비싼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천정윤이 말했다. “심석훈은 이 전신의 특별훈련과정 출신으로, 이 전신에게 직접 임명서류를 수여받는 것이 소원이라더군. 그래서 이번에 이 전신이 실제로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정말이야?” 허윤재가 의심하며 말했다. “이 전신이 직접 오더라도 2000억 원은 터무니없는 액수야. 설마 사람을 가려서, 우리 3대 가문의 돈을 뜯어내려는 거 아니겠지…” “돈을 뜯어낸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어!” 조구영이 허윤재의 말을 끊었다. “어쨌든 이번 취임식에 우리 조씨 가문은 참석할 거야. 이 2000억 원을 이 전신에게 주는 것이든, 심석훈에게 주는 것이든, 돈을 달라고 하면 난 그들에게 돈을 주고 그들 중 누구와 도 관계를 맺을 거야. 그럼 우리 조씨 가문이 얻는 혜택은 그 2000억 원보다 훨씬 클 테니까.” “맞아, 그럼 우리 천씨 가문도 참석하겠어.” 천정윤이 조구영에 말에 동의했다. 허윤재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3대 가문은 한 마음 하나야. 너희들이 참석하는데 우리 허씨 가문이 어떻게 참석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말은 그렇게 듣기 좋게 했지만, 사실 3대 가문 사이는 결코 공고하지 않았다. 공동의 적이 없는 상황에서 3대 가문은 똑같이 서로 경쟁했다. 그래서 허윤재는 다른 두 가문보다 뒤처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 일이 결정되자 허윤재가 다시 말했다. “너희들도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의 연락을 받았어? 이동혁을 처리하라는 재촉말이야.” “다 받았어.”조구영과 천정윤은 안색이 조금 안 좋아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3대 가문은 큰 적인 백항서조차 어쩌지 못해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동혁의 일은 정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H시 제일인 이씨 가문의 말을 3대 가문은 듣지 않을
관례 정원의 자리 값이 2000억이 된 것은 동혁이 지시한 것이었다. 동혁은 어제 9호 단독주택에서 조명희와 황현동의 말을 전부 들었다. 그때 3대 가문이 심석훈의 취임식에 참석하여, 심석훈과 연줄을 만들어 자신을 상대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동혁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혁은 3대 가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3대 가문은 혹 데러 갔다가 오히려 혹을 더 붙여오게 생겼다. 어차피 3대 가문의 재산도 남의 것을 빼앗아 얻은 것이었다. 모두 부정한 돈이다. 동혁과 설전룡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편 진성그룹. 세화는 정기적인 업무 회의를 열고 부서 책임자들의 업무 보고를 경청하고 있었다. “현재 그룹의 중심은 향방주택 프로젝트로, 분양 준비는 모두 마쳤고, 모레 정식 분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전에 저희 그룹이 4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으면서, 홍보 투자를 늘렸고, 현재 H시 각은행들과의 관계가 매우 안정적이어서 지난번 대출 중단 사태의 영향이 점차 사라졌습니다.” “저희가 평가한 바로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저희 매물이 시장 경쟁력이 있어서, 구매의사가 있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발언하고 있는 사람은 향방주택의 판매 매니저 우세희였다. 우세희는 이전에 다른 대형 아파트의 분양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그 분야 업계 최고이다. 원래는 높은 연봉으로 성세그룹에 스카우트되었었다. 그러나 이전에 향방주택의 고위층들이 세화를 사임하도록 압박했을 때, 동혁에 의해 세화를 보좌하기 위해 보내졌다. 우세희의 말에 좌중들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현재 진성그룹은 세화가 실권을 잡고 있으며,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도 예전에 대출 중단 위기 이후에 승진한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진성그룹을 잘 성장시키고 싶어 했다. 이전 임원들 사이에 있었던 각종 권력 다툼, 이익 쟁탈과 책임 전가 현상도 이미 사라졌다. 세화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우 매니저의 보고가 매우 고무적이네요. 그럼 이어서 바로 분양을 시작합시다. 매니저
“범현 오빠가 제때에 손을 써서 이 쓸모없는 인간의 음모대로 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야.” “그래, 모두 범현 형에게 감사해야 해. 오빠가 아니었다면 저 데릴사위가 방금 미친 듯이 저 형님을 도발했으니 오늘 누군가는 반쯤 죽었을 거야.” 모두들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동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깎아내렸다. 심지어 동혁이 아까 판명철 등을 제지해 그들을 구한 것조차도 동혁이 보복을 노리고 판명철을 도발한 것이라며 음모라고까지 했다. “형부, 이 언니오빠들 좀 봐요. 아주 열받아 죽겠어요.” 배경문 등의 뻔뻔스러움에 현소는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고, 큰 눈에 눈물이 맺혀 촉촉하게 변했다. 동혁이 현소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현소야, 쓰레기 같은 인간들에게 일일이 화낼 필요 없어.” “약자는 보통 남을 깎아내려야 자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니까.” “저런 착각 속 인간들은 현실에서 언제나 패배자로 살 수밖에 없어.” “그저 파리 몇 마리가 귓가에서 윙윙거린다고 생각하고 그냥 무시해 버려.” “굳이 말을 섞어서 너까지 저런 인간들 같은 사람으로 전락하지 말고.” 동혁의 말을 듣고 현소는 마음을 다잡았고, 그녀의 작은 얼굴을 들어 동혁을 우러러보며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장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것은 마치 폭풍이 닥치기 전에 잠잠한 것과 같았다. 배경문 등은 분노하여 폭발했다. “와, 저 아내집에 얹혀 살며 공짜밥이나 얻어먹는 쓸모없는 놈이, 다들 무시하는 개보다 못한 데릴사위 주제에 지금 누굴 가리켜 그딴 헛소리야?” “가소로워서. 데릴사위 놈이 자기가 정말 패배자인지도 모르고, 우리에게 패배자라니.” “가서 거울보고 자기 주제파악이나 해. 우리랑 말도 섞을 수 없는 쓸모없는 인간 주제에 어딜 감히.” “...”처갓집에서 미움받는 데릴사위에게 멸시를 당한 배경문 등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잠시 멍해졌다 정신을 차린 배경문 등은 자신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듣기 싫은 말로 동혁을 욕했다. 현소는 동혁 대신 상
현수는 동혁이 항상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빈정거렸다. 하지만 동혁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방금 전 동혁이 외면하고 방관하면서 다소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덕분에 판명철 일당은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판명철 등은 본래 왕범현이 자신들을 발로 차면서 무시하고 모욕하는 것을 그냥 참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암흑가에서 산전수전을 겪었기 때문에 급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비록 왕범현은 실력이 좋긴 하지만 일단 판명철 등이 그를 건드리기로 마음먹는다면 마지막 결말은 서로 몸에 피를 뒤집어쓰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젊고 생기발랄한 왕범현이 그 사실을 알 턱은 없었다. 그가 방금 판명철 등에게 아무런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고 손을 썼기 때문은 그 자신은 무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하, 현수 말이 맞아.” 현수의 말에 배경문 현수린 등도 냉소하며 동혁을 쳐다봤다. “방금 이 데릴사위가 자기가 무슨 두목인 척 저 판명철에게 사과하라고 했다니까.” “어쩐지 아까 겁 없이 나서더라니, 그게 다 범현 형님이 곧 나서실 줄 예상하고 그런 거였고만.” 한 무리의 남녀들이 모두 동혁을 향해 빈정거렸다. 방금 그들은 모두 판명철 등에게 당해 뺨을 맞았지만 동혁과 현소 남매는 지금까지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왕범현의 사람들이 매우 창피함을 느꼈다. 어쨌든 현수는 그들과 같은 편이었고 현소는 왕범현이 좋아하는 여자여서 뭐라 말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동혁에게 모든 화풀이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야 나름 구겨진 자존심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금 화가 난 동혁의 눈빛이 다소 냉랭하게 변했다. 하지만 동혁은 그들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저런 철부지들을 상대한다고 굳이 내가 나서서 힘 뺄 필요는 없지.’ 그러나 동혁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을수록 왕범현의 제자 무리는 점점 더 흥분해 말했다. 동혁을 비하할 뿐만 아니라, 그 기회를 이용해 왕범현에게 아부했다. 현소는 그들의 말을
박용구와 김대이의 처지는 암흑가 사람들에게 낯선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J시 쌍살과 같은 야인에게 당하고도 목숨을 건졌다면 모두 조상의 은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왕범현처럼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는 젊은 세대는 달랐다. 그에게 김대이는 그저 한 명의 늙은이 일뿐이었다. 그는 애초에 자신이 쌍살의 눈에 들었다면 거꾸로 쌍살을 반죽음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판명철은 왕범현의 말을 듣고 더 이상의 대꾸를 포기했다. ‘끝이야. 김 회장님도 왕범현, 이 자식을 어찌할 수 없을 거야. 골드스타필드가 오늘 이놈에 의해 발칵 뒤집히게 생겼어.’ “경문아, 이리 와봐.” 왕범현은 배경문을 곁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사나운 눈빛으로 판명철과 그 부하들을 훑어보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방금 누가 네게 손을 댔는지 전부 다 가리켜봐. 내가 그놈들을 모두 무릎 꿇려서 너희에게 머리 머리 숙여 사과하게 하고 너희들이 당한 만큼 마음껏 뺨을 때리게 해 줄 테니까.” 이 말을 듣고 현수린 등은 미친 듯이 기뻐했다. ‘방금 맞아서 너무 분했는데, 이렇게 복수할 수 있게 되다니. 원수 같은 놈들을 때려주면 아주 통쾌할 거야.’ “스승님, 저 깡패 놈들 모두 손을 댔어요.” 배경문은 맞은편 깡패들을 가리키며 신이 나서 말했다. 왕범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판명철의 부하들을 째려보았다. “아직도 멍하니 뭐 하고 있어? 내 말 못 들었어?” 깡패들은 모두 자존심이 생명이라 도저히 바닥에 무릎 꿇어 머리 숙여 사과하고 뺨 맞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 왕범현의 정체를 알고 다소 꺼려하며 감히 어찌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이 모욕을 당하자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 “젠장, 모두 덤벼.” 깡패들이 모두 주먹을 쥐고 왕범현에게 돌진했다. 왕범현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가소로운 것들.” 말과 함께 과감하게 맞받아치며 주먹과 발을 내질렀다. 왕범현은 역시 왕용비의 아들다웠다. “퍽퍽” 하는 몇 번의 둔탁한 소리와 몇 번의 비명이 들려
“범현 형님 오셨군요.” 판명철은 왕범현을 알고 있었는지 인사를 하며 물었다. “여기 몇이 형님 제자예요?” “아주 건방지던데요? 특히 저기 배경문이라고 하는 놈은 다짜고짜 내 뺨을 때려서 제가 가만둘 수가 없었어요.” 배경문은 왕범현이 판명철의 배경 때문에 자신을 다시 한번 때릴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재빨리 다가가 억울해하며 설명했다. “형님, 그게요. 현수가 자기 누나인 현소를 데려왔는데 저 형님이 오자마자 현소에게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해서 저희는 현소가 형님이 마음에 들어 할 여자라 막다가 충돌하게...” 왕범현은 고개를 돌려 소파에 앉아있는 현소를 힐끗 보고는 갑자기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10대 때부터 유흥가를 배회했고 지금까지 본 미녀는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유흥가에 있는 여자들은 많이 봐서 싫증이 났다. 하지만 청순하고 귀여운 현소를 보고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왕범현의 시선이 이어서 동혁에게로 향했다. “반석 도련님, 저놈이 바로 도련님이 말한 그놈이죠?” 배경문은 거만하고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왕범현이 동혁을 아는 것을 보고 바로 동혁이라는 사람이 그저 단순한 데릴사위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 저놈이야.” 오반석은 음흉한 눈빛으로 동혁의 몸을 한 바퀴 훑어보더니 약간의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급할 거 없어. 먼저 네 일부터 처리하고 다음에 저놈을 혼내주면 돼.” 말을 마치고 오반석은 바로 옆 좌석에 앉아 구경하는 자세를 취했다. “알겠어요.” 왕범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테이블 위의 맥주 한 병을 집어 들어 판명철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퍽!” 예고 없이 들이닥친 습격에 판명철은 전혀 반응할 수 없었다. 술병이 그의 이마에 세게 부딪혀 바로 깨져버렸다. 판명철은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네놈이 형님 대접을 해줬더니, 감히 날 쳐? 죽고 싶나 보구나? ” 얼굴에 온통 뒤덮인 핏물과 술 때문에 판명철이 유난히 흉악해 보였다. 그러나 왕범현은
배경문은 깜짝 놀라 벌벌 떨며 애써 웃음을 짓고 말했다. “형님, 이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데릴사위예요. 형님이 직접 혼내시면 형님 손만 더러워집니다.” “그래서 제가 형님을 위해 대신 이놈 손을 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판명철의 노호 소리에 끊겼다. “이 개X식이, 당장 꺼져!” 판명철은 손바닥으로 배경문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고 그대로 가까이 가 한바탕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이 X같은 놈. 네 가족들도 모두 개지?” 배경문은 머리를 싸안고 누워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는 너무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방금 저 데릴사위가 형님에게 맞으면 그만인데, 왜 내가 나서서 형님의 비위를 맞추려다 이렇게 맞는 거야?’ 그리고 나머지 현소, 현수 남매나 현수린 등은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깡패 놈은 원래 데릴사위 놈을 혼내주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어떻게 경문이를 때리는 거야?’ 현수린 등 몇 명은 자신도 모르게 동혁을 쳐다보았다. ‘설마 경문이가 현수 매형을 욕해서 저 깡패 놈이 때리는 건 아니겠지?’ ‘정말 그래서 저 깡패 놈이 저러는 거라고?’ ‘현수 매형은 그저 데릴사위일 뿐인데 왜?’ ‘누구나 봐도 눈에 거슬리는 한낱 데릴사위이잖아.’. 판명철은 계속 손을 멈추지 않고 배경문이 피를 토하기 시작할 정도로 때렸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는데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동혁은 이쯤이면 배경문도 정신을 차렸을 거라 생각하고 입을 열어 판명철을 멈췄다. “됐어요. 더 때리면 죽을 거예요.” 말이 끝나자 판명철은 두말없이 손을 뗐고 그 자리에 얌전히 서서 허리를 약간 굽힌 채 동혁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당신이 방금 술 접대를 강요하려 했던 사람은 내 처제예요.” 동혁은 소파에 앉아 옆에 있는 현소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처제에게 사과라도 해야 할거 같은데요.” 동혁은 판명철을 난처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상대방은 현소를 해치지도 않았고 또 김대이의
“좋아요, 그럼 한번 두고 보죠. 당신이 감히 내가 술을 마시게 할 수 있는지.”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을 무시하는 동혁의 말투에 판명철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겁에 질린 채 바닥에서 일어난 배경문 등이 이 모습을 보고 놀라 흠칫했다. “현수야, 제발 네 데릴사위 매형 입 좀 닥치게 하라고.” “형님을 화나게 해서 우리 모두를 죽이려고 그래?” “자기 주제도 모르고 감히 형님에게 대들다니.” “명철 오빠, 저 사람은 저희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현수린 등이 동혁에게 욕설을 퍼붓고 서둘러 관계에 선을 그었다. “감히 마시게 할 수 있는지 본다고? 저 인간은 대체 누구야? 누군데 저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쓸데없는 소리 할거 없어. 그냥 가서 한 대 때려주만 그만이야. 그러고도 감히 계속 시건방을 떨 수 있는지 보자고.” 판명철 뒤에 서있는 깡패들도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껏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상대를 본 적이 없었다. 판명철도 비웃으며 음산한 눈빛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누구길래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 내 오늘 내 형님의 구역에서 언제까지 네놈이 그런 허세를 부리는지 두고 보마.” 배경문 등은 판명철의 화가 가라앉기를 바랐지만 동혁이 한 말로 판명철은 이미 더 화가 나버렸다. 그들은 판명철이 자신들 대신 동혁에게 주의를 기울이자 기뻐하는 동시에 동혁이 미웠다. 동혁이 판명철을 완전히 화나게 하면 동혁과 자신들이 연루되어 다시 상대방의 화를 받을 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평온한 사람은 당사자인 동혁뿐이었다. 동혁은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앉아 그저 웃기만 했다.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좀 가까이 와서 내가 누구인지 봐요.” “하? 그래, 그럼 네놈이 대체 어떤 놈인지 한번 보자.” 판명철은 너무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 너무 놀란 현수는 몸을 부르르 떨고 발을 동동 구르며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제발 그만 좀 해. 당신 죽
왕범현은 배경문이 믿고 있는 스승이었다. 지금 왕범현이 위층에 있는 이상 그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하하, 감히 골드스타필드에게 내 뺨을 때리는 놈이 있다니?” 선두에 있던 깡패인 판명철이 뺨을 가리고 너무 분노해 웃었다. “야, 알고 있냐. 여기 골드스타필드는 내 형님의 형님이 주인이야. 넌 이제 죽었어.” “네놈 형님의 형님?” 배경문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곧이어 안색이 크게 변했다. 골드스타필드에 놀러 오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암흑가 깡패인 김대이의 사업채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평소에 김대이는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 명철이라는 사람, 설마 김대이의 동생의 동생은 아니겠지?’ 현수린을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빛이 순간 안 좋아졌다. 배경문은 갑자기 자신이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도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던 그는 지금 온몸을 떨며 재빨리 말했다. “그렇군요. 죄송해요, 형님. 전 형님이 김 회장님의 형제분인 줄도 모르고...” “퍽!” 배경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판명철의 손에 든 술병이 이미 그의 이마에 부딪혀 깨졌다. 배경문은 ‘윽’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고 전체에 핏물인지 술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묻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판명철이 배경문을 세게 걷어찼다. “개X식, 내가 오늘 너의 손목을 부러뜨려주마.” 배경문은 놀라서 정신없는 가운데 고통을 참으며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형님, 제가 형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를 해주...” H시 암흑가에서 김대이의 영향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배경문은 상대가 김대이의 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퍽!” 판명철은 또다시 발로 배경문을 걷어찼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사납게 웃으며 방금 자신이 뺨을 맞았을 때 자신을 비웃었던 현수린 등을 가리켰다. “남자든 여자든 다 잡아. 모두 잡아서 무릎을 꿇리고 뺨을 10대씩 후려갈겨.” 판명철의 뒤에 있던 깡패
몇 명의 남녀가 모두 웃기 시작했다. ‘이따가 범현 형이 저 데릴사위 놈을 혼내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을 거야.’ 동혁은 표정을 찡그리며 웃고 있는 몇 명의 남녀에게 뺨을 한 대씩 때려줄까 생각했다. 그때 참지 못한 현소가 동혁보다 먼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당신들이 뭐가 잘났다고 우리 형부를 무시하는 거죠? 우리 형부가 참아 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현소는 고개를 돌려 현수를 발로 찼다. “집으로 가자.” “네가 아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좀 봐라. 부모님이 알면 넌 크게 욕먹을 거야.” 이 말을 듣고 배경문 등의 표정이 일순간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현수가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 “난 안가. 내 스승님이 아직 오시지 않았잖아.” 현수는 배경문 등이 동혁을 무시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 역시 동혁을 무시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돼. 빨리 가.” 현소는 화가 나서 현수를 잡아당기며 설득하려고 했다. “어이, 아가씨, 저희랑 술 한잔 하실래요?” 바로 그때 깡패처럼 보이는 사람 몇 명이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늑대 같은 몇 쌍의 눈빛이 현소의 아름다운 몸매를 훑으며 만지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들은 현소를 노리고 있었다. 사실 현소가 나타난 순간부터 이 깡패들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불청객이 오는 바람에 현소는 현수를 계속 설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 무식한 깡패들을 보고 약간 겁을 먹었고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고, 고마워죠. 하지만 전 술은 마실줄 몰라...” 말이 채 끝나기도 상대에 의해 말이 끊어졌다. “아가씨, 그렇게 남의 호의를 거절하면 안 되죠. 우리가 나쁜 사람처럼 보여서 그래요? 우리는 그저 아가씨와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에요.”선두에 선 판명철이 음흉하게 웃으며 현소의 손을 잡아당기려고 했다. 이 모습을 보고 동혁은 자신이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데릴사위라고?” 현수의 말을 들은 현수린 등 몇 명은 믿을 수 없었다. “현수야, 지금 농담하는 거야? 네 매형 옷은 싼 게 아니야. 딱 봐도 수제작 한 옷이라고.” “그리고 그 파텍필립 시계는 최소 2000만 원짜리야. 가짜 같지도 않은데?” “데릴사위이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아?” “게다가 네 매형은 딱 봐도 분위기가 못난 데릴사위 같지 않잖아.” 현수린 등은 서로 주절주절 한 마디씩 말했다. 그녀들 생각에 데릴사위는 잘 먹지도 입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여자 집에서 기도 못 펴고 설설 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녀들은 눈길조차 주지도 않았다. 동혁은 말들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현수 말이 맞는데 이 여자들이 믿지를 않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현수 말은 사실이고 저는 데릴사위가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들 생각도 틀렸어요. 데릴사위라고 해서 여자 집에서의 대우가 다 나쁜 것은 아니에요.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것도 아내가 특별히 날 위해 맞춤 제작한 거예요.” “제 손목시계도 내 아내의 절친이 선물해 준 거고요.” 동혁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세화는 내게 늘 잘해주는데, 절대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되지.’ “진짜 데릴사위 맞아요?” 동혁의 말에 현수린 등은 경악했다. 그리고는 동혁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서 방금 전 느꼈던 적극성과 호감이 사라졌다. 현수린이 바로 눈을 부릅뜨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수, 너 도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왜 네 맘대로 아무나 우리 모임에 데려온 건데?” “그래, 네 누나는 예쁘니까, 분위기를 띄우고 범현 오빠를 기분 좋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데릴사위인 네 사촌 매형이 우리와 함께 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현수린의 표정에는 동혁에 대한 경멸의 기색이 역력했고 말투가 거침없으면서 귀에 거슬렸다. “현수, 넌 정말 아직 철이 없어.” 배경문이 선배 티를 내면서 말했다. “너 범현이 형에게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