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은 핸드폰을 쥐고 있지만 받지 않았다.‘지금 조급해야 할 것은 손씨 가문이지 내가 아니야.’‘게다가 지금은 대책임자가 빨리 손복기의 범죄 증거들을 명확하게 조사해야 해. 절대 손씨 가문에서 계속 손을 쓰게 해서는 안 돼.’“당신은 빨리 부하들에게 노트에 있는 모든 것을 조사하게 해.” 진루안은 대책임자에게 지시했다.고개를 끄덕인 대책임자는 핸드폰을 꺼내 수하에게 통지했다.진루안의 핸드폰은 세 번이나 연속해서 울렸지만 진루안은 받지 않았다.확실히 진루안의 말에 따르면, 지금 조급한 쪽은 손씨 가문이지, 그가 아니다.차에 앉아 있던 손복기는 이미 의기양양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긴장과 두려움만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강천룡이 지금 배신을 하며 매섭게 뒤통수를 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물론 그는 강천룡의 방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으로 바꾸더라도 이 방법을 이해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지금 단지 자신을 탓할 뿐이다. ‘비록 기선을 제압했지만, 즐거울 때 슬픈 일이 생기는 법이야. 주변 사람들의 배신을 의식하지 못했고, 충분한 이익으로 그들을 끌어들이지 못 했어.’‘진루안은 선수를 잃었지만, 이 모든 것을 보완할 수 있게 되었어.’이 점에서 손복기는 어쩔 수 없이 진루안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에는 항상 진루안이 소주의 자리에 있는 것이, 아주 큰 우연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바로 사리 분별을 못하는 어리석은 녀석으로 무서울 게 없어. 그의 스승인 영무소와는 거리가 멀어.’그러나 지금 그는 진루안의 악랄함과 결단력을 실감했다. ‘부정한 수단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로 약하지 않았어. 이런 노련하고 악랄함은 수십 년의 경력자와 같았는데, 어디 24,5살의 아이와 같겠어?’그러나 그럴수록 그는 어린 녀석에게 패했다는 것이 더욱 억울했다.그러나 그는 고개를 숙여야 했기 때문에 전화를 걸어서 용서를 빌었다. 그는 이 자리를 원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모든 권리와 지위를 잃을 수는 없었다.진루안이
비서는 감히 쓸데없는 말을 하지 못하고 얼른 문을 닫고 나갔다.다만 밖으로 나간 비서의 얼굴은 좀 어두웠다.그도 손하림의 핵심 수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손하림의 성질은 유난히 좋지 않았다. 그를 욕하는 것은 다반사여서, 그의 마음속에 많은 미움과 원한이 생겼다.“네가 얼마나 의기양양할 수 있을지 보자, 조만간 너는 재수가 없을 거야.”비서는 냉담하게 코웃음을 쳤고, 꽉 쥔 주먹에는 핏줄이 불끈 솟았다.그의 분노가 손하림의 노욕과 호통 때문만은 아니다. 더군다나 그는 지금 곧 40세가 되는데도 손하림은 여전히 자신을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는 계속 이 비서로 있으면서 삶이 끝날 것처럼 느껴졌다.일단 마흔이 넘도록 한 곳의 주인이 되지 못하면, 이후의 기회는 많지 않다.‘그러나 손하림은 시종 내가 너무 젊다는 아유로 지방의 대신으로 보내려 하지 않았어.’시간이 길어지면, 그에게 적대시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손하림은 당연히 자신의 비서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지금 재빨리 다리의 차잎을 처리했다. 이미 화상을 관여할 시간도 없었다.만약 손복기가 정말 무너진다면, 그에게는 아주 나쁜 일이다.“다시 한번 말해봐!”손하림은 스피커폰을 끄고 휴대전화를 들었고,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손복기는 손하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그는 아랑곳할 시간도 없이 이 일에 대해서 상세하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손하림의 표정은 다소 복잡했다. 분노도 있었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도 있었다.“너는 왜 일찍 나에게 진루안이 그 곳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 손하림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저는…….] 손복기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너는 아직도 그를 업신여기는 거야? 아직도 그가 젊은이라고 생각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손하림은 그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차갑게 물었다.손복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는 확실히 그런 마음이었어요.]“멍청해
진루안은 당장 떠나지 않고 여전히 금구시에 남아 있었다. 결국 손복기의 일이 아직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루안은 당연히 떠날 수 없었다.그러나 진루안은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계속 금구시에 남아있었다. 단지 손복기의 일뿐만이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여전히 두 사람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진루안은 이 두 사람을 반드시 처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금구시는 짧은 시간 동안 풍랑이 가라앉기 어려워. 신희도 일가가 죽었다 해도 금구시를 너무 많이 바꿀 수 없을 거야.’그가 신대평을 제거하려는 이유는,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신대평이 신희도의 앞잡이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물론 이 신대평을 처리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진루안이 바로 강천룡에게 한마디 하면 강천룡은 두말없이 직접 사람을 보내 신대평을 데려갈 것이다.또 한 사람은 그렇다! 바로 앞서 줄을 잘못 선 조하문이다. 진루안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진루안의 공적인 복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한 은혜에 감사할 줄 모르는 녀석을 제거하는 것이다.진루안은 조하문의 재물을 염려하지 않았고 염려할 것도 없었다. 그 자신의 부유한 정도는 가족의 대재단을 제외하면, 그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몇 명 없었다.지부의 장원 안에서 진루안은 여전히 흔들의자에 앉아서 표창룡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말해봐, 창룡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지금은 너에게 많은 시간이 없어. 너는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 진루안은 표창룡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가 최후의 선택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표창룡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들어 진루안을 향해 대답했다.“진 선생님, 저는 금구시에 남고 싶습니다.”“잘 생각한 거야?” 진루안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표창룡을 쳐다보며 다시 한 번 확인했다.표창룡은 이미 선택했기에,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의 망설임이나 저항도 없었다.“네가 선택했으면 됐어!”진루안은 그가 정말 선택한 것을 보고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진루안은 몸을 일으켰다. 지금이 바로 진씨 가문으로 가서 진봉상을 죽인 후에 다시 돌아오기에 좋은 때였다.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실까? 죄송하지만 지금은 할아버지의 생각을 무시할 수밖에 없어.’‘그리고 할아버지는 그의 양보가 진씨 가문을 단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셨는데, 그것은 큰 실수야.’‘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를 맞아야 해. 좀 더 잔혹하게 말해서, 약자를 업신여기고 강한 자를 두려워하는 거야. 오직 그들을 호되게 훈계해야 그들로 하여금 경외심을 가지게 할 수 있어.’ ‘오로지 인정을 베풀고 오로지 인내하며 양보하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점입가경으로 기어오르게 할 뿐이야.’‘몇 명을 죽여야만 그들이 두려워하게 만들 수 있어.’진루안이 막 움직이려고 하는데, 대책임자가 다소 이상한 표정을 하고서 자신을 향해서 걸어왔다.“소주님, 손복기가 왔습니다!”대책임자는 아주 이상한 표정을 한 채 보고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도대체 소책임자 쪽의 어디에서 비밀이 샜기에, 손복기가 이곳을 찾아왔는지 생각했다.그러나 확실하게 이곳을 찾아왔기에, 이것은 대책임자의 표정이 이상했던 것이다.진루안은 이상하지도 않았고 긴장할 것도 없었다.‘필경 이곳은 그의 구역이니, 그가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이 정보원들이 어느 정도 신비감만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해.’“그가 이렇게 패기가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진루안의 얼굴에는 의아한 빛이 가득했다.대책임자는 진루안의 말을 듣고 다소 경악하여 물었다.“소주, 그가 당신을 찾아온 것이 어떻게 패기와 관계가 있습니까?”그는 진루안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고, 손복기가 지금 진루안을 찾아온 목적도 추측하지 못했다.“조금만 있으면 알게 될 테니 홀로 데려와.” 진루안은 손을 흔들며 가볍게 웃었고, 대책임자에게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그는 이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진루안은 장원의 홀을 향해 걸어갔다.손복기도 이때 대책임자에 의해서 홀로 들어왔다. 다만 손복기의 표정은
“당신이 이렇게 패기가 있어서, 지금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손복기에게 차를 따르면서, 한편으로는 웃으면서 말했다.진루안이 마침내 말을 하자 손복기는 온몸의 팽팽한 신경도 많이 풀렸다.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번에는 내가 완전히 졌어요.”“내가 지금 사과하러 왔습니다.”“겨우 사과한다고요?”찻주전자를 거둔 진루안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손복기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손복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안색이 더없이 복잡해졌다. 결국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고 진루안을 향해 말했다.“지금부터 나 손복기는 오직 당신의 지시만을 따르겠습니다.”“보아하니 당신이 내게 고개를 숙이는 게 달갑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루안은 손복기가 충성하겠다고 말했음에도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고, 오히려 표정이 좀 더 일그러졌다그가 원하는 것은 기꺼이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지, 상황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아니다.“지금 이후로 나 손복기는 오직 당신의 지시만을 받을 것입니다!”손복기는 이번에는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진루안을 향해 절을 했다.이렇게 높은 지위에 있는 그가 지금 굴복을 선택하자, 대책임자 최시유는 놀라서 눈을 부릅뜬 채 믿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다. 손복기가 아주 고귀하다고 해도 그는 지금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말해 봐요, 손하림이 당신을 밀어냈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나에게 올 리가 없지요.”만족한 진루안은 웃음을 지으면서 손복기에게 자세히 물었다.손복기도 지금 이 결과를 받아들였다. 지금부터 그는 바로 진루안의 사람이다.지금 그는 손하림에게 전화했던 모든 것을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그래서 이제 소주님만이 이 일을 막을 방법이 있습니다.”손복기는 얼른 태도를 표명하면서 진루안에게 아부하였다.진루안은 아부하는 말을 차단하고, 손복기를 힐끗 쳐다보며 놀리듯이 말했다.“아이고, 지금은 내 죄가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자각은
“당신은 내가 왜 당신을 놓아주었는지 잘 알아야 합니다.”“내가 악을 원수처럼 대하는 성격인데, 당신처럼 부패한 사람을 풀어준 것은 바로 이런 것들 때문입니다.”“그리고 나는 당신이 지금 나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일깨워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손하림에게 알려진다면, 당신은 살 수 없습니다. 그는 절대로 당신이 그를 배신하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특히 그 사람이 또 나라면 말이지요.”“그래서 당신은 손하림을 철저히 팔아먹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당신이 무사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한 번 생각해보세요, 손하림이 쓰러진 후에 손씨 가문의 가주는 누가 될까? 생각해 봤어요?” 진루안은 농담하는 듯한 눈빛으로 손복기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묻자 손복기의 마음이 간질간질해졌다.‘만약 손하림이 무너진다면 그의 아들, 손자 따위도 무너질 거야. 그렇다면 손씨 가문은 결국 내가 마음대로 하지 않겠어? 내가 손씨 집안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거야?’이렇게 생각한 손복기는 바로 피가 끓어올랐다.이미 우울한 기색도 없었고, 확고하고 결단력이 있는 표정으로 진루안을 다시 바라보았다.“말할게요, 내가 다 말해줄게요.” 손복기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진루안이 그의 말을 듣지 않을까 봐 유난히 적극적이었다.진루안은 가볍게게 웃으며 최시유를 힐끗 보았다.최시유는 노트와 펜을 꺼내고 손복기를 바라보았다.손복기는 이렇게 하나씩, 손하림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저질렀던 나쁜 일들을 전부 자백했다.그가 말한 이 인물들을 듣고 진루안은 은근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손하림이야.’만일 그를 건드리면 반드시 여러 큰 성과 대도시들, 그리고 여러 업종에 얽히게 될 거야.’진루안이 손복기를 놓아준 이유는, 그에 비해 손하림의 해악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이런 사람이 계속 일을 저지르게 놓아두면 조만간 큰 사고가 날 거야.’그래서 진루안은 손복기 한 명은 놓아줄 수 있지만, 손하림은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자신이 손복기를 가만두지 않더라도
경도, 자룡각, 국왕 사무실 안.전화를 들고 있던 국왕 조의는 오랜 침묵 속에 빠졌다.그러나 진루안도 시종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모두 국왕 조의에게 말했을 뿐이다. 조의가 어떻게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그 자신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다만 손하림이 북정왕과 연관되어 있어서, 이 일은 국왕 조의조차도 마음을 가라앉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마침내 오랜 침묵 뒤에 국왕 조의가 말을 하면서, 자룡각 사무실의 조용한 분위기를 깼다.“이 일은 잠시 그만두도록 해. 손하림이 경솔하게 행동하게 해서는 안 돼. 그러나 손하림의 세력이 갈수록 커지게 내버려 두어도 안 돼.”“진루안, 네가 한 일은 옳았어. 손복기의 문제보다 손하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해.”“올해는 잠시 손복기를 쉬게 하고, 내년에 내가 직접 자리를 알아볼 테니 안심해.” 국왕 조의는 평범한 말투로 진루안과 대화했다.국왕의 뜻을 듣자, 진루안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국왕 조의가 자신의 마음속으로 똑똑히 알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모든 것은 국왕 전하의 뜻에 따라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나 천촉성 금구시는 정돈해야 하니, 어쩌면 제가 대신의 위치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국왕께서 양해해 주기시를 바랍니다.]“하하, 얼마든지 해. 나는 여전히 진루안 너를 믿어.”조의는 이 말을 듣자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자룡각의 분위기를 완전히 정상으로 만들었다.진루안은 국왕 조의에게 한마디 했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루안의 지위는 금구시의 일에 직접 참여할 자격이 있다. 진루안이 국왕에게 직접 말할 필요도 없다.국왕에게 말한 것은 단지 그에 대한 일종의 존중일 뿐이며, 또 자신의 태도도 표명했을 뿐이다.“진루안, 서남쪽 국경에 가보겠다고 하지 않았어? 언제 갈 거야?” 국왕 조의는 화제를 바꿔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진루안이 이전에 경도에 왔을 때 서남 변경의 일선 전비구로 가겠다고 말했고, 조의는 줄곧 이 일
‘유독 동청왕인 백무소는 수중에 병력도 별로 없어. 전신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방촌산 위에서 매일 새를 기르고 개와 산책하면서, 편안하게 산다고 할 수 있지.’‘그러나 동청왕이 충분한 병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언젠가 큰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임페리얼 이쪽은 병력이 여전히 너무 적어서, 3왕과 전혀 같은 체급이 아니야. 궐주인 진루안이 더욱이 용국의 새로운 전신이니, 절대 이렇게 초라해서는 안 돼.’‘3만 명이 채 안 되는 이 병력은 비록 백무소가 직접 정한 것이지만, 그것은 태종께서 임페리얼을 꺼리면서 두려워했기 때문이야.’그러나 조의 그는 결코 소심한 국왕이 아니다. ‘설령 임페리얼이 50만 대군을 조직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용국 전체의 군부는 족히 삼백만 명이나 돼. 각 군은 모두 국왕의 명령에 따르고, 행장을 꾸리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지.’그가 지금 유일하게 고려하는 것은 진루안의 미래이며, 임페리얼의 미래이다.“진루안, 오늘부터 병사를 모집해. 금오위는 만 명, 금황위는 만 명으로 확충해.”“교정대대는 2천명, 임페리얼 해군은 2만명, 임페리얼 공군은 5천명으로 확충해.”“임페리얼의 재래식 육군은 5만 명으로 확충하자.”“특수부대는 3천 명으로 하자.”“이렇게 하면 모두 10만 대군이지. 이러면 너희 임페리얼의 지위와 대등하게 부합돼.”국왕 조의의 말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특히 새로 병사 수를 늘려서 3만 명 미만의 병력을 바로 10만 명으로 확충하라고 했으니, 국왕 조의의 패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진루안은 이것이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했다. 임페리얼은 병력을 늘일 필요가 전혀 없다. 3백만 대군의 군부 사람들은 결코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다.조의는 진루안의 의구심을 품은 것을 생각한 듯, 진루안이 묻기도 전에 먼저 웃으며 대답했다.“너도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 내가 임페리얼을 확장시키려는 이유는 역시 북정왕 때문이다.”“너는 오로지 손하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