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은 자기 마누라를 노려보고, 고개를 돌려 겁에 질린 세화에게 허리를 굽혔다.“진세화 씨, 정말 죄송합니다. 제발 자수하지 마세요. 당신이 저를 때린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더 맞아야 합니다!”말을 마치자, 또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옆에 있던 라미란은 어안이 벙벙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이 건드려선 안 되는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눈치챘다.“하 주임, 이, 이…….”세화와 부모도 어리둥절했다. 마침 걸어오는 동혁을 보고 그녀는 재빨리 물었다.“동혁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내가 주택건설국에 가서 손을 좀 봐줬어. 더는 우리 집에 보복하지 않겠다고 했어.”동혁은 웃으며 말했다.사람들은 그제야 하정훈이 온몸이 상처투성이임을 알아차렸다. 하정훈은 공손하게 말했다.“맞습니다, 이 선생님이 저를 훈계하셨습니다. 진세화 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감히 그러지 않겠습니다.”“하 주임, 정말 우리에게 복수하지 않을 건가요?”세화는 안심하지 못하고 물었다. 그녀는 아마도 하정훈이 지금 동혁에게 맞는 게 두려워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혹시 우리가 떠난 뒤에 하정훈이 더욱 심하게 보복하는 건 아닐까.’“아니, 아니요, 이보다 열 배, 아니 백 배 더 심하더라도 저는 감히 보복하려 들지 않겠습니다.”“하세량 삼촌이 저를 직접 훈계하셨습니다. 안심하세요.”하정훈은 마치 땅을 파고들 것처럼 머리를 바닥에 숙였다.곧이어 그는 가지고 있던 서류 가방에서 서류 한 부를 꺼내 공손하게 앞으로 내밀었다.“이것은 향방주택단지의 허가증입니다. 진세화 씨가 한 번 살펴보세요.”세화는 서류를 받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동혁씨가 주택건설국에 가서 하정훈을 한바탕 때렸어?’‘하세량은 또 하정훈에게 사과하라고 훈계를 했어?’‘게다가 허가증도 준다고?’그들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사실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모든 풍랑이 가라앉고, 집에 돌아와서야 온 가족이 마침내 마음속의 큰
원소강은 바로 식은땀을 닦았다.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너무 조급했다고 욕을 했다.‘이후 이동혁이 하늘의 저택에 들어가면, 그와 관계를 맺을 기회가 많을 거야.’“좋습니다, 그럼 제가 바로 가서 계약서를 준비하겠습니다.”그는 동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비로소 무거운 짐을 벗은 듯이 떠났다.“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동혁이 선우설리에게 한마디하고 자리를 떠났다.선우설리는 자연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어머, 회장을 사칭한 이동혁 씨 아니야? 어떻게 원룡 가구백화점에 왔어요?”동혁이 막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뜻밖에 서경하가 동혁 앞으로 걸어오더니 농담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혁은 이 여자에게 전혀 호감이 없다. 원래 상대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가 자신의 길을 막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웃었다.“원소강에게서 집에 들일 가구 한 세트를 골랐는데, 당신은 무슨 일이신가요?”서경하는 이동혁이 자기 앞에서 자랑을 한다고 여기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표정이었다!그녀는 당연히 천공그룹 회장 원소강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오늘 천공그룹의 회장 비서 면접을 보려고 했었다.그런데 원소강이 원룡 가구백화점에서 귀빈을 모시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녀를 이쪽으로 부른 것이다.서경하가 냉소를 지었다.원룡 가구백화점에서 만드는 가구들은 모두 최상급의 가구들이다. 별장 같은 고급 저택만을 위해 디자인한 것들이다. 전체 가구의 가격이 20억 원을 훌쩍 넘길 때가 많았다.“이동혁 씨, 당신 정말 재미있네요. 원 사장님을 찾아 가구를 사다니, 당신 같은 백수가 살 수나 있겠어요!”서경하는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 간드러지게 웃기 시작했다.“이동혁 씨, 일을 찾으러 왔나 보네요, 하긴, 당신 같은 사람이 천룡투자그룹 회장의 인심을 다 써버렸으니 또 무슨 쓸모가 있겠어요? 이곳에 와서 경비원으로 문이나 지킬 수밖에 없겠지!”동혁은 상대방이 손에 들고 있는 이력서를 힐끗 보고 웃었다.“당신도 일자리를 찾으러
원소강이 이력서를 받으려 하자 서경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동혁을 바라보았다.단 한마디 말로 그녀를 면접에 합격시켰다!‘이 자식, 대체 뭐지?’동혁의 뒷모습이 곧 화장실로 사라지며 목소리만 들렸다.“친한 사이는 아니에요.”그 한마디에 서경하의 얼굴이 잿더미를 뒤집어쓴 듯했다.원소강이 바로 자신의 이력서를 갈기갈기 찢는 게 보였다!……“이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동혁은 원소강 형제의 공손한 배웅을 받으며 원룡 가구백화점을 나오다가, 서경하가 경비원 두 명에게 끌려 나오는 것을 보았다.선우설리와 함께 차에 앉아 있는 그를 본 서경하는, 갑자기 달려들더니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이동혁 씨,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당신을 욕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당신을 쫓아내라고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저를 용서해 주세요.”“제가 비서가 될 수 있도록 원 사장님께 말씀 좀 드려 주세요. 제발요!”무표정한 동혁을 본 선우설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운전해!”차창이 흔들리면서 마이바흐는 바로 출발했다.……진씨 집안, 태휘, 화란 남매가 진한영을 찾았다.“할아버지, 빨리 세화 일가를 어떻게 좀 해 보세요! 허가증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 신이 나서 하늘의 저택으로 이사하고 있어요!”화란이 울면서 말했다.“할아버지, 진성그룹의 자금이 조달이 이렇게 어려운데, 세화 일가는 하늘의 저택을 팔아서 진씨 가문에 보탤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무슨 염치로 이사를 가서 호화로운 저택에서 살려는 걸까요.”진한영은 태휘를 차갑게 바라보았다.“금이빨의 수하는? 찾았어?”태휘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연락은 해 두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빠르게는 안되요…….”“그런데 그 별장은 우리가 먼저 가서 살아야지, 왜 걔네가 가서 살아요?”“할아버지, 제가 보기에 우리 진씨 집안이 재수가 없는 것 같아요. 세화 가족만 너무 잘 되는 거 아니에요? 그, 뭐라고 하더라. 그래, 맞아, 장례식을 기쁘게 치르고…….”짝!그는 말이 채
진 노인은 멀지 않은 호숫가의 저택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게 바로 하늘의 저택인가?”“아닙니다, 저기는 H시 군부의 신임 설 사령관의 저택입니다. 하늘의 저택은 다른 한 동입니다.”직원이 근처의 2층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들어가면 설 사령관과 이웃이 될 수 있다는 말이잖아!” 진한영의 가족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하늘의 저택 안에서 동혁은 처가의 식구들과 함께 구경하고 있다.사실 그들은 아직 정식으로 이사오지 않았다. 다만 장모가 자랑하느라 그들이 곧 이사한다고 사람들에게 떠든 것이다.“헐, 이 개방형 주방 진짜 크다. 여기 다이닝 룸도 있네. 우리 오늘 이사 올까!”류혜진은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면서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세화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엄마도 참, 너무 조급하세요. 가구들을 아직 사지 못했어요…….”“세화야, 네가 그래도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네. 그런 고급 가구들을 살 형편이 안되는 가난뱅이라는 걸 말이야.”화란의 귀를 찌르는 듯한 비아냥이 갑자기 문 앞에서 들려왔다.세화가 고개를 돌려 보더니 안색이 변했다.진한영이 진씨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거들먹거리며 들어와서는, 이곳을 마치 자기 집인 양 구는 것이었다.“아, 아버님, 어떻게 오셨어요? 오실 거면, 모시러 가게 미리 말씀하시지요!”득의양양한 표정을 한 류혜진이 웃으며 맞이했다.이전에 진씨 집안에서는 늘 그들 일가를 업신여겼다. 이렇게 단체로 그들의 호화주택을 구경하러 왔으니, 마침내 그녀가 위세를 떨치게 된 것이다.태휘가 화가 나서 한 마디 내뱉었다.“정말, 자기가 여기 주인인 줄 아나 보네. 우리가 들어오려면 당신에게 보고라도 해야 하는 건가?”“태휘, 너 우리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세화가 화를 내며 말했다.“왜, 내가 틀렸어?”진태휘는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가난해서 가구도 못 사는 주제에 우리를 어떻게 불러? 너희 옆집을 봐 설 사령관이야. 다른 집의 주인도 부자나 아주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야
‘아무 노력도 없이 거저 먹겠다고? 한 푼도 쓰지 않고 하늘의 저택을 먹으려는 거야?’동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러나 동혁이 말을 막 하려던 참에 류혜진이 그 말을 끊겼다.“좋긴 뭐가 좋아!”류혜진은 동혁을 호되게 노려보며 말했다.“우리는 도박을 하지 않아. 하늘의 저택은 원래 우리 집 것이야. 태휘, 너는 비뚤어진 생각 하지 마!”진태휘는 언뜻 눈을 흘겼다.“나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계시네요, 난 당신의 그 쓸모없는 사위를 놀리고 있는 겁니다.” “빈털터리인데 도박을 할 자신이 없으면 말을 말아야지. 감히 나에게 허풍을 떨어!”류혜진은 붉으락푸르락 하면서도 반박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리고 화를 삭였다.동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태휘, 너는 입에 문 걸레 부터 먼저 빨아야겠는데. 그리고 방금 한 도박은 아직 유효한 거야?”태휘는 멍해졌다. 동혁이 정말 감히 자신과 도박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음침하게 말했다.“네가 하고 싶으면 해.”“동혁씨, 당신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말아요!”세화는 서둘러 동혁을 잡아당겼다. ‘설령 우리가 하늘의 저택에서 살 수 없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팔 수는 있어.’ ‘어쨌든 쓸데없이 공짜로 진태휘 일가에게 넘기는 것보다는 나아.’“여보, 날 믿어, 가구는 이미 배달 오는 중이야.”동혁은 세화를 위로하고 진태휘를 바라보았다.“좋아, 네가 한 말에 책임을 져. 호수를 헤엄쳐서 돌아가는 걸 봐야겠어.”“나도 네가 좀 있다가 네가 한 말에 책임을 졌으면 좋겠어.”태휘는 동혁의 말을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냉소하며 말했다.“순순히 저택을 내놓고 꺼져. 무릎 꿇고 뻔뻔스럽게 부탁하지 말고!”“하하하…….”진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따라서 크게 웃었다.‘세화 일가가 20억짜리 가구를 살 수 있다고?’‘무슨 국제적인 농담이야.’진한영은 하늘의 저택은 이미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것저것
‘헉!’모두들 숨을 들이마셨고 세화의 가족들마저 눈이 휘둥그레졌다.진씨 집안 사람들의 안색은 참으로 볼만했다.방금 전까지 줄곧 동혁을 비웃었다. 그는 절대 수십억 원의 가구를 살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저 사람의 말이 서재만 해도 20억이라는 것이다!동혁은 진한영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물었다.“할아버지, 이 집이 큽니까?”“크구나, 집만 큰 게 아니라 밖에 있는 호수도 커, 허허.”진한영은 그를 대하는 태도가 대번에 달라졌다.동혁이 웃으며 물었다.“고급스럽습니까?”“확실히 고급스러워, 백억 원짜리 저택은 일반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지!”동혁이 여전히 웃으며 물었다.“여기서 살려면 분명히 상당한 명성이 있어야겠지요?”“반드시 명성이 있어야지. H시에서 이런 곳에 살 수 있는 가족은 얼마 없어.”진한영은 자신을 저택으로 들어와 살게 하려고, 동혁이 이렇게 물어보는 줄 알았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짓고 있었다.동혁은 갑자기 웃음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그게 할아버지랑 무슨 상관이죠?”동혁은 달랑 한 마디로, 갑자기 호화로운 집 전체를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만들었다.“동혁이, 너 그게 무슨 뜻이야!” 진한영은 분노하여 그를 노려보았다.그가 어떻게 아직도 모르겠는가, 뜻밖에도 자신이 이 바보에게 놀림을 당한 것이다!“내 뜻은 분명해요.”동혁은 차갑게 말했다.“하늘의 저택은 우리 가족의 것입니다. 당신과 상관없어요. 진씨 가문과는 단 십 원도 관계가 없어요. 이제 구경 그만하고 가세요.”진한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한사코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진태휘는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었다.“이동혁이, 헛소리 좀 그만 해, 네 아내는 진씨 가문의 딸이고, 너는 진씨 가문의 사위야. 이 호화로운 집도 진씨 가문의 것이야!”“맞아, 진씨 집안이 너희들을 뒷바라지했는데, 이제 와서 모른 척하다니. 이게 무슨 배은망덕한 짓이야?”화란도 나서서 동혁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어이가 없어서. 세화야 지금 할아버지를 쫓아내는 게 네 잘난 남편이라고?” 진한영은 진세화를 차갑게 바라보며 진씨 가문의 주인의 권위를 내세웠다. “이건 가주로서의 명령이야. 당장 이혼해!” “진세화, 할아버지께서 이혼하라고 하셨는데, 감히 네가 말을 안 듣고 버틸 수 있겠어?” 진씨 가족들은 모두 냉소적으로 진세화를 비웃었다. 진한영이 진씨 가문의 최고 어른인 만큼, 아직 아무도 감히 그를 거역하지 못했다. “할아버지, 제 결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진한영은 갑자기 펄쩍 뛰었다. “세화야, 네 눈에 이 할아버지가 안 보이니?” 진세화가 입술을 깨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자 그는 다시 진창하와 류혜진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 둘, 당장 너희 딸과 동혁이를 이혼시켜라!” 진창하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류혜진이 말했다. “아버님,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세화가 동혁과 이혼하고 나면, 누구를 의지하고 살라고 하시나요? 진씨 가문이요?” “세화의 회사가 파산 직전일 때, 그저 세화에게 표범을 찾아가서 돈을 빌리게 했지요.” “세화가 하정훈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는, 가족들은 진씨 가문이 피해를 받을까 봐 또 세화에게 자수를 강요했어요.” “저희가 부모로서 아버님말처럼 냉혈하고 무자비하게 자기 딸을 불구덩이에 밀어 넣을 것 같습니까?” 류혜진은 말할수록 흥분했고, 분노로 표정이 흉악해졌다. 몇 년 동안 겪었던 억울함을 이 순간에 모두 토해내는 듯했다. 그녀는 갑자기 원소강을 향해 소리쳤다. “뭘 멍하니 있어요? 저들을 내쫓아요. 모두 내쫓아!” 원소강은 그녀의 고함에 흠칫 놀라더니, 손으로 신호했다. “쫓아내.” 경호원에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쫓겨났다. “이동혁, 이 개X식, 네가 감히 우리에게!” 진태휘는 나가면서 말했다. “두고 봐, 내가 앞으로 어떻게 복수할지.” 이동혁은 차갑게 말했다. “잊었어? 방금 내기했잖아, 이제 네가 졌으니 호수에서 헤엄쳐 돌아가야지?” “젠장! 무슨 내기? 난 기억에 없는데
이동혁은 말했다. “장모님, 전 찬성입니다.” “그래도 사위가 뭘 아네, 흥, 당신들은 아직 동혁이보다 못해!” 류혜진은 이동혁이 자신을 지지해 주니 너무 기뻤다. “됐어요, 엄마, 하고 싶으면 하세요.” 진세화는 말하면서, 한편으로 류혜진이 이동혁에게 말투를 바꾸자 마음이 매우 기뻤다. 식탁에서 진세화는 내일 청풍 회사에서 사람들을 모집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회사는 이전에 많은 사람들을 떠났고, 현재 일손이 심각하게 부족했다. “이제부터 청풍 회사는 제 회사입니다. 반드시 다시 일으켜 세울 거예요.” 이 말을 하는 진세화의 눈에는 아쉬움과 슬픔이 있었다. 그녀는 졸업 후, 진성그룹에 들어가 많은 애정과 정성을 쏟았다. 더구나 회사 부흥시켜 아버지의 그룹 내 입지를 바로 세우는 것이 그녀의 오랜 꿈이었다. 다만 이번에 진씨 가문과 사이가 틀어졌으니, 이후로 그녀는 아마 진성그룹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이동혁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 진세화의 그릇에 음식을 놓으며 말했다. “여보, 걱정하지 마, 내가 진성 그룹으로 돌아가게 해 줄게.” “오늘 할아버지랑 그렇게 뻣뻣하게 싸웠는데, 앞으로 허락하실리 없어요.” 진세화도 말하며 이동혁의 그릇에 음식을 놓았다. 이동혁은 말했다. “그렇게 될 거야. 지금 진성 그룹은 죽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 처해 있거든. 살기 위해서 뭐든 할 거야.” 식사를 마치고 이동혁은 평소대로 설거지를 하러 갔고, 진세화는 소화를 위해 부모님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주변 환경이 너무 익숙했다. 그들은 오늘 이사하느라 미처 저택 주변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이동혁은 설거지와 집안일을 하고, 휴대폰에서 새로운 소식을 보았다. 그가 대저택을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선우설리가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회장님, 오늘 오후에 주원풍이 황사장님을 보러 왔습니다. 그러더니 더는 회장님을 보호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선우설리가 저택으로 올라와서 말했다. 지금도 이씨 가문은 황사장이 그를 후원하는
“운전 경력이 수십 년 된 베테랑 운전기사라고?” 류혜연은 얼떨떨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집안에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디 밖에서 기사라도 불렀나?’ 류혜연은 뭔가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렇구만. 이 집에서 우리 가족이 지내니까, 돈이 아까워 내게 생활비를 달라고 하던 사람이, 지금은 돈 낭비를 해서 대리운전기사를 불렀어?” 류혜연이 생각하기에 동혁은 자기 체면을 차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 차라리 돈을 주고 대리운전기사를 부를지언정 딸의 운전기사 노릇은 하고 싶지 않다는 거잖아.’ “대리운전기사요? 뭐, 이모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 거 같기도 하네요.” 동혁은 재미있어하는 표정이었다. 류혜연이 또다시 류혜진에게 고자질했다. “언니, 잘난 사위 좀 봐. 자기도 생활비는 안 내면서 체면 좀 세우겠다고 돈을 헤프게 쓰네.” 류혜연은 동혁에게 화가 너무 났다. 그녀는 오늘 동혁에게 현소의 운전기사를 꼭 시키겠다고 결심했다. “동혁아, 빨리 대리기사 부른 거 취소해.” 류혜진이 동혁을 꼬집었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돈은 안 썼어요. 이 대리운전기사는 돈이 필요 없거든요.” “돈이 필요 없다고? 지금 누굴 속이려고 그래?” 류혜연은 투덜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문 앞에서 헐떡이며 뛰어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여보, 집에는 또 왜 왔어? 오늘 근무하는 날이잖아. 또 괜히 사법부 사람들에게 붙잡혀 가서 반성문을 쓰려고 그래?”바로 세화의 이모부인 장영도였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했고 땀을 닦으면서 숨을 헐떡였다. “내가 사법부의 그 개X식들에게 붙잡혀서 이틀 동안 운전병으로 일하는 징계를 받았어. 그런데 갑자기 나보고 여기로 와서 VIP를 태백산까지 차로 모셔다 드리라고 하는 거야.” “그런데 VIP는? 우리 집에 오셨어?” “VIP라고? 우리 집에 VIP는 안 왔는데?” 류혜연이 류혜진 등에게 물어보니 그런 사실이
“싫은데요.” 동혁은 류혜연의 태도를 보고 너무 기가 막혔다. ‘우리 집에 눌러사는 손님이면서 뭐 이리 당당하지?’ ‘이리저리 내 트집이나 잡고, 마치 내가 무슨 자기 하인인 줄 알아?’ “동혁이, 너 그게 무슨 태도야?” 그러자 류혜연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아직 투자회사 사장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위세 부리는 거야?” “능력이 없으면 성격이라도 좋아야지?” “세화의 절친이 아니었다면 넌 여전히 항난그룹에서 운전기사로 일했을 거야.” 동혁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한마디만 말했는데 류혜연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아냥거렸다. 동혁이 류혜연을 보고 말했다. “이모님, 항난그룹에서 운전을 하면 월급이라도 있죠. 가족들에게 운전을 해준다고 저에게 무슨 이득이 있죠?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죄송해요.” 동혁은 자신이 항난그룹의 회장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람의 선입견은 무서운 법이다. ‘어차피 내가 말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류혜연은 화가 나서 표정을 찡그리며 동혁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그럼 동혁이, 너 지금 가족을 위해 운전을 해줄 때에도 돈을 달라는 거야? 아주 돈귀신이 들었구나!” “친형제라도 계산은 분명히 해야죠. 이모님 가족들이 우리 집에 살면서 집세는 말할 것도 없고, 전기, 가스, 식비도 내지 않잖아요.” 동혁은 류혜연이 어떻게 생각하던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류혜연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발을 구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언니, 언니가 아주 훌륭한 사위를 뒀네. 우리한테 전기, 가스 값을 달래. 좀 있으면 우리를 쫓아내겠어!” 류혜진은 자초지종을 듣자마자 동혁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동혁이 너 아주 간이 부었구나? 네가 집에서 놀고먹을 때 내가 언제 너한테 돈 달라고 한 적 있어? 감히 내 여동생 가족에게 생활비를 요구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너 아주 길바닥에 쫓겨나봐야 정신을 차릴래?” 류혜진이 동혁에게 욕설을 퍼붓자 류혜연은 득의양양하게 팔
리성투자회사. 부사장실. 정장 차림의 오한민이 가죽 소파에 앉아 고급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오반석이 들어왔다. 오반석은 20대 초반으로 얼굴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 “아버지,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에게 왜 사흘이나 주셨어요?” 오반석이 오한민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아 고급 담배를 뽑아 물자 오한민의 여비서가 알아서 다가와 불을 붙여주었다. “제가 보기엔 하루면 충분해요. 제가 직접 몇 사람 데리고 가서 조금 겁만 줘도 될걸요? 불복하면 면전에서 그놈의 아내를 좀 괴롭혀주면 저항을 포기하겠죠.” 오한민이 말을 듣고 표정을 굳혔다. “괜히 일 키우지 마.” “제가 틀렸어요?” 오반석이 다시 말했다. “이씨 가문에서 사흘의 시간을 허락했어요. 그럼 우리는 이씨 가문을 도와 되도록 일을 빨리 끝내는 게 좋잖아요.” 오반석이 철이 들 때부터 오한민은 이씨 가문의 일을 했다. 그 덕분에 오반석은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이천성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의 심부름을 해왔다. “네놈이 뭘 아는데?” 오한민은 오반석을 향해 담배 연기를 뿜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씨 가문이 준 사흘을 활용해서 이참에 해야 할 일이 있어. 만약 이천성이 지금 풀려난다면 그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단 말이야.” 대화 도중 오한민은 바로 조금 전에 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소식이 생각났다. 동혁이 곧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을 맡게 된다는 것이었다. 오한민은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원화투자회사를 손에 넣을 필요성을 느꼈다. “아버지, 천성 도련님이 구치소에서 화장실 바닥을 닦고 있어요. 빨리 꺼내주지 않고 뭐 하려고요?”오반석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맙소사, 설마 아버지 이씨 가문을 떠나 독립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오반석의 눈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아버지가 원래 이렇게 배짱이 있었나?’ “아버지, 미쳤어요?” 오한민은 오반석을 노려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씨 가문을 위해 난 오랫동안 많은 일을 했어.
“하지만 외부에서는 곽 도지사가 지금 하세량을 매우 아껴서 앞으로 위로 올라갈 수 있게 고급 연수기회를 줬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하 시장의 기세가 아주 강해서 지금 우리가 그에게 보복하려 한다면 그건 도지사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도 있어. 방법이 너무 없군.” 이씨 가문 본가 거실, 이연이 골치 아픈 듯이 말했다. ‘이씨 가문의 사람의 영향력으로 하동해가 시장이 되었고 하마터면 하세량을 죽일 뻔까지 했어.’ ‘그러니 지금 그의 복수는 명분이 있어.’ ‘게다가 천성이가 도지사에게 선물을 준 것도 사실인 데다 바로 현행범으로 잡혔으니 더더욱 문제고.’ “형님,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하세량이 이동혁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지 않았습니까? 그럼 이동혁, 그 개X식에게 직접 구치소에 가서 천성이를 풀어주라고 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하 시장이 천성이를 놓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심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 하 시장을 어찌할 수 없다면, 이동혁을 이용하면 되는 거야.” 이연은 웃으며 노현식을 바라보았다. “오 이사를 시켜서 이동혁에게 말을 전하라고 해. 3일의 시간을 줄 테니 직접 가서 천성이를 데려와 공손히 이씨 가문으로 돌려보내라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거라고 말이야.” 오한민은 리성투자회사의 최고 경영자로 부사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이씨 가문을 위해 다년간 일하며 이연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오한민은 N도 재계에서 아주 유명한 투자자이다. 리성투자회사는 이천기, 이천성 형제가 차례로 사장을 맡았지만 이들은 계약서에 사인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투자회사의 다른 구체적인 업무는 모두 우한민이 책임지고 있었다. “천성이를 이씨 가문으로 돌려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천성이가 도지사에게 선물을 준 것도 모두 이동혁 때문이니 그놈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이심이 한마디 꺼냈다. 그는 자연스럽게 이천성이 지금 겪는 나쁜 일들을 모두 동혁의 탓으로 돌렸다.그러자 이연 역시 분노하며 맞장구를 쳤다.
쾅! 이연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더니 벌떡 일어섰다. “우리 이씨 가문이 H시를 떠난 지 고작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누가 감히 나 이연의 아들을 쳐? 아주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그의 두 눈은 분노의 불길을 뿜어내고 있었고 말투는 아주 살벌했다. 노현식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회장님, 천성 도련님이 맞았을 뿐 아니라 또...” “그리고 또?” 분노한 이연의 표정이 서릿발처럼 차가워졌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걸레로 화장실을 닦게 했답니다. 바닥에 오줌 한 방울 떨어진 것 없이 반질반질하게 닦으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울면서 바닥을 닦았고 식사도 안 드셨습니다.” 이천성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랐다. 금지옥엽이라 한 번도 고생을 한 적이 없었다. 이연은 자신의 막내아들이 구치소에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 “회장님, 부디 천성 도련님을 꼭 구해시고 복수를 해주셔야 합니다.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면 우리 이씨 가문 전체의 명예가 손상됩니다.” 노현식은 눈시울을 붉히고 이를 갈며 말했다. 그는 이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일한 이연의 심복으로 밖에서도 각종 거물들의 아첨을 받았다. 그래서 만약 이씨 가문의 명성이 손상이 된다면 그 역시 함께 체면을 구기게 되어 있었다. 이연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심아, 당장 하세량한테 전화해서 오늘 밤 당장 천성이를 돌려보내라고 해라. 구치소에 있는 그 깡패 놈들도 처리하고.” 이심은 두말없이 즉시 전화를 하러 나갔다. 그는 이천성이 당한 일로 이연이 자신에게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 잠시 후 이심은 좋지 않은 안색으로 다시 들어왔다. “형님, 하세량이 풀어줄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이동혁이 풀어주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구치소의 일은 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이동혁, 그놈이 천성이를 골탕 먹이라고 시켰다고 했습니다.” “그 개X식이?”이연은 화가 나서 책상을 걷어차며 험상궂은 표정으로 성질을 부렸다. “애당초 내가 너무 봐
이천성은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의 막내아들이다. 일전에 곽원산에게 선물을 준 일로 붙잡혔다. 곽원산은 동혁에게 신세를 갚기 위해 이 기회를 사용해 이씨 가문을 괴롭혔다. 하지만 이씨 가문에게 원한까지 살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이천성을 바로 감옥에 보내지 않고 잠시 가둬둔 채 약간의 제스처를 취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연은 참을 수 없었다. 이천성은 그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두기는커녕 하루 반나절도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는 곧바로 하세량에게 연락해 이천성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태도가 아주 거만했다. 하세량은 동혁과 이씨 가문 사이의 갈등을 알고 있었기에 선우설리에게 연락해 동혁의 생각을 물었다. 동혁이 냉소했다. “제씨 가문이 그렇게 혼나고 곤두박질쳤는데 이씨 가문의 바보들은 여전히 머리가 좋지 않네. 그저 거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먼.” 이번에 제씨 가문이 동혁과 관련된 5개 그룹을 차지하려고 시도했을 때 그 일에 이씨 가문도 참여했다. 그래서 동혁은 일을 정리하면서 원래 이심에게도 책임을 물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심이 상황이 좋지 않자 일찍 N도로 도망치는 바람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 시장에게 놔주지 말라고 전해.” 동혁이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이천성을 안에서 고생 좀 시키라고 해. 만약 이씨 가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겠거든 이씨 가문에게 내가 시켰다고 하고.” ‘전에 제원화와 이심이 하동해를 시켜 나와 하세량을 고문한 일이 있으니, 나도 당연히 되갚아 줘야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예의니까.’ 하세량은 확실히 적지 않은 압박을 받았다.이씨 가문은 자신들의 인맥을 충분히 동원해 N도의 고위 공무원들을 시켜 하세량에게 부탁하게 했다. 그중에는 H시의 전 시장이었던 설기현도 있었다. 설기현은 오래전에 시장직에서 물러났지만 H시에서 10년 동안 고문을 지내며 덕망이 높아 H시 시민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하세량과 하동해가 H시의 시장직을 놓고 경쟁했을 때에도 설기현의 한 마디
“동혁이가 석훈 오빠에게 날 추천해서 회사를 인수했잖아. 그럼 나도 뭔가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동혁이 보고 사장하라고 해.” 천미는 재미있겠다는 듯 말했다. ‘동혁이, 그놈은 늘 나와 대화할 때 자기가 무슨 내 상관인 것처럼 말한 단말이지.’ ‘이번엔 동혁이에게 일 좀 시켜야겠어.’ ‘이참에 누가 상관인지 똑똑히 알게 해 주지.’ “원화투자회사 사장 직함이 아무래도 항난그룹의 운전기사보다 훨씬 듣기 좋잖다. 적어도 세화의 체면을 구기지는 않을 거야.” 사실 천미는 동혁을 골탕 먹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적은 동혁에게 뭔가 떳떳한 신분을 갖게 해서 가는 곳마다 쓸모없는 데릴사위라는 조롱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세화 가족들도 더 이상 손가락질받을 필요가 없을 거야.’ “뭐? 천미 씨가 나에게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을 맡으라고 했다고?” 동혁은 세화로부터 이 소식을 듣자 표정이 미묘해졌다. “갑자기 머리가 이상해진건가? 나보고 천미 씨 밑에서 일하라는 거잖아.” ‘세화에게 부담을 주기도 싫고, 나도 편하게 있으려고 투자회사를 천미에게 넘기고 일을 시키려고 했는데.’ ‘반대로 천미가 내게 일을 시키겠다고?’ 동혁은 화가 나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바로 천미에게 전화해서 자신의 회장 신분을 알려주고 다른 사람에게 사장을 시키라고 하고 싶었다. “동혁 씨,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가 얼마나 우리를 생각해 준 건데.” 세화가 동혁을 노려보았다. 천미가 동혁을 사장으로 임명해 좀 더 성장할 기회를 주어서 세화는 매우 기뻤다. ‘동혁 씨가 경험이 없지만 그래도 배울 수는 있으니까.’그러나 동혁은 세화의 말을 믿지 않았다. “천미 씨가 나를 얼마나 생각해 준다고 그래? 내가 보기에 그 여자는 일부러 나를 놀리려고 그러는 것 같아. 실권이 하나도 없는 바지 사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야.” 천미의 의도를 반은 맞추었느니 동혁의 직감이 어느 정도 정확했다. 천미는 실제로 동혁에게 실권을 줄 생
‘심 총지휘관이 저렇게 단호하게 나오는 걸 보니 돈을 주지 않으면 우릴 절대 놓아주지 않겠어.’ 제원화는 완전히 절망했다. 허락을 받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가문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그는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 결국 제씨 가문은 3000억 상당의 보석에 원화투자회사를 합쳐 돈을 지불하고 제원화를 데려갔다. 안우평과 유진세 등도 돈을 마련했다. 제씨 가문도 겨우겨우 돈을 모아서 지불한 터라 자신들은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저당 잡히고 각각 2000억씩 대출을 받아서 자신들의 몸값을 냈다. 명문가 제씨 가문은 처음에 당당하게 H시로 진출했다. 그러나 결국 얼마못가서 무기력하게 J시로 다시 돌아갔다. N도에 명성이 자자한 명문가 제씨 가문의 제원화은 H시에 와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4000억을 써서 겨우 목숨을 구했다. 이러한 소식들이 전해지다 H시와 N도가 시끄러워졌다.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허, 이런 일도 다 있네요. 제원화가 H시의 회사들을 먹으려고 왔다가 오히려 자기 것을 토하고 갔어요.” “역시 H시는 만만한 곳이 아니에요. 그 명문가 제씨 가문도 아무것도 못하고 쫓겨났으니 다른 가문은 아예 엄두도 못 내겠네요.” 제원화가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면서 H시의 저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이 절대적으로 숨기고 있어서 당연히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H시에 야인이 있어서 J시의 쌍살마저 폐인으로 만들고 제원화의 몸값을 받고 풀어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한편,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야인은 정자세로 동혁 앞에 서 있었다. “교관님, J시 사람들이 낸 몇 천억의 배상금이 원화투자회사의 계좌로 들어왔습니다. 회사를 형수님의 명의로 옮길까요?” 석훈이 특별히 동혁에게 보고하러 왔다. 그러자 동혁이 바로 거절했다. “아니, 네 형수는 이미 두 그룹을 관리하느라 충분히 바빠.” ‘세화는 원래 사업에 대한 책
“심 총지휘관님. 제발 살려주세요.” 천준호는 정수리에서 차가운 감각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것은 방아쇠를 당기려는 석훈의 결심을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 잠시 후 H시 대동사채에서의 일로 복수를 위해 달려온 천준호 일당이 전멸했다. 이 처참한 광경을 보며 제원화 일행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오싹해졌다. 얼마나 많은 고수가 있든 간에 군대 앞에서는 모두 새끼 병아리일 뿐이다. 제원화 일행의 기쁨이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다. 그들은 원래 석훈이 지나던 길에 자신들을 보고 도우려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석훈이 자신과 천미의 관계를 설명하자 그들은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 총지휘관도 우릴 찾아온 거였어.’ ‘겨우 늑대굴에서 빠져나왔는데 이번에는 호랑이이라니.’ 제원화 일행은 절망했다. 풀썩! 제원화는 제일 먼저 석훈 앞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심 총지휘관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쌍살에게 심 사장을 치도록 지시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심 사장이 총지휘관님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감히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총지휘관님 제발 저를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제원화는 정말 두려웠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그가 석훈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정도는 아니었다. 그도 어쨌든 명문가의 사람이기 때문에 나름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을 시켜 천미를 공격하게 한 사실로 석훈이 그대로 자신을 죽일까 봐 정말 무서웠다. 일단 죽이고 제원화가 대동사채의 범죄자와 결탁한 일로 명분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교관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을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다며 너희들에게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시겠다고 했다.” 석훈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원화 일행은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교관이라는 분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정말 좋은 분이야.’제원화 일행은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면식도 없는 석훈의 교관에게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갑자기 석훈이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여러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